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씨 ‘중증외상센터…’ 단행본 출간
외상외과는 헌신해야 하는 분야… 이국종 교수를 모델로 삼아
“외과 교수님들을 옆에서 보면 물잔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고단함이 멈춤 없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업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 ‘무섭다’고 느껴지지만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작가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낙준(필명 한산이가·35) 씨는 외과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공 선택을 앞두고 생명이 아닌 삶의 질을 책임지는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지만, 늘 마음의 부채의식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웹소설, 웹툰에 이어 단행본을 출간한 이 씨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주인공 백강혁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레지던트 1년 차부터 전문의 수준의 수술을 해내는 실력을 가졌다. 현실세계에선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 이 씨는 “외과의사 ‘워너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수술 천재, 무한 체력을 가진 괴물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중증외상센터에서 버텨낼 수 없는 현실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상외과는 이 교수처럼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어서 헌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의 소설에는 외상외과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가 다양하게 다뤄진다. 정부에서 10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아도 병원에선 적자 사업을 메우는 곳에 우선 사용한다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탁상행정 등을 곳곳에서 지적한다. 이 씨는 “원래는 이 교수의 닥터헬기 사업에 1000만 원을 기부하려고 했는데 이 교수가 직접 전화를 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병원에선 돈이 들어와도 다른 부서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의료 수가가 낮아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에 손해가 나는 흉부외과의 적자를 메우거나, 다른 과에서도 쓸 수 있는 설비를 들여오는 데 우선적으로 쓴다는 것. 이 때문에 이 씨는 외상환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국경없는 의사회에 대신 기부했다.
이 씨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작품에 반영할 실제 환자 케이스를 꾸준히 공부한다고 한다. 의료용 헬기 운용 등 각종 통계 수치들도 찾아본다. 함께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홍비치라 작가는 의학 논문에 들어가는 장기 그림을 그리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다. 이 씨는 “공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편다. 천재 캐릭터인 주인공이 30분 만에 간 적출 수술을 끝내는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술을 하는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르도록 ‘그럴싸한 허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웹소설, 웹툰, 단행본 출간에 이어 최근 드라마 제작도 결정됐다.
이 씨는 “글을 쓸 때부터 주인공 백강혁은 배우 공유, 제자 양재원은 임시완, 강단 있는 간호사 서하나 역은 배우 김태리를 생각하고 썼다. 지금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호화 캐스팅”이라며 웃었다. 이어 “소설로 현실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주변을 환기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웹소설과 웹툰을 일단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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