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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에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붐빈다. 한산하던 노점상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고, 시장엔 장보러 나온 사람들과 카메라를 든 즐거운 표정의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해질 무렵 노천카페는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들로 북적인다. 8월도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오후의 쨍쨍한 햇살은 저녁이면 제법 서늘한 바람으로 바뀐다. 이제는 덥고 따가운 볕에서도 초가을 느낌이 물씬하다. 박선희 기자}

폭락장의 여진이 코스피를 다시 흔들었다. 순매도 폭을 줄이는 듯하던 외국인이 팔자세로 돌아서면서 18일 코스피는 3거래일 만에 하락세를 그렸다. 기관의 매도까지 더해지면서 지수는 한때 3% 이상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18일 코스피는 32.09포인트(1.70%) 내린 1,860.58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반짝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자 힘없이 하락 반전했다. 오후 한때 1,833 선까지 떨어지며 불안감을 키웠지만 막판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급락을 막았다. 외국인은 1657억 원을, 기관은 3160억 원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만 608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날 코스피 하락의 주요 요인은 정보기술(IT)주의 동반 폭락이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국내 경쟁업체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와 함께 반도체 가격이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주저앉은 것이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하이닉스는 무려 12.24% 급락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8.51%, LG전자는 6.11% 내렸다. 삼성전자, 삼성전기도 각각 5% 이상 주저앉았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전자 업황에 대한 우려로 기관이 대거 물량을 내놓으면서 하락폭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당분간 변동성 장세와 함께 바닥 다지기 국면이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증시 급락의 원인이었던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미국의 더블딥 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코스닥은 이날 전날보다 1.36포인트(0.27%) 오른 507.80으로 마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공포와 미국 고용지표 악화로 유럽 주요국을 비롯한 미국 증시가 개장 초반 4∼5% 안팎으로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사상 최저치인 1.974%까지 떨어졌다.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도 낮은 수치다. 18일(현지 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들은 금리 인상 우려로 인한 중국 증시 급락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으며 미국 주간 신규 실업자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발표에 폭락세로 돌아섰다. 프랑스 CAC40지수는 오후 4시 현재 전일 종가보다 ―6% 폭락했으며 독일 ―5%, 스페인 ―4%, 런던 ―4.5%, 아테네 ―3% 등으로 일제히 주저앉았다. 급락세는 주로 금융주가 주도했다. 바클레이스, 로이즈, RBS, 소시에테제네랄, 코메르츠방크 등 유럽 주요 대형 은행들이 일제히 7∼8%까지 폭락했다. 미국 증시도 급락 개장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개장한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4.1% 폭락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 S&P지수도 각각 4.7%, 4.4% 떨어졌다.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증시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불안한 투자심리가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날 “미국과 유럽이 경기 침체에 다가서고 있다”면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2%에서 3.9%로 내렸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4.5%에서 3.8%로 낮췄다. 모건스탠리는 유럽에서 발생한 재정위기 대응이 충분하지 않고 소비자 신뢰가 하락하고 있으며 재정에 대한 각국의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성장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지난주 실업수당 신청자도 40만8000명으로 4주 만에 최고를 기록해 경기둔화 불안감을 키웠다. 저성장의 공포 속에서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지난 3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시장 예측치 0.2%보다도 높았다. 국제 유가는 소비 감소 우려로 급락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2.45달러(2.8%) 내려간 배럴당 85.1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금값은 온스당 1826달러로 치솟았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증권사와 결탁해 불공정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 핵심 보직 전원을 교체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1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주식운용실장, 채권운용실장, 주식위탁팀장, 리서치팀장 등 4개 핵심 보직자 전원이 교체됐다. 주식운용실장에는 윤영목 전 채권운용실장이, 채권운용실장에는 손석근 전 주식위탁팀장이 선임됐다. 주식위탁팀장과 리서치팀장에는 김성욱 전 리서치팀장과 김상훈 리서치팀 선임운용역이 임명됐다. 