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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의 성과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무역체제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1995년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척점에 ‘트럼프 라운드’를 놓고, 30년을 이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빗대 최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로 규정했다.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15%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턴베리 체제가 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美 국가부채에 ‘단비’ 된 관세이날 그리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한 당근’으로, 관세를 ‘강력한 채찍’으로 각각 표현했다. 고율 관세와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37조 달러(약 5경147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것.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둬들인 관세 수입(특별소비세 포함)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세 수입(780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달 500억 달러 이상을 관세로 벌어들일 거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앞으로 10년간 관세로 약 6조 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을 이보다 크게 낮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관세 수입을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관세 수입은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턴베리 체제’ 지속 가능성은턴베리 체제가 WTO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15,000대까지 떨어졌지만, 각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일 나스닥은 전날보다 0.35% 오른 21,242.70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관세 실험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며 “물가는 다소 올랐지만 급등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빈 진열대를 마주하는 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수개월의 유예를 거쳐 7일부터 발효됐기에 경제적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덕분에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라 미국 가계에 가구당 연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를 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이는 소비 둔화로 이어져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을 각각 0.5%포인트씩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한편, 한국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에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의류, 신발 등 일부 소비재 관세는 조정될 여지가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난감, 의류 등의 품목은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나중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그는 기고문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군이 75% 장악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완전 장악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체 점령’ 의사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현지 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할 의향”이라며 “우리는 하마스의 끔찍한 공포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고, 가자 주민들을 해방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영구 통치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가자지구)을 보유하거나 통치하길 원치 않는다”며 “우리를 위협하지 않고, 가자 주민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면서 그곳을 적절히 통치할 수 있는 아랍 군대”에 가자지구에 대한 통제 권한을 넘기길 원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7일 가자지구 전체 장악을 위한 작전의 개시 여부를 두고 표결을 열었다. 8일 새벽까지 논의를 이어갔으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이 완전 점령을 위한 군사작전을 결정하더라도 실제 작전 개시까지는 최대 수주가 걸릴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완전 점령’ 계획을 두고 이스라엘 내각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올 2월 새로 임명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네타냐후 총리의 기대와 달리 군사 작전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작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의 생명이 위협에 빠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완전 점령 이후에도 최소 5년 이상 하마스 등 무장단체와 지속적인 전투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소모전으로 이어져 이스라엘군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완전 점령 작전을 개시하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중심부로 진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전쟁 발발 후 지난 22개월간 거의 작전을 펴지 않았던 지역이다. 결국에는 가자지구의 모든 주민을 가자지구 밖으로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이틀 앞둔 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등이 무역협상에서 약속한 대미(對美) 투자가 “미국에 주는 선물이자 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관세 여파로 미국 내 물가가 오르고, 소비 및 고용이 위축되는 ‘관세발(發) 경제 충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등세이고, 제조업 부문 고용은 올 4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세다. 이에 따라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들 것이란 경고음도 나온다.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면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일본에선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율이 일괄 15%가 아닌 기존 관세에 15%를 더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이 걸렸다. 무역 합의 내용이 문서로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이 같은 논란이 더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 美 실효 관세율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7일 발효되는 관세율을 반영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을 18.4%로 집계했다.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에 25% 이상의 상호관세율을 통보한 뒤 시장 개방과 대규모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지난달 말 무역 합의를 맺었다. 최근 경제지표상 고관세가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5일 미 상무부는 6월 무역 적자가 602억 달러(약 83조7000억 원)로 전달보다 16% 줄었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도 6월 관세 수입이 272억 달러(약 37조8000억 원)로 1년 전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하지만 미국의 관세 수입 증가는 기업들이 더 큰 폭의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한 데 따른 일시적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업들이 고관세를 피하기 위해 상품 비축을 서둘렀다”며 “그 결과 상품 수입이 급증해 3월 무역 적자가 사상 최대인 1383억 달러(약 192조2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또 갈수록 기업들의 상품 주문이 줄면서 미국의 6월 수입은 전월 대비 4%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 4월 2.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들어 2.7%로 높아진 것. 특히 장난감과 의류같이 주로 미국 밖에서 생산하는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관세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점차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美 성장·고용지표 적신호고관세가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경제 성장률과 제조업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1∼6월) 미국 경제 성장률은 1.2%(연율 환산 기준)로 1년 전(2.8%)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미국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수도 지난달 1만1000개가 줄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재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미국 가구의 실질소득은 연간 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소비 둔화로도 이어져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이 각각 0.5%포인트씩 낮아지고, 국내총생산(GDP)도 0.4%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미 제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의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는 5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부과로 자동차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등에서 차를 만들거나, 부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는 뜻이다.