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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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문화 일반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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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3%
검찰-법원판결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20%
  • 노벨문학상에 佛여성소설가 아니 에르노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 시간)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이다.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에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남자의 자리’ ‘사건’ 등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 원)다.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7번째 여성 작가가 됐다. 국내에는 ‘빈 옷장’을 비롯해 ‘탐닉’ ‘집착’ 등 주요 작품이 20권 가까이 출간됐다.허구 아닌 체험한 것만 글로 써… 낙태-빈곤 등 날것 그대로 ‘폭로’ 佛 여성작가 에르노의 삶과 작품세계소상인 딸로 태어나 교직 거쳐 등단…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폭력-성적 억압 등 파격적 문학실험… 기성 문단 ‘문학 아닌 노출증’ 비난도생존작가 첫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 “자신의 가면 파헤친 용기 평가받아” “우리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작품 자체와 문학적 질에 집중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비(非)유럽인이었고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82)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이렇게 설명했다. 문학적 성취를 강조하면서도 페미니즘, 성 문제에 천착해온 여성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였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한림원이 80세가 넘은 여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건 자신의 가면을 가차 없이 파헤치는 작가의 용기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젠더와 계급에 대한 억압, 차별을 폭로한 작가를 선정한 한림원 발표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소도시 릴본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사가 됐다.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를 지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한 뒤 소설 ‘남자의 자리’로 1984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프랑스에서 제정됐다. 2011년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스스로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2001년 펴낸 대표작인 장편소설 ‘탐닉’에는 허구가 없다. 작가는 자신이 연인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를 공개했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도 에르노는 이름난 작가였으며, 연인은 35세의 파리 주재 소련대사관 직원이었다. 에르노는 작가들의 소련 여행을 수행하던 연인과 레닌그라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왔고, 연인이 소련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연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했다. 임신 중절 경험, 노동자 계층의 빈곤, 문화적 결핍, 가부장제적 폭력, 부르주아의 위선, 성적 억압 등에 대해 문학적 실험을 이어갔다. 2002년 출간한 장편소설 ‘집착’에서 그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추한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스로 연인을 떠났다가 곧 연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집착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고백한 것. 2020년 발표한 단편 선집 ‘카사노바 호텔’에서도 폭로는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현실에 지친 ‘나’는 오랜만에 옛 애인을 만나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나’는 애인과 카사노바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파격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폭로를 통해 그가 그려내려 한 건 구원이다. 소상인의 딸로 태어나서 열등감과 자기혐오부터 내면화해야 했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이 바로 문학이었다. 이런 자기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모든 버림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살아 있게 해준 것이 글쓰기라고 그는 고백한다. 처음 기성 문단은 “에르노의 작품을 과연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폭로로 점철된 ‘노출증’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노의 문학적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 속에 타인,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에르노)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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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완 “45년전 내 목소리, ‘노래 똑바로 하라’고 질책”

    “‘오로지 산울림만의 유전자(DNA)가 있을지 몰라’ 하고 뒤적였던 릴 테이프에서 그 DNA를 찾았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6일 열린 록 밴드 산울림 리마스터링 LP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68)이 말했다. 그는 “45년 전 목소리가 되살아날 줄 몰랐다. 45년 전의 목소리가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라며 나를 질책했다”고 했다.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삼형제로 이뤄진 산울림은 1977년 1집 앨범 ‘아니 벌써’로 데뷔했다. 김창완은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17장의 산울림 앨범과 김창완 솔로 앨범 3장을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선보이는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달 1집과 3집, 다음 달 2집을 발매한다. 김창완은 “‘사라지는 것에 미련 가질 필요 없다’는 게 인생철학이다. (리마스터링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며 “리마스터링 테이프를 처음 듣자마자 저 때의 떨림, 저 때의 불안이 다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들은 김창완이 간직하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링 작업은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2012년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 2016년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이후 마이클 잭슨 ‘스릴러’ 등을 리마스터링한 거장 버니 그런드먼이 후반 작업을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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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영화관객 톱10중 9편이 속편… 흥행 공식 뒤집혔다[인사이드&인사이트]

