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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TV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맞서 이전에 없던 최첨단 소자 기술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정점’으로 불리는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중국과 차별화하는 기술력을 보였다.● 머리카락 굵기 소자로 中보다 고화질 삼성전자는 12일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대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TV”라며 “백라이트 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꿔 색 재현력과 명암 표현력을 대폭 향상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LCD TV 시장의 트렌드는 백라이트의 진화다. 백라이트는 TV 패널 뒤에서 빛을 쏘는 광원이다. 최종적으로 적녹청(RGB)으로 구성된 컬러필터를 거쳐 색을 표현한다. 기존 LCD TV는 백라이트가 백색 빛만 쐈다면 RGB TV는 소자 하나하나가 적녹청 빛을 각각 따로 쏠 수 있다. 더 뚜렷한 색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종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조사 결과 색 재현율이 기존 LCD TV의 135% 수준”이라고 했다.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가 35% 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빛을 내는 광원 소자를 얼마나 더 작게 구현하는지가 관건이다. 소자가 작을수록 빛을 더 촘촘하게 제어해 정밀한 색 표현이 가능해지고 화질이 높아진다. 소자 크기가 1000μm(마이크로미터) 이상이면 일반 발광다이오드(LED)라고 하고 100∼500μm는 미니 LED, 100μm 미만이면 마이크로 LED로 분류한다. 중국 하이센스가 올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116인치 RGB TV는 소자 크기가 100μm 이상으로 미니 LED다. 삼성전자 RGB TV는 90μm다. 이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100μm)보다 얇은 수준이다. 삼성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의 출고가는 4490만 원이다. 이 상무는 “앞으로 크기를 다양화해서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술력 격차 유지가 관건국내 전자업계는 TV 시장에서 ‘가성비’ 중국 제품에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기존 브라운관(CRT) TV에서 LCD TV로 본격 전환하며 2000년대 세계 시장을 선도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처음 세계 1위에 올라 지난해까지 19년 연속 선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서 최근 한국 TV의 기세가 다소 꺾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 세계 TV 시장 합산 점유율은 28.4%로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3사 합산 31.3%에 처음 역전당했다. 다만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한국 44.4%, 중국 26.1%로 아직 격차가 있다.한국 기업들은 매번 신기술로 TV에서 중국 업체들과 격차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가 거세진 2015년 차세대 LCD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한 QLED TV를 출시했다.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으로 색 표현력과 밝기를 향상시켰다. 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해 ‘자발광’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LCD TV와 달리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 색 표현력이 뛰어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TV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국과 베트남 기업들이 한데 모여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공급망 위기 대응과 디지털, 에너지, 첨단산업에서의 시너지 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통상자원부, 주한 베트남대사관, 베트남 재무부와 공동으로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또럼 베트남 당 서기장과 김민석 국무총리, 최태원 SK그룹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양국 정재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등 급변하는 환경 속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연대,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다양한 산업에서 교류가 확대되고 있고 국민 간 우의도 상당히 깊어지고 있어 최적의 파트너”라며 “디지털과 첨단산업, 공급망, 에너지 등 네 가지는 잠재력이 크고 공동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 응우옌반탕 베트남 재무장관은 “베트남 정부는 한국 기업이 베트남 및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제3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을 환영하며 호혜적으로 상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특히 신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앞으로 베트남 재무부는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정책 연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양국 기업 및 기관 간 업무협약(MOU) 체결도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 E&S, 효성중공업, KT, 한전KDN, 한국관광공사 등 47개 한국 기업 및 기관과 37개 베트남 기업 및 기관은 에너지, 조선, AI, 첨단소재 등 분야에서 총 52건의 MOU를 맺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인 ‘블랙웰’의 성능을 낮출 경우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1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블랙웰 기반 저성능 AI 칩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는 계약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30∼50% 성능을 낮춘 블랙웰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며 “블랙웰 수출 문제로 황 CEO가 다시 나를 만나러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이다. 최근 중국 수출이 재개된 저성능 AI 칩인 ‘H20’은 블랙웰 이전 세대인 호퍼 시리즈 기반이다. 엔비디아는 앞서 블랙웰 기반의 저가형 칩인 ‘B20’ 출시 계획을 밝혔으나 미국 정부가 대중 수출 제한 품목에 올리면서 판매가 막혔다. 반도체 업계는 블랙웰 저성능 칩의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웰 기반 저성능 칩에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중 수출 제한 예외 조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례 없는 조치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에 대한 명분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블랙웰 판매 허용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했던 수출 통제 조치를 트럼프 행정부가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보도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국내 TV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에 맞서 이전에 없던 최첨단 소자 기술로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정점’으로 불리는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하며 중국과 차별화하는 기술력을 보였다.●中보다 초미세 소자로 고화질 구현삼성전자는 12일 언론 대상 행사를 열고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대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TV”라며 “백라이트 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꿔 색 재현력과 명암 표현력을 대폭 향상했다”고 강조했다.