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검은 금요일’]美-유럽 경기침체 두려움… 부양시킬 ‘약’이 없어 더 깊어간다

  • Array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 패닉 부른 국내외 5大 악재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공포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포감이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폭락장세의 중심에는 경기침체 위기에 빠진 미국이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살아있는 점도 원인을 제공했지만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위기에 빠진 미국 경제의 불안한 상황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불러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①핵심은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공포를 부추기는 원인의 핵심에는 전 세계 경제규모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이 같은 불안에 불을 지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시장 전망치인 1.8%에 못 미치는 1.3%에 그쳤고 공급관리자협회(ISM)의 7월 제조업지수는 50.9로 나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았다. 2일 발표된 미국 소비지출은 6월에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고용시장 불안에 따라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2009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한 부채상한 조정을 위한 협상 결과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을 더욱 부추겼다. 공화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미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2조5000억 달러(약 2650조 원)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재정지출 감소는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더블딥의 가능성이 낮다고 보도해온 뉴욕타임스는 4일 ‘이제는 말할 때’라는 제목으로 “더블딥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②유럽 재정위기 악화, 불안감 키웠다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결정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유로존 경제규모 3,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3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6.165%, 스페인 국채는 6.326%로 급등했다. 이는 1998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주요 국가에서도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유럽의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김영호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동결하고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는데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며 “유럽의 재정위기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단기간에 치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③대응수단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이 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증가 등 경기부양 수단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국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더는 금리를 낮출 수 없다. 부채상한을 조정하면서 재정지출을 줄이기로 한 만큼 재정정책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를 찍어 시장에서 채권을 사주는 ‘3차 양적완화’를 취할지가 관심이지만 1, 2차 양적완화에도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FRB가 쉽게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도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려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직후처럼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④패닉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다

이처럼 꼬여 있는 상황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과 투자심리가 동시에 악화되는 상황에서 추세를 돌릴 확실한 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세계 금융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단기 리스크에 대한 선호도가 조기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물론 9일 열리는 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이 언급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도 있다.

⑤한국 시장, 외국인 때문에 더 출렁

이런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닉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더 크게 출렁거리는 것은 외국인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 때문이다. 불안해진 외국인들은 안전자산을 찾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내다팔고 있고 이 자금(원화)이 외환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