최고야

최고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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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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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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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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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어진 집콕에 ‘자녀교육책’이 인기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원격수업이 일상이 되면서 공부법 관련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홀로 하는 수업에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공부할 동기를 부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책은 지난달 18일 출간된 유튜버 임작가의 ‘완전학습 바이블’(다산북스)이다. 1일 온라인서점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8월 24∼30일 집계) 2위에 올랐고 같은 기간 교보문고 3위, 온라인서점 알라딘 2위를 기록했다. 출간 열흘 남짓한 동안 1만 부 넘게 팔리며 9쇄를 찍고 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임작가가 어떻게 하면 자녀의 ‘공부 정서’를 부모가 일깨워줄 수 있는지를 교육학 이론을 적용해 설명하고 ‘국영수사과’ 과목별로 구체적인 공부법 코칭을 곁들였다. 2015년 출간돼 꾸준한 판매를 보이며 최근 10만 부 판매 특별 에디션이 나온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르는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철학적 질문을 던진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는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공부법 서적의 인기는 유튜브 학습법 채널을 운영하는 저자가 많다는 데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올 1월 구독자 43만 명의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는 ‘연고티비 공부법’을 냈다. 연세대생과 고려대생 31명이 고3 때도 ‘덕질’(마니아 활동)을 하며 공부할 수 있는지, 학원 안 다니고 재수할 수 있는지, 예체능 과목은 포기하는 게 맞는지 등 고교생의 실질적 문제에 조언을 해준다.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지 9개월 만인 26세 때 합격한 성공담을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라는 책으로 펴낸 이윤규 변호사도 구독자 23만 명인 ‘DR. LAW 이윤규 변호사’ 채널을 운영 중이다. 다산북스 관계자는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해야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법 콘텐츠 수요가 높아졌다”며 “학부모들은 관련 유튜브 채널을 먼저 찾아본 다음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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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비출신으로 시베리아서 독립운동한 ‘최재형 선생’을 아십니까

    노비의 아들, 페치카(난로를 뜻하는 러시아어), 러시아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1900년대 초 연해주에서 의병을 조직해 독립운동을 한 최재형(1860∼1920)을 수식하는 말들이다. 최재형은 함경북도에서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9세 때 가난을 피해 러시아로 이주했다. 러시아어를 배워 임대업과 건축자재 납품 등으로 자수성가한 그는 러일전쟁 이후 전 재산을 쏟아부어 연해주에서 항일 의병 조직에 가담했다. 따뜻한 성품으로 이 지역 한인들에게 ‘최 페치카’라 불린 그가 일본군의 총탄에 순국한 지 올해 100주기가 됐다. 26일 서울 용산구 최재형기념사업회에서 만난 문영숙 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63)은 “최재형은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업적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인물”이라며 “노비 출신인 데다 옛 소련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선생의 후손이 조상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며 억압받고 살아온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역사소설 작가이기도 한 문 이사장은 최근 최재형의 일대기를 다룬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을 펴냈다. 최재형은 1908년 당시 1만3000루블을 군자금으로 쾌척해 항일의병조직인 동의회(同義會) 조직에 크게 기여했다. 동의회에서는 안중근 이위종 이범윤 등도 활동했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 최재형의 집에 머물며 사격 연습을 했고, 거사에 사용한 권총도 최재형이 제공했다. 최재형은 190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운영난으로 발행이 중단된 한국국민회의 기관지 ‘대동공보(大東共報)’를 사들여 일제를 비판했다. 1920년 4월 최재형이 연해주 의병조직을 습격한 일제의 총탄에 작고한 뒤 그의 자손들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다. 문 이사장은 “아들과 사위는 총살되거나 수감됐고 부인과 딸도 강제 이주돼 중앙아시아에 뿔뿔이 흩어졌다”며 “옛 소련의 고려인 탄압으로 모두 과거를 숨기고 살다 손자 최발렌틴 씨는 1991년 옛 소련이 해체된 뒤에야 할머니로부터 할아버지의 공적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고 했다. 올 2월 83세로 별세한 최발렌틴 씨는 생전 병원비가 없어 국내에서 모금을 해 돕기도 했다. 최재형은 1962년,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문 이사장은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문창범 선생(1870∼1934)이 더 높은 등급인 대통령장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공로 인정에 균형이 필요하다”며 “국내외에서 최재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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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K팝 황제’ 재확인, 美 MTV 어워즈 4관왕

