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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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5-06-18~2025-07-18
문화 일반52%
인물/CEO13%
IT3%
산업3%
검찰-법원판결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기타17%
  • [책의 향기]위태로워 더 빛나던 그 시절을 너는 기억하는지

    유년 시절의 아픔은 누구에게나 있다. 엄격한 부모님, 학교에서의 따돌림, 단짝 친구와의 이별….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듯 마음이 요동쳤던 경험들이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처음 선보인 장편소설은 위태롭지만 아름다웠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짚어간다. 주인공인 일곱 살 소녀 ‘여름’이는 예민한 감수성을 타고났다. 부모님들은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여름을 낳았고, 아버지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여름을 자신의 누나에게 맡겼다. 여름은 그렇게 엄격한 고모의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만난 새엄마는 여름에게 “넌 못생겼어” “넌 그 옷이 안 어울려”와 같은 날 선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상처를 준다. 아버지와 새엄마 사이에서 배다른 남동생 ‘학자’까지 태어나고, 여름은 질투심과 위기감까지 덤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여름의 버팀목이 돼 주는 건 학교 친구 ‘루비’다. 루비 역시 여름처럼 위태로운 유년을 지나고 있다. 홀로 루비를 키우는 루비의 엄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사람이다. 결국 어느 날 새벽 루비를 두고 가출을 한다. 그 어디에서도 온전한 소속감과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여름과 루비는 서로를 알아보고 단짝 친구가 된다. “화장실이 100개 있는 100평짜리 집에서 산다”처럼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성격 탓에 루비는 늘 학교에서 놀림거리다. 그런 루비에 대해 여름은 “루비는 순간을 채색하고자 했다. 미움을 받더라도, 자기 욕망에 솔직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으며 ‘루비’ 같은 친구가 문득 그리워지는 건 작가의 세밀한 묘사 덕이다. 루비와 다툰 뒤 이유 없이 토하고 코피를 흘리며 아팠던 고통의 순간, 처음으로 손을 모으고 피아노 건반에 손을 올렸을 때의 그 떨림. 작가의 섬세한 필력을 통해 유년의 기억들이 오감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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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가루 포대 백곰, 맥주 캐릭터로 성공할 줄은…”

    “제조업 회사가 곰 한 마리 덕분에 2030세대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밀가루 제조 회사로 유명한 대한제분은 최근 몇 년 새 MZ세대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2’에 참석한 김익규 대한제분 마케팅본부장은 그 비결로 기업 캐릭터 백곰 ‘표곰이’를 꼽았다. 대한제분은 2018년부터 중소기업들과 협업해 표곰이 캐릭터를 입힌 옷, 맥주, 팝콘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레트로 열풍을 타며 표곰이 캐릭터는 MZ세대를 끌어안았고,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맥주와 협업한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편의점 맥주시장 기준 월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캐릭터 하나로 기업의 이미지가 바뀔 만큼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캐릭터산업 매출액은 2016년 11조661억 원에서 2020년 12조2180억 원으로 연평균 2.5%씩 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캐릭터 IP 기업 161개가 참여했다. 뽀로로와 잔망루피를 만든 아이코닉스, 브레드이발소를 만든 몬스터스튜디오 등 대표적인 캐릭터 IP 기업 부스들을 비롯해 신진 작가 기획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IP 협업 전시 기획관 등이 차려졌다. IP의 잠재력과 사업적 가치를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업해 다양한 캐릭터 굿즈를 선보인 기획관은 젊은 관람객들의 방문으로 붐볐다. 롯데홈쇼핑의 분홍색 곰 캐릭터 ‘벨리곰’ 티셔츠와 컵, NC소프트의 분홍색 너구리 캐릭터 ‘도구리’와 편의점이 협업해 만든 과자와 음료수 등이 전시된 진열대 앞에선 사진 촬영을 하는 학생 무리들이 눈에 띄었다. 신진작가 캐릭터 전시 부스인 ‘루키 프로젝트’에선 약 50개 팀이 참가해 제2의 표곰이를 꿈꾸는 유망주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지난해 버터 ‘루이’ 캐릭터로 현장 인기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이진아 작가는 올해 루이에 이어 베이컨 캐릭터 ‘베이’, 식빵 캐릭터 ‘브레디’ 등 새로운 캐릭터도 개발해 ‘브런치 친구들’로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 작가는 “캐릭터 작가들은 초반에 캐릭터를 어떻게 알릴지 막막해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루키 프로젝트’는 무료로 캐릭터를 선보이고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각종 굿즈 제작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등 캐릭터의 사업화 방향에 대한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기존의 물건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체험관은 ‘팬슈머’(Fansumer·팬과 소비자의 합성어) 활동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참관객을 타깃으로 했다. 집에 방치돼 있던 인형을 기부하거나, 병뚜껑을 활용해 직접 현장에서 키링을 만드는 캠페인이 진행된다. 행사는 17일까지 열린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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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볼거리 뒤엔 주인공 8명이 복잡다단… 베일 벗은 ‘외계+인’

    올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두 편의 1000만 영화 ‘도둑들’(2012년) ‘암살’(2015년)을 비롯해 ‘타짜’(2006년) ‘전우치’(2009년) 등을 만든 흥행불패의 최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사극과 SF를 접목시킨 신선한 도전은 물론이고 배우 김태리, 류준열, 김우빈, 소지섭 등이 대거 출연하면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20일 개봉을 앞두고 13일 언론에 공개된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종일관 혼란스럽게 흘러갔다. 영화는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됐다가 탈옥한 외계인 죄수를 쫓는 가드(김우빈)와 그의 파트너 ‘썬더’, 고려 말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 ‘무륵’(류준열)과 ‘이안’(김태리) 사이의 시간의 문이 열리고, 이들이 같은 시공간에서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2022년 현재와 1300년대 고려, 지구와 우주라는 광범위한 시공간을 오가는 데다 핵심 등장인물만 8명에 달한다. 하지만 두 시공간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성이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는 한계를 보인다.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신경을 쏟다 보면 화려한 액션과 CG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치명적 단점이 영화의 최대 장점을 깎아먹는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듯한 서사는 최 감독도 고민한 부분이다.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최 감독은 “시공간을 오가는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2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썼고, 어떤 대사는 50∼60번도 더 고쳤다”며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그 구조 안에서 관객들이 예측하기도 하고, 그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며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우빈은 이번 영화에서 1인 2역을 맡으며 열연했다.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지키는 가드이자, 데이터로 외계인 죄수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썬더’의 두 역할을 오간 것. 가드는 엄격하고 냉철한 데 반해 썬더는 촐랑대지만 속은 깊은 캐릭터다. 정반대 성격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고려시대 신검의 비밀을 밝히려 하는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다. 다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한 캐릭터에 몰입해 그 매력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볼거리는 화려하다. 머리에서 수십 개의 촉수가 길게 뻗어 나온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 최첨단 비행선으로 한순간에 변신하는 회색 지프차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낸다. 외계인과 도사들이 현재의 서울과 고려시대를 오가며 검술과 총기액션, 장풍과 초능력을 뽐내는 액션 장면들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계+인’은 13개월간 1∼2부를 동시에 촬영했다. 개봉은 두 편으로 나눠 진행한다. 20일 개봉작은 1부이며, 2부 개봉은 2023년에 할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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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권 침해 사형제 없애야” vs “2차례 합헌, 번복 이유 없다”

