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원

사지원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63

추천

누군가의 편견을 허물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4g1@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인사일반22%
연극18%
문화 일반18%
문학/출판15%
사회일반9%
음악6%
검찰-법원판결3%
대통령3%
만화3%
무용3%
  • “원작도 유명배우도 없어…‘어쩌면 해피엔딩, 그걸 누가 봐’ 그랬었죠”

    “개막 전엔 이 공연은 ‘안 될 이유’가 많았어요. ‘미래의 한국에서 로봇이 주연이라고? 그걸 누가 봐’라고들 했으니까요.”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38)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회의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개막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실제로 “원작도, 티켓 파워 있는 배우도 없었다”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던 ‘어쩌면 해피엔딩’은, 최근 미국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등 6관왕에 오르며 한국 뮤지컬 역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인이 극본을 쓴, 한국 배경의 창작 뮤지컬로선 전례 없는 성과다.2023년 11월 미 뉴욕 맨해튼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가까운 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는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점차 감정을 알아가고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박 작가는 “오랫동안 교제하던 연인과의 이별, 또 가까운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상실의 감정을 로봇의 이야기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국내 초연부터 토니상 수상까지는 10년 가까이 걸렸다. 2016년 12월 대학로 초연 이후 다섯 차례 재연되며 국내 팬층을 다졌다. 영어 버전은 초연 당시부터 함께 개발했으며, 같은 해 뉴욕에서 낭독 공연을 했다. 202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시범 공연을 거쳐 결국 브로드웨이 무대까지 올랐다. 박 작가는 “뮤지컬은 많은 이들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라, 모든 행성이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표현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K뮤지컬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작품. 박 작가는 “아직 ‘K뮤지컬’이란 용어는 널리 쓰이진 않지만, 관객들이 ‘이 작품이 한국에서 왔구나’라고 말해줄 때 가장 뿌듯하다”며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한국어로 ‘밥 먹었어?’라고 인사할 때도 그렇다”고 전했다.브로드웨이에서도 뮤지컬의 주요 모티브에서 따온 ‘반딧불이(Fireflies)’라는 팬덤이 생겼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티켓을 나누고, 소셜미디어로 작품을 홍보하며 입소문을 퍼뜨렸다. 박 작가는 “한국 팬들은 감동을 속으로 표현한다면, 미국 팬들은 감탄이나 박수로 반응해 준다”고 말했다.함꼐 극을 만든 작곡가 윌 애런슨에 대해서는 “우린 한 글자를 두고 며칠씩 싸울 만큼 치열하게 작업한다”며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다 보면 관객도 납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수상 뒤 찾아온 부담은 없었을까. 박 작가는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웃어보였다. “토니상 트로피가 뉴욕 집 허름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걸 보고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상에 눌리면 자연스럽지 못한 작품을 쓰게 될 것 같아요. 좋은 파트너 윌과 서로 보완하며 작업하려 합니다.”‘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여섯 번째 국내 공연을 가진다. 제작사 NHN링크의 한경숙 이사는 “지난 10년간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려 한다”며 “브로드웨이 버전은 2028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4
    • 좋아요
    • 코멘트
  • 흑인음악 로큰롤과 사랑에 빠진 백인 청년

    1950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 1866년 노예제가 폐지된 뒤 100년 가까이 지났지만 흑인과 백인이 같은 식당에서 밥도 먹지 못할 만큼 인종차별은 여전했다. 당시 ‘흑인 음악’으로 여겨졌던 로큰롤에 빠진 백인 청년 휴이는 흑인들이 모여 사는 빌 스트리트 지하 클럽을 찾는다. 그곳에서 흑인 가수 펠리샤의 노래를 들은 그는 “흑인들의 노래를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멤피스’는 로큰롤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라디오 디제이(DJ) 휴이와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가수 펠리샤의 꿈과 사랑을 그린다. 2023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이번 작품은 1954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처음 방송에 소개했던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디제이를 꿈꾸던 휴이는 어느 날 백인 방송국 DJ의 부스에 몰래 들어가 흑인 음악을 튼다. 금기를 깬 그의 행동에 방송국 사장은 격분하지만 백인 청소년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결국 휴이는 방송국의 정식 DJ가 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TV 쇼도 진행하게 된다. 처음엔 거리를 두던 펠리샤와도 점차 사랑을 키워 간다.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벽을 넘으려는 인물들의 도전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록밴드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만든 1950년대 로큰롤과 리듬앤드블루스, 가스펠을 오마주한 넘버들도 귀를 사로잡는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 특유의 화려한 군무와 벅찬 음악이 합쳐져 시종일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유쾌한 사랑 이야기 속에 담긴 진지한 메시지도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꿈을 좇아 뉴욕으로 향하려는 펠리샤와 고향 멤피스에 남으려는 휴이의 엇갈린 선택은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멤피스는 휴이에겐 안온한 고향이지만, 펠리샤에겐 항상 폭력의 위협이 도사린 장소였다. 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 또 다른 영화 ‘라라랜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얼굴을 검게 칠하는 ‘블랙 페이스’ 없이 머리카락 색만으로 인종을 구분할 수 있게 연출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9월 21일까지.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세계 정유경 회장 딸 오늘 데뷔…혼성 5인조 ‘올데이 프로젝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장녀 애니(본명 문서윤)가 멤버로 포함돼 화제가 된 5인조 혼성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베일리, 애니, 영서, 우찬, 타잔)가 23일 정식 데뷔한다.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 따르면 ALLDAY PROJECT는 이날 오후 6시 데뷔 싱글 ‘페이머스(FAMOUS)’ 음원을 공개한다. 이 싱글엔 더블 타이틀곡 ‘위키드(WICKED)’도 함께 수록됐다. 앞서 16일 선공개된 FAMOUS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 급상승 음악’과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오른 바 있다.ALLDAY PROJECT는 빅뱅, 블랙핑크 등 K팝 톱가수들의 음악을 프로듀싱 해온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의 두 번째 아이돌 그룹이다. 최근 보기 드문 혼성이라는 그룹 구성, 멤버들의 이력으로 데뷔 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애니는 정 회장의 장녀고, 영서는 걸그룹 아일릿의 데뷔조였다. 타잔은 뉴진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모델이고, 베일리는 레드벨벳의 ‘사이코(Psycho)’ 등에 참여한 유명 안무가다. 우찬은 2017년 엠넷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6’에 만 12살의 나이로 참가해 주목 받았다.더블랙레이블은 “유니크하고 다채로운 ‘FAMOUS’와 다소 다른 매력의 ‘WICKED’ 역시 다섯 멤버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음악”이라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길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3
    • 좋아요
    • 코멘트
  • 꿈과 현실의 경계 ‘벽 속의 문’… 나에게도 있었을까

