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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와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회장은 중국이 한국행을 시도한 탈북자는 심문 서류에 일반 탈북자와는 다른 색깔의 도장을 찍은 뒤 북송시켜 왔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이처럼 한국행 탈북자들에게 ‘죽음의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투쟁에서 우리는 지금 결정적인 순간에 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중국을 설득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일하지 못한다면 중국에 억류돼 있는 탈북자는 모두 죽게 될 것입니다.” 5일 오후 2시 40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하원 빌딩인 레이번 빌딩 2118호에서 열린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중국위원회(CECC)가 주최한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장. 증인으로 참석한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다급한 목소리로 탈북자 문제 해결에 국제사회가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숄티 대표는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탈북자들의 위기를 알기 시작했다. 중국이 이들을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야만적인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큰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국제사회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숄티 대표는 증언에 앞서 이날 준비해온 8쪽짜리 청문회 발언 원고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이 가운데 5쪽은 주성하 기자가 쓴 기사 세 건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특히 이들 기사 가운데 이날 청문회 참석자들이 눈을 떼지 못한 것은 2월 14일자 동아일보 A1면에 주 기자가 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께 보내는 편지’ 전문이었다. 당시 주 기자는 ‘탈북자 31명이 중국 공안에 잇따라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편지 형식의 기사를 통해 “탈북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후 주석뿐”이라고 호소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의 위급한 상황을 알린 첫 보도로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상하는 촉발제가 됐다.이 밖에 2월 11일자에 주 기자가 쓴 ‘아! 꽃동산’ 제목의 칼럼, 2월 22일자 ‘중국, 탈북자에 죽음의 낙인찍어 북송했다’ 기사도 영문으로 번역돼 참석자들에게 배포됐다.숄티 대표가 증언을 하는 동안 청문회장은 시종 숙연한 분위기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문회 원고에 있는 주 기자의 기사를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탈북자 모녀 한송화 조진혜 씨가 직접 겪은 고초를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한 씨는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 보위부로 넘겨지면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한다”며 “수갑과 쇠사슬에 묶여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개머리판으로 맞는다”고 했다. 그는 “수용소에서는 맨손으로 시신을 치우기도 했다”며 “썩은 물을 마셔 대장염에 걸렸다. 병이 나도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은 사람도 많았다”고 전했다. 딸 조 씨는 “여자로서 내가 겪은 것을 입을 열어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 갖가지 고문으로 정신을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그는 “보위부 요원들이 숨긴 돈을 찾는다며 여성들의 항문 자궁 등에 고무장갑 낀 손을 넣어 수색하기도 했다”며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소녀가 이 때문에 자궁 출혈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한 씨는 “미국은 그동안 수만 명의 난민을 받아줬지만 탈북자는 2004년 북한인권법이 의회에서 통과된 후 100명 정도밖에 받지 않았다”며 “미국이 받아주지 않으니 탈북자들이 한국을 택하고 있다. 미국이 나서서 북송을 강력히 저지하고 탈북자들을 받아 달라”고 호소했다. 조 씨는 “북한에서 미국은 철천지원수라고 배웠는데 숄티 대표 같은 분을 만나 너무 행복하다”며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위해 미국에서 서명한 10만 명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그레그 스카를라토이우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미국 정부는 유엔난민기구(UNHCR)에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라고 제의하고 중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도 1951년 난민협약을 지키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쿠마르 국장도 “미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탈북자 탄압을 즉각 중단하도록 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2시간 동안 열린 청문회에는 미 의회와 행정부 당국자 및 시민단체,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 내외신 기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의원 가운데는 크리스토퍼 스미스 CECC 위원장과 지한파 의원으로 분류되는 에드 로이스 하원 의원만 참석했다. 일부 의원 자리엔 보좌관이 대신 앉아 있기도 했다. 미 의회 청문회는 어떤 이슈를 의회 차원의 어젠다로 공식화하고 행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상징적 의미가 강해 의원들의 참석률은 대부분 저조하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졸업 연설을 하는 대학으로 123년 전통의 여대 바너드 칼리지를 선택하면서 뉴욕에 있는 한 대학은 웃었고 다른 한 대학은 울었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여심(女心) 잡기’ 전략 덕분에 ‘대통령 졸업연설’이라는 행운을 잡게 된 바너드 칼리지는 축제 분위기에 빠진 반면 3년째 ‘동문 오바마 모시기’를 추진했으나 올해도 실패한 컬럼비아대에서는 ‘왜 대통령은 모교를 외면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두 대학은 1902년부터 공동 커리큘럼을 운영해온 같은 재단 계열이어서 컬럼비아대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뉴욕타임스는 4일 보도했다. 당초 바너드 칼리지는 올해 5월 14일 거행되는 졸업식 연사로 뉴욕타임스의 최초 여성 편집국장 질 에이브럼슨을 선정했으나 1일 백악관 측으로부터 “대통령이 연설할 의향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교체했다. 