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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와 아이브, (여자)아이들…. 최근 ‘대세’ 걸그룹엔 공통점이 있다. 올해 발매한 신곡 중에는 기존 곡의 일부 음원을 재편집해 활용하는 샘플링을 한 곡이 있다는 것. 가요계에서 샘플링은 꾸준히 사랑받았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샘플링한 H.O.T.의 ‘빛’(1998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해 인기를 얻었던 신화의 ‘T.O.P’(1999년)가 대표적이다. 아이브는 8월 발매한 신곡 ‘애프터 라이크’에서 1978년 미국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의 히트곡 ‘아이 윌 서바이브’를 샘플링했다. 통상 팝송 샘플링에서는 후렴구를 활용하는데 애프터 라이크는 간주 부분을 활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아이 윌 서바이브는 빌보드 핫백 차트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이라 아이브는 기존 팬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블랙핑크는 클래식을 택했다. 19세기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해 지난달 선보인 곡 ‘셧 다운’으로 인기를 끌었다. 곡 시작부터 라 캄파넬라 도입부의 강렬한 바이올린 선율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 ‘이 곡을 샘플링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빌보드는 “친숙한 클래식과 힙합의 만남으로 까다로운 청중을 만족시켰다”고 평했다. 17일 컴백한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신곡 ‘누드’는 오페라 ‘카르멘’의 아리아 ‘하바네라’의 멜로디를 차용했다. ‘누드’라는 노래 제목에 대중은 섹시 콘셉트를 예상했으나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나다운 모습을 찾자’는 메시지를 담아 반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4세대 걸그룹들이 과거 명곡을 샘플링한 건 친숙한 멜로디가 신곡을 듣는 이들을 강렬하게 사로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요계에서는 세대를 넘어 울림을 주는 명곡이 K팝에 녹아들어 새롭게 재탄생함으로써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5년 일본 고베시의 한 지역신문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교 시절 도서 대출 기록을 입수했다. 신문사는 학문적 연구 가치가 있다며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저자는 이에 대해 “16세 이상 이용자의 도서 대출 목록은 가족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도서관은 빅데이터 시대에 감시당하지 않고 정보를 얻는 마지막 장소”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라 여기지 않는다. 공공도서관은 성별과 인종,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니 사회적 소외 계층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미 시애틀중앙도서관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노숙인이라고 한다. 도서관은 이들을 위해 정신건강 및 취업, 주거 관련 상담 서비스도 진행한다. 사서로 일할 때 도서관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책이 모두 사라졌던 경험도 소개했다. 일부 이용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린 것이다. 실제 미 도서관에선 점성술, 낙태 등과 관련된 민감한 책들이 종종 없어진다고 한다. 저자는 “도서관은 검열의 공간이 아닌, 누구나 정보를 얻을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변한다. 절간처럼 조용한 도서관보다 아이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리거나 왁자지껄한 토론이 벌어지는 사람 냄새가 나는 도서관을 꿈꾼다는 시각도 신선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말 아이돌 대전’이 시작됐다. 에스파, 뉴진스, 아이브, 블랙핑크 등 올여름부터 가요계를 달군 걸그룹부터 최근 앞다퉈 컴백한 남자 아이돌까지, 연말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의 신곡으로 성찬이 차려질 예정이다. 17일 동시에 컴백한 4세대 걸그룹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은 ‘걸크러시’ 콘셉트로 돌아왔다.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 타이틀곡 ‘누드’는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르세라핌의 신곡 ‘안티프래자일’은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성장하겠다는 내용이다. 27일 기준 멜론과 벅스 차트 1위는 (여자)아이들의 ‘누드’, 2위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이다. 2세대 대표 걸그룹 ‘카라’는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을 다음 달 29일 발매한다. 카라의 완전체 컴백은 2015년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남자 아이돌은 솔로부터 밴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돌아오고 있다. 세계 K팝 팬들의 큰 관심은 28일 발매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의 첫 솔로곡 ‘디 애스트로너트’. 영국 인기 밴드 콜드플레이가 공동 참여했다. 남매 듀오 ‘악뮤’의 이찬혁은 죽음을 소재로 한 첫 솔로앨범 ‘에러’를 선보였다. 보이밴드 엔플라잉은 8번째 미니앨범 ‘디어리스트’로 돌아왔다. BTS의 군입대가 공식화된 가운데 그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스트레이 키즈는 7일 발매한 앨범 ‘맥시던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엔데믹에 접어든 데다 연말 시상식을 앞두고 있어 아이돌 가수들이 콘서트를 다시 정상적으로 열 계획을 갖고 속속 컴백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연말 아이돌 대전’이 시작됐다. 올 여름에는 에스파, 뉴진스, 아이브, 블랙핑크 등 걸그룹 4파전이 치열했다면 10, 11월에는 보이그룹까지 가세했다. (여자)아이들은 3월 발매한 ‘톰보이’에 이어 신곡 ‘누드’로 컴백과 동시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11월에는 2세대를 풍미한 걸그룹 카라의 완전체 컴백이 기다리고 있다. 보이그룹도 만만치 않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제이홉에 이어 두 번째로 솔로곡을 발매하는 진, 전곡을 자작곡으로 채운 실력파 보이밴드 엔플라잉의 컴백이 K팝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8월을 달궜던 ‘여름 걸그룹 대전’은 10월에도 현재진행형이다. 1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마마무는 11일 12번 째 미니앨범 ‘마이크 온’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일낼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동시에 컴백한 (여자)아이들과 르세라핌은 4세대 걸그룹을 관통하는 ‘걸크러시’ 컨셉으로 돌아왔다. (여자)아이들의 미니 5집 ‘아이 러브’ 타이틀곡 ‘누드’는 섹스 심벌로만 소비됐던 마릴린 먼로를 모티브로 삼아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미니 2집 ‘안티프래자일’을 내고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활동하고 있는 르세라핌은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27일 기준 멜론 차트와 벅스 차트 1위는 (여자)아이들의 ‘누드’, 2위는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이 차지했다. 2세대의 ‘레전드 걸그룹’ 카라는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다음달 29일 발매한다. 카라가 완전체로 앨범을 내는 것은 2015년 5월 일곱 번째 미니음반 ‘인 러브’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앨범에는 박규리, 한승연, 허영지를 비롯해 2014년 탈퇴한 니콜과 강지영까지 참여한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 솔로부터 밴드까지 다채로운 컴백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K팝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솔로 컴백은 BTS의 진이 28일 발매한 신곡 ‘디 애스트로너트’. 