    “어렸을 때 비 맞는 걸 참 좋아했는데, 무선 이어폰을 산 뒤론 고장이 날까 봐 비를 피하게 되더라고요. 잃을 게 많아질수록 ‘문(門)’을 열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잃을 것’의 가치가 정말 클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공상과학(SF) 소설 ‘벽 속의 문’을 1인극으로 각색한 작품 ‘문 속의 문’을 다음 달 31일∼8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리는 강남 작가(38)의 말이다. 원작은 영국 SF 소설의 거장 허버트 조지 웰스의 1906년 단편.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와 이준우 연출가(40)는 “문을 갈망하는 인간의 심리를 표현한 독특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원작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다섯 살인 웰러스는 벽에서 녹색 문을 발견한다. 열고 들어가자 보이는 건 커다란 정원. 표범과 공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겪은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문에서 나온 뒤 가족에게 얘기했지만, 허무맹랑하다며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후 엘리트 정치인으로 성장한 웰러스는 가끔 또 다른 문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럴 만한 여유도 용기도 잃어버린 탓에 한 번도 열지 못한다. 공연 ‘문 속의 문’은 정치인 웰러스의 실종 이후 남겨진 친구 레드먼드의 기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1명이 웰러스와 레드먼드 역을 오가며 펼치는 내면 연기가 볼거리다. 강 작가는 “가고 싶었던 문을 열지 못한 웰러스와 문을 본 적조차 없는 레드먼드의 차이가 흥미로웠다”며 “특히 존재하지 않는 문에 대한 기억을 믿어야 하는 레드먼드의 감각을 쫓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문은 어린 시절의 좋았던 기억, 잃어버린 꿈 등 많은 것들을 상징합니다. 굵은 서사가 중요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이 공연은 인물의 태도나 내면 묘사가 중심이 될 겁니다.”(이 연출가) 두 사람은 공연계에서 이미 상당한 경력을 쌓아올린 젊은 예술가들. 강 작가는 데뷔작인 뮤지컬 ‘호프’(2019년)로 이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8관왕을 휩쓸었고, 이 연출가는 연극 ‘붉은 낙엽’으로 2021년 대한민국연극대상, 2022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은 뮤지컬 ‘동네’(2022년)에서도 찰떡 호흡을 선보인 바 있다. 강 작가는 “이 연출은 질문이 날카롭고 정확하다”고, 이 연출가는 “강 작가는 글에 미사여구나 과장이 없어 좋다”고 서로를 추켜세웠다. ‘동네’에서 두 사람과 호흡을 맞췄던 김효은 작곡가도 이번 공연에 참여해 인물의 심리를 음악으로 묘사할 예정이다.‘문 속의 문’은 2026년 정식 초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상태. 이번 무대에선 실험적인 영상과 대본 낭독이 포함되며, 관객들은 극의 창작 과정도 엿볼 수 있다. 강 작가는 “예전엔 극을 쓰면서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지 고민했는데, 지금은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문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연출가도 “이번 공연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번 공연은 2022년부터 세종문화회관이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주제로 실험적 예술을 릴레이로 선보이는 ‘싱크 넥스트(Sync Next)’ 프로그램의 일부다. 다음 달 4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리는 싱크 넥스트 2025에선 아티스트 18팀이 테크노와 무용, 연극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다채로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딸이 기록한 ‘연쇄살인범 아빠’