최근 LCD TV 시장의 트렌드는 백라이트의 진화다. 백라이트는 TV 패널 뒤에서 빛을 쏘는 광원이다. 최종적으로 적녹청(RGB)으로 구성된 컬러필터를 거쳐 색을 표현한다. 기존 LCD TV는 백라이트가 백색 빛만 쐈다면 RGB TV는 소자 하나하나가 적녹청 빛을 각각 따로 쏠 수 있다. 빨강, 초록, 파랑 색상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더 뚜렷한 색 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종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조사 결과 색 재현율이 기존 LCD TV의 13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색의 범위가 35% 늘었다는 뜻이다.여기서 빛을 내는 광원 소자를 얼마나 더 작게 구현하는지가 기술력의 관건이다. 소자가 작을수록 빛을 더 촘촘하게 제어해 정밀한 색 표현이 가능해지고 화질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자 크기가 1000μm(마이크로미터) 이상이면 일반 발광다이오드(LED)라고 하고 100~500μm는 미니 LED, 100μm 미만이면 마이크로 LED로 분류한다. 중국 하이센스가 올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116인치 RGB TV는 소자 크기가 100μm 이상으로 미니 LED다. 삼성전자의 RGB TV는 90μm다. 삼성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의 출고가는 4490만 원이다. 한국을 시작으로 다음 달 미국 등 판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앞으로 크기를 다양화해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기술력 격차 유지가 관건국내 전자업계는 ‘가성비’ 중국 제품에 맞서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미 중저가 TV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 세계 TV 시장 합산 점유율은 28.4%로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3사 합산 31.3%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한국 44.4%, 중국 26.1%로 아직 차이가 있다. 한국 업체들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판매한 결과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따라오는 게 문제다. 양국 TV 기업들의 매출 점유율 격차는 2021년 29.9%포인트에서 지난해 18.3%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삼성전자가 마이크로 RGB TV를 내놨다면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집중하고 있다. 올 초 출시한 4세대 OLED TV 패널은 업계 최고 수준인 4000nit(니트·1nit는 촛불 하나 밝기)를 구현했다. 지난해 내놓은 3세대 패널(3000nit)보다 성능이 33%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TV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삼성전자는 통합 디지털 지갑 서비스 ‘삼성월렛’이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아 가입자 수 1800만 명을 돌파했다고 11일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삼성월렛 가입자 수는 2015년 160만 명에서 올해 7월 말 기준 1866만 명으로 10년 만에 약 11배가 됐다. 한국 국민 3명 중 1명은 삼성월렛을 사용하는 셈이다. 연간 결제 금액은 2016년 3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88조6000억 원으로 약 24배가 됐다. 총 누적 결제 금액은 약 430조 원에 달한다. 삼성월렛은 2015년 8월 디지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로 시작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3월 삼성월렛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재 교통카드, 멤버십, 계좌이체, 항공권 등 실물 지갑 역할을 하는 동시에 모바일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학생증, 전자증명서 등 신원 확인 기능까지 지원한다. 글로벌 사용성도 넓혀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싱가포르 등 전 세계 61개국에서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등록한 카드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가 가능한 전 세계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월렛 10주년을 기념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도 마련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신짜오(안녕하세요). 건배! ‘쭉슥회!’(베트남어 ‘건강을 기원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국빈 만찬에서 이같이 건배사를 했다. 이 대통령은 “베트남에선 손님이 집에 오시는 것을 복으로 여긴다고 들었다”며 “오늘 여러분의 방한으로 양국 관계가 더 발전하고 우정이 깊어지니 우리 모두에게 큰 복이라고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 양국은 약 10만 쌍의 한-베트남 다문화 가정으로 이어진 소위 ‘사돈의 나라’”라고 말했다. 이에 럼 서기장은 “한국 속담에 친구가 찾아오면 먼 길도 가깝다라는 말이 있다”며 “베트남 속담에도 친구란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정성으로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고 화답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도 이날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럼 서기장과 만났다.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이날 만찬에 참석했다. 이 밖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최진식 심팩 회장 겸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의 경제인들이 국빈 만찬에 동석했다. 이날 한국과 베트남은 정보기술(IT), 전기·전자, 자동차,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해 한-베트남 교역액은 867억 달러(약 120조4600억 원)로, 베트남은 중국(2729억 달러), 미국(1999억 달러)에 이은 한국의 3대 교역국이다. 2022년 일본을 제친 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위 교역국 자리를 지켰다. 이날 만찬 참석 기업들은 베트남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베트남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다. 베트남 진출 2년 만인 2019년 첫 판매량 1위에 올랐다. LG는 베트남을 전기·전자 계열사의 핵심 제조 거점으로 삼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9월 하노이에 조성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쇼핑몰과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등이 한데 모인 초대형 복합 쇼핑 시설로 35만4000㎡ 규모다. 베트남 경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판매 스마트폰 물량의 5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해 수출한 규모는 544억 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내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출장 때문에 이날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남혜정 기자 nhj0607@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삼성전자는 통합 디지털 지갑 서비스 ‘삼성월렛’이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아 가입자 수 1800만 명을 돌파했다고 11일 밝혔다.삼성전자에 따르면 국내 삼성월렛 가입자 수는 2015년 160만 명에서 올해 현재 1866만 명으로 10년 만에 약 11배가 됐다. 한국 국민 3명 중 1명은 삼성월렛을 사용하는 셈이고 삼성월렛은 매일 1660만 번 실행되고 있다. 연간 결제 금액은 2016년 3조6000억 원에서 지난해 88조6000억 원으로 약 24배가 됐다. 총 누적 결제금액은 약 430조 원에 달한다.