    “생명권은 국가에 앞서는 권리다.”(청구인 측 대리인) “예외적인 경우 국가는 생명권을 제한할 수 있다.”(법무부 대리인)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사형제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한 치의 양보 없이 맞붙었다. 이번 재판은 역대 3번째 사형제 위헌소송이다. 2018년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A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듬해 항소심 재판 중 “형법 중 ‘사형’ 부분은 위헌”이라며 천주교주교회의와 함께 헌법소원을 냈다. A 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사형제 위헌 여부 놓고 치열한 공방공개변론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렸다. 먼저 청구인 측 대리인은 “(합헌 결정 이후) 12년 동안 사회가 바뀐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국민은 국가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 대리인은 “헌재의 앞선 두 차례(1996, 2010년) 합헌 결정은 여전히 옳고 이를 번복할 사정이 없다. 사형제 폐지는 입법을 통해야 할 문제”라고 맞섰다. 헌재 재판관들은 변론 진행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이선애 재판관은 “인간 존엄성을 파괴한 잔인무도한 범죄 같은 예외적 경우에도 생명권만을 내세워 관용과 일정 기간의 교화로 충분하다고 한다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청구인 측은 “그런 범죄자는 종신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격리할 수 있다. 범죄자일지라도 우리가 한 사람의 생명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답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사형수 절반 가까이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은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대리인은 “불우한 환경이 감경 요소로 작용함에도 사형이 확정된 것은 그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헌재가 참고인으로 선정한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법경제학의 관점에서 사형제의 범죄 예방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국내에는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적인 분석은 없고 분석이 많이 이뤄진 미국에서도 아직 일반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심판정에는 지난해 한국의 사형제 폐지 촉구 성명을 냈던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대사와 1975년 ‘인혁당재건위’ 사건 피해자 유족 등이 방청석에서 공개변론을 지켜봤다.○ 종단 지도자들 “사형제 폐지하라” 의견서이날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은 공개변론에 앞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공동의견서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손진우 성균관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 천주교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히려 국가는 범죄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모순점을 해결해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나가는 예방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1996년에는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2010년에는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 판단을 내려야 한다.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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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액션과 CG, 아쉬운 서사…최동훈 7년만의 신작 ‘외계+인’

    올 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이 베일을 벗었다. 작품은 두 편의 1000만 영화 ‘도둑들’(2012년) ‘암살’(2015년)을 비롯해 ‘타짜’(2006년) ‘전우치’(2009년) 등을 만든 흥행불패의 최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인데다 사극과 SF를 접목시킨 신선한 도전으로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작품 고르는 안목이 좋다는 평을 받는 배우 김태리를 비롯해 류준열, 김우빈, 소지섭 등이 대거 출연한 점도 영화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20일 개봉을 앞두고 13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첫선을 보인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시종일관 혼란스럽게 흘러갔다. 영화는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됐다가 탈옥한 외계인 죄수를 쫓는 가드(김우빈)와 그의 파트너 ‘썬더’, 고려 말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 ‘무륵’(류준열)과 ‘이안’(김태리) 사이의 시간의 문이 열리고, 이들이 같은 시공간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2022년 현재와 1300년대 고려, 지구와 우주라는 광범위한 시공간을 오가는데다 핵심 등장인물만 8명에 달하는데 두 시공간과 등장인물이 어떤 관계성을 갖는지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신경을 쏟다보니 화려한 액션과 CG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치명적 단점이 영화의 최대 장점을 깎아먹는다.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듯한 서사는 최 감독도 고민한 부분이다. 13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최 감독은 “시공간을 오가는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쓰기가 정말 어려웠다. 2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썼고, 어떤 대사는 50~60번도 고쳤다”며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그 구조 안에서 관객들이 예측하기도 하고, 그 예측이 빗나가기도 하며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6년 만에 복귀한 김우빈은 이번 영화에서 1인2역을 맡으며 열연했다.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지키는 가드이자, 데이터로 외계인 죄수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 ‘썬더’ 두 역할을 오갔다. 가드는 엄격하고 냉철한데 반해 썬더는 촐랑대지만 속은 깊은 캐릭터. 정반대 성격의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고려시대 신검의 비밀을 밝히려 하는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의 능청스러운 코믹연기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다. 다만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다보니 한 캐릭터에 몰입해 그 매력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볼거리들은 화려하다. 머리에서 수십여 개의 촉수가 길게 뻗어 나온 기괴한 모습의 외계인, 번쩍거리는 최첨단 비행선으로 한순간에 변신하는 회색 지프차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낸다. 외계인과 도사들이 현재의 서울과 고려시대를 오가며 검술과 총기액션, 장풍과 초능력을 뽐내는 액션 장면들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 감독은 “삼국유사에 정말 많은 무술들이 나온다. 그 도술을 다 못 보여줘서 아쉽다.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다 선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외계+인’은 13개월간 1~2부를 동시에 촬영했다. 개봉은 2편으로 나눠 진행한다. 20일 개봉작은 1부이며 2부는 2023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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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양연화’ 보고 충격 받아… 그의 작품세계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왕가위(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는 시간을 초월한다. 30년이 지난 그의 영화는 아직도 극장에 걸리고, 20대 청춘남녀가 객석을 채운다. ‘아비정전’ ‘화양연화’ 등 그의 대표작들은 불같이 사랑했던 순간과 그 순간이 지나간 뒤의 상실감을 유려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왕 감독의 작품세계에 대한 비평집 ‘왕가위의 시간’(모인그룹·열아홉)이 17일 출간된다. 2005년 영국에서 출간된 ‘Auteur of Time’의 번역서다. 특히 영화 ‘해운대’(2009년), ‘국제시장’(2014년)으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윤 감독과 번역 감수를 맡은 김중섭 경희대 국문과 교수를 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났다. 윤 감독은 왕 감독을 만난 인연을 계기로 책 제작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2016년 영화 공동제작을 위해 홍콩에서 만났지만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터지며 작업이 무산됐다. 윤 감독은 “‘화양연화’를 보고 자극적인 장면 없이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해낸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왕 감독 영화의 국내 배급사 모인그룹이 소장한 왕 감독의 미공개 스틸사진들이 다수 담겼다. 왕 감독은 사진 선정에 유독 깐깐했다. 윤 감독과 출판사가 왕 감독에게 8개 버전의 책 표지를 제안했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 최종 결정된 앞표지는 왕 감독이 보낸 본인의 얼굴 옆모습, 뒤표지는 화양연화 속 계단을 오르는 수리첸(장만위·張曼玉)의 뒷모습이다. 윤 감독은 “그의 안목은 남달랐기에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표지사진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말했다. 감수 과정에선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고려했다. 상하이 출신의 홍콩인 왕 감독은 다수의 영화에서 중국과 홍콩 간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김 교수는 “올해가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이라 단어 하나에도 신경 썼다”고 말했다. 책의 매력은 왕 감독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요인을 자세히 짚었다는 점이다. 마누엘 푸이그, 다자이 오사무 등 그가 사랑한 작가들의 문학성이 영화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영웅본색’이 세계를 휩쓸었을 때 왕 감독의 ‘열혈남아’가 나왔다. 영웅본색 같은 액션일 것이란 예상을 부쉈다. 상업성이 짙었던 홍콩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감독이다. 그의 영화 속 스토리텔링과 미장센을 깊이 이해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윤 감독)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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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양연화’ 보며 좌절…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못 만들겠구나”