    2009년 어느 날, 미국 위스콘신주 경찰은 한 통의 제보 전화를 받는다. “그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스위트하트 살인 사건’의 범인이 우리 아빠인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40세가 된 신고자는 1980년 당시 11세 때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마을의 10대 청소년 두 명이 실종됐는데, 그날 밤 아버지는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코가 부러져 집으로 돌아왔다. 그 직후 가족이 급히 이사했다. 딸의 제보를 계기로 연쇄살인범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가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 최소 다섯 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 책은 아버지를 직접 신고한 연쇄살인범의 딸인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딸의 제보로 체포된 에드워즈는 사형 집행을 앞둔 2011년 교도소에서 숨졌다. 저자는 아버지를 신고했다는 죄책감과 더 빨리 행동하지 못한 데 대한 자책감에 동시에 시달리며 모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가 묘사하는 유년 시절은 지극히 불안정하고 폭력적이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을 땐 한없이 다정하고 자상했지만, 그렇지 않을 땐 돌변해 가족을 위협하고 조종하려 했다. 자녀의 친구 관계나 옷차림까지 통제했고, 형제에게는 한 명이 항복할 때까지 몸싸움을 시키는 등 잔혹한 방식을 일삼았다. 아버지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람을 지배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했는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쇄살인범인 아버지에 대한 책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 범죄를 털어놓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우려도 있었다. “아이들의 외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동생이 걱정하자, 저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의를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응수한다. 저자는 잊고 있던 악몽을 꺼내며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전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사실적인 묘사와 솔직한 고백이 깊은 울림을 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뮤지션과 더 가까이… 아이돌부터 인디까지 ‘밴드의 부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나면/내일이 꼭 올 테니까”(QWER의 신곡 ‘눈물참기’에서) 1980,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밴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밴드의 대중적 성공이 드물었던 국내 대중음악계에 드디어 새로운 밴드 음악의 ‘내일’이 온 걸까. 최근 대형 기획사가 내놓은 아이돌 밴드를 비롯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밴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밴드 전성시대의 부활’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음악계에선 최근 라이브 공연 중심의 음악 소비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하는 아이돌식 팬덤 문화가 밴드와 접목된 것을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밴드 음악의 유행 역시 소비 지향적인 일시적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희망적 성장 스토리로 공감대 형성 걸밴드의 대표 주자 격인 ‘QWER’은 9일 발매한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가 한터차트(6월 9∼15일) 기준 약 8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작의 최고 판매량(5만 장)을 가뿐히 뛰어넘은 것. 타이틀곡 ‘눈물참기’는 벅스 1위, 멜론 ‘TOP100’ 35위를 기록했고, 데뷔곡 ‘고민중독’과 2집 수록곡 ‘내 이름 맑음’도 음원 차트에서 순위가 동반 상승했다. 2023년 데뷔한 QWER은 원래 운동 유튜버 김계란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였다. 스트리머 출신 쵸단과 마젠타, 일본 걸그룹 출신 시연, 틱토커 히나 등 독특한 이력을 지닌 멤버들로 구성됐다. 개인별로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해 데뷔 초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녹음된 음악을 튼다는 ‘핸드싱크’ 의혹과 음악성 부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QWER은 대중성 강한 멜로디와 희망적인 메시지의 가사로 공감을 얻었다. 점차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며 여러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성장 서사’를 만들어 냈다. QWER은 미니 3집 발매 쇼케이스 무대에서 “첫 합주 땐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우리가 사랑받는 밴드가 됐다”며 “이런 성장 과정이 QWER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밴드 붐’의 대표 주자는 데뷔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데이식스’다. 데이식스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세 번째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에서 9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데뷔 초엔 아이돌 그룹들에 치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멤버들이 군 복무 동안 내놓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예뻤어’ 등이 역주행했다. 서정적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들로 이젠 ‘대세 밴드’로 자리 잡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YB’(윤도현밴드)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YB는 2월 메탈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정규 11집 ‘오디세이’를 발표한 데 이어, 전국 대학 축제를 순회하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밴드들” 이 밖에 ‘유다빈밴드’와 ‘한로로’ ‘드래곤포니’ 등 따뜻한 멜로디로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신예 밴드들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록 장르의 강렬함보단 희망찬 감성을 지향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까지 밴드는 마니아 취향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대중이 가볍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한다”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콘셉트 없이 노래만으로 승부하는 밴드도 많아졌다”고 평했다. 밴드의 부상은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을 소비하는 이들 중엔 같은 앨범을 무더기로 사고 팬사인회에도 빠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밴드는 페스티벌이나 소극장 무대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관객과 ‘같이 즐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뮤지션에 더 가까이 다가가길 원하는 흐름과 맞물려 밴드의 인기는 당분간 꾸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공주 왕릉원 2호분 주인은 15세에 숨진 백제 삼근왕인듯”

    백제 왕들의 묘가 모인 충남 공주 왕릉원에 있는 2호분의 주인이 백제 개로왕(21대)의 직계 후손 가운데 유일한 10대 왕이던 삼근왕(465∼479)으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백제가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겼던 ‘웅진기’ 초기부터 이미 안정적 체계를 갖추고 주변국들과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걸 보여주는 유물들도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 조사 성과를 밝히는 공개회를 가졌다.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 북동쪽에 있는 무덤으로 모두 일제강점기에 도굴됐다. 192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간단한 조사를 하긴 했으나 기록은 많지 않다. 연구소 측이 96년 만인 2023년에 해당 유적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이번 조사 결과, 2호분에선 10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점이 발견됐다. 전문가 3명이 육안으로 치아의 마모도 등을 살핀 결과, 성인 치아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황인호 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21대 개로왕(재위 455∼475년)의 손자인 삼근왕의 치아일 가능성이 높다”며 “13세에 즉위해 15세에 사망했다는 삼근왕의 기록과 치아의 고고학적 특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령왕을 제외한 다른 무덤들의 주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금귀걸이 등 정교한 공예품도 함께 출토됐다. 2호분에서 출토된 청색 유리옥이 달린 금귀걸이는 백제 초창기인 한성기 귀걸이와 웅진 후반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의 중간 형태로 보인다. 삼국시대 금속공예 전문가인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국보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금귀걸이와 함께 발견된 반지는 은에 줄무늬를 새기고 금을 도금했다.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지가 발견된 적이 있다. 황 소장은 “당시 백제와 신라 왕실의 혼인 정책이 이뤄졌다는 기록을 뒷받침한다”며 “양국 왕실 사이에 장신구 스타일과 제작 기법이 공유됐다는 점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태국산 납 성분이 포함된 유리 옥 등도 발견돼 당시 백제가 주변국들과 활발한 무역을 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황 소장은 “일반적으로 백제의 정치적 혼란기로 인식되던 웅진기에도 나름 안정적인 체계와 대외적인 교류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귀중한 성과”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뉴진스 ‘New Jeans’도 스포티파이 4억 스트리밍…통산 6번째

