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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입학생 부족으로 사상 첫 자진 폐교를 신청한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사진)가 폐교를 중단하고 3월 신학기를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3일 “은혜초가 시교육청의 입장을 수용해 폐교를 중단하고 학교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은혜초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해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재정 적자를 메울 수 있도록 예외적으로 허가할 계획이다. 은혜초는 지난해 12월 “수년간 학생 부족 사태가 지속돼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힘들다”며 폐교를 신청해 학부모의 거센 반발을 샀다. 폐교 예고 시점은 올 2월이었다. 가까스로 신학기 파행은 피했지만 학급과 교원 수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혜초의 올해 신입생은 모집 정원(60명)의 절반인 30명이었다. 하지만 폐교 논란으로 지금까지 입학 등록을 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 또 전교생의 약 40%인 90여 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신청했고 이 중 20여 명이 이미 전학 절차를 밞고 있다. 학생 수가 더 줄거나 내년에도 신입생 모집이 저조하면 또다시 폐교가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립초는 학부모가 내는 등록금으로 운영된다. 시교육청이 재정 지원을 할 수 없어 학생 수가 재정과 직결된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올해 고등학생 수가 전년보다 약 11만 명이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출생아 수가 50만 명 밑으로 떨어진 ‘저출산 세대’(2002년생 이후)가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21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체 고교생은 156만 명으로 전년(166만 명)보다 약 11만 명이 줄어든다. 교육기본통계와 통계청 인구전망치를 분석한 결과로 올해 고교 졸업생은 56만8075명인 반면 신입생(현재 중3)은 45만9935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2002년 이후 태어난 저출산 세대가 고교에 진학하는 첫 해다. 한 해 출생아 60만 명, 50만 명, 40만 명 세대가 한 학교에 공존하는 유일한 해이기도 하다. 올해 고3이 되는 2000년 출생아는 63만 명이었다. 반면 2001년생은 55만 명, 2002년생은 49만 명으로 2년 연속 큰 폭으로 줄었다. 2002년부터 15년간 유지된 한 해 출생아 40만 명 선은 지난해 붕괴됐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대입 환경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고교 졸업생은 약 45만 명이다. 이 중 특성화고를 제외하면 2021학년도 대입에 응시하는 고교생은 38만 명이다. 재수생(약 10만 명)을 더해도 4년제와 전문대 모집 정원(55만 명)보다 7만 명가량 적다. 종로학원 측은 “2021년도 대입을 치르는 고1부터 학생 수 감소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중3이 되는 중2 학생들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교육부가 예고한 2022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현재 중2부터 적용된다. 또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올해 처음 시행된다. 종로학원 측은 “올 8월 구체적인 수능 개편안과 대입제도 변화를 보고 외고나 자사고에 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에서 입학생 부족으로 사상 첫 자진 폐교를 신청한 은평구 은혜초등학교의 폐교를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돼 재단과 학부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은혜초 폐교에 대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인 17일 오후 8시 현재 1842명의 공감을 얻었다. 청와대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기준인 20만 명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은혜초 재학생이 235명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호응을 얻은 셈이다. 이 글은 폐교에 반대하는 은혜초 학부모가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교사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폐교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던 학교 측은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교육권이 보장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은혜초는 수년간 학생 부족 사태가 지속됐고 올해 입학생이 정원(60명)의 절반인 30명에 그쳐 폐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학교가 폐교 방침을 철회한 것은 아니어서 3월 신학기 정상 운영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교육청은 “(학교가) 무단 폐쇄할 경우 학생 학습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학교 정상화를 위해 학교법인과 계속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수업(특별활동) 금지 시행을 재검토해 1년 뒤 확정하겠다고 16일 밝혔다.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의견 수렴 기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에 발표 시기만 미룬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민심 이반을 우려한 정치권 요구에 1년 뒤로 미루긴 했지만, 영어 조기교육에 반대하는 교육부 장관의 철학이 워낙 확고한 데다 이미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까지 금지했기 때문에 유치원·어린이집 영어교육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날 교육부는 ‘영어교육 금지 철회까지 포함해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 압박에 ‘자승자박’에 빠진 교육부 교육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최근 논란이 된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와 관련해 “이달 발표할 예정이었던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 기준을 국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익현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적기 교육의 관점에서 유아들의 영어교육은 가능한 한 지양하고 금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교육부의 원칙과 기조”라며 “그러나 그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 국민들의 의견을 더 듣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견 수렴 기간을 갖더라도 1년 뒤 교육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영어는 초등 3학년부터 배우는 것이 적기이며 그 전에 배우는 건 위법적인 선행학습’이라는 원칙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초등학교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70%가 넘는 학부모가 방과후 영어수업에 찬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금지 방안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정책 발표를 1년 뒤로 미룬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란 게 교육계 해석이다. 