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기자

동아일보 DX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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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취재하는 방송·영화 담당 기자입니다. 재미를 주는 콘텐츠를 더 재밌는 기사 안에 담겠습니다.

jetti@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문화 일반55%
인물/CEO7%
산업3%
검찰-법원판결3%
패션3%
음악3%
사회일반3%
인사일반3%
기타20%
  • “한국적 요소 가미한 K재즈 열풍 꿈꿔요”

    북미 지역의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이 올 6월 주최한 ‘제4회 브리지 작곡 콩쿠르’에선 한국인 최초의 우승자가 나왔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지수 씨(28)가 그 주인공이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였다.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 씨는 “저도 어릴 땐 성진이처럼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예원학교 동기다.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쇼팽 같은 거장의 곡을 완벽히 연주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저는 악보에서 다른 게 보였어요. 표현 욕구가 폭발했죠.”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 입학한 그는 1년 뒤 돌연 자퇴를 선언하고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재즈 피아노와 재즈 작곡을 전공했다. 이후 CJ문화재단의 장학프로그램에 선발돼 미국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19일 CJ아지트에선 그의 단독 공연이 펼쳐진다. 브리지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Moment to Journey’를 비롯해 그가 작곡한 클래식과 재즈 퓨전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Moment to Journey’는 클래식 현악4중주와 재즈트리오(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연주가 들어간 크로스오버 곡이다. “재즈와 클래식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브리지 작곡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를 보고 ‘나도 둘 다 해보자’는 용기를 얻었어요.” 지난해에는 장구 연주자와 듀오를 결성해 피아노와 장구 듀오 앨범 ‘Hi, We are Jihye & Jisu’도 발매했다. 정 씨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재즈를 통해 K팝, K클래식에 이은 K재즈 열풍도 꿈꾼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한국의 음악교육 현실에 답답함을 느꼈어요. 모두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이 연주하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억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스템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새로운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이를 후학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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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엘리트 코스 밟다 돌연 자퇴…재즈 뮤지션 전향한 정지수의 도전

    엄마는 “제 정신이냐”고 했다. 친구들은 “너 정말 별종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예원학교, 서울예고로 이어지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지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28·여)가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를 1년 다닌 뒤 한국에 돌아와 돌연 자퇴를 선언했을 때 주변 반응이었다. 유년시절 일본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노 콩쿠르 1위, 한음 콩쿠르 1위 등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쓴 클래식 유망주의 ‘파격 선언’이었다. ●재즈 뮤지션으로 전향한 클래식 학도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아지트에서 만난 정 씨는 “저도 (조)성진이처럼 될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예원학교 동기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의 가장 큰 숙제는 쇼팽,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등 거장의 곡을 완벽히 쳐 내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악보에서 다른 게 보였어요. 내 색깔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고등학교 때 폭발했죠. 대학 진학 후 독일에서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면의 소리를 들었고,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됐어요.” 드레스덴대를 자퇴한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진학해 재즈피아노와 재즈작곡을 전공했다. 이후 CJ문화재단(이사장 이재현)의 장학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맨해튼 음대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클래식 음악가 정지수도 나의 일부가 돼 버렸다”는 그의 말처럼 재즈를 새롭게 익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재즈와 클래식은 아티스트의 호흡이나 표현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 클래식은 정확한 주법과 매끄러운 화성진행이 중요한 반면, 재즈는 즉흥성과 박자감이 더 중요하다. 현존하는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도 재즈와 클래식을 둘 다 연주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불가능하다. 두 장르가 필요로 하는 두뇌 회로가 다르다”고 답하기도 했다. “재즈의 언어를 체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재즈 아티스트의 솔로 음원을 노래로도 불러보고, 음들을 그대로 카피해 전부 다 외우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나 브래드 멜다우의 즉흥연주 구간을 악보에 음표로 받아 적은 뒤 다 외우고, 음원을 틀어 놓고 똑같이 치는 거죠.”●한국인 최초 브리지 작곡 콩쿠르 우승 ‘사용하는 뇌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판이한 장르로의 전향. 이는 일면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북아메리카 지역의 가장 오래된 음악축제 라비니아 페스티벌(Ravinia Festival)이 주최하는 제4회 브리지 작곡 콩쿠르(Bridges Composition Competition)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뒀다. 주최 측은 축제의 메인 장르인 재즈와 클래식을 융합한 작곡으로 대회를 개최했다. 최초의 클래식과 재즈 퓨전 장르 콩쿠르다. 그가 작곡한 ‘Moment to Journey’는 바이올린과 첼로, 비올라가 포함된 클래식 현악4중주와 재즈트리오(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트럼펫 연주가 들어간 크로스오버 곡이다. “재즈로 전향은 했지만 클래식 아티스트로 지낸 15년이 사라지진 않더군요. 재즈와 클래식 아티스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브리지 콩쿠르 우승자의 연주를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보게 됐어요. ‘나도 클래식과 재즈 둘 다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그 때 처음 했고, 대회에까지 나가게 됐죠.” 재즈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19일 CJ아지트에서 단독 공연도 연다. 이 역시 CJ문화재단 장학프로그램의 일환. 7곡의 연주곡은 그의 음악적 여정을 반영한다. 첫 두 곡은 클래식 학도 정지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바흐와 쇼팽의 곡. 이후 5곡은 정 씨가 작곡한 곡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전향한 그의 삶의 궤적처럼 뒤로 갈수록 점점 재즈 색채가 짙어지도록 곡의 순서를 정했다는 게 그의 설명. 두 장르의 크로스오버 곡을 선보이는 만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룻, 색소폰, 베이스, 드럼 연주자가 한 자리에 모인다. ●“획일화된 한국 클래식 교육 바꾸고 싶다” 끓어오르는 창작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클래식 학도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변모했듯,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적 영감이 넘친다. “한국인만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국악”이라는 그는 재즈와 국악의 융합에도 도전했다. 버클리 음대에서 알게 된 장구 연주자와 듀오를 결성해 피아노와 장구 듀오 앨범 ‘Hi, We are Jihye & Jisu’도 지난해 발매했다. 한국적 요소를 가미한 재즈를 통해 K팝, K클래식에 이은 K재즈 열풍도 꿈꾼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다니면서 우리나라 음악교육의 현실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모두 서울대라는 목표를 향해 똑같이 연주해야 하죠. 각자 표현하고 싶은 것이 억압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시스템을 깨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클래식 외의 타 장르도 시도하면서 열린 시야를 갖게 된 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의 융합을 시도하고, 이를 후학에게 전해주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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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핑크 美 MTV 어워즈 무대 선다… 韓 여성그룹 최초

