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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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14~2025-12-14
문화 일반27%
연극19%
문학/출판13%
인사일반13%
음악10%
사회일반6%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3%
  • 美 홀린 韓애니 ‘킹 오브 킹스’, 국내 관객 만난다

    “보편적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볼 만한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예수의 생애를 그려 미국 등에서 돌풍을 일으킨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16일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장성호 감독은 2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시사·간담회에서 “종교적인 소재라 특정층만 반응할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한국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1세대인 그는 3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 현장을 누빈 베테랑으로, 이번 작품이 연출 데뷔작이다. 4월 북미에서 먼저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17일 만에 6000만 달러(약 816억 원)를 벌어들였다. ‘기생충’의 북미 박스오피스 누적 수익(5384만 달러)을 넘어서며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 기록을 세웠다. 시네마스코어는 A+,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는 98%를 기록했다.영화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아들 월터에게 예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아버지와 아들은 20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예수의 삶을 따라가며 모험을 펼친다. 성경 속 이야기를 다뤘지만 무겁지 않고, 액자구조 형식과 어드벤처 요소를 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디킨스가 집필한 단편 ‘우리 주님의 생애(The Life of Our Lord)’가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2015년 기획을 시작해 완성까지 10년이 걸렸다.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건 철저히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장 감독은 “비신앙인도 예수가 역사적으로 실존한 인물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동안 예수를 다룬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없었다는 점도 놀라웠다”고 했다.화려한 성우진도 매력적이다. 북미판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의 케네스 브래나와 ‘킬 빌’의 우마 서먼이 각각 찰스와 캐서린 디킨스를, ‘듄’의 오스카 아이작이 예수를 연기했다. 한국판은 이병헌(찰스), 이하늬(캐서린), 진선규(예수) 등이 참여했다. 장 감독은 “제가 이상할 정도로 캐스팅 운이 좋았다”며 “좋은 소재와 작품이라 (배우들이) 반응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영화는 예수의 생애를 충실하면서도 쉽게 풀어낸다. 예수의 탄생부터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나사로의 부활’ 등 성경 속 다양한 예수의 기적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당연히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일반 관객도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만큼 이야기 구조가 명료하다. 장 감독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비유와 은유를 빼고 ‘사랑’이란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버지와 아들이 모험을 함께 하며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실사 영화에 버금가는 시네마틱한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과 카메라를 사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 통해 배우의 실사 연기를 가상 공간에 적용시켰다. 영화 ‘암살’ ‘1987’ ‘더 킹’의 김우형 감독이 공동 연출 겸 촬영감독을 맡았다. 장 감독은 “실제 카메라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촬영한다는 원칙을 세워 보다 현실감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4, 5번의 재촬영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킹 오브 킹스’는 현재 논의 중인 나라를 포함해 연말까지 세계 120개국에서 개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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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전체’ BTS, 내년 봄 앨범 내고 월드투어

    지난달 멤버 전원이 병역 의무를 마친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봄에 ‘완전체’로 앨범을 내고 월드투어에도 나서겠단 뜻을 밝혔다. BTS는 1일 오후 팬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에 일곱 멤버가 모두 출연해 향후 계획 등을 전했다. 리더인 RM은 “이달부터 함께 모여 음악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내년) 봄엔 단체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투어도 할 테니 기대해 달라”며 “앨범 작업은 미국에서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BTS가 입대 전 낸 마지막 음반은 2022년 음반 ‘프루프(Proof)’였다. 내년 봄에 새 앨범을 낸다면 약 4년 만이다. 완전체 월드투어도 2022년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가 마지막이었다. 이날 라이브 방송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지민은 “열심히 빠르게 (준비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하겠다”며 “다 같이 모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정국은 “이번엔 완전히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 활동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진은 지난달 28, 2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팬투어를 개최했다. 제이홉은 12일(현지 시간)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명 음악축제 ‘롤라팔루자 베를린’에 헤드라이너(간판 가수)로 출연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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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내년 봄 ‘완전체’로 돌아온다…신곡 내고 월드투어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 봄 ‘완전체 컴백’을 예고했다.BTS 일곱 멤버는 1일 오후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 “내년 봄 새 앨범을 내고, 월드투어를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BTS 멤버들은 2022년 12월 맏형 진을 시작으로 군 복무에 들어가며 ‘군 공백’을 가진 뒤 지난달 멤버 전원이 전역 또는 소집해제했다. BTS의 마지막 음반은 2022년 발매한 앤솔로지 음반 ‘프루프(Proof)’로, 내년 봄에 완전체로 새 앨범을 낸다면 4년 만이다. 월드투어도 2022년 ‘비티에스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이후 4년 만이다.리더 RM은 “7월부터 함께 모여서 붙어 있으면서 음악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내년) 7, 8월까지 가지 않고 봄에는 저희 단체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당연히 월드 투어도 할 것”이라며 “세계 여기저기를 찾아다닐테니 기대 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RM은 “최대한 라이브나 소셜미디어로 소통할 테니 저희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한 번에 제대로 보여드리겠다”며 “앨범 작업을 미국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위버스 라이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지민은 “열심히 빠르게 (준비해서) 여러분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하겠다. 다 같이 모인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국도 “이번에는 완전 초심으로 돌아가 모일 것”이라고 했다.2013년 데뷔한 BTS는 지금까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 앨범 여섯 장과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 여섯 곡을 배출했다.BTS는 당분간 각자 하고 있던 솔로활동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진은 지난달 28, 2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팬투어 ‘달려라 석진 투어 인 고양’을 개최했다. 제이홉은 지난달 신곡 ‘킬링 잇 걸(Killin’ It Girl)’을 발매했으며, 이달 12, 13일 독일 올림피아 스타디움 베를린에서 열리는 ‘롤라팔루자 베를린’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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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만에 신곡 발표… 다시 핀 ‘해바라기’