    방탄소년단(BTS·사진)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 ‘제37회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베스트 팝’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베스트 안무’ 등 4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후보에 오른 4개 부문 모두 수상했다. 베스트 팝 부문을 차지한 노래는 올 2월 발표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의 타이틀곡 ‘온(ON)’으로 이 부문 수상은 한국 가수로는 처음이다. 이 부문 다른 후보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 할시, 조너스 브러더스,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등이었다. BTS는 화상을 통해 “진심으로 영광이다. 우리의 팬 아미와 우리를 지지해 주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공(功)을 돌리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 BTS는 영어 노랫말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 첫 공식 무대를 사전 녹화로 선보였다. 한편 블랙핑크도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올여름 최고의 곡’ 부문상을 받아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MTV 어워즈 수상자로 기록됐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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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때문에 괜히 불안하고 ‘집콕’에 우울하신가요?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다음 날 힘들어할 때가 많다’, ‘사람들과 눈을 잘 맞추지 못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설사나 변비에 시달린다’…. 전홍진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8)가 펴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실린 ‘예민함 자가진단’ 문항 중 일부다. 전 교수가 만든 것으로, 28문항 중 7개 이상 해당되면 예민한 편에 속한다고 본다. ‘층간소음에 민감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등 일반적 내용도 많아 7개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연구실에서 31일 만난 전 교수는 “사람들에게 ‘우울한가?’ 물으면 잘 대답하지 못하지만, ‘예민한가?’로 바꿔 물으면 쉽게 수긍한다”며 “예민함은 일반인과 정신의학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가 직접 환자로 마주한 40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예민한 성격의 종류와 그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한 이 책은 7월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3만권 넘게 팔렸다. 시험을 앞두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는 “시험 시작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일찍 고사장에 도착해 책상에 적응하라” 같은 실질적 조언을 해준다. 전 교수는 “하루에 수십 통씩 e메일이 온다. 밑줄 긋고 메모를 하면서 책을 본다는 독자들 반응이 많다”고 했다. 또 “예민하고 섬세한 독자들의 오탈자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7쇄까지 찍으면서 책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웃었다. 전 교수는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유행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사회에 곧 퍼질 ‘코로나 블루’를 우려하며 곧바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과 일상을 빼앗긴 불만 등으로 사람들이 다 같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로서 이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대인 접촉은 줄고,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환경을 잘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대면 접촉이 줄면 더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해지기 쉽다. 반면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동안 표면화되지 않았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어렵더라도 가족 간 감정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한국인 특유의 예민함에 대해 전 교수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교수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우울증임상연구센터에서 한국인과 미국인의 우울증 비교연구를 했다. 미국인에 비해 감정 표현이 서툰 한국인은 우울감을 자각하는 대신 이유 없이 여기저기 아픈 ‘신체화’ 반응이 잘 나타났다. 한국인은 “나 우울하고 힘들다”고 표현하기보다 원인 모를 몸의 증상들의 이유를 규명하려 여기저기 병원 검진을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예민한 기질을 생산적으로 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이나 성공한 기업 대표들을 상담할 기회가 많았는데, 상당수가 굉장히 예민한 성격이었다. 예민함을 창조적으로 승화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예민함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빠지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걱정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기보단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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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美 천재소설가 미공개 인터뷰집

    기자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국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와 5일 동안 ‘무한한 재미’ 북투어에 동행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무한한 재미’는 월리스가 1996년 펴낸 책으로, 저자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당시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월리스는 작가로서 이른 성공으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다가 2008년 46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월리스를 ‘인간 카페인’이라고 칭한다. “정신이 또렷이 깨어 있는 사람이라 그 매력과 생기가 거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터뷰에 주어진 5일 동안 최소한의 수면을 취하며 남은 시간을 대부분 대화하는 데 썼으니 충분히 그렇게 묘사할 만하다. 두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고속도로를 무한히 달리고, 호텔에서 함께 TV를 보는 자세한 묘사 속에 빠져들다 보면 미국 여러 주를 함께 여행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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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글을 쓴다는 건 나를 치유하는 일