미국의 7대 명문 여대 중 한 곳인 바너드 칼리지는 최근 3년 동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여배우 메릴 스트립,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담당자를 졸업 연사로 내세우며 여성의 권익 향상 메시지를 전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바너드 칼리지를 선택한 것은 최근 정치권에서 낙태 논쟁이 불붙는 상황에서 여성 표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종교기관의 피임약 보험 적용 의무화 정책을 발표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 자신의 건강보험 정책을 지지했다가 보수파 방송인 러시 림보에게 ‘창녀’라는 모욕을 당한 조지타운대 여학생 샌드라 플루크 씨에게 직접 위로 전화를 거는 등 낙태 이슈에서 진보적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이 하버드대 로스쿨 진학에 앞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1983년 졸업한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나서서 백악관에 졸업연설 요청 편지를 보내는 ‘POTUS(미 대통령을 의미) 프로젝트’까지 가동했으나 고배를 마셨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2009년 미셸 오바마 여사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채소밭을 가꾸겠다고 했을 때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미셸 여사는 ‘도시 빈민 흑인 어린이들에게 채소가 어떻게 재배돼 식탁에 오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1일 미국 워싱턴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퍼스트레이디 리더십’ 포럼이 열렸다. 2009∼2011년 미셸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수전 셰어 씨는 “미셸의 활동은 최초 흑인 대통령인 남편의 역할을 부각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며 “채소밭 프로젝트도 처음에는 건강 캠페인이 아닌 흑인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었다”고 전했다.이날 포럼에 참석한 네 명의 퍼스트레이디 비서실장들은 “영부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 남편을 ‘인간화(humanize)’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애니타 맥브라이드 씨는 “2003년 이라크 공격으로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백악관 회의에서 로라는 ‘(남편이 어려우면) 내가 돕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그리고 2004년 가을 뉴욕 공화당 행사 연설에서 “나는 남편이 밤에 잠도 못 자고 백악관 잔디밭을 서성거리며 이라크 공격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고 있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상당 부분 잠재웠다는 것.비서실장들은 “대통령 부인들의 리더십은 국가적 위기 때 국민을 위로하는 ‘어머니 리더십’”이라고도 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베스 에이벌 씨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사망 후 존슨 당시 부통령이 빨리 백악관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버드 여사는 ‘재키(재클린 여사)가 슬픔을 딛고 나올 때까지 백악관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 국민의 공감을 샀다”고 전했다. 비서실장들은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에 대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고 했다. 로라 여사는 2007년 모처럼 유명 디자이너 오스카 데 라 렌타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케네디센터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행사장에서 자신과 똑같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3명이나 발견하자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비서에게 다른 옷을 가져오라고 해 갈아입었다고 한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비서실장들이 함께한 퍼스트레이디들은 모두 남편인 대통령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비서실장들은 “국민이 사랑하는 퍼스트레이디들은 남편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세우고 활동영역을 찾는 데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사전 조치에 대한 확인이 없는 한 6자회담 재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제3차 북-미 고위급 회담 합의 사항과 관련된) 미국 성명은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즉각적인 조치들과 이 같은 조치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며 “북한이 이런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6자회담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6자회담이 재개되면 대북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을 우선 논의키로 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는 6자회담이 재개됐을 때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성명을 통해 1단계(step one)를 말했고, 북한은 1, 2, 3, 4, 5, 6, 7 단계를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성명은 ‘영변 핵활동 중단’이라고 표현한 반면 북한은 ‘우라늄 농축 중단’이라고만 발표한 차이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플루토늄 (중단) 부분도 합의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눌런드 대변인은 또 영변 핵시설만 IAEA 사찰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IAEA가 북한 내 모든 핵시설을 사찰하는 것을 원하지만 어제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밝혔듯이 이번 합의는 북한과의 대화의 길로 가는데 매우 작은 첫 단계”라고 말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일각에서 미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과 비핵화 조치를 연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번 합의는 ‘식량-핵 거래(food-for-nuke deal)’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이용호 외무성 부상의 방미 계획에 대해서는 “7∼9일 시러큐스대 맥스웰 스쿨의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미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면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을 규탄하는 시위가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디펜스포럼재단, 북한자유연합, 한미자유연맹, 버지니아한인회, 종교단체 회원 등 30여 명은 ‘중국은 강제북송 중단하라’ ‘중국은 탈북자들을 죽이고 있다’는 팻말을 들고 중국대사관 정문 앞을 수차례 행진하며 1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북송은 죽음’이라는 의미로 검은 관을 앞세우고 행진했으며 관 위에는 ‘중국의 북송정책 때문에 살해당한 북한인들’이라고 한글 중국어 영어로 쓰인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시위대는 중국 공안에 의해 두건이 씌어진 채 손이 묶여 끌려가는 탈북자들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또 북한에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의미로 붉은 테이프를 입에 붙이고 행진했다. 