진의 첫 솔로곡이자, BTS에서는 제이홉 후 두 번째 솔로 활동이다. 이 곡에는 BTS와 지난해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를 발매한 바 있는 영국 인기 밴드 콜드플레이가 공동 참여했다. 귀여운 남매듀오 ‘악뮤’의 이찬혁은 그 동안의 발랄하고 풋풋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죽음’을 소재로 한 앨범 ‘에러’를 17일 선보이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찬혁은 타이틀곡 ‘파노라마’ 무대에서 삭발을 하거나, 무대 정면에서 등을 진 채 노래하는 등의 신선한 행보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FNC의 보이밴드 엔플라잉은 17일 8번째 미니앨범 ‘디어리스트’로 돌아왔다. ‘망했다’라는 외침으로 시작되는 타이틀곡 ‘폭망’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마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을 ‘폭망했다’는 재치있는 가사로 표현했다. 리더 이승협이 수록곡 여섯 곡의 작사, 작곡을 주도했다. 방탄소년단(BTS)의 군입대가 공식화된 가운데 BTS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되는 그룹은 JYP의 스트레이 키즈. 스트레이 키즈는 이달 7일 발매한 앨범 ‘맥시던트’로 미국에서 11만7000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해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스트레이 키즈는 전작 ‘오디너리’로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바 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이 미친 메이크업과 헤어는 이제 끝내야 한다.’ 올해 8월 트위터에는 걸그룹 아이브의 ‘헤메코’(헤어, 메이크업, 코디)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멤버들은 무대뿐만 아니라 광고, 화보, 예능에서까지 메이크업 테러를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칙칙한 화장과 어색한 머리 스타일로 수차례 공식석상에 선 데다 지난달 컴백을 앞두고 공개된 콘셉트 사진에서 멤버들의 ‘퍼스널 컬러’(피부 톤과 어울리는 색상)를 고려하지 않은 메이크업을 한 게 도화선이었다. 트위터에는 ‘#아이브_샵_바꿔’라는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K팝 팬덤이 아이돌 그룹의 헤메코까지 바꾸고 있다. 3세대 아이돌만 해도 헤메코가 별로였던 날의 사진이 해당 아이돌의 ‘흑역사’로 회자되거나 “코디가 안티”라는 우스갯소리로 넘어가는 수준이었다. Z세대는 다르다. 이들은 “아이돌은 내가 직접 키운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멤버에게 스타일링이 어울리지 않을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판하는 글을 올리거나 해시태그를 통해 집단행동을 해 소속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이브의 메이크업과 관련해 한 팬은 트위터에 멤버 안유진이 붉은색 입술, 검은색 머리를 했을 때의 생기 있는 사진과 베이지색 화장, 연갈색 머리를 했을 때의 칙칙한 사진을 비교해 올렸다. 장원영은 홍보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화보 사진에서 잘못 자른 듯한 잔머리, 지저분한 눈썹으로 등장해 “나이 들어 보인다”는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민희진 걸그룹’으로 돌풍을 일으킨 뉴진스의 헤메코 담당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달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케이콘 2022―저팬’ 무대에서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지닌 뉴진스의 옅은 화장, 검은색 생머리를 바꾼 것. 갈색 머리, 짙은 색조 화장, 지나치게 알록달록한 의상과 털모자에 팬들은 “레트로를 넘어 각설이가 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소수의 강력한 팬덤이 여론을 좌우하는 K팝 시장의 특성상 소속사와 관계자들은 팬들의 지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브 메이크업 담당자는 SNS 라이브 방송에서 “아이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20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뉴진스의 메이크업 담당자는 자신의 SNS에 ‘일본에서의 뉴진스 메이크업은 저희 스태프와 관련 없으며 제가 한 메이크업이 아닙니다’라는 해명을 올렸다. 팬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아이브의 메이크업은 멤버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팬들의 행동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Z세대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청자 투표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정하는 엠넷의 ‘프로듀스 101’ 이후 4세대 팬덤은 아이돌 그룹을 팬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의식을 갖게 됐다”며 “기획사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메이크업이나 의상, 노래의 멤버별 파트 분배가 적절한지까지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걸그룹의 여성 팬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분석한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4세대 걸그룹의 여성 팬이 더 많아졌고 걸그룹 멤버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자신의 메이크업, 헤어, 의상에 신경을 쓰듯이 매우 구체적으로 의견을 낸다. 소속사는 팬들의 조언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되 그룹의 정체성은 유지하도록 적절한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절반의 정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재개된 올해 야외 음악축제는 반가웠지만 아쉬웠다. 관객들은 아예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페스티벌의 부활에 환호했지만 ‘라인업’이나 구성은 예년만 못했다. 이달 8∼10일 열렸던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슬라슬라)’는 과거에 비해 라인업이 소박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스팅이 2019년 헤드라이너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헤드라이너였던 레이니와 앤 마리, 라우브는 다소 조촐해 보였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올해 초청한 모든 가수를 합쳐도 스팅 섭외비보다 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해외 아티스트 수 자체가 줄기도 했다. 2019년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피스트레인)’에는 일본과 헝가리, 영국 등에서 온 14개 팀이 무대에 올랐지만, 올해는 HYBS와 스타크롤러 등 7개 팀에 불과했다. 페스티벌들이 3년간의 수익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중성에 집중한 경향도 엿보였다. 슬라슬라를 기획한 프라이빗커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아티스트 섭외비가 크게 치솟았다”며 “올해는 젊은층에게 티켓파워가 있는 팝 가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섭외 일정이 촉박했던 점도 영향을 끼쳤다. 피스트레인은 당초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 전설적인 록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글렌 매틀록을 섭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내한이 무산됐다. 김미소 피스트레인 총감독은 “유명 아티스트는 최소 1년 전부터 섭외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니 상황이 바뀌며 페스티벌 재개 결정이 8월에야 나서 방한이 무산됐다”고 했다. 내년에는 야외 음악축제가 예년처럼 돌아올 수 있을까.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해외 뮤지션 라인업이 페스티벌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절반의 정상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야외 음악 페스티벌은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개최가 취소됐던 야외 음악 축제들은 3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지만 ‘라인업’은 예전만하지 못했다는 관객들의 아쉬움이 컸다. 