    블랙핑크(사진)가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미국의 대표적 음악 시상식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 무대에 선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28일(현지 시간) 미 뉴저지주 푸르덴셜센터에서 열리는 MTV VMA에서 스페셜 무대에 올라 공연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MTV VMA는 그래미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미 대중음악 시상식 가운데 하나다. 블랙핑크의 무대는 국내 가수로는 2020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이후 두 번째다. 국내외 여성 그룹으로 따져도 영국 ‘스파이스걸스’와 미국 ‘TLC’ ‘피프스 하모니’에 이어 4번째다. 블랙핑크는 2020년 MTV VMA에서 ‘How You Like That’으로 ‘올여름 최고의 곡’ 상을 받았다. 올해도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으며, 멤버 리사는 솔로곡 ‘LALISA’로 ‘베스트 K팝’ 후보에 올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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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d Guy’ 2만팬 떼창… 아일리시 ‘태극기 화답’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노래해요.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부숴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6 빌리 아일리시’ 무대에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가 열광적 환호 속에 등장했다. 그는 공연 내내 “기존 팝가수의 관행을 파괴했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 ‘룰 브레이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그는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한국 무대에서 아일리시는 팬들이 기대한 모습 그 자체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 ‘Dead or Alive’가 적힌 커다란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20, 30대 관객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도 많았다. 아일리시는 2018년 광복절 첫 내한공연을 열었다. 당시 2000명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말했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아일리시는 ‘안티 팝’(기존 대중음악과 다른 음악)의 선두주자답게 그의 노래 중 가장 안티 팝스러운 ‘Bury a Friend’를 첫 곡으로 골랐다. ‘친구를 묻어버려’ ‘네 혀를 스테이플러로 찍어’ 등 공포스러운 가사와 등에 주사기가 잔뜩 꽂힌 기괴한 장면이 담긴 뮤직비디오로 그의 곡 중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이 곡의 전주가 깔리자 관객들은 “빌리!”를 외치며 환호했다.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곡은 피날레를 장식한 ‘Happier Than Ever’. 그의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널(25)이 80달러짜리 기타 한 대로 작곡한 이 노래는 잔잔한 발라드로 시작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드럼과 기타 연주가 휘몰아치는 록 색깔을 드러냈다. 클라이맥스에 달했을 때 음원에 없는 드럼 솔로, 피니어스의 화려한 기타리프, 여기에 빌리의 단단한 고음이 얹히자 객석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가 나올 때는 지정좌석제가 무색하게 관객 모두 일어나 뛰었고, 대표곡 ‘Bad Guy’에선 2만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떼창’을 했다.○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만든 피니어스였다.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피아노 반주자로 무대에 선 적 있는 그는 이날 기타리스트로 변신했다. 무대 뒤에서 연주하던 그는 잔잔한 기타 선율과 아일리시의 몽환적인 가창력이 어우러진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선 무대 중앙으로 나와 아일리시와 함께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 팬에 대한 사랑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첫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한 관객이 태극 문양에 아일리시의 이름을 흰색으로 적은 태극기를 건넸다. 아일리시는 받은 태극기를 펼친 채 T자 모양 무대를 이곳저곳 다니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의 배우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2016년 열다섯의 나이에 음원 공유 플랫폼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Ocean Eyes’로 데뷔한 아일리시는 2019년 발매한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스타가 됐다. 이 앨범으로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이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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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만이야!” 빌리 아일리시, 이번에도 태극기 들고 ‘열광 무대’

    “모든 걱정을 떨치세요. 원하는 만큼 움직이고 미친 듯이 소리 지르고 노래하고 춤추고 울어요!”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룰 브레이커(rule breaker)’가 서울의 습한 밤공기마저 깡그리 부셔버렸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열광적인 환호 속에 무대에 등장한 미국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본명 빌리 오코널·21)는 자신이 바로 이 시대의 아이콘이란 걸 여지없이 증명했다. “기존 팝가수의 인식과 관행을 파괴했다”는 룰 브레이커란 별명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 4년 만에 관객 2000명에서 2만 명으로 아일리시는 한국 무대에서도 팬들이 기대한 차림새 그대로였다. 트레이드마크인 양 갈래 묶음 머리에 ‘Dead or Alive’가 적힌 오버사이즈 티셔츠를 입고 무대를 휘저었다. 1시간 20분 동안 23곡을 소화하는 내내 ‘뛰어!’를 외쳤다. 사이키델릭한 영상과 공연장을 가득 메운 단단한 목소리는 관객을 압도했다. 2030 관객들이 대다수였지만,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그를 따라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외국인 팬들도 많았다. 아일리시의 내한 공연은 2018년 광복절 이후 4년 만. 당시 2000명 관객 앞에서 노래했던 신인 가수는 2만 여 좌석을 20분 만에 매진시킨 스타로 돌아왔다. 아일리시는 “정확히 4년 전 같은 날 첫 내한공연을 했다. 정말 신기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레이디 가가와 에미넴, 폴 매카트니 등의 내한 무대를 열어온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2020년 영국 밴드 퀸 공연 이후 2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공연의 시작을 알린 곡은 정규 1집 수록곡 ‘bury a friend.’ 컴컴한 공연장에 무대를 향한 빨간 조명이 켜지고, 아일리시 음악의 상징인 극저음 비트가 깔리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8월 발매된 정규 2집 수록곡 ‘I Didn’t Change My Number‘와 ’NDA‘, ’Therefore I Am‘까지 네 곡을 연달아 부른 아일리시는 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히트곡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Bellyache‘이 나올 때는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뛰었고, 마지막에서 두 번째 곡이었던 ’Bad guy‘에서는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떼창‘을 했다. ● 이번에도 광복절에 태극기 들고 무대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일리시와 모든 곡을 함께 작곡하고 프로듀싱하는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25)이었다. 이날 오코넬은 기타리스트로 무대에 올랐다. 잔잔한 기타 리프와 아일리시의 단단하면서도 몽환적인 가창력이 돋보이는 발라드 ’Your power‘와 ’The 30th‘에서는 아일리시와 함께 무대 중앙에서 연주를 이어갔다. 아일리시는 “피니어스는 제가 아는 가장 똑똑하고 재밌는 사람이다. 그는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고 말하며 오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일리시는 공연 내내 한국 팬들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아일리시는 2018년 내한 당시 팬이 건넨 태극기를 걸치고 공연을 이어가 화제가 됐다. 이날도 무대 중반 객석에서 태극기를 받아들어 펼쳐보였고, 무대가 모두 끝난 뒤에도 태극기를 손에 쥔 채 관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RM이 함께 공연장을 찾아 음악에 맞춰 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정호연도 무대를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 BTS, ’오징어게임‘ 정호연도 객석에서 환호그래미상 최연소 본상 4관왕의 위업을 이룬 아일리시는 ’룰 브레이커‘라는 수식언답게 기존 팝 아이돌의 음악과 패션, 언행까지 모든 규칙을 깨부쉈다. 어둡고 음침한 음악, 약물중독과 자살, 불안장애 등을 다룬 우울한 가사, 속삭이는 듯한 창법, 몸매를 드러내지 않는 펑퍼짐한 패션까지. 본인은 “부숴야 할 규칙이 무엇인지 의식한 적 없다”며 별명을 그다지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의도가 무엇이었든 그는 분명 전에 없던 음악과 개성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Z세대의 아이콘이자 1억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린 팝 센세이션이 됐다. 아일리시는 10대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14살이던 2015년, 오빠와 작곡한 ’Ocean Eyes‘를 녹음했고, 이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해당 곡 뮤직비디오는 하루 만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겼다. 그를 세계적 팝 스타 반열에 올린 건 2019년 정규 1집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다. 이 앨범으로 아일리시는 202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등 주요 부문 4개상을 석권했다. 한 가수가 그래미 본상 전 부문을 수상한 건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최우수 팝 보컬 앨범‘까지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해 발매한 싱글 ’Everything I wanted‘로도 그래미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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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다운 괴물… 조던 필다운 공포

