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 “외과의사 선택 못해 부채의식… 웹소설로 갚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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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씨 ‘중증외상센터…’ 단행본 출간
외상외과는 헌신해야 하는 분야… 이국종 교수를 모델로 삼아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쓴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작가인 이낙준 씨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과 동일 작품의 웹툰으로 만든 엽서를 들고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쓴 이비인후과 의사이자 작가인 이낙준 씨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과 동일 작품의 웹툰으로 만든 엽서를 들고 웃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외과 교수님들을 옆에서 보면 물잔에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고단함이 멈춤 없이 차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업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 ‘무섭다’고 느껴지지만 동경하는 마음이 컸다.”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작가이자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이낙준(필명 한산이가·35) 씨는 외과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공 선택을 앞두고 생명이 아닌 삶의 질을 책임지는 의사가 되자고 결심했지만, 늘 마음의 부채의식이 따라다녔다고 한다. 웹소설, 웹툰에 이어 단행본을 출간한 이 씨와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의 주인공 백강혁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레지던트 1년 차부터 전문의 수준의 수술을 해내는 실력을 가졌다. 현실세계에선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를 모델로 삼았다. 이 씨는 “외과의사 ‘워너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수술 천재, 무한 체력을 가진 괴물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중증외상센터에서 버텨낼 수 없는 현실을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외상외과는 이 교수처럼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어서 헌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더 부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의 소설에는 외상외과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가 다양하게 다뤄진다. 정부에서 100억 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아도 병원에선 적자 사업을 메우는 곳에 우선 사용한다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탁상행정 등을 곳곳에서 지적한다. 이 씨는 “원래는 이 교수의 닥터헬기 사업에 1000만 원을 기부하려고 했는데 이 교수가 직접 전화를 했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병원에선 돈이 들어와도 다른 부서에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 했다. 의료 수가가 낮아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할수록 병원에 손해가 나는 흉부외과의 적자를 메우거나, 다른 과에서도 쓸 수 있는 설비를 들여오는 데 우선적으로 쓴다는 것. 이 때문에 이 씨는 외상환자를 위해 쓰일 수 있도록 국경없는 의사회에 대신 기부했다.

이 씨는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작품에 반영할 실제 환자 케이스를 꾸준히 공부한다고 한다. 의료용 헬기 운용 등 각종 통계 수치들도 찾아본다. 함께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홍비치라 작가는 의학 논문에 들어가는 장기 그림을 그리는 메디컬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이다. 이 씨는 “공부한 지식을 기반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편다. 천재 캐릭터인 주인공이 30분 만에 간 적출 수술을 끝내는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술을 하는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르도록 ‘그럴싸한 허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웹소설, 웹툰, 단행본 출간에 이어 최근 드라마 제작도 결정됐다.

이 씨는 “글을 쓸 때부터 주인공 백강혁은 배우 공유, 제자 양재원은 임시완, 강단 있는 간호사 서하나 역은 배우 김태리를 생각하고 썼다. 지금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호화 캐스팅”이라며 웃었다. 이어 “소설로 현실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주변을 환기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웹소설과 웹툰을 일단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중증외상센터#이비인후과#이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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