    걸그룹 뉴진스가 2023년 발표한 노래 ‘뉴진스(New Jeans)’로 스포티파이에서 4억 스트리밍을 넘겼다고 소속사 어도어가 17일 밝혔다. 이 노래는 뉴진스의 두 번째 미니앨범 ‘겟 업(Get Up)’의 수록곡으로 15일 기준 스포티파이에서 누적 4억24만5638회 재생됐다. 이는 그룹 뉴진스의 통산 여섯 번째 ‘4억 돌파 스트리밍곡’이 됐다. 뉴진스는 ‘오 마이 갓(OMG)’ 8억 회 이상, ‘디토(Ditto)’ 7억 회 이상 등 총 15개의 억대 스트리밍 곡을 배출했다. 뉴진스가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노래의 스포티파이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63억 회를 넘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7
    • 좋아요
    • 코멘트
  • 공주 왕릉원서 어금니 발견…주인은 15세에 사망 백제 삼근왕

    백제 23대 임금 삼근왕(재위 477~479)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개가 발견됐다. 백제 한성에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 ‘웅진기’ 왕들의 묘가 모인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과 왕릉원’을 재조사한 결과다. 이밖에도 백제가 웅진기 초기부터 이미 안정적 정치 체계를 갖추고 주변국들과 활발하게 교역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유물들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1~4호분’ 조사 성과를 밝히는 언론 공개회를 열었다. 왕릉원 1~4호분은 무령왕릉의 북동쪽에 있는 무덤으로 일제강점기 때 모두 도굴됐다. 1927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의해 간단한 조사가 이뤄졌지만 기록은 많지 않다. 연구소 측이 96년 만인 2023년 해당 유적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한 이유다. 이번 조사 결과 2호분에선 10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어금니 2점이 발견됐다. 전문가 3명이 육안으로 치아의 마모도 등을 살핀 결과 성인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황인호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장은 “이는 21대 개로왕(재위 455~475)의 손자인 삼근왕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13세에 즉위해 15세에 사망했다는 삼근왕의 기록과 치아의 고고학적 특성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무령왕을 제외하고 무덤들의 주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백제사 연구에 중요한 발견이 이뤄졌다는 것이 연구소의 설명이다.금 귀걸이 등 정교한 공예품도 함께 출토됐다. 2호분에서 출토된 청색 유리옥이 달린 금 귀걸이는 백제 초창기인 한성기 귀걸이와 웅진 후반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의 중간 형태로 보인다. 삼국시대 금속공예 전문가인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는 “우리가 잘 아는 국보인 무령왕릉 왕비 귀걸이가 탄생하기까지의 여정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 귀걸이와 함께 발견된 반지는 은에 줄무늬를 새기고 금을 도금했다.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반지가 발견된 바 있다. 황 소장은 “당시 백제와 신라 왕실의 혼인 정책이 이뤄졌다는 기록을 뒷받침 한다”라며 “왕실 간 장신구 스타일과 제작 기법이 공유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밖에도 태국산 납 성분이 포함된 유리 옥 등 당시 백제가 주변국과 활발한 무역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물들이 함께 발견됐다. 황 소장은 “보통 정치적 혼란기로만 알려져 있던 백제 웅진기에도 안정적인 정치 체계와 대외적인 교류 관계를확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귀중한 성과”라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7
    • 좋아요
    • 코멘트
  • ‘팬레터’ ‘마리 퀴리’ ‘레드북’… 해외서 빛날 ‘넥스트 해피엔딩’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대학로 3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기념비적인 사건에 국내 공연계도 들썩이고 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서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어쩌면 해피엔딩’을 이어 해외에서 빛을 발할 ‘넥스트 K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보편적 메시지 담은 ‘K뮤지컬’ 실제로 최근 한국 뮤지컬들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뮤지컬 제작 능력을 인정받을 정도다.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뒤 일본과 중국 등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팬레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팬레터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등 경성 문인들이 참여했던 모임 ‘구인회(九人會)’를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 지난해 12월엔 일본 라이선스 공연이 ‘오다시마 유시 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받았으며, 올 1월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폴란드 여성 과학자인 마리 퀴리(1867∼1934)의 서사를 풀어낸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도 해외 진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2022년 퀴리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고, 2023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프로덕션으로 장기 공연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마리 퀴리는 위인의 업적만 조명하는 전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과학 윤리와 인간의 책임이란 보편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문화권을 불문하고 관객 정서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풀어낸 ‘레드북’도 2023년 런던에서 영어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국내에 영국 작품을 많이 소개해 온 제작사 아이엠컬처가 ‘레드북’ 창작진으로부터 아시아권을 제외한 해외 공연권을 분리 확보해, 현지 정서에 맞는 공연을 개발하고 있다.● “정교한 현지화 작업 있어야” 물론 밝은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어쩌면 해피엔딩’만큼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문화에 익숙했던 ‘윌-휴 콤비’(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조합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초기 개발에 참여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윌-휴 콤비는 모두 미국을 베이스로 활동해 현지 언어와 정서 모두에 익숙했다. 가사도 멜로디와 영어 강세가 자연스럽게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그대로 외국에 옮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전문가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창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정서를 고려한 기획이 이뤄져야 해외 진출도 순풍을 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 번역이나 무대 이동이 아닌 해외 관객의 감수성과 문화적 맥락을 철저하게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만들어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이 배경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정서를 품고 있었다”며 “국내 관객에게 초점을 맞춘 다른 작품들은 조금 더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팬레터’ ‘마리 퀴리’ ‘레드북’…해외서 빛날 K뮤지컬 관심 집중