시위대는 행진 후 중국의 강제북송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낭독했다. 시위대와 중국대사관 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차 2대가 출동해 현장 주위를 계속 순찰했다. 대사관 측은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정문을 걸어 잠그고 후문으로 출입했다. 중국대사관이 위치한 인터내셔널 플레이스 거리는 대사관들이 몰려 있는 조용한 지역인데 이날 시위가 벌어지자 지나가던 차량과 행인들은 길을 멈추고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날 시위는 미국 언론들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날 시위를 조직한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는 “시위가 별다른 사전 예고 없이 열렸는데도 많은 사람이 참가했다”며 “미국 의회가 5일 청문회를 여는 등 최근 한국에서 중대 이슈로 부각된 탈북자 강제북송 위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20일 워싱턴 중국대사관과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휴스턴 등 5개 중국영사관 앞에서 일제히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에 본부를 둔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Liberty in North Korea)도 2일 오전 11시부터 4시간 동안 로스앤젤레스 중국영사관 앞에서 중국 당국의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내 친구를 구해주세요(save my friend)’ 시위를 벌였다. 링크 측은 “한국 교포가 아닌 미국인들, 특히 대학생이 많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고 밝혔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제 친구가 골수암으로 올 6월에 세상을 떠날지 모릅니다. 친구가 죽기 전에 꼭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있는데 7월에나 발매된다고 합니다. 마지막 선물로 친구에게 꼭 책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책을 구할 방법이 없을까요.” 미국 뉴욕에 사는 고등학생 콜턴 장 군(17)은 1월 친구 나추 바트나가 군(17)을 위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레딧’에 이 같은 메시지를 띄웠다. 골수암으로 올 6월을 넘기기 힘든 바트나가 군은 유명 소설가 해리 터틀더브의 역사소설 시리즈 ‘빨리 온 전쟁(The War That Came Early)’의 열렬한 독자. 총 6편으로 완결되는 이 시리즈는 현재 4편까지 발매됐다. 바트나가 군은 죽기 전에 5편을 읽는 것이 꿈이지만 5편은 7월에나 발매될 예정이었다. 바트나가 군은 터틀더브에게 5편을 볼 수 있겠느냐는 편지를 보냈지만 답은 없었다. 죽어가는 소년의 마지막 소망과 두 친구의 우정에 감동한 누리꾼들은 곧바로 책 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장 군의 메시지에 책을 수소문해 보겠다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터틀더브의 딸을 안다. 딸을 통해 책을 구해 보겠다’는 댓글도 있었고, 3명의 작가로부터 ‘터틀더브와 같은 출판사(델레이)에서 책을 내고 있다. 출판사에 부탁해 보겠다’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마침내 출판사와 연락이 닿았고 바트나가 군은 24일 아직 발매되지 않은 5편의 편집자용 복사본을 출판사 측으로부터 우송받았다. 장 군은 바트나가 군이 책을 선물받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더 큰 선물은 작가 타틀더브에게서 왔다. 터틀더브는 바트나가 군의 편지를 받지 못해 미안하다며 직접 그에게 전화를 걸어 시리즈의 결말을 미리 알려줬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감방 벽에는 탈북자들이 손톱으로 쓴 ‘여기서 죽고 싶지 않다’는 절규가 빼곡합니다. 처음 수용소에 들어와 일주일은 그거 읽는 데 정신이 팔려 북송될 처지라는 것도 잊곤 했습니다.”네 차례나 탈북과 북송을 거듭하며 중국 옌볜(延邊) 투먼(圖們) 수용소에 1년 3개월 넘게 억류됐던 조진혜 씨(25·여·사진)는 수용소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린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빨리 북송돼서 죽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2006년 11월 다섯 번째 탈북 때 베이징(北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진입해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 그는 미국으로 망명해 현재 워싱턴 근교 간병인 알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조 씨는 5일 미 의회의 중국 탈북자 강제북송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다. 2월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 씨는 “북한 보위부 군인들이 수용소에 자유롭게 출입했다”고 전했다. “북한 군인들은 중국 공안의 묵인하에 북송 전부터 수용소에서 신문을 시작합니다. 인터넷 사용자, 기독교 신자, 한국행 탈북자를 3대 중범죄인으로 분류해 모진 고문을 해댑니다.”조 씨는 수용소 간수들로부터 “너희들은 참나무 한 대 값밖에 안 되는 인간들”이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탈북자 한 명을 북한에 넘겨줄 때마다 북한 정부로부터 참나무 한 그루를 받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부터 북한 삼림이 급속하게 헐벗게 된 데에는 탈북자 급증이 중요 원인을 차지할 정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조 씨는 1996∼97년 아버지와 네 형제가 굶어죽자 11세 때인 1998년부터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탈북을 시도했다. 투먼수용소에 억류된 것은 2005년 네 번째 탈북에 실패해 북송되기 전이었다. 그는 “수용소에는 감시용 CCTV가 여성 화장실과 샤워실에까지 설치돼 있어 젊은 여성 탈북자가 샤워할 때면 간수들이 CCTV 모니터실에 모여 낄낄거리며 웃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회상했다. 탈북자들은 식사 때 나오는 물에 소금을 탄 멀건 배춧국에 질려 간수들에게 중국 군인들이 먹고 남긴 음식 찌꺼기라도 국에 넣어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조 씨는 2006년 탈북에 성공한 후 한국행을 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시 노무현 정권이 남한 정착 탈북자들에게 북한 인권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게 하는 분위기라고 해서 실망하고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미국에 도착한 조 씨는 그해 7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해 호소했다.“당시 제가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했던 말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을 막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생존을 향한 유일한 통로입니다. 그 통로를 막으면 혹독한 고문과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중국은 알면서도 방조하고 있습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위기와 관련해 미국 의회가 다음 달 5일 긴급 청문회를 연다.