삼성월렛은 2015년 8월 디지털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로 시작해 단순 결제 기능을 넘어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며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해 3월 삼성월렛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현재 교통카드, 멤버십, 계좌관리 및 이체, 항공권·티켓 등 실물 지갑 역할을 하는 동시에 모바일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학생증, 전자증명서 등 신원 확인 기능까지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삼성월렛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한 국내 모바일 결제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삼성페이 출시 당시 가맹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추가 비용 발생없이 기존 결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했다.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기존에 쓰던 마그네틱 리더기 방식(MST)을 채택한 것이다. 동시에 비접촉 기반 결제 방식인 NFC를 더해 국내외 활용도를 넓혔다.또 도입 초기부터 생체 인증 기반 결제 기능을 채택해 실물카드보다 안전한 결제가 가능하게 했고, 온·오프라인 결제도 동시 지원했다. 삼성월렛은 2021년 6월 국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최초로 경기지역화폐 등록 지원을 시작해 실물 지역화폐 없이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지역 상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공했다.글로벌 사용성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싱가포르 등 전 세계 61개국에서 현지의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모바일 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등록한 카드로 NFC 기반 비접촉 결제가 가능한 전 세계 가맹점에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 GLN(Global Loyalty Network) 제휴 국가에서는 현지 가맹점의 QR 코드를 스캔해 결제할 수 있다. GLN은 해외에서 실물카드나 환전 없이 QR코드 스캔 기반 결제가 가능한 글로벌 결제 플랫폼이다.또 12개국 85개 도시에서 별도의 교통카드 없이 신용카드만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환전 신청 및 당일 수령 서비스도 제공된다.삼성전자는 삼성월렛 10주년을 기념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마련했다.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 결제에 대한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한다.또 11일부터 24일까지 삼성월렛 결제시 경품 당첨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다음달 10일까지는 삼성월렛 10주년 기념 SNS 공유, 퀴즈 맞추기 이벤트 등을 통해 순금으로 제작된 카드와 모바일 상품권 등 혜택을 제공한다.채원철 삼성전자 MX사업부 디지털월렛팀장(부사장)은 “삼성월렛은 10년간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을 혁신하며, 모바일 월렛 생태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왔다”며 “앞으로 삼성월렛이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지갑 이상의 편의성과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한국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15%로 확정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사실상 소멸됨에 따라 ‘K제조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누려 왔던 가격 우위가 사라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일본 유럽 등 경쟁국 기업들과 맨몸으로 맞서야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각국의 상호관세가 서로 다르게 정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관세 및 물류, 생산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업들 美 관세 대응 총력전 미국의 관세 부과로 가장 우려가 큰 업종은 자동차와 철강이다. 자동차는 그동안 경쟁국 대비 2.5%의 관세 이점을 누렸지만 앞으로는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모두 15%가 되며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게 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확대, 비용 절감 등 뼈를 깎는 노력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현재 연간 100만 대 수준의 미국 현지 생산 규모를 120만 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또 부품 조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200여 개 부품에 대해 미국 현지 및 국내외 업체들의 견적을 받아 살펴보고 있다. 50%라는 초고율 관세 부담을 계속 안게 된 철강업계의 생존 전략도 관건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현지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나라마다 상호관세율이 다르게 책정됨에 따라 어디서 부품을 조달하고 어디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한 수많은 시나리오를 다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는 최적의 공급망을 구현하기 위한 고차방정식”이라고 말했다. 관세에 따른 산업 지형도 변화는 자동차, 철강에 그치지 않고 한국 제조업 전반에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공급망 불확실성이 겹쳐 산업 전방위적인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최근 2분기(4∼6월)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7∼12월)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도 “하반기 관세 적용이 본격화되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중으로 나오는 반도체 품목관세도 막대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하겠다고 했지만 단 1%의 관세 부과라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식품과 화장품, 의류 등 주요 생활소비재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도 관세 인상에 비상이다. ‘불닭볶음면’으로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삼양식품은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은 28%에 달한다. 대상도 미국 현지에서 김치류 등 일부 제품만 생산하고 있어 관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수출처 다변화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앞으로 경쟁 압박이 커질 기업들이 어려움을 넘길 수 있도록 한시적인 지원책이라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구윤철 “한국 다시 1등 갈 수 있는 찬스”다만 이번 한미 관세 합의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입지를 확대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1일 통상협상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AI(인공지능)가 뛰어나고 한국은 제조업이 뛰어난 만큼 한국이 미국과 손을 잡는 게 오히려 우리의 국운 융성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전략적 얼라이언스를 통해 한국 경제가 다시 세계 1등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면서 미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라며 “일본, 대만 등 다른 경쟁국보다 미국이 추진하는 패권 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특임교수는 “미국 내 중국 공급망이 배제되는 상황을 이용하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중국(30%) 인도(25%) 대만(20%) 등 다른 수출 경쟁국보다 상호관세율이 낮은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한미 간의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대한 견제 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이번 합의에는 세계 조선업 판도를 바꿀 계획이 숨어 있다”며 “미국 조선 산업을 되살리고 중국의 조선 분야 지배력을 견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효성중공업은 30일 경남 창원공장에서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압기 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HVDC 변압기 공장은 2027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효성중공업 창원공장 내 부지 2만9600㎡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효성중공업은 공장 건설과 관련 설비 확충, 연구개발(R&D) 등 HVDC 사업을 위해 2년간 총 33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번에 신축되는 공장이 국내 최대 전압형 HVDC 변압기 전용 공장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200MW급 전압형 HVDC 기술을 개발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중공업의 모든 분야가 중요하지만 HVDC가 특히 제일 중요하고 세계 1등이 돼야 한다. 