    한국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계 시상식인 토니상에서 작품상 포함 6관왕을 차지했다. 대학로 3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기념비적인 사건에 국내 공연계도 들썩이고 있다. 이번 수상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을 넘어서서 한국 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어쩌면 해피엔딩’을 이어 해외에서 빛을 발할 ‘넥스트 K뮤지컬’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보편적 메시지 담은 ‘K 뮤지컬’실제로 최근 한국 뮤지컬들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뮤지컬 제작 능력을 인정받을 정도다. 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뒤 일본과 중국 등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 ‘팬레터’가 대표적인 경우다. 팬레터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천재 작가 이상과 김유정 등 경성 문인들이 참여했던 모임 ‘구인회(九人會)’를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 지난해 12월엔 일본 라이선스 공연이 ‘오다시마 유시 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받았으며, 올 1월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다. 폴란드 여성 과학자인 마리 퀴리(1867~1934)의 서사를 풀어낸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도 해외 진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2022년 퀴리의 고국인 폴란드에서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고, 2023년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라이선스 초연을 했다. 지난해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프로덕션으로 장기 공연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마리 퀴리는 위인의 업적만 조명하는 전기적 구성에서 벗어나 과학 윤리와 인간의 책임이란 보편적인 메시지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며 “어느 문화권을 불문하고 관객 정서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풀어낸 ‘레드북’도 2023년 런던에서 영어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국내에 영국 작품을 많이 소개해 온 제작사 아이엠컬처가 ‘레드북’ 창작진으로부터 아시아권을 제외한 해외 공연권을 분리 확보해, 현지 정서에 맞는 공연을 개발하고 있다.● “정교한 현지화 작업 있어야”물론 밝은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어쩌면 해피엔딩’만큼 큰 성공을 거두긴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 문화에 익숙했던 ‘윌·휴 콤비(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의 조합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이기 때문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초기 개발에 참여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윌·휴 콤비는 모두 미국을 베이스로 활동해 언어와 정서 모두에 익숙했다. 가사도 멜로디와 영어 강세가 자연스럽게 맞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만든 작품을 그대로 외국에 옮기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뮤지컬 전문가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창작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정서를 고려한 기획이 이뤄져야, 해외 진출도 순풍을 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 번역이나 무대 이동이 아닌 해외 관객의 감수성과 문화적 맥락을 철저하게 염두에 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해외를 겨냥해 만들어진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이 배경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정서를 품고 있었다”라며 “국내 관객에 초점을 맞춘 다른 작품들은 조금 더 정교한 현지화 작업이 따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6
    • 좋아요
    • 코멘트
  • “10년 마라톤 여정, ‘해피엔딩’ 마무리 기뻐”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어요. 10년 동안 긴 마라톤과 같았던 여정을 뿌듯하게 마무리해 기쁩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42)는 당시 무대에 오른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13일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상 받았다고 창작자로서 삶이 달라질 건 없다”며 의젓한 반응을 보였다. 박 작가도 “이런 게 있는 줄 처음 알았다”는 미 ‘어워드 시즌(Award Season)’ 동안 ‘어쩌면 해피엔딩’은 줄곧 꽃길이었다.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와 드라마리그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에서 연달아 상을 받았으며, 결국 ‘공연계의 오스카’ 토니상에서 올해 최다 수상작에 올랐다. 그런 박 작가에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애런슨과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16년 12월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된 뮤지컬은 미 작곡가 윌 애런슨(44)과 그의 공동작. 박 작가는 “특별히 사랑받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극을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이려 애를 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윌·휴 콤비’란 애칭으로 불리는 애런슨에 대해선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라고 정의했다. 2008년 뉴욕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번지점프를 하다’(2012년),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 등을 꾸준히 선보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아요. 서로의 예술관에 대한 존경심도 있습니다.” 두 예술가는 그간 다양한 시간대의 한국을 뮤지컬 소재로 삼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21세기 후반이라면, ‘일 테노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다뤘다. 박 작가는 “한국 관객에겐 친숙하면서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해외 관객에겐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어느덧 서울과 뉴욕에서 살아간 시간이 50 대 50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국내에서도 여섯 번째 시즌이 공연된다. 박 작가는 “극장이 좀 더 큰 곳으로 바뀌어 시각적 요소에 필요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2015년 트라이아웃(시범) 공연 이후 10주년을 맞았어요. 이번 공연이 저와 애런슨은 물론 ‘어쩌면 해피엔딩’의 여정을 함께해 준 모든 분들께 행복한 공연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 가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어쩌면 해피엔딩’, 10년간의 긴 마라톤…완성도 높이려 꾸준히 애써”