운영비 축소에 더해 팬데믹으로 축제 개최가 뒤늦게 확정되면서 촉박하게 해외 뮤지션들을 섭외해야 했기 때문. 야외 음악 축제에 목말랐던 사람들이 몰려 관객 수는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아티스트 라인업이나 예산이 팬데믹 전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엔 스팅, 올해는 앤 마리 이달 8~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슬라슬라 2022)은 라인업이 소박해졌다. 2019년에는 헤드라이너가 ‘잉글리시맨 인 뉴욕’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 등 숱한 명곡을 만들며 그래미상을 17번 수상한 영국 가수 스팅이었다. 올해 헤드라이너는 레이니, 앤 마리, 그리고 라우브. 이들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팝가수지만 스팅에 필적할 만한 ‘레전드급’ 뮤지션은 없었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스팅 한 명의 섭외비가 올해 초청된 가수들을 다 합친 섭외비보다 비쌌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달 1, 2일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해외 뮤지션 수도 대폭 축소됐다. 23개 팀 중 해외 팀은 HYBS, 스타크롤러 등 일곱 팀에 불과했다. 2019년엔 30여 개 팀이 참여했고, 일본, 영국, 프랑스, 태국, 헝가리 등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해외 아티스트가 14개 팀에 달했다. 3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8월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음악 축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펜타포트)은 역대 최다인 13만여 명이 찾았지만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페스티벌이 열린 3일 중 이틀의 헤드라이너는 한국 밴드인 넬과 자우림이었고, 해외 헤드라이너였던 뱀파이어 위캔드도 기존 펜타포트 헤드라이너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9년 헤드라이너는 그래미 최우수 뮤직비디오상 후보자였던 위저를 비롯해 프레이, 코넬리우스 등 모두 해외 아티스트였다.●촉박한 섭외 일정, 예산 축소가 발목 코로나 19로 인한 촉박한 섭외 일정이 발목을 잡았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1995년 미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 전설적인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글렌 매트록을 섭외하려 했으나 촉박한 일정 탓에 내한이 무산됐다. 김미소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총감독은 “레전드급 아티스트는 최소 1년 전부터 섭외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19 상황이 시시각각 바뀌어서 페스티벌 재개 결정이 8월에야 났다. 그 때 연락했을 때 일정이 맞는 해외 뮤지션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페스티벌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아티스트는 보통 일본, 한국,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 국가들 공연을 한꺼번에 진행한다. 이 때문에 아시아 페스티벌들은 해외 아티스트를 연계해 섭외를 하기도 한다. 예컨대 2019년 펜타포트 헤드라이너였던 위저나 투 도어 시네마 클럽은 일본 최대 록 페스티벌인 서머소닉에도 출연했다.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일본 서머소닉이나 후지 록 페스티벌이 예년 수준의 해외 라인업을 회복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을 주로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티켓파워가 있는 팝 가수 위주로 라인업이 꾸려지는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페스티벌들이 3년 간 내지 못했던 수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음악성은 높지만 국내 인지도는 떨어지는 아티스트보다, 국내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트렌디한’ 가수들을 초청하는 것으로 노선을 바꾼 것. 슬라슬라 2022를 기획한 프라이빗커브 관계자는 “3년 동안의 공연 수익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 아티스트 섭외비가 치솟았다“며 ”올해는 젊은층에게 좀 더 티켓파워가 있는 팝 가수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젊은 세대는 오히려 스팅보다 앤 마리에 더 익숙하다. 티켓 수익은 2019년보다 올해가 더 높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30·사진)이 28일 첫 솔로 싱글 ‘The Astronaut(디 아스트로넛)’을 발매한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9일 “디 아스트로넛은 진이 아미(팬덤명)를 향한 애정을 담아 만든 만큼 아미에게 선물과 같은 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히트뮤직이 올해 진의 입대를 공식화한 만큼 이번 솔로 발매가 입대 전 진의 마지막 활동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BTS 멤버의 개별 활동은 올해 7월 솔로 앨범 ‘잭 인 더 박스’를 발매한 제이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진은 앞서 15일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에서 솔로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분과 인연이 됐다”며 솔로곡은 협업곡임을 암시했다. 협업 상대는 지난해 BTS와 ‘마이 유니버스’를 발매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진이 콜드플레이에 협업을 먼저 제안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싱어송라이터, ‘AKMU’(악뮤·전 악동뮤지션)의 이찬혁(27·사진)은 스스로에게 자주 죽음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지금 옳다고 생각한 가치는 죽기 직전일 때도 여전히 중요할까.” “늘 겸손하겠다고 하지만, 실은 왕이 되고 싶었는데. 내 성(城)은 만들고 죽어야 하지 않나?”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17일 만난 이찬혁은 데뷔 8년 만의 첫 솔로 앨범 ‘ERROR’를 내놓은 계기가 “죽음에 대한 성찰”이었다고 했다. 수록된 11곡은 ‘죽음 앞에 선 이찬혁’라는 주제 아래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이찬혁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가는 ‘목격담’과 ‘사이렌’을 시작으로, 혼수상태인 그가 삶을 회고하는 타이틀곡 ‘파노라마’를 거쳐 죽음을 맞은 뒤 장례식 풍경을 상상한 ‘장례희망’으로 이어진다. “악뮤로 활동하며 늘 음악에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담아 왔어요. 그런데 그 생각에 오류가 있는 것 같았죠. 지난해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에선 자유와 사랑에 대해 얘기했는데, ‘내가 당장 죽는다면 그게 내 최대 가치일까’ 고민했어요. 거기서 뭔가 내적 모순이 찾아오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그 간극을 줄여 보고자 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룬 솔로 앨범은 귀엽고 발랄했던 악뮤의 기존 색채와 완전히 다르다. 이미 재즈부터 댄스, 힙합,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지만, 이번 곡들은 전혀 ‘악뮤스럽지’ 않다.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고 그룹 멤버이자 친동생인 이수현은 ‘목격담’이나 ‘장례희망’을 듣고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악뮤로 호평받아 언제나 감사하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수현이도 저도 나이가 들며 각자 캐릭터가 명확해졌어요. 제 캐릭터 안에 수현이가 들어오는 게 쉽지 않아졌죠. 이젠 ‘예쁜 남매’로만 계속해서 가는 건 힘들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욕심을 담은 노래를 만들 거예요.” 너무 과격한 변신이 아닐까 싶지만, 이찬혁의 예측 불허 행보를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진 않다. 