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히트 ‘월급 주는 펀드’… 폭락장에 원금 크게 축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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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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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수익률 ―4.7%… 베이비부머 은퇴계획 차질

‘월급 주는 펀드’로 올해 상반기 내내 인기를 끌었던 월지급식 펀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수익률이 낮아 원금 손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오던 차에 최근 폭락장을 거치며 실제로 원금이 크게 축났기 때문이다.

특히 각 금융회사가 퇴직자들을 겨냥해 이 상품을 ‘안정적인 노후대비용’이라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던 만큼 상품구조나 위험도를 잘 몰랐던 투자자들은 은퇴계획에까지 차질이 생기게 됐다.

월지급식 펀드란 목돈을 맡기고 일정 금액을 월급처럼 받는 금융상품으로 자산증식보다는 노후대비를 원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시점에 맞춰 작년부터 쏟아져 나왔다. 연금이나 보험의 나이 제한 조건이 없는 데다 가입한 다음 달부터 수익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 덕택에 압축펀드(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와 함께 상반기 대표 히트상품으로 꼽혔다. 이 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17일 현재 7201억 원으로 이 중 80.12%인 5770억 원이 올해 들어왔다.

그러나 월지급식 펀드는 증시 상황이 좋았던 상반기부터 문제점이 계속 거론돼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란 금융회사들의 광고와 달리 웬만한 수익률로는 원금보존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월지급식 펀드는 매월 투자원금의 0.5∼0.7%를 투자자에게 분배금으로 지급하므로 연간으로 따지면 6.0∼8.4% 정도의 수익률을 거둬야 원금이 유지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펀드 수익률이 낮다고 분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당수 월지급식 펀드들은 불가피하게 원금 손실을 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월지급식 펀드는 이번 폭락장을 맞아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설정액 10억 원 이상)은 ―4.7%였다. 월지급식 펀드 중에서도 주식형이나 해외 채권형의 피해는 훨씬 크다. ‘칸서뫼비우스블루칩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14.0%, 3개월 수익률은 ―17.9%로 떨어졌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일본에선 이미 금융회사들의 무리한 분배금 경쟁과 저조한 펀드 수익률 등으로 원금 손실의 피해를 본 은퇴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월 분배금에만 혹해서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다간 안정적인 노후 설계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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