    마음속 무엇인가를 털어놓고 싶은 생각에 빈 종이를 꺼내놓고 글을 쓰려다가도 막상 뭘 써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추상적인 마음을 언어로 구체화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뭔가를 써내려가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너의 마음을 써보라”고 가르쳤던 경험을 풀어놓는다.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란 곧 ‘치유’다. 외롭고 두렵더라도 화와 슬픔을 동반하는 나쁜 기억들에 대해 글로 고백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의 치유가 일어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언어화되지 못하고 마음속에 응어리로만 남아 있다면 그 감정들은 끝내 풀리지 못하고 자신을 좀먹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힐링됐다”라는 말로 뭉뚱그리지 말고 여러 가지 말로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고, ‘그냥’이라는 말 대신 ‘왜’라는 말로 바꿔 글을 써보라고 조언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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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확산 예측에도 ‘수학 방정식’ 활용할 수 있죠”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과 교수(57)는 “공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수학을 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갑자기 연구실 한쪽 칠판 앞으로 나가 이 공식을 썼다. 최근 고등학생 대상 특강을 할 때 소개한 바이올린 현의 길이, 장력, 밀도를 이용해 음의 높낮이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L은 현의 길이, T는 장력, d는 밀도입니다. L이 커지면 음의 높이는 어떻게 될까요? L이 분모에 있으니 당연히 현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음은 낮아집니다. 장력과 밀도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장력은 커질수록, 밀도는 낮아질수록 음이 높아집니다. 모든 걸 종합해보면 바이올린 연주자는 음이 늘어진다고 생각될 때 줄을 조여서 음을 조절합니다. 길이를 줄이고 장력을 높여 늘어진 음을 다시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 공식은 뉴턴의 운동법칙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모두 다 알아야 수학을 이해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짧은 수학 강의를 듣는 듯했다. 2018년 낸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8만 부 넘게 팔리며 수학 교양서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가 최근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출간했다. 마냥 난해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수학의 면모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첫 책보다 수학을 좀 더 깊게 논한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측하고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도 수학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숫자를 전부 세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일부 표본을 추출해 모수를 추론할 때 포획·재포획법(capture recapture method)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포획·재포획 방법은 생태학 연구에서 주로 쓴다. 예를 들어 연못에 사는 물고기 수를 추정할 때 1차로 100마리를 잡아 표시를 해서 풀어주고, 일정 기간 뒤 다시 100마리를 잡아 표시가 있는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세어 전체 물고기 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100마리 중 10마리에 표시가 있었다면 1차에 잡았던 100마리는 전체 물고기의 10%라고 추론한다. 즉 1000마리의 물고기가 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수를 예측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확산 속도에 따른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추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표본 연구를 통해 전체 수를 추정할 수 있지요.” ‘한국인 최초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던 김 교수는 올 3월 워릭대로 옮기면서 ‘수학 대중교육 석좌교수’라는 직함을 얻었다. 김 교수는 “학교를 옮기는 조건으로 대중교육 관련 타이틀을 달라고 했다”며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대중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식 격차 해소를 위해 영재교육보다 대중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AI의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능력 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학 원리를 알아야 기술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몇몇 엘리트에게만 지식이 독점된다면 사회가 그들의 의견만을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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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에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이 메이지유신의 바탕이 됐다”

    “매일이 오늘이소서. … 오늘이 오늘과 같으면 무슨 세상과 같을 것인가.” 임진왜란 때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부른 망향가인 ‘조선가’의 일부다. ‘오늘이 오늘과 같으면’이라는 가사에는 전쟁이 끝나고 매일매일이 평탄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조선가는 임진왜란 당시 유행했던 가요로 이후 한반도에선 자취를 감췄지만 일본에 끌려간 도공들과 그 후손들이 상당 기간 불렀다. 일본에서 조선가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초중반 간간이 이뤄진 정도였다. 정광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80)는 1982년 당시 선임연구원으로 가 있던 교토대 문학부의 서고에서 조선가 관련 자료를 발견했고, 이후 일본 학계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일본에서 조선가에 관한 학술서 단행본을 펴낸 지 30년 만에 한국어 번역본 ‘조선가’를 최근 펴낸 정 교수를 20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만났다. 정 교수는 임진왜란이 일본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계기라고 줄곧 주장해온 학자다. 인쇄술, 철기 가공, 목공 분야 등 조선의 선진 기술자들을 일본에 강제로 데려가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고, 훗날 메이지유신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임진왜란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봉건 영주들이 난립하는 힘없는 나라였다”며 “전쟁 때 조선 기술자들을 4만∼5만 명 데려간 걸로 추정된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지금 40만∼50만 명을 데려가 낙후된 일본을 발전시키는 데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일본 가고시마 나에시로가와에 끌려가 백자를 만들었던 전북 남원 출신 도공 82명도 전문 기술자 중 일부였다. 정 교수는 “일본은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 700만 개 이상을 서양에 팔아 이윤을 남겼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 자금으로 서양 무기를 사서 무장한 다이묘(大名)들이 에도 막부에 반란을 일으켜 메이지유신이 이뤄졌고, 결국 일본이 근대화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선 도공들의 이야기는 조선의 기술력이 메이지유신의 기틀이 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라고 했다. 정 교수가 1990년 일본에서 조선가 관련 단행본을 낸 지 30년 만에 국내에서 번역본을 출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에선 ‘일제의 식민지배로 한국이 근대화됐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반대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정 교수는 “조선은 고려 말 원나라 등으로부터 들어온 엄청난 기술 축적이 있었다”며 “당시 기술자와 문화재 반출 등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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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밥 안 먹는 야옹이 대체 왜 그러니