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ongressional-Executive Commission on China)’ 크리스토퍼 스미스 위원장(공화당 하원의원·뉴저지)은 27일 “북한에서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후 3대 멸족 지침을 내리면서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중국은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사형 위기에 처하는 것을 알면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위해 탈북자를 강제송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위원장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청문회에서 중국의 비인도적 행위와 강제송환의 법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위원회는 청문회에 앞서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을 비판하는 성명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청문회에서는 중국에서 네 차례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던 탈북자 조진혜 씨와 한송화 씨 모녀가 북송 후 북한에서 겪은 갖은 고문과 가혹행위를 증언할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는 미 의회에서 중국 문제를 전담하는 중국위원회가 개최하는 것으로 그동안 북한 관련 청문회가 주로 상하원 외교위원회 주최로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실태를 논의했던 것과 달리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는 데 집중적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탈북자 관련 미 의회 청문회는 2009년 북한인권주간에 맞춰 한 번 열린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강제북송 위기라는 직접적 현안을 주제로 긴급 소집된 적은 없었다. 한편 3월 1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가 주도하는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참가자들은 ‘탈북자 북송은 죽음’이라는 의미로 관(棺)을 들고 시위에 나선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대통령이 백악관 사진사가 찍은 가족사진을 선거캠페인에 사용해도 될까?’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캠페인 본부가 웹 사이트에 올린 대통령 가족사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 미셸 여사, 두 딸이 국민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인사용으로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다. 문제는 이 사진이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찍은 공식 사진이라는 것. 백악관 웹 사이트에 올라 있는 백악관 공식 사진들은 ‘정치적 상업적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어겼을 때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된다’는 경고 규정을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가족사진이 선거 웹 사이트에 올라오자 ABC방송이 처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이 사진을 거론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공사(公私) 구분이 잘 안되는 사람”이라며 공격했다. 논란이 일자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전임 대통령들도 재선 캠페인 웹 사이트나 안내책자에 백악관 공식 사진을 사용한 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통령이 임무 수행을 위해 찍은 사진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통령 오바마’와 ‘정치인 오바마’의 역할 규정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오바마 선거본부는 26일 웹 사이트에서 사진을 내렸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인 50.5%만이 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정부의 세원 감소는 앞으로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헤리티지재단이 23일 경고했다. 반면 주택, 식품, 의료, 실업수당 등 각종 형태의 연방정부 지원을 받는 사람은 5명 중 1명꼴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2012 정부의존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세를 내지 않은 사람은 1억5170만 명(49.5%·2009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 소득세 징수율이 85%였던 것에서 25년 만에 35%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것은 실업자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납부 기준에 미달하는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한편 정부의 징세 시스템이 느슨해지면서 각종 편법을 이용해 납부를 회피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헤리티지재단은 지적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 연방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사람은 67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1.8%(2010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식량카드(food stamp) 프로그램 수혜자는 4580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이며 정부가 지원하는 무료 휴대전화 서비스 사용 총액도 16억 달러에 이른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헤리티지재단의 빌 비치 박사와 패트릭 타이렐 박사는 “오바마 행정부 들어 실업자가 정부로부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간도 2년에 가까운 99주로 개정됐다. 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이 많아지고 정부 지원 수혜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정부 의존 성향을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세금 인상과 지원 프로그램 확대로 이어져 정부의 비대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린이 등장하는 시간이 좋아(Me Love You Lin Time).’ 전미아시아기자협회(AAJA)가 25일 미국 신문 방송 매체에 대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아시아계 프로농구(NBA) 선수 제러미 린(뉴욕 닉스)과 관련해 언론이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 문구 중 하나다. 뉴욕 닉스 팬들의 응원 피켓에 자주 등장하는 이 문구는 미국 언론이 거의 관용어구처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AAJA는 주어 자리에 목적격 ‘Me’를 쓰는 것은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으로 ‘아시아인은 영어가 서투르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켜 준다고 지적했다. AAJA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단어나 문구가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보도금지 권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언론단체가 특정인에 대한 보도를 계기로 보도금지 권고안을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스포츠 채널 ESPN은 ‘갑옷을 입은 칭크(chink in the armor·중국인을 가리키는 비속어)’라는 표현을 쓴 직원을 해고했다. AAJA는 LA레이커스의 유명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별명 ‘검은 독사’에 빗대 린을 ‘노란 독사’로 부르는 것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린이 소속팀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포천쿠키’로 부르거나 가라테 태권도 선수처럼 잘 뛰어오른다고 해서 ‘메뚜기 같다’는 표현도 아시아계 비하 의미로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칭크’와 ‘찢어진 눈’도 금지 목록에 포함됐다. 