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야

최고야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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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고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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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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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월 9.7이던 ‘코로나 우울지수’, 거리두기 2단계땐 21.3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쉽게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전반의 우울함은 얼마나 강화됐을까. 연세대 소셜오믹스 연구센터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집단우울경향지수’를 개발해 코로나19와 사회적 우울함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연구팀은 AI로 매일 네이버 블로그, ‘지식인’ ‘하이닥’과 트위터, 온라인 기사 댓글 등에서 우울증 관련 단어나 구절이 들어간 글을 분석해 1일, 1개월 단위로 우울함의 정도를 수치화한 우울경향지수를 개발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될수록 우울경향지수는 높아졌다. 비대면이 늘어나고 사회적 고립감을 느낄수록 우울한 정서가 사회 전반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직후인 올 1월부터 3월까지의 우울경향지수는 월평균 9.7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 11.2로 상승했다. 정부가 3월 22일∼4월 19일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한 때와 겹친다. 4월 20일∼5월 5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5월은 11.7로 더 올랐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이어 2.5단계까지 강화된 지난달 평균 우울경향지수는 15.9로 급상승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실시를 선포한 지난달 19일에는 21.3까지 치솟았다. 조선미 소셜오믹스 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8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과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 수준이 고조됐다”며 “재택근무 장기화, 교육활동 제약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집단 우울경향지수는 AI가 딥러닝을 통해 자동으로 산출한다. 지수 산출 메커니즘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온라인에 오른 우울증 관련 게시글 6188건을 분석했다. ‘의욕이 없다’ ‘죽고 싶다’ 같이 우울증으로 추정할 만한 표현을 분류했다. 이어 이 같은 증상이 언급된 횟수와 정도 등을 토대로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정신질환 분류 및 진단 절차인 DSM-5 기준에 따라 우울증 정도를 판단했다. 이 과정을 자동처리하도록 딥러닝 훈련된 AI가 매일 온라인 게시글을 수집해 우울경향지수를 산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연구팀에는 빅데이터 분석에 능한 문헌정보학 전공자를 비롯해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전공자들이 참여했다. 의대 교수진에게서 정신의학 자문도 받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송민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의 우울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지표가 코로나19 시대에 ‘심리적 방역’ 정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 다른 나라의 우울지수 산출 모델도 개발해 국가 간 비교연구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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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日 제국주의 선전에 이용된 ‘가짜 중국인’

    일본 이름 야마구치 요시코, 중국 예명은 리샹란(李香蘭). 일제는 일본인인 그녀를 만주국에서 리샹란이라는 중국 여배우로 둔갑시켜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데 이용했다. 중국을 고국으로, 일본을 조국으로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평생 물음표를 가지고 살아야만 했다. 이 책은 중국에서 나고 자란 야마구치가 일제의 이데올로기 선전에 이용되다가 일본 패망 후 일본으로 돌아온 직후까지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1920년 중국 동북구 푸순에서 태어난 야마구치는 1933년 선양에서 우연히 가곡 발표회에 출연했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노래 실력은 물론 얼굴도 빼어난 데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유창한 야마구치는 곧바로 일본 군부의 눈에 띄었다. 당시는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 이후 1932년 만주국을 설립하고 중국 대륙 침략을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야마구치는 일본 군부의 의도에 휘말려 의지와 무관하게 만주국에서 활동하는 영화배우로 전향하게 된다. 부모가 일본 영화제작사와 전속 계약서를 써버리는 바람에 그는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리샹란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인 여배우 행세를 했다. 이후에는 오족협화(五族協和·일본이 중심이 되어 구미 제국주의를 막아냄) 정책에 따라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 ‘백란의 노래’에서 그는 일본인 청년을 열렬히 사랑하는 중국인 아가씨 역을 맡았다. 훗날 일본의 한 영화평론가는 이를 “일본인의 달콤한 자부심을 만족시키는 감미로운 환상”이라고 혹평했다. 일본의 선전 영화에 다수 출연한 이력 때문에 1945년 일본이 패전한 후 그는 중국에서 매국노를 뜻하는 ‘한간(漢奸)’으로 몰려 총살 위기에 놓인다. 가까스로 일본에 살아 돌아온 그는 결혼을 계기로 영화계에서 은퇴했지만, 1969년 일본의 쇼 프로그램 사회자로 방송에 복귀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유럽, 중동, 동남아 지역을 다니며 베트남전쟁 취재, 팔레스타인 여성해방 운동가 인터뷰 등 세계 분쟁 지역을 다니는 준(準)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4년 참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한 후 환경청 정무차관을 지냈다. 특이한 점은 위안부 문제 일본 측 대표 단체인 ‘아시아여성기금’ 부총재를 지낸 것. 이를 두고 역자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일본이 만들어 낸 가짜 중국인 배우로 활동했지만, 은퇴 후 야마구치 요시코는 외교와 동아시아에서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사죄에 지속적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야마구치 요시코로 돌아온 저자는 1987년 일본에서 자서전을 발간하며 자신의 부끄러웠던 배우 생활에 대해 고백한다. “너무 늦게 찾아온 자책감에 며칠 동안 잠들지 못했다. …과거에 찍은 ‘죄 많은’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한 일을 솔직하게 말하려고 했다. … 이렇게 리샹란에 관한 정리를 끝낸 일이 기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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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도 못 막는 ‘인간의 여행 본능’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프랑스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어딘가 계속 이동하는 본성을 가리켜 인류를 ‘여행하는 자’ ‘길을 가는 자’라고 정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호모 비아토르는 최대한 ‘언택트’를 확보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다. 지난해 교보문고 여행 베스트셀러 상위 20종은 전부 세계여행을 주제로 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월간 여행 베스트셀러 목록에 국내여행을 소재로 한 책이 늘더니 지난달에는 상위 20위 중 14종이 국내여행 소재 책이었다. 같은 달 온라인서점 예스24와 알라딘의 여행 베스트셀러 20위에도 국내여행 관련 책이 각각 10종, 9종 올랐다. 국내여행 콘셉트는 비대면, 비접촉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안 나오는 비인기 여행지를 모아뒀다’가 광고 카피인 책도 있다. ‘대한민국 섬 여행 가이드’(중앙북스)는 청정 여행지를 강조하며 섬 45곳을 안내한다.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가 있거나 캠핑하기 안전한 섬도 알려준다. ‘아름다운 사찰여행’(상상출판)은 템플스테이 등을 할 수 있는 산사를 추천한다. 신혼여행지로 다시 떠오른 제주도 탐색, 수도권 근교 당일치기 숨은 여행지 찾기,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여행하기 등을 주제로 한 책들도 인기다. 전국관광지도도 여행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에이든 우리나라 전국 여행지도’는 A1 사이즈 지도에 전국 관광지와 특징을 간략히 써놓았다. 이 지도를 펴낸 ‘타블라라사’는 전국지도가 반응이 좋아 지난달 지역별 지도에 관광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추가 출간했다. 타블라라사 관계자는 “여행블로거만 따라가지 말고 나만의 루트를 짜보라는 취지”라며 “여행 수요가 국내로 몰리면서 관광지도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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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샛노란 한국식, 내일은 눅진한 일본식, 모레는 달달한 태국식[덕후의 비밀노트]