    조던 필이 조던 필다웠다. 17일 개봉하는 공상과학(SF) 공포영화 ‘놉’은 그의 장기를 잘 살린 작품이다. 필 감독은 ‘겟 아웃’(2017년)으로 일약 미국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감독 가운데 한 명으로 주목받은 이. 2019년 ‘어스’는 평단과 관객의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독특한 미장센 속에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국내에선 ‘조동필’이란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놉’은 남매가 말을 키우는 농장에 괴생명체가 출몰한다는 SF 호러적 설정이 뼈대. 이들은 괴물을 촬영해 돈과 명예를 얻고픈 욕망을 지녔다. 여기에 동물 쇼로 돈벌이하는 놀이공원 운영자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이 얽힌다. 스티븐 연도 반갑지만, 남매로 나온 대니얼 컬루야와 키키 파머는 ‘겟 아웃’에 이어 두 번째로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피 한 방울 튀지 않고도 소름 끼치게 만드는 비주얼은 필 감독표 호러의 가장 큰 매력. ‘놉’ 역시 꽃을 닮은 아름다운 괴물이 잔혹하게 사람들을 해친다. 다만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쫄깃했던 공포는 다소 수위가 낮아졌다. 괴생명체의 실체가 다소 빨리 드러나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데 따른 긴장감이 줄었다. 영화 시작을 알리는 구약성경 나훔서 3장 ‘내가 또 가증하고 더러운 것들을 네 위에 던져 능욕하여 너를 구경거리가 되게 하리니’는 의미심장하다. “구경거리에 대한 인간의 중독을 다룬 영화”라는 감독의 설명대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욕구가 반영됐다. 말이 조명에 비친 자신의 눈을 보고 발작하는 장면은 왠지 모를 은유가 가득해 섬뜩하게 다가온다. 공포영화답지 않게 12세 관람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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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를 진보하게 한 의심의 능력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찬반이 나뉘는 다중우주론은 우주가 하나가 아닌 다수로 존재한다고 보는 이론이다. 영국 이론물리학자 폴 디랙(1902∼1984)을 기려 만든 ‘이론물리학계의 노벨상’ 폴 디랙 상 수상자인 저자는 다중우주론자다. 그는 다중우주의 관찰이 불가능할지라도 우주 밖 다른 우주의 존재 가능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듯 절대적 진리는 없다는 믿음을 갖고 데이터와 증거를 기반으로 과학적 오류를 수정하는 계몽주의 과학자다. 그는 “이상적 지식의 근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류를 발견하고 제거하는 객관적 설명을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뛰어넘는 양자컴퓨터가 미래에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만 구분하지만, 양자역학을 이용해 연산하는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공존시킬 수 있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인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의 ‘확신’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1000년 동안은 확실히 신기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이를 리처드 파인먼의 ‘실수’라고 지적하며 모든 대상에는 더 새로운 기본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거기 그곳(진리)에 도달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것은 독단주의와 폭정을 피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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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생머리… 옅은 화장… 스포티한 의상 청량하고 건강한 걸그룹 ‘뉴진스’ 돌풍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민희진 어도어 대표(43)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SM엔터테인먼트 공채 출신으로 입사 15년 만에 등기이사가 돼 화제가 됐던 그는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등 아이돌 그룹에 실험적인 콘셉트를 적용해 성공시켰다. 2019년 하이브 최고브랜드경영자(CBO)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차렸다. 어도어 대표로 처음 선보인 5인조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는 1일 데뷔 직후부터 인기몰이에 나서 ‘민희진표 걸그룹’의 성공을 알리고 있다. 뉴진스의 멤버는 하니 다니엘 혜인 해린 민지로, 하니는 베트남과 호주 이중국적자, 다니엘은 한국과 호주 이중국적자다. 뉴진스에 쏟아지는 관심은 앨범 판매량에서 드러난다. 9일 한터차트에 따르면 데뷔 앨범 ‘New Jeans’는 발매 당일인 8일 26만2815장이 팔렸다. 역대 걸그룹 데뷔 음반 발매 첫날 판매량 중 최고치다. 타이틀곡 ‘어텐션’과 ‘하이프 보이’ ‘쿠키’는 7일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한국 ‘주간 톱 송’ 차트에서 각각 1위, 3위, 7위를 차지했다. 뉴진스의 인기 비결로는 기존 걸그룹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콘셉트가 꼽힌다. JYP의 있지, SM의 에스파, 하이브의 르세라핌 등 4세대 걸그룹은 진취적이고 당당한 ‘걸크러시’ 콘셉트를 강조한다. 이에 비해 뉴진스는 긴 생머리, 옅은 화장, 스포티한 의상 등 청량하고 건강한 10대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처음 뉴진스를 봤을 때 ‘독특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요즘 유행하는 일렉트로 팝이 아닌 1990년대 R&B 장르 곡을 내놨고, 도전과 당당함을 담은 다른 4세대 걸그룹 노래 가사와 달리 10대 소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게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말했다. 인기만큼이나 논란도 있다. 민 대표가 앞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0대 소녀의 노출이 담긴 영화 장면을 올려왔다는 점에서 ‘롤리타’ 콘셉트를 14∼18세 소녀들로 구성된 뉴진스에 적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 뉴진스 앨범 구성품 가운데 멤버의 사진을 담은 카드 일부가 롤리타 콘셉트를 연상시킨다는 의견도 나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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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5000명 관객 호응에 깜짝…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여러분은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팬덤입니다. 살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봐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7일 열린 음악 축제 ‘하우스 오브 원더’ 무대에 선 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케이는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그는 “제 인생에 서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다. 이 모든 걸 오롯이 느끼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자”며 1만5000여 명의 관객을 응시하기도 했다. 존 케이는 한국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는 가수다. 글로벌 누적 스트리밍 6억 회 중 한국이 1억 회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곡 ‘parachute’는 블랙핑크 제니가 나온 광고의 음악으로도 쓰였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love + everything else’의 국내 판매량은 2만 장을 넘겼다. 존 케이를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만났다. 그는 공항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한 팬이 ‘당신의 음악은 내 인생 최악의 순간에 큰 힘이 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건넨 이야기를 꺼냈다. “7년 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목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누군가를 따라 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죠. 내 길이라 믿는 걸 추구했는데, 그 음악을 알아봐주는 팬들이 한국에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받은 모든 사랑에 겸허해집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5일 발매된 싱글 ‘Guitars and Drugs’의 첫 라이브 무대도 선보였다. 연인을 각각 기타와 마약에 비유한 대담한 가사를 비롯해 당돌한 기타 소리를 들으면 ‘존 케이의 노래 맞나?’ 싶다. 그는 “처음 작사가가 ‘Guitars and Drugs’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만들자고 했을 때 ‘나는 사랑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데?’라고 했다. 하지만 기존에 했던 걸 완전히 뒤집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대중이 내게 예상하는 음악만 만드는 건 재미없지 않나”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우연히 출연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계기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2017년 미국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엘비스 듀란 쇼’에서 ‘OT’를 부를 기회를 잡았고, 이는 2019년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인 에픽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세계적 밴드 원리퍼블릭의 투어 오프닝 무대에 섰다. “비틀스를 가장 존경해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비틀스의 음악을 들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어요. 음악은 제 한계를 시험하는 수단이에요. ‘안주하지 말자(Not be safe)’는 게 제 모토예요.” 고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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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팬 떼창에 “살다 살다…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단독]