    1990년대 영화계의 아이콘인 왕가위(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는 시간을 초월한다. 개봉된 지 20~30년이 지났지만 그의 영화는 아직도 극장에 내걸리고, 20대 청춘남녀가 그 극장을 가득 채운다. 불같이 사랑했던 순간, 그 순간이 지나간 뒤의 상실감과 쓸쓸함을 포착해내는 작품의 힘 덕일 것이다. 떠난 사랑을 잊지 못하고 끊임없이 그 순간으로 회귀하는 ‘아비정전’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속 인물을 통해 관객은 찬란했던 사랑의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화양연화’보며 좌절감 느꼈다” 윤제균이 본 왕가위 열렬히 사랑했던 시간에 천착해온 감독 왕가위. 그의 작품에 대한 비평집 ‘왕가위의 시간’(모인그룹·열아홉)이 17일 출간된다.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사인 영국 블룸스버리에서 출간된 ‘Auteur of Time’(2005년)의 번역서로,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책 출간 후 나온 왕가위 감독의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8년), ‘일대종사’(2013년) 등의 분석을 추가한 비평집이 지난해 중국 북경대 출판부에서 출간됐다. 한국어 번역본은 영국과 중국에서 출간된 두 책 내용을 합쳤다. 책의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국제시장’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 번역의 감수를 맡은 김중섭 경희대 국문과 교수를 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났다.윤 감독은 왕가위 감독과의 영화 공동제작 논의 차 2016년 홍콩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즈음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터지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왕가위 감독 영화의 국내 배급사인 모인그룹의 정태진 대표가 동석했고, 정 대표는 책 출간을 결정하자마자 윤 감독에게 기획위원으로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경희대 영화동아리 ‘그림자놀이’를 지도하고 있는 김 교수도 정 대표와의 인연으로 감수 총괄을 맡았다. “‘화양연화’를 봤을 때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사랑하는 남녀의 애절함을 표현해낸 것에 충격을 받았다. 만약 내가 화양연화를 연출한다면 죽었다 깨나도 왕가위 감독처럼은 못 만들겠다 싶었다. 내게 좌절감을 안긴 감독이자 우상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한국에 제대로 소개할 기회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윤 감독)미공개 스틸사진으로 차별화 한 ‘왕가위의 시간’ ‘왕가위의 시간’이 영어, 중국어 버전의 비평집과 차별화되는 점은 방대한 양의 미공개 영화 스틸사진들이다. 모인그룹이 소장한 왕가위 감독의 제작 현장 모습을 담았다. 왕가위 감독이 사진 선정에 유독 깐깐해 윤 감독과 출판사 측이 제안한 8개 버전의 표지 모두 거절당했다. 최종 결정된 앞표지는 왕가위 감독이 직접 보낸 본인의 옆얼굴, 뒤표지는 화양연화 속 계단을 오르는 수리첸(장만옥)의 뒷모습이다. 윤 감독은 “왕가위 감독이 ‘빠꾸’를 정말 많이 놨다. 우리가 제안한 사진들 중 오케이를 받은 게 거의 없다”면서도 “그의 안목은 남다르더라. 표지에 들어가는 사진 두 장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말했다. 감수에서는 중국과 홍콩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한 섬세한 번역에 초점을 뒀다. 상하이 출신 홍콩인인 왕가위 감독은 다수 영화에서 중국과 홍콩 간 관계를 메타포로 표현했다. ‘중경삼림’(1994년)은 홍콩의 중국 반환(1997년)을 앞둔 홍콩인들의 불안한 심리를 담았고, 반환 나온 영화 제목 ‘2046’(2004년)은 중국이 용인한 홍콩 자치의 마지막 해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올해가 홍콩의 중국 반환 25주년 되는 해라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경 썼다. 왕가위의 정치색을 드러내는 단정적인 문장은 의미는 살리되 순화한 표현을 찾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윤 감독을 비롯한 기획 및 감수위원들이 말하는 책의 매력은 영화에 숨겨진 왕가위 감독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 특히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과 훌리오 코르타사르,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 등 그가 애독했던 작가들의 문학성이 왕가위 감독 영화의 특징인 인물의 내레이션과 독백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따라가는 분석은 흥미롭다. “‘영웅본색’이 세계를 휩쓸었을 때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가 나왔다. 당연히 영웅본색과 같은 액션 느와르일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부쉈다. 대중성, 상업성이 짙었던 홍콩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한 단계 끌어 올린 이가 왕가위다. 아직도 사랑받는 그의 영화 속 스토리텔링과 미장센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윤 감독)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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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진, 내달 연세대 노천극장서… 쇼팽협주곡 1, 2번 첫 연속 연주

    피아니스트 조성진(28·사진)이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두 작품을 한 무대에서 연주한다. 그가 국내 무대에서 쇼팽 협주곡 1, 2번을 연달아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는 다음 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에서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 2번을 연주한다고 11일 밝혔다. 쇼팽 협주곡 1번은 조성진이 우승한 2015년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다. 조성진이 독일 유명 음반사 도이체그라모폰(DG)과 함께 2016년 발매한 첫 스튜디오 녹음 음반에도 수록됐다. 쇼팽 협주곡 2번은 조성진이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인다. 티켓 예매는 14, 15일 할 수 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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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은 인간의 역사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기에 자기계발은 인류 시작과 함께 존재했다. 영국 켄트대 문화사 교수인 저자는 중국 고대 문헌부터 빅토리아 시대 가정주부를 위한 연감까지 각종 자료를 검토해 자기계발 핵심 전략 10가지를 추렸다. ‘너 자신을 알라’ ‘마음을 다스려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등이다. 저자는 이들 전략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하고, 오늘날 자기계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핀다. 소크라테스의 격언 ‘너 자신을 알라’는 개념을 처음 담은 자기계발서는 이탈리아 사상가 마르실리오 피치노의 ‘삶에 관한 세 권의 책’(1489년)이었다. 타고난 소질을 제대로 알아야 평생을 헌신할 천직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음 챙김’을 강조하는 최근 경향은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기보다 현재의 시간에 머무르라고 강조한 로마 철학자 아우렐리우스의 말에 뿌리를 뒀다. ‘알라딘’에서 세 가지 소원을 말하라는 요정 지니에게 한 가지 소원을 지니를 위해 남겨두겠다는 알라딘에게서는 ‘선한 삶을 지향하라’는 격언, 즉 이타주의를 읽어낸다. 동서양에서 달리 해석되는 자기계발 격언을 비교해 가치관의 차이도 보여준다. 서양에서의 ‘내려놓음’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다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겨울왕국’의 엘사가 왕관을 벗어던지며 ‘렛 잇 고’를 부르는 모습이 서양식 내려놓음의 예다. 이에 비해 노자의 도덕경 속 ‘무위(無爲)’처럼 동양식 내려놓음은 평정심과 내면의 평화 달성을 뜻한다고 설명한다.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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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살꾼 영웅 ‘토르’ vs 진지한 악당 ‘고르’