    히트곡 ‘사랑으로’ ‘내 마음의 보석상자’ 등을 통해 1980, 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포크 듀오 ‘해바라기’(이주호·이광준)가 12년 만에 신곡을 선보인다. 1일 가요계에 따르면 해바라기는 이달 말쯤 신곡 ‘말속의 향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해바라기는 올 초에 신곡 ‘당신이 나의 봄이죠’를 한 방송 무대로 선보이긴 했으나, 정식으로 음원을 발매하는 것은 2013년 ‘해바라기 두 송이’ 이후로 12년 만이다. 이번 신곡은 서로에게 날이 선 언어를 주고 받는 시대에 말이 가지는 따뜻한 위로의 힘을 전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바라기는 ‘사랑으로’를 비롯해 ‘행복을 주는 사람’, ‘내 마음의 보석상자’ 등 따듯하면서도 서정적인 포크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89년에 발표한 ‘사랑으로’는 생활고를 겪다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던 네 자매의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해바라기는 올해 처음으로 결성된 지 50주년을 맞기도 했다. 해바라기의 주축 멤버인 이주호는 1975년 이정선과 한영애, 김영미와 4인조를 결성했다. 이후 2명의 듀오로 활동하며 멤버 교체가 잦았으나, 이주호 이광준 두 사람이 발매했던 ‘사랑으로’가 가장 크게 히트했다. 해바라기는 신곡 ‘말속의 향기’ 발매를 시작으로 여러 신곡을 싱글 형태로 선보인 뒤 추후에 앨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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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창작 EDM, 세계로 쭉쭉… 얌전한 일본 관객도 방방

    “So baby pull me closer in the back seat of your Rover(그러니까 더 가까이 당겨줘. 네 로버 뒷좌석으로 말야).” 6월 29일 오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국제전시장. 미국의 세계적인 듀오 DJ ‘체인스모커스’가 빌보드 1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던 히트곡 ‘Closer’의 첫 소절을 무반주로 읊조렸다. 관객들은 일제히 다음 소절을 따라 불렀다. “We ain‘t ever getting older(우린 절대 늙지 않아).” 경쾌한 비트가 터지자 관객들은 벅찬 듯 함께 뛰어올랐다. 일본 관객들은 공연 중 ‘조용한 감상’으로 유명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자유롭게 팔을 흔들고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채 열광했다.● 해외로 간 토종 EDM 페스티벌 지난달 28, 29일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저팬’은 한국의 대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월디페)이 처음으로 해외로 진출한 무대였다. 체인스모커스를 비롯해 앨런 워커, 카슈미르, 니키 로메로 등 상당수가 한국 월디페에 출연한 적 있는 유명 DJ 60여 팀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페스티벌은 이틀간 총 5만2000명의 관객이 현장을 찾았고, 사전 예매로 전석이 매진될 만큼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관객의 약 70%가 20대였고, 전체 예매자 중 98%가 일본 거주자였다. 일본 특유의 ‘오픈런’ 문화를 보여주듯, 개장 전부터 수백 명이 줄을 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월디페는 2007년 한국에서 시작된 순수 창작 EDM 페스티벌 브랜드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EDM 페스티벌 브랜드가 해외로 수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공연 제작사 비이피씨탄젠트(BEPC)가 전체 연출을 맡고, 일본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인 사무라이 파트너스가 BEPC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해 공동 주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네이밍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 무대 구성과 연출 철학, 아티스트 섭외 등 제작 전반을 공유하며 현지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은성 BEPC 대표는 “한국 경쟁에서 살아남은 페스티벌이 아시아와 글로벌에도 먹힌다는 게 증명된 사례”라며 “월디페는 대중적인 노래를 들으며 같이 행복하게 노래하고 사진 찍는 순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무라이 파트너스의 이리에 히로유키 대표는 “세계 톱100에 드는 모든 페스티벌을 다 가봤는데, 그중 월디페의 퀄리티가 제일 좋았다”며 “세계 1등인 ‘투모로랜드 페스티벌’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극찬했다. ● “K컬처, 일본에서 가장 힙한 문화” 공연은 일본 장마철을 고려해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됐다는 점 외에는 한국 페스티벌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 대표는 “한일 관계에 따라 페스티벌도 영향을 받을까 봐 한국적인 느낌을 많이 빼야 하나 고민했는데, 일본 쪽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요소를 원했다”며 “현재 한국 문화가 일본 젊은 세대들에게 트렌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틀 모두 공연을 본 관객 요시다 겐이치 씨(29)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알게 됐는데 라인업과 노래, 운영 방식 모두 만족했다”며 “내년엔 네덜란드 DJ인 하드웰도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 전통 붓글씨로 쓴 ‘WDJF’ 로고를 배치하고, 페스티벌 전용 향기를 공간에 뿌리는 감각적인 현지화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특수 효과가 한국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실내 공연다운 EDM 특유의 사운드도 빵빵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 관람석도 마련했다. BEPC는 현재 일본 외에 5개 나라와 추가로 월디페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과거 우리가 해외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했듯, 이제 한국의 연출과 시스템을 수출할 시점”이라며 “K컬처 공연 제작 능력과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지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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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종 EDM ‘월디페’ 日서도 통했다…무대 구성-연출까지 ‘패키지 수출’