● 日, ‘일괄 15%’ 아닌 ‘15% 추가 관세’에 비상일본은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율이 ‘일괄 15%’가 아닌 ‘기존 관세에 15% 추가’인 것으로 확인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아 품목마다 각각 다른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FTA체결로 사실상 무관세였기 때문에 15% 관세를 제외하면 추가관세는 없다.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양측이 기존 관세와 상호관세를 합해 최대 15%만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대통령령과 5일 연방관보를 통해 공표한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르면 일본은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특별 조치 대상에 들지 못했다. 이에 일본은 미국에 수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5일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난달 31일 대통령령이 나온 뒤) 미국 측으로부터 ‘EU와 같은 대우(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를 받게 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며 “미국 측에 설명을 요구하고 합의 내용을 이행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일본의 5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금융기관의 융자나 대출 보증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일본 기업에 장점이 없으면 협력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인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일(현지시간)부터 부과될 예정이던 상호관세 25%에 더해 총 50%의 관세가 인도에 매겨질 전망이다. 다만 추가 관세는 21일 후 발효될 예정이다.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직·간접적으로 수입하는 데 대응해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인도가 미국과 무역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대량 구입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도에 대한 관세를 “상당히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특사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난 직후 인도에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내놨다. 미국이 러시아 측에 8일을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협상 타결 기한으로 통보한 상태에서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자금줄’ 역할을 해온 나라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압박 강도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달 31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인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모디 총리의 방중은 2018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혼외자로 추정되는 엘리자베타 크리보노기흐(22·사진)가 소셜미디어에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엘리자베타는 최근 비공개 텔레그램 채널에 “그 사람(푸틴)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빼앗고, 내 삶도 파괴했다”고 썼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찍은 ‘셀카’와 함께 올린 이 글에서 “(내 사진은) 내가 누구로 태어났고, 누가 내 삶을 파괴했는지를 떠올리게 한다”고도 썼다.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푸틴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자신 또한 더욱 주목받자 원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타의 어머니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흐는 1990년대 푸틴 대통령과 만났고 2003년 딸을 출산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두 딸을 둔 첫 부인 류드밀라 알렉산드로브나(2014년 이혼)와 결혼한 상태였다. 스베틀라나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경제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때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만큼 형편이 어려웠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현재는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생전 엘리자베타가 푸틴 대통령의 딸이며 아버지가 축재한 재산으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당시 엘리자베타는 “내가 푸틴과 닮기는 했지만 그를 닮은 사람은 많다”며 부녀 관계를 부인했다. 엘리자베타는 현재 프랑스 파리11구에 있는 예술대학원 IESA를 다니며 한 화랑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 온 러시아 여성 예술가 나스티아 로디오노바는 올 6월 엘리자베타가 반전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화랑에서 근무하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과거 혼외자설을 부인하던 엘리자베타가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린 건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안정적인 파리 생활이 어려워지자 불만을 표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이 4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다스리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불법 정착촌에 방문했다. 이스라엘 매체 이스라엘하욤은 이날 존슨 의장이 서안지구 중부 아리엘 정착촌의 유대인 대표자들과 만났다며 “미국 하원의장의 ‘사마리아(이스라엘이 서안을 칭하는 표현)’ 공식 방문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존슨 의장이 이 자리에서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나라들을 비난하며 “사마리아는 유대인에게 속한 땅”이라고 언급했다고 X를 통해 밝혔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에 따라 PA가 행정권을 지닌다.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은 국제법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인을 보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 중이다.존슨 의장은 이번 이스라엘 방문을 비공개로 추진됐다. 3일 아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존슨 의장이 이끄는 하원 대표단과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여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고 면담 사실을 공개하며 방문 사실이 알려졌다. 대표단은 10일까지 이스라엘에 머물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 등 이스라엘 지도부를 만날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대한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는 가운데 가자지구를 방문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도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대표단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보수단체 ‘미-이스라엘 교육 위원회’의 초청으로 이번 방문을 추진하게 됐다. 대표단에는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나다니엘 모란 하원의원, 마이클 클라우드 하원의원, ‘유대와 사마리아’ 코커스(의원모임)를 이끄는 클로디아 테니 하원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올 상반기(1∼6월)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쌀의 규모가 총 415.8t으로 199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199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한국 쌀의 대일 수출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2012년의 16.4t으로 당시 동일본 대지진 구호물자로 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한국 쌀의 일본 수출량은 앞서 가장 많았던 2012년 연간 규모보다 26배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쌀값 폭등세는 꺾였지만 가을 햅쌀이 고가에 형성되며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하반기(7∼12월)에도 한국 쌀의 일본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닛케이는 일본 내 쌀값이 급등하면서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 쌀이 일본 쌀보다 약간 더 낮은 가격인 게 한국 쌀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쌀에는 kg당 341엔(약 3200원)의 관세가 부과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5월 일본 내 쌀 평균 판매가격은 5kg에 4200엔(약 3만9300원) 정도로 전년 대비 2배 정도까지 올랐다. 