    마블스튜디오가 선보인 토르의 네 번째 솔로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6일 개봉)의 시작은 무겁다. 허름한 차림의 남자 고르(크리스천 베일)가 죽어가는 딸을 안고 황량한 사막을 달린다. 신과 마주한 그는 식량과 물을 갈구하지만 눈물 어린 호소는 단번에 무시당한다. 절망에 빠진 그는 흑검으로 모든 신을 죽여 버린다. 가족을 잃고 폐인처럼 살던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사진)는 고르에게 납치된 아스가르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옛 연인 제인(내털리 포트먼)은 토르의 예전 무기였던 망치 묠니르를 손에 넣고 ‘마이티 토르’로 거듭나 함께 고르를 무찌른다.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 자식 잃은 아버지의 고통이라는 고르의 진지한 서사로 문을 연 영화는 토르가 등장한 뒤부터 가벼워진다. 악당을 물리치는 순간에도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허공에서 양쪽 다리를 쫙 찢는가 하면 예전 무기 묠니르와 현재 무기 스톰브레이커 사이에서 ‘밀당’을 하며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식이다. 3편 ‘토르: 라그나로크’까지는 토르 특유의 백치미 속에서도 가족을 잃은 고통을 극복하는 성장 서사를 통해 진지함을 잃지 않았지만, 4편에서는 가벼움에 무게중심이 쏠렸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유머코드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르의 가벼움 속에서도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는 악당 고르. 영화 시작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베일은 중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신들린 연기를 선보인다.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셰도우 렐름’에서 토르와 제인, 발키리(테사 톰프슨)를 묶어둔 채 고르가 한 명 한 명 심문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유일하게 숨죽이고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다. 딸을 잃은 절절한 연기는 신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던 그의 잔혹함마저 설득력을 갖게 만든다. 고르의 무게감과 토르의 가벼움이 뒤섞여 마치 두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이견 없는 호평을 받는 건 음악이다. 록밴드 건스엔로지스의 ‘패러다이스 시티’, ‘노벰버 레인’, ‘스위트 차일드 오마인’ 등이 액션과 버무려져 극장에 울려 퍼질 때는 짜릿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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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의 7년’은 옛말… 3세대 아이돌, 그룹 해체없이 솔로활동 병행

    방탄소년단(BTS), 트와이스, 오마이걸, NCT…. 2010년대 중반 데뷔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3세대 아이돌’ 그룹이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했고, 트와이스와 오마이걸은 2015년, NCT는 2016년 각각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멤버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속속 개별 활동에 나서고 있다. 1·2세대 아이돌 그룹이 ‘마(魔)의 7년’을 넘지 못하고 해체한 뒤 솔로 활동을 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그룹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하며 3세대 아이돌의 수명이 훨씬 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세대 아이돌’ 2막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 솔로 앨범 내고 예능으로 개성 톡톡지난달 가수로서의 단체 활동을 일시 중단한다고 선언한 방탄소년단 멤버 중 가장 먼저 개인 활동에 나선 이는 제이홉. 빅히트뮤직은 제이홉의 첫 정규 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발매를 앞두고 1일 수록곡 ‘모어(MORE)’를 미리 공개했다. 트와이스의 나연 역시 데뷔 7년 만인 지난달 첫 솔로 앨범 ‘아임 나연(IM NAYEON)’을 발매했다. NCT 멤버 마크도 올해 2월 첫 솔로곡 ‘차일드(Child)’를 선보였다. 반응은 뜨겁다. 제이홉의 ‘모어’는 미국, 캐나다 등 84개 국가의 아이튠스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나연의 ‘아임 나연’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7위에 올랐다. 해당 차트에서 K팝 솔로 가수로는 최고 순위를 기록한 것. 오마이걸의 미미는 CJ ENM 나영석 PD가 지난달 선보인 예능 ‘뿅뿅 지구오락실’의 고정 멤버로 활약 중이다. 올해 멤버 지호가 탈퇴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나머지 6명은 모두 소속사와 재계약했다. 미미는 오마이걸 멤버인 유아, 승희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지만 ‘뿅뿅 지구오락실’에서 선보인 춤 실력과 ‘허당끼’가 화제가 되면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매체 다양화로 기회 늘어, 팬덤 확대 시너지솔로 활동이 활발해진 데는 매체가 다양해진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TV, 라디오 정도만 있었지만 이제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고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이 많아졌다. 그룹을 유지하면서 솔로 활동을 하는 건 팬덤의 외연을 넓히는 데도 긍정적이다. 멤버별로 개성 있는 음반을 발표하거나 예능에서 입담을 과시하는 등 신선한 매력을 선보임으로써 그룹을 향한 관심을 더 높이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개별 활동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그룹의 인기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사의 기획 역량도 높아졌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과거 아이돌 멤버가 솔로 앨범을 낼 땐 트렌드를 따라 적당히 좋은 곡을 냈다면 지금은 개인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콘셉트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장르를 선택해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낸다. 멤버가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 팬들 반응은 물론이고 판매 성적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솔로 활동이 두드러지며 큰 인기를 얻은 멤버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건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정 평론가는 “인기가 한 명에게 과도하게 쏠릴 경우 위화감을 느끼는 팬들이 이탈할 수 있다. 최대한 ‘완전체’로서 기반을 닦은 뒤 솔로 활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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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왕자님과 공주’ 서사 뒤집는 화끈한 여자들

    공주는 자신을 구하러 온 왕자의 기사도 정신을 무시하고, 여성들은 왕좌를 두고 피 튀기는 권력투쟁을 벌인다. ‘저주토끼’(아작)로 올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의 새 소설집에 실린 7개 단편은 남성 중심 서사를 뒤집는다. 전작인 ‘저주토끼’는 호러, ‘그녀를 만나다’(아작)는 공상과학(SF) 작품 중심의 소설집이었다. 신간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한 여성주의 판타지로 구성됐다. 책을 여는 세 챕터 ‘높은 탑에 공주와’ ‘달빛 아래 기사와’ ‘사랑하는 그대와’는 차례로 이어지는 3부작이다. 무시무시한 용이 지키는 성에 갇힌 아름다운 공주를 기사가 구한다는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를 뒤집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진취적이고 폭력적인 공주의 등장. 공주는 기사가 행동을 취할 때까지 기다리는 법이 없다. 먼저 프러포즈를 하고, 이웃나라 왕비의 저주에 걸려 공주를 죽이려는 기사를 장검과 단검으로 단박에 무찌른다. 탑에 갇힌 공주를 찾아와 “당신을 구하러 왔다”는 기사에게는 “구출 좋아하네”라며 망신을 주기도 한다. 이 3부작은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로 출간될 예정이다. 3부작의 또 다른 묘미는 정 작가가 전래동화를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문체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정리를 한번 하자면’, ‘그러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했다는 말이지’와 같은 구어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서양 판타지가 전통 판소리 구절 위에 얹힌 듯 재밌다. 열 줄 넘게 이어지는 문장도 특유의 말맛 덕에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표제작인 ‘여자들의 왕’은 “아주 농염하고 화끈한 여자들의 관능적 권력투쟁을 써 보고 싶었다”는 작가 말대로 팜파탈의 매력이 흘러넘친다. 모티브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국 초대 왕 사울의 아들 요나단과 2대 왕이 된 다윗 이야기. 요나단은 왕이 되지 못했고, 다윗이 사울에 이어 왕이 됐지만 두 사람은 끝까지 깊은 우정을 유지했다. 작가는 사울과 요나단, 다윗을 모두 여자로 바꿨다. 왕좌를 쟁취하기 위해 위협과 살해, 때로는 유혹까지도 서슴지 않는 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틀을 깨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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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 ‘이문열 문학연구소’ 불… 방화 가능성 조사