    고양이와 주인은 종종 서로를 오해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당연하다. 야옹거리며 운다고 밥을 주거나 놀아주면 문제가 해결될까? 고양이가 갑자기 집을 더럽힌다거나, 옆집 고양이와 보기만 해도 이빨을 보이며 싸우거나, 낯선 사람을 유독 불안해하는 등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영국에서 20년 이상 고양이 행동연구를 한 ‘고양이 전문가’다. 수의과 간호사와 임상 동물행동 전문가 자격증을 보유한 저자는 이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고양이의 행동을 교정하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 새끼고양이를 입양해 키울 때는 어떻게 사회화해야 하는지, 말썽을 부리는 고양이의 배변 훈련은 어떻게 하는지, 실내를 답답해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고양이에겐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하는지 등등 조목조목 설명한다. 고양이를 돌보는 데 초보는 물론 베테랑 ‘집사’에게도 유용한 팁이 가득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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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모성은 희생이 아니다

    “우리는 어머니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과 관련해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을 모두 어머니에게 떠넘기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영국 버크벡 런던대 인문학 교수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책 서두에서부터 우리가 어머니에게 ‘도대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있느냐’는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 ‘어머니의 모성은 항상 완벽해야 한다’는 통념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이는 가부장제에서 규정한 ‘희생적 모성’이며, 페미니즘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배제된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60여 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을 다룬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나폴리 4부작’에 등장하는 어머니상을 예로 들어 모성은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소설에서 어머니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자녀를 버리기까지 한다. 또 저자는 방대한 대중문화 콘텐츠 등을 비교 분석해 “어머니는 한 번도 세상의 기대치와 일치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모성이 사회적, 정치적 기제에 의해 정의되고 이용돼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성신화의 해체를 통해 ‘모성=자기 자식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품는 마음’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인을 위해 행동에 나서는 넓은 의미의 모성을 통해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통합하는 모성으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제 추방 같은 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현 미국 행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시민단체 ‘맘스라이징’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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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셀러 목록 접수한 ‘재테크’… 코로나 속 ‘경제실용서’ 강세

    부동산 시장 과열과 ‘동학개미운동’ 등 주식 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내용을 다룬 경제실용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경제서들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그야말로 ‘점령’했다. 17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5∼11일 집계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 경제실용서가 8권을 차지했다. 달러와 금의 흐름에 따른 투자 전략을 다룬 ‘부의 대이동’, 돈에 대한 통찰과 종잣돈 불리는 법에 대해 쓴 ‘돈의 속성’, 재테크와 창업 등 돈 버는 총체적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킵고잉’ 등이다. ‘존 리의 부자되기 습관’은 10만 권이 팔린 기념으로 리커버 버전 책이 새로 나왔다. 주식 투자 입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예스24에서도 베스트셀러 상위 10권 중 4권이 경제서적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코로나19가 경제에 본격적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2월부터 재테크 책의 매출이 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재테크 기본서로 공부하며 투자에 대거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련 서적 매출을 비교해 보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경제실용서 판매가 2.1% 감소해 소폭 줄었다. 하지만 2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돼 경제실용서는 36.7% 판매가 증가했고, 6월에는 59.2%, 7월에는 76%까지 치솟았다. 박정윤 예스24 경제경영담당 MD는 “직접적인 투자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는 물론이고 재테크하기 전 알아두면 좋은 경제의 흐름과 역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실용서 판매가 늘어난 데는 기본적으로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것과 관련이 많다. ‘부의 대이동’을 펴낸 페이지2북스의 김선준 대표는 “부동산 초보자를 이르는 ‘부린이’(부동산 어린이), 주식 초보자를 뜻하는 ‘주린이’(주식 어린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그동안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손을 뻗기 시작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재테크 정보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유튜버에 대한 팬덤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경제 초보자에게도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킵고잉’도 8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신사임당’(본명 주언규)이 쓴 책이다. 김 대표는 “부동산, 주식뿐 아니라 비트코인, 석유 관련 투자 등을 세분화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버들이 늘고 있다”며 “유튜버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책을 내면 구독자들이 책을 사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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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외과의사 선택 못해 부채의식… 웹소설로 갚아”