한국 농협에 따르면 일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쌀의 가격은 4kg에 4000엔(약 3만7400원) 정도여서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는 찰기 있고 쫄깃한 식감의 쌀을 선호하며, 일본과 같은 자포니카 쌀이 주로 재배된다”고 보도했다. 한일이 선호하는 밥맛이 비슷한 게 수출 증가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남 하동군은 5월에 80t을 일본에 수출하고 올해 안에 200t을 더 수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4일 NH농협무역 일본법인이 일본 현지 소비자를 상대로 운영하는 ‘일본어 쇼핑몰 사이트’에 따르면 이곳에서 4698엔(약 4만4000원)에 판매하던 철원오대쌀 4kg짜리는 품절된 상태다. 또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쌀에 대한 질문도 유통업계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올 상반기(1~6월)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쌀의 규모가 총 415.8t으로 199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199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한국 쌀의 대일 수출량이 가장 많았던 것은 2012년의 16.4t으로 당시 동일본 대지진 구호물자로 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한국 쌀의 일본 수출량은 앞서 가장 많았던 2012년 연간 규모보다 26배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쌀값 폭등세는 꺾였지만 가을 햅쌀이 고가에 형성되며 가격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하반기(7~12월)에도 한국 쌀의 일본 수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닛케이는 일본 내 쌀값이 급등하면서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 쌀이 일본 쌀보다 약간 더 낮은 가격인 게 한국 쌀의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쌀에는 kg당 341엔(약 3200원)의 관세가 부과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5월 일본 내 쌀 평균 판매가격은 5kg에 4200엔(약 3만9300원) 정도로 전년 대비 2배 정도까지 올랐다. 한국 농협에 따르면 일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쌀의 가격은 4kg에 4000엔(약 3만7400원) 정도여서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생긴 것이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는 찰기 있고 쫄깃한 식감의 쌀을 선호하며, 일본과 같은 자포니카 쌀이 주로 재배된다”고 보도했다. 한일이 선호하는 밥맛이 비슷한 게 수출 증가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남 하동군은 5월에 80t을 일본에 수출하고 올해 안에 200t을 더 수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쌀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4일 농협금융지주가 일본 현지 소비자를 상대로 운영하는 ‘일본어 쇼핑몰 사이트’에 따르면 이곳에서 4698엔(약 4만4000원)에 판매하던 철원오대쌀 4kg짜리는 품절된 상태다. 또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쌀에 대한 질문도 유통업계에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연방정부 지원금을 전국 공영라디오와 공영방송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맡은 공영방송공사(CPB)가 1967년 설립 후 58년 만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영 언론이 좌편향 보도를 일삼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여파다. 지난달 연방의회는 CPB의 2년 치 예산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삭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퍼트리샤 해리슨 CPB 회장은 1일 “미국 구석구석에 교육의 기회, 재난 경보, 대화의 장, 문화적 연결을 제공해 온 CPB를 내년 1월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직원 대부분의 계약 또한 다음 달 30일 종료된다. 이 여파로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소규모 공영 라디오 1000여 곳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표 공영 라디오 NPR과 공영방송 PBS는 예산 대부분을 광고와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를 따라 적법하게 미국에 와 대학에 다니던 한국인 대학생 고연수 씨(20)가 비자 문제로 법원에 출석했다가 미국 이민 당국에 억류됐다. 현지 성공회 교구와 이민 및 한인 단체들은 이민 당국이 체류 자격을 갖춘 이들을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다며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간) 성공회 뉴욕 교구와 뉴욕 이민자 연맹 등은 뉴욕 맨해튼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 청사 앞에서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31일 ICE 요원에게 체포된 고 씨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의 최초 여성 사제 김기리 신부의 딸로 2021년 김 신부가 받은 종교비자(R-1)의 동반 가족비자(R-2)로 입국했다. 뉴욕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인디애나주 퍼듀대에 재학 중이다. 김 신부 측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는 김 신부가 소속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의 R-1 청원이 올 3월 21일자로 철회됐다며 동반 비자인 고 씨의 체류 신분도 종료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이민 당국으로부터 미국 체류 취소 통보가 왔고, 고 씨는 이를 소명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가 ICE 요원들에게 붙잡혀 구금됐다. 김 신부 측은 “고 씨는 이미 2023년 5월 15일 신분 연장 신청서를 제출해 다음 달인 6월 7일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올 12월 12일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자격이 있다”며 “잘못된 법 해석 때문에 서류 미비자로 분류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고 씨는 보석 및 면회가 허용되지 않는 상태다. 맨해튼 ICE 청사에 임시 구금된 상태로 조만간 다른 이민자 구금시설로 이송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집회에선 고 씨의 동창들도 함께 자리해 고 씨의 석방을 눈물로 호소했다. 역시 집회에 참석한 성공회 뉴욕 교구의 매슈 헤이드 주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잔혹하다고 비판하며 “고 씨의 석방뿐만 아니라 즉각적인 제도 개선 또한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성공회 뉴욕 교구의 마리사 시폰테스 신부 또한 “이민 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헌법에 따라 모든 사람이 법적 절차를 적용받을 권리가 박탈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민자 단속 실적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표적 단속 및 부당한 구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비자 문제로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했다가 ICE에 붙잡히는 사례가 잦아 많은 이민자가 법원 출석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한편 미국 영주권자인 김태흥 씨(40) 또한 지난달 21일 남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다녀오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억류됐다. 그는 애리조나주의 불법 이민 교도소로 옮겨졌고, 이곳에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5세 때 미국에 와 35년간 미국에서 살았고, 현재 텍사스A&M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치료 연구를 해왔다. 일각에서는 14년 전 그가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됐던 게 체포되는 데 영향을 준 것 아니냐고 추정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연방정부 지원금을 전국 공영라디오와 공영방송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맡은 공영방송공사(CPB)가 1967년 설립 후 58년 만에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공영 언론이 좌편향 보도를 일삼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된 여파다. 지난달 연방의회는 CPB의 2년치 예산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삭감했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패트리샤 해리슨 CPB 회장은 1일 “미국 구석구석에 교육의 기회, 재난 경보, 대화의 장, 문화적 연결을 제공해 온 CPB를 내년 1월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직원 대부분의 계약 또한 다음달 30일 종료된다. 이 여파로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소규모 공영 라디오 1000여 곳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표 공영 라디오 NPR과 공영방송 PBS는 예산 대부분을 광고와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내각회의 도중 돌연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거의 내지 않는다”고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축소해 언급한 일화가 이달 중순경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도 종종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곤 한다”며 “최근 2개월간 언급한 최소 9개의 허위 주장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국정 과제 합리화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공황 도중에 관세가 도입됐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라며 “대공황을 겪고 한참 뒤에야 관세를 거둬 회복이 더뎠다”고 했다. 