    《특정 대상에 푹 빠져 마니아 겸 준(準)전문가가 된 덕후(오타쿠를 발음에 가깝게 표기한 우리말 조어)들의 비밀 노트를 공개한다. 다년간 세심한 취향으로 축적한 덕후들의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꼭 소개하고 싶은 대상을 추천받았다.》 2016년 8월 19일 점심, 30대 직장인 노래(필명) 씨는 비 오듯 땀을 뻘뻘 흘리며 뚝딱 해치운 토마토치킨 카레의 강렬한 경험 이후 카레에 빠졌다. 그 카레 한 그릇을 먹는 동안은 끝없는 업무 프로젝트, 고객의 거친 피드백, 만성 거북목 통증을 완전히 잊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17년 회사를 관둔 뒤 프리랜서로 지낸 동안은 3차례에 걸쳐 일본 도쿄로 카레 여행을 다녔다. 현재는 그래픽디자이너라는 본업으로 돌아와 카레와 함께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저서로 ‘작고 확실한 행복, 카레’ ‘오늘의 기분은 카레’가 있다. 1년에 300회 정도 카레를 먹는 그에게 코로나블루로 우울한 요즘, 한입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는 카레 맛집과 조리법을 추천 받았다. ○ 덕후의 맛집 추천: 소꼬리찜을 토핑으로 ▷집밥 같은 카레=시중에 파는 카레가루를 풀어 당근과 감자 등을 넣고 집에서 끓여 먹는 카레가 익숙하다면, 일단 시작은 한국식 노란 카레로 해보자. 서울 종로구 ‘동경우동’에서는 언제 봐도 익숙한 노란 카레가 주문 3분 만에 밥과 함께 흥건히 담겨 나온다. 재료를 오래 끓여 식감이 부드럽다. 서울 종로구 ‘쉬는시간’과 서울 중구 ‘남산카레집’에서도 집밥이 생각나는 카레를 맛볼 수 있다. ▷밥 대신 면=우동면과 카레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 중구 ‘브라운코트’에서는 굵은 국수면을 내준다. 프랜차이즈 ‘코노야’, 서울 성동구 ‘탐광’, 서울 종로구 ‘고가빈 커리하우스’ 등에서도 면과 카레를 즐길 수 있다. ▷일본식 카레=오랜 시간을 들여 숙성시켜 진하게 만든 일본식 카레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여러 토핑을 얹는 재미가 있다. 서울 송파구 ‘카레바시야’에서는 소꼬리찜, 소시지, 콘치즈 교자, 치즈스틱 등을 토핑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작은 컵에 진한 아메리카노가 같이 나오는데, 카레를 먹다가 커피를 마시고 다시 카레를 먹으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부산 중구 ‘겐짱카레’, 서울 중구 ‘카렝’ 등에서도 눅진한 일본식 카레를 즐길 수 있다. ▷향신료 카레=인스턴트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향신료만으로 카레를 만드는 곳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성동구 ‘카린지’에서는 진한 토마토 맛과 블랙커민시드 향이 어우러진 카레를 판다. 서울 광진구 ‘케루악’, 대구 중구 ‘카레탄토’에서도 순수 향신료로 만든 카레를 맛볼 수 있다. ▷버터치킨 카레=서울 종로구의 ‘공기식당’도 순수 향신료로 카레를 만드는데 매일 2, 3가지씩 메뉴를 바꿔가며 손님상에 낸다. 버터치킨 카레는 거의 매일 나오는 고정 메뉴로, 토마토와 견과류 맛이 더해져 풍미가 좋다. 서울 마포구 ‘수카라’, 종로구 ‘도토리브라더스’ 등도 비슷한 느낌의 버터치킨 카레를 판다. ○ 덕후의 요리 팁: 바나나우유로 단맛 내기 1. 물 대신에 우유나 코코넛밀크를 넣는다. 단맛을 내고 싶으면 바나나우유를 넣어도 좋다. 2. 양배추, 당근, 양파, 파를 버터에 볶은 다음 믹서에 갈아 카레에 넣으면 채소의 단맛을 즐길 수 있다. 3. 땅콩버터 또는 견과류 버터, 참깨 가루를 넣으면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해진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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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혁신의 아이콘 우버는 왜 위기를 맞았나