교육부는 이날 “시도교육청이 (교육부 방안에서 더 나아가) 유치원 영어 특별활동 금지 원칙을 정한다면 존중할 것”이라며 “그러나 영어교육을 ‘지양’이 아닌 ‘지향’하는 방향의 시도교육청 정책은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영어유치원’ 제재한다지만 실효성 없을 듯 교육부는 이날 일명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 및 유치원의 고액 영어 방과후 수업을 다음 달부터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유아 영어학원의 인가 기준은 성인 대상 어학원과 같은 기준이라 새 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실질적 제재는 불가능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시설 안전 문제라도 들여다볼 것”이라며 “영어학원만 대상으로 하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미술, 음악 등 유아 대상 학원 전반을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영어수업 금지 관련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분위기는 교육부 성토장이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과외를 금지한) 전두환 정권 시절로 가는 것 같다. 부모 잘 만난 아이들만 영어를 잘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거냐”며 영어수업 금지 철회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키우는 김정주 씨(37·여)는 “아이가 ‘하우아유(How are you)?’라는 질문에 옛날 교과서처럼 ‘아임 파인, 앤드 유(I‘m fine, and you)?’가 아니라 원어민처럼 ‘굿(Good)’이라고 답하길 원하는 게 부모 심정”이라며 “대체 정부는 이걸 왜 막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미 씨(43·여)는 “이번 정부의 교육 정책만큼은 못 믿겠다”며 “학부모 의견을 안 듣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걸 보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인 것 같다”고 말했다.세종=임우선 imsun@donga.com / 김호경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에서 학생 수 감소로 사상 첫 자진 폐교를 신청한 은평구 은혜초등학교가 교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절차상 문제로 폐교 신청을 반려했고,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학교 측은 2월 말 폐교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서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은혜초는 12일 교장을 제외한 교원 13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지했다. 해고 일은 학교가 폐교 시점으로 정한 2월 말이다. 교장은 계약직 신분이라 해고 통보 대상이 아니다. 사립초 교원 임용과 해고는 전적으로 학교법인 권한이라 원칙적으로 시교육청은 관여할 수 없다. 은혜초는 지난해 12월 28일 제출한 폐교 인가 신청이 반려됐음에도 해고 통보를 강행해 폐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수년간 지속된 학생 결원으로 재정 적자가 누적돼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013∼2017년 5년간 은혜초 재학생은 정원(360명) 보다 100명 이상 모자랐다. 등록금 수입이 적다보니 은혜초의 지난해 세입은 27억 원으로 규모가 비슷한 서울 다른 사립초(36억 원)보다 9억 원가량 적었다. 학부모들은 법적 조치를 취해서라도 폐교 강행을 막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설사 폐교를 막더라도 3월 신학기 정상 수업이 어려워 자녀를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시키는 학부모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혜초 재학생 235명 중 97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신청했다. 시교육청은 은혜초처럼 사립초교가 갑자기 폐교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서울 지역 39개 사립초를 대상으로 재정 상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올 상반기(1∼6월) 안에 전수조사와 분석을 마칠 계획”이라며 “재정 상태가 안 좋은 사립초에 자구책 마련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교육청 산하 11개 지원청별로 관할 지역의 사립초 재정 상황을 파악한 적은 있지만 시교육청이 사립초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 지역 사립초 39곳 중 13곳이 최근 5년간 정원이 미달되거나 겨우 정원을 맞출 정도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특별활동) 금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밝힌 뒤 3주 만에 해당 정책이 뒤집힌 것이다. 14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1년 동안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여부와 관련한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근본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안건으로 올려 폭넓게 자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철회 가능성도 열어 놓은 셈이다. 교육부는 이번 주에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규제와 관련한 추진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라는 정책 방향은 지켜가되 1년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할 방침이었다. 올해 3월부터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유치원·어린이집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비싼 영어학원으로 등 떠미는 정책’이란 학부모들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자 금지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달도 안 돼 정책이 다시 뒤집어지면서 정부의 설익은 정책 강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이 치밀한 계획과 여론 수렴 없이 오락가락하면서 교육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 기자}