최근 그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출근길에 잠옷 차림으로 출몰해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KBS ‘전국노래자랑’ 관객석에 앉아 있다 우연히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지나가는 길에 노래가 들려 우연히 찾아갔다”는 답변도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찬혁’다웠다. “스스로도 청개구리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스태프가) 예쁜 머리를 해주시면 괜히 헤어와 메이크업을 안 하고 싶은 반발심이 들어요. 틀을 다 깨고 싶어요. 저만의 성을 만들어 파티를 열고 사람들이 놀러 오는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아이돌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최근 발매한 미니앨범 ‘MAXIDENT(맥시던트)’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1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16일(현지 시간) “스트레이 키즈는 차트 집계 기간 미국에서 11만7000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스트레이 키즈는 3월 ‘ODDINARY(오디너리)’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차트에서 1위에 오른 케이팝 가수는 방탄소년단(6회)과 스트레이 키즈(2회), 슈퍼엠·블랙핑크(각 1회)가 있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해 순위를 산정한다. 맥시던트는 앨범 판매량은 약 11만 장, SEA는 약 7000장으로 집계됐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방탄소년단(BTS·사진)의 진(30·본명 김석진)이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입영 연기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진을 시작으로 BTS 멤버들 모두 군대에 갈 예정이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은 “진은 이달 말 입영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입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진을 포함해 슈가(29), 제이홉(28), RM(28), 지민(27), 뷔(26), 정국(25)까지 모든 멤버가 군대에 가겠다고 확정한 것이다. 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였다. 빅히트뮤직은 “2025년에 다시 완전체로 활동하길 희망하지만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개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저희가 4년 만에 월드 투어를 하는데 시작이 서울이라 뜻깊어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블랙핑크 멤버들은 은은한 분홍빛이 도는 상의와 짧은 치마, 흰색 부츠를 신고 등장해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관객 1만여 명은 뿅망치 모양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인 ‘톱 100’을 동시 석권하며 K팝 걸그룹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블랙핑크가 15, 16일 국내에서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블랙핑크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YG엔터테인먼트는 “총 입장 관객은 150만 명으로 예상된다. 역대 K팝 걸그룹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 팝 스타의 공연을 제작한 스태프가 무대 디자인, 세트 연출 등에 참여했다. 블랙핑크는 ‘휘파람’ ‘Lovesick Girls’, ‘Kill This Love’, ‘뚜두뚜두’를 비롯해 지난달 발매된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에 담긴 ‘Shut Down’, ‘Typa Girl’ 등 총 24곡을 선보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올해 초 공연이 기획된 탓에 스탠딩석 없이 모두 지정좌석제로 진행됐지만, 팬들은 공연 중반부터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다. 로제가 “용감한 블링크(블랙핑크 팬덤) 한 명이 모두를 일으켜 세웁니다”라며 흥을 돋웠고, 제니는 “오늘은 핸드폰 내려놓고 저희랑 즐기자”고 말했다. 관객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노래는 정규 2집 수록곡 ‘Pink Venom’. 원곡에 없는 강렬한 드럼 비트와 베이스의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얹히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돋보였다. 강렬한 빨간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지수는 카밀라 카베요의 ‘라이어’를 선보였다. 제니는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신곡을 이날 최초로 공개해 솔로 컴백을 예고했다. 로제는 기존에 발매한 솔로곡 ‘On the ground’, 리사는 ‘라리사’ ‘머니’를 불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내 부산 살았다 아이가!”(정국) “마 살아있네∼.”(제이홉) 7만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보랏빛 물결이 부산을 물들였다.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15일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을 보려고 전 세계 아미가 부산으로 몰려든 것. 경기장에만 5만5000여 명,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이 생중계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해운대해수욕장에 1만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6시 ‘마이크 드롭’으로 공연을 시작한 방탄소년단(BTS)은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140분간 앙코르곡 ‘봄날’까지 총 19곡을 불렀다.○ “70세까지 아미와 함께할 것” 리더 RM은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이 3년 만이다”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공연에 함께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국은 “고향인 부산에 와서 아미와 함께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 뇌정지가 왔다”며 기뻐했다. BTS 멤버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인 ‘마 시티’를 부르기 전, 역시 부산 출신인 지민은 “부산에서 하는 공연인데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었다. 웰컴 투 마이 시티!”라고 외쳤다.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인 BTS는 이날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70억 원가량으로 알려진 제작비는 네이버, 롯데, 현대 등 16개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 제이홉은 “오늘 공연이 세계에 부산을 알리고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TS는 올해 6월 데뷔 9주년을 맞아 ‘완전체 활동’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무료 콘서트여서 멤버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다. RM은 “당분간 단체 활동이 어렵지만 70세까지 아미와 함께하겠다”고 재차 약속하며 “저희 앞에 무슨 일들이 펼쳐지더라도 굳건히 이겨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맏형 진은 올해 만 30세로 연말까지 입대해야 한다. 진은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라서 ‘다음 콘서트는 언제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 느낀 감정을 잘 담아둬야겠다”고 말했다.○ 발권만 3시간… 암표 기승 콘서트 자체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지만 대규모 관객이 모여든 데 비해 현장관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해 혼란이 빚어졌다. 예정된 발권 시간보다 두 시간 앞선 오전 9시부터 표를 받으려는 행렬이 이어졌지만 직원은 드문드문 배치돼 현장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나 루트피 씨(37·여)는 “오전 9시 반에 왔는데 표를 받는 데만 3시간이나 걸렸다. 