국민연금은 핵심 기금운용 인력을 일괄 교체함으로써 느슨해진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도덕적으로 느슨해진 내부 분위기를 쇄신해 윤리를 회복하겠다는 전광우 이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이뤄졌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채권운용실과 주식운용실은 국민연금의 두뇌에 비유될 정도로 국민연금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340조 원 규모의 기금 중 약 220조 원을 국내 채권에, 60조 원을 국내 주식에 각각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소속 간부가 거래 증권사 선정평가를 하면서 정성(定性)평가 점수를 조작하고, 리조트 이용권을 증권사에 강매했다는 등의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며 지난달 초 파문을 일으켰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해 처음으로 합병 상장에 성공한 화신정공의 주가가 상장 첫날 약세를 면치 못했다. 17일 코스닥시장에서 HMC스팩1호에서 변경 상장한 화신정공은 전 거래일보다 145원(4.92%) 하락한 2305원에 장을 마쳤다. 화신정공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4%가량 상승한 2485원에 시초가를 형성했지만 장 초반 이후 계속된 매도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전날까지 HMC스팩1호는 사흘 연속 강세를 유지하며 이 기간 18% 넘게 상승해 공모가(2000원) 대비 23% 초과 수익률을 올렸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대신증권은 17일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만기에 우대금리 이자와 더불어 제휴카드 사용금액에 따른 보너스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대신 꼬박꼬박 월 적립형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이 상품은 매월 일정 금액을 적금처럼 꾸준하게 약정형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하는 원금보존추구형 상품이다. 매달 약정금리 연 4.5%를 적립하고 카드 사용금액에 따라 보너스 금리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매월 30만 원씩 1년간 적립하고 가입시점의 RP금리가 4.5%(2011년 8월 기준)이며 제휴카드 ‘꼬박꼬박-롯데카드’ 월 사용액이 100만 원이면 만기 때 최대 13.73%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매월 최소 1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제휴카드 가입 여부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

‘월급 주는 펀드’로 올해 상반기 내내 인기를 끌었던 월지급식 펀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수익률이 낮아 원금 손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오던 차에 최근 폭락장을 거치며 실제로 원금이 크게 축났기 때문이다. 특히 각 금융회사가 퇴직자들을 겨냥해 이 상품을 ‘안정적인 노후대비용’이라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던 만큼 상품구조나 위험도를 잘 몰랐던 투자자들은 은퇴계획에까지 차질이 생기게 됐다. 월지급식 펀드란 목돈을 맡기고 일정 금액을 월급처럼 받는 금융상품으로 자산증식보다는 노후대비를 원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시점에 맞춰 작년부터 쏟아져 나왔다. 연금이나 보험의 나이 제한 조건이 없는 데다 가입한 다음 달부터 수익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택에 압축펀드(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와 함께 상반기 대표 히트상품으로 꼽혔다. 이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17일 현재 7201억 원으로 이 중 80.12%인 5770억 원이 올해 들어왔다. 그러나 월지급식 펀드는 증시 상황이 좋았던 상반기부터 문제점이 계속 거론돼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란 금융회사들의 광고와 달리 웬만한 수익률로는 원금보존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매월 투자원금의 0.5∼0.7%를 투자자에게 분배금으로 지급하므로 연간으로 따지면 6.0∼8.4% 정도의 수익률을 거둬야 원금이 유지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펀드 수익률이 낮다고 분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당수 월지급식 펀드들은 불가피하게 원금 손실을 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월지급식 펀드는 이번 폭락장을 맞아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설정액 10억 원 이상)은 ―4.7%였다. 월지급식 펀드 중에서도 주식형이나 해외 채권형의 피해는 훨씬 크다. ‘칸서뫼비우스블루칩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4.0%, 3개월 수익률은 ―17.9%로 떨어졌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일본에선 이미 금융회사들의 무리한 분배금 경쟁과 저조한 펀드 수익률 등으로 원금 손실의 피해를 본 은퇴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월 분배금에만 혹해서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다간 안정적인 노후 설계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어디 투자해 볼 만한 새내기주(株) 없을까.’ 기술력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 대기업의 알짜 계열사,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모주 시장을 달궜던 화제의 기업들까지….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주목받는 새내기주들의 면면을 분석한 ‘새내기 요모조모’를 매주 수요일자에 싣는다. 》 보험회사에 다니는 황모 씨(27)는 평소에 디젤 청바지에 코치 가방, 돌체앤가바나 향수를 애용한다. ‘패션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독창적인 작품도 좋아한다. 워낙 고가라 구매하긴 힘들지만 케이블TV나 인터넷을 통해 그의 옷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황 씨는 최근까지도 자신이 좋아하는 이 브랜드들이 모두 ‘신세계인터내셔날’이란 회사를 통해 한국에 수입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르마니 같은 명품에서 갭(GAP)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에게 친숙한 외국의 유명 브랜드를 수입 및 유통시키는 종합패션업체다. 보유 중인 패션 브랜드들의 현란함에 비하면 지난달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였다. 하지만 명품 브랜드를 두루 보유한 대기업 계열사로 공모주 시장에서부터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유망 새내기주로서의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다. ○ 화려한 신고식에 주가도 승승장구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이 반영된 것일까. 지난달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상당수의 새내기주가 공모가나 시초가를 밑도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상장 첫날 공모가(6만5000원)를 뛰어넘는 시초가(10만3000원)를 형성한 뒤 상한가인 11만8000원에 마감했다. 9만∼10만 원 선이었던 각 증권사의 목표주가도 가뿐히 뛰어넘은 것이다. 