중계방송 진행자들이 린을 가리켜 ‘어떻게 (공을) 운전하는지 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도 아시아인들의 운전 실력을 비꼬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2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의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 직원이 한국인 고객을 상대하면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표현인 ‘치니토스(chinitos)’라는 문구를 영수증에 적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전 세계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에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 보내기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인권운동가인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DFF) 대표(53·사진)는 22일 워싱턴 사무실에서 만난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대사관에 보낼 서한 사본을 보여주며 “한국에서도 좀 더 활발한 송환 반대 운동이 벌어져야 한다”며 “이제 전 세계인이 합심해 중국의 탈북자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탈북자 정책은 국제협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폭력을 조장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도 결코 좋을 것이 없다”며 “중국 정부는 북한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실태를 조사하려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요청은 계속 거부하면서 북한 기관원들의 출입은 자유롭게 허용해 탈북자들과 이들을 돕는 중국 운동가들을 사살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방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탈북자 송환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탈북 여성의 80%가 인신매매와 원치 않는 임신의 희생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매년 탈북자들의 미 의회 증언을 주선해온 숄티 대표는 “증언을 접한 미국인들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버금가는 인권 유린이 지금 시대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정작 한국에서는 몇 년째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정치가 끼어드는 것이 웬 말이냐”며 “한국 내 좌파들도 북한인권법 반대를 그만둘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숄티 대표는 또 한국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문제를 공식 제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중국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 비밀리에 협상하지 말고 당당히 대표단을 보내야 중국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22일 “미국은 북한 인권과 난민, 망명지를 찾는 이들의 곤경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유엔인권이사회(UNHRC)와 UNHCR를 포함한 국제기구, 동북아 역내 국가들과 함께 북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사탄이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 오바마는 사이비 종교철학주의자- 국민이 이번 선거에 나서지 않으면 히틀러에게 침묵하는 것과 같다- 오바마는 인간보다 지구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공장에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의 돌풍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7일 콜로라도, 미주리, 미네소타에서 열린 ‘트리플 경선’에서 승리한 후 지지율이 급상승한 샌토럼은 28일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미시간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급진적이고 과격한 화법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샌토럼은 오히려 더 논란이 되는 발언을 구사해가며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22일 미시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디트로이트 프리프레스 여론조사에서 샌토럼은 37%의 지지율로 34%의 롬니를 3%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미시간 경선에서 롬니를 꺾으면 공화당의 경선 판도는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샌토럼의 기세가 10개 주에서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다음 달 6일 ‘슈퍼 화요일’까지 이어지면 롬니 대세론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아이오와 코커스 때 반짝 1등을 했으나 그 후 꼴찌 그룹에 머물던 샌토럼이 선두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것은 경제 문제보다 가족, 종교, 낙태 등 사회 이슈에서 강경 보수 방침을 고수하는 정책이 공화당 유권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보수주의자’ 사이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와 비슷한 시각을 견지했던 미셸 바크먼, 허먼 케인 등이 중도 포기하면서 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의 지지가 샌토럼에게 몰리고 있는 것. 사회 이슈에서 덜 보수적인 롬니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샌토럼을 지지하는 이유다.샌토럼이 과격 화법으로 구설에 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인 경제 이슈보다 자신의 보수적 철학과 사상을 강조하려다 보니 과장된 단어나 어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으면 “히틀러(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독재에 침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오바마의 종교적 믿음이 “사이비 종교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4년 전 한 대학의 연설에서 “미국이 (도덕적으로) 사탄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발언들은 강경 보수파들 사이에서 “속 시원하다” “할 말 다 한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며 샌토럼의 지지율을 올려주고 있다.