우리는 어떤 회사보다 저력이 있기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전기 공급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기업들이 수도권에만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몰린 탓입니다. 수도권은 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한데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줄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수도권에 데이센터 사용 목적으로 신청한 전기량만 20GW(기가와트)에 달합니다. 이는 1GW 원전 20기를 설치해야 충당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수도권은 이미 지방의 전기를 끌어오기 위한 송변전 설비 구축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여기에 원전 20기에 해당하는 전기를 새로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기업들은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도권에 지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지방 인프라를 기피한다고 합니다. 지방에 상주하는 전문 인력을 보내기가 어렵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발빠른 대응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기를 주지 못하는 정부와 지방으로 가지 않으려는 기업 사이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추가 설치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적 손실입니다. 정부는 한국을 미국, 중국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기업들이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책적으로 전기료를 깎아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지방에 전문인력들을 유인하기 위한 정주여건 개선도 필요합니다. 전기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는 건설, 투자회사들의 이른바 ‘전기 알박기’ 단속도 필요합니다. 한전에 접수된 전국 데이터센터 사용 목적의 전기 신청 중 88%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무관한 기업들이 냈습니다. 이들 비(非)ICT 기업은 미리 전기를 확보해서 사용권을 파는 식으로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실제 전기가 필요한 업체가 알박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가 합병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제3자 유상증자 등을 통해 8조 원대 규모의 자금 조달에도 나선다. 최근 배터리, 석유화학 등 국내 에너지업계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선제적인 리밸런싱(사업재편)으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합병 통한 재무구조 개선 기대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엔무브 등 3사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SK온과 SK엔무브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SK온이 SK엔무브를 흡수 합병해 11월 1일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양사 합병으로 SK온은 올해 자본 1조7000억 원, 감가상각전 영업이익 8000억 원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가상각전 영업이익은 자산 가치가 떨어지며 발생한 비용을 제외한 실질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SK온은 영업손실 1조866억 원, SK엔무브는 영업이익 6876억 원을 기록했다.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을 통해 두 기업 간의 사업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배터리 전문인 SK온과 윤활유, 전기차용 냉매 사업을 하는 SK엔무브가 완성차업체 등 동일 고객사를 공동 공략한다. 또 최근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분야인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SK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을 묶어 새로운 사업을 만들 수 있다.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2030년까지 SK온의 감가상각전 영업이익을 10조 원 이상으로 늘리고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SK온 부채비율은 198.5%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양사 합병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 차원 더 높은 경쟁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당분간 SK온을 상장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SK온 전환우선주 전량을 3조5880억 원에 매입한다. 장용호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주식 매입으로 IPO 의무화가 사라졌다”며 “SK온의 수익성 극대화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SK이노베이션은 이와 함께 자본 8조 원 확충을 통해 순차입금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순차입금은 기업이 보유한 총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지표로,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건전성을 보여준다.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8조5266억 원이다.먼저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4조3000억 원을 마련한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영구채 발행을 통해 7000억 원을 마련해 총 5조 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추가로 연말까지 3조 원의 자본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5년간 기업가치 하락, 정상화할 것”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이 그동안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 비용과 배터리 사업 실적 악화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노리고 북미 등 해외 시장에 조 단위 투자에 나섰지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과 미국의 정책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SK에너지의 정유 및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 장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수익성 하락과 재무구조 악화로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며 “선제적인 사업구조 재편과 재무구조 개선 두 가지를 핵심 과제로 삼고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은 28일 경기 파주사업장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온에어’에서 “올해 의미 있는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실현하고 내년에는 성과를 더욱 가시화하자”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의 타운홀 미팅인 CEO 온에어는 현장에 임직원 700여 명이 참석했고 국내외 사업장에서 온라인 생중계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1∼6월) 매출 11조6523억 원, 영업손실 826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이 3% 줄었지만 영업손실은 4805억 원 개선됐다. 