이후 소폭 조정을 보이기도 했으나 한 달이 지난 16일 현재 주가는 공모가의 두 배에 육박하는 12만7000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수입유통업자로 기업의 기초체력을 쌓았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약 59%를 해외패션본부에서 올렸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패션소비 양극화로 국내 명품시장은 2006년 이후 연평균 21% 성장했으며 백화점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6년 6.1%에서 지난해 11.3%까지 늘었다. 올해도 국내 명품시장은 30% 성장세다. 매출 중 수입 비중이 60%에 달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도 누릴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토종 패션브랜드인 ‘톰보이’ 인수를 비롯해 이마트 내 생활용품 판매 등 국내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사업본부 등도 확장하고 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시장 급성장에 따른 수혜, 모회사인 신세계의 뒷받침, 강력한 유통채널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회사”라고 말했다. ○ 주가 고평가 논란도 나와 이처럼 기본적인 체력이 탄탄해 보이는 기업이긴 하지만 비슷한 업종들의 주가를 감안할 때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종가와 최근 실적을 기준으로 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08배 정도다. 휠라코리아(9.03배) 한섬(10.30배)을 압도한다.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글로벌 경쟁업체들인 크리스찬 디오르, 루이뷔통그룹, PPR그룹 등의 PER가 12∼13배 정도인 점을 감안해도 비싼 감이 있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후광 효과와 적은 유통물량(전체 발행주식 26%만 유통)으로 인한 수급 영향으로 주가가 단기 급등한 것 같다”며 “밸류에이션(적정주가) 측면에서는 지금 주가가 맞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가에는 신세계그룹 지배구조와 연관된 기대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세계 자회사인 데다 그룹 지배구조와 연관돼 있어 단순히 기업 가치 측면에서만 보긴 어렵다”며 “현재 고점 대비 20% 가까이 빠진 상황이라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며 2분기 실적 등을 감안해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글로벌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회귀 움직임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를 능가하고 있다. 특히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금으로의 쏠림 현상은 금융위기 때보다 더욱 극심하다.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융시장 불안이 어느 때보다 가중됐던 지난 한 주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려 498억 달러(약 53조8338억 원)가 현금성 자산인 MMF로 몰려들었다. 주식형펀드에서 261억 달러, 채권형펀드에서 104억 달러가 유출됐다. 한 주에 500억 달러에 가까운 현금이 시장에서 빠져나온 것은 리먼 사태로 인한 폭락장 때보다 훨씬 큰 규모로, 위험자산을 처분해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이가 많아졌음을 뜻한다. 위험자산 회피 현상은 안전자산인 금값 상승도 계속 부채질하고 있다. 2009년 8월경만 해도 온스당 900달러대였던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면서 최근 1800달러에 육박했다. 국제 금값은 11일(현지 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CME)가 계속되는 폭등세를 막기 위해 금 선물의 증거금을 22%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소폭 하락하며 진정세로 접어들었지만, 이틀간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평균 5.5% 상승해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은 수그러들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한 데다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CME의 증거금 인상으로 금값이 다소간의 조정을 보이더라도 곧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리란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 신용등급 하락 사태로 인해 금값 상승의 여건을 조성하는 저금리와 저성장, 높은 유동성 수준 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12개월 금값 예상치를 온스당 2000달러로까지 높였다. 한편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간 수익률 역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채권형 펀드는 올해 3월 이후 최고 수익률을 거둬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9.36%이었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 셋째 주 이후 주간 기준으로는 최대 하락폭이다. 해외주식펀드를 포함한 전체 주식형펀드는 8.77%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의 순매도 공세로 대형주가 10.45% 하락하면서 대형주 비중이 높은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했다. 반면 국내 채권형펀드는 3월 둘째 주 이후 주간으로 가장 높은 0.56% 수익률을 거뒀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비는 오다 그치다 하지요. 그게 비가 하는 일입니다.” 내리다 말다 하는 비를 보면 독일작가 다니엘 켈만이 ‘나와 카민스키’에서 쓴 구절이 떠오른다. 딱히 뭘 하기도 모호한 날씨. 늘 넣고 다니는 우산 때문에 무거워진 가방. 굳이 꺼내 쓰기도, 그렇다고 맞고 다니기도 어정쩡한 비. 하지만 작가가 그런 비를 불평하는 누군가에게 유머 있게 지적했듯이 비란 그런 게 아닌가. 참 긴 여름이다.박선희 기자}