    “외과 교수님들을 옆에서 보면 물잔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고단함이 멈춤 없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업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 ‘무섭다’고 느껴지지만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작가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낙준(필명 한산이가·35) 씨는 외과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공 선택을 앞두고 생명이 아닌 삶의 질을 책임지는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지만, 늘 마음의 부채의식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웹소설, 웹툰에 이어 단행본을 출간한 이 씨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주인공 백강혁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레지던트 1년 차부터 전문의 수준의 수술을 해내는 실력을 가졌다. 현실세계에선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 이 씨는 “외과의사 ‘워너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수술 천재, 무한 체력을 가진 괴물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중증외상센터에서 버텨낼 수 없는 현실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상외과는 이 교수처럼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어서 헌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의 소설에는 외상외과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가 다양하게 다뤄진다. 정부에서 10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아도 병원에선 적자 사업을 메우는 곳에 우선 사용한다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탁상행정 등을 곳곳에서 지적한다. 이 씨는 “원래는 이 교수의 닥터헬기 사업에 1000만 원을 기부하려고 했는데 이 교수가 직접 전화를 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병원에선 돈이 들어와도 다른 부서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의료 수가가 낮아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에 손해가 나는 흉부외과의 적자를 메우거나, 다른 과에서도 쓸 수 있는 설비를 들여오는 데 우선적으로 쓴다는 것. 이 때문에 이 씨는 외상환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국경없는 의사회에 대신 기부했다. 이 씨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작품에 반영할 실제 환자 케이스를 꾸준히 공부한다고 한다. 의료용 헬기 운용 등 각종 통계 수치들도 찾아본다. 함께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홍비치라 작가는 의학 논문에 들어가는 장기 그림을 그리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다. 이 씨는 “공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편다. 천재 캐릭터인 주인공이 30분 만에 간 적출 수술을 끝내는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술을 하는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르도록 ‘그럴싸한 허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웹소설, 웹툰, 단행본 출간에 이어 최근 드라마 제작도 결정됐다. 이 씨는 “글을 쓸 때부터 주인공 백강혁은 배우 공유, 제자 양재원은 임시완, 강단 있는 간호사 서하나 역은 배우 김태리를 생각하고 썼다. 지금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호화 캐스팅”이라며 웃었다. 이어 “소설로 현실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주변을 환기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웹소설과 웹툰을 일단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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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안84 논란 외면한 MBC[현장에서/최고야]

    “MBC는 기안84를 지지하는 이들과 한통속인가.” “제작진은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입장 발표하세요.” MBC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기안84(본명 김희민·36)의 웹툰 ‘복학왕’에서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이 그가 출연하고 있는 ‘나 혼자 산다’로까지 일파만파 번졌다. 11일 문제가 된 웹툰이 공개된 후 누리꾼의 항의가 거세지자 기안84가 13일 사과했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하라는 의견이 빗발치는데도 14일 방송분에서 기안84의 모습은 그대로 전파를 탔기 때문이다. 기안84를 클로즈업한 장면도 다수 나왔다. 편집을 통해 기안84의 분량을 줄이거나 그의 출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은 전혀 없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상시 모습 그대로 나온 것이 방송 하차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문제가 된 웹툰 ‘복학왕’의 ‘광어인간’ 에피소드 2화에서는 스펙이 부족한 20대 여성 봉지은이 자신보다 나이가 스무 살 가까이 많은 남성 상사(팀장)와 잠자리를 가진 후 해당 회사 정직원이 된듯한 내용이 나온다. 기안84는 이 장면이 문제가 되자 수정했다. 기안84는 앞서 연재한 회차에서도 여성을 향해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 “‘룸빵녀’가 다 됐다”라는 표현을 쓰는 등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다. 기안84가 ‘선 넘는’ 혐오 발언을 반복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민원이 접수되면 웹툰자율규제위원회에 자율 규제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예술적 표현물에 대한 자율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시정 권고만 가능할 뿐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주고, 작가의 실수를 용인해주는 사회 분위기에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작가 자신의 엄격한 잣대다. 단순히 ‘웃기려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는 지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젊은 여성이 능력보다 귀여움을 앞세워 취업에 성공한다거나, 나이 든 여자는 매력이 없는 존재로 그리는 등 그동안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공인으로서의 기안84가 보여준 인권 감수성은 낙제점에 가깝다. 기안84의 이 같은 논란을 매번 묵과해온 MBC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기안84의 여성 혐오 표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하차 요구가 나왔지만, MBC는 별다른 조치 없이 유야무야 지나갔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절대적 공감을 기반으로 2013년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MBC의 간판 예능이다. MC 전현무와 개그맨 박나래가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각각 2017년, 2019년 MBC 연예대상까지 받았다. ‘나 혼자 산다’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여성 혐오 논란으로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고야 문화부 기자 best@donga.com}

    •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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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얼룩은 알고 있다, 당신의 내면세계를

