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후폭풍]주가폭락 주도한 외국인, 이전 위기때와는 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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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은 팔고 위기의 美-유럽, 발빠른 차익실현
채권은 사고 한국재정 신뢰… 시장서 발 안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처음 열린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투자가들은 ‘블랙 먼데이’를 만드는 주연이었다. 외국인들은 8일 증시에서 84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2일부터 이날까지 2조 원어치 이상을 빼갔다. 하지만 이들의 이탈 내용을 들여다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눈에 띄게 달랐다. 주식은 팔면서 채권은 사들이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여 외국인의 ‘마음속’이 궁금해진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외국인 투매는 2008년 세계 4위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급전직하로 추락한 폭락장의 악몽을 떠올리게 할 만큼 거셌다. 불과 닷새 동안의 외국인 순매도 누적금액은 2조858억 원으로, 하루 평균 4171억 원어치를 내다판 셈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경기 불안, 신용 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경색되는 국면에서는 일단 한국 증시를 빠져나가는 경향을 계속 보여왔다”고 말했다. 한국이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데다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과 미국이 안정될 때까지는 외국인의 ‘팔자’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탈되는 자금 대부분이 글로벌 악재의 진원지인 유럽계(9000억 원), 미국계(3500억 원) 돈이다.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는 자금을 빼면서 채권시장에서는 투자를 늘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시 폭락이 시작된 2일부터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223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일 3146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3일과 5일 각각 1937억 원, 1073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일차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지만 재정이나 경상수지가 모두 흑자인 한국 재정에 대한 재평가 때문으로도 읽힌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은 아니란 뜻”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염유섭 인턴기자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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