“세종시에선 없었다.” 이달 초 교육부 담당자는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풍선효과’가 생긴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세종시는 현재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유치원 영어수업이 금지된 곳이다. 과연 교육부 말이 맞을까. 세종지역 모든 유치원에서 영어수업이 사라진 건 약 3년 전이다. 세종시교육청은 2015년 7월 영어수업을 금지했다. 약 1년 뒤인 2016년 6월 유치원 학부모 35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자녀를 영어, 한글 등 언어 관련 학원에 보낸다고 답한 비율은 8.9%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마저도 한글 학원이 대다수라 영어 학원을 보낸 비율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얼핏 수치만 보면 영어수업 금지로 인한 학원 쏠림 현상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세종시의 특성을 일일이 따져보면 정부가 ‘풍선효과’가 없는 근거로 세종시를 꼽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세종시는 2014년 정부 청사 이전이 마무리된 신도시다. 시교육청이 설문조사를 한 2016년 당시 학원가는 물론이고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3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5곳으로 늘었지만 서울(161곳), 경기(110곳)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유치원 원아 1인당 영어학원 수로는 세종이 0.0009개로 서울(0.0018개)의 절반이다. 영어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마땅한 학원이 많지 않은 셈이다. 세종시 유치원의 대다수가 공립 유치원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학부모가 선호하는 국공립 유치원과의 경쟁을 위해 사립 유치원은 영어수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이 때문에 영어수업 금지 방침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유치원 53곳 중 사립은 3곳뿐이다. 정부의 영어수업 금지 방침이 별다른 저항 없이 안착할 수 있었다. 반면에 전국 유치원 2곳 중 1곳(47.4%)이 사립이며 특히 서울은 76.3%에 이른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시의 특수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직업군에 비해 해외 연수 및 근무 기회가 많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자녀들이 유치원 영어수업이 없어도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덜한 편이다. 최근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초등생 자녀를 데리고 귀국한 중앙부처 공무원 A 씨는 “따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영어로 책을 읽을 수 있고 회화도 유창하다”고 말했다. 또 유치원 영어수업이 금지되면서 학원에 보내진 않더라도 영어 학습지를 풀게 하거나 부모가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한 전업주부인 고호정 씨(36·여)는 5세 딸에게 영어학습지를 풀게 하며 영어교육 관련 동영상을 보여준다. 고 씨는 “예전 어린이집과 달리 지금 다니는 유치원에선 영어수업이 없어 아이가 조금이라도 일찍 영어에 노출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라도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올해는 영어학원에 보낼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 중구의 A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3년 전 학급 한 개를 없앴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7월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빈 교실이 없다”고 답했다. 원래 학급 교실로 쓰던 공간을 방과후 돌봄교실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안 어린이집 확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은 934개였다. 지역별로는 광주 186개, 전남 159개, 경기 158개 순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사용할 빈 교실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자체 조사해 10일 발표한 경기지역 초등학교 빈 교실(유휴교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756개로 교육부 통계보다 11배 많았다. 불과 2개월 사이에 왜 이렇게 차이가 난 걸까. 이는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서로 다른 빈 교실 기준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사에서 빈 교실 기준을 ‘월 1회 또는 연 9회 미만 사용하는 교실’이라고 했다. 방과후 또는 주 1회 정도만 쓰는 교실도 이미 빈 교실이 아닌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관리자와 행정직원, 학부모, 교수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려 전혀 사용하지 않는 교실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이어도 다른 용도로 전환 가능한 교실’까지 포함한 빈 교실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많은 학교가 학생 수가 줄어 빈 교실이 생기면 어떤 용도로든 활용하고 있어 완전히 비워 놓은 교실만 집계해서는 정확한 실태를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만약 이 기준을 다른 지역에 적용하면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은 훨씬 더 늘어난다. A초등학교처럼 방과후 돌봄교실로 사용하는 교실은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빈 교실이 아니지만 경기도교육청 기준을 적용하면 빈 교실로 볼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조사 기관, 방식에 따라 ‘고무줄 통계’가 된다”며 “학교장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빈 교실 통계가 들쭉날쭉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교육부가 외부 연구팀에 의뢰한 ‘유휴교실 실태분석 및 향후 사회변화 분석을 통한 활용 연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지역 빈 교실은 670개였다. 전국적으로 5316개로 지난해 교육부 발표(934개)보다 약 5배 많았다. 전문가들은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경기도교육청 빈 교실 조사를 맡은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같은 용도인 교실도 학교장마다 빈 교실인지 판단이 달랐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빈 교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교마다 시설, 구조, 교실 활용도가 크게 달라 통일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려는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학교 빈 교실에 어린이집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학교 안 어린이집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초등학생과 어린이집 원아 간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린이집 전기·수도료도 지원할 계획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2일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현재 약 7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기자}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모 씨(37·여)는 두 자녀를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 보낸다. 