    《‘소포모어 징크스.’ 대학교 2학년이 되면서 신입생 때의 열의가 떨어져 성적이 부진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영화계에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말할 때도 쓴다. 525만 관객을 모은 ‘조폭 마누라’(2001년)는 2003년 ‘조폭마누라2’(158만 명), 2006년 ‘조폭마누라3’(146만 명)까지 속편을 낳았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킨 ‘엽기적인 그녀’(2001년)도 비슷했다. 전작 주연 차태현과 걸그룹 에프엑스의 리더 빅토리아를 내세워 15년 만에 ‘엽기적인 그녀2’를 선보였지만 관객 수 7만7000명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유소 습격사건2’(2010년) ‘몽정기2’(2005년) ‘친구2’(2013년) 등 전작의 영광을 보지 못한 속편이 대다수였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영화계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깨진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5월 개봉해 관객 588만 명을 모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극장가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 ‘N차 관람’으로 816만 관객을 모은 ‘탑건: 매버릭’,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산: 용의 출현’(725만 명)과 ‘마녀 Part2: The other one’(280만 명), 600만 관객을 넘긴 ‘공조2: 인터내셔날’ 모두 속편이다. 올해 박스오피스 톱10 영화 중 ‘헌트’를 제외한 9편이 속편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톱100 영화 중 한국 속편 영화는 단 4편으로, 그중 세 편이 올해 개봉한 영화다.○ “둘이 티켓 값만 5만 원…예상 가능한 즐거움 선택” 올해 속편 영화가 유독 큰 인기를 끈 데는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극장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티켓 가격을 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주중 1만 원, 주말 1만1000원이었던 일반관 티켓 가격은 올해 상반기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관객들은 영화를 고를 때 모험을 하기보다는 재미가 보장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 한 영화사 배급팀장은 “주말에 연인이 극장에서 데이트를 할 때 두 명 티켓 값에 팝콘까지 먹으면 5만 원가량이 든다”며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되기에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기존에 알던 내용,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속편을 선택하는 경향이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영화적 시리즈물’을 많이 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기를 끌었던 ‘D.P.’(한준희 감독) ‘지옥’(연상호 감독) ‘오징어게임’(황동혁 감독) 모두 영화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최근 OTT 시리즈물에서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OTT 시리즈물은 사실상 러닝타임이 길어진 영화”라며 “사람들이 긴 호흡의 이야기를 쉽게 소화하게 됐고, 좋아하는 캐릭터와 갈등 구조를 반복해 보는 패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2022 속편 흥행공식’은 세계관 확장 과거에도 속편이 잘나가던 시절은 있었다. 한국 영화계의 ‘속편 전성기’는 2005, 2006년이었다. ‘공공의 적2’(2005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년) ‘투사부일체’(2006년)가 연이어 흥행했다. 2001년 350만 관객을 모은 ‘두사부일체’는 조직 두목 오상중(김상중)이 계두식(정준호)에게 “두식아, 너 대학 갔다 와라”라고 말한 대목을 이어 2006년 투사부일체가 개봉됐다. 투사부일체는 610만 관객을 모으며 원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2002년 520만 명이 관람한 ‘가문의 영광’은 김수미 신현준 김원희를 내세운 2편으로 563만 명을 모았다. 2002년 개봉한 ‘공공의 적1’은 ‘강철중’이란 강렬한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공공의 적2도 313만 명이 관람했다. 17년 전 ‘속편 전성시대’와 현재의 차이는 ‘기획된 속편인가’ 여부다.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7년 전에는 전편이 대박을 터뜨리면 속편을 기획했다. 지금은 세계관을 설정하고 프리퀄(본편보다 앞선 이야기)과 시퀄(본편 이후의 이야기), 스핀오프(원작의 캐릭터나 상황에 기초해 만든 파생 작품) 등 세계관을 확장한 구조가 정착되면서 본편과 속편을 함께 기획하고 있다. 새 캐릭터나 반전 없이 전편을 그대로 복사하는 식의 속편을 만드는 패착을 줄인 것이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2도 탄탄한 기획에서 탄생했다. 범죄도시1, 2의 제작사인 홍필름의 김홍백 대표는 2017년 범죄도시1 개봉 직후 “범죄도시2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범죄도시1에서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마석도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 캐릭터가 시리즈별로 다양한 범죄자를 통쾌하게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관객에게 ‘사이다’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정직한 후보2’도 제작한 그는 “정직한 후보1 역시 라미란 배우가 전무후무한 코믹 캐릭터 주상숙을 만들었다. 캐릭터의 힘이 있어 속편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신과 함께 3·4’, ‘범죄도시3’까지… ‘속편 전성시대’ 속편 흥행은 전편의 인기를 ‘쌍끌이’하는 효과도 있다. 속편을 본 뒤 전편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범죄도시2 개봉 한 달 전 일주일과 개봉일이 포함된 일주일의 범죄도시1 시청시간을 분석한 결과 티빙에서 200배, 왓챠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탑건(1986년) 역시 ‘탑건: 매버릭’(2022년) 개봉 한 달 전 일주일과 개봉 후 일주일 시청시간이 티빙에서 191배, 웨이브에서 164배, 왓챠에서 43배 넘게 늘었다. 영화계는 속편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동석이 1, 2편에 이어 주연과 제작을 맡는 ‘범죄도시3’는 범죄도시2 개봉 중 촬영에 들어갔다. 1,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긴 ‘신과 함께’의 3, 4편도 현재 제작 중이다. 2015년 제작비 90억 원으로 1341만 명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도 제작에 들어갔다. 다만, 탄탄한 서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빠진 세계관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 ‘강철비1’(2017년)의 속편 ‘강철비2: 정상회담’(2020년), ‘역학 3부작’으로 기획된 ‘관상’(2013년)의 속편 ‘궁합’(2018년)과 ‘명당’(2018년)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김홍백 대표는 “성공한 오리지널 이야기를 이어 나가 시리즈로 만드는 ‘프랜차이즈화’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속편을 잘 못 만들면 1편까지도 평가절하될 수 있다”며 “전편의 ‘톤 앤드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문화부 기자 jetti@donga.com}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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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화약고’서 온 래퍼, DMZ서 ‘평화의 랩’

    “제 꿈은 ‘국경 없는 세상’이에요.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의 국경이 사라지는 걸 상상해 봐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누구에게나 정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제 음악이 사람들의 장벽을 허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팔레스타인 여성 래퍼이자 힙합 뮤지션인 마키마쿡(본명 마즈달 니짐·34)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그는 “첫 한국 공연에 무척 설레지만 팔레스타인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은 이런 편안함을 느끼기 쉽지 않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방한 다음 날인 1일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팔레스타인에서 힙합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하는 여성 뮤지션은 매우 드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보니 쉽지가 않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기죽지 않고 길거리나 식당, 클럽 등에서 공연을 이어왔어요.” 마키마쿡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세계적인 음악·공연 플랫폼인 ‘보일러룸’이 팔레스타인의 젊은 뮤지션들을 조명했고, 여기에 그도 포함됐다. 마키마쿡은 팔레스타인 임시행정수도 라말라에 주로 머물러 그나마 안전한 편이지만, 음악엔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에 사는 이들의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 뮤지션들은 사정상 해외 공연을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 우리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죠. 팔레스타인 음악에는 독특한 정체성이 있어요. 웬만한 건 다 금기다 보니 직설적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게 많아요. 이 때문에 가사는 중의적이거나 은유적인 게 많죠. 그게 ‘라말라 힙합’의 매력이 됐어요.” 마키마쿡은 20대 초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번 방한에 기대가 컸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본 뒤 쭉 한국에 흥미를 가졌다. 출국하기에 앞서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 가고 싶은 관광지들도 정리해 왔다”며 웃었다.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해도 요르단과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죠. 내전과 갈등이 끊이지 않으니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요. 그렇다 보니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공포’에 휩싸여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런 것에 붙들리고 싶지 않아 음악을 하는 거예요.”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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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 신동? 음악은 내 삶의 일부, 즐기는게 가장 중요”