    소설가 이문열 씨(74)가 작품 집필과 문학도 양성을 위해 지은 경북 영양군 광산문학연구소(광산문우)가 전소됐다.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4분경 영양군 석보면 광산문우에 불이 났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22대와 인력 59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7시간여 뒤인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불을 껐다. 이 불로 이 씨의 집필실과 식당, 강당, 정자 등 목조 건물 5개 동(418m²)이 완전히 불에 탔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당시 타지에 있던 이 씨는 화재 소식을 듣고 오전 2시 반경 현장에 도착했다. 그나마 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는 전시관에 옮겨 놓아 피해가 없었다. 광산문우를 중심으로 왼쪽에 도서관과 북카페, 오른쪽에 전시관 등이 있고 전시관은 불이 난 건물과 30m 정도 떨어져 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영양으로 내려와 광산문우에 며칠 동안 머무는 이 씨 외에 거주자는 없었다고 한다. 이 씨는 2001년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고향인 석보면 원리리 두들문화마을에 광산문우를 설립했다. 광산문우(匡山文宇)는 이 씨가 고향 뒷동산 ‘광려산’과 ‘글집’을 합쳐 지은 이름이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설가들이 묵으며 창작 및 집필활동을 해왔고 세미나도 열었던 곳이다. 40년을 떠돌다 겨우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인데 잿더미를 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씨가 광산문우를 비울 때 전기를 차단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방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이 씨는 2000년 한 매체 칼럼 기고를 통해 시민단체를 당시 정권의 홍위병에 비유했다가 일부 독자와 문인들로부터 책 장례식(화형식)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초 발화 지점이 식당으로 보이며 건물에 화재경보기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여러 흔적을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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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투기 올라탄듯… 급상승 장면에 나도 모르게 의자 꽉 잡았다