이는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되나 실제 사실과는 어긋난다. 대공황의 시작으로 꼽히는 1929년 10월 주식 시장 폭락이 발생하고 8개월 뒤인 1930년 6월 2만 개 이상의 품목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스무트-홀리 법안이 발효됐다. 이 법안으로 인해 1929년 40%였던 평균 관세율이 이듬해 59%로 대폭 뛰었다. 이 법으로 무역 상대국이 즉각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통상 전쟁이 촉발됐고, 193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승리하며 정권 교체를 이뤘다.* 20세기 초반 관세로 흥하고, 관세로 졌던 공화당의 흥망사를 에서 살펴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압박하기 위해 사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내각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적자와 불리한 무역협정, 관세 부과 필요성을 설명하다 돌연 비난의 화살을 한국으로 돌린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이 매우 적은 금액을 (주한미군 주둔비로) 지급했다”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그마저 거의 없애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6월에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의 진전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EU는 무역에서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결성됐다”고 밝혔다. ● 자신의 능력 과시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과장된 이야기를 언급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 방문 도중 자신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고 밝혔다. 당시 ‘워싱턴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밀며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던 그는 국민투표 전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브렉시트에 크게 집중하고 있지 않지만, 나라면 EU 탈퇴 찬성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아예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펼친 적도 있다. 6월에는 에어포스원 탑승 전 기자회견에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침공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침공할 거면 석유를 비축해두라는 조언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발발 이전에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만류한 발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지난달 15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에너지혁신 행사 연설에서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로 재직한 삼촌 존 트럼프(1907~1985)가 유나바머(소포 폭탄) 테러범 테드 카친스키를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삼촌에게 “카친스키는 어떤 학생이었냐“고 묻자, 삼촌이 “진심으로 훌륭했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로 카친스키는 하버드대에 다녔고, 카친스키는 존 트럼프 사후인 1996년 유나바머인 것으로 드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 ‘트럼프식 주목 정치’ 분석도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 주장은 트럼프식 주목 정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6월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는 약속은 빈정거린 것이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시사지 애틀랜틱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2016년 평가한 내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WP는 “정치 성향이 점차 유권자의 현실 인식을 좌우하고 있다”며 성전환 치료를 받는 아동이 극히 적지만 공화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이를 이슈화해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지지층 결집 또는 자신의 발언을 이슈화하기 위해, 특정 사안을 과장하고 나아가 거짓말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는 트럼프식 전략이 잘 먹히고 있다는 뜻이다. 35화 요약: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통해 동맹을 압박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지층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거짓말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허위 주장이 유권자 결집에 미치는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수감됐다 감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월가 유명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 때문에 재집권 후 중대 위기를 맞았다. 집권 1기 때부터 “엡스타인의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련 문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백악관 복귀 뒤 정보 공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그의 핵심 지지층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겸 강경 보수 유권자층을 뜻함)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도덕성에 타격을 줄 수 있을 사건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특히 이번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과 보수 언론이 야당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파, 진보 언론 못지않게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보수 성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가까운 사이였고,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접대 고객 명단인 이른바 ‘엡스타인 리스트’에 대통령이 포함됐을지 모른다는 의혹에 관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마가 진영은 줄곧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불간섭 정책 등을 강하게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에 반하는 이란 본토에 대한 직접 공습을 단행했을 때도 예상보다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이런 마가 진영이 왜 6년 전 사망한 성범죄자와 관련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지, 이번 사태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 봤다.● 트럼프와 엡스타인의 오랜 인연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 사업가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엡스타인과 교류했다. 두 사람은 뉴욕 맨해튼, 플로리다주 팜비치 등에 호화 저택을 갖고 있고,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업가라는 공통점이 있었다.WP는 두 사람이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팜비치까지 비행기를 같이 타고 다녔고, 트럼프 대통령의 팜비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파티를 즐겼다고 전했다. 또 엡스타인의 맨해튼 저택에서도 두 사람이 식사를 같이 하는 사이였다.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멋진 남자(terrific guy)이고 함께 있으면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다만 “엡스타인은 나만큼 아름다운 여자를 좋아하고 특히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2004년 말 두 사람은 경매로 나온 팜비치의 호화 주택 ‘라메종드라미티에’(프랑스어로 ‘우정의 집’)을 서로 사들이기 위해 경쟁하면서 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저택을 4135만 달러(약 57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두 사람이 교류했다는 공개 기록은 거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훗날 지인들에게 당시 엡스타인과 결별한 이유가 단지 부동산 때문만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엡스타인이 마러라고 리조트 회원의 딸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그의 리조트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느꼈다는 것이다.실제로 2005년 팜비치 경찰은 엡스타인이 14세 소녀에게 마사지를 받고 돈을 지급했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엡스타인은 2006년 30여 명의 미성년자에 대한 의제강간, 성 매매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기소된 엡스타인은 거물 법조인으로 구성된 호화 변호인단을 고용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불륜,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위증 사건을 조사한 전 연방 특별검사 케네스 스타 등도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었다.하지만 엡스타인은 2008년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최고 종신형까지 예상했지만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사전형량조정제도(plea bargain)’를 통해 18개월의 형량을 선고받았다. ‘모범수’라는 명목으로 복역 시작 3개월 만에 낮에는 감옥 밖에서 생활하다가 밤에 감옥에 복귀하는 특혜도 누렸다. 