정 사장은 “상반기 원가 혁신과 품질 개선 등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며 “근원적인 원가 체질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7∼12월) 전망과 관련해 “매 월, 매 분기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수익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계절성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최근 11개월 동안 수도권에만 데이터센터 사용 목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20기 규모의 전기 사용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 확보가 국가적인 핵심 과제로 꼽히지만 수도권 과밀 현상과 이에 따른 전력난으로 국내 산업계가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전력계통영향평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데이터센터 목적으로 한전에 전기 사용 신청서를 낸 건수는 총 29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67%인 195건이 수도권 전기 사용으로 접수됐다. 수도권에 접수된 195건 전기 용량은 20GW(기가와트)다. 이는 1GW급 원전 20기를 가동해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바늘 구멍’ 된 수도권 전력 확보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전력 여유, 자립도 등 전기 사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시행 중이다. 특정 지역의 전력 수요 과밀화를 완화하고 지방 분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해당 제도 시행 이후 수도권에서 기업들이 전기를 확보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으로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자가 낸 195건의 신청서 중 한전 검토를 거쳐 산업부 심사까지 간 경우는 33건이다. 33건 가운데 수도권은 19건으로 최종 4건(21%)이 통과했고, 비수도권은 14건 중 10건(71%)이 통과했다. 실제 한 IT 대기업은 올 3월 용산 데이터센터 증설을 위해 40MW 규모의 전기사용 신청서(전력계통영향평가서)를 산업부에 냈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용산 데이터센터를 쓰려는 고객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전력 확보에 실패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유휴 전력이 많은 지방으로 가라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고객 수요가 없고 비용만 늘어나는 구조여서 인프라 이전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지방 분산 위한 세제 혜택 등 필요”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유행’을 이용한 투자사, 건설사들의 이른바 알박기 행태 때문에 전력난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전에 따르면 전국 데이터센터용으로 전기 사용 신청을 한 290건 중 12%인 35건만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에서 냈다. 나머지 88%는 ICT와 무관한 업체들이었다. 이 중 한 업체가 13건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한전 관계자는 “부동산 업체가 ‘알박기’ 목적으로 전기를 확보한 뒤 이를 실제 ICT 업체에 사용권을 팔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악용한 업체들 때문에 전기가 필요한 선의의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원전 20기에서 발전하는 규모의 전기를 수도권에서 모두 충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세제 혜택, 전기료 할인 등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수도권은 소규모 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확충하고 대형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늘려야 한다”고 했다.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모든 지역에서 전기 요금을 동일하게 받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며 “발전소에서 가까운 곳은 싸고 비용이 많이 드는 먼 곳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그룹은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최대 103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을 예정이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정부가 대미 투자액을 기존 2000억 달러(약 274조 원)에 ‘플러스알파(+α)’를 더해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유럽연합(EU)과의 협상 타결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즉석에서 대미(對美) 투자액을 올린 만큼 이른바 ‘트럼프식 계산법(Trump Math)’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 투자 카드와 관련해 금융기관의 대출 및 대출 보증 확대 등이 가능한지를 파악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대 3000억 달러(약 416조 원)까지 대미 투자액을 늘릴 수 있는지 따져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국수출입은행이나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간 금융권을 통한 투자 확대도 거론된다.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 시 수출 보증을 확대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통상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대미 투자액 4000억 달러(약 557조 원)를 5000억 달러(약 696조 원)로 수정한 뒤 최종 5500억 달러(약 758조 원)에 합의했다. EU와의 협상에선 5000억 달러의 투자액을 6000억 달러(약 835조 원)로 직접 수정한 문서를 노출하기도 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잇따라 미국으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9일 오후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28일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이 회장과 김 부회장은 각각 반도체, 조선 분야 투자 확대 등을 논의하며 관세 협상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관이 총력 대응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이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29일 오후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전날 워싱턴으로 향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한국 정부가 조선업 협력을 위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협상단을 지원할 예정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1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담판을 위해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워싱턴으로 복귀해 막바지 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31일 관세 최종 담판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방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녕하세요”라고만 답한 뒤 