    “비빔밥이랑 불고기를 좋아해요. 아, 김치를 빠뜨렸네요.” 12세에 대중음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서 역사상 최연소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던 인도네시아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조이 알렉산더(19). 그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경기 가평군에서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메인 연주자로 초청받은 것. 그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축제 기간 중 2일 저녁 공연에 참여했다. 올해 발매한 앨범 ‘Origin’의 수록곡 ‘Winter Blues’ ‘Summer Rising’ 등 총 6곡을 약 1시간 10분 동안 연주했다. 2일 공연을 앞둔 그를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첫 방한 소감을 묻자 그는 “꼭 한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싶었다”며 “한국 팬들에게 저의 음악을 직접 들려주게 된 것도 기쁘다”고 말했다. 전날 밤 긴 비행과 리허설 무대의 피로가 무색할 정도로 뿔테 안경 밖으로 소년의 미소가 새어나왔다. 알렉산더는 6세에 피아노를 혼자 치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그가 가장 존경하는 재즈 작곡가 텔로니어스 멍크의 음악을 듣고 악보 없이 따라 쳤다. 2015년 데뷔 앨범 ‘My Favorite Things’는 그 다음해 열린 제5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12세. 그래미 역사상 최연소였다. 이듬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Countdown’도 2017년 그래미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롤링스톤과 뉴욕타임스(NYT), 빌보드는 그를 ‘재즈 신동’이라 칭했다. “언론이 저를 천재라 부르며 주목했을 때 부담감이 엄청났죠. 하지만 전 단순히 신동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어요. 훌륭한 작곡가와 밴드 리더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미 후보에 오른 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 6개의 앨범도 꾸준히 내고 있고요.” 14세 때 재즈 연주자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부모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알렉산더. 그는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을 이야기할 때 유독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무대 장악력, 그의 영혼을 사랑해요. 그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워요. 저도 오늘 밤 마이클 잭슨처럼 한국 관객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그에게 음악은 인생의 선물 같다. “음악은 제게 목표가 아니에요. 음악은 제 인생의 일부예요. 뭔가 성취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선물이죠. 앞으로도 재즈를 즐길 거예요.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가평=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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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결’은 상식일까 학습된 강박일까

    2014년 스물아홉 살의 여성 에밀리 와이즈가 창업한 미국 화장품 업체 ‘글로시에’는 등장하자마자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피부가 1순위, 화장은 2순위”라는 참신한 구호와 세련된 제품 용기로 젊은이들의 시선을 끈 것. 하지만 화장품 성분은 지극히 평범하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여드름 치료제 ‘짓 스틱’의 성분은 타사 여드름 치료제들과 거의 동일하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짓 스틱은 3.5mL에 14달러.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제품은 42.5mL짜리가 5달러다. 의사 출신 기자인 저자는 글로시에처럼 화려한 포장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비누 산업’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각 기업들이 과학적 근거 없이 비누, 세정제, 화장품 등 제품의 효과를 과장하고 때로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5년 넘게 물로만 씻는다는 저자는 ‘청결’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거대 산업의 진실을 폭로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청결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추적하고, 진화생물학에서 그 답을 찾는다. 위생 관념이 철저한 동물은 살아남았고, 질병에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동물은 멸종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병균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도록 진화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동자 계급이 ‘안 씻는 다수’라고 불렸을 정도로 청결은 차별의 척도로도 활용됐다. 깨끗해야 한다는 본능적 강박은 화장품 산업의 확대로 이어졌지만 저자는 화장품 광고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약품은 시장에 나오기 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화장품은 규제가 훨씬 덜하다. 그렇다 보니 문제도 발생한다. ‘유독한 화학 물질 없이 순하다’고 광고했던 미국 클렌징 컨디셔너 ‘웬’이 어린아이에게 탈모를 유발시켰고, 2017년 액세서리 매장 클레어스가 10대 소녀를 겨냥해 만든 색조 화장품에 유해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미생물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실제로 피부에 사는 미생물인 모낭충은 피부 각질을 먹고 살기에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 피부에 있는 진드기와 여러 생명체가 단순히 존재 자체만으로 해악은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도 신선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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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예술대, 내달 3일 창학 60주년 기념행사

    서울예술대가 창학 60주년 기념행사 ‘Oneness’를 다음 달 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개최한다. 서울예대는 △글로벌 예술창작 환경 구축 △연계·순환·통합 교육 △콘텐츠 창작 중심의 문화 산업 선도 △예술과 과학의 접목이라는 기존 4대 지표에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향한 예술 창작’을 더해 총 5개 지표를 미래 비전으로 선포한다. 유태균 서울예대 총장은 “자연과 생명을 중심에 두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졸업생과 재학생은 ‘우리 문화 예술의 세계화’라는 비전을 갖고 1970년대 초부터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며 한국 문화를 알려왔다. 또 예술계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오늘날 한류 붐에 큰 기여를 했다. 유 총장은 “창학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 안에서 지역사회, 세대, 국가, 인종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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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연, 타임 ‘떠오르는 인물 100인’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모델 겸 배우 정호연(28·사진)이 한국 배우로는 유일하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떠오르는 인물 100인’(TIME100 NEXT)에 선정됐다. 타임이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명단에서 정호연은 한 분야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신인을 선정하는 ‘경이로운 인물’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프로농구(NBA) 신인상을 받은 농구선수 자 모랜트,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의 친오빠이자 작곡가인 피니어스도 포함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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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남궁민-모델 진아름 내달 결혼

    배우 남궁민(44)이 7년 동안 교제한 모델 출신 배우 진아름(33)과 다음 달 7일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다. 소속사 935엔터테인먼트는 “남궁민 배우가 연인 진아름 씨와 든든한 동반자로서 오랜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됐다”며 “결혼식은 서울 모처에서 가까운 친인척, 지인들과 함께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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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소 시우민, 첫 솔로앨범 ‘브랜드 뉴’ 발매