    ‘슈퍼 펌프드(super pumped)’는 우버가 강조하는 인재상이었다.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 찬 상태’라는 의미로, 공유경제의 아이콘 우버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호전적 카리스마를 앞세운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캐릭터를 설명하기도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IT전문기자인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2008년 창업 이후 승승장구했지만 2017년 큰 위기를 맞은 우버를 12개월간 취재해 스타트업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경쟁 지향적 성향이 독단적 리더십과 만났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분석했다. 저자는 “많은 창업자와 벤처 투자자는 우버 이야기를 실리콘밸리의 최고와 최악을 상징하는 경고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우버의 성공과 위기는 다분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기자’는 캘러닉의 성향에서 기인했다. 캘러닉은 직원들을 무한 노동으로 내몰았고 편법도 일삼았다. 실리콘밸리에서 종종 ‘나쁜 놈’이라 불린 캘러닉은 자신의 적극성을 왜 모두가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캘러닉은 경쟁을 선(善)으로 봤고, 언제나 승자만 곁에 두려고 했다”고 지적한다. 남성 중심적 사고를 지닌 MBA 출신을 우대한 것도 화근이었다. 2017년엔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여직원의 사내 성 추문 폭로, 구글과의 지식재산권 소송, 캘러닉의 유흥업소 방문 스캔들이 불거졌다. 캘러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맡게 되자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우버 이용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우버를 삭제하라(#deleteUber)’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우버는 고객 50만 명을 잃었다. 대주주들의 압박으로 캘러닉이 2017년 회사를 떠나면서 우버의 위기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의 창업자들 역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구축하기 위해 원칙을 외면하고 지름길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캘러닉이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려놓으며 “…먼저 제가 트래비스2.0을 창조해야 한다” “… 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라…”며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은 곱씹어볼 만하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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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시대 출신 가수 제시카, 자전적 소설 ‘샤인’ 출간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였던 제시카(정수연·31·사진)의 자전적 소설 ‘샤인’이 29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다. ‘샤인’은 한국에서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모든 걸 걸고 뛰어든 17세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한국계 미국인 주인공 ‘레이첼 김’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6년 동안 대형 연예기획사인 ‘DB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내지만, 톱스타 ‘제이슨 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삶이 흔들리는 과정을 그렸다. 스타가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끝 모를 연습생 생활, 내부의 시기와 질투, 여자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부당한 대우 등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샤인’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1개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국내에서는 영화화도 결정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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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계서 1억부 팔린 범죄소설 ‘밀레니엄’ 6권 완간

    스웨덴 범죄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사진)가 6권 ‘두 번 사는 소녀’(문학동네)를 끝으로 완결됐다.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1954∼2004)이 3권까지 집필한 후 숨진 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이어받아 4∼6권을 써서 마무리했다. ‘두 번 사는 소녀’는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걸인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걸인의 점퍼 주머니에서는 미카엘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나온다. 피어싱과 문신을 한 깡마른 여성 천재 해커 리스베트와 탐사보도 전문 남성 베테랑 기자 미카엘은 걸인의 죽음에 얽힌 국방부 장관 부정 사건의 단서를 따라간다. 리스베트와 그의 쌍둥이 동생 카밀라의 최종 대결도 펼쳐진다. 사회주의자로서 극우, 신나치즘, 인종차별 등을 비판하는 사회 고발 전문 계간지 ‘엑스포’의 편집장 겸 기자이던 라르손은 당초 밀레니엄을 10부작으로 기획했다. 그러나 2004년 3권 ‘벌집을 발로 찬 소녀’를 써놓고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2005년 나온 밀레니엄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자 이 시리즈를 출간한 노르스테츠 출판사와 유족은 2013년 라게르크란츠를 후임 작가로 공식 선정했다. ‘나는 즐라탄이다’ ‘앨런 튜링 최후의 방정식’ 같은 베스트셀러를 쓴 라게르크란츠 역시 기자 출신이다. 밀레니엄은 그동안 52개국에서 1억 부 넘게 팔렸다. 스웨덴에서는 시리즈 1∼3권이 모두 영화화됐고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4권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미카엘 역의 남자배우보다 리스베트 역의 노미 라파스, 루니 마라 등이 주목받았다. 아마존 스튜디오와 소니픽처스가 TV드라마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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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업은 교수, 부업은 동네책방 사장… 10년 버티는게 목표예요 ㅎㅎ”