어디서 표를 받는지 안내하는 사람이 안 보였고 영어 표지판도 부족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2만 명이 들어간 스탠딩석은 입장이 지연돼 공연이 시작된 지 5분여가 지나서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무료 공연이었지만 암표상도 기승을 부렸다. 현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직거래를 하려고 두 시간 운전해서 왔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80만 원에 티켓을 올렸는데 두 명에게 연락이 와 50만∼60만 원에 네고(현상) 중”이라고 말했다. 중고나라 등 온라인 사이트에는 20만∼30만 원에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티켓 한 장을 200만 원에 판다는 글도 있었다. 티켓 두 장을 각 30만 원에 판다고 올린 이는 기자가 메신저로 질문하자 “한 장은 30만 원에 팔렸다. 남은 한 장은 50만 원에 팔겠다”고 밝혔다.부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나 부산 살았다 아이가!”(정국) “마 살아있네~”(제이홉) 7만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보랏빛 물결이 부산을 물들였다. 15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을 보기 위해 전세계 아미가 부산으로 몰려든 것. 경기장에만 5만5000여 명이 운집했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이 생중계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해운대해수욕장에는 1만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6시 ‘마이크 드롭’으로 포문을 연 BTS는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긴 140분 동안 앵콜곡 ‘봄날’까지 총 19곡을 소화했다.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팬부터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속 한복, BTS가 디자인한 잠옷을 입은 해외 팬들까지 열기를 더했다. ● “고향 부산에서 아미와 함께라니… 실감 안나 뇌정지 왔다” BTS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진행했고, 티켓도 무료로 배포됐다. 공연을 주최 및 주관한 하이브는 최소 70억 원 의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네이버, 롯데, 현대 등 16개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제이홉은 “오늘 공연이 부산을 더 알리고 박람회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부산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이 3년 만이다.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뜻깊은 공연에 함께 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정국은 “고향인 부산에 와서 많은 아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나 뇌정지가 왔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올해 4월까지 이어진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투어 공연과 완전히 달라진 세트리스트는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6월 발표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에 수록된 신곡 ‘달려라 방탄’을 최초로 공개했고, BTS 멤버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마 시티’도 선보였다. 고향이 부산인 지민은 “부산에서 하는 공연인데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었다. 웰 컴 투 마이 씨티!”를 외쳤다. 오후 7시30분 예정된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은 아미밤을 흔들며 파도타기를 했고, 7분 간 BTS를 연호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환호와 함께 오후 7시 40분경 보라색 후드를 입고 등장한 BTS는 마지막까지 팬들과 호흡했다. 뷔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으로부터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는 우리’가 적힌 플랜카드를 건네받았고, 진 역시 플랜카드의 문구를 확인하기 위해 객석으로 가까이 다가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 “80만 원에 판다” 암표상도 등장 현장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암표상도 있었다. 통신사 이벤트에 당첨된 티켓을 팔기 위해 경기장에 온 남성은 “현장 직거래를 하려고 두 시간 운전해서 왔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기름값까지 포함해 80만 원에 티켓을 올렸는데 두 명에게 연락이 와 50~60만 원에 네고(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에는 20~30만 원에 티켓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초대권 두 장을 각 3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게시자는 기자에게 “한 장은 30만 원에 팔렸다. 남은 한 장은 50만 원에 팔겠다”고 말했다. 입장권 교환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발권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두 시간 앞선 오전 9시부터 발권받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에만 1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발권을 받으려는 사람들과 발권 뒤 나오는 사람들이 뒤섞여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연을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이나 루트피(37·여)는 “오전 9시 반에 왔는데 발권 받는데 3시간이 걸렸다. 발권을 어디서 받는지 안내하는 사람이 안보였고, 표지판도 부족했다.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TS는 ‘완전체’ 활동이 당분간 어려울 것에 대해 분명히 했지만 “70살까지 함께 하겠다”(지민)는 약속을 재차 전했다. BTS의 맏형 진은 올해 만 30세로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입대해야 한다. 진은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라서 ‘다음 콘서트는 언제 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RM은 “저희 앞에 무슨 일들이 펼쳐지더라도 저희를 믿어 주신다면 굳건히 이겨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떤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이 이제 나이 들었다고 하죠. 10년이 뭐야. 20년, 30년 계속 이 자리에 있을게요. 우리 한 번 같이 늙어봅시다.”(슈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47%. 2040년의 일본 독신 인구 예측 비율이다. 인구의 절반이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온다는 의미다. 2040년에는 일본의 고령자 인구가 3900만 명, 독신 인구가 4600만 명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사실상 일본은 고령 국가가 아니라 독신 국가가 되는 셈이다. 독신 국가로의 이행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혼인율은 계속 감소해 왔다. 책은 독신 연구자와 뇌 과학자의 대담을 통해 솔로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앞으로 다가올 솔로 시대의 생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솔로 사회가 머지않았음을 실제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2018년 일본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두 저자가 분석한 결과 일본에서 혼자 국내 여행을 가본 남자는 78.5%, 여자는 72.4%에 달했다. 수족관이나 동물원 등 가족 단위로 가는 곳이라고 여겨지는 공간도 혼자 간 비율이 40%에 육박했다. 35세 이상 독신 남성의 식비 지출은 4인 가족 식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저자들은 “2030년에는 솔로 소비가 가족 소비 지출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솔로들의 가치관을 분석한 내용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솔로 여성이 솔로 남성에 비해 사랑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한다.