외국인의 매도공세로 주가가 약 11개월 만에 1,800 선이 무너졌다. 2일부터 시작한 유럽계 중심의 외국인 매도 공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12일 코스피는 미국 및 유럽 증시 반등 소식에 21포인트 상승하면서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도물량에 밀려 전날보다 24.13포인트(1.33%) 하락한 1,793.31로 장을 마쳤다. 1,800 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해 9월 9일(1,784.36)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외국인의 매도공세로 주가가 11개월 만에 1800선이 무너졌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한 유럽계 중심의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2008년 '리먼 사태'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12일 코스피는 미국 및 유럽 증시 반등 소식에 21포인트 상승하면서 출발했지만 오후 들어 외국인 매도물량에 밀려 전날보다 24.13포인트(1.33%)하락한 1,793.31로 장을 마쳤다. 18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해 9월9일(1784.36) 이후 약 11개월만이다. 외국인들은 이날 2775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시 시작한 지난 2일부터 총 5조878억 원어치의 '매물 폭탄'을 던졌다. 재정위기 근원지인 유럽계 자금이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의 71.04%(3조4174억원)를 차지했다. 개인이 4917억원을 순매수하며 나흘째 순매수행진을 이어 갔으나 지수를 떠받치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고용지표 호전 소식에 힘입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95%, 나스닥종합지수가 4.69% 각각 급등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 증시도 상승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하락한(원화가치는 상승) 1078.5원으로 마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외국인 따라 팔아야 하나, 연기금 힘을 믿고 버텨야 하나….’최근 요동치는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은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시작된 공포의 폭락장세가 가까스로 진정되나 싶더니 이제는 ‘파는 외국인’과 ‘막는 기관’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주가가 시시각각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운용 전문가들은 ‘위기의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3대 방어형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 적립식은 최대의 방어 상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학습효과로 주가가 떨어질 때 펀드 투자를 시작하면 유리하다는 점을 알아챈 ‘스마트 머니’가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증시 활황과 함께 시작된 환매 러시로 몸살을 앓던 펀드시장은 요즘 폭락장 덕에 왕년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8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주식형 펀드로 7780억 원이 들어왔다. 순유입금액은 3일 1400억 원에서 8일 2400억 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펀드 중에서도 적립식 펀드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어형 상품이다. 현대증권이 금융위기 직전 주가가 고점이던 2007년 10월(코스피 2,064.85)부터 올해 7월까지 적립식 투자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수익률은 29.3%였다. 같은 기간 거치식이 3.3%밖에 거두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적립식 펀드는 최근 급락장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1,806.26으로 장을 마감한 10일까지 수익률은 9.5%였다. 지수가 1,700으로 내려가더라도 3.0% 수익을 내는 것으로 산출됐다. ○ 경기방어형 종목은 효자 증시에서는 연일 매수와 매도가 팽팽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지만 많은 전문가는 무차별 투매에 가세하기보다는 저가 매수가 유리한 점을 조심스레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운용담당자들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심하게 저평가된 종목이 상당수 나타나 계속 저가매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위기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외풍에 유독 취약한 국내 증시 특성상 한동안 변동성 높은 베어마켓(약세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 종목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냐 아니냐’ ‘수출주냐 내수주냐’를 가르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앞으로 철저한 종목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주, 바이오 관련주, 게임주처럼 경기 흐름을 크게 타지 않는 ‘경기 방어주’들 중 저평가된 알짜 중소형주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외 악재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므로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목표수익률을 되도록 낮게 잡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류재천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800 선 안팎이라면 충분히 매수할 때지만 또 다른 악재가 언제든 터질 개연성 역시 충분해 대비가 필요하다”며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단기 수익을 확정하며 짧게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안전자산으로 보호장막 유지 혼란기일수록 초심이 중요하다. 자산배분을 크게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 기타로 구분한 뒤 수익률을 점검하고 향후 경기 흐름을 감안해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증시가 불안할 때는 현금만 한 안전자산도 없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상무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진 만큼 코스피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식으로 현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유용한 방어 전술”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 경기 불안이 심화될 때마다 상승하는 금이나 하락장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지수연동예금(ELD) 등 원금보장형 지수연계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외국인 따라 팔아야 하나, 연기금 힘을 믿고 버텨야 하나….' 