    서울 은평구 지하철3·6호선 연신내역 사거리를 두 블록 지나 골목길로 접어들면 부동산들이 늘어선 거리에 녹색 간판의 ‘니은서점’이 있다. 2018년 가을 문을 열어 올해로 만 2년째. 지난해까지는 하루에 책 한 권도 못 파는 ‘빵 권 데이’가 수두룩했지만 이제는 매출의 약 70%를 단골손님들이 채울 만큼 자리를 잡았다. “독립(동네)서점은 2년 차까지가 위기예요. 임대차계약 2년이 끝날 때쯤이면 적자를 못 이겨 대부분 문을 닫죠. 과도기인 3, 4년 차를 버티고 5년 차쯤 되면 분명 흑자가 날 겁니다.” 니은서점 사장은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54)다. 최근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을 낸 노 교수는 2년 전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을 의미 있게 쓰고자 서점을 열었다. 많이 배우지 못하셨던 부모가 항상 교육에 목말라 하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조금씩 매출이 나아지는 현실에 ‘혹해’ 제목에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라는 염원을 담았다. 14일 니은서점에서 만난 노 교수는 “10년을 버텨 독립서점계의 레전드가 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다. 월세 70만 원, 책 구입비, 인건비 등으로 매달 100만 원 정도 나는 손실은 교수 월급으로 메우고 있다. 다만 1년 차 때보다는 단골손님이 늘면서 적자 폭이 줄고 있어 고무적이다. 처음에는 책 팔아주려고 오는 지인들이 전부였다. 이제는 지역 손님과 지인 비율이 6 대 4 정도다. 노 교수는 “대학교수는 내 ‘본캐(본캐릭터)’고, 서점 사장은 내 ‘부캐(부캐릭터)’”라며 “서점 운영은 일종의 ‘취미 병(病)’인데 골프 치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은 돈을 쓰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주변에서 ‘비싼 취미’ ‘고상한 취미’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취미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형 서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니은서점에는 노 교수를 비롯한 ‘북텐더’가 5명 있다. 바텐더의 바(bar)를 북(book)으로 바꾼 북텐더는 서점에 놓을 책을 엄선하고 손님 취향을 고려해 좋은 책을 추천한다. 자신들이 추천한 도서에는 그 사유를 손으로 적은 띠지를 두른다. 노 교수가 수업을 하는 낮 시간에는 대학원생, 작가 지망생 등 북텐더 4명이 요일마다 1명씩 일한다. 독립서점에 아르바이트생 4명은 사치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주며 비용을 최소화한다. 서점에는 북텐더들이 선택한 인문, 사회, 예술 서적 등을 주로 진열한다. 베스트셀러는 의식적으로 배제한다. 일부 동네서점처럼 커피 등 음료나 다과를 팔지는 않지만 ‘하이엔드 북토크’라는 저자 초청 강연도 했는데 요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노 교수가 직접 인스타그램 라이브 강연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달간 서점을 찾는 손님이 많이 줄어 출혈을 감수하고 온라인 무료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료 배송으로 5권을 팔면 1권 몫의 이윤은 배송료로 쓰이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책이 한 권도 안 팔린다. 노 교수는 “이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독서 생태계 안에서 책을 팔아 흐름을 일으켰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니은서점은 ‘지적 역량을 갖춘 서점’ ‘소(小)우주 같은 서점’을 추구한다. 10년여가 지나면 정년을 맞는 노 교수는 “그때부터는 본업으로 서점을 운영할 것”이라며 “손님이 손을 뻗어 아무 책이나 골라도 ‘와, 이런 책이 있었네’라며 만족할 만한 서점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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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사 현장보다 죽음 앞에 매정한 인간 군상 볼 때 더 힘들어”

    《넘기다 만 신문, 먹다 남긴 편의점 도시락, 활짝 웃으며 찍은 가족사진, 그리고 시간이 멈춘 방…. 갑자기 주인을 잃은 고독한 방 안을 쓸고 닦는 이가 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자리를 뒷정리하고, 남겨진 유품 정리가 끝나면 꽃을 놓고 향을 피우며 떠난 이의 마지막을 애도한다.》연간 고독사 발생 건수가 3만 건에 가까운 일본에서 고지마 미유 씨(28)는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에서 일한다. 고지마 씨는 평범한 직원이 아니라 언론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이다. 고독사 현장을 정교한 미니어처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특수청소를 해온 고지마 씨는 뉴스의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만으로는 심각한 현실을 알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6년 일본의 장례산업 관련 행사인 ‘엔딩산업전’에 미니어처를 처음 선보였다. 현장을 완벽하게 살려낸 세밀함과 정교함은 NHK,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물론 영국 가디언, 독일 ZDF 등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저서 ‘시간이 멈춘 방’을 번역 출간한 고지마 씨를 e메일로 만났다. “이 일을 왜 하죠?” 고지마 씨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시신이 있던 마지막 자리를 치우는 일을 꽃 같은 나이의 여성이 한다고 하니 궁금해할 만하다. 그가 죽음이란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은 학창 시절 54세로 돌연사한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어머니가 마침 아버지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시신이 언제 발견됐을지 몰랐다. 고지마 씨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에야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지마 씨는 1년에 370건 정도 고독사 현장을 청소한다. 22세에 일하던 우체국을 그만두고 특수청소를 하겠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고지마 씨는 “일을 시작하기 전 내성이 생기도록 시신 사진을 찾아보며 단단히 준비했다. 나중에 어설프게 후회하는 것은 유족과 고인에게 실례라고 생각했다. 사명감이나 정의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했다. 끔찍한 현장에서 일하는 만큼 당연히 트라우마도 생겼다. 쓰레기가 가득 찬 집에서 나오는 바퀴벌레 수천 마리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돌아가신 분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 적은 없어요. 한때는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낀 인간이니까요. 고인을 내 가족처럼 여기고 방을 청소해요.” 하지만 바퀴벌레보다 더 마주하기 힘든 것은 죽음 앞에서도 매정한 인간 군상을 목격할 때다. 고지마 씨는 “자살한 아들의 집 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우는 아버지 앞에 주택 관리회사 직원이 부당한 수리비용을 청구했다. 울면서 ‘낼게요, 낼게요’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며 같이 울었다”고 했다. 또 “애도의 말 한마디 없이 귀중품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이웃도 있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고독사는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지마 씨가 만든 미니어처는 지금까지 총 8점이다. 유튜브에서 미니어처 제작 방법을 찾아가며 독학했다. 그는 “미니어처 공개 이후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 환기됐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사후 6∼8개월 지난 현장 의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 달 내에 발견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고지마 씨는 1인 가구 증가로 한국에서도 고독사가 늘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고독사는 고령자뿐 아니라 젊은 사람에게도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부모님, 연인, 부부, 자녀 등 소중한 사람의 생존은 당연한 게 아닙니다. 안부를 자주 주고받고 가능하면 직접 만나세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에 아무리 후회해도 늦어요.”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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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민아의 ‘디바’… 이정현의 ‘죽지 않는…’, ‘언택트 추석’ 영화팬 선택은?