    “여러분은 전 세계를 통틀어 제 최고의 팬덤입니다. 살면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요.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7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음악 축제 ‘하우스 오브 원더’의 무대에 선 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케이(John K)는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방한한 그는 무대 중간에 “지금은 제 인생에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다. 이 모든 걸 오롯이 느끼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가지자”며 어두운 공연장을 수놓은 스마트폰 플래시 불빛을 가만히 응시하기도 했다. 하우페는 종합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원더월이 올해 처음 개최한 축제로, 콜드, 기리보이, 지코, 뉴 호프 클럽, 코난 그레이 등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는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6, 7일 이틀 간 1만5000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존 케이는 한국에서 유독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누적 스트리밍 6억 회 중 국내 스트리밍이 1억 회 이상을 차지한다. 그의 대표곡 ‘parachute’는 블랙핑크 제니가 나온 침대 광고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다. 지난해 발매한 앨범 ‘love + everything else’의 국내 판매량은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로부터 ‘더블 플래티넘’(2만 장) 인증을 받았다. 한국 팬들의 사랑에 화답하듯 존 케이는 이날 최고의 팬 서비스를 선보였다. ‘Cheap Sunglasses’를 부를 땐 큰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 온 플라스틱 선글라스들을 객석에 던졌고, 무대 중반 ‘자몽 소주’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Parachute의 ‘떼창’이 가장 기대” 무대에 오르기 전 존 케이를 대기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처음 한국에 온 그를 공항에서 기다리던 한 팬은 ‘당신의 음악은 인생 최악의 순간에 큰 힘이 됐다’는 내용의 편지와, 루피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선물했다. 6일 관객으로서 하우스 오브 원더 공연을 지켜보던 그를 알아본 수십여 명의 팬들이 주변에 몰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 받는 모든 사랑에 겸허해진다”고 말했다. “7년 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목표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음악, 끊임없이 나를 도전하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자는 것이었어요. 누군가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죠. 내 길이라고 믿는 방향을 추구해왔는데, 그 음악을 알아봐주고 공감해주는 팬들이 한국에 있더군요. 한국 팬 덕에 제가 가야 하는 길이 더 명확해졌어요.” ‘Cheap sunglasses’, ‘Chill’, ‘A LOT’, ‘6 months’, ‘If we never met’ 등 수많은 그의 인기곡 중 이날 공연에서 가장 폭발적인 호응이 쏟아진 곡은 ‘parachute’. “관객들이 이 곡 후렴구의 멜로디를 ‘떼창’하는 장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멋질 것”이라고 그가 인터뷰에서 예상한대로, 관객들은 드럼 비트와 존 케이의 진두지휘에 맞춰 ‘떼창’을 했다. 그는 “정말 즐겁게 작업한 곡이다. 몇몇 멜로디는 그 자리에서 나온 애드립”이라며 “다만 후렴구 마지막 가사 ‘Then I would fall without a parachute’(난 낙하산도 없이 떨어질 거야)는 가장 마지막에 나왔다. 그 한 줄을 위해 한 시간도 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공연에서 5일 발매된 싱글 ‘Guitars and Drugs’의 첫 라이브 무대도 선보였다. 차분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사랑 노래를 주로 선보였지만 신곡은 확연히 다르다. 사랑하는 연인을 각각 기타와 마약에 비유한 대담한 가사, 박자감 넘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면 ‘존 케이의 노래 맞나?’ 싶다. 그는 “처음 작사가가 ‘Guitars and Drugs’라는 제목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 아냐. 난 사랑 노래를 부르잖아’라는 게 내 첫 반응이었다. 하지만 기존에 해왔던 걸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도전적인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대중이 나에게 예상하는 음악만 계속 하는 건 재미없지 않나”라고 말했다.●“안주하지 말 것, 제 음악 커리어 모토” 그는 곧 발매될 새 싱글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제목은 ‘Something Worth Working On’. 줄여서 ‘SWWO’라고 할지 고민 중이다. “아내와 비행기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 ‘내가 오랜 시간 집을 떠나 있을 때가 많고, 떨어져 있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아내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어’라고 말해줬죠. 그 순간을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Something worth working on’이란 구절을 휴대전화에 적어 놓은 게 시작이었요. 애정을 가득 담은 노래예요.”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좋아했던 올랜도 출신의 청년은 우연히 출연한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을 계기로 음악과 사랑에 빠졌다. 2017년 사운드 클라우드에 소개한 비공식 싱글 ‘OT’가 미국 유명 라디오 진행자 엘비스 듀란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진행하는 ‘엘비스 듀란 쇼’에서 이 곡을 노래했고, 그 무대는 2019년 소니뮤직 산하 레이블인 에픽 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밴드 원리퍼블릭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 케이에게 ‘커리어 하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비틀즈를 가장 존경해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음악을 만들기 때문이죠.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어요. 최근에는 제 목소리에 ‘소울’을 더 담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저는 노래하는 것을 사랑하고, 음악은 제 한계를 시험하는 수단이에요. ‘안주하지 말자’(Not be safe). 이게 게 제 음악커리어의 모토예요.”고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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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질러”… 돌아온 오프라인 콘서트