    《엔데믹 시대, 극장으로 돌아온 관객들이 체험형 특별관으로 몰리고 있다. 오감 체험이 가능하거나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을 통해 영화 속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려는 젊은층이 특히 많다. ‘탑건: 매버릭’은 이런 추세에 가속도를 붙였다.》돌아온 관객들, 오감체험 영화 속으로 지난달 28일 ‘탑건: 매버릭’이 상영 중인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내 한 상영관. 평일 낮임에도 144석 중 7개를 제외한 좌석이 모두 차 있었다. 전투기 편대가 산과 충돌할 뻔한 위기를 넘기고 급상승하는 장면에서 좌석이 기울어지며 흔들리자 관객들은 자신들이 급상승하는 듯 팔걸이를 꽉 잡았다. 조종사들이 순식간에 몸무게의 9배에 달하는 중력을 받는 장면에선 의자의 진동, 바람 등 각종 효과가 더해졌다. 조종사와 함께 중력을 버텨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다. 적 적투기 편대가 기관포를 퍼부으며 미 해군 전투기 편대를 위협하고 이에 섬광탄(플레어)을 투하하며 맞서는 공중전투 상황에선 천장 양쪽에 설치된 조명이 번개처럼 번쩍이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실제 공중전에 참가한 듯한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한 분위기였다. 이 상영관은 오감 체험 특별관인 4DX에 정면 스크린 외 좌우 벽면에서도 영상이 상영되는 스크린X 기술을 더한 4DX스크린관. 3개 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데다 안개, 비, 물, 버블, 번개, 향기 등 21개 효과가 각 장면 특성에 맞춰 더해지면서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들어간 느낌을 더 강하게 받게 된다. ‘탑건: 매버릭’ 중 눈보라가 치는 설산이 나오는 장면에서 이른 무더위를 잊고 한겨울 눈밭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덕분이었다. 이날 영화를 본 박지민 씨(33·여)는 “상영 시간 내내 전투기를 직접 타는 느낌이었다.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유대웅 씨(39)도 “4DX스크린관은 처음인데 전투기를 타고 충돌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앞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는 특별관에서 볼 계획이다. 이 영화는 IMAX에서도 한 번 더 보려고 한다”고 했다.○ “영화로 들어오게 하라” 체험형 상영관 인기엔데믹 시대를 맞아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영화관 관객 수는 1547만 명. 5월 1455만 명보다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2020년 4월 월별 관객 수가 97만 명대까지 곤두박질쳤고, 불과 4월까지도 312만 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춰 보면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의 영광을 거의 되찾은 셈이다. 영화관으로 돌아온 관객들은 여러 상영관 중에서도 오감 체험이 가능하거나 압도적으로 큰 스크린이 있어 현실세계와 분리된 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4DX스크린관 같은 특별관을 눈에 띄게 선호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상영관 내 취식 제한이 풀린 직후인 5월 4일 개봉해 엔데믹 특수를 가장 먼저 누린 마블 대작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 개봉 1주 차 좌석 판매율은 CGV 기준 4DX관 47.3%, 4DX스크린관은 58.9%, IMAX관은 54%에 달했다. 일반관 좌석 판매율 27.5%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탑건: 매버릭’도 비슷했다. 개봉일인 지난달 22일부터 7일간 CGV 일반관 좌석 판매율은 16.1%에 그친 반면 4DX관은 42.2%, IMAX관은 41.1%였다. 실제 전투기를 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난 4DX스크린관 좌석 판매율은 64.7%까지 치솟았다. 롯데시네마의 대표적인 특별관인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의 5월 1일∼6월 26일 좌석 판매율도 일반관에 비해 10.2%포인트 높았다. 영화관이 옛 영광을 되찾는 데 있어 특별관이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두 영화를 일반관에서 본 이들 중에도 “특별관 좋은 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어 일반관에 간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층에서 특히 특별관 선호 분위기는 두드러진다. 젊은층은 코로나19 이전처럼 영화관을 습관적으로 가기보다는 모바일 기기나 TV로 즐기기에 한계가 있는 블록버스터 등의 콘텐츠에 한해 특별관을 찾는 모습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영화관을 가는 것.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만에 영화관을 찾아 ‘탑건: 매버릭’을 봤다는 성기훈 씨(31)가 선택한 곳 역시 특별관인 CGV 스크린X관이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작은 화면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하는 게 습관이 된 뒤부터는 드라마 장르처럼 조용한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가지는 않게 된다”며 “‘탑건: 매버릭’은 영화관이 필요한 이유를 말해주는 대작인 데다 3면 스크린에 둘러싸여 영상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며 몰입하고 싶어 특별관을 찾았다”고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데믹이 끝나도 당시 쌓인 OTT 시청 습관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관객들은 ‘영화관에 어울리는 영화’를 더 엄격하게 구분해 영화관을 찾게 될 것인 만큼 영화관 업계도 이에 맞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별관 도장깨기’ ‘N차 관람’ 열풍젊은층의 특별관 선호 현상은 ‘특별관 도장깨기’ 문화로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상엔 ‘탑건: 매버릭’을 특별관의 성지로 꼽히는 ‘용아맥(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 ‘영스엑(CGV 영등포 스크린X관)’ ‘용포디(CGV 용산아이파크몰 4DX스크린관)’ ‘수플G(롯데시네마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관)’ ‘코돌비(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 ‘남돌비(메가박스 남양주현대아울렛 스페이스원 돌비시네마관)’ 등에서 모두 봤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별관별 장단점을 비교해 놓거나 특별관 내에서도 오감 체험이나 몰입에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묻는 글도 넘친다. 지난달 28일 저녁 ‘탑건: 매버릭’을 4DX스크린관에서 보려고 CGV 용산아이파크몰을 찾은 관객 박예송 씨(30·여)는 “4DX스크린관에서 봐야 한다고 추천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단 이 포맷으로 영화를 한 번 보고 주 후반에 IMAX로 한 번 더 볼 계획”이라며 “표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운 좋게 괜찮은 자리를 구했다”고 했다. ‘특별관 도장깨기’를 통한 ‘N차 관람’은 영화관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GV 일반관 관람료는 1만5000원이지만 IMAX는 주말 프라임석 기준 2만2000원이다. 5월 극장 전체 매출액은 전월에 비해 396% 폭증한 1507억 원을 기록했는데, 지난달엔 관객 수 증가와 특별관 인기, N차 관람 추세에 힘입어 이보다 더 늘어난 15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이던 2020년 1월 1437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극장가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이달에는 특별관 상영에 적합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하면서 더 높은 몰입도와 체험 효과를 원하는 관객들이 특별관을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각 영화관의 특별관 상영이 예정된 영화는 마블 대작 ‘토르: 러브 앤 썬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그린 음악영화 ‘엘비스’를 비롯해 ‘도둑들’ ‘암살’ 등 천만 관객 영화를 두 편이나 만든 최동훈 감독의 복귀작 ‘외계+인’,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 기록(1761만 명 관람)을 세운 영화 ‘명량’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 등으로 화려하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중시하게 된 젊은층이 특별관을 중심으로 극장에 몰리면서 극장은 팬데믹 이전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을 넘어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화관 업계는 이런 흐름에 따라 관객들의 체험 및 몰입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특별관 확장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전국 17개 극장에서 IMAX관을 운영 중인 CGV는 7월 충북 청주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등에 IMAX관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올 하반기(7∼12월)에는 대구에도 IMAX관을 개관한다. 롯데시네마는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공식 인증을 받은 월드타워 수퍼플렉스G관의 음향시스템과 좌석을 개선하는 등 관객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극장을 테마파크처럼 관객들이 신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건 꼭 필요한 전략”이라며 “영화관이 팬데믹 이후에도 유효한 공간이라는 판단에 따라 집이나 모바일 기기로 경험할 수 없는 극장만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스크린 3개 이어 69m… 천장까지 연결 ‘꿈의 영화관’도 성큼 ‘실감나는 영화관’ 진화 어디까지좌우 스크린 각도 넓혀 현장감… 모션체어도 더 자연스럽게 개선영화 제작단계부터 극장과 협업… 공포감 극대화 특수효과 살려 최근 영화 팬들 사이에서 ‘영스엑’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영스엑’은 서울 영등포구 ‘CGV 영등포 스크린X관’의 줄임말. 스크린X관은 정면과 좌우에 스크린이 설치된 다면 스크린특별관을 말한다. 전국 50개의 스크린X관 중 유독 ‘영스엑’이 인기인 이유는 CGV가 CGV 영등포의 스타리움관을 ‘스크린X PLF(Premium Large Format)’로 이달 개조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좌우 스크린에 영화관 벽면을 활용했는데 ‘영스엑’은 실버스크린을 설치해 화면의 선명도를 높인 것. 정면 스크린의 가로 길이는 25m, 좌우 스크린 길이는 각각 22m로 총 69m에 달한다. 상공에서의 비행 장면이 압권인 ‘탑건: 매버릭’ 개봉은 ‘영스엑’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영스엑’과 ‘4DX’ 버전의 ‘탑건: 매버릭’ 관람 후기가 연일 화제다. 6월 29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방준식 CJ 4D플렉스 콘텐츠비즈팀장은 “기존 스크린X관의 정면과 좌우 스크린 사이 각도는 90도였으나 영스엑은 이보다 15도 더 각도를 넓혔다. 관객 입장에서 더 확장된 화면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탑건: 매버릭’처럼 체험형, 몰입형 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극장들이 직접 나서 ‘특수관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공연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공연장에서 공연을 직접 즐기지 못하자 스크린X, 4DX 기술을 접목한 콘서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아이즈원,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등 아이돌의 콘서트가 극장용 콘텐츠로 제작돼 개봉했다. 음악에 맞춰 모션체어가 움직이고, 무대 분위기에 맞게 향기나 안개 효과도 들어간다. 좌우 스크린에 꽉 찬 관객은 실제 공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방 팀장은 “콘서트 실황을 본 후 영화관에서 한 번 더 보는 게 팬덤 문화로 자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개봉한 공포영화 ‘귀문’은 제작 단계부터 연출진과 극장이 협업에 나섰다. 기존에는 완성된 영화 콘텐츠에 CJ 4D플렉스가 후반 작업을 진행했지만 귀문의 경우 공포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관의 효과들을 스토리보드 단계부터 협의했다. 방 팀장은 “영화를 처음 제작할 때부터 놀이공원의 귀신의집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폐쇄된 수련원이 배경이기 때문에 좌우 스크린이 있는 스크린X관에서 감상했을 때 실제 수련원에 갇힌 듯한 공포감을 훨씬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4DX관의 경우 실제 그 안에 있는 듯한 촉감을 주기 위해 수련원 문이 열릴 때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거나, 피가 튀는 장면에서 물이 분사되는 효과를 넣었다. 극장 기술의 진화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스크린X관의 스크린 수는 정면과 좌우의 3개 면이지만 그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2020년 CJ 4D플렉스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중앙과 좌우에 더해 천장까지 총 4개 면에 스크린을 접목한 ‘4DX스크린’ 상영관을 선보였다. 4DX관도 변모를 꾀하고 있다. 4DX관의 경우 모션체어의 움직임 범위를 넓히고,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숙제다.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 ‘4DX스크린’ 상영관의 일부 모션체어에는 기존 6방향 움직임과 더불어 좌석이 좌우로 움직이면서 회전하는 기능인 ‘스웨이&트위스트’ 기능이 접목됐다. 안개가 스크린을 가리지 않도록 하거나, 천장에서 눈이 더 은은하게 떨어지도록 하는 등 환경효과도 개선하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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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열 집필실 있는 광산문학연구소 화재로 전소…인명피해는 없어