    추석 연휴를 기대하며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승리호’ ‘모가디슈’ 같은 대작이 개봉 일정을 잡지 못한 가운데 작지만 알찬 영화들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정부가 14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영화사와 극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먼저 23일 개봉하는 ‘디바’는 다이빙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최고 기량을 갖춘 다이빙 선수인 이영(신민아)은 그를 질투하는 친구 수진(이유영)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기억을 잃는다. 수진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의심에 빠진 이영은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광기를 보인다. ‘택시운전사’ ‘가려진 시간’의 각본을 맡은 조슬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신민아와 이유영은 4개월 동안 별도 트레이닝을 받으며 근육량을 늘리는 등 다이빙 선수 역을 준비했다. 코믹 스릴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29일 개봉한다. ‘시실리 2km’ ‘차우’ 등을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신혼살림을 차린 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유성오)이 보통사람 같지 않아 의심한다. 만길이 자신을 죽이고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희 등은 그를 처리하기 위해 한바탕 작전을 펼친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가족애를 그린 영화 ‘담보’는 이달 말(날짜 미정) 개봉 예정이다.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9세 소녀 승이(박소이)를 담보로 맡게 된다. 서로에게 모두 원치 않는 만남이었지만 마음 둘 곳 없던 이들끼리 의지하다 정이 들어 점차 가족이 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성인이 된 승이 역은 배우 하지원이 맡았다. 올 상반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주목 받은 김대명이 첫 주연을 맡은 ‘돌멩이’는 30일 관객을 만난다. 몸은 어른이지만 지능은 8세 정도인 30대 청년 석구(김대명)는 시골에서 정미소를 운영한다. 어느 날 석구는 마을 잔치 중에 소매치기로 오해를 받은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돕게 되고, 이를 계기로 둘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정미소에 혼자 있던 은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범죄자로 몰린 석구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점차 외면당하게 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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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스 재럿 트리오’ 재즈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별세

    재즈 베이스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5세. 1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피콕이 미국 뉴욕주 올리브브리지의 자택에서 4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5년 미 아이다호에서 태어난 그는 20세 전까지 피아노를 연주하다 이후 베이스로 바꿨다. 1950년대 중반 로스앤젤레스에서 재즈 기타리스트 로린도 알메이다, 바니 케셀 등과 연주하며 재즈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색소포니스트 앨버트 아일러의 ‘고스트’ 등 명반 녹음에 참여했다.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 폴 블레이 등과도 연주했다. 1983년부터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의 권유로 키스 재럿 트리오에 참여해 20여 장의 앨범을 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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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유목민의 땅’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클로이 자오 감독(38·사진)의 영화 ‘유목민의 땅(Nomadland)’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폐막한 베니스 영화제는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유목민의 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작품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불황기에 밴 차량을 타고 미국 서부를 유목민같이 떠도는 60대 여성의 실제 삶을 그렸다. 1997년과 2018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각각 ‘파고’와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2차례 받은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주연을 맡았다. 자오 감독은 마동석이 주인공 10명 가운데 하나인 길가메시 역으로 나오는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연출을 맡고 있기도 하다. 여우주연상은 ‘여성의 조각들(Pieces of a Woman)’의 영국 배우 버네사 커비가, 남우주연상은 ‘우리 아버지(Padrenostro)’의 이탈리아 배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가 받았다. 최우수 감독상은 ‘스파이의 부인(Wife of a Spy)’의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멕시코 감독 미첼 프랑코의 ‘새로운 질서(Nuevo Orden)’에 돌아갔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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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매매 굴레에 빠진 여성들

    부산과 대구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돕기 위해 뛰어온 여성 저자들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타의에 의해 성매매 굴레에 빠져들게 되고, 왜 벗어날 수 없으며, 이들이 세상의 어떤 편견과 싸우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완월동 여자들’에서 저자 정경숙 씨는 전국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부산 완월동에서 성매매 여성을 돕는 여성단체 ‘살림’을 이끌며 18년간 활동한 경험을 담았다. 성매매 여성들을 ‘언니’라고 부르는 저자는 이들이 살림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와서 성매매 업소와의 질긴 악연을 끊어내도록 돕는다. 누군가 알아볼까 봐 버스를 타고 카페에 가는 것조차 겁내는 언니들이 스스로 조직한 단체 ‘나린아띠’를 통해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성매매 업소에 위장 취업해 경찰과 함께 업주 소탕 작전에 나서는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은 성매매가 얼마나 강압적이고 구조적으로 이뤄지는지를 20년간 여성단체에서 일해 온 저자가 여실히 보여준다. 업주의 횡포로 손에 돈 한번 제대로 쥐어보지 못한 여성들이 수천만∼수억 원의 빚을 지게 만드는 개미지옥 같은 구조에 집중한다. ‘성매매는 자발적인 노동’이며 ‘성매매 여성들은 돈을 쉽게 번 만큼 사치스럽게 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덧입혀진 것은 성매매에 동조하는 일각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시각이라고 고발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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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래로 못다 풀어 글로… 나는 ‘작가수’다