출국장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투자액 370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전날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테슬라 ‘AI6’ 칩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대미 반도체 투자 확대 및 AI 반도체 기술 협력 등을 한국 정부의 협상 카드로 제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미 제안한 조선 협력 프로그램 외에 더 큰 ‘한 방’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 회장이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 재건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한미 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데 이 회장이 확실한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한화그룹은 올 초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추가 투자 및 현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같은 날 구 부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그간 미국과 조율해 온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적인 틀을 바탕으로 31일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최종 담판에 나설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깜짝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역시 협상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재무장관 회담은 협상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그간 한미 양국이 협의해 온 내용에 도장을 찍는 자리”라며 “회담 전까지 미국과 큰 틀에서의 협의가 완료돼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카드 활용도 불가피” 정부가 재계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다급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앞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과 회동한 후 25일엔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자택까지 가서 만났다는 건 협상에선 통상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도 “미국의 느긋함과 한국의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난 장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에 쫓기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더 압박하고, 무역 합의의 분수령이 될 31일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를 계속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트닉 장관 역시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한국인들은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왔다. 그들은 정말 정말 (무역) 협상을 타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서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반대 기류를 감안해 정부가 기업 투자 확대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업계의 요구에 맞춰 주요 무역 대상국에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국가별로 배정된 쿼터를 바꿔야 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다.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규제 폐지는 여당 내 반대가 거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투자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에 본인의 업적을 홍보할 수단”이라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같은 비관세 장벽 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실질적인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민관이 총력 대응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 29일 오후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전날 워싱턴으로 향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한국 정부가 조선업 협력을 위해 미국에 제안한 조선업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협상단을 지원할 예정이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1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담판을 위해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워싱턴으로 복귀해 막바지 점검 작업을 진행 중이다.● 31일 관세 최종 담판2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방미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녕하세요”라고만 답한 뒤 출국장에 들어갔다.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투자액 370억 달러(약 51조5000억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전날 테슬라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23조 원 규모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테슬라 ‘AI6’ 칩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대미 반도체 투자 확대 및 AI 반도체 기술 협력 등을 한국 정부의 협상 카드로 제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 이미 제안한 조선 협력 프로그램 외에 더 큰 ‘한 방’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 회장이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 재건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한미 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데 이 회장이 확실한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김동관 부회장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한화그룹은 올 초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추가 투자 및 현지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같은 날 구 부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조선업과 한미 간 중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도 잘 협의하겠다”고 밝혔다.구 부총리는 그간 미국과 조율해 온 한미 관세 협상의 세부적인 틀을 바탕으로 31일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에서 최종 담판에 나설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깜짝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역시 협상 타결 직전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을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재무장관 회담은 협상을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그간 한미 양국이 협의해 온 내용에 도장을 찍는 자리”라며 “회담 전까지 미국과 큰 틀에서의 협의가 완료돼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축산물 카드 활용도 불가피”정부가 재계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큼 우리 정부가 다급한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앞서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과 회동한 후 25일엔 러트닉 장관의 뉴욕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갔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자택까지 가서 만났다는 건 협상에선 통상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도 “미국의 느긋함과 한국의 다급함이 그대로 묻어난 장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에 쫓기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더 압박하고, 무역 합의의 분수령이 될 31일에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를 계속 보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러트닉 장관 역시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을 부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한국인들은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왔다. 