    그룹 엑소(EXO) 시우민(사진)이 데뷔 10년 만에 본인의 색깔을 반영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시우민은 26일 첫 솔로앨범 ‘브랜드 뉴(Brand New)’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처음 선보이는 솔로 앨범인 만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음악 스타일을 저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앨범에는 올드스쿨(1970∼1990년대 힙합 음악), 뉴 잭 스윙(R&B와 힙합을 섞은 음악 장르), 레트로 발라드 등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장르의 음악이 담겼다. 수록 곡은 동명의 타이틀 곡 ‘브랜드 뉴’를 비롯해 총 5곡이다. 10년 만에 첫 솔로 출사표를 낸 이유에 대해 시우민은 “제게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도 있었고 멤버들의 군 입대로 엑소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사이 가수로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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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K팝 걸그룹 첫 ‘빌보드 200’ 정상

    걸그룹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K팝 가수가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은 하이브 소속 방탄소년단(BTS), SM의 슈퍼엠, JYP의 스트레이키즈에 이어 네 번째다. 앞선 세 팀은 모두 보이그룹이었다. 25일(현지 시간)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10만2000여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2008년 대니티 케인(미국) 이후 14년 만에 빌보드 200의 1위에 오른 여성 그룹 앨범이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블랙핑크의 빌보드 200 1위는 의미가 남다르다.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고 조명했다. 블랙핑크는 앞서 24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100’에서도 K팝 걸그룹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양대 앨범 차트로 불리는 두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아시아 여성 가수는 블랙핑크가 유일하다. 글로벌 음악 시장 전체로 넓혀도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모두 1위를 차지한 건 2001년 미국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이후 21년 만이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해 앨범 순위를 산정한다. ‘본 핑크’는 실물 음반 7만5500장, SEA 2만5000장, TEA 1500장으로 집계됐다. 빌보드는 “블랙핑크의 실물 음반 판매량이 올해 들어 이 차트에서 집계된 앨범 중 7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블랙핑크는 정규 2집의 타이틀 곡 ‘셧 다운(Shut Down)’으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송 주간 차트에서도 K팝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셧 다운은 발매 직후 일주일 동안 스트리밍 횟수 3918만6127회를 기록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보통 K팝 그룹은 팬덤 중심의 소비, 즉 앨범 판매량 규모를 키워서 주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블랙핑크는 스트리밍 순위도 압도적이다. 팬덤 중심의 소비를 넘어 대중적 인기도 잡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블랙핑크는 2018년 미니 1집 ‘SQUARE UP’(40위)으로 빌보드 200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미니 2집 ‘KILL THIS LOVE’(24위), 정규 1집 ‘THE ALBUM’(2위) 등을 통해 꾸준히 순위를 높여왔다. 본 핑크 앨범은 예약 판매 기간에 선주문량 200만 장 이상을 기록했고, 하루 반나절 만에 214만1281장을 판매하며 K팝 걸그룹 최초로 ‘더블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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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소 시우민 “데뷔 10년 만에 첫 솔로…‘군백기’ 깨고 팬 만나고 싶었다”

    “제 취향이 온전히 담긴 앨범인 만큼 저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어요.” 그룹 엑소(EXO) 시우민이 데뷔 10년 만에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음악을 좋아한다는 본인의 음악적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시우민은 26일 오후 첫 솔로앨범 ‘브랜드 뉴’(Brand New)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브랜드 뉴는 시우민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앨범. 앨범에는 올드스쿨, 뉴잭스윙, 레트로 발라드 등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장르의 음악이 시우민의 스타일로 재해석됐다. 동명의 타이틀 곡 ‘브랜드 뉴’를 비롯해 총 5곡이 담겼다. 브랜드 뉴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올드스쿨 댄스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롭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가사에 담았다. 시우민은 “정식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만큼 긴장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한 단계 성장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랜드 뉴라는 제목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데뷔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에는 시우민의 취향이 오롯이 담겼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앨범인 만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음악 스타일을 시우민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서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며 “팬들에게도 저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물같은 의미로 준비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첫 솔로 출사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시우민은 “솔직히 말하자면 제게 ‘군백기’도 있었고 멤버들도 군대를 가서 엑소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수로서 공백기가 길었다”며 “저는 그 사이 가수로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솔로 활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엑소 활동이 너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우민의 첫 솔로 앨범 '브랜드 뉴'는 이날 오후 6시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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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삶의 이유는 재즈를 계속 살아 숨쉬게 하는 것”