    “피곤함과 설렘, 걱정과 흥분 등 모든 감정이 뒤섞인 기분이었어요. 10년 동안 긴 마라톤과 같았던 여정을 뿌듯하게 마무리해 기쁩니다.”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42)는 당시 무대에 오른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13일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시상식이 작품상 발표까지 7시간이나 걸려 너무 지쳤다”면서도 “상 받았다고 창작자로서 삶이 달라질 건 없다”며 의젓한 반응을 보였다.박 작가도 “이런 게 있는 줄 처음 알았다”는 미 ‘어워드 시즌(Award Season)’ 동안 ‘어쩌면 해피엔딩’은 줄곧 꽃길이었다. 뉴욕 드라마비평가협회와 드라마리그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에서 연달아 상을 받았으며, 결국 ‘공연계의 오스카’ 토니상에서 올해 최다 수상작에 올랐다. 그런 박 작가에 ‘어쩌면 해피엔딩’은 ““애런슨과 함께 만든 첫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16년 12월 서울 대학로에서 초연된 뮤지컬은 미 작곡가 윌 애런슨(44)와 그의 공동작. 박 작가는 “특별히 사랑받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극을 쓰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 브로드웨이 개막까지 계속 다듬으며 완성도를 높이려 애를 썼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윌·휴 콤비’란 애칭으로 불리는 애런슨에 대해선 “협업자이기 전에 17년째 매우 가까운 친구”라고 정의했다. 2008년 뉴욕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번지점프를 하다’(2012년),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 등을 꾸준히 선보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나 정서에 비슷한 면이 많아요. 서로의 예술관에 대한 존경심도 있습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내가 할 일’과 ‘네가 할 일’을 구분하지 않고 늘 유기적으로 작업했어요.” 두 예술가는 그간 다양한 시간대의 한국을 뮤지컬 소재로 삼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1세기 후반이라면, ‘일 테노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다뤘다. 박 작가는 “한국 관객에겐 친숙하면서 묘하게 낯선 질감의 세상을, 해외 관객에겐 낯설지만 묘하게 공감되는 세상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어느덧 서울과 뉴욕에서 살아간 시간이 50대 50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두 문화와 언어를 오가는 창작자로서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어쩌면 해피엔딩’은 10월 국내에서도 여섯 번째 시즌이 공연된다. 박 작가는 “극장이 좀 더 큰 곳으로 바뀌어 시각적 요소에 필요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2015년 트라이아웃(시범) 공연 이후 10주년을 맞았어요. 이번 공연이 저와 애런슨은 물론 ‘어쩌다 해피엔딩’의 여정을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행복한 공연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이야기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충동과 의지가 계속 되는 한, 꾸준하고 진중하게 작업을 이어가겠습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3
    • 좋아요
    • 코멘트
  • 美 작곡가-韓 작가 ‘윌&휴 콤비’의 앙상블

    “한국 관객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미국 공연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박천휴 작가·42) 8일(현지 시간) 미 토니상 6관왕에 오른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박 작가가 평소 좋아하는 영국 록밴드 ‘블러’ 출신 데이먼 앨반의 곡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이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카페에서 음악을 듣던 그는 ‘우리는 늘 휴대전화 속에서 로봇으로 살아가지’란 가사를 듣고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장 친구인 작곡가 윌 애런슨(44)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 팬들에게 ‘윌&휴 콤비’라고 불리는 두 예술가의 ‘케미’가 이뤄낸 결과다. 한국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박 작가와 하버드대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애런슨 작곡가는 2008년 뉴욕대에서 처음 만났다. 고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그들은 이후 18년 지기가 됐다. 본격적인 동업은 애런슨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2012년) 작곡 제의를 받은 뒤 박 작가와의 협업을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그 다음 작품이 2016년 서울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이후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도 연달아 호평을 받으며 ‘믿고 보는 콤비’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계에선 “출신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의 긴밀한 앙상블이 양국의 감성을 모두 사로잡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박 작가는 수상 직후 “꿈꿔 왔던 것보다 훨씬 큰일이 벌어졌다”며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여러 사람이 진심과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애런슨은 “너무 흥분해 한국어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국 ‘헬퍼봇’, 미국 ‘반딧불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고 했다. 헬퍼봇과 반딧불이는 양국 ‘어쩌면 해피엔딩’ 팬덤을 부르는 애칭이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997년 ‘명성황후’ 브로드웨이 문열고, 작년 ‘위대한 개츠비’ 토니상

    K뮤지컬의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공연계는 1997년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뉴욕 링컨센터에 올랐을 때를 해외 진출 효시로 본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28년 뒤 K뮤지컬이 현지에서 매진 열풍을 일으키고, 급기야 토니상 작품상까지 거머쥐는 날이 오리라고 내다본 이는 드물었다. 당시 ‘명성황후’는 한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관람했고, 공연 기간도 짧아 현지 평단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뮤지컬이 산업화되기 시작한 기점인 ‘오페라의 유령’(2001년) 라이선스 초연 전에 한국 창작진의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소개됐다는 의미가 크다.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아시아에서 먼저 일어났다. 2010년대 이후 한류 붐을 타고 국내 창작 뮤지컬들의 라이선스 수출이 활발히 이뤄졌다. 2012년 일본에 성공적으로 수출된 뒤 중국 무대까지 이어진 대학로 터줏대감 뮤지컬 ‘빨래’가 대표적이다. 뮤지컬의 본고장답게 진입 장벽이 높았던 영미권은 초기엔 ‘공동 제작’ 형태로 진출이 이뤄졌다. CJ ENM은 토니상 수상작인 2013년 ‘킹키부츠’와 2019년 ‘물랑루즈’ 등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장은 “오랜 기간 해외 라이선스 작품을 들여오며 한국도 프로듀싱 역량이 커졌다”라며 “최근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 영미권도 한국 프로듀서라면 어느 정도 인정하고 들어갈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아시아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리드 프로듀서로 참여한 ‘위대한 개츠비’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올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개막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토니상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한정된 기간만 공연하는 한국과 달리, ‘오픈런(Open Run·상시 공연)’이 목표인 영미권에선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대학로 중심으로 개성 있는 소규모 뮤지컬이 활발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다채로운 작품을 만드는 저력을 지녔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버려진 로봇의 사랑… 한국적 기발함에 녹인 휴머니즘, 美서도 통해”