    공연장에서 직접 즐기는 오프라인 콘서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던 음악 축제들이 3년 만에 온전히 돌아왔다. 5∼7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음악 축제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펜타포트)은 역대 최다인 13만여 명이 찾았다.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온라인으로 열린 펜타포트가 오프라인으로 개최되자 콘서트에 목말랐던 팬들이 대거 몰린 것. ‘떼창’과 가수가 객석으로 몸을 던지는 ‘다이빙’은 폭염도 날려버릴 기세였다. ○ 아이 안은 엄마도 “룩, 룩, 룩셈부르크” “여러분, 너무 오랜만이죠? 3년 동안 록 페스티벌을 끊고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요!” 5일 개막한 펜타포트 무대에 선 그룹 크라잉넛. 보컬 박윤식의 말에 관객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2019년 펜타포트에도 참석했던 크라잉넛은 3년간 묵힌 에너지를 발산했다. ‘룩셈부르크’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은 양손을 높게 치켜들고 “룩, 룩, 룩셈부르크”를 외쳤다. 하늘이 어둑해졌을 무렵 대표곡 ‘말 달리자’가 나오자 관객들의 환호가 송도달빛축제공원을 뒤덮었다. 박윤식은 객석으로 몸을 던졌고, 관객들은 양팔을 뻗어 그를 공중에 띄웠다. 펜타포트에는 첫날 크라잉넛을 비롯해 넬, 선우정아, 적재 등이 출연했다. 둘째 날에는 새소년, 잔나비, 미국 인디 팝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가 무대를 달궜다. 마지막 날에는 체리필터, 글렌체크, 자우림 등이 출연했다. 맥주를 든 20대 커플부터 돗자리를 펴고 앉은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축제를 찾았다. 아이를 안고 넬의 무대를 즐기던 박영선 씨(34·여)는 “아이도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을 못 갔고, 저희 부부도 재택근무를 하며 답답한 3년을 보냈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쐬러 나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온 직장인 이석현 씨(32)는 “매년 오던 록 페스티벌을 못 즐겼다. 오랜만에 현장에서 함성 소리를 들으니 슬래밍(뛰면서 서로 몸을 부딪치는 행위)을 하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 음원 차트 채운 해외 가수 한자리에 7일 오전 11시부터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앞은 음악축제 하우스 오브 원더(하우페)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100m가 넘게 줄을 서서 티켓을 받은 이혜민 씨(23·여)는 “콜드와 존 케이를 평소에도 좋아한다. 둘 다 오늘 공연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찍 예매했다.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종합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플랫폼인 원더월이 올해 처음 개최한 하우페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객 1만5000여 명이 찾았다. 6, 7일 열린 축제에는 자이언티, 콜드, 기리보이 등 국내 가수와 이모셔널 오렌지스, 뉴 호프 클럽, 존 케이, 코넌 그레이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해외 가수도 대거 출연했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영국 밴드 뉴 호프 클럽과 미국 가수 코넌 그레이는 각각 ‘Know me too well’과 ‘Maniac’이라는 노래로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유명 가수다. 인천·고양=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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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자유를 향한 두 친구의 여정