최근 요동치는 국내 주식시장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은 속이 바짝 타들어간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시작된 공포의 폭락장세가 가까스로 진정되나 싶더니 이제는 '파는 외국인'과 '막는 기관'의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주가가 시시각각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운용 전문가들은 '위기의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3대 방어형 투자전략'을 제시했다.●적립식은 최대의 방어 상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학습효과로 주가가 떨어질 때 펀드 투자를 시작하면 유리하다는 점을 알아챈 '스마트 머니'가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증시 활황과 함께 시작된 환매 러시로 몸살을 앓던 펀드시장은 요즘 폭락장 덕에 왕년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8일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주식형 펀드로 7780억 원이 들어왔다. 순유입금액은 3일 1400억 원에서 8일 2400억 원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펀드 중에서도 적립식 펀드는 불확실한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어형 상품이다. 현대증권이 금융위기 직전 주가가 고점이던 2007년 10월(코스피 2,064.85)부터 올해 7월까지 적립식 투자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수익률은 29.3%이었다. 같은 기간 거치식이 3.3%밖에 거두지 못한 것과 대조된다. 적립식 펀드는 최근 급락장에서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1,806.26으로 장을 마감한 10일까지 수익률은 9.5%였다. 지수가 1,700으로 내려가더라도 3.0% 수익을 내는 것으로 산출됐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에 따라 좀더 안정성을 높이고 싶다면 펀드 상품 중에서도 시장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시장중립형펀드나 금융공학펀드 등을 선택하면 된다"고 조언했다.●경기방어형 종목은 효자 증시에서는 연일 매수와 매도가 팽팽한 공방을 벌이는 중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무차별 투매에 가세하기보다는 저가 매수가 유리한 점을 조심스레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운용담당자들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심하게 저평가된 종목들이 상당수 나타나 계속 저가매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위기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고 외풍에 유독 취약한 국내 증시 특성상 한동안 변동성 높은 베어마켓(약세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 종목 선택에 신중할 할 필요가 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냐 아니냐' '수출주냐 내수주냐'를 가르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앞으로 철저한 종목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주, 바이오 관련주, 게임주처럼 경기흐름을 크게 타지 않는 '경기 방어주'들 중 저평가된 알짜 중소형주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외 악재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므로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목표수익률을 되도록 낮게 잡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류재천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1,800선 안팎이라면 충분히 매수할 때지만 또 다른 악재가 언제든 터질 개연성 역시 충분해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단기 수익을 확정하며 짧게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 보호장막 유지 혼란기일수록 초심이 중요하다. 김원일 세이에셋코리아 상무는 "공포심리에 휘둘려 투매에 나서거나 조바심에 '묻지마 투자'에 나서기 쉬운 이럴 때일수록 투자의 기본인 '밸런스' 원칙을 되새겨야한다"고 밝혔다. 자산배분을 크게 주식, 채권, 부동산, 현금, 기타로 구분한 뒤 수익률을 점검하고 향후 경기 흐름을 감안해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증시가 불안할 때는 현금만한 안전자산도 없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상무는 "증시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진 만큼 코스피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식으로 현금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유용한 방어 전술"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채권, 경기 불안이 심화될 때마다 상승하는 금이나 하락장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지수연동예금(ELD) 등 원금보장형 지수연계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다.박선희기자 teller@donga.com}

‘믿을 수 있는 건 금뿐이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이 무섭게 치솟아 금 관련 투자 상품들의 수익률도 덩달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연이은 폭락으로 공포감이 극에 달하자 안전자산인 금을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 투자로 폭락장에서 살아남자 9일(현지 시간)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금값은 온스당 1743달러로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장중 한때 178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7월 말만 해도 온스당 1633달러 수준이었으니 열흘 만에 100달러 넘게 오른 셈이다. 전날에도 금값은 1710달러로 사상 처음 1700달러를 돌파했다. 금값이 연일 급등하자 금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부쩍 커졌다. 한국금거래소 측은 “금값이 폭등하면서 최근 평소보다 금 관련 투자 문의가 3배 정도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금과 관련된 금융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금값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 힘입어 금 관련 투자상품의 수익률 역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뱅킹 상품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3일 기준으로 14.65%였다. 하지만 그사이 금값이 폭등하며 10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7.86%까지 치솟았다. 투자자들의 돈 역시 계속 몰려들고 있다. 