    한국의 순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국내 초연의 토종 뮤지컬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 시간) 미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토니상 최다 수상작의 영예도 안았다. 각본과 작사를 맡은 박천휴 작가(42)는 한국 국적으로 토니상을 받은 첫 번째 수상자가 됐다. 이 작품은 21세기 후반 한국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휴머니즘을 그렸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처음 공연된 뒤, 지난해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 현지화 전략에 성공하며 토니상의 영광을 차지했다”고 평했다. 현지에선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2022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등에 이어 K콘텐츠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에서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흘린 땀과 열정, 창의적인 도전의 결실”이라며 “문화예술 지원을 강화해 세계에서 빛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축하를 전했다.[K뮤지컬 美토니상 6관왕] ‘어쩌면 해피엔딩’ 성공 비결은2016년 대학로 소극장 초연해 인기… 브로드웨이 진출후 초반 흥행 부진선율-대본-연기 호평에 점차 인기… 재즈풍 편곡 등 현지화 전략도 한몫“보편적 소재,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작품상(베스트 뮤지컬)으로 ‘어쩌면 해피엔딩’과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작진과 배우 30여 명은 무대로 올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외쳤다.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은, 올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려한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당시 약 300석 규모인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국내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9년 만에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선 서울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뮤지컬이 “인간의 외로움과 유대관계의 힘이란 보편적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미 뉴욕타임스·NYT)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휴머니즘21세기 후반 서울. 무대엔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등장한다. 낡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버린 클레어를 올리버가 구하며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주인 제임스를 찾아 클레어와 제주도로 떠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움과 사랑, 우정의 감정을 마주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에선 2016년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 하지만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해외에선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했다.이날 토니상에서 각본상, 작사·작곡상 등을 공동 수상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익숙한 원작도 없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 하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주간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표를 구하기 힘든 인기작으로 올라섰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인기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작품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과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 및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 우란문화재단에서 해당 작품의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눈물 흘리게 만드는 한국적 정서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발라드 삭제” 섬세한 현지화 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현지 기호에 맞춰 많은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를 미국 공연에선 빼버린 것이다. 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겐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단 판단이 들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창작진을 대거 유입해 브로드웨이 감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세계에서 쌓아 올린 K콘텐츠의 ‘호감도’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검증을 거친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단 분석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반려 식물을 한국어로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지 관객들이 오히려 반색했다고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완벽한 해피엔딩’ 된 K뮤지컬…“로봇이 전한 휴머니즘에 공감”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 작품상(베스트 뮤지컬)으로 ‘어쩌면 해피엔딩’과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객은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제작진과 배우 30여 명은 무대로 올라 감격의 포옹을 나누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외쳤다. 공연예술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미 최고 권위의 토니상은, 올해 6관왕에 오른 ‘어쩌면 해피엔딩’의 화려한 대관식으로 마무리됐다.‘어쩌면 해피엔딩’은 2016년 당시 약 300석 규모인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국내 토종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초연 9년 만에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개막한 뒤 세계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현지에선 서울이 배경인 공상과학(SF) 뮤지컬이 “인간의 외로움과 유대관계의 힘이란 보편적 소재를 아름다운 음악에 담아내”(미 뉴욕타임스·NYT)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적인 기발함(quirky)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라고 평했다.● ‘인간보다 인간다운’ 로봇의 휴머니즘21세기 후반 서울. 무대엔 인간에게 버려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등장한다. 낡은 아파트에 남겨진 채 반복된 일상을 보내던 그들은, 어느 날 배터리가 방전돼 멈춰버린 클레어를 올리버가 구하며 가까워진다. 이후 올리버는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던 주인 제임스를 찾아 클레어와 제주도로 떠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두 로봇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리움과 사랑, 우정의 감정을 마주한다.‘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에선 2016년 초연부터 97회 공연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 하지만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해외에선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상당했다.이날 토니상에서 각본상, 작사·작곡상 등을 공동 수상한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는 브로드웨이에서 검증된 창작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지에서 익숙한 원작도 없었다. 실제로 프리뷰 공연 초반 4주간 주간 매출은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밑돌았다.하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넷째 주 주간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하더니, 이젠 표를 구하기 힘든 인기작으로 올라섰다.‘어쩌면 해피엔딩’의 인기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진정성 있는 휴머니즘을 담아냈기 때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배우 4명이 주도하는 소규모 작품이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선율과 밀도 있는 대본, 짜임새 있는 연기 및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분석이다.우란문화재단에서 해당 작품의 초기 개발을 담당했던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은 “브로드웨이의 쇼 뮤지컬과는 다르게, 눈물 흘리게 만드는 한국적 정서가 관객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식 발라드 삭제” 섬세한 현지화과감한 현지화 전략도 흥행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브로드웨이 공연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 현지 기호에 맞춰 많은 편곡과 재구성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넘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를 미국 공연에선 빼버린 것이다.김 본부장은 “두 곡 모두 한국식 발라드 정서가 강해 미국 관객에겐 감정을 지나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줄 수 있단 판단이 들었다”며 “대신 브라스와 재즈풍의 편곡을 강화했다”고 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창작진을 대거 유입해 브로드웨이 감수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각색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미국과 세계에서 쌓아 올린 K콘텐츠의 ‘호감도’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도 나온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검증을 거친 덕분에 뮤지컬에서도 쉽게 다가설 수 있었단 분석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자연스럽게 한국적 색채를 드러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반려 식물을 한국어로 ‘화분’이라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지 관객들이 오히려 반색했다고 한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6-09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수학으로 찾은 운동법… 5명 이상 함께하면 포기 안한다