출소 또한 3개월이 앞당겨져 그가 ‘무늬만 복역’을 한 건 고작 15개월이었다.다만 피해 여성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1983년∼2025년 4월)가 2015년 여러 피해자 중 최초로 얼굴을 드러내고 엡스타인의 알려지지 않은 성범죄를 폭로했다. 그는 자신이 한때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일했던 10대 시절부터 엡스타인의 회유로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왕자 같은 각국 유력 인사에게 성상납을 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주프레가 마러라고 직원이었으며 엡스타인이 자신으로부터 ‘뺏어갔다’고 했다.엡스타인은 2019년 7월 뉴욕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 또 체포됐다. 2002∼2005년 또 다른 20여 명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한 달 후 엡스타인은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 남부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에서 침대 시트로 목을 맸다.2020년 7월에는 엡스타인의 옛 연인으로 그의 여러 성범죄에서 조력자 노릇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길레인 맥스웰이 체포됐다. 맥스웰은 2022년 6월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트럼프, 엡스타인 음모론 적극 활용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사망 직후부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당시 트위터(현 X)에 “엡스타인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어 숨졌다”는 다른 이용자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공유했다. 또 2020년 8월 정치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의 사망 당시 교도소 내 감시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타살인지 자살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는 엡스타인의 죽음에 관한 음모론을 민주당을 공격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체가 불분명한 기득권 세력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엡스타인의 사망 배후에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연루됐기에 사망에 관한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자신이 재집권하면 관련 정보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이는 그의 핵심 지지층이 마가 중에서도 특히 음모론을 즐기는 성향의 ‘큐어논(QAnon)’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큐어논은 미국 엘리트 집단이 소아성애자, 미성년 성매매업자, 사탄 숭배자 등으로 구성됐다는 음모론을 추종하고 있다. 이들은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자 ‘대선은 사기였다’는 주장을 펴며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큐어논은 트럼프 대통령을 딥스테이트에 맞서 자신들을 구원하려고 온 ‘영웅’ 겸 ‘구원자’로 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와 수사는 모두 ‘트럼프가 딥스테이트를 해체하려고 시도했기에 일어난 핍박과 박해’라고 생각한다. ‘엡스타인은 자살하지 않았다(Epstein didn’t kill himself)’ 같은 해시태그(#)를 적극 공유하고 이에 관한 물품도 판매하고 있다.큐어논은 2017년 극우 인터넷 커뮤니티 ‘포챈’(4chan)에 ‘큐(Q)’라는 이름의 사용자가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등장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하버드대 등을 중퇴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의 기득권 세력이 딥스테이트의 일원으로 미국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재집권 뒤에는 엡스타인 관련 자료 공개 거부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의 암살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도 엡스타인 관련 문서는 공개하지 않았다.이로 인한 마가 진영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대통령의 감세 정책 등을 두고 결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올 6월 5일 폭탄 발언을 내놓으면서 대통령과의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증폭됐다.당시 머스크는 “엡스타인 문건에 트럼프 이름이 있다. 이것이 그가 문건을 공개하지 않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했기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며칠 후 머스크는 “내가 지나쳤다”며 관련 글을 삭제했다. 그러나 올 7월 7일 법무부가 “엡스타인에 관한 추가 자료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자 이후 다시 “엡스타인 자료를 공개하라”는 글을 연달아 X에 올리며 대통령 측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공격에 앞장선 WSJ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연관성을 적극 보도하는 매체가 WSJ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WSJ는 지난달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두 사람이 아직 돈독한 관계였던 2003년 엡스타인의 50세 생일 때 여성 나체 그림을 배경으로 한 축하 편지를 그에게 보냈다고 보도했다. 6일 후에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올 5월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문건에 당신의 이름이 여러 번 나온다”는 점을 보고했다는 추가 보도도 냈다.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했다. 그는 WSJ를 ‘3류 신문’ ‘쓰레기 더미’ 등으로 비판하며 두 보도 모두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했다. 또 WSJ와 소유주 머독 등에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WSJ의 행보를 두고 머독의 우선 순위가 ‘현직 대통령과의 친분’이 아니라 ‘미국 보수 여론의 충성심’을 유지하는 데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머독은 WSJ 외에 또 다른 보수 매체 폭스뉴스의 대주주다. 자신을 ‘보수 진영의 수호자’로 여기는 머독이 마가 진영의 요구와 정반대로 행동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전통적인 미국의 보수 진영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활발한 대외 정책 개입을 주장했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등에 불만이 쌓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WSJ는 전통적인 경제적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데 미 경제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저임금 이민자들을 막고 교역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WSJ가 ‘엡스타인으로 현직 대통령 또한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보수 진영 내 파워 게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내년 중간선거 영향 전망은 엇갈려이번 사태가 내년 미국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이 선거에서는 435명 하원의원 전원, 100명인 상원의원의 3분의 1을 뽑는다.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마가 진영 일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들이 더 싫어하는 세력은 민주당이란 점에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선거에선 공화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백창재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의혹으론 엡스타인과 대통령의 불법적인 거래가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마가가 민주당에 투표할 만큼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마가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는 민주당을 견제할 대안이 없다고 본다. 내년 선거에서도 공화당에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일각에선 WSJ가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오히려 마가 진영이 뭉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은 “WSJ와 머독이야말로 ‘딥스테이트’이자 마가의 진정한 적”이라고 역공을 폈다.마가 진영 일각에서는 사건의 실체를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 맥스웰이라는 이유로 그의 사면을 주장한다.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성접대 고객 명단을 공개하면 ‘대통령의 결백’이 입증되고 딥스테이트 연관 세력의 ‘진짜 범죄’가 드러날 것이란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달 27일 “맥스웰의 사면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반면 로이터통신은 “공화당 내부에서 엡스타인에 대한 파문 때문에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회 통제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고 보도했다. WP도 “엡스타인 사건이 더 주목받는다면 이미 지지율 내림세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내년 미국 경제의 상황도 중요하다. 