    “재즈는 삶의 이유였죠. 그게 다예요.” 아흔네 살 노인이 저런 카랑카랑한 음색을 토해 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선 실라 조던은 그 ‘비현실적인 현실’을 몸소 재현해 냈다. 미국 재즈계에서 ‘보컬리제(보컬을 이용한 즉흥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실라 조던이 한국에 왔다.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가 한국에 온 적 없는 재즈 거장의 무대를 여는 기획 ‘더 늦기 전에’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그를 초청했다. 공연 전날인 23일 중구의 한 호텔방에서 연두색 가운 차림으로 만난 조던은 “서울이 이리 화려한 도시인 줄 몰랐다. 뉴욕을 닮았다. 훨씬 안전하겠지만”이라며 웃었다. 전날 피곤한 기색과 달리 조던은 공연 내내 프로다웠다. 알코올의존증과 약물중독을 재즈로 이겨낸 과정을 담은 자작곡 ‘더 크로싱’부터 전설적인 재즈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1920∼1955)를 만나 재즈에 투신한 내용을 담은 ‘실라스 블루스’까지…. 어느 하나 깊고 진하지 않은 노래가 없었다. 관객들이 스캣(즉흥적 흥얼거림)을 따라 할 땐 소녀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열일곱에 조던을 임신한 엄마는 그를 낳자마자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조부모에게 그를 보냈다. “가난한 동네에서도 제일 가난한 집이었어요.” 그런 조던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한다. “제가 좋은 귀를 가졌거든요. 라디오에서 들은 멜로디를 기억해 악보로 옮긴 뒤 노래로 불렀죠. 엄마는 제가 배 속에서 나올 때 ‘워우’라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어요. 저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어요.” 재즈가 삶의 전부였던 어린 시절,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당대 재즈계의 최고 스타인 파커에게 향했다. 조던은 파커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 노래했고, 그의 공연을 찾아 다녔다. “10대 후반 디트로이트에서 파커 공연을 처음 봤어요. 제가 재즈보컬트리오로 활동하는 걸 안 파커가 ‘여기 재즈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있다’며 저희를 무대로 불렀어요. 얼떨결에 노래했는데, 공연 뒤 파커가 ‘꼬마야, 넌 백만 달러짜리 귀를 가졌구나’라 말해줬어요.” 그때부터 조던에게 “파커의 음악이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은 제1의 소명이 됐다. 파커의 음악과 가까이 있으려 뉴욕으로 이사를 갔을 정도였다. 거기서 파커 밴드의 피아니스트 듀크 조던과 만나 결혼했다. 조던이 재즈에 남긴 발자취는 크다. 데뷔 앨범 ‘Portrait of Sheila’(1963년)는 1939년 설립한 재즈 음반사 블루노트가 발매한 첫 번째 재즈보컬리스트 앨범으로 기록됐다. 2012년 미국 연방예술기금(NEA) 재즈 마스터 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겐 다소 덜 알려졌다. 남편과 헤어지며 홀로 딸을 키우느라 30대부터 50대까지 사무직 타이피스트 등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다 키운 뒤에야 재즈계로 돌아왔다. “스타가 되려고 재즈를 한 게 아니에요. 내가 하고픈 건 재즈 음악을 계속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 그게 전부예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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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우한 유년기, 재즈가 알코올과 마약 수렁에서 날 구해”