    “So baby pull me closer in the back seat of your Rover(그니까 더 가까이 당겨줘. 네 로버 뒷좌석으로 말야.)” 6월 29일 오후 일본 치바현 마쿠하리 멧세 국제전시장. 미국의 세계적인 듀오 DJ ‘체인스모커스’가 빌보드 1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던 히트곡 ‘Closer’ 첫 소절을 무반주로 읊조렸다. 관객들은 일제히 다음 소절을 따라 불렀다. “We ain‘t ever getting older(우린 절대 늙지 않아).”경쾌한 비트가 터지자 관객들은 벅찬 듯 함께 뛰어올랐다. 일본 관객들은 공연 중 ‘조용한 감상’으로 유명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자유롭게 팔을 흔들고 휴대폰 플래시를 켠 채 열광했다.● 해외로 간 토종 EDM 페스티벌지난달 28, 29일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재팬’은 한국의 대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월디페)’가 처음으로 해외로 진출한 무대였다. 체인스모커스를 비롯해 앨런 워커, 카슈미르, 니키 로메로 등 상당수가 한국 월디페에 출연한 적 있는 유명 DJ 60여 팀이 무대에 올랐다. 이번 페스티벌은 이틀간 총 5만2000명의 관객이 현장을 찾았고, 사전 예매로 전석이 매진될 만큼 현지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관객의 약 70%가 20대였고, 전체 예매자 중 98%가 일본 거주자였다. 일본 특유의 ‘오픈런’ 문화를 보여주듯, 개장 전부터 수백 명이 줄을 서는 풍경도 연출됐다.월디페는 2007년 한국에서 시작된 순수 창작 EDM 페스티벌 브랜드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EDM 페스티벌 브랜드가 해외로 수출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공연 제작사 비이피씨탄젠트(BEPC)가 전체 연출을 맡고, 일본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인 사무라이 파트너스가 BEPC로부터 라이선스를 구매해 공동 주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나 네이밍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라이선스 계약을 넘어서 무대 구성과 연출 철학, 아티스트 섭외 등 제작 전반을 공유하며 현지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은성 BEPC 대표는 “한국 경쟁에서 살아남은 페스티벌이 아시아와 글로벌에도 먹힌다는 게 증명된 사례”라며 “월디페는 대중적인 노래를 들으며 같이 행복하게 노래하고 사진 찍는 순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무라이 파트너스의 이리에 히로유키 대표는 “세계 탑 100에 드는 모든 페스티벌을 다 가봤는데, 그 중 월디페 퀄리티가 제일 좋았다”며 “세계 1등인 ‘투모로우랜드 페스티벌’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극찬했다. ● “K컬처, 일본에서 가장 힙한 문화”공연은 일본 장마철을 고려해 실내 공연장에서 진행됐다는 점 외에는 한국 페스티벌과 큰 차이가 없었다. 김 대표는 “한일 관계에 따라 페스티벌도 영향을 받을까봐 한국적인 느낌을 많이 빼야 하나 고민했는데, 일본 쪽에서 오히려 한국적인 요소를 원했다”라며 “현재 한국 문화가 일본 젊은 세대들에게 트렌디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틀 모두 공연을 본 관객 요시다 켄이치 씨(29)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알게 됐는데 라인업과 노래, 운영 방식 모두 만족했다”라며 “내년엔 네덜란드 DJ인 하드웰도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일본 전통 붓글씨로 쓴 ‘WDJF’ 로고를 배치하고, 페스티벌 전용 향기를 공간에 뿌리는 감각적인 현지화 전략도 눈길을 끌었다. 특수 효과가 한국만큼 화려하진 않았지만, 실내 공연다운 EDM 특유의 사운드도 빵빵했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 관람석도 마련했다. BEPC는 현재 일본 외에 5개 나라와 추가로 월디페 수출을 협의 중이다. 김 대표는 “과거 우리가 해외 페스티벌을 벤치마킹했듯, 이제 한국의 연출과 시스템을 수출할 시점”이라며 “K컬처 공연 제작 능력과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지바=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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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춥고 배고픔은 은총… 본연의 강인함이 솟는다”

    아침이면 에어컨이 나오는 쾌적한 방 안에서 눈을 뜬다. 걸을 필요 없이 차량을 타고 출근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단 몇 초의 지루함조차 곧장 지워버린다. 허기지기 전 시간에 맞춰 끼니를 챙기고, 퇴근 후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던진 채 스크린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생활 방식이다. 더위나 추위를 느끼는 시간은 짧고, 아주 잠깐의 무료함도 좀처럼 참지 않는다. 미국의 행동 변화 전문가이자 건강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편안함’으로 둘러싸인 이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과거 알코올 의존증에 빠졌던 그는 어느 날 술을 끊기로 결심한다. 따뜻한 이불처럼 일상을 감싸던 술의 위안을 내려놓고, 그동안 가려졌던 스트레스와 불안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그는 북극 알래스카, 부탄, 볼리비아 정글 등을 탐험하고, 석학과 스포츠 선수 등 수천 명의 건강 전문가를 만나 ‘불편함의 가치’에 대해 깨달은 내용을 책에 담았다. 그는 “지나치게 편안해진 현대인들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뿐 아니라 창의성까지 잃고 있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극한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기 위해 33일간 알래스카 오지에서 순록 사냥에 나선다. 당연히 여정은 험난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땅에서 맞닥뜨린 건 매서운 추위, 계속되는 배고픔, 씻지 못한 불쾌함 같은 원초적인 불편들. 통신조차 되지 않는 그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은 ‘순록을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야생으로의 귀환’을 택한 그는 오히려 생경한 설렘에 휩싸인다. “난생처음 가보는 산자락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기, 처음 보는 풍경과 처음 밟는 땅, 원 없이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는 언덕, 그리고 운이 좋으면 순록을 마주하는 일.” 낯선 환경에서의 도전은 잃어버렸던 인간 본연의 강인함을 서서히 되찾게 한다. 책은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 건강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도 전한다. 대표적인 예가 “배고픔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몸은 원래 ‘궁핍한 시기’를 견디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일정 시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몸에 이롭다는 것. 연구에 따르면 식후 대사 작용이 끝난 뒤, 손상된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 과정이 활성화된다. 노화와 질병을 유발하는 ‘쓰레기 세포’가 제거되는 것이다. 흔히 ‘아침 식사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끼니’라고 믿지만, 저자는 여기에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한 달에 5일 정도는 하루 700Cal 이하로 먹거나, 24시간 간헐적 단식을 시도하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가끔씩 24시간을 굶는 것이 인간에게는 오히려 정상적이고, 이로운 일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일상 속 불편함과 마찰을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것. 거세된 불편함을 조금씩 되찾는 그 ‘작은 시도’들이야말로 우리 내면 깊숙이 잠든 야성을 깨우는 출발점이 된다. 낯설지만 흥미로운 도전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포착해 낸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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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 금상 오지은씨-거문고 김혁수씨