서 교수는 “내년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면 이란 공습, 엡스타인 논란 등까지 마가 진영의 불만 요소들이 묶여 ‘현직 대통령에 대한 심판 정서’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도 “저소득층, 노동자층이 마가의 주요 세력이기에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그간의 불만을 표출하는 계기가 돼 아예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음모론 즐기던 트럼프, ‘자신의 덫’에 걸려”트럼프 대통령이 맞은 위기를 자초한 사람은 대통령 본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1년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케냐인 아버지를 둔 흑백 혼혈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출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와이주에서 태어났다는 출생 증명서까지 공개했지만 “그가 미국 출생이 아니라는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며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2020년 대선 패배 후에는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적극 제기했다.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음모론을 적극 이용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그가 대통령에 처음 당선된 2016년 이후로 미국 정치가 음모론에 상당히 취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재집권 전 엡스타인 음모론을 적극 이용하다 돌연 태도를 바꾼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는 마가에게 “신(神)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의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서 교수 또한 “트럼프라는 정치인의 등장 후 차분하게 대화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진짜 정치’가 사라지고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현상만 심해지면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판치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안규영 기자 kyu0@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스펙트(respect·존중)’ 받는다고 느끼게끔 계속 각인시켜라.”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미국 워싱턴의 상무부 청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 무역협상단으로 방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가진 회의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은 워싱턴 상무부와 뉴욕 자택, 영국 스코틀랜드 등에서 한국 협상단과 만나 큰 틀의 협상안 조율은 거의 끝낸 상태였다. 그런 만큼 이날 1시간가량 이어진 회동은 최종 관문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둔 사실상의 ‘마지막 리허설’이었다.● 트럼프가 SNS에 글 올려 면담하게 된 것 알게 돼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협상단은 이날 러트닉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이 진행될 수도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러트닉 장관이 이른바 ‘트럼프 상대법’을 자세히 조언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무역합의 과정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협상단을 만나서도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임을 주지시켰다. 그는 또 “트럼프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협상가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며 협상단에 모의질문도 던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은 ‘리스펙트’란 단어를 여러 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물어도 그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끔 답하라는 것. 또 한국의 협상안이 일방적으로 미국에 ‘양보’하는 개념이 아닌, ‘협력’ ‘상생’의 취지라는 점을 강조하란 조언도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은 정오 무렵 종료됐다. 이후 협상단은 오후 3시 52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오늘 오후 한국 무역협상단과 만날 것”이라고 쓴 글을 보고 백악관에서 마지막 담판을 벌일 때가 왔음을 알게 됐다. 구 부총리는 이날 한국 특파원단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이) 오늘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만남이) 현실화됐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韓 들고 온 투자액에 그냥 ‘오케이’ 하진 않아” 오후 4시 반경 한국 협상단이 백악관에 도착했다. 보안 검사를 거친 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까지도 협상단은 예상 질문을 수차례 되뇌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대통령이 질문을 던지면 협상단이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협상단이 가장 우려했던 대미(對美) 투자액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인상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과 EU와의 무역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대미 투자액을 직접 올렸다.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의 경제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큰 만큼, 일본이 약속한 수준의 투자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262억 달러로 한국(1조8697억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한국이 준비했던 투자액보다는 더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액에) 그냥 오케이 사인을 해주진 않았다”며 “그게 왔다 갔다 하면서 금액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확정한 금액은 우리의 예상 범위 안에 있는 숫자였다”고 전했다. 또 일본과 EU와의 협상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문서에 자신이 원하는 숫자를 쓰거나, 적혀진 숫자를 지우고 새로 쓰는 상황은 없었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 대통령이나 총리가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 않는데 각료급 협상단(한국 협상단 의미)을 직접 협상한 건 한국을 존경하고 중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 협상단은 백악관에 들어선 지 1시간 반쯤 지난 오후 6시경 백악관에서 나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시간은 30∼40분 정도였다. 그리고 오후 6시 16분,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한미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협상단이 이날 러트닉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합의 내용을 최종 점검한 지 7시간 16분 만이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트닉이 ‘도끼’라면 베선트는 ‘검’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협상 ‘투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두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두 사람을 각각 ‘도끼’와 ‘검’에 비유했다. 러트닉 장관의 협상 방식은 도끼로 내려찍듯 거칠고 묵직하고, 베선트 장관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성향이라는 의미다. 두 장관은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장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또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월가 출신답게 투자, 재정, 수익 등에 대한 관심과 감각이 남다르단 평가가 많다. 또 협상 스타일은 다르지만, 관세 부과를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정책으로 인식하며 숫자를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한다는 점에선 유사하단 분석도 많다.● ‘리틀 트럼프’ 러트닉… 베선트는 협상 과정서 존재감러트닉 장관은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장소를 바꿔가며 네 차례나 만났다. 그는 24∼28일(현지 시간)에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을 미국 수도 워싱턴, 뉴욕주 자택,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던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각각 만났다. 또 29일에는 두 사람에다 워싱턴으로 급파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더해 약 2시간의 협상을 진행했다. 구 부총리는 31일 베선트 장관과도 워싱턴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무역합의 성사 여부를 가늠하는 ‘최후의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황금 같은 마지막 협상 기회를 러트닉 장관과 베센트 장관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트럼프표 관세 정책’에서 두 사람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두 장관의 성향, 협상 방식 등을 고려해 준비하고 점검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리틀 트럼프’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감정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낼 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 가지 의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보다 여러 의제를 넘나드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러트닉 장관과 수차례 만난 또 다른 소식통은 “말이 많은 편이고 숫자를 좋아하며 직관적인 성향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고 평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 인사는 그를 두고 “매끄러운 협상가는 아니다”라고 평했다.