하지만 그의 최대 약점은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강경 보수적 성향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수도 있지만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을 때는 승산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샌토럼이 강조하는 가족, 종교 같은 문제들이 본선 이슈로서는 경쟁력이 없으며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샌토럼의 과격 노선에 대해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모든 냄비에 닭고기를, 모든 차고에 자동차를.’ 1928년 허버트 후버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 제3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최고경영자(CEO) 출신이었던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당면과제였던 고실업, 금융 부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가져다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4년 후 미국을 대공황으로 내몬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후 미국에서는 CEO 출신 대통령이 한 명도 탄생하지 않은 것을 ‘후버의 저주(Hoover's Curse)’라고 부른다. 만약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후버 이후 처음으로 CEO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미국 온라인 시사매체 슬레이트는 롬니 후보가 벌써부터 후버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그가 실패한 CEO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후버의 교훈에서 배워야 한다고 20일 보도했다. 후버 전문가로 통하는 퓰리처상 수상 역사학자 데이비드 케네디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후버는 엔지니어의 머리를 가진 파워풀한 비즈니스맨이었지만 정치인으로는 ‘서툴렀다(artless)’”고 분석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버는 주경야독으로 스탠퍼드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지질학을 공부했다. 첨단 채굴 기술을 개발한 그는 40세가 되기도 전에 여러 회사 CEO를 거치며 400만 달러의 재산을 모은 후 재계에서 은퇴했다. 이후 상무장관을 지낸 그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당시 민주당의 앨 스미스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부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당시 그의 주장은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소속당인 공화당 내에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자신의 신념과 반하는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자유무역주의자였지만 당의 압력에 굴복해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스무트-홀리 법안에 서명했다. 또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실업자 구제를 위해 정부 공공기금을 투입하는 문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를 오락가락하다 적절한 투입 시기를 놓쳐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전문가들은 현재 롬니 후보가 공화당 내에서 확고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할 만한 정치적 철학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후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케네디 교수는 “효율과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CEO 리더십은 정치 시스템에서는 통하지 않으며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세론을 굳혀가는 듯했던 롬니 후보는 7일 ‘트리플 경선’ 전승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13일 발표된 지지율 조사 때만 해도 롬니 후보가 32%로 샌토럼 후보(30%)를 앞섰으나 19일 조사에선 28% 대 36%로 역전당한 상태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북서부 아이다호 북쪽 실버밸리 고등학교에서 지난달 23일 3개 광산업체가 참가하는 광원 취업 설명회가 열렸다. 학생 1000명도 안 되는 작은 고교에서 광산업체들이 취업설명회를 연 것은 이 지역에 있는 은 광산 덕분이다. 실버밸리 광산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은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은 수요가 크게 줄면서 폐쇄 직전까지 갔고 광원들은 도시를 떠났다. 그러나 최근 1년간 국제 은값이 온스당 45달러(약 5만원)를 넘나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면서 다시 광원이 되려는 발길이 급증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광산업체들은 고교 졸업 예정자들을 상대로 5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했다. 설명회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 자리를 메워 이 지역의 뜨거운 광원 취업 열기를 보여 줬다고 미국공영라디오(NPR)가 18일 전했다. 최근 국제 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표적인 ‘3D(기피)’ 업종으로 취급 받아온 광원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 광산업에 고용된 인력은 78만2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가 늘어 같은 기간 제조업 서비스업 고용 증가율 2%에 비해 월등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때 유령 도시처럼 변했던 광산에 다시 인력이 몰리면서 아이다호, 몬태나, 와이오밍, 네바다 등 로키산맥에 인접한 지역과 앨라스카 등은 미국의 ‘붐 타운(boom town)’으로 불리고 있다. ‘제2의 골드러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인구 2만여 명의 실버밸리의 경우 광산 호황으로 건설, 서비스업 등 주변 산업까지 살아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1500여 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최근 광산에 몰려드는 인력은 10, 20대 신참 광원이 대부분이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고교 졸업생들이 주요 대상이다. 젊은이들이 광원 취업에 몰리는 것은 높은 급여 수준 때문이다. 광산업체들은 4만∼5만 달러(약 4500만∼5600만 원)의 신입 연봉을 제시하고 있으며 5년 정도의 경력을 채우면 7만 달러(약 7885만 원)의 연봉을 약속하고 있어 웬만한 화이트칼라 직종보다 낫다는 평을 듣고 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영국 최대 로펌이자 세계 3위 로펌인 ‘클리퍼드 챈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법무부에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을 해 달라는 예비신청을 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신청은 한국 법률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로펌 가운데 정부에 승인을 신청한 첫 사례로 현재 법무부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 로펌의 한국 진출 움직임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7월 발효되고 한미 FTA 발효도 임박함에 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다국적 로펌, “가자! 