    “2년 전 고등부로 참가했을 땐 실수를 하는 바람에 수상하지 못했는데, 이번 콩쿠르에서 만점을 받으니 정말 기쁩니다.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고 정진한 결과인 것 같습니다.” 27일 막을 내린 제41회 동아국악콩쿠르에서 판소리 부문 일반부 금상을 수상한 오지은 씨(20·서울대 3학년)는 이렇게 말했다. 오 씨는 동아국악콩쿠르가 시작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만점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본선에서 적벽가 중 ‘적벽강 불 지르는 대목’과 심청가 ‘곽씨부인 유언 대목’을 선보여 “타고난 소리꾼”이라는 평을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판소리를 접하고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오 씨는 “국악 교사가 돼 학생들에게 국악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서울교육대와 동아꿈나무재단 후원, 롯데그룹 협찬으로 7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에서 열린 올해 동아국악콩쿠르에서는 일반부 6명, 학생부 6명, 종합부 1명의 금상 수상자를 포함해 39명의 입상자가 나왔다. 특별 상금 100만 원을 수여하는 향사 박귀희상은 가야금병창 부문 수석을 차지한 이산 씨(21·한예종 4학년)가 받았다. 민속국악사(대표 조대석)가 악기를 부상으로 주는 민속국악사상은 거문고 일반부 금상 수상자인 김혁수 씨(24·서울대 4학년)와 학생부 금상 수상자인 서황의 군(18·전통예고 3학년)에게 돌아갔다. 심사 결과와 심사평은 동아국악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classic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선 실황 영상은 유튜브 동아콩쿠르 채널에서 볼 수 있다.부문별 수상자◇가야금 ▽일반부 △금상 이성주(21·한양대 3학년) △은상 최훈(21·서울대 3학년) △동상 김승호(23·한예종 졸업) ▽학생부 △금상 김태완(17·전통예고 2학년) △은상 이가영(17·국악고 3학년) △동상 김태은(15·국악고 1학년) 윤주원(16·전통예고 2학년) ◇거문고 ▽일반부 △금상 김혁수 △은상 유은결(26·한예종 전문사 2학년) △동상 정서원(21·한예종 4학년) ▽학생부 △금상 서황의 △은상 민지오(20·국악고 3학년) △동상 김지현(18·국악고 3학년)◇피리 ▽일반부 △금상 박채진(18·한예종 1학년) △은상 엄찬주(20·한예종 2학년) △동상 김현승(27·한예종 졸업) ▽학생부 △금상 탁제인(17·국악고 3학년) △은상 이예서(18·국악고 3학년) △동상 박시은(18·전통예고 3학년)◇대금 ▽일반부 △금상 이건준(22·한예종 4학년) △은상 김용찬(20·서울대 3학년) △동상 천세흔(27·한예종 전문사 1학년) ▽학생부 △금상 정겸(18·전통예고 3학년) △은상 임주하(16·국악고 1학년) △동상 옥유나(17·국악고 3학년)◇해금 ▽일반부 △금상 신비(20·한예종 2학년) △은상 신수아(22·한양대 대학원) △동상 이소윤(20·서울대 3학년) ▽학생부 △금상 김하은(17·국악고 3학년) △동상 김지아(17·전통예고 3학년)◇판소리 ▽일반부 △금상 오지은 △은상 김혜율(24·서울대 4학년) △동상 양수아(21·한예종 3학년) ▽학생부 △금상 박시언(17·전통예고 3학년) △은상 엄소연(18·전통예고 3학년) △동상 조효린(17·한국전통문화고 3학년)◇가야금병창·민요 ▽종합부 △금상 이산 △은상 김도현(20·한예종 3학년) △동상 박은율(18·한예종 1학년)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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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해피엔딩, K뮤지컬 알아줄때 가장 뿌듯”

    “개막 전에 이 공연은 ‘안 될 이유’가 많았어요. ‘미래의 한국에서 로봇이 주연이라고? 그걸 누가 봐’라고 했으니까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38)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개막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원작도, 티켓 파워 있는 배우도 없었다”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최근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등 6관왕에 오르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2023년 11월 미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는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점차 감정을 알아가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박 작가는 “오랫동안 사귀던 연인과의 이별, 또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상실의 감정을 로봇 이야기로 풀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국내 초연부터 토니상 수상까진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6년 12월 대학로 초연 이후 다섯 차례 재연되며 국내 팬층을 다졌다. 영어 버전은 초연 당시부터 만들었으며, 같은 해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했다. 2020년 미 애틀랜타 시범 공연을 거쳐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올랐다. 박 작가는 “뮤지컬은 많은 이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라, 모든 행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표현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K뮤지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작품. 박 작가는 “아직 ‘K뮤지컬’이란 말이 널리 쓰이지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이 한국에서 왔구나’라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하다”며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한국어로 ‘밥 먹었어?’라고 인사할 때도 그렇다”고 했다. 함께 극을 만든 작곡가 윌 애런슨에 대해서는 “한 글자를 두고 며칠씩 싸울 만큼 치열하게 작업한다”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관객도 납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상 뒤 찾아온 부담은 없었을까. 박 작가는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어 보였다. “토니상 트로피가 뉴욕 집 허름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상에 짓눌리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 윌과 서로 보완하며 작업하려 합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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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작도 유명배우도 없어…‘어쩌면 해피엔딩, 그걸 누가 봐’ 그랬었죠”