    1818년 영국령 서인도제도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농장. 종신 노예 신분인 흑인 남자아이 조지 워싱턴 블랙이 태어났다.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폭력과 자유의 박탈로 점철됐다. 페이스섬의 한 노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주인은 그 노예를 “도둑놈”이라고 말한다. “노예는 내 소유물인데 자살을 했으니 내 것을 훔친 셈”이라는 궤변. 조지는 폭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는 독함과,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연약함을 동시에 안고 자란다. 책은 청년 조지가 페이스 농장에서부터 미국 버지니아주와 북극, 캐나다를 돌아다녔던 삶의 여정을 회고 형식으로 다룬 소설. 나치 점령기 흑인 뮤지션의 삶을 그린 ‘혼혈 블루스’(2011년)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캐나다 최고 문학상 길러상을 수상한 저자는 인종차별의 폭력성과 인간이 지닌 자유의지를 섬세한 묘사로 그려낸다. 이 책으로 저자는 두 번째 길러상을 받았고,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소설에서 티치와의 만남은 조지의 삶에 변곡점이 된다. 티치는 페이스 농장주의 남동생으로, 부와 권력을 지닌 백인 남성. 하지만 돈보다 호기심을 좇는 발명가 기질,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혁신적 사상으로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한다. 열기구를 발명하는 데 골몰하는 티치는 명석해 보이는 조지를 조수로 쓴다. 두 사람은 함께 개발한 열기구를 타고 농장에서 도망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채워진 족쇄로부터 해방되고자 힘을 합치는 과정은 통쾌하기도, 절박하기도 하다. 조지는 “티치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거예요”라며 티치를 따라다니지만 타인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미정’의 상태에서 자유의지를 발휘하는 방법을 배운다. 티치와 이별한 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에서 만난 소녀 태나와 바다의 생물을 탐구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리며 생애 처음 사랑을 경험하는 과정은 그림자 같은 존재였던 흑인 노예가 자유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보여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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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내가 서른한살… ‘포에버’로 돌아온 소녀시대

    “소녀시대인 저희가 소녀시대의 팬이에요. 8명의 의견을 모으는 게 쉽진 않았지만, 소녀시대를 지키려는 마음은 모두 같아요.” 걸그룹 ‘소녀시대’ 리더인 태연은 5일 오전 소녀시대 정규 7집 앨범 ‘FOREVER 1’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혔다. 2017년 6집 이후 5년 만에 데뷔 15주년을 맞아 ‘완전체’로 앨범을 냈다. 태연은 물론 써니와 티파니 영, 수영, 효연, 서현, 윤아, 유리 등 멤버도 이날 모두 참석했다. 유리는 15년간 그룹을 유지한 것에 대해 “요즘 들어 한자리를 오래 지키는 분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15년 동안 한 그룹을 지켰단 의미가 멤버들에게도 특별하다”며 “각자 각개전투를 하면서도 멤버들과 소녀시대를 지키자는 의지를 다져왔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FOREVER 1’을 비롯해 멤버들 자작곡 ‘Seventeen’, ‘Villain’ 등 10곡이 실렸다. 멤버들은 데뷔 때 16∼18세였다. 현재 막내인 서현이 서른한 살이 됐다. 10대에서 20대를 지나 30대에도 함께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완전체 유지를 다짐했다. “예전에 즐겨 듣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뭉클해져요. 소녀시대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윤아)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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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가톨릭 언론인 ‘시그니스 총회’ 15일 첫 서울 개최

    세계 가톨릭 언론인들의 축제인 ‘시그니스(세계가톨릭커뮤니케이션협회) 세계총회’가 한국에서 열린다. 시그니스 한국조직위원회는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15∼18일 ‘디지털 세상의 평화’를 주제로 개최된다”고 3일 밝혔다. 시그니스는 신문과 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가톨릭 신도 언론인 및 관계자 모임. 교황청 공인단체로 4년마다 세계총회가 열리는데, 한국에서 개최되는 건 처음이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이번 총회는 헬렌 오스먼 시그니스 월드 회장을 비롯해 30여 개국의 가톨릭 언론인 200여 명이 모인다. 가톨릭 역사상 첫 평신도 출신 교황청장관인 파올로 루피니 박사가 방한하고,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화상으로 참석한다. 국내 조직위원장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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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해 유족, 코미디언 기금 1억 기부

    6월 별세한 방송인 송해(본명 송복희·사진) 씨 유족이 경제적으로 힘든 코미디언들을 돕기 위해 1억 원을 기부했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는 “3일 송해 선생의 유족이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연기자노조 코미디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행사에는 유족과 협회장인 코미디언 엄용수 씨 등이 참석했다. 고인은 생전에 협회 명예회장이었다. 기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코미디언들의 자녀 장학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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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아 선예 니콜… 핫한 그녀들이 홀로 돌아왔다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2세대 걸그룹 멤버들이 솔로로 돌아왔다. 원더걸스 출신의 현아와 선예, 원더걸스와 같이 2007년 데뷔해 전성기를 누린 카라의 니콜이 새 앨범을 선보였다. 이들은 에스파, 있지, 블랙핑크, 최근 대세로 떠오른 뉴진스까지 4세대 걸그룹이 신보를 발표하는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색깔로 인기를 끌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I‘m not cool’ 이후 1년 반 만에 여덟 번째 미니앨범 ‘나빌레라’를 발매한 현아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이 앨범은 현아의 데뷔 15주년 기념 음반으로, 타이틀곡 ‘나빌레라’를 비롯해 ‘Bad Dog’, 선우정아가 만든 ‘띵가띵가’ 등 5곡이 포함됐다. 나빌레라는 현아를 비롯해 그의 소속사 피네이션의 대표 싸이, 현아의 연인인 가수 던이 함께 가사를 썼다. ‘나빌레라’가 반복되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있는 라틴풍 댄스곡으로, 나비를 연상케 하는 춤과 어우러져 공개 직후 “현아스러운 곡이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선예는 지난달 26일 솔로 앨범 ‘Genuine’을 공개했다. 데뷔한 지 15년 만에 처음 선보이는 솔로 앨범이자 2013년 결혼 후 원더걸스 활동을 잠정 중단한 지 9년 만의 새 앨범이다. 선예는 타이틀곡 ‘Just A Dancer’를 비롯해 ‘글래스 하트’ 등 4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선예는 “직접 프로듀싱하는 앨범은 처음이라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미처 다 따라갈 수 없던 미디어의 발전, 다양한 신조어, 처음 접하는 기술이 지난 10년의 공백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 ‘Just A Dancer’ 무대에서 절도 있는 춤과 라이브를 선보이자 “10년이 지나도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니콜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디지털 싱글 ‘YOU.F.O’는 2014년 첫 미니앨범 ‘First Romance’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니콜은 이번 노래에서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우주에 비유했다. 오마이걸의 ‘살짝 설렜어’와 ‘비밀정원’을 작곡 및 편곡한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스티븐 리, 셀린 디옹과 웨스트라이프의 곡을 작곡한 세바스티안 토트가 참여해 주목받았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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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미니앨범 ‘Girls’, K팝 걸그룹 최초 초동 140만장… 빅히트 비결은?

