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예측에도 ‘수학 방정식’ 활용할 수 있죠”

최고야 기자 입력 2020-08-26 03:00수정 2020-08-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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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대중화 이끈 김민형 교수
19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을 근본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욕심이기도 하고 오류이기도 하다”며 “완결성을 원하는 의지는 좋지만 그로 인해 수학을 어렵다고 느껴 싫어하면 안 된다”고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과 교수(57)는 “공식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수학을 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갑자기 연구실 한쪽 칠판 앞으로 나가 이 공식을 썼다. 최근 고등학생 대상 특강을 할 때 소개한 바이올린 현의 길이, 장력, 밀도를 이용해 음의 높낮이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L은 현의 길이, T는 장력, d는 밀도입니다. L이 커지면 음의 높이는 어떻게 될까요? L이 분모에 있으니 당연히 현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음은 낮아집니다. 장력과 밀도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장력은 커질수록, 밀도는 낮아질수록 음이 높아집니다. 모든 걸 종합해보면 바이올린 연주자는 음이 늘어진다고 생각될 때 줄을 조여서 음을 조절합니다. 길이를 줄이고 장력을 높여 늘어진 음을 다시 끌어올리는 겁니다. 이 공식은 뉴턴의 운동법칙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모두 다 알아야 수학을 이해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원에서 만난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짧은 수학 강의를 듣는 듯했다. 2018년 낸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8만 부 넘게 팔리며 수학 교양서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가 최근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출간했다. 마냥 난해한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수학의 면모를 보여주는 내용을 담았다. 첫 책보다 수학을 좀 더 깊게 논한다.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측하고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도 수학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숫자를 전부 세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에서 일부 표본을 추출해 모수를 추론할 때 포획·재포획법(capture recapture method)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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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재포획 방법은 생태학 연구에서 주로 쓴다. 예를 들어 연못에 사는 물고기 수를 추정할 때 1차로 100마리를 잡아 표시를 해서 풀어주고, 일정 기간 뒤 다시 100마리를 잡아 표시가 있는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세어 전체 물고기 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100마리 중 10마리에 표시가 있었다면 1차에 잡았던 100마리는 전체 물고기의 10%라고 추론한다. 즉 1000마리의 물고기가 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수를 예측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확산 속도에 따른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추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표본 연구를 통해 전체 수를 추정할 수 있지요.”

‘한국인 최초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녔던 김 교수는 올 3월 워릭대로 옮기면서 ‘수학 대중교육 석좌교수’라는 직함을 얻었다. 김 교수는 “학교를 옮기는 조건으로 대중교육 관련 타이틀을 달라고 했다”며 “수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대중교육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식 격차 해소를 위해 영재교육보다 대중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AI)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상황에서 AI의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능력 차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수학 원리를 알아야 기술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는 “몇몇 엘리트에게만 지식이 독점된다면 사회가 그들의 의견만을 따라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김민형 교수#수학 대중화#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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