첫째는 3년 전 경쟁률 7.2 대 1을 뚫고 사립학교인 신광초 입학 추첨에 당첨됐다. 하지만 지난해 입학한 둘째는 추첨에서 떨어져 집 근처 공립초에 보내고 있다. 이 씨는 “둘째 학교와 달리 첫째 학교에선 묻기도 전에 먼저 연락이 온다”고 만족해했다. 서울 지역 사립초 3곳 중 1곳이 정원을 채우느라 허덕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사립초들도 있다. 신광초의 올해 모집 경쟁률은 5.4 대 1로 4년 연속 서울 지역 사립초 1위였다. 그 뒤를 계성초(5.1 대 1)와 중앙대사대부속초(4.4 대 1)가 이었다. 이 학교들은 학부모 사이에서 독서, 인성, 예체능 교육을 잘하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중앙대사대부속초는 ‘1인 1악기 프로그램’을 통해 전교생이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활동을 한다. 1학년 때부터 중간·기말고사를 봐 학업 몰입도도 높다. 신광초는 특히 체계적인 독서 교육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등교해 일주일에 한 번 담임교사에게서 독서 지도를 받는다. 직장 맘을 위해 수시로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소통하고 균등한 교사의 수준도 인기 비결이다. 안정적인 재단 운영도 높은 경쟁률의 비결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자녀들이 다녀 ‘귀족초등학교’로 불렸던 영훈초는 2013년 재단 입학 비리로 위상이 추락했다. 2013년 모집 경쟁률 5위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10위권 밖이다. 이후 종교재단, 유명 대학처럼 ‘재단 리스크’가 덜한 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계성초가 대표적이다. 입지도 주요 변수다. 같은 서울에서도 동네마다 사립초에 자녀를 보내려는 수요와 공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성초는 강남 지역의 유일한 사립초이며 동작구, 용산구에도 각각 중앙대사대부속초와 신광초가 유일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폐교를 신청한 은혜초가 있는 은평구에는 사립초가 4곳이나 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올해 서울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1615명 줄었다. 지난해에는 출생아가 많았던 ‘백호띠’(2010년생)들이 입학하면서 입학 대상자가 반짝 늘었다가 2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8일 서울 시내 557개 공립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을 앞두고 서울시교육청이 집계한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7만7252명으로 지난해(7만8867명)보다 1615명(2.05%) 줄었다. 5년 전(8만1294명·2013년)과 비교하면 4000여 명 적다. 출생아가 줄면서 입학생 수도 감소한 것이다. 최근 5년간 ‘황금돼지띠’(2007년생)들이 입학한 2014년과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서울 시내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계속 줄었다. 전국 초등학교 입학생 수도 2014년과 지난해에만 반짝 늘었을 뿐 감소세다. 2005년 62만 명에 달했던 입학생은 지난해 45만 명대에 그쳤다. 올해 입학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예비소집에 참석해 취학통지서, 예방접종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방과 후 돌봄서비스 이용을 원한다면 수요조사서도 내야 한다. 다만 취학통지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했거나 예방접종 전산등록을 했다면 따로 서류를 내지 않아도 된다. 불가피하게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못하면 반드시 사전에 학교에 불참 사유와 등록 여부를 알려야 한다. 2015년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예비소집 불참 아동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국·공립대와 4년제 사립대에 이어 사립 전문대의 입학금도 단계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교육부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주부터 구체적인 입학금 폐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 전문대교협은 18일 회장단 회의, 25일 총회를 거쳐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전문대교협은 입학금 폐지를 반대했다. 4년제 사립대보다 입학금 의존율이 높아 폐지할 경우 재정이 더욱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학년도 129개 사립 전문대의 입학금 수입(1339억 원) 비율은 등록금 수입의 5%로 일반 사립대(2.9%)보다 높다. 하지만 입학금 책정 근거가 불분명한 데다 폐지 여론이 커지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문대 8곳을 포함한 국·공립대와 4년제 사립대가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교육부는 전문대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해 실제 입학 관련 업무에 쓰이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입학금을 3∼5년 안에 폐지하되 국가장학금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숙명여대를 상징하는 교표는 눈 결정체를 본뜬 육각형 별 모양이다. 숙명여대 재학생을 ‘눈송이’, 신입생을 ‘새송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교표에서 유래했다. 숙명여대 교표의 역사는 193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숙명여자전문대학 개교 당시 숙명여고 미술교사였던 수묵채색화가 고(故) 춘천 이영일 씨가 교표를 도안했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에서 7회 연속 상을 받은 유명 화가였다. 눈 결정은 참된 지성과 눈처럼 티 없이 맑고 순결한 정기를 의미한다. 반딧불이와 눈에 반사된 달빛에 의지해 책을 읽었다는 고사 ‘형설지공(螢雪之功)’처럼 학업에 매진하는 자세와 세상에 아첨하지 않는 바른 학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02년에 두 가지 파란색을 넣어 생동적이고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렇게 이슈가 커질 줄은 몰랐지만 생리대 논란 덕분에 전 국민이 생리대와 여성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요?” 22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 캠퍼스에서 생리대 유해성 논란 중심에 섰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59·사진)를 다시 만났다. 9월 여성환경연대 주최 기자회견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 4개월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 그의 말처럼 우선 생리대 전(全) 성분 표시제가 도입됐다. 