    소설가 이문열 씨(74)가 작품 집필과 문학도 양성을 위해 지은 경북 영양군 광산문학연구소(광산문우)이 전소됐다.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14분경 경북 영양군 석보면 광산문우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장비 22대와 인력 59명을 투입해 화재발생 7시간 여 뒤인 이날 오전 6시 20분경 불을 껐다. 이 불로 이 씨의 집필실과 식당, 강당, 정자 등 목조 건물 5개동(418㎡)이 완전히 불에 탔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당시 타지에 있던 이 씨는 화재 소식을 듣고 오전 2시 반경 현장에 도착했다. 그나마 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는 전시관에 옮겨 놓아 피해가 없었다. 광산문우를 중앙으로 왼쪽에 도서관과 북카페, 오른쪽에 전시관 등이 있고 전시관은 불이 난 건물과 30m정도 떨어져 있다. 이 씨는 한 달에 한 두 차례 영양으로 내려와 광산문우에 며칠동안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광산문우를 비울 때 전기를 차단한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방화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씨는 2000년 한 매체 칼럼 기고를 통해 시민단체를 당시 정권의 홍위병에 비유했다가 일부 독자들과 문인들로부터 책 장례식(화형식)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최초 발화지점이 식당으로 보이며 건물에 화재경보기와 폐쇄회로(CC)TV가 없어 여러가지 흔적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1년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문학도 양성을 위해 고향인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에 광산문우를 설립했다. 이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설가들이 묵으며 창작 및 집필활동을 해왔고 세미나도 열었던 곳이다. 40년을 떠돌다 겨우 고향으로 돌아와 지은 집인데 잿더미를 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양=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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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택적 함구증의 상처, 타인을 세심하게 이해하는 밑거름 돼”

    ‘착실하고 내성적인 쌍둥이.’ 공부는 곧잘 했지만 친구들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표현조차 못 했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 윤여진, 윤여주 씨(39)에게 붙었던 별명이다. 부모님은 자폐증을 우려했지만 집에선 수다쟁이가 되는 걸 보고 걱정을 거뒀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너 벙어리야?”라고 물었다. 두 사람은 성인이 되고서야 알았다. 자신들이 특정 상황에서 말을 못 하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6월 27일 출간된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수오서재)에서 두 사람은 말 못 해 외롭고 괴로웠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꺼냈다. ‘자유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날’을 갈망했던 두 사람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됐다. 언니 여진 씨는 한의사, 동생 여주 씨는 치과의사다. 29일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은 “말은 못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친구들의 이런 양가감정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둘은 5세 무렵부터 말을 하는 게 힘들었다. 여진 씨는 초등학교 6학년, 여주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 학교 후문은 근처에 있던 분식집 때문에 늘 아이들이 북적거려 정문으로 등하교했고, 교과서 문장을 소리 내 읽어야 할 때면 숨이 막혔다. 말문이 열린 순간은 천천히 찾아왔다. 여주 씨에게는 ‘얼음 땡’ 게임이 계기였다. 여주 씨는 “(평소 말이 없던) 내가 ‘얼음!’이라고 말했지만, 친구들은 게임에 집중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말을 했을 때 ‘너 말할 줄 아네?’라며 신기해하면 더 얼어붙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좋았다. 타인이 내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여진 씨는 “초등학교에서는 ‘말 못 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혀서 더 말을 못 했다. 중학교에 간 후 환경이 바뀌면서 서서히 말문이 트였다”고 했다. 선택적 함구증은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여진 씨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어린이 환자들을 더 세심하게 살핀다. 여주 씨는 표현이 서툰 첫째 아들을 “왜 말 안 해?”라고 다그치기보다 “점점 나아질 거야”라고 보듬는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누구나 있어요. 그 상처들을 들여다보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괴로운 순간을 회상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안아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여진 씨)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런 모습도 내 일부라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여주 씨)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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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못하는 아이? 남들은 모르는 ‘선택적 함구증’ 일수 있어요”

    ‘착실하고 내성적인 쌍둥이’. 공부는 곧잘했지만 친구들 앞에선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표현조차 하지 못했던 쌍둥이 자매 윤여진, 윤여주 씨(39)에게 붙었던 별명이다. 부모님은 자폐증을 의심했다. 집에선 수다쟁이가 되는 모습을 보고 걱정을 거뒀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너 벙어리야?”라고 물었다. 5살부터 초등학교 시절 내내 타인이라는 지옥을 경험했던 두 사람은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자신들이 특정 상황에서 말을 하지 못하는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지난달 27일 출간된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수오서재)에서 두 사람은 말을 못해 괴롭고 외로웠던 유년시절 기억을 꺼냈다. ‘자유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말할 수 있는 날’을 갈망했던 시간을 거쳐 두 사람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됐다. 여진 씨는 한의사, 여주 씨는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29일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은 “말은 못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 선택적 함구증을 겪지 않는 한 이런 양가감정을 알기 어렵다.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친구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썼다”고 입을 모았다. 5분 먼저 태어난 언니 여진과 동생 여주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똑같이 닮았다. 두 사람 모두 5살 무렵 남들 앞에서 말을 못하는 증상이 시작돼 여진은 초등학교 6학년, 여주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선택적 함구증을 앓았다. 여진 씨는 “유년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쁘셔서 늘 동생과 붙어있었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서로 떨어지게 되자 둘 다 분리불안이 생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시절 말을 못해 상처가 됐던 순간은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문방구와 분식집이 있던 후문에는 아이들이 북적거려 늘 정문으로만 등하교를 했던 날들, 돌아가면서 교과서 문장을 읽어야 할 때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지면 숨이 막혔던 기억…. “친구들이 주는 과자나 초콜릿도 누가 볼까봐 못 먹었어요. 어느 날 너무 먹고 싶어서 몰래 과자를 먹으면서도 그게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여진) “선생님이 발표를 지키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반장선거 후보로 친구들이 저를 추천했을 때 ‘하기 싫어요’라고 선생님한테 작게 말했는데 ‘기권은 없어’라고 하셨던 순간이 상처로 남았어요.”(여주) 말문이 열리기 시작한 순간은 우연히 찾아왔다. 여진보다 1년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한 여주에게는 ‘얼음 땡’ 게임이 계기였다. 여주는 “내가 ‘얼음!’이라고 말하는 것을 친구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가 말을 했을 때 ‘너 말 할 줄 아네?’라는 반응을 보이면 그 순간 얼어붙는다. 타인이 내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게 말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여진은 “초등학교에서는 내가 ‘말 못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혀 있어 더 말을 못했다. 중학교에 가서 환경이 아예 바뀌면서 서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선택적 함구증은 타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한의사인 여진 씨는 예민하고 내성적인 어린이 환자들을 더 세심하게 살핀다. 여주 씨는 자신처럼 표현에 서툰 첫째 아들을 “왜 말 안 해?”라며 다그치기보다 “그럴 수 있어. 점점 나아질거야. 괜찮아”라고 보듬는다. 선택적 함구증이 불치병이 아니란 사실도,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게 아니란 사실도 직접 겪어봐서 알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내면의 상처는 누구나 있어요. 그 상처들을 자꾸 들여다보고,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해요. 괴로운 순간들을 회상하고 묘사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안아주고 보듬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여진) “여전히 우울해지거나 자존감이 낮아지는 순간들이 찾아와요. 나의 그런 모습들도 나의 일부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여주)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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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전쟁포로가 흘린 눈물, 현대 역학의 토대가 되다[책의 향기]