    “개막 전엔 이 공연은 ‘안 될 이유’가 많았어요. ‘미래의 한국에서 로봇이 주연이라고? 그걸 누가 봐’라고들 했으니까요.”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38)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개막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원작도, 티켓 파워 있는 배우도 없었다”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최근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에 오르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인이 극본을 쓴, 한국 배경의 창작 뮤지컬로선 전례 없는 성과다.2023년 11월 미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는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점차 감정을 알아가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박 작가는 “오랫동안 교제하던 연인과의 이별, 또 가까운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상실의 감정을 로봇의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국내 초연부터 토니상 수상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6년 12월 대학로 초연 이후 다섯 차례 재연되며 국내 팬층을 다졌다. 영어 버전은 초연 당시부터 함께 개발했으며, 같은 해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했다. 202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시범 공연을 거쳐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올랐다. 박 작가는 “뮤지컬은 많은 이들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라, 모든 행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표현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K뮤지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작품. 박 작가는 “아직 ‘K뮤지컬’이란 용어는 널리 쓰이진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이 한국에서 왔구나’라고 말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며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한국어로 ‘밥 먹었어?’라고 인사할 때도 그렇다”고 전했다.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의 주요 모티브에서 따온 ‘반딧불이(Fireflies)’라는 팬덤이 생겼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티켓을 나누고, 소셜미디어로 작품을 홍보하며 입소문을 퍼뜨렸다. 박 작가는 “한국 팬들은 감동을 속으로 표현한다면, 미국 팬들은 감탄이나 박수로 반응해 준다”고 말했다.함꼐 극을 만든 작곡가 윌 애런슨에 대해서는 “우린 한 글자를 두고 며칠씩 싸울 만큼 치열하게 작업한다”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관객도 납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수상 뒤 찾아온 부담은 없었을까. 박 작가는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어보였다. “토니상 트로피가 뉴욕 집 허름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상에 눌리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 윌과 서로 보완하며 작업하려 합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여섯 번째 국내 공연을 가진다. 제작사 NHN링크의 한경숙 이사는 “지난 10년간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려 한다”며 “브로드웨이 버전은 2028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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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인음악 로큰롤과 사랑에 빠진 백인 청년

    1950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 1866년 노예제가 폐지된 뒤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흑인과 백인이 같은 식당에서 밥도 먹지 못할 만큼 인종차별은 여전했다. 당시 ‘흑인 음악’으로 여겨졌던 로큰롤에 빠진 백인 청년 휴이는 흑인들이 모여 사는 빌 스트리트 지하 클럽을 찾는다. 그곳에서 흑인 가수 펠리샤의 노래를 들은 그는 “흑인들의 노래를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멤피스’는 로큰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라디오 디제이(DJ) 휴이와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 2023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번 작품은 1954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처음 방송에 소개했던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디제이를 꿈꾸던 휴이는 어느 날 백인 방송국 DJ의 부스에 몰래 들어가 흑인 음악을 튼다. 금기를 깬 그의 행동에 방송국 사장은 격분하지만 백인 청소년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결국 휴이는 방송국의 정식 DJ가 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 쇼도 진행하게 된다. 처음엔 거리를 두던 펠리샤와도 점차 사랑을 키워 간다.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벽을 넘으려는 인물들의 도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록밴드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만든 1950년대 로큰롤과 리듬앤드블루스, 가스펠을 오마주한 넘버들도 귀를 사로잡는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군무와 벅찬 음악이 합쳐져 시종일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유쾌한 사랑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지한 메시지도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꿈을 좇아 뉴욕으로 향하려는 펠리샤와 고향 멤피스에 남으려는 휴이의 엇갈린 선택은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멤피스는 휴이에겐 안온한 고향이지만, 펠리샤에겐 항상 폭력의 위협이 도사린 장소였다. 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 페이스’ 없이 머리카락 색만으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게 연출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9월 21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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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 정유경 회장 딸 오늘 데뷔…혼성 5인조 ‘올데이 프로젝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 애니(본명 문서윤)가 멤버로 포함돼 화제가 된 5인조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베일리, 애니, 영서, 우찬, 타잔)가 23일 정식 데뷔한다.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 따르면 ALLDAY PROJECT는 이날 오후 6시 데뷔 싱글 ‘페이머스(FAMOUS)’ 음원을 공개한다. 이 싱글엔 더블 타이틀곡 ‘위키드(WICKED)’도 함께 수록됐다. 앞서 16일 선공개된 FAMOUS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과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른 바 있다.ALLDAY PROJECT는 빅뱅, 블랙핑크 등 K팝 톱가수들의 음악을 프로듀싱 해온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의 두 번째 아이돌 그룹이다. 최근 보기 드문 혼성이라는 그룹 구성, 멤버들의 이력으로 데뷔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애니는 정 회장의 장녀고, 영서는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조였다. 타잔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모델이고, 베일리는 레드벨벳의 ‘사이코(Psycho)’ 등에 참여한 유명 안무가다. 우찬은 2017년 엠넷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6’에 만 12살의 나이로 참가해 주목 받았다.더블랙레이블은 “유니크하고 다채로운 ‘FAMOUS’와 다소 다른 매력의 ‘WICKED’ 역시 다섯 멤버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음악”이라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길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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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과 현실의 경계 ‘벽 속의 문’… 나에게도 있었을까