생리대 제조사들은 화학물질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생리대 접착제 제조업체는 원료를 중국산에서 국산으로 바꿨다. 여론의 관심은 식었지만 김 교수에게 생리대 논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활동했는데도 9월 깨끗한나라는 김 교수만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그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사 제품명을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전 제품명을 언급한 기사가 이미 있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무죄일지라도 손해배상 소송도 치러야 한다. 그는 소송을 당한 것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신의 시험 결과에 대해 ‘신뢰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데 분개했다. 식약처는 이후 다른 전문가들을 불러 생리대 성분을 분석하고 인체 위해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평생 써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그는 “분석과학자로서 평생 컵라면, 젖병, 장판 등 일상용품 속 화학물질을 측정해 왔다”며 “식약처 측정 방식이 더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올 2월 생리대 시험을 진행할 때부터 함께했던 여성환경연대와 연락을 주고받지 않고 있다. 생리대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뒤 김 교수와 여성환경연대가 지향하는 방향이 엇갈렸다. 여성환경연대는 ‘여성 건강권’을 알리는 데 집중했지만 그는 학자로서 자신의 시험 결과가 정확했다는 걸 알리고 싶어 했다. 여성환경연대가 소송 비용 모금을 제안했지만 김 교수는 거절했다. 그는 “9월 내가 고소당한 날 이후 (여성환경연대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만약 다시 생리대 시험을 의뢰받으면 하겠느냐고 묻자 막힘없이 “해야죠”라고 답했다. 그게 교수의 사회적 책무라고 했다. 그가 생리대 시험자료, 식약처 보도자료, 관련 기사를 모아놓은 파일은 한 손으로 들기 벅찰 정도로 두꺼웠다. 연구실 책상에는 아직 생리대가 놓여 있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내 아이에겐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다. 2017년 엄마들은 이 소박한 바람마저 제대로 실천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내가 만든 음식에, 내가 사준 생리대에, 아이를 데려간 병원에 문제가 없는지 매번 의심해야 했다. 올여름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와 생리대 유해성 파동에 이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까지 터진 뒤의 변화다. 동아일보는 올 한 해 노심초사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27, 28일 이틀간 들었다. ○ 살충제 계란, 생리대 사태가 낳은 ‘케미포비아’ 서울 강북구에 사는 주부 소모 씨(59)는 올여름 아찔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저녁 밥상을 차릴 때면 틀어놓은 라디오 뉴스에서 왠지 낯익은 단어가 들렸다. 국내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는데 그 계란 껍데기에 ‘08마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설마…’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08마리’라고 새겨진 계란이 눈앞에 있었다. 곧바로 계란을 버렸지만 ‘내 가족에게 살충제를 먹였다’는 자책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살충제 계란을 평생 먹어도 문제없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뒤에도 소 씨는 한 달가량 아예 계란을 사지 않았다. 지금은 포장지를 벗겨서라도 계란 껍데기에 새겨진 난각코드를 일일이 확인한 뒤 계란을 구입한다.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살충제 잔류 계란의 유해성이 크지 않다고 정부가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매일같이 생리대가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학물(VOCs) 범벅이라는 식의 뉴스가 쏟아졌다. “20년 넘게 생리대를 쓰면서 한 번도 생리대가 몸에 안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충격 그 자체였다.” 차은정 씨(44)는 그동안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이상 징후가 보이면 피곤해서일거라고 여겼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차 씨는 지금도 생리대를 쉽게 고르지 못한다. 막 생리를 시작한 딸을 생각하면 더욱 조심스럽다. 한참 생리대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지만 포장지엔 회사와 제품명을 빼면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뭘 보고 사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답답해요.” 최근 면 생리대나 생리컵 등 생리대 대용품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아직 사용자는 많지 않다. 대다수 여성은 불안하고 찜찜하지만 일회용 생리대를 쓸 수밖에 없다. ○ 생존자 가족에게도 지옥 같았던 2주 “○○(딸의 아명) 어머님, 병원을 옮기셔야 할 것 같아요.” 태어난 지 2주가 조금 넘은 딸을 병원에 입원시킨 A 씨(35·여)는 16일 밤 의료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딸이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은 젊은 부부의 통곡과 경찰의 무전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 신생아 4명이 1시간 21분 만에 잇따라 숨진 그날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의 비극은 그렇게 시작됐다. A 씨는 딸을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불안감에 잠을 잘 수 없었다. ‘혹시 내 아이도….’ 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A 씨의 딸은 괴사성 장염으로 최근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아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었다. 사망자 4명 중 2명은 항생제를 맞았는데도 균에 감염됐다. 같은 병실 입원자 중 적잖은 아이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의료진이 위생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다른 부모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왜 좀 더 일찍 아이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을까. 애초에 아이가 약하게 태어난 게 내 탓은 아닐까.’ 결혼 3년 만에 얻은 소중한 딸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A 씨는 지금도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은 올해 엄마들이 가장 분노한 사건 중 하나다. 