    흑사병, 천연두, 스페인 독감 등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염병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메르스부터 에볼라, 코로나19까지 여전히 감염병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역학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 이들은 누구일까. 의사나 학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미국 게티스버그 칼리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노예제, 식민주의, 전쟁의 희생양에게 그 공을 돌린다. 노예선, 플랜테이션(대규모 상업 농장), 전쟁터라는 ‘대규모 실험실’이 조성됐고, 의사들은 그 현장에서 질병의 원인과 확산경로를 연구했다. 저자는 공공의료와 역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조명 받지 않은 흑인 노예와 식민지인, 죄수와 전쟁포로를 비춘다. 공기질이 질병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 발견은 수개월간 노예선에 갇혀 이동해야 했던 흑인 노예들의 희생으로 인해 가능했다. 대표적 사례는 노예선 ‘브룩스호’다. 스코틀랜드 군의관 토머스 트로터는 1783년 서아프리카 골드코스트에서 흑인 노예 600여 명을 태운 이 배에서 40명이 죽고 300명이 감염되는 과정을 관찰함으로써 더러운 공기와 영양결핍이 괴혈병의 원인임을 찾아냈다. 그의 연구는 병원, 감옥 등에서의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환기 기구 개발로 이어졌다. 전쟁에 참전한 군인과 전쟁포로의 희생 역시 현대 공중보건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크림전쟁(1853∼1856) 당시 영국 간호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터키 스쿠타리 병원에서 다친 병사들을 돌보며 군 병원의 비위생적 환경이 환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연구할 수 있었다. 전투보다 병으로 죽는 병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환기되지 않는 건물, 오물이나 동물 사체가 몇 달째 방치돼 있는 배수구 등 병원의 열악한 위생 환경을 지적했다. 그가 강조한 위생과 예방법 개발은 현대 공중보건의 핵심을 이루는 개념이 됐다. 전염병 퇴치를 위한 백신 개발에는 아이들의 희생까지 따랐다. 19세기 중반 미국 남북전쟁 당시 천연두가 퍼지자 남군은 백신 채취에 사람을 이용하는 인두법을 위해 어린 흑인 노예를 대상으로 삼았다. 인두법은 천연두 환자의 고름이나 딱지를 채취해 사람의 피부에 넣는 방식. 아이 몸에 생긴 물집이 커질수록 백신을 만드는데 필요한 천연두 림프를 더 많이 채취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천연두에 걸린 흑인 아이의 몸에는 평생 흉터가 남았다. 의사들은 사례 연구를 통해 질병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하지만 그 사례 뒤에 존재하는 실존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역학과 공중보건이 첫발을 뗄 수 있었던 데에는 노예와 식민지인, 죄수와 전쟁포로들이 흘린 피와 눈물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드는 지금, 이들의 고통에 현재의 우리가 얼마나 많이 빚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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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종이의 집’은 볶음밥… 하회탈로 권력층 풍자”

    한국판 ‘종이의 집’은 스페인 원작 드라마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2017∼2021년 방영된 스페인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 팬이라면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원작은 스페인 조폐국에서 24억 유로(약 3조2600억 원)를 훔치려는 무장강도 이야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과 제작진은 “남북 분단 같은 한국적 요소를 넣어 원작과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배우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을 비롯해 김홍선 감독, 류용재 작가가 참석했다. 드라마 배경은 남북이 왕래하는 공동경제구역 내 조폐국. 이곳에서 4조 원을 훔치려는 강도들과 이들을 막으려는 남북 대응팀의 두뇌싸움을 그렸다. 유지태는 인질 강도극을 계획한 천재 교수로 나온다. 박해수가 강도단 우두머리인 베를린 역을 맡았고, 전종서 이원종 김지훈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강도를 연기했다. 김윤진과 김성오는 남북 협상대표로, 박명훈은 인질로 잡힌 조폐국장으로 각각 나온다. 원작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은 남북분단 상황. 김 감독은 공동경제구역 배경에 대해 “이 정도의 대규모 범죄 상황이 벌어지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고민이 컸다. 남북분단 설정을 가져오면 근미래에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 작가는 “남북분단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하이스트(상점·은행 강도) 장르에서 남북 강도가 함께 돈을 훔치고 남북 경찰이 힘을 합쳐 이들을 잡는 이야기는 없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강도들은 하회탈 가면을 쓴다. 원작에서는 강도들이 스페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얼굴 가면을 썼다. 박해수는 “스페인 원작에서 달리 가면을 통해 자유를 표현했다면 한국판에서는 하회탈을 통해 권력층에 대한 풍자를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활짝 웃고 있는 하회탈이 해학적으로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기괴했다”고 했다. 종이의 집이 넷플릭스 최대 흥행작 ‘오징어게임’에 필적할지도 관심사다. 김 감독은 “오징어게임 덕에 우리가 여기 앉아 있는 것 같다.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에 좋은 작품을 만들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류 작가는 “스페인 원작이 파에야라면 저희는 볶음밥이다. 스페인에서 시작된 거대한 축제가 한국에서 다시 열린다고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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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강호 “‘비상선언’, 한국영화 저력 보여줄 것”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다.”(송강호) “1000만 관객이 넘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전도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일 열린 영화 ‘비상선언’ 제작보고회에서 배우들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팬데믹 기간에 제작된 비상선언은 올해 1월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개봉을 연기했다. 올해 8월경 개봉하기로 하고 날짜를 조율 중이다.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인 비상선언은 ‘관상’(2013년)과 ‘더 킹’(2017년)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지난해 제74회 프랑스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이 참석했다. 영화는 원인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테러범에게 장악된 비행기 승객들과 해당 비행기를 비상착륙 시키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우아한 세계’(2007년), ‘관상’에 이어 한 감독의 작품에 세 번째로 출연하는 송강호는 항공 테러사건을 수사하는 형사팀장 인호를 연기했다. 이병헌은 비행공포증이 있음에도 미국에서 딸을 치료하기 위해 딸과 함께 비행기에 탄 아버지 재혁으로 나온다. 전도연은 국토교통부 장관 숙희를, 김남길은 부기장 현수를, 임시완은 용의자 진석을 각각 맡았다. 박해준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를 연기했다. 한 감독은 10년 전 연출 의뢰를 받고 어떻게 극을 풀어 나갈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0년간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 크고 작은 재난들이 있었고, 촬영에 들어간 직후 팬데믹이 찾아왔다. 절망 속에서도 개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희생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영화가 사랑하는 이를 지키려는 분투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강호는 “우리가 머리로는 알지만 평소 못 느낀 가족, 이웃,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굉장히 세련되고 어른스럽게 풀어냈다”고 말했다. 전도연은 “감독님이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면서 상처 받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 말에 공감이 가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한 감독은 극 중 가족애 같은 감정선이 자칫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밝혔다. 그는 “제게 신파란 관객이 슬픔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는데 슬프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대사나 극적인 상황을 통해 관객에게 마음이 전달된다면 그건 신파가 아니라 공감이다. 관객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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