    “어렸을 때 비 맞는 걸 참 좋아했는데, 무선 이어폰을 산 뒤론 고장이 날까 봐 비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잃을 게 많아질수록 ‘문(門)’을 열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잃을 것’의 가치가 정말 클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공상과학(SF) 소설 ‘벽 속의 문’을 1인극으로 각색한 작품 ‘문 속의 문’을 다음 달 31일∼8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는 강남 작가(38)의 말이다. 원작은 영국 SF 소설의 거장 허버트 조지 웰스의 1906년 단편.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와 이준우 연출가(40)는 “문을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작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다섯 살인 웰러스는 벽에서 녹색 문을 발견한다.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건 커다란 정원. 표범과 공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겪은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문에서 나온 뒤 가족에게 얘기했지만, 허무맹랑하다며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후 엘리트 정치인으로 성장한 웰러스는 가끔 또 다른 문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럴 만한 여유도 용기도 잃어버린 탓에 한 번도 열지 못한다. 공연 ‘문 속의 문’은 정치인 웰러스의 실종 이후 남겨진 친구 레드먼드의 기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1명이 웰러스와 레드먼드 역을 오가며 펼치는 내면 연기가 볼거리다. 강 작가는 “가고 싶었던 문을 열지 못한 웰러스와 문을 본 적조차 없는 레드먼드의 차이가 흥미로웠다”며 “특히 존재하지 않는 문에 대한 기억을 믿어야 하는 레드먼드의 감각을 쫓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문은 어린 시절의 좋았던 기억, 잃어버린 꿈 등 많은 것들을 상징합니다. 굵은 서사가 중요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 공연은 인물의 태도나 내면 묘사가 중심이 될 겁니다.”(이 연출가) 두 사람은 공연계에서 이미 상당한 경력을 쌓아올린 젊은 예술가들. 강 작가는 데뷔작인 뮤지컬 ‘호프’(2019년)로 이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8관왕을 휩쓸었고, 이 연출가는 연극 ‘붉은 낙엽’으로 2021년 대한민국연극대상, 2022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은 뮤지컬 ‘동네’(2022년)에서도 찰떡 호흡을 선보인 바 있다. 강 작가는 “이 연출은 질문이 날카롭고 정확하다”고, 이 연출가는 “강 작가는 글에 미사여구나 과장이 없어 좋다”고 서로를 추켜세웠다. ‘동네’에서 두 사람과 호흡을 맞췄던 김효은 작곡가도 이번 공연에 참여해 인물의 심리를 음악으로 묘사할 예정이다.‘문 속의 문’은 2026년 정식 초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상태. 이번 무대에선 실험적인 영상과 대본 낭독이 포함되며, 관객들은 극의 창작 과정도 엿볼 수 있다. 강 작가는 “예전엔 극을 쓰면서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문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연출가도 “이번 공연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번 공연은 2022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주제로 실험적 예술을 릴레이로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Sync Next)’ 프로그램의 일부다. 다음 달 4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리는 싱크 넥스트 2025에선 아티스트 18팀이 테크노와 무용, 연극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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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딸이 기록한 ‘연쇄살인범 아빠’

    2009년 어느 날, 미국 위스콘신주 경찰은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는다. “그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스위트하트 살인 사건’의 범인이 우리 아빠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40세가 된 신고자는 1980년 당시 11세 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마을의 10대 청소년 두 명이 실종됐는데, 그날 밤 아버지는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코가 부러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직후 가족이 급히 이사했다. 딸의 제보를 계기로 연쇄살인범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가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 최소 다섯 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 책은 아버지를 직접 신고한 연쇄살인범의 딸인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딸의 제보로 체포된 에드워즈는 사형 집행을 앞둔 2011년 교도소에서 숨졌다. 저자는 아버지를 신고했다는 죄책감과 더 빨리 행동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에 동시에 시달리며 모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가 묘사하는 유년 시절은 지극히 불안정하고 폭력적이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을 땐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했지만, 그렇지 않을 땐 돌변해 가족을 위협하고 조종하려 했다. 자녀의 친구 관계나 옷차림까지 통제했고, 형제에게는 한 명이 항복할 때까지 몸싸움을 시키는 등 잔혹한 방식을 일삼았다. 아버지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람을 지배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했는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쇄살인범인 아버지에 대한 책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 범죄를 털어놓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우려도 있었다.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동생이 걱정하자, 저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응수한다. 저자는 잊고 있던 악몽을 꺼내며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전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사실적인 묘사와 솔직한 고백이 깊은 울림을 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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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션과 더 가까이… 아이돌부터 인디까지 ‘밴드의 부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면/내일이 꼭 올 테니까”(QWER의 신곡 ‘눈물참기’에서) 1980,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밴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밴드의 대중적 성공이 드물었던 국내 대중음악계에 드디어 새로운 밴드 음악의 ‘내일’이 온 걸까. 최근 대형 기획사가 내놓은 아이돌 밴드를 비롯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밴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밴드 전성시대의 부활’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음악계에선 최근 라이브 공연 중심의 음악 소비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하는 아이돌식 팬덤 문화가 밴드와 접목된 것을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밴드 음악의 유행 역시 소비 지향적인 일시적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희망적 성장 스토리로 공감대 형성 걸밴드의 대표 주자 격인 ‘QWER’은 9일 발매한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가 한터차트(6월 9∼15일) 기준 약 8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작의 최고 판매량(5만 장)을 가뿐히 뛰어넘은 것. 타이틀곡 ‘눈물참기’는 벅스 1위, 멜론 ‘TOP100’ 35위를 기록했고, 데뷔곡 ‘고민중독’과 2집 수록곡 ‘내 이름 맑음’도 음원 차트에서 순위가 동반 상승했다. 2023년 데뷔한 QWER은 원래 운동 유튜버 김계란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였다. 스트리머 출신 쵸단과 마젠타, 일본 걸그룹 출신 시연, 틱토커 히나 등 독특한 이력을 지닌 멤버들로 구성됐다. 개인별로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해 데뷔 초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녹음된 음악을 튼다는 ‘핸드싱크’ 의혹과 음악성 부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QWER은 대중성 강한 멜로디와 희망적인 메시지의 가사로 공감을 얻었다. 점차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며 여러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성장 서사’를 만들어 냈다. QWER은 미니 3집 발매 쇼케이스 무대에서 “첫 합주 땐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우리가 사랑받는 밴드가 됐다”며 “이런 성장 과정이 QWER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밴드 붐’의 대표 주자는 데뷔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데이식스’다. 데이식스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세 번째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에서 9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데뷔 초엔 아이돌 그룹들에 치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멤버들이 군 복무 동안 내놓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예뻤어’ 등이 역주행했다. 서정적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들로 이젠 ‘대세 밴드’로 자리 잡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YB’(윤도현밴드)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YB는 2월 메탈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정규 11집 ‘오디세이’를 발표한 데 이어, 전국 대학 축제를 순회하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밴드들” 이 밖에 ‘유다빈밴드’와 ‘한로로’ ‘드래곤포니’ 등 따뜻한 멜로디로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신예 밴드들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록 장르의 강렬함보단 희망찬 감성을 지향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까지 밴드는 마니아 취향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대중이 가볍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한다”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콘셉트 없이 노래만으로 승부하는 밴드도 많아졌다”고 평했다. 밴드의 부상은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을 소비하는 이들 중엔 같은 앨범을 무더기로 사고 팬사인회에도 빠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밴드는 페스티벌이나 소극장 무대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관객과 ‘같이 즐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뮤지션에 더 가까이 다가가길 원하는 흐름과 맞물려 밴드의 인기는 당분간 꾸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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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 왕릉원 2호분 주인은 15세에 숨진 백제 삼근왕인듯”