출산을 앞둔 엄마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내년 2월 출산을 앞둔 김모 씨(28)는 “대학병원까지 저렇다면 아이를 집에서 낳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 불안 키운 정부 달라져야 엄마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이 불안을 더욱 키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살충제 잔류 계란 문제는 6월 유럽에서 시작됐다. 국내 계란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2개월 뒤 국내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올 때까지 정부는 움직이지 않았다. 생리대 파문 역시 3월 시민단체가 생리대 안전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무시했다. 불안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8월에야 조사에 나섰다. 엄마들은 해외 소식과 작은 소문에도 ‘혹시 문제가 없나’라고 생각할 때 정부는 ‘설마 괜찮겠지’라고 여긴 셈이다. 정부는 앞으로 계란 난각코드에 사육환경과 산란일을 표시하고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생리대 포장에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전(全) 성분 표시제도 도입했다. 생리대 제조사들은 화학물질 저감을 약속했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혹시 난각코드를 거짓으로 표시하진 않을까요?” “전 성분을 표시해도 소비자가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올 한 해를 버텨낸 엄마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들의 바람은 단 하나. “정부가 좀 더 깐깐해졌으면 좋겠어요.”김호경 kimhk@donga.com·조건희 기자}

내년 2월부터 계란 껍데기를 보면 밀집 사육된 닭이 낳았는지, 방사된 닭이 낳았는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내년 10월부터는 생리대 포장지를 보면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살충제 잔류 계란 사태와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계기로 정부가 내놓은 안전대책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2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열어 계란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안전관리를 강화한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현재 생산지역과 생산자(농장)만 적힌 계란 껍데기의 난각코드에 사육환경과 산란일자를 표시하도록 했다. 사육환경은 내년 2월부터 표시가 의무화된다. 세계적으로 처음 도입하는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는 농가의 준비 기간을 감안해 2019년 2월부터 시행한다. 사육환경은 난각코드 맨 끝자리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1번은 풀어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 △2번은 축사 내 평지에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 △3번은 유럽 수준의 사육밀도에서 키운 닭이 낳은 계란 △4번은 기존 사육밀도에서 낳은 계란을 뜻한다. 난각코드 맨 앞 네 자리는 계란을 채집한 날짜다. 닭의 사육환경 개선 방안도 추진된다. 1마리당 0.05m²로 A4용지 3분의 2 크기에 불과한 산란계 사육밀도를 유럽 수준인 마리당 0.075m²로 올리기로 했다. 사육밀도 기준은 내년에 새로 축산업을 하는 농가부터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산란계 농가 전체를 대상으로 살충제 사용 여부를 조사한다. 이어 2019년부터는 살충제 불법 사용 농가에 대해 축산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을 만들 방침이다. 또 친환경 인증기준을 강화하고, 친환경 인증심사원 시험에 응시할 때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에게 주는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계란의 유통 관리를 강화하고자 내년 4월 ‘식용란선별포장업’이 신설된다. 그간 영세상인이나 농가가 직접 손으로 불량 계란을 골라내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아 위생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식용란선별포장업체는 반드시 계란 자동 선별 및 세척 장비를 갖춰야 한다. 2019년부터는 식용란선별포장업체를 거친 계란만 가정용으로 유통할 수 있다. 또 내년 10월부터 생리대, 마스크 포장지를 보면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계기로 생리대와 마스크의 전(全)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최근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치약 가글액 살충제 등의 의약외품에 전 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생리대와 마스크는 예외였다.김호경 kimhk@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이르면 내년 7월부터 출산 전에 육아휴직을 미리 쓸 수 있게 되고, 임신 초기와 출산 직전에만 가능했던 단축근무를 2020년부터 임신 전(全) 기간 할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와 함께 이런 내용이 담긴 ‘여성 일자리 대책’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기준 56.2%인 여성고용률을 2022년까지 6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여성 고용률은 2012년 53.5%에서 지난해 56.2%로 5년 동안 2.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번 대책은 임신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15년 임신한 여성 근로자 15만 명 중 5만 명이 출산 전에 퇴직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은 출산 이후 쓸 수 있지만 앞으론 임신 기간 중 최대 10개월까지 육아휴직을 미리 쓸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 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현재 임신 초기(12주 이내)와 출산 직전(36주 이후)에만 하루 2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하지만 2020년부터는 임신 전 기간 단축근무가 가능하게 됐다. 출산 후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경우 최대 1년까지 가능한 단축근무 기간은 내년 하반기부터 2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육아휴직 4개월째부터 통상임금의 40%(50만∼100만 원)를 주는데, 이는 2019년부터 통상임금의 50%(70만∼120만 원)로 늘어난다.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를 현재 사흘에서 2022년까지 열흘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동일한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휴직할 때는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급여로 주는 ‘아빠육아휴직 보너스’ 상한액을 현행 150만 원(첫째 아이 기준)에서 200만 원으로 올린다. 비정규직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보장 방안도 담겼다. 