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등 빈교실 1756개 vs 158개… 교육부의 이상한 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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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어린이집으로 쓸 공간 별로 없다던 말 맞나

서울 중구의 A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어 3년 전 학급 한 개를 없앴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해 7월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빈 교실이 없다”고 답했다. 원래 학급 교실로 쓰던 공간을 방과후 돌봄교실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안 어린이집 확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은 934개였다. 지역별로는 광주 186개, 전남 159개, 경기 158개 순이었다. 교육부는 이를 근거로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사용할 빈 교실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자체 조사해 10일 발표한 경기지역 초등학교 빈 교실(유휴교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756개로 교육부 통계보다 11배 많았다. 불과 2개월 사이에 왜 이렇게 차이가 난 걸까. 이는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서로 다른 빈 교실 기준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사에서 빈 교실 기준을 ‘월 1회 또는 연 9회 미만 사용하는 교실’이라고 했다. 방과후 또는 주 1회 정도만 쓰는 교실도 이미 빈 교실이 아닌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학교 관리자와 행정직원, 학부모, 교수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려 전혀 사용하지 않는 교실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 중이어도 다른 용도로 전환 가능한 교실’까지 포함한 빈 교실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많은 학교가 학생 수가 줄어 빈 교실이 생기면 어떤 용도로든 활용하고 있어 완전히 비워 놓은 교실만 집계해서는 정확한 실태를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만약 이 기준을 다른 지역에 적용하면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은 훨씬 더 늘어난다. A초등학교처럼 방과후 돌봄교실로 사용하는 교실은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빈 교실이 아니지만 경기도교육청 기준을 적용하면 빈 교실로 볼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조사 기관, 방식에 따라 ‘고무줄 통계’가 된다”며 “학교장 사이에선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빈 교실 통계가 들쭉날쭉했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교육부가 외부 연구팀에 의뢰한 ‘유휴교실 실태분석 및 향후 사회변화 분석을 통한 활용 연구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지역 빈 교실은 670개였다. 전국적으로 5316개로 지난해 교육부 발표(934개)보다 약 5배 많았다.

전문가들은 빈 교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경기도교육청 빈 교실 조사를 맡은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같은 용도인 교실도 학교장마다 빈 교실인지 판단이 달랐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빈 교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기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교마다 시설, 구조, 교실 활용도가 크게 달라 통일된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각 초등학교의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려는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학교 빈 교실에 어린이집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학교 안 어린이집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초등학생과 어린이집 원아 간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린이집 전기·수도료도 지원할 계획이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2일 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 설치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고 현재 약 7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우경임 기자
#빈교실#초등학교#통계#교육부#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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