    24일 오후 7시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선 94세의 미국 재즈 보컬리스트 실라 조던(94)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알콜중독 어머니 밑에서 자란 유년시절의 아픔, 남편 없이 홀로 딸을 키워야 했던 싱글맘의 애환…. 150cm를 조금 넘는 아담한 체구에서 그를 거쳐 간 삶의 곡절들이 처연한 바이브레이션으로,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흘러나왔다.‘더 크로싱’이란 자작곡에선 재즈의 힘으로 알코올과 약물 중독을 이겨낸 과정을 담담히 노래했다. 마지막 곡 ‘실라스 블루스’(Sheila's Blues)은 불행했던 어린시절부터 전설적인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를 만났던 찬란한 순간까지 그의 인생의 조각들이 담겼다. 삶 자체를 노래하는 거장에게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미국과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호주, 일본 등에서 세계 투어를 해온 ‘현역’ 조던에게 이번은 첫 내한공연이다. 재즈공연 기획사 플러스히치가 국내에서 공연을 가진 적이 없는 재즈 거장 무대를 여는 ‘더 늦기 전에’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으로 조던을 초청했다.보컬리제(보컬을 이용한 즉흥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조던은 유명 연주자의 솔로를 보컬로 따거나, 공연 때마다 즉흥적으로 가사를 입혀 노래한다. 그는 2006년 맨해튼 카바레츠 클럽 협회(MAC) 평생 공로상, 2012년 미국 연방예술기금(NEA) 재즈 마스터 상을 받았다. 데뷔앨범 ‘Portrait of Sheila’(1963년)는 1939년 설립된 재즈 음반사의 명가 ‘블루노트’가 발매한 첫 재즈 보컬리스트 앨범이다.23일 서울 중구의 호텔방에서 그를 만났다.“서울이 이렇게 화려한 도시인 줄 몰랐어요. 뉴욕과 정말 비슷해요. 물론 서울이 뉴욕보다 훨씬 안전할 테지만요.(웃음)”●찰리 파커가 인정한 천재 재즈 뮤지션음악은 불행했던 어린시절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17세에 조던을 임신한 엄마는 그를 낳자마자 펜실베니아에 살던 그의 부모님에게 조든을 보냈다. 14살까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먹을 것은 늘 부족했고 집에 히터도 나오지 않았으며, 화장실은 집에서 몇 블록 떨어진 야외에 있었다고 조던은 회상했다.“동네에서 저희 집이 가장 가난했고, 사람들은 우릴 무시했죠.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나아졌어요. 제가 좋은 귀를 가졌거든요. 라디오에서 들은 멜로디를 그대로 기억해서 악보에 옮긴 뒤 노래로 불렀죠. 엄마는 제가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 ‘으앙’하고 울지 않고 ‘워우’라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어요. 저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어요.”재즈가 삶의 전부였기에 그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당대 최고의 색소포니스트 찰리 파커에 향했다. 조던은 파커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 노래했고, 그의 공연을 따라다녔다. “18세에 파커의 음악에 가까이 있기 위해 뉴욕으로 이사를 갔을 정도"로 파커는 조던에게 재즈를 하는 이유이자 소명이었다. 이후 조던은 파커 밴드의 피아니스트 듀크 조던과 결혼했다.“10대 후반 디트로이트의 한 클럽에서 파커의 공연을 처음 봤어요. 당시 제가 재즈 보컬 트리오로 활동한다는 걸 안 파커가 ‘여기 재즈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있다면서요?'라며 공연 중간에 저흴 무대 위로 불렀어요. ‘누구지?’ 하며 두리번거리자 ‘그래, 거기 너네!’라며 저흴 지목했죠. 무대에 올라 파커의 노래 중 하나를 불렀고, 무대가 끝난 뒤 파커는 제게 와서 ‘꼬마야, 너는 백만 달러짜리 귀를 가졌구나’라고 말했어요. 그때부터 파커의 음악이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이 제 소명이 됐습니다.”●알콜중독, 마약중독의 수렁에서 그녀를 구한 재즈20대에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페이지 쓰리’ 클럽 등 유명 클럽에서 공연을 했던 조던에게 술과 마약은 뿌리칠 수 없는 악마의 손길이었다. 무대가 끝난 뒤 손님이 건네는 술을 한두 잔씩 받아먹던 습관은 알코올과 마약 중독으로 이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94세까지도 투명한 음색과 또렷한 발성을 유지하는 이유로 “금주와 금연”을 꼽았다.“술을 못 마시냐구요? 저희 엄만 알코올중독으로 죽었어요. 이모 한 명을 빼고 저희 가족 전부 알코올중독이었어요. 저는 한 모금만 마셔도 술에 대한 갈망이 끓어요. 한동안 술과 마약에 빠져 살다가 노래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재활센터에 들어갔죠. 술을 입에도 대지 않은지 48년이 됐네요. 음악이 아니었다면 전 지금쯤 죽었을 거에요.” 그는 한창 천재성을 분출할 시기인 30대부터 50대까지 사무직 타이피스트와 법률 비서로 일했다. 결혼 직후 남편이 그를 떠났기에 딸을 혼자 키워야 했기 때문이다. 세 살 때부터 노래한 ‘본 투 비’ 보컬리스트, 파커가 인정한 천재 재즈 뮤지션인 그의 이름이 대중에겐 조금 낯선 이유다. 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난 성공했다”는 답이 돌아왔다.“난 팝스타가 되려고 한 게 아니에요. 그런 류의 성공을 얘기하는 거라면 난 성공하지 못한 게 맞아요. 하지만 내 음악은 재즈에요. 내가 하고 싶은 건 재즈 음악을 계속 살아 숨쉬게 하는 것, 그게 전부에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는 이유이기도 하죠.”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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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미상 후보서 실력파 인디밴드까지… 가을맞이 야외음악 페스티벌 대거 출격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다채로운 야외 음악 축제가 팬들을 찾아온다. 10월에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자라섬 페스티벌),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DMZ 페스티벌), 슬로 라이프 슬로 라이브(슬라슬라 2022),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2022)까지 총 4개의 축제가 예정돼 있다. 재즈와 팝, 인디까지 축제에서 선보이는 음악 장르도 다양하다. 10월 1∼3일 경기 가평군에서 열리는 제19회 자라섬 페스티벌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재즈 음악 축제다. 2004년 시작된 자라섬 페스티벌은 그동안 전 세계 58개국에서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 1200팀이 공연을 펼쳤다. 팬데믹 이전까지 해마다 10만여 관객을 동원하며 아시아 대표 재즈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팬데믹 여파로 2020년에는 온라인으로 열렸고, 지난해에는 일일 입장객을 2000명으로 제한해 진행했다. 3년 만에 정상 개최되는 만큼 올해 라인업은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미국 그래미상 후보에 3번이나 올랐던 인도네시아 발리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조이 알렉산더, 그래미상 ‘베스트 보컬 앨범’ 후보에 올랐던 미국 텍사스 출신 재즈 보컬리스트 재즈미어 혼, 독일 유명 음반사 ECM이 선택한 이스라엘 재즈 트럼페터 아비샤이 코헨 등이 출연한다. 국내 뮤지션 중에선 퓨전 재즈 바람을 일으킨 김현철이 이름을 올렸다. 10월 1, 2일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는 세계 음악인들이 모여 ‘평화’를 노래하는 콘셉트의 음악 축제 DMZ 페스티벌이 열린다. 2018년 시작된 페스티벌은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위치한 경원선의 옛 역사와 월정리역 일대에서 펼쳐진다. 축제 메인 무대 공연자인 헤드라이너를 정하지 않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 왔다. 이번 축제에는 탄탄한 마니아 팬을 보유한 이날치, 카더가든, 소음발광, 이랑 등 25개 팀이 출연한다. 8∼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제4회 슬라슬라 2022에는 해외 팝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2002’란 노래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 대표곡 ‘Paris in the rain’을 비롯해 방탄소년단(BTS)과 ‘WHO’ ‘Make it right’ 등을 협업한 미국 가수 라우브, 30개국 이상의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곡 ‘Dance Monkey’로 2019년 혜성처럼 등장한 호주 가수 톤스 앤드 아이 등이 출격한다. 10월 22, 23일 양일간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GMF 2022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끄는 국내 싱어송라이터들이 출연한다. 십센치, 볼빨간사춘기, 어반자카파, 적재, 정승환, 멜로망스, 정세운 등이 관객들을 만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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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송선안 살육… “있는 그대로의 인간 모습”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자들을 태운 호송선 ‘프런티어 타이탄호’. 필리핀 마닐라에서 출발한 배는 한국을 향한다. 일급살인범 종두(서인국)는 호송선 책임을 맡은 형사 석우(박호산)의 눈을 피해 치아교정기로 수갑을 푼 뒤 호송선을 탈취한다. 배를 점령한 것도 잠시, 배 안은 범죄자들과 동승한 인물들로 혼란에 빠진다. 일제강점기, 인간과 늑대 유전자를 교배한 생체실험으로 보통 인간의 5배나 되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괴물이 깨어나면서 배 안은 죽이는 자와 죽이려는 자로 아비규환이 된다. 영화 ‘공모자들’(2012년), ‘기술자들’(2014년)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46)이 21일 개봉하는 ‘늑대사냥’으로 돌아왔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2017년 필리핀과 한국 간 범죄자 집단 송환이 있었다. 범죄자 송환에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40년 초 일본군 731부대가 필리핀에서 생체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2006년 동아일보 기사를 접했다. 이를 읽고 범죄자 송환과 생체실험이 동시에 벌어지는 호송선 이야기를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고어물에 가까울 정도로 잔인함의 수위가 높다. 기관총 난사, 사지와 목을 절단하는 장면이 휘몰아친다. 숨쉴 틈 없는 살육 현장은 잔인한 영화를 즐기지 않는 관객에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단지 자극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서로 싸우고 투쟁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리즈로의 확장도 기대할 만하다. 김 감독은 호송선에 탑승한 범죄자들의 사연과 호송선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후 이야기를 함께 집필했다. 한편 김 감독은 미국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 WME와 계약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 감독으로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에 이어 세 번째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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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유를 넘어선 아이유… “14년 더 가볼게요”