    가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가수는 음악으로 표현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글을 통해 표현할 수 있고, 출판사는 가수의 기존 팬을 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가수 장기하는 11일 첫 에세이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문학동네)를 냈다. 지난해 1월 밴드 해체 이후 1년간 ‘나를 괴롭히지만 사소한 것들’을 소재로 생각을 넓혀가며 글을 썼다. 장기하는 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글 쓰는 게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지만 글을 쓸수록 음악과 글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큰 서점을 운영하셨는데도 손자인 나는 ‘책을 잘 못 읽는다’고 썼으니 괜히 죄송하다. 살아 계셨다면 굉장히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2017년 작고한 장하구 전 종로서적 회장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초판 8000부가 사전 예약 매진됐다.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같이 일상에서 벼린 삶의 통찰력을 드러내는 가사로 대중을 사로잡은 그는 이 책을 쓰는 동안 노래 한 곡 만들지 못했다. “지난 1년 반은 나 홀로 노래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책을 쓰면서 이제 정리가 됐다. 결국 나의 정체성은 ‘나의 말’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가사) 이외에 다른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다.” 가수 박진영이 지난달 출간한 에세이 ‘무엇을 위해 살죠?’(은행나무)는 초판 1만 부가 출간 3일 만에 나갔다. 이 책은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그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신앙관에 대해서 쓴 책이다. 종교 관련 내용이 많아 거부감을 느낄 독자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때맞춰 발표한 그의 신곡 ‘When We Disco’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은행나무 관계자는 “연예인이 작가인 경우 TV프로그램 출연으로 마케팅이 저절로 된다”며 “대중적 호감도를 어느 정도 확보한 ‘셀럽’은 일반 작가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작사, 작곡과 글을 쓰는 메커니즘이 비슷하다는 것도 가수 출신 에세이스트가 늘어가는 이유다.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 핫펠트(예은)는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던 때를 17∼19세 사춘기와 비교하며 당시의 불안한 감정을 풀어낸 책 ‘1719’를 올 4월 펴냈다. 핫펠트는 온라인 에세이 구독 서비스인 ‘책장 위 고양이’ 필진으로도 활동한다. 책장 위 고양이를 운영하는 김민섭 작가는 “핫펠트 합류 이후 구독자가 하루에 100%가량 증가한 적도 있다”며 “음악을 하면서 효과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감각적으로 익혔고 이를 다른 직군에 비해 글로 잘 표현한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같은 원더걸스 출신으로 현재 방송인 겸 통·번역가로 활동 중인 혜림의 ‘여전히 헤엄치는 중이지만’(한겨레출판사), 걸그룹 시크릿 출신 전효성의 ‘나도 내가 처음이라’(스튜디오오드리)도 꾸준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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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탄 복근에 건강미 뿜뿜… “뚱뚱해도 괜찮아, 근육이니까”

    ‘팔뚝은 마동석, 얼굴은 문근영.’ 케이블TV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 중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정유인이 처음 등장할 때 나타난 자막이다. 정 선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어깨와 팔 근육이 조금 과장해서 배우 마동석만큼 우람하지만, 앳된 얼굴은 배우 문근영과 닮아 반전(反轉) 캐릭터로 인기다. 한때 정 선수는 근육에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육을 줄여 보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많은 여성 팬의 응원 속에서 정 선수는 방송에서 민소매를 입고 근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채 즐거워한다. 여성과 근육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가녀린 몸, 하얀 피부를 여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존감을 찾아 건강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 근육을 키우는 여성이 늘고 있다. 어떤 몸이 여성스러운 몸인가에 대해 여성 스스로조차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편견을 깨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의 개그우먼 김민경도 ‘먹방’을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운동 덕분에 여성미를 재정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민경은 건강하게 먹기 위해 헬스와 필라테스를 한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타고난 근(筋)수저’ ‘태릉(선수촌)이 빼앗긴 인재’ ‘민경장군’ 등 별명도 얻었다. 이렇게 얻은 호감 이미지로 최근 화장품 광고도 찍었다. 출판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돼 왔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휴머니스트)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웅진지식하우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다산책방) ‘여자는 체력’(메멘토) 같은 책은 모두 젊은 여성이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동시에 운동하는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시선과 싸워온 경험을 녹인 에세이다. 이들의 운동 목표는 다이어트보다는 건강과 근육에 방점이 있다. 날씬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튼튼한 몸으로 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이들은 운동센터를 찾은 여성에게 다짜고짜 “다이어트하러 오셨죠”라고 물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자는 체력’을 쓴 운동처방사 박은지 씨는 “여성은 운동하기 전에 자기 몸에 대한 재평가부터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회나 타인이 원하는 몸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며 “내 적정 몸무게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 때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는 이슈에서 소외되던 50대 이상의 여성도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올해 50세가 된 배우 황석정은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체중을 10kg 감량하고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갱년기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동화작가 이민숙 씨(50)가 쓴 ‘50, 우아한 근육’(꿈의지도)은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000권이 다 나갔다. 꿈의지도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하얗고 마른 몸’이라는 19세기의 수동적인 여성상이 주입됐다면 이제는 헬스, 복싱을 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페미니즘적 자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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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요즘 ‘근육 언니들’이 뜬다