한국으로.” 외국 로펌은 정부로부터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을 받은 후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아야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 클리퍼드 챈스는 앞으로 2∼4개월에 걸친 예비심사 기간에 외국법자문사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와 신청서류를 심사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1개월 정도 걸리는 정식심사를 받아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클리퍼드 챈스 외에도 영국과 미국계 로펌 10여 곳이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다국적 로펌 ‘맥더모트 윌 앤드 에머리’는 15일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미국계 대형 로펌들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로펌들은 “이제 토종과 외국 로펌 간에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국적 로펌들이 2000∼3000명의 대규모 변호인단과 세계 주요 거점도시에 지점을 갖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밀고 들어오면 연간 2조 원대인 국내 법률시장도 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1위인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국내 대형 로펌들도 현재 400∼500명 선인 소속 변호사 수를 더 늘리고 있다. 외국 로펌이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법률자문과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FTA 발효 후 5년 지나면 전면 개방 국내 법률시장은 FTA를 체결한 국가에 한해 개방된다. 현재까지 한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EU와 미국,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 인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7곳이다. 이 가운데 칠레와 싱가포르는 법률시장 개방 내용이 FTA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인도와 EFTA는 1단계 개방만 하기로 협약을 맺었지만 아직 국내에 들어온 로펌이 없다. 아세안도 2단계 개방이 협정에 있지만 국내에 진출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국내 법률시장 진출은 EU와 미국계 다국적 대형 로펌들이 주 대상이 된다. 국내 법률시장 개방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FTA가 발효돼도 3단계에 걸쳐 개방하도록 돼 있다. FTA 발효 이후 2년간 진행되는 1단계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지만 업무는 외국법 자문에 국한된다. 1단계 이후 3년간 지속되는 2단계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은 국내법과 외국법이 혼재된 제한된 영역에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1, 2 단계 개방 모두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어 국내 송무를 대리할 수 없다. 협정 발효 후 만 5년이 지난 시점부터 개시되는 3단계는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송무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전면 개방으로 이어진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미국과 북한의 제3차 고위급 대화가 2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대표단이 23일 베이징에서 만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대화 재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양국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 동의 및 미국의 대북 영양지원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마이크 해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 대행은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로버트 킹 북한인권대사가 미국 대표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식량지원은) 이번 대화의 주요 초점은 아니다”고 말했다.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7월 미국 뉴욕과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1, 2차 고위급 회담을 갖고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논의했으며 12월 22일 베이징에서 제3차 고위급 대화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김 위원장 사망으로 취소됐다.김정은 체제 출범 후 처음 열리는 이번 회담은 북한 새 지도부의 핵문제 해결 의지를 가늠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활동을 동결하고 이를 감시할 국제사회의 사찰단을 받아들이라는 미국 등의 ‘비핵화 사전조치’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그럴 의사를 나타낸다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 협상의 진전이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힌 북한이 식량 지원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6자회담 재개의 동력이 사그라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누가 미국의 리더십이 저물고 있다고 말하는가. 미국이 없다면 세계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신작 ‘미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America Made)’가 전환기 미국 리더십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14일 발간 예정으로 아직 전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포린폴리시 등 주요 언론이 내용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케이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현재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선거캠프에서 외교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외교정책 입안을 총괄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외교정책 자문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아내 빅토리아 뉼런드는 클린턴 장관이 지휘하는 국무부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특히 이 책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뉴리퍼블릭이라는 보수 매체에 13쪽에 걸쳐 소개된 요약본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내용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고 측근들과 책 내용에 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강조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 대목이 책의 중심사상과 일맥상통한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PBS와의 인터뷰에서 케이건의 저서를 가리키며 “대통령의 외교적 비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 책은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미국의 영향력 퇴조에 대해 “미국의 군사 정치 경제적 리더십은 쇠퇴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는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이다.