    “10대 때부터 제가 달려온 길에 이 무대가 마지막 도착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큰 무대는 생각해 본 적도 없거든요. 조상신이 도우셔서 이 자리까지 왔네요.”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29·사진)가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며 가요계 역사를 다시 썼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8일 열린 ‘더 골드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 무대에 선 아이유는 이번 공연을 자신의 ‘마지막 도착지’라고 했다. 이날은 아이유가 데뷔한 지 정확히 14주년 되는 날이었다. 최대 10만 명이 관람할 수 있는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국내 가수는 방탄소년단(BTS·8회), 조용필(7회), H.O.T.(4회), 싸이(3회) 등 모두 남자 가수였다. 여가수는 팝스타 레이디 가가(2012년)가 유일했다. 17, 18일 열린 콘서트에는 회당 4만4000여 명, 총 8만8000여 명이 객석을 채웠다. 콘서트 수입만 80억 원대로 추산된다. 2019년 콘서트 ‘러브 포엠’으로 본인이 보유했던 국내 여가수 최대 규모 공연 기록(2만8000명)을 3년 만에 갈아 치웠다. 아이유는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가 피처링한 곡 ‘에잇’과 ‘셀러브리티’로 콘서트를 시작했다. 어깨에 은색 술이 달린 재킷을 입고 등장한 그는 “와, 오늘도 꽉 찼네”라며 객석을 응시했다. “좀 더 익숙한 노래를 부르겠다”며 기대감을 높인 후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블루밍’ ‘내 손을 잡아’ 등을 차례로 선보였다. 3시간 반 동안 앙코르곡 6곡까지 총 27곡을 열창했다. 압권은 관객의 ‘떼창’이었다. ‘너의 의미’와 ‘금요일에 만나요’를 부르기 전 “여기서 관객들의 진가가 드러난다”며 아이유가 사기를 북돋웠고, 관객들은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앙코르곡 시간, ‘떼창’은 최고조에 달했다. 무대 화면에 ‘러브 포엠’ 가사가 뜨자 관객들은 짜 맞춘 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팬들의 완창이 끝나자 황금색 비즈 장식이 달린 검정 드레스를 입은 아이유가 러브 포엠을 답가로 선사했다. 곡을 마친 뒤 “사실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안 좋아졌다”며 “오늘 무대는 여러분이 다 하셨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올해 3월 발매한 다큐멘터리 ‘조각집: 스물아홉 살의 겨울’에서 귀가 먹먹해지고 목소리와 숨소리가 울려 들리는 이관개방증을 앓는다고 밝힌 바 있다. 볼거리도 가득했다. 아이유의 초상화와 ‘너랑 나’의 뮤직 비디오에 나온 시계가 하늘에 드론 불빛으로 그려지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스트로베리 문’을 부를 때 열기구를 타고 등장한 아이유는 객석 위를 돌며 관객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었다. 열다섯 살에 데뷔한 아이유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다. 이날 그는 앞으로 콘서트에서 자신을 ‘국민 여동생’으로 만든 ‘좋은 날’과 지드래곤이 피처링한 ‘팔레트’를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14년간 최정상 자리를 지킨 가수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스스로를 뛰어넘는 것이 숙제인 아이유에게 이번 공연이 ‘마지막 도착지’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그의 외침은 새로운 기대를 품게 했다. “오늘을 되새기면서 14년 더 가볼게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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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유, 국내 여가수 최초 올림픽주경기장 입성…9만 관객 홀렸다

    “10대 때부터 제가 달려온 길에 이 무대가 마지막 도착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습생 때부터 이렇게 큰 무대는 생각해본 적도 없거든요. 조상신이 도우셔서 이 자리까지 왔네요.”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 ‘더 골든 아워 : 오렌지 태양 아래’에서 아이유(본명 이지은·29)는 이번 콘서트를 ‘마지막 도착지’라고 표현했다. 데뷔 14주년을 맞은 베테랑 가수 아이유에게도 가수들 사이에서 ‘꿈의 무대’라 불리는 올림픽주경기장 입성은 감격의 순간이었다. 아이유는 한국 여가수 최초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며 한국 가요계 역사를 다시 썼다. 이 무대에 선 국내가수는 방탄소년단(8회), 조용필(7회), H.O.T.(4회), 싸이(3회) 등 모두 남자 가수였다. 올림픽주경기장에 선 여가수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2012년)가 유일했다. 아이유의 직전 콘서트 ‘러브, 포엠’(2019년) 서울 공연은 회당 1만4000명을 동원하며 국내 여가수 역대 최대 규모 공연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었다. 이번 콘서트는 회당 4만4000여 명, 양일 8만8000여 명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3년 만에 3배에 이르는 규모로 '아이유가 아이유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 오케스트라, 댄서 등 무대에 선 인원만 90여 명, 콘서트 준비 인원은 1400여 명이다. 아이유는 BTS의 슈가가 피처링한 곡 ‘에잇’과, ‘셀러브리티’로 포문을 열었다. 어깨에 은색 술이 달린 중세시대 스타일 자켓을 입고 등장한 아이유는 “와, 오늘도 꽉 찼네”라며 객석을 응시했다. “좀 더 익숙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겠다”며 기대감을 높인 그는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블루밍’ ‘내 손을 잡아’ 등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던 곡을 연달아 선보였다. 오후 7시부터 3시간 반 동안 앵콜곡 6곡까지 총 27곡을 열창했다. 공연의 압권은 ‘떼창’이었다. 너의 의미와 금요일에 만나요를 부르기 전 “여기서 관객들의 진가가 드러난다”며 아이유가 사기를 북돋았고, 관객들은 후렴구를 크게 따라 불렀다. 떼창의 감동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관객이 앵콜을 외칠 때였다. 화면에 ‘러브 포엠’ 가사가 떴고,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러브 포엠을 부르기 시작했다. 완창이 끝나자 금색 실이 수놓아진 검정색 드레스에 왕관을 쓰고 등장한 아이유는 팬들에게 러브 포엠을 답가로 돌려줬다. 곡을 마친 뒤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안 좋아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1년 전부터 귀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그는 “사랑, 감사, 미안함, 그 어떤 단어도 너무 작다. 오늘 무대는 정말 여러분이 다 하셨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올해 3월 발매한 다큐멘터리 '조각집 : 스물아홉 살의 겨울'에서 자신의 호흡음이 들리거나 귀가 막히는 느낌이 드는 이관개방증을 앓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연은 화려한 볼거리들도 많았다. 아이유의 초상화와 ‘너랑 나’의 시계가 하늘에 드론 불빛으로 그려졌을 때 관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한강에서도 아이유 드론쇼가 보였다’며 사람들이 온라인에 올린 인증샷도 화제가 됐다. ‘스트로베리 문’을 부를 때 분홍색 풍선의 열기구를 타고 등장한 아이유는 객석 전체를 돌며 관객과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었다. 2008년 15살의 나이에 데뷔한 아이유는 올해 서른이 됐다. 그는 이날 자신을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린 곡 ‘좋은날’과, 지드래곤이 피처링한 곡 ‘팔레트’를 앞으로 콘서트에서 부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팔레트를 부르기 전 “너무 사랑하는 곡의 졸업식 날이다”라고 입을 연 그는 “제가 스물다섯 살 때 이 노래를 만들었는데 이제 30대가 됐다. 이 노래는 스물다섯의 지은이에게 남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날’을 부른 뒤엔 “제가 이 노래를 18살에 불렀다. 가사가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인데 이제 오빠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웃었다. 14년 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킨 가수. 노래와 작사, 작곡, 연기까지 완벽히 해내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스스로를 뛰어넘는 것이 과제인 아이유에게 이번 공연이 ‘마지막 도착지’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제가 오늘이 데뷔 14주년 되는 날인데요, 오늘을 되새기면서 14년 더 가볼게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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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암 투병 배우 안성기, 배창호 감독 특별전 참석