기간제 근로자는 출산휴가 기간 중 계약이 끝나면 출산휴가 급여가 중단됐지만 내년부터 계약 기간이 끝나도 출산휴가 급여를 계속 지급한다. 육아휴직 조건은 근속 기간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완화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여성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유도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대상 기업을 2019년 전체 지방 공기업으로, 2022년 대기업 전체 계열사로 확대한다. 여성 일자리 대책 시행 여부를 감독하는 전담 근로감독관은 전국 47곳의 지방노동청마다 둘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당정 협의를 거쳤고 야당에서도 일·가정 양립과 양질의 여성 일자리 창출에 공감하고 있어 향후 법 개정이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 씨(31·여)는 지난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뒤부터 퇴근 후 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처음엔 과로와 수면 부족 때문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잠을 충분히 자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예전보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점이 이상했다. 김 씨는 병원에서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매일 호르몬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다. 김 씨처럼 잘 먹고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계속 피로하거나 유독 추위를 많이 탄다면 갑상샘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갑상샘은 우리 몸의 보일러로 불린다. 목 아래에 있는 갑상샘은 폭 2cm, 길이 5cm로 작지만 여기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체온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샘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이 갑상샘 기능 저하증이다.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해 생긴다. 한국 여성 100명 중 5명꼴로 나타난다. 특히 중년 여성이나 호르몬 변화가 심한 임신 전후에 자주 생긴다. 갑상샘 기능 저하증에 걸리면 보일러가 고장 난 집처럼 항상 추위를 느끼고 피곤하며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몸이 붓고 체중이 늘어난다. 소화불량, 변비, 생리불순, 불임 등도 생길 수 있다. 주된 원인은 ‘하시모토 갑상샘염’이다. 갑상샘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차츰 호르몬 생산기능을 잃어가는 질환이다.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를 받아야만 확인할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호르몬 보충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특별한 문제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해 동맥경화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심장질환이 나타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태아나 어린이는 갑상샘 호르몬이 부족하면 성장과 발육에 문제가 생긴다. 임신부는 반드시 산전 검사로 갑상샘 기능 검사를 받고 치료해야 한다. 갑상샘 호르몬은 너무 많이 만들어져도 문제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은 갑상샘 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경우 쉽게 지치고 체중이 빠진다.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한편 더위를 참기 힘들고, 땀이 많이 난다. 가슴 두근거림, 손발 떨림이 생기기도 한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흔한 건 ‘그레이브스병’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갑상샘에서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 질환이다. 갑상샘 기능 항진증 역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항갑상샘제를 1, 2개월간 매일 복용하면 운동능력과 체중을 회복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2년 이상 복용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완치가 가능하지만 평생 갑상샘 호르몬 보충요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한 뒤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내년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올해와 같은 5만6000명으로 정해졌다.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한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거나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않은 사업장에는 외국 인력 배정이 중단된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제25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18년도 외국인력 도입·운용 계획’ ‘고용허가제 불법체류·취업 방지방안’ ‘농업분야 외국인노동자 근로환경 개선방안’ 등을 확정했다. 내년 국내로 들어오는 비전문 외국인력 5만6000명 중 4만5000명은 신규 입국자다. 나머지 1100명은 국내에서 일한 뒤 출국했다 다시 입국하는 재입국자다. 올해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인력 규모와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일자리 잠식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규모다. 업종별로는 일손 부족이 가장 심각한 제조업에 4만2300명의 인력이 배정된다. △농축산업 5870명 △어업 2400명 △건설업 2390명 △서비스업 90명 등이다. 나머지 2000명은 기업의 신청 수요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배정한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 불법체류 단속을 강화한다. 불법체류자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단속 기간도 기존 20주에서 22주로, 단속인원은 340명에서 400명으로 늘린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적이 있는 사업주는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또 정부는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이 중단된다. 숙식비를 정해진 지침보다 과도하게 적게 주거나 외국어로 된 서면동의서 없이 숙식비를 사전 공제하는 경우도 인력배정이 중단된다.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열흘 동안 약 7만 명이 동의하는 등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18∼20일 법사위원 16명에게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찬반 의견을 물었다. 이번 개정안의 ‘운명’을 쥐고 있는 법사위 제2소위는 모두 10명이다.