    백제 왕들의 묘가 모인 충남 공주 왕릉원에 있는 2호분의 주인이 백제 개로왕(21대)의 직계 후손 가운데 유일한 10대 왕이던 삼근왕(465∼479)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겼던 ‘웅진기’ 초기부터 이미 안정적 체계를 갖추고 주변국들과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걸 보여주는 유물들도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 조사 성과를 밝히는 공개회를 가졌다.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 북동쪽에 있는 무덤으로 모두 일제강점기에 도굴됐다. 192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간단한 조사를 하긴 했으나 기록은 많지 않다. 연구소 측이 96년 만인 2023년에 해당 유적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이번 조사 결과, 2호분에선 10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점이 발견됐다. 전문가 3명이 육안으로 치아의 마모도 등을 살핀 결과, 성인 치아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황인호 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21대 개로왕(재위 455∼475년)의 손자인 삼근왕의 치아일 가능성이 높다”며 “13세에 즉위해 15세에 사망했다는 삼근왕의 기록과 치아의 고고학적 특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령왕을 제외한 다른 무덤들의 주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금귀걸이 등 정교한 공예품도 함께 출토됐다. 2호분에서 출토된 청색 유리옥이 달린 금귀걸이는 백제 초창기인 한성기 귀걸이와 웅진 후반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의 중간 형태로 보인다. 삼국시대 금속공예 전문가인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국보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금귀걸이와 함께 발견된 반지는 은에 줄무늬를 새기고 금을 도금했다.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지가 발견된 적이 있다. 황 소장은 “당시 백제와 신라 왕실의 혼인 정책이 이뤄졌다는 기록을 뒷받침한다”며 “양국 왕실 사이에 장신구 스타일과 제작 기법이 공유됐다는 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태국산 납 성분이 포함된 유리 옥 등도 발견돼 당시 백제가 주변국들과 활발한 무역을 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황 소장은 “일반적으로 백제의 정치적 혼란기로 인식되던 웅진기에도 나름 안정적인 체계와 대외적인 교류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귀중한 성과”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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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New Jeans’도 스포티파이 4억 스트리밍…통산 6번째

    걸그룹 뉴진스가 2023년 발표한 노래 ‘뉴진스(New Jeans)’로 스포티파이에서 4억 스트리밍을 넘겼다고 소속사 어도어가 17일 밝혔다. 이 노래는 뉴진스의 두 번째 미니앨범 ‘겟 업(Get Up)’의 수록곡으로 15일 기준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4억24만5638회 재생됐다. 이는 그룹 뉴진스의 통산 여섯 번째 ‘4억 돌파 스트리밍곡’이 됐다. 뉴진스는 ‘오 마이 갓(OMG)’ 8억 회 이상, ‘디토(Ditto)’ 7억 회 이상 등 총 15개의 억대 스트리밍 곡을 배출했다. 뉴진스가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노래의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63억 회를 넘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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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주 왕릉원서 어금니 발견…주인은 15세에 사망 백제 삼근왕