    ‘국민 배우’ 안성기(70)가 2년여간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다.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15일 열린 배창호 감독(69)의 데뷔 40주년 기념 ‘배창호 감독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한 안성기는 다소 부은 얼굴에 가발을 착용했다. 이날 특별전 개막작이자 배 감독의 데뷔작인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1982년) 상영 전 그는 이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보연(65)의 부축을 받으며 등장했다. 안성기는 다소 갈라지는 목소리로 “오늘 영화를 같이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40년 만에 영화를 또 본다는 건 굉장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감을 밝힐 때 김보연은 흐느껴 울었다. 안성기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는 17일 “안성기는 현재 혈액암 치료 중이며 평소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는 만큼 호전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CGV압구정에서 영화 ‘깊고 푸른 밤’(1985년)을 관람한 안성기는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 관객이 ‘안성기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나의 모든 것이다. 영화를 떠나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안성기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자 방송인 허지웅(43)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웃으며 돌아오시리라 믿는다. 역하고 힘들어도 항암치료 중에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2018년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은 허지웅은 8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한편 배 감독의 특별전은 28일까지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과 CGV압구정, 부산 CGV서면, 대구 CGV대구아카데미, 충남 CGV천안에서 열린다. 배 감독이 꼽은 영화 7편이 상영된다. 배 감독은 “모처럼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 특별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배우 이정재와 봉준호 박찬욱 감독은 영상으로 축하인사를 전했다. 배 감독의 영화 ‘젊은 남자’(1994년)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정재는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로 항상 ‘젊은 남자’를 꼽는다. 당시 연기를 잘 모르던 저를 배 감독님이 아버지처럼 푸근하게 보듬어 주셨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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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암 투병’ 안성기, 무대 올라 남긴 말에…김보연 눈물 왈칵

    2년여 간 혈액암 투병 사실을 밝힌 국민 배우 안성기(70)가 15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배창호 감독(69)의 40주년 데뷔 기념 ‘배창호 감독 특별전’ 개막식에 참석했다. 개막식 상영작이었던 배 감독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의 주연으로 안씨와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보연(65)과 김희라(75)도 참석했다. 영화 상영 전 관객 앞에 선 안성기는 부은 얼굴에 가발을 착용하고 김보연의 부축을 받은 채 등장했다. 그는 다소 갈라지는 목소리로 “오늘 영화를 같이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전한뒤 “40년 만에 영화를 또 본다는 건 굉장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감을 밝힐 때 김보연은 흐느껴 울기도 했다. 안성기는 17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깊고 푸른 밤’(1985)을 관람하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한 관객이 '안성기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나의 모든 것이다. 영화를 떠나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 2018년 12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다가 8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던 방송인 겸 작가 허지웅(43)은 안성기의 투병 소식을 접하고 응원의 글을 남겼다. 허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것처럼 웃으며 돌아오시리라 믿는다. 역하고 힘들어도 항암 중에 많이 드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개막식에서 배 감독은 “데뷔한 지 50, 60년 된 분들도 계셔서 특별전을 열어도 되나 고민하다가 모처럼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제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어 특별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특별전은 15~28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압구정·서면·대구아카데미·천안에서 열린다.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 등 배 감독이 꼽은 7편이 상영된다. 배 감독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겸비한 18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뒤 꼬방동네 사람들, ‘적도의 꽃’(1983년) 깊고 푸른 밤 등 히트작을 선보이며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1994년 배창호프로덕션을 설립한 뒤 배우 이정재의 스크린 데뷔작 ‘젊은 남자’(1994년), ‘정’(2000년) ‘길’(2006년) 등 작가주의 영화를 선보였다. 이정재를 비롯해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은 영상으로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정재는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를 꼽으라면 항상 ‘젊은 남자’를 꼽는다. 당시 연기를 잘 모르던 저를 배 감독님이 아버지처럼 푸근하게 보듬어주셨다”고 말했다.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 2022-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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