    ‘팔뚝은 마동석, 얼굴은 문근영.’ 케이블TV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 중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정유인이 첫 등장할 때 나타난 자막이다. 정 선수는 훈련으로 만들어진 어깨와 팔 근육이 조금 과장해서 배우 마동석만큼 우람하지만, 앳된 얼굴은 배우 문근영과 닮아 반전(反轉) 캐릭터로 인기다. 한때 정 선수는 근육에 쏠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육을 줄여 보정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많은 여성 팬의 응원 속에서 정 선수는 방송에서 민소매를 입고 근육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채 즐거워한다. 여성과 근육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가녀린 몸, 하얀 피부를 여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존감을 찾아 건강하고 나답게 살기 위해 근육을 키우는 여성이 늘고 있다. 어떤 몸이 여성스러운 몸인가에 대해 여성 스스로조차 남성 중심적 시각으로 바라보던 편견을 깨는 데 도전하는 것이다. 웹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의 개그우먼 김민경도 ‘먹방’을 이어가기 위해 시작한 운동 덕분에 여성미를 재정의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민경은 건강하게 먹기 위해 헬스와 필라테스를 한다.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라 ‘타고난 근(筋)수저’ ‘태릉(선수촌)이 빼앗긴 인재’ ‘민경장군’ 등 별명도 얻었다. 이렇게 얻은 호감 이미지로 최근 화장품 광고도 찍었다. 출판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돼왔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휴머니스트)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웅진지식하우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다산책방) ‘여자는 체력’(메멘토) 같은 책은 모두 젊은 여성이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동시에 운동하는 여성이 겪는 성차별적 시선과 싸워온 경험을 녹인 에세이다. 이들의 운동 목표는 다이어트보다는 건강과 근육에 방점이 있다. 날씬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튼튼한 몸으로 더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 멘다. 이들은 운동센터를 찾은 여성에게 다짜고짜 “다이어트하러 오셨죠”라고 물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여자는 체력’을 쓴 운동처방사 박은지 씨는 “여성은 운동하기 전에 자기 몸에 대한 재평가부터 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사회나 타인이 원하는 몸으로 맞추려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며 “내 적정 몸무게는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 때 결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운동이라는 이슈에서 소외되던 50대 이상의 여성도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리나이로 올해 50세가 된 배우 황석정은 KBS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체중을 10kg 감량하고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갱년기 우울증을 이기기 위해 운동을 시작한 동화작가 이민숙 씨(50)가 쓴 ‘50, 우아한 근육’(꿈의지도)은 출간 한 달 만에 초판 2000권이 다 나갔다. 꿈의지도 관계자는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도 모르게 ‘하얗고 마른 몸’이라는 19세기의 수동적인 여성상이 주입됐다면 이제는 헬스, 복싱을 하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페미니즘적 자각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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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부, 무과 급제해 덕수 장씨 시조가 된다는데…

    집안이 가난했던 흥부와 놀부는 부유한 처가에 데릴사위로 장가든다. 흥부는 하루에 밥을 스물아홉 공기씩 먹는 엄청난 먹성을 가진 부모를 봉양하려다 처가 재산까지 탕진하고 만다. 반면 놀부는 부모의 가난을 모른 척하며 부를 누리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고쳐주게 되고,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자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온다. 흥부는 무과에도 급제해 황해도의 양반 가문인 덕수 장씨의 시조가 된다. 놀부는 흥부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박씨를 얻지만, 금은보화 대신 박에서 놀이패가 튀어나와 재산을 빼앗아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의 ‘흥보만보록’이 책으로 나왔다. 1833년 책력(책 형태로 된 달력) 뒷장에 필사된 흥보만보록은 지금까지 발견된 40여 종의 흥부전 이본(異本) 가운데 최고본(最古本)이다. 우암 송시열의 후손인 송준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대대로 소장해오던 것을 2017년 공개했다. 이를 현대어로 해석해 처음 책으로 낸 김동욱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41)는 6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흥보만보록은 권선징악, 조선 후기 사회 부조리 고발에 집중한 기존 흥부전과는 다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흥부가 신분 상승하는 성공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흥부를 통해 당시 하층민들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흥부는 먹을 것이 없어 기진맥진해 흙바닥에 드러누울 정도로 가난했지만, 신분 상승에 성공한다. 김 교수는 “부자가 된 흥부는 ‘빠진 것 없는 밥상’을 차려 놓고 먹는다. 훗날 무과에 급제하는 것은 굶주림으로부터 탈피한 뒤 신분 상승을 하고 싶은 하층민의 꿈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판소리로 각색되기 전 초기 흥부전의 특징을 보여준다. 놀부는 가난한 부모를 외면하기는 하지만, 익숙한 흥부전 내용처럼 흥부 몫의 부모 유산을 가로챌 정도로 나쁜 인물은 아니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에는 놀부 마누라가 주걱으로 흥부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놀부가 흥부에게 심술을 부리는 장면도 없다”고 했다. 다만 놀부는 음식을 구하러 온 흥부에게 “처부모님 덕분에 재산과 논밭을 풍족하게 두고 먹는데, 부모님은 무슨 낯으로 내 것을 달라 하며 너는 무슨 염치로 나를 보채느냐”라고 묻는다. 김 교수는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 데릴사위가 된 놀부가 처부모 재산을 함부로 나눠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논리”라며 “후대에 흥부전이 각색될수록 권선징악 교훈이 강조되면서 놀부가 악한 캐릭터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소 배경이 보통 알려진 전북 남원이 아닌 평양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은 평양 서촌, 지금의 평안도 평원군 순안면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원래 흥부전은 평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을 수 있다”며 “흥부전이 판소리로 향유되기 시작하면서 판소리의 본고장인 호남의 남원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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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부는 애초엔 못된 놈이 아니었다? ‘흥보만보록’ 내용 보니…