    백제 23대 임금 삼근왕(재위 477~479)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개가 발견됐다. 백제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웅진기’ 왕들의 묘가 모인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재조사한 결과다. 이밖에도 백제가 웅진기 초기부터 이미 안정적 정치 체계를 갖추고 주변국들과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유물들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 조사 성과를 밝히는 언론 공개회를 열었다.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의 북동쪽에 있는 무덤으로 일제강점기 때 모두 도굴됐다. 192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의해 간단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기록은 많지 않다. 연구소 측이 96년 만인 2023년 해당 유적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 이유다. 이번 조사 결과 2호분에선 10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점이 발견됐다. 전문가 3명이 육안으로 치아의 마모도 등을 살핀 결과 성인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황인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이는 21대 개로왕(재위 455~475)의 손자인 삼근왕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13세에 즉위해 15세에 사망했다는 삼근왕의 기록과 치아의 고고학적 특성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무령왕을 제외하고 무덤들의 주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발견이 이뤄졌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금 귀걸이 등 정교한 공예품도 함께 출토됐다. 2호분에서 출토된 청색 유리옥이 달린 금 귀걸이는 백제 초창기인 한성기 귀걸이와 웅진 후반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의 중간 형태로 보인다. 삼국시대 금속공예 전문가인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국보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 귀걸이와 함께 발견된 반지는 은에 줄무늬를 새기고 금을 도금했다.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지가 발견된 바 있다. 황 소장은 “당시 백제와 신라 왕실의 혼인 정책이 이뤄졌다는 기록을 뒷받침 한다”라며 “왕실 간 장신구 스타일과 제작 기법이 공유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태국산 납 성분이 포함된 유리 옥 등 당시 백제가 주변국과 활발한 무역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물들이 함께 발견됐다. 황 소장은 “보통 정치적 혼란기로만 알려져 있던 백제 웅진기에도 안정적인 정치 체계와 대외적인 교류 관계를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귀중한 성과”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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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레터’ ‘마리 퀴리’ ‘레드북’… 해외서 빛날 ‘넥스트 해피엔딩’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대학로 3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기념비적인 사건에 국내 공연계도 들썩이고 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서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어쩌면 해피엔딩’을 이어 해외에서 빛을 발할 ‘넥스트 K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보편적 메시지 담은 ‘K뮤지컬’ 실제로 최근 한국 뮤지컬들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뮤지컬 제작 능력을 인정받을 정도다.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뒤 일본과 중국 등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팬레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팬레터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등 경성 문인들이 참여했던 모임 ‘구인회(九人會)’를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 지난해 12월엔 일본 라이선스 공연이 ‘오다시마 유시 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받았으며, 올 1월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폴란드 여성 과학자인 마리 퀴리(1867∼1934)의 서사를 풀어낸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도 해외 진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2022년 퀴리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고, 2023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프로덕션으로 장기 공연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마리 퀴리는 위인의 업적만 조명하는 전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과학 윤리와 인간의 책임이란 보편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문화권을 불문하고 관객 정서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풀어낸 ‘레드북’도 2023년 런던에서 영어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국내에 영국 작품을 많이 소개해 온 제작사 아이엠컬처가 ‘레드북’ 창작진으로부터 아시아권을 제외한 해외 공연권을 분리 확보해, 현지 정서에 맞는 공연을 개발하고 있다.● “정교한 현지화 작업 있어야” 물론 밝은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어쩌면 해피엔딩’만큼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문화에 익숙했던 ‘윌-휴 콤비’(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조합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초기 개발에 참여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윌-휴 콤비는 모두 미국을 베이스로 활동해 현지 언어와 정서 모두에 익숙했다. 가사도 멜로디와 영어 강세가 자연스럽게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그대로 외국에 옮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문가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창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정서를 고려한 기획이 이뤄져야 해외 진출도 순풍을 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 번역이나 무대 이동이 아닌 해외 관객의 감수성과 문화적 맥락을 철저하게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만들어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이 배경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정서를 품고 있었다”며 “국내 관객에게 초점을 맞춘 다른 작품들은 조금 더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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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레터’ ‘마리 퀴리’ ‘레드북’…해외서 빛날 K뮤지컬 관심 집중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작품상 포함 6관왕을 차지했다. 대학로 3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기념비적인 사건에 국내 공연계도 들썩이고 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서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어쩌면 해피엔딩’을 이어 해외에서 빛을 발할 ‘넥스트 K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보편적 메시지 담은 ‘K 뮤지컬’실제로 최근 한국 뮤지컬들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뮤지컬 제작 능력을 인정받을 정도다. 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뒤 일본과 중국 등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팬레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팬레터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등 경성 문인들이 참여했던 모임 ‘구인회(九人會)’를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 지난해 12월엔 일본 라이선스 공연이 ‘오다시마 유시 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받았으며, 올 1월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폴란드 여성 과학자인 마리 퀴리(1867~1934)의 서사를 풀어낸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도 해외 진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2022년 퀴리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고, 2023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프로덕션으로 장기 공연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마리 퀴리는 위인의 업적만 조명하는 전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과학 윤리와 인간의 책임이란 보편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어느 문화권을 불문하고 관객 정서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풀어낸 ‘레드북’도 2023년 런던에서 영어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국내에 영국 작품을 많이 소개해 온 제작사 아이엠컬처가 ‘레드북’ 창작진으로부터 아시아권을 제외한 해외 공연권을 분리 확보해, 현지 정서에 맞는 공연을 개발하고 있다.● “정교한 현지화 작업 있어야”물론 밝은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어쩌면 해피엔딩’만큼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문화에 익숙했던 ‘윌·휴 콤비(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조합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초기 개발에 참여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윌·휴 콤비는 모두 미국을 베이스로 활동해 언어와 정서 모두에 익숙했다. 가사도 멜로디와 영어 강세가 자연스럽게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그대로 외국에 옮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뮤지컬 전문가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창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정서를 고려한 기획이 이뤄져야, 해외 진출도 순풍을 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 번역이나 무대 이동이 아닌 해외 관객의 감수성과 문화적 맥락을 철저하게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만들어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이 배경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정서를 품고 있었다”라며 “국내 관객에 초점을 맞춘 다른 작품들은 조금 더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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