베선트 장관은 최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협상 과정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 4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유예를 ‘깜짝’ 결정한 배경에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베선트 장관의 강한 설득이 있었다는 주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거칠고 위압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일관하고 때론 월권까지 일삼는 러트닉 장관의 행보를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착하고 유화적인 베선트 장관에게 주요 교역국인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맡겼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협상장에서 상대 측 발언을 귀담아듣고 논리적인 성향이란 평가도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베선트 장관이 젠틀하다는 뜻이지 큰 틀에서 관세 부과를 압박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꼼꼼한 디테일을 앞세워 압박하는 베선트 장관을 상대하는 게 때론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가 CEO 출신’ 공통점… 재무장관직 두고 경쟁도 두 장관은 모두 월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을 오래전부터 후원했고 정치적 야심도 남다르다는 평이다. 과거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주로 상대했던 워싱턴의 정통 관료 출신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 러트닉 장관은 뉴욕주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부모를 모두 병으로 잃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버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1983년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에 입사했다. 말단 직원에서 8년 만에 CEO에 올랐다. 2001년 9·11테러 당시 캔터 본사는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다. 이 여파로 러트닉 장관의 동생 게리를 포함한 캔터 직원 660여 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한 자선행사에서 만났고 ‘뉴욕 출신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했다. 러트닉 장관은 2008년 당시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방송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했을 만큼 쇼맨십도 강하다. 지난해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그라운드제로(0)’에서 열린 9·11테러 23주년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반면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베선트 장관은 대학 시절 월가 유명 투자자 짐 로저스의 인턴으로 일했다. 졸업 뒤엔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세운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입사해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지냈다. 2015년 키스퀘어그룹이라는 헤지펀드를 직접 설립했다. 공화당과 소속 정치인 등에게 최소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기부했다. 두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재무장관직을 두고 경합했다. NYT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게 경제 수장으로 발탁된 주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러트닉이 ‘도끼’라면 베선트는 ‘검’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협상 ‘투톱’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두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두 사람을 각각 ‘도끼’와 ‘검’에 비유했다. 러트닉 장관의 협상 방식은 도끼로 내려찍듯 거칠고 묵직하고, 베선트 장관은 정교하고 날카로운 성향이라는 의미다.두 장관은 다음 달 1일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두 장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 또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월가 출신답게 투자, 재정, 수익 등에 대한 관심과 감각이 남다르단 평가가 많다. 또 협상 스타일은 다르지만, 관세 부과를 미국 경제에 꼭 필요한 정책으로 인식하며 숫자를 중심으로 상대를 압박한다는 점에선 유사하단 분석도 많다.● ‘리틀 트럼프’ 러트닉…베선트는 협상 과정서 존재감러트닉 장관은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장소를 바꿔가며 네 차례나 만났다. 그는 24~28일(현지시간)에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을 미국 수도 워싱턴, 뉴욕주 자택,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했던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각각 만났다. 또 29일에는 두 사람에다 워싱턴으로 급파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더해 약 2시간의 협상을 진행했다.구 부총리는 31일 베선트 장관과도 워싱턴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과의 무역합의 성사 여부를 가늠하는 ‘최후의 담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정부가 황금 같은 마지막 협상 기회를 러트닉 장관과 베센트 장관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트럼프표 관세 정책’에서 두 사람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소식통은 “두 장관의 성향, 협상 방식 등을 고려해 준비하고 점검했다”고 전했다.러트닉 장관은 최근 한국 정부 인사들에게 ‘리틀 트럼프’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펼치고 감정 또한 여과 없이 드러낼 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 가지 의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기보다 여러 의제를 넘나드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러트닉 장관과 수차례 만난 또 다른 소식통은 “말이 많은 편이고 숫자를 좋아하며 직관적인 성향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고 평했다. 이런 스타일 때문에 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 인사는 그를 두고 “매끄러운 협상가는 아니다”라고 평했다.베선트 장관은 최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협상 과정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올 4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유예를 ‘깜짝’ 결정한 배경에 미국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베선트 장관의 강한 설득이 있었다는 주요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거칠고 위압적인 행동과 발언으로 일관하고 때론 월권까지 일삼는 러트닉 장관의 행보를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이 침착하고 유화적인 베선트 장관에게 주요 교역국인 일본과의 관세 협상을 맡겼다고 진단했다.이처럼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온건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협상장에서 상대측 발언을 귀담아듣고 논리적인 편이란 평가도 있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상대적으로 베선트 장관이 젠틀하다는 뜻이지 큰 틀에서 관세 부과를 압박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꼼꼼한 디테일을 앞세워 압박하는 베선트 장관을 상대하는 게 때론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가 CEO 출신’ 공통점…재무장관직 두고 경쟁도두 장관은 모두 월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을 오래전부터 후원했고 정치적 야심도 남다르다는 평이다. 과거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주로 상대했던 워싱턴의 정통 관료 출신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의미다.러트닉 장관은 뉴욕주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0대 시절 부모를 모두 병으로 잃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버퍼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1983년 월가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에 입사했다. 말단 직원에서 8년 만에 CEO에 올랐다.2001년 9·11테러 당시 캔터 본사는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다. 이 여파로 러트닉 장관의 동생 게리를 포함한 캔터 직원 660여 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한 자선행사에서 만났고 ‘뉴욕 출신 기업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의기투합했다.러트닉 장관은 2008년 당시 부동산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방송 ‘어프렌티스’에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했을 만큼 쇼맨십도 강하다. 지난해 9월 11일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그라운드제로(0)’에서 열린 9·11테러 23주년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반면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베선트 장관은 대학 시절 월가 유명 투자자 짐 로저스의 인턴으로 일했다. 졸업 뒤엔 ‘헤지펀드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세운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 입사해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지냈다. 2015년 키스퀘어그룹이라는 헤지펀드를 직접 설립했다. 공화당과 소속 정치인 등에 최소 1500만 달러(약 208억 원)를 기부했다.