    2000년대 초반 11월의 어느 날 미국 시카고.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직장에 지원한 남성 빅터 노리스는 채용의 마지막 관문으로 심리검사를 받게 됐다. 호감을 주는 외모의 노리스는 유쾌한 말투로 검사에 임했다. 노리스가 받은 검사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성격 검사로, 567개 문항에 ‘예’ ‘아니요’로 답하는 미네소타 다면성격 검사(MMPI)와 특정 상황이 묘사된 그림을 보여주고 느낀 대로 서술하게 하는 주제통각검사(TAT) 등이었다. 노리스는 다소 예측 가능하고, 뻔한 모범답안을 내놨고 앞서 모든 검사를 무난히 통과했다. 문제는 로르샤흐 검사에서 터졌다. 잉크를 종이 한쪽에 흘리고 데칼코마니처럼 좌우 대칭을 이루도록 찍어 낸 추상적인 문양의 검사 카드를 보며 노리스는 앞서 검사에서 의도적으로 숨겨왔던 본능을 드러냈다. 맥락도 없고, 명확한 답도 없는 잉크 문양을 보며 노리스가 생각한 대로 답한 건 아이들과의 폭력적 성행위, 여성 살해 등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처럼 모호한 그림 앞에서 자신의 심리상태를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로르샤흐 심리 검사를 직접 받아보지 않았더라도 로르샤흐 검사의 잉크 문양을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노리스의 사례에서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인 그림을 보며 각자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무의식을 투영해 내는 게 로르샤흐 검사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로르샤흐 검사 카드 10장에 대해 ‘인류가 가장 많이 해석하고 의미를 분석한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로르샤흐 검사는 스위스 정신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예술가였던 헤르만 로르샤흐(1884∼1922)가 개발했다. 로르샤흐가 이 검사를 개발한 1917년은 지크문트 프로이트, 카를 융 등 근대 심리학 거장들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해 양 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한 논쟁을 이어가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로르샤흐는 자신만의 잉크얼룩 그림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갔다. 화가의 아들로 태어나 추상예술 사조에 영향을 받은 덕이었다. 로르샤흐는 잉크 그림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기울였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체계적인 심리검사 세트 한 벌을 만들어 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로르샤흐 검사를 대체할 만한 잉크 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도전했지만, 정신과 의사이자 뛰어난 예술적 감각으로 시각 경험과 심리적 요인의 관계성을 밝히기 위한 로르샤흐의 열정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로르샤흐 사후에 검사가 널리 알려지면서 학계에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심리학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심리 검사 중 하나로 자리 잡긴 했지만, 일명 ‘영혼을 투시하는 X선’ 같은 말처럼 과장된 것도 사실이다. 검사자에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신뢰성을 공격받기도 했다. 로르샤흐 검사 카드는 문양이 주는 감각적 특성 때문에 심리검사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때로는 미국 뉴욕 고급 백화점 쇼윈도의 배경이나 팝스타의 뮤직비디오에서 디자인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여전히 심리검사에 그대로 쓰는 그림이기 때문에 대중에 널리 노출되는 게 결과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하지만 저자는 훈련된 검사자 없이 로르샤흐 검사지 카드를 보며 나름의 심리적 상태를 유추해 보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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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女 30명, 강제로 위안부 영업” 日軍 자필진술서 국내 첫 공개