    초동 10만 장. 5년 전만 해도 K팝 걸그룹에는 높은 벽이었다. 초동은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 2017년 트와이스가 스페셜 1집 ‘TWICEcoaster: LANE 2’로 초동 11만 장을 올려 걸그룹으로는 처음 10만 장을 넘기자 가요계는 반색했다. 2020년 블랙핑크가 ‘THE ALBUM’(68만 장)으로 초동 50만 장을 돌파하자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초동 30만 장을 넘긴 걸그룹에 블랙핑크, 레드벨벳, 아이즈원, 아이브, 트와이스까지 5개 그룹이 이름을 올렸다. 올해 7월 8일 에스파가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Girls’가 초동 142만6000여 장(써클차트 기준)을 기록하며 걸그룹 최초로 초동 100만 장을 돌파하자 “꿈의 수치를 달성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팬덤 결집력이 강한 보이그룹 중 초동 100만 장 기록을 가진 건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NCT DREAM,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으로 5개뿐이다. 에스파의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먼저 여성 팬덤 확장을 꼽을 수 있다. 남성 팬덤에 비해 여성 팬덤은 결집력이 강해 여성 팬덤이 두터울수록 높은 초동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에스파는 당찬 가사, 여전사 콘셉트로 여성 팬을 확보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를 비롯해 ‘Next Level’ ‘Savage’ 등에 SM 뮤직 퍼포먼스(SMP) 콘셉트를 강하게 적용했다. SMP는 어두운 멜로디, 사회비판적 가사, 강렬한 보컬이 특징으로 H.O.T., 동방신기, 엑소 등 보이그룹이 계보를 이어 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씨스타, 카라, 소녀시대 등 기존 걸그룹은 귀여움과 섹시함을 강조했다. 에스파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노래 제목부터 야만적이라는 뜻의 ‘Savage’를 발표했을 정도다. 에스파를 비롯한 있지(ITZY) 등 4세대 걸그룹은 걸크러시 콘셉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밀리언셀러 달성에 한몫했다. 에스파는 올해 북미 최대 대중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서면서 미국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중국인 멤버 닝닝이 있어 중국에서 인기를 끌기에도 유리하다. 이번 앨범의 초동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최소 67만여 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동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은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엑소엠(EXO-M)을 꾸렸을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해 왔다. SM 가수에 대한 중국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고, 에스파도 그 덕을 봤다”고 말했다. 엑소, NCT 등을 통해 세계관을 강조해 온 SM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에스파는 SM 그룹 중에서도 세계관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그룹으로 꼽힌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에스파가 SM 전체 세계관인 SMCU(SM 컬처 유니버스)의 포문을 여는 걸그룹”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 멤버와 가상 세계 멤버가 디지털 세계에서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세계관도 매력적이라는 반응이다. 김 평론가는 “음악뿐 아니라 게임, 노래, 춤, 독보적 세계관까지 모두 담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스파의 앨범을 즐기는 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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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파, K팝 걸그룹 최초 초동 밀리언셀러 기록 비결은?

    142만6000장.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의 두 번째 미니앨범 ‘Girls’가 달성한 초동 기록이다. 초동이란 발매 후 1주일간 음반 판매량(한터차트 기준). 남자 아이돌 그룹은 팬덤 결집력이 강해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해 세븐틴, NCT DREAM,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등 5개 그룹이 초동 100만 장을 넘었다. 에스파가 K팝 걸그룹 최초로 초동 밀리언셀러를 달성한데에는 ‘화력’(시간 대비 공격량)이 강한 여성 팬덤을 확보했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커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5년 전만 해도 걸그룹에게 초동 10만 장도 꿈의 수치였다. 2017년 트와이스가 스페셜 1집 ‘TWICEcoaster : LANE 2’로 초동 11만 장을 판매해 걸그룹 최초 초동 판매 10만장을 넘겼다. K팝 시장이 확대되면서 2020년 전후 데뷔한 4세대 걸그룹의 초동 기록은 높아졌으나 100만 장은 넘보지 못할 수치였다. 2020년 10월 블랙핑크가 ‘THE ALBUM’(68만 장)으로 걸그룹 최초 초동 50만 장 돌파 기록을 세웠다. 초동 30만 장을 넘긴 그룹은 블랙핑크, 레드벨벳, 아이즈원, 아이브, 트와이스 등 5개 뿐이었다. 에스파가 초동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여성 팬덤 확장이 꼽힌다. 남성 팬덤에 비해 여성 팬덤 결집력이 강해 여성 팬덤이 두터울수록 높은 초동에 유리하다. 에스파는 당찬 가사, 여전사 콘셉트로 여성 팬을 확보했다. 실제로 SM은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를 비롯해 ‘Next Level’, ‘Savage’ 등에 SMP(SM 뮤직 퍼포먼스) 콘셉트를 강하게 적용했다. SMP는 어두운 멜로디, 사회비판적 가사, 강렬한 보컬 등을 특징으로 해 HOT, 동방신기, 엑소 등 보이그룹이 계보를 이어 왔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씨스타, 카라, 소녀시대 등 기존 걸그룹은 귀여움과 섹시함을 강조했다. 에스파는 이와 다른 노선이다. 노래 제목부터 야만적이라는 뜻의 ‘Savage’다. 에스파를 비롯한 있지 등 4세대 걸그룹은 걸크러시 콘셉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에서의 인기도 밀리언셀러 달성에 한 몫 했다. 에스파에는 중국인 멤버 닝닝이 있어 중국에서의 인기를 끌기 유리한데다, 올해 북미 최대 대중음악 축제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도 서면서 미국시장에서도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중국에서 이번 앨범의 초동 판매량은 최소 67만 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초동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팔려 나간 것.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은 중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엑소엠(EXO-M)’을 꾸렸을 정도로 중국 시장 진출에 노력해 왔다. SM 가수에 대한 중국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고, 에스파도 어느 정도 그 덕을 봤다”고 말했다. 엑소, NCT 등 그룹을 통해 세계관을 강조해 온 SM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에스파는 SM 내에서도 세계관이 가장 강력하게 적용된 그룹이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는 2에스파가 SM 전체 세계관인 SMCU(SM Culture Universe)의 포문을 여는 걸그룹이라고 소개했다. 에스파는 현실 세계 멤버와 가상세계 멤버가 디지털 세계에서 소통하고 성장한다는 세계관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가 아니라 게임, 노래, 춤, 독보적 세계관까지 다 담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에스파의 앨범을 소비하는 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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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빙하 얼마나 녹았을까… 직접 보고 오다