케이건은 우선 미국이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하긴 했지만 절대 권력을 휘두른 적이 없으므로 과거가 ‘미국의 세기’였다고 보는 시각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즉 절대파워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늘 시대적으로 옛 소련, 일본, 중국 등과 대결해가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이어 케이건은 미국이 이렇게 경쟁국들과 싸워가면서 만든 세계질서가 평화적이고 영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민주적 정치제도, 자유시장경제, 반보호무역주의 등의 가치 속에서 세계가 큰 전쟁 없이 평화적 시대를 구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파워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이 만든 평화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위험을 세계가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의 내용도 화제지만, 네오콘 이론가 출신인 케이건의 주장이 오바마 백악관에서도 공감을 얻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공화 민주 양당의 시각이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케이건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정책에 관한 한 공화 민주 진영의 시각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타임지 최근호는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미국의 역할이라는 ‘빅 아이디어’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결국은 엇비슷한 외교 인력 풀과 사상들이 겹치는 ‘스몰 월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성추문의 주인공이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불꽃이 튀면서 서로에게 끌린 것으로 드러났다.클린턴 전 대통령 측근들은 그의 재임 기간 내내 여성 편력에 대해 크게 걱정했으며 측근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20일 미국과 영국에서 방송될 예정이라고 11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클린턴의 핵심 선거참모였던 딕 모리스는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에 관한 증거가 공개되기 직전 클린턴이 전화해서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 몸가짐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나약해져서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당시 백악관 법률전문가였던 켄 곰리 교수는 대통령과 르윈스키가 “처음 만난 순간 불꽃이 튀었다”고 증언했다. 1970년대 중반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 선거에 나섰을 때 선거운동을 했던 한 캠프 관계자는 “클린턴을 만나고 싶다며 선거 사무실로 찾아온 여성을 자신이 하루에 25명이나 만나야 했던 경험도 있다”고 기억했다.클린턴의 주지사 시절 보좌관이었던 베시 라이트는 “클린턴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여자친구 목록’을 만들어 제출하기까지 했다”며 “훗날 클린턴이 르윈스키와 스캔들에 관해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한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도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받았던 충격을 언급하며 “클린턴은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어리석었다”고 말했다.아칸소 주에서 클린턴과 함께 일하며 혼외 관계를 맺었던 마리아 크라이더라는 여성은 “클린턴에게는 여자들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있었다”면서 그에게 끌리는 여성은 “말 그대로 마치 꿀단지에 몰려드는 파리 같았다”고 묘사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는 나라를 망치고 있다. 보수를 위한, 보수에 의한, 보수의 미국을 건설하자.” 11일 미국보수연합(ACU)의 연례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폐막연설에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이렇게 외치자 참석자들은 “더 이상 4년은 안 된다”고 합창하며 올해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9∼11일 워싱턴 메리엇워드먼 호텔에서 열린 CPAC 39차 총회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2만6000여 명의 보수주의자가 미국 전역에서 집결했다. ‘보수의 부흥’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올해 총회에는 40%가 대학생 참가자였을 정도로 특히 젊은층의 열기가 뜨거웠다. 자신을 ‘젊은 보수주의자(Young Republican)’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이들은 미국이 다시 1등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가족, 자유경쟁, 정부간섭 최소화 같은 보수적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의 상징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포스터가 내걸린 행사장에서는 ‘하버드대 법대 출신 대통령(오바마)의 헌법 무시하기’ 같은 도발적 제목의 콘퍼런스들이 여러 곳에서 열리고 보수 인사들이 직접 미국 초기 대통령들로 분장하고 나와 보수의 이념을 설파하는 등 흥미로운 행사들로 채워졌다. 치열한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은 10일 2시간 간격으로 연단에 등장했다. 선두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6분 연설 동안 ‘보수’라는 단어를 30회나 언급하며 자신을 ‘맹렬한 보수주의자(severely conservative)’라고 말해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샀다. 상승세를 보이는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주 상원의원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연단에 올라 “보수성이 약한 롬니 후보가 승리하면 ‘공허한 승리’가 될 것”이라며 “가족, 종교 등 보수의 가치로 무장한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UPS 등 미국 운송업체들은 수백만 건의 소포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데 정부는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의 위치를 추적하지 못한다”며 오바마의 이민정책을 비판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 등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 포기한 후보들도 모두 참석해 올해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미모의 여성 보수 논객 앤 쿨터는 반(反)월가 시위대의 ‘우리는 99%’ 슬로건에 빗대 “미국의 1%가 여