증시가 급락한 8, 9일 이틀 동안 신규 계좌가 700계좌 넘게 늘어났으며 금 계좌에 적립된 금 잔액 역시 같은 기간 200kg 넘게 증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값이 너무 올라 판매가 주춤할 것 같지만 오히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판매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에서 신규로 골드뱅킹 계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신한은행뿐이지만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골드뱅킹 취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추가 상승 여력 충분” 금 펀드나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수익률 역시 좋다. 최근 미국과 유럽발 위기로 속수무책으로 동반 폭락한 글로벌 증시 때문에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일제히 마이너스 상태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국내주식형은 ―17%, 해외주식형은 ―14%로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상태다. 반면 금 펀드는 같은 기간 6.20%의 수익을 내며 선전하고 있다. 금에 투자하는 ‘삼성코덱스골드선물’ ‘현대HIT골드’ 등 금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각각 21.64%, 15.42%에 이르렀다. 금값이 천장 없이 연일 치솟다 보니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이 상투를 잡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다. 10일 국내 금 소매가는 3.75g(1돈)당 24만900원으로 국내 증시 반등과 함께 전날보다 2300원 하락한 채 마감했다. 하지만 금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금값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콜린 펜톤 JP모건체이스 상품시장 수석애널리스트는 당초 온스당 1800달러였던 금값 예상치를 수정해 “올해 안에 금값이 온스당 2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석진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3차 양적완화나 추가 재정부양책 등도 통화량 증가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금값에는 호재”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9일 오전 11시 20분 코스피가 무려 184포인트나 떨어진 시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 “어… 어…” 하는 탄식이 흘러나오더니 삽시간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모니터에 표시된 전 종목에 일제히 파란불이 들어왔다. 한참 만에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열흘만 떨어지면 코스피가 제로가 되겠어”라는 썰렁한 농담을 던졌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이 계속됐다. 하지만 채권파트의 표정은 달랐다. “5-3(5년 만기 국고채 3회차분이라는 뜻) 40억 나왔어요.” “좋은 정보. ○○기업 오늘로 바겐세일 마지막입니다. 내일부터 절대 이렇게 안 나온답니다.” “여기도 ‘사자’ 있어요.” “팔아요.” 대우증권 트레이딩센터의 채권거래 담당자들은 하루 종일 매매 주문을 넣느라 바빴다. 트레이딩센터의 주식 트레이더들은 모니터를 보면서 넋을 잃고 있었지만, 채권 트레이더들 사이에는 간간이 웃음도 터져 나왔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두 표정은 최근 혼돈을 겪는 국내 금융시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외국인은 증시에서 최근 6거래일 동안 3조2517억 원을 순매도하며 주가 대폭락을 불러왔지만 한국 채권은 같은 기간 2조3726억 원어치를 사들이는 대조적인 매매 패턴을 구사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한국 채권을 팔지 않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장기 펀더멘털에 대해 비관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바꿔 한국을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 들고 있거나 한국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 덕분에 원-달러 환율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상승폭이 크지 않다. 주가 폭락 양상과 비교하면 환율은 사실상 별로 오르지도 않았다.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세 덕분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1주일 새 오히려 0.3% 내렸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주가폭락에도 매매거래 활발한 채권시장 주가가 이틀 연속 장중 100포인트 넘게 떨어진 9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금융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대우증권 트레이딩센터와 KB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를 찾아 공포와 긴장이 오가는 트레이딩 현장을 지켰다. 대우증권 트레이딩센터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전문 트레이더 200여 명이 국내 최대인 10조 원의 고객 및 회사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곳이다. 주가가 장중 한때 184포인트나 떨어지면서 공포에 짓눌린 주식파트와 달리 건너편에 자리한 채권파트는 활기를 띠었다. “10-3(국고채 10년물 3회차라는 뜻) 팔아주세요.” “팔아달라는데…브로커야.” “기관인데 사자야, 사자.” 코스피가 1,800을 지나 1,700까지 차례로 뚫고 아래로 내려갔지만 채권 담당 트레이더들은 하루 종일 “판다” “산다” “호가를 불러라” 등을 외치느라 분주했다. 주식가격이 빠질수록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식과 채권을 모두 내던지며 환율을 끌어올렸던 외국인들이 이번 위기에는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액수는 4일 1342억 원, 5일 2766억 원, 8일 7267억 원, 9일 7200억 원으로 증가세였다. 그 덕분에 환율은 1090원대로 뛰어오르지 않았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2%포인트 떨어졌다(채권값은 상승). 한 채권담당 직원은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모르는 상황이었다면 (채권 트레이딩룸의 모습은) 너무도 일상적인 모습에 가깝다”며 “이럴 때일수록 채권이라도 잘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가 오후 들어 1,800대를 회복해도 채권담당 직원들의 모니터에는 매수나 매도주문을 알리는 메신저가 수시로 깜빡깜빡 켜졌다.