그들은 정말 정말 (무역) 협상을 타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서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반대 기류를 감안해 정부가 기업 투자 확대로 미국을 설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업계의 요구에 맞춰 주요 무역 대상국에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지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국가별로 배정된 쿼터를 바꿔야 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렵다. 미국산 소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규제 폐지는 여당 내 반대가 거세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미 투자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에 본인의 업적을 홍보할 수단”이라며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같은 비관세 장벽 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무역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실질적인 명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코앞에 두고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계는 애가 타는 모습이다. 혹시라도 일본, 유럽 수준의 관세율을 받아내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이나 유럽 차보다 한국 차 가격이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예고로 위기에 직면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454억 달러로 대미 수출의 35.6%를 차지한다. 이들 양대 수출 품목이 타격을 입으면 그 여파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 역전 현상’ 현실화 우려관세 협상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끝내 관세율을 낮추지 못해 우리 차에만 25% 고율 관세가 이어질 경우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일본 차 등에 가격 매력도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28일 본보가 미국 현지의 자동차 판매 가격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가 주력하는 고부가가치 차량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심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 GV80은 현재 5만8200달러로 아우디 Q7(6만500달러)보다 2300달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에 25%, 아우디에 15% 관세를 단순 계산해 적용할 경우 GV80 가격은 7만2750달러로 상승하는 반면 Q7은 6만9575달러에 그쳐 GV80이 오히려 3175달러 비싸지게 된다. 제네시스 G80 역시 관세 부과 전에는 BMW 530i xDrive보다 저렴하지만 25% 관세 적용 후에는 7만1375달러로 크게 올라 BMW보다 비싸지게 된다. 투싼 하이브리드(3만3465달러)도 도요타 동급 모델인 라브4 하이브리드(3만2600달러)보다 현재는 865달러 비싸지만, 관세 적용 시 4341달러나 더 비싸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가격은 현지 생산 물량과 다양한 국가의 수출 물량 등을 감안해 결정되기 때문에 관세 비율이 그대로 가격으로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관세율이 유지되면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물량도 원가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의 절반을 미국 외 지역에서 수입해 조립하기 때문이다.자동차 부품업계나 해운업계 등 연관 산업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2024년 기준 82억 달러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의 36.5%를 차지한다. 대미 수출 부품의 60∼70%가 현대차·기아로 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성차 경쟁력 약화는 부품업계로 번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부품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현지 공장 설립이나 제3국 우회 생산 등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도 관세 영향권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관세를 다음 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6300억 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7.5%다.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낮지만 이들 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관세 영향을 받는 반도체 물량은 더 많아진다. 예컨대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만으로 보낸 뒤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의 최종 제조 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패키징(조립) 공장을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첨단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공장에서 HBM이 생산될 예정이지만 HBM 패키징을 위한 D램은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야 한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분야는 일본, 독일 등과의 시장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품목으로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8월 1일 상호관세 부과를 코앞에 두고도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계는 애가 타는 모습이다. 혹시라도 일본, 유럽 수준의 관세율을 받아내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일본이나 유럽 차보다 한국 차 가격이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예고로 위기에 직면했다. 자동차와 반도체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454억 달러로 대미 수출의 35.6%를 차지한다. 이들 양대 수출 품목이 타격을 입으면 그 여파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가격 역전 현상’ 현실화 우려관세 협상 데드라인이 임박했지만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별다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끝내 관세율을 낮추지 못해 우리 차에만 25% 고율 관세가 이어질 경우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미국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일본 차 등에 가격 매력도 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실제로 28일 본보가 미국 현지의 자동차 판매 가격을 분석한 결과 현대차가 주력하는 고부가가치 차량에서 가격 역전 현상이 심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 GV80은 현재 5만8200달러로 아우디 Q7(6만500달러)보다 2300달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에 25%, 아우디에 15% 관세를 단순 계산해 적용할 경우 GV80 가격은 7만2750달러로 상승하는 반면 Q7은 6만9575달러에 그쳐 GV80이 오히려 3175달러 비싸지게 된다. 