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솔로 남성은 사랑(49.2%)이 돈(21%)보다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솔로 여성은 돈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41.4%로 가장 높았다. 솔로가 기혼자보다 더 불행하다는 수치는 조금 씁쓸하다. 20∼50대 남녀 미혼과 기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불행하다’고 답한 솔로가 기혼자보다 모든 연령대에서 더 많았다. ‘고독’이 반드시 불행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배제에 의한 고독’이 아닌 ‘선택적 고독’, 즉 혼자만의 시간이 편한 사람들까지도 전부 외롭다고 단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일본에선 칸막이가 세워진 라멘집이 인기다.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스트레스를 피해 혼밥을 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쓰지만 혼자 있으면 자신에게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는 저자들의 말은 선택적 고독을 택한 이들을 대변해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 리스트가 시끄러운 논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이 지난달 26일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 100’을 공개하면서 덧붙인 설명이다. ‘논쟁적일 것’이라는 롤링스톤의 예측은 적중했다. 1951년 CBS 드라마 ‘아이 러브 루시’(36위)부터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95위)까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총망라하는 이 리스트를 살펴보던 문화부 대중문화팀 손효주 이지훈 김재희 기자는 의문을 품었다. 주인공이 입는 옷과 신는 신발이 족족 패션 아이콘이 된 ‘섹스 앤드 더 시티’가 고작 78위라고? 1위를 차지한 ‘더 소프라노스’는 마피아 미화 논란이 일었는데? 롤링스톤 스태프와 배우, 작가, 감독, 평론가 등 56명이 만들었다는 이 리스트를 세 기자가 파헤쳐 봤다. ○ ‘오징어게임’ 차트 진입…“구색 맞춘 느낌도”▽손효주=95위라는 숫자보다 순위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반짝 화제작이 아닌 클래식 반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더라.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오락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덕인 것 같아. ▽이지훈=미국 젊은 세대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빈부격차와 불공정에 눈을 뜬 세대야. ‘오징어게임’이 그 주제를 잘 공략했어. 낯선 시공간을 활용해 신선함도 줬고. ▽김재희=차트의 다양성도 고려했을 것 같아. 아카데미상이나 골든글로브상에 ‘백인들의 잔치’란 비판이 지난 몇 년간 쏟아졌듯, 이번 리스트에도 비영어 콘텐츠 한 편 정도는 상징적으로 넣자는 의도도 있었을 거야. ○ 섹스 앤드 더 시티 78위…“오락성 치중된 탓”▽김=‘섹스 앤드 더 시티’나 ‘프렌즈’(49위)처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순위가 낮은 드라마들도 눈에 띄었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스핀오프 영화나 시퀄 드라마가 망한 요인도 있는 것 같아. 롤링스톤도 ‘속편이 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원작에 물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언급했듯 속편의 ‘폭망’이 원작 타이틀의 힘을 약화시킨 거지. ▽손=깊이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 등장인물들의 패션, 여성들의 솔직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 등 화제성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 함의나 깊이 있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아냐. ▽이=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지긴 해. ‘브레이킹 배드’(3위)처럼 인간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거나,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담은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말이야. 2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풍자로 가득한 블랙 코미디잖아. ▽김=TV 드라마도 블록버스터 영화 스케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왕좌의 게임’(31위)이나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고전 중의 고전 ‘스타트렉’(22위) 등 레전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 ○ 넷플릭스 드라마 5편… 두드러진 OTT 성장세▽이=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많이 포함된 것도 놀라웠어.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더 크라운’(88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85위), ‘러시안 인형처럼’(57위), 애니메이션 ‘보잭 홀스맨’(41위)까지 총 5편이 순위에 들었어. ▽김=61위를 차지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드라마야.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이 원작으로, 학대받던 노예 소녀 코라가 지하철도를 타고 도망친 뒤 벌어지는 이야기야. ▽손=흑인 노예 이야기라고 하니 1977년 ABC에서 방영된 ‘루츠’(29위)도 기억 나. 아프리카에서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 미국으로 온 쿤타 킨테와 그 후손의 이야기야. 미국 주류 미디어가 처음으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기념비적 작품이지. 한국에서도 ‘뿌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해. OTT가 소재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신선한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 상위권 작품 공통점은 ‘작품성’▽이=리스트의 톱10을 보다가 발견한 재밌는 점은 상위권 작품들이 예술성이 높은 드라마라는 점이었어. 올해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을 누르고 작품상을 받은 ‘석세션’(11위)도 굉장히 심오해. 미디어그룹 회장이 죽으면서 가족들이 유산 상속을 두고 싸우는 과정이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로 진행되지.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물고 늘어지는 대화의 향연이랄까? 중간에 끄고 싶은 순간이 많이 찾아오지만 꾹 참고 볼 가치가 있어. ▽손=1위를 한 ‘더 소프라노스’는 미국의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을 주인공으로 한 마피아물이지만 어떤 드라마적 판타지도 없이 현실을 날것 그대로 묘사해. 삶과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담긴 작품이야. ▽김=롤링스톤이 2016년에도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 100’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더 소프라노스’가 1위였더라고. 롤링스톤이 ‘더 소프라노스’를 ‘반박 불가의 챔피언’이라고 언급했어. 반세기를 통틀어 챔피언으로 꼽힌 드라마는 어떨지 한번 보는 게 어떨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3년 만에 다시 왔어요. 한국 팬들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 페스티벌. 무릎까지 오는 흰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검은색 털모자를 착용한 앤마리가 ‘차오 아디오스’의 전주에 맞춰 마지막 출연자로 무대에 오르자 1만여 명의 관객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 팬들이 나를 재충전시켰다”고 말하며 열정적인 무대를 이어간 앤마리는 이날 오후 8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차트 1위곡 ‘2002’를 비롯해 ‘FRIENDS’ 등 대표곡 20곡을 열창했다. 8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번 페스티벌에는 앤마리, 레이니 등 해외 유명 팝 가수를 비롯해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던 톤스 앤 아이, 페더 엘리아스, 한국 가수 이하이 등 15명이 무대를 달궜다. 