두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재무장관직을 두고 경합했다. NYT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 게 경제 수장으로 발탁된 주요 배경이라고 평가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과 중국이 28, 29일 양일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제3차 고위급 무역 협상을 갖고 다음 달 12일 종료되는 상호관세 인하 조치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이 미국 보잉 항공기를 대량으로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를 타고 양국 정상회담의 개최가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미국은 중국에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줄이고, 시장 개방 수준을 높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중국은 ‘펜타닐’ 마약 관세, 각종 첨단기술 수출 규제 등을 철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때처럼 극단적인 대립 양상은 안 보이지만, 통상 의제에 관한 양국의 시각 차가 여전해 최종 협상의 결론은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트닉 “관세 인하 3개월 연장 유력” 미국 측 대표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중국 측 대표인 허리펑(何立峰) 국무원 부총리는 28일 오후 스톡홀름 모처에서 약 5시간 동안 대면 협상을 했다. 29일에는 오전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스톡홀름에는 가지 않았지만 통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양국이 기존의 관세 인하 조치를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관한 질문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필요하지만 (연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리어 USTR 대표 역시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양측 대화가 건설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나라는 관세 인하 조치 연장과 별개로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들을 꺼내며 상대국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취재진에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이 미국과의 관세 합의 당시 자국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한 것을 거론하며 “중국도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 또한 최근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매우 많이 수입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 또한 100%의 2차 관세를 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3차 협상에서도 중국의 시장 개방,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이 비중 있게 논의됐음을 짐작게 한다. 반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3월 펜타닐 원료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긴 20%의 관세를 철회하고,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관련 수출 규제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 사전 작업도 한창 두 나라가 이번 회담에서 빠르면 10월 말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양국 정상회담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다음 달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며 미국 뉴욕을 경유하려던 계획을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대만 총통부 또한 이날 “가까운 미래에 라이 총통의 외국 방문 계획이 없다”고 밝혀 미국 경유 일정에 차질이 생겼음을 인정했다. 중국은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를 저울질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중국민용항공국(CAAC)은 보잉 여객기 구입을 염두에 두고 각 항공사에 2025년 이후의 항공기 구매나 교체 계획을 조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혹은 원활한 무역협상을 위해 일종의 ‘당근’으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루스소셜에 “내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SEEKING)’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중국에 간다면) 시 주석이 제의한 적이 있는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썼다. 시 주석과의 만남, 중국 방문 가능성 자체를 부정한 건 아니지만 중국 측이 자신의 방문을 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에 대해 “가자지구에는 진짜 굶주림이 있다”고 28일(현지 시간)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에는 진짜 굶주림이 있다. 그걸 조작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상대로 굶주림 정책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은 뻔뻔한 거짓말이고, 가자지구에 굶주림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이례적으로 반박했다고 주목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식량 지원을 위해 영국과 유럽연합(EU) 등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가 가자지구에 구호품 배급소를 운영할 준비가 됐다며 전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관련 사항을 의논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는 3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협상 결렬 후 한층 강화됐다. 이날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기아로 인한 사망자가 14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심각한 식량난을 두고 유럽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자 유럽 정부들도 압박에 동참하고 있다. 28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독일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한 구호품 공중 투하 작전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일은 요르단, 프랑스, 영국 등과 협력해 공중 투하 방식의 구호품 공급을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24일에는 프랑스가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올해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동의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에 대한 프랑스의 역사적 헌신에 따라,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에 발언 수위 조절에 나섰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28일 “가자지구 상황은 어렵지만, 이스라엘은 원활한 지원 전달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26일부터 공중 투하 방식의 구호품 공급에 나섰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우리와 한국의 유대는 여전히 강하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72주년 기념식에서 더그 콜린스 미 보훈부 장관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때 (북한이) 우리를 시험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콜린스 장관을 비롯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6·25전쟁 참전용사 및 가족 등이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에 따르면 콜린스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평화를 열망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평화와 무역, 번영이 우리를 정의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권 장관은 “정치·경제·안보·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노력을 통해 숭고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다져나가겠다”며 “미국은 피를 나눈 혈맹이자 가장 강한 동맹”이라는 이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앞서 콜린스 장관은 올 5월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앞두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기념공원 곳곳을 손수 청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 공원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공원이다.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로 이날 건립 30주년을 맞았다. 공원의 연간 방문객은 700만 명에 달한다. 공원 안에 2022년 세워진 ‘추모의 벽’에는 6·25전쟁 때 전사한 한미 군인 4만3000여 명의 이름과 더불어 참전 용사 2400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KWVMF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6·25전쟁 이후 형성된 철통 같은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미는 서로에게 기여해 온 모범적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핵무장한 북한과 김정은 정권의 목표가 남한을 장악하려는 야심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한국이 활기찬 민주주의와 글로벌 경제기술 강국으로 발전하기를 원하는 미 국민들의 열망 덕분에 김정은이 이끄는 ‘범죄 정권’의 침략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