제네시스 G80 역시 관세 부과 전에는 BMW 530i xDrive보다 저렴하지만 25% 관세 적용 후에는 7만1375달러로 크게 올라 BMW보다 비싸지게 된다. 투싼 하이브리드(3만3465달러)도 도요타 동급 모델인 라브4 하이브리드(3만2600달러)보다 현재는 865달러 비싸지만, 관세 적용 시 4341달러나 더 비싸지는 것으로 분석됐다.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가격은 현지 생산 물량과 다양한 국가의 수출 물량 등을 감안해 결정되기 때문에 관세 비율이 그대로 가격으로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관세율이 유지되면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물량도 원가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의 절반을 미국 외 지역에서 수입해 조립하기 때문이다.자동차 부품업계나 해운업계 등 연관 산업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한국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2024년 기준 82억 달러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의 36.5%를 차지한다. 대미 수출 부품의 60~70%가 현대차·기아로 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성차 경쟁력 약화는 부품업계로 번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부품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현지 공장 설립이나 제3국 우회 생산 등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도 관세 영향권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관세를 다음 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6300억 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7.5%다.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낮지만 이들 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관세 영향을 받는 반도체 물량은 더 많아진다. 예컨대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대만으로 보낸 뒤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TSMC의 최종 제조 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된다.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패키징(조립) 공장을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최첨단 D램,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공장에서 HBM이 생산될 예정이지만 HBM 패키징을 위한 D램은 한국에서 만들어 보내야 한다.양지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분야는 일본, 독일 등과의 시장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품목으로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되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품목 관세를 다음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도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철강·알루미늄, 수입차처럼 25~50%에 달하는 관세를 매기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부터 제조, 수요처인 테크 기업들까지 공급망 전반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2주일 안에 반도체 수입 관련 국가 안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4월부터 반도체 품목 관세를 위해 진행한 조사로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부터 반도체 품목관세를 줄곧 예고해왔다. 올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관세 관련 “25%,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 상무부는 4월부터 반도체 공급망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벌여 왔다.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과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 등이 포함됐다.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반도체를 비롯해서 관련 기판, 웨이퍼, 장비 전반이 관세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를 부품으로 TV, 스마트폰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전자업계도 관세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약 14조6300억 원)다. 전체의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 보다 낮다. 하지만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나 동남아 패키징(조립)을 거쳐 미국에 가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관세 영향을 받는 반도체 물량은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다. 예컨대 SK하이닉스에서 만드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은 대만으로 수출한 뒤 최종 제조 공정을 거쳐 미국으로 보내진다.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관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전자의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해 내보내는 구조다. SK하이닉스의 HBM이 애리조나 공장에서 완성된다 해도 전(前)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반도체는 한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제품으로 HBM 최종 조립을 미국에서 할 지 몰라도 그 전에 필요한 D램은 한국에서 수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관세로 인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 구글, 오픈AI 등 미국 빅테크들도 타격을 받는게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의 서버 구축 비용을 크게 늘려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과의 AI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관세는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관세로 압박하고 있지만 반도체 팹(공장)을 지으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당장 국내 주요 그룹들의 경영권이 위험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지주사는 더욱 경영권이 취약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동아일보가 25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 선출하는 것으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 204곳 중 124곳(60.8%)은 경영권이 불안(위험 또는 경계)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 외 다른 주요 주주 연합(지분 5% 이상) 추천 후보가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주회사의 경우 31곳 중 27곳(87.1%)이 이런 경영권 불안에 직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개별 기업 사례를 보면 대기업 지주사인 A사는 최대주주 지분(특수관계인 합산)이 40%를 넘고 다른 주요 주주 연합의 지분은 13.7%에 불과하지만 주주 연합이 이사회의 43%(7명 중 3명)를 장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지분이 8% 남짓인 다른 대기업 B사의 경우 주주 연합이 이사회의 70%를 장악해 바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정우용 상장협 부회장은 “국내 상장사의 이사회는 평균 7명 안팎의 이사로 구성돼 있고 이 중 3명가량이 감사위원인 경우가 많다”며 “소액 주주 연합이 3% 미만으로 의결권을 쪼개서 감사위원 3명을 선임하고 최악의 경우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 1명만 추가 선임하면 경영권은 주주 연합 측에 넘어가게 된다”고 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