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잠깐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한국 채권 수요가 괜찮은 것은 제로금리에 가까운 선진국 채권에 비해 금리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재정건전성과 외화 유동성에 대한 믿음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 이틀째 대폭락 이어진 주식시장 대우증권의 주식 트레이더 중 일부는 장이 열리기 전에는 “국제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내수 위주 ‘방어주’에 투자해 어떻게든 수익을 노려보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오전 9시 개장하자마자 각종 그래프가 고꾸라지면서 하나둘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취재 때문에 트레이딩센터를 오가던 기자에게 한 트레이더는 “말도 붙이지 말고 발소리도 죽여 달라”고 요청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황이었다. 오전 10시 1,779 선으로 떨어진 코스피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 상급자가 “대응 방안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한 직원은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파생상품 트레이더는 “어제는 그래도 장 초반엔 버텨줬는데 이건 열리자마자 마구 빠지면서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전날 점심시간에 폭탄 터지듯 주가가 자유낙하했던 상황과 달리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주가는 상승 반전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김밥, 떡볶이, 샌드위치를 사 두고도 선뜻 손이 나가지 않던 KB자산운용본부에서는 오후 1시 10분을 지나면서 코스피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샌드위치를 집어 드는 손길이 하나둘씩 늘었다. 오전 중 3000억 원대 순매수하던 연기금이 4000억 원, 5000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시매입 자금을 늘리는 게 확인됐다. 1,684포인트까지 폭락했던 코스피가 장중 1,800 선을 넘어서자 그제야 펀드매니저끼리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KT&G 주가가 소폭 오른 것에 대해 “주가 폭락으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KT&G 주가만 오르는 거 아니냐”는 대화가 오갔다. 매니저들은 “우리 애들(보유 중인 주식) 밥 좀 주자”며 투자하는 업종, 섹터별 추가매수 종목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장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송성엽 주식운용본부장은 “머리가 아파 죽겠다”고 했다. 그는 “이럴 때는 예리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참 힘들다”며 “회의를 해도 딱히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서로 한숨만 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날 밤 미국 상황에 주목하라고 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내놓을 미국의 대응법과 미국 증시의 소화력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가 10일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송 본부장은 “만약 여기서 더 떨어진다면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매니저는 “지난 일주일이 일년 같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처음 열린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투자가들은 ‘블랙 먼데이’를 만드는 주연이었다. 외국인들은 8일 증시에서 84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2일부터 이날까지 2조 원어치 이상을 빼갔다. 하지만 이들의 이탈 내용을 들여다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눈에 띄게 달랐다. 주식은 팔면서 채권은 사들이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여 외국인의 ‘마음속’이 궁금해진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외국인 투매는 2008년 세계 4위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급전직하로 추락한 폭락장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만큼 거셌다. 불과 닷새 동안의 외국인 순매도 누적금액은 2조858억 원으로, 하루 평균 4171억 원어치를 내다판 셈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경기 불안, 신용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경색되는 국면에서는 일단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는 경향을 계속 보여왔다”고 말했다. 한국이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데다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과 미국이 안정될 때까지는 외국인의 ‘팔자’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탈되는 자금 대부분이 글로벌 악재의 진원지인 유럽계(9000억 원), 미국계(3500억 원) 돈이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는 자금을 빼면서 채권시장에서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시 폭락이 시작된 2일부터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223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일 3146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3일과 5일 각각 1937억 원, 107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일차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지만 재정이나 경상수지가 모두 흑자인 한국 재정에 대한 재평가 때문으로도 읽힌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란 뜻”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염유섭 인턴기자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공포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감이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폭락장세의 중심에는 경기침체 위기에 빠진 미국이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살아있는 점도 원인을 제공했지만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의 불안한 상황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불러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①핵심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다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를 부추기는 원인의 핵심에는 전 세계 경제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이 같은 불안에 불을 지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인 1.8%에 못 미치는 1.3%에 그쳤고 공급관리자협회(ISM)의 7월 제조업지수는 50.9로 나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2일 발표된 미국 소비지출은 6월에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고용시장 불안에 따라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2009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민주-공화 양당이 합의한 부채상한 조정을 위한 협상 결과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을 더욱 부추겼다. 