방탄소년단과의 협업곡 ‘Who’로 유명한 미국 팝 가수 라우브는 10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도 페스티벌의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앤마리가 무대에 오른 9일은 15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관객들은 비옷을 입고 페스티벌을 즐겼다. 우산을 쓰지 않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 중앙 객석도 관객들로 가득 찼다.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들고 춤추는 사람들, 바닥에 누워 빗물을 온몸으로 맞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떼창’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앤마리가 대표곡 ‘2002’를 부를 때 떼창은 최고조에 달했다. 앤마리 역시 마지막 곡 ‘FRIENDS’를 부르기 전 관객들에게 “이번 곡은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한 마지막 순간”이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즐기던 박가현 씨(32·여)는 “떼창을 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앤마리 노래만 들었다. 비를 맞았지만 뛰며 노래하니 추위도 가셨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출연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톤즈 앤 아이의 무대도 큰 호응을 받았다. 톤즈 앤 아이는 2019년 발매한 두 번째 싱글 ‘댄스 몽키’로 30여 개국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 신인. 이날 핑크색 상하의를 입고 등장한 그는 자신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객석을 향해 “내가 여태까지 만나본 세계 관객 중 한국 관객이 가장 멋지다.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며 감격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 시간)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이다.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에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남자의 자리’ ‘사건’ 등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 원)다.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7번째 여성 작가가 됐다. 국내에는 ‘빈 옷장’을 비롯해 ‘탐닉’ ‘집착’ 등 주요 작품이 20권 가까이 출간됐다.허구 아닌 체험한 것만 글로 써… 낙태-빈곤 등 날것 그대로 ‘폭로’ 佛 여성작가 에르노의 삶과 작품세계소상인 딸로 태어나 교직 거쳐 등단…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폭력-성적 억압 등 파격적 문학실험… 기성 문단 ‘문학 아닌 노출증’ 비난도생존작가 첫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 “자신의 가면 파헤친 용기 평가받아” “우리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작품 자체와 문학적 질에 집중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비(非)유럽인이었고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82)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이렇게 설명했다. 문학적 성취를 강조하면서도 페미니즘, 성 문제에 천착해온 여성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였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한림원이 80세가 넘은 여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건 자신의 가면을 가차 없이 파헤치는 작가의 용기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젠더와 계급에 대한 억압, 차별을 폭로한 작가를 선정한 한림원 발표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소도시 릴본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사가 됐다.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를 지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한 뒤 소설 ‘남자의 자리’로 1984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프랑스에서 제정됐다. 2011년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스스로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2001년 펴낸 대표작인 장편소설 ‘탐닉’에는 허구가 없다. 작가는 자신이 연인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를 공개했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도 에르노는 이름난 작가였으며, 연인은 35세의 파리 주재 소련대사관 직원이었다. 에르노는 작가들의 소련 여행을 수행하던 연인과 레닌그라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왔고, 연인이 소련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연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했다. 임신 중절 경험, 노동자 계층의 빈곤, 문화적 결핍, 가부장제적 폭력, 부르주아의 위선, 성적 억압 등에 대해 문학적 실험을 이어갔다. 2002년 출간한 장편소설 ‘집착’에서 그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추한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스로 연인을 떠났다가 곧 연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집착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고백한 것. 2020년 발표한 단편 선집 ‘카사노바 호텔’에서도 폭로는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현실에 지친 ‘나’는 오랜만에 옛 애인을 만나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나’는 애인과 카사노바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파격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폭로를 통해 그가 그려내려 한 건 구원이다. 소상인의 딸로 태어나서 열등감과 자기혐오부터 내면화해야 했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이 바로 문학이었다. 이런 자기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모든 버림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살아 있게 해준 것이 글쓰기라고 그는 고백한다. 처음 기성 문단은 “에르노의 작품을 과연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폭로로 점철된 ‘노출증’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노의 문학적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 속에 타인,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에르노)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로지 산울림만의 유전자(DNA)가 있을지 몰라’ 하고 뒤적였던 릴 테이프에서 그 DNA를 찾았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6일 열린 록 밴드 산울림 리마스터링 LP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68)이 말했다. 그는 “45년 전 목소리가 되살아날 줄 몰랐다. 45년 전의 목소리가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라며 나를 질책했다”고 했다.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삼형제로 이뤄진 산울림은 1977년 1집 앨범 ‘아니 벌써’로 데뷔했다. 김창완은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17장의 산울림 앨범과 김창완 솔로 앨범 3장을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선보이는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달 1집과 3집, 다음 달 2집을 발매한다. 