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은 반대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은 찬성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내 1명씩은 입장을 유보했다. 사실상 전원 합의로 운영되는 법사위 특성상 제2소위 통과 전망이 불투명한 셈이다. 법사위 전체로 보면 아직 찬반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유보 입장이 7명으로 가장 많고, 찬성과 반대가 각각 5명, 4명이었다. 찬성 의원들은 빈 교실을 활용하자는 ‘학교 안 어린이집’의 기본적인 취지에 공감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보육과 교육의 기능이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방안으로 빈 교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민간 또는 가정어린이집과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릴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며 “소관 부처에 관련 쟁점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를 요청했고, 법사위원들이 현장을 모를 수 있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했다. 백혜련 의원은 “빈 교실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현장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학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저출산 시대에 정부가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석 의원 역시 “학생 수가 줄면 유휴교실이 발생하니 활용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잘 협의할 수 있도록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어린이집 수요가 다른 지역 사정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반면 반대 의원들은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가 덜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민간어린이집 생존권을 위협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특히 이번 법안은 부처 간 협의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다르다. 학교가 보육에 적절한 환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당 주광덕 의원은 “민간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방안도 있는데 국공립어린이집 40% 확충이라는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즉흥 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찬성도, 반대도 아니고 일단 ‘유보’라고 밝힌 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지만 사실상 반대에 가깝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지역구에서 학교뿐 아니라 민간어린이집까지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찬반에 상관없이 의원 대다수가 “민간 어린이집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배경이다. 이미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법사위원들의 이런 태도는 법률안 체계 및 자구 심사를 하는 법사위의 월권이라는 해묵은 논란을 다시 부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학교장이나 어린이집 원장 등의 결집된 목소리가 보통 부모들의 여론을 앞서는 셈”이라며 “의원들은 조직화된 표를 먼저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눈치보기로 이번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개정안은 이미 22곳인 학교 안 어린이집에 법적 근거 만들어주고 필요하면 확충하겠다는 취지로 강제 조항이 아니다”라며 “교육계에서 오해하는 측면을 적극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앞으로 교육의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 의견 수렴에 주력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간 법안 취지를 자세히 설명할 자리가 없었다. 시도교육감과 학교, 민간어린이집 관계자를 만나 충분히 설명하고 만약 법이나 행정제도상 고쳐야 할 게 있으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우경임 woohaha@donga.com·김호경·최지선 기자}

한국인 암 발생률이 4년 연속 줄었다. 암 환자 생존율은 2년 연속 70%가 넘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21일 이런 내용의 ‘2015년 암 등록 통계’를 발표했다. 2015년 신규 암 환자는 21만4701명으로 2014년보다 1.9% 줄었다. 표준인구로 환산한 ‘연령표준화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75.8명으로 2012년(324명) 이후 4년 연속 감소 추세다. 2011∼2015년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로 2년 연속 70%를 넘겼다. 의학 발전과 조기 암 검진 확대 덕분이다. 5년 생존율은 암 환자가 일반인과 비교해 5년간 생존할 확률로 암 환자의 완치 기준이 된다. 생존율이 가장 높은 암은 갑상샘암(100.3%)이다.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갑상샘암 환자가 의료기관을 자주 찾고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 일반인보다 오히려 5년 생존율이 더 높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립샘암 94.1%, 유방암 92.3% 순이었다. 이 암들이 발병해도 5년간은 일반인만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2009년 이후 2014년까지 발병률 1위였던 갑상샘암은 2015년 3위(2만5029명)로 떨어졌다. 그 대신 한국인에게서 전통적으로 흔한 위암(2만9207명)과 대장암(2만6790명)이 1, 2위로 올랐다. 이는 수술이 필요 없는 갑상샘의 작은 종양까지 암으로 진단해 제거한다는 ‘과잉진단 논란’을 겪은 뒤 갑상샘암 진단이 신중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 암 환자는 줄었지만 췌장암 발병은 2014년보다 5.7% 늘었다.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0.8%로 가장 치명적인 암이다. 췌장은 우리 몸에 깊숙이 있고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암세포 발견이 어렵다. 기대수명(82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국민 3명 중 1명(35.3%)은 암에 걸린다. 다만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 유병자(암 진단 후 완치됐거나 현재 투병 중인 환자)가 늘고 있다. 1999년부터 집계한 암 유병자는 161만1487명으로 역대 최고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만 따지면 10명 중 1명이 암 유병자다. 암 생존자가 늘어나면서 복지부는 올 7월부터 암 생존자의 후유증을 관리하고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통합지지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