공화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2조5000억 달러(약 2650조 원)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재정지출 감소는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더블딥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해온 뉴욕타임스는 4일 ‘이제는 말할 때’라는 제목으로 “더블딥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②유럽 재정위기 악화, 불안감 키웠다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결정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유로존 경제규모 3,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3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165%, 스페인 국채는 6.326%로 급등했다. 이는 1998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 국가에서도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동결하고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는데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며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치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③대응수단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이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증가 등 경기부양 수단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더는 금리를 낮출 수 없다. 부채상한을 조정하면서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한 만큼 재정정책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를 찍어 시장에서 채권을 사주는 ‘3차 양적완화’를 취할지가 관심이지만 1, 2차 양적완화에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FRB가 쉽게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려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직후처럼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④패닉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다이처럼 꼬여 있는 상황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과 투자심리가 동시에 악화되는 상황에서 추세를 돌릴 확실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세계 금융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단기 리스크에 대한 선호도가 조기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물론 9일 열리는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이 언급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⑤한국 시장, 외국인 때문에 더 출렁이런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더 크게 출렁거리는 것은 외국인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때문이다. 불안해진 외국인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팔고 있고 이 자금(원화)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한국 주식시장이 폭락이라는 ‘패닉’에 빠진 후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사태 때 한국 증시는 2,000 선 넘게 고공비행하던 코스피가 절반 넘게 추락한 뒤 3년이 지나서야 겨우 회복했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15일 코스피는 개장 직후부터 자유낙하를 하듯 폭락해 직전 거래일보다 무려 90.18포인트(―6.10%) 떨어진 1,387.75로 내려앉았다. 이후 외국인의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하락폭이 커져 급기야 코스피는 같은 해 10월 24일 938.75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2009년 들어 증시 분위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2008년 말까지 1,00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해소 및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꾸준히 상승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코스피는 지난해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의 뛰어난 실적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촉발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경제 기초체력 개선 등을 바탕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 12월 24일 코스피가 2,009.05를 찍어 2,000시대를 3년 만에 다시 열면서 금융위기의 상처를 완전히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변덕스러운 것을 빗댈 때 으레 나오는 게 날씨라지만 요즘 날씨야말로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지겨울 만큼 퍼붓던 폭우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금세 눈 뜨기도 힘들 만큼 쨍쨍한 햇볕이 쏟아진다. 가로수엔 매미 소리가 요란하고, 조금만 걸어도 내리쬐는 햇살에 정수리가 따끔따끔하다. 무더위가 비로소 시작되나 보다 했는데 주말엔 또 비 소식이 있단다. 날씨 변덕이 종잡기 힘든 새침데기 같다.박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