김창완은 “‘사라지는 것에 미련 가질 필요 없다’는 게 인생철학이다. (리마스터링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며 “리마스터링 테이프를 처음 듣자마자 저 때의 떨림, 저 때의 불안이 다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들은 김창완이 간직하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링 작업은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2012년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 2016년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이후 마이클 잭슨 ‘스릴러’ 등을 리마스터링한 거장 버니 그런드먼이 후반 작업을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소포모어 징크스.’ 대학교 2학년이 되면서 신입생 때의 열의가 떨어져 성적이 부진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영화계에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말할 때도 쓴다. 525만 관객을 모은 ‘조폭 마누라’(2001년)는 2003년 ‘조폭마누라2’(158만 명), 2006년 ‘조폭마누라3’(146만 명)까지 속편을 낳았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킨 ‘엽기적인 그녀’(2001년)도 비슷했다. 전작 주연 차태현과 걸그룹 에프엑스의 리더 빅토리아를 내세워 15년 만에 ‘엽기적인 그녀2’를 선보였지만 관객 수 7만7000명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유소 습격사건2’(2010년) ‘몽정기2’(2005년) ‘친구2’(2013년) 등 전작의 영광을 보지 못한 속편이 대다수였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영화계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깨진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5월 개봉해 관객 588만 명을 모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극장가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 ‘N차 관람’으로 816만 관객을 모은 ‘탑건: 매버릭’,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산: 용의 출현’(725만 명)과 ‘마녀 Part2: The other one’(280만 명), 600만 관객을 넘긴 ‘공조2: 인터내셔날’ 모두 속편이다. 올해 박스오피스 톱10 영화 중 ‘헌트’를 제외한 9편이 속편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톱100 영화 중 한국 속편 영화는 단 4편으로, 그중 세 편이 올해 개봉한 영화다.○ “둘이 티켓 값만 5만 원…예상 가능한 즐거움 선택” 올해 속편 영화가 유독 큰 인기를 끈 데는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극장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티켓 가격을 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주중 1만 원, 주말 1만1000원이었던 일반관 티켓 가격은 올해 상반기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관객들은 영화를 고를 때 모험을 하기보다는 재미가 보장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 한 영화사 배급팀장은 “주말에 연인이 극장에서 데이트를 할 때 두 명 티켓 값에 팝콘까지 먹으면 5만 원가량이 든다”며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되기에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기존에 알던 내용,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속편을 선택하는 경향이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영화적 시리즈물’을 많이 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기를 끌었던 ‘D.P.’(한준희 감독) ‘지옥’(연상호 감독) ‘오징어게임’(황동혁 감독) 모두 영화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최근 OTT 시리즈물에서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OTT 시리즈물은 사실상 러닝타임이 길어진 영화”라며 “사람들이 긴 호흡의 이야기를 쉽게 소화하게 됐고, 좋아하는 캐릭터와 갈등 구조를 반복해 보는 패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2022 속편 흥행공식’은 세계관 확장 과거에도 속편이 잘나가던 시절은 있었다. 한국 영화계의 ‘속편 전성기’는 2005, 2006년이었다. ‘공공의 적2’(2005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년) ‘투사부일체’(2006년)가 연이어 흥행했다. 2001년 350만 관객을 모은 ‘두사부일체’는 조직 두목 오상중(김상중)이 계두식(정준호)에게 “두식아, 너 대학 갔다 와라”라고 말한 대목을 이어 2006년 투사부일체가 개봉됐다. 투사부일체는 610만 관객을 모으며 원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2002년 520만 명이 관람한 ‘가문의 영광’은 김수미 신현준 김원희를 내세운 2편으로 563만 명을 모았다. 2002년 개봉한 ‘공공의 적1’은 ‘강철중’이란 강렬한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공공의 적2도 313만 명이 관람했다. 17년 전 ‘속편 전성시대’와 현재의 차이는 ‘기획된 속편인가’ 여부다.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7년 전에는 전편이 대박을 터뜨리면 속편을 기획했다. 지금은 세계관을 설정하고 프리퀄(본편보다 앞선 이야기)과 시퀄(본편 이후의 이야기), 스핀오프(원작의 캐릭터나 상황에 기초해 만든 파생 작품) 등 세계관을 확장한 구조가 정착되면서 본편과 속편을 함께 기획하고 있다. 새 캐릭터나 반전 없이 전편을 그대로 복사하는 식의 속편을 만드는 패착을 줄인 것이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2도 탄탄한 기획에서 탄생했다. 범죄도시1, 2의 제작사인 홍필름의 김홍백 대표는 2017년 범죄도시1 개봉 직후 “범죄도시2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범죄도시1에서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마석도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 캐릭터가 시리즈별로 다양한 범죄자를 통쾌하게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관객에게 ‘사이다’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정직한 후보2’도 제작한 그는 “정직한 후보1 역시 라미란 배우가 전무후무한 코믹 캐릭터 주상숙을 만들었다. 캐릭터의 힘이 있어 속편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신과 함께 3·4’, ‘범죄도시3’까지… ‘속편 전성시대’ 속편 흥행은 전편의 인기를 ‘쌍끌이’하는 효과도 있다. 속편을 본 뒤 전편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범죄도시2 개봉 한 달 전 일주일과 개봉일이 포함된 일주일의 범죄도시1 시청시간을 분석한 결과 티빙에서 200배, 왓챠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탑건(1986년) 역시 ‘탑건: 매버릭’(2022년) 개봉 한 달 전 일주일과 개봉 후 일주일 시청시간이 티빙에서 191배, 웨이브에서 164배, 왓챠에서 43배 넘게 늘었다. 영화계는 속편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동석이 1, 2편에 이어 주연과 제작을 맡는 ‘범죄도시3’는 범죄도시2 개봉 중 촬영에 들어갔다. 1,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긴 ‘신과 함께’의 3, 4편도 현재 제작 중이다. 2015년 제작비 90억 원으로 1341만 명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도 제작에 들어갔다. 다만, 탄탄한 서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빠진 세계관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 ‘강철비1’(2017년)의 속편 ‘강철비2: 정상회담’(2020년), ‘역학 3부작’으로 기획된 ‘관상’(2013년)의 속편 ‘궁합’(2018년)과 ‘명당’(2018년)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김홍백 대표는 “성공한 오리지널 이야기를 이어 나가 시리즈로 만드는 ‘프랜차이즈화’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속편을 잘 못 만들면 1편까지도 평가절하될 수 있다”며 “전편의 ‘톤 앤드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문화부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