    ‘운동 메이트’가 있으면 혼자 할 때보다 운동을 포기할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한다. 특히 친구 한 명보다는 여러 명이 운동 모임을 꾸릴 때 건강한 습관이 더 쉽게 형성된다. 처음엔 억지로 따라나섰던 이도 점차 단체 채팅방에 ‘인증샷’을 올리며 운동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런 변화는 일정 수준의 자극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 급격히 가속되는 ‘티핑 포인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 응용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5명이란 임계점을 넘어서면 서로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주며 운동 모임의 효과를 어렵지 않게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관계와 식생활, 습관 등 삶 전반에서 “수학이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하는 책이다. 책에는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이 등장한다. 숫자와 데이터를 통해 의미를 읽어내는 ‘통계적 사고’와 집단 안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패턴을 분석하는 ‘상호작용적 사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에 주목하는 ‘카오스적 사고’, 그리고 이 세 가지를 통합한 ‘복잡계적 사고’다. 저자는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단순한 규칙이 어떻게 현실의 복잡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통계적 사고는 좋은 생활 습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객관적 근거가 된다.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소의 엘리사베트 크바비크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에서 4886명을 추적 조사해 습관과 사망률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 흡연과 과음, 운동 부족, 채소 및 과일 섭취 부족이라는 네 가지 나쁜 습관을 모두 갖춘 사람은 20년 내 사망 확률이 15%에 이르렀다. 반면 이런 습관이 없는 사람은 사망률이 5%로 떨어졌다. 좋은 생활 습관을 갖춘 이들이 무조건 오래 산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럴 개연성은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상호작용적 사고법은 집단 내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특히 감염병처럼 기하급수적으로 확산하는 현상을 예측하고, 확산 방지에 필요한 백신 접종률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카오스적 사고는 예측 자체의 한계를 인식하고, 변화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관점을 제공한다. ‘나비 효과’가 그 대표적 예다. 복잡계적 사고에 이르면, 인간의 삶처럼 복잡하게 얽힌 현상도 수학적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 논리와 수학을 삶의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수학에 기반한 단순한 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지혜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의 순환성을 수학으로 설명한 미국인 수학자 알프레트 로트카(1880∼1949),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기여한 마거릿 해밀턴(89) 등 수학적 사고로 업적을 이룬 인물들의 이야기도 풍성하다. 수학이 모든 질문에 해답을 주는 건 아니지만 합리적 결정을 위한 사고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수 이무진에 “뭐하는 거야”… 행사 스태프 갑질 논란

    가수 이무진(사진)이 충남 천안 행사 무대 리허설 도중 스태프의 고압적인 태도에 갑질을 당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무진의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5일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리허설 과정에서 이무진을 향한 현장 스태프의 부적절한 언행과 무례한 대응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안의 엄중함과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행사 주최 측과 진행 업체 측에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전날 ‘2025 천안 K-컬처 박람회’ 개막식 리허설 도중 발생했다. 이무진이 음향을 체크하며 노래를 부르자 현장 스태프가 “이게 뭐하는 거야 지금. 이따가 공연할 때 음향 잡는 시간 드릴게요. 다음 팀이 대기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며 공연을 중단시킨 것.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며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주최 측은 하루 만인 5일 “사건 발생 후 해당 스태프가 아티스트와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불편을 드린 관람객과 팬들에게 사과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계속되고 소속사가 ‘강경 대응’을 밝히자 주최 측은 이날 다시 2차 사과에 나섰다. 주최 측은 재차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이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강력한 경고 및 자체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무진, 스태프 갑질 피해 논란…반말 지시에 리허설 강제 중단

    가수 이무진이 충남 천안 행사 무대 리허설 도중 스태프의 고압적인 태도에 갑질을 당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이무진의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5일 입장문을 내고 “당사는 리허설 과정에서 이무진을 향한 현장 스태프의 부적절한 언행과 무례한 대응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안의 엄중함과 소속 아티스트 보호 차원에서 행사 주최 측과 진행 업체 측에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문제는 전날 ‘2025 천안 K-컬처 박람회’ 개막식 리허설 도중 발생했다. 이무진이 음향을 체크하며 노래를 부르자 현장 스태프가 “이게 뭐하는 거야 지금. 이따가 공연할 때 음향 잡는 시간 드릴게요. 다음 팀이 대기하고 있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며 공연을 중단시킨 것.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되며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주최측은 하루 만인 5일 “사건 발생 후 해당 스태프가 아티스트와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불편을 드린 관람객과 팬들에게 사과한다”며 공식 사과했다.하지만 비난 여론이 계속되고 소속사가 ‘강경 대응’을 밝히자 주최 측은 이날 다시 2차 사과에 나섰다. 주최 측은 재차 사과문을 올리며 “향후 이러한 상황이 생기지 않게 강력한 경고 및 자체 교육을 실시했다”고 밝혔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5-06-0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