    “중국인 가옥을 약탈해 군 위안소로 만들고 조선인 여자 30명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영업시켜 4000명의 성폭행 대상으로 만들었다.” “조선인 여자 30명을 노예로 간주해 자유를 박탈하고 능욕하고 성폭행하는 일에 공개적으로 협조했다.” 일제 패망 후 중국에서 붙잡힌 일본군들이 중국의 전범 수용소에서 위안부 관련 성범죄에 대해 쓴 자필 진술서 일부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중국 기록관인 중앙당안관은 2015, 2017년 진술서 842건을 엮은 ‘중국 침략 일본전범 자필진술서’을 펴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중 조선과 중국인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일본군 9명의 자필 진술서를 최근 입수해 14일 ‘자료로 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학술회의에서 진술서 분석 내용을 발표한다. 이 가운데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 전범관리소의 전범진술서는 1954년 6~9월에, 산시성 타이위안(太原) 전범관리소의 진술서는 1955년 초에 작성됐다. 진술서에선 “조선 여자들의 자유를 박탈했을 뿐 아니라 성병으로 인해 막대한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위안부를) 노예처럼 학대하였으며, 위안소 설립 이래 1942년 10월까지 50회에 걸쳐 성폭행했다” “중국 가옥 2호를 빼앗아 위안소로 활용했다” “중국 여자 50명을 납치해 위안소에 감금했다” 등 일본군이 스스로 상세한 현황을 밝혔다. 위안소를 군 매점인 ‘주보(酒保)’ 바로 옆에 설치해 편리한 이용을 도모한 흔적도 기록에 있다. 일부 진술서에는 중국인이 일본군에 빼앗긴 가옥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자 “매점 위안소로 만들기로 했다”고 답했다고 적혀 있다. 발표를 맡은 김정현 국제관계와 역사대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명 ‘주보 위안소’라고 명명해 군인들의 편의를 꾀한 매점 시설과 위안소를 함께 운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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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라, 문화”… 소비할인권 지원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문화 예술 등 분야의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비할인권을 지원한다. 문체부는 숙박 여행 공연 전시 영화 체육 등 6개 분야에 예산 904억 원을 들여 선착순 861만 명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12일 밝혔다. 숙박 할인권은 인터파크를 비롯한 27개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9, 10월 국내 지역 숙소를 예약할 경우 제공된다. 숙박 금액에 따라 1박에 7만 원 이하는 3만 원을 할인받을 수 있고, 7만 원이 넘으면 4만 원을 할인받는다. 국내 여행상품을 ‘투어비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상품 가격의 30%를 할인해준다. 클래식 뮤지컬 오페라 무용 공연 등을 예스24 같은 온라인 예매처에서 예매할 때는 장당 8000원을 할인받는다. 1인당 월 1회, 4장까지 예매할 수 있다. 영화는 티켓 1장당 6000원을 1인당 1주에 2장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전국 영화관 487곳에서 사용 가능하다. 박물관은 ‘문화N티켓’ 사이트에서 예매하면 1인당 5장까지 40% 깎아 구매할 수 있다. 미술 전시도 장당 최대 3000원을 할인해준다. 민간 실내 체육시설에서 1개월 이내 8만 원 이상 사용했다면 3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문체부는 소비할인권 할인 내용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문체부 홈페이지에 종합 안내창구를 둘 예정이다. 한편 문체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비할인권 참여 업체가 방역대책을 준수할 수 있도록 방역지침 안내 및 방역물품 지원을 강화하고 분야별 현장 점검단을 운영할 계획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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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5전쟁-4·19혁명 문화유산 6점 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문화재청은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을 맞아 관련 문화유산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등록문화재는 6·25전쟁 군사기록물(공군 전투비행단), ‘보병과 더불어’ 악보, 근대기 제작 진전 봉안 어진,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 4·19혁명 참여자 조사서 및 4·19혁명 계엄 포고문, 4·19혁명 부상자 명단(고려대 4·18 학생 의거) 등 6점이다. 연세대 4월혁명연구반이 작성한 4·19혁명 참여자 조사서는 당시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에게서 들은 내용을 기록한 자료다. 4·19혁명 부상자 명단에는 고려대 학생들이 4·19혁명 전날 국회의사당(현 서울시의회)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습격을 받은 정황과 부상 정도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 공군 전투비행단 기록물은 6·25전쟁 당시 비행기록, 작전지도 등 제10전투비행단 관련 사료다. 관현악 합창곡 ‘보병과 더불어’는 이상근 작곡가(1922∼2000)가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경북 영주시 부석교회 옛 본당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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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는 장마… “지금이 ‘북캉스족’ 잡을 좋은 기회”