    최근 알프스 지역 빙하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최근 입수한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지역의 최대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의 경계선은 매일 5cm씩 후퇴 중이다.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다. 세계적인 빙하학자인 저자는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빙하의 위기를 알리고자 책을 썼다. 유년 시절부터 눈과 빙하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빙하 관련 수업이 가장 많기로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리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빙하학 교수와 빙하학자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빙하를 눈으로 관찰했다. 저자는 북극 스발바르 제도에서부터 유럽 알프스산맥, 아시아 히말라야산맥, 남아메리카의 파타고니아, 남극 대륙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직접 둘러본 빙하에 대한 이야기와 그 여정을 담았다. 책은 스위스 알프스산맥에서 난생처음 빙하를 마주했던 저자의 스무 살 학부생 시절부터 풀어나간다. 수직에 가까운 비탈에 몸을 던져 가며 빙하를 채취하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독한 브랜디를 먹고 다리에 힘을 주는 연습을 한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10kg이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거나 얼음절벽과 바위산을 오르며 수십 km의 험난한 길을 가는 것 역시 빙하를 연구하는 저자의 일상이었다. 빙하 위기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당차게 도전한다. 그린란드에서 빙상 표면에 형성된 융빙수가 빙상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빙하의 구멍인 빙하 구혈을 찾아 헤맨다. 빙하가 녹으면 빙하에 있는 여러 성분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빙하가 녹아 어디로 흘러가는지 루트를 파악해야 이로 인한 변화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 수술을 받고 8개월 뒤인 2019년 7월에는 페루의 코르디예라 블랑카의 빙하호로 간다. 빙하호에 독성을 야기하는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몸을 사리지 않고 빙하를 연구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기후 위기를 한층 가까이에서 실감하게 된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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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인에게 ‘굿잡’보다 더 해로운 두 단어는 없죠”

    영화 ‘위플래쉬’(2014년)는 두 광인에 대한 이야기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손이 찢어질 때까지 연습하는 뉴욕 명문 음악학교 신입생 앤드루와 그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폭군 플레처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음악에 투신한 앤드루와 플레처는 위플래쉬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37)과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37)와도 닮았다. 하버드대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둘은 광기에 가까운 완벽주의로 함께 영화를 만들어왔다. ‘가이 앤 매들린 온 어 파크 벤치’(2009년)를 시작으로 위플래쉬와 ‘라라랜드’(2016년), ‘퍼스트맨’(2018년), 올해 말 개봉하는 ‘바빌론’까지 다섯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다. 허위츠는 라라랜드로 골든글로브 음악상과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다음 달 11∼16일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허위츠는 특별 공연을 한다. 13일 제천비행장에 마련된 무대에 지휘자이자 피아노 연주자로 오르는 그는 서울그랜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빅밴드와 함께 그의 대표곡들을 연주한다. 올해 제천영화음악상 수상자로, 방한을 앞둔 그를 28일 화상으로 만났다. “미국에서 크게 흥행하진 못한 위플래쉬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했단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을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번 한국 공연이 세 번째인데, 어느 나라에서도 세 번이나 공연한 적은 없어요.” 셔젤도 대학 시절 허위츠와 ‘Chester French’라는 인디밴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음악 애호가다. 그렇기에 허위츠의 음악을 영화의 이야기만큼이나 중요시한다. “셔젤은 일은 물론이고 인간관계로도 가장 긴 인연을 맺어온, 제일 가까운 협력자예요. 18세에 학교에서 만나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했어요. 오랜 기간 같이 작업할 수 있는 비결은 타협점을 잘 찾는다는 거예요.” 이견이 있어도 둘 다 만족할 만한 세 번째 옵션을 찾는다고 했다. “셔젤은 영화음악이 장면 뒤에 깔리는 벽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장면에 맞추려고 음악을 찢었다 붙여서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셔젤은 음악에 맞춰 장면의 길이를 조절할 정도예요. 제 작업실 바로 옆이 그의 편집실이라 수시로 오가며 음악과 장면이 잘 맞는지 확인해요.” 허위츠는 가장 존경하는 영화음악가로 존 윌리엄스를 꼽았다. “좋은 영화음악은 세월이 흘러 음악을 들었을 때 영화의 장면을 곧바로 떠올리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ET’와 ‘스타워즈’ 시리즈, ‘쥬라기공원’, ‘인디아나 존스’ 등 윌리엄스가 작곡한 수많은 멜로디가 갖는 힘이죠. 그는 우리 시대의 베토벤이에요.” 신작 바빌론은 브래드 피트와 마고 로비가 주연으로, 1920년대 할리우드가 배경이다. “지금까지 작업한 그 어떤 영화보다 많은 곡을 썼어요. 1920년대가 배경이라 재즈를 예상하겠지만 하우스를 비롯한 컨템퍼러리 댄스 음악을 넣은 게 반전이 될 겁니다.” 라라랜드를 작업할 때 허위츠는 1900여 곡의 데모를 녹음했고, 작곡과 녹음에만 2년 반이 걸렸다. 완벽주의가 때론 그를 괴롭히지 않을까. 위플래쉬의 기저에 깔린 철학에 공감한다는 그는 “‘잘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는 건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선 아주 해롭다”고 했다. “얼마 전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했어요. 왜 이렇게 일에만 매달리느냐고 하기에 ‘영어에 ‘굿잡(Good job)’보다 더 해로운 두 단어는 없다’는 위플래쉬 대사를 말해줬어요. 음악은 한번 만들면 영원히 박제돼요. 1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죠. 지금은 힘들어 죽을 것 같아도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합니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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