    집안이 가난했던 흥부와 놀부는 부유한 처가에 데릴사위로 장가든다. 흥부는 하루에 밥을 스물아홉 공기씩 먹는 엄청난 먹성을 가진 부모를 봉양하려다 처가 재산까지 탕진하고 만다. 반면 놀부는 부모의 가난을 모른척하며 부를 누리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고쳐주게 되고, 제비가 물어다준 박씨를 심자 박에서 금은보화가 나온다. 흥부는 무과에도 급제해 황해도의 양반 가문인 덕수 장 씨의 시조가 된다. 놀부는 흥부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박씨를 얻지만, 금은보화 대신 박에서 놀이패가 튀어나와 재산을 빼앗아 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의 ‘흥보만보록’이 책으로 나왔다. 1833년 책력(책 형태로 된 달력) 뒷장에 필사된 흥보만보록은 지금까지 발견된 40여종의 흥부전 이본(異本) 가운데 최고본(最古本)이다. 우암 송시열의 후손인 송준호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대대로 소장해오던 것을 2017년 공개했다. 이를 현대어로 해석해 처음 책으로 낸 김동욱 계명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사진·41)는 6일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흥보만보록은 권선징악, 조선 후기 사회 부조리 고발에 집중한 기존 흥부전과는 다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던 흥부가 신분상승하는 성공 스토리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흥부를 통해 당시 하층민들의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흥부는 먹을 것이 없어 기진맥진해 흙바닥에 드러누울 정도로 가난했지만, 신분상승에 성공한다. 김 교수는 “부자가 된 흥부는 ‘빠진 것 없는 밥상’을 차려 놓고 먹는다. 훗날 무과에 급제하는 것은 굶주림으로부터 탈피한 뒤 신분상승 하고 싶은 하층민의 꿈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흥보만보록은 판소리로 각색되기 전 초기 흥부전의 특징을 보여준다. 놀부는 가난한 부모를 외면하기는 하지만, 익숙한 흥부전 내용처럼 흥부 몫의 부모 유산을 가로챌 정도로 나쁜 인물은 아니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에는 놀부 마누라가 주걱으로 흥부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놀부가 흥부에게 심술을 부리는 장면도 없다”고 했다. 다만 놀부는 음식을 구하러 온 흥부에게 “처부모님 덕분에 재산과 논밭을 풍족하게 두고 먹는데, 부모님은 무슨 낯으로 내 것을 달라 하며 너는 무슨 염치로 나를 보채느냐?”라고 묻는다. 김 교수는 “가난한 집에서 부잣집 데릴사위가 된 놀부가 처부모 재산을 함부로 나눠줄 수 없다고 거절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논리”라며 “후대에 흥부전이 각색 될수록 권선징악 교훈이 강조되면서 놀부가 악한 캐릭터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소 배경이 보통 알려진 전북 남원이 아닌 평양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김 교수는 “흥보만보록은 평양 서촌, 지금의 평안도 평원군 순안면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원래 흥부전은 평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을 수 있다”며 “흥부전이 판소리로 향유되기 시작하면서 판소리의 본고장인 호남의 남원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최고야기자 best@donga.com}

    • 202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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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울증-두통 치료 과거엔 어떻게 했을까

    얼음 깨는 송곳, 버터 바르는 칼, 끝이 날카로운 숟가락. 이 도구들은 20세기 초까지 두개골 절제술에 쓰였다. 메스나 의학용 드릴이 없었던 만큼 실생활에서 쓰던 도구들을 수술에도 썼나 보다 싶지만 당시 의사들이 두개골 수술을 한 이유를 살펴보면 경악할 만하다. 두통은 물론 간질이나 우울증, 신경쇠약 같은 정신적 문제가 있을 때는 머리에 구멍을 뚫어야 그 원인인 악마를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던 것. 저자는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 의학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기 전인 20세기 중반까지 어떻게 무지몽매하고 황당하기 그지없는 의술을 인류가 펼쳤고 또 믿어왔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17세기 유럽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여긴 인간의 혈액으로 잼을 만들어 먹었다든지, 이집트에선 인육을 꿀에 절여 치료제로 썼다는 등 지금 보면 황당무계한 방법을 모았다. 책을 읽고 나면 의학의 발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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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소설가 ‘박사농부’를 만나다

    “1년만 쉬기로 했다.” 23년간 작업실에서 쉬지 않고 소설을 써내려가던 저자는 어느 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답답함을 느꼈다. 하늘을 보고, 길 위를 걸으며 ‘문장 밖을 쏘다니고 싶었다’고 한다. 강릉 목포 곡성 부산 등의 낯선 마을들을 종으로, 횡으로 정처 없이 다녔다. 그중 그의 발길이 자주 머문 곳은 전남 곡성이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소설가로 살아온 저자는 ‘농부과학자’ ‘박사농부’ 이동현 대표를 만난다. 이 대표는 발아현미를 연구하고 가공하는 농업회사 미실란을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공통점이 거의 없을 것 같은 저자와 이 대표는 농업과 소설이라는 각자의 영역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깨달음을 얻어간다. 이 대표는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쳐온 우리에게 흙과 동식물로부터 깨달은 지혜를 전한다. 왕우렁이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벼가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또 기후변화, 식량위기 앞에 인간이 좌초되지 않도록 붙들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설파한다. 저자는 소멸해가는 농촌과 농업의 위기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쉼 없이 일하는 이 대표를 보며 소설을 쓰는 일과 곡식을 재배하는 일은 ‘반복의 미학’이라는 측면에서 닮았다는 것을 느낀다. 또한 아름다움은 화려한 겉모습에서 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지키는 태도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 제목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는 거기서 나왔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0-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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