    끝나지 않는 장마, 언택트(비대면), 그럼에도 어쨌든 돌아온 여름휴가. 바캉스 시즌이지만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없는 요즘이다. 때맞춰 출판계는 ‘집콕’ 하며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 내놓기에 바쁘다. 민음사는 물에 닿아도 젖지 않는 ‘워터프루프북’ 시리즈인 ‘The 짧은 소설’ 3종을 선보였다. 김초엽 정세랑 작가 등의 짧은 소설집과 흉가 등을 소재로 한 호러 소설로 구성됐다. 제작 의도는 바다 계곡 수영장 같은 곳에 가볍게 들고 가서 물속에서도 읽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최근 상황을 반영해 물 채운 집 욕조에 앉아 읽거나 화장실에 두고 틈틈이 즐길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워터프루프북은 채석장이나 광산에서 버려진 돌로 만든 방수 종이에 인쇄해 물이 닿더라도 금세 보송보송하게 마른다. 미네랄 페이퍼라 불리는 이 종이는 스쿠버다이버들이 물속에서도 보도록 안내서를 인쇄하거나 군대에서 쓰는 공책 등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고 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와 라이브로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랜선 북캉스’ 행사도 열린다. 서울시교육청은 12∼14일, 총 9회에 걸쳐 유튜브로 실시간 접속해 참여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사전 참가 신청을 한 뒤 강사로 나선 작가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으면 라이브 방송에서 답하는 형식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 1·2’(자음과모음)의 김선영 소설가, 최근 산문집 ‘다독임’(난다)을 낸 오은 시인 등이 강사로 나선다. 온라인서점 예스24는 지난달 29일부터 ‘인문도서 랜덤북 자판기’를 선보이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물품을 보내주는 유통업계의 ‘러키 박스’ 이벤트 방식이다. 예스24 사이트에서 랜덤 상품 하나를 주문하면 제목을 알려주지 않은 인문도서 2권이 배송된다. 예스24 관계자는 “매번 비슷한 종류나 장르의 책을 읽는 독자에게 색다른 책을 권해보자는 취지”라며 “올해는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독자를 위해 인문도서 외에도 추리소설 특별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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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일러 “지구 살리기,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국인 스스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에요. 한국 대기업이나 BTS의 세계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크잖아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내내 방송인 타일러 라쉬(32)의 커다란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래졌다. 환경 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한시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머리 좋고 똑똑한 남자)’ ‘한국어를 비롯한 8개 언어 능통자’로 알려진 그는 왜 ‘갑자기’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을까. 최근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책도 ‘물론’ 한글로 썼다. 면적의 75%가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에서 야생 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보며 자란 라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버몬트주는 20세기 초부터 환경 관련 기구를 만들고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를 계획하는 등 환경 이슈에 앞장섰다”고 했다. 체질이 연약해 동물 털이나 각종 과일, 꽃가루 등 많은 알레르기 반응에 시달리며 병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만질 수 없다는 슬픔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게 했다고 한다. 이런 어린 시절 경험이 라쉬를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로까지 이끌었다. WWF는 태국 코끼리, 중국 판다 같은 멸종위기종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 등을 한다. 라쉬는 “방송 활동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WWF 한국지사 관계자와 연이 닿았다”며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보기 위해 강원 철원군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 온난화의 장본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이 바뀌면 세계시장에도 당연히 영향력을 미친다”며 “한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전 세계도 변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영토가 작다고 영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살 때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만 길러도 기업이 충분히 달라질 거예요.”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정보를 알려달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일종의 탄소배출지수를 공개하는 등 기업이 더 노력하도록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라쉬는 “기후변화는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음 세대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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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섹남’ 방송인 타일러가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이유는?

    “한국인 스스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에요. 한국 대기업이나 BTS의 세계적 영향력이 어마어마하게 크잖아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는 내내 방송인 타일러 라쉬(32)의 커다란 눈이 더욱 크고 동그래졌다. 환경오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한시라도 빨리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머리 좋고 똑똑한 남자)’, ‘한국어를 비롯한 8개 국어 능통자’로 알려진 그는 왜 ‘갑자기’ 환경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로 마음먹었을까. 최근 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펴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 책도 ‘물론’ 한글로 썼다. 면적의 75%가 숲으로 둘러싸인 미국 동북부 버몬트 주에서 야생 곰, 말코손바닥사슴 등을 보며 자란 타일러는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버몬트 주는 20세기 초부터 환경 관련 기구를 만들고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를 계획하는 등 환경 이슈에 앞장섰다”고 했다. 체질이 연약해 동물 털이나 각종 과일, 꽃가루 등 많은 알레르기 반응에 시달리며 병원 생활을 오래했지만,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조차 만질 수 없다는 슬픔이 오히려 동물과 자연에 대한 동경을 품게 했다고 한다. 이런 어린시절 경험이 타일러를 WWF(세계자연기금) 홍보대사로까지 이끌었다. WWF는 태국 코끼리, 중국 판다 같은 멸종위기종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 등을 한다. 타일러는 “방송활동을 하면서 지인의 소개로 WWF 한국지사 관계자와 연이 닿았다”며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보기 위해 강원 철원군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루미는 500원짜리 동전에도 새겨져 있어서 한국에서는 상징성 있는 동물입니다. 코끼리나 판다처럼 WWF 보호대상에 지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타일러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멀리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의 장본인인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기업 등이 탄소를 덜 배출하도록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글로벌 기업이 바뀌면 세계시장에도 당연히 영향력을 미친다”며 “한국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에 관심을 가지면 전 세계도 변한다.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영토가 작다고 영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물건을 살 때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MSC(해양관리협의회)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습관만 길러도 기업이 충분히 달라질 거예요.” 그는 “소비자들은 기업을 향해 ‘정보를 알려 달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식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일종의 탄소 배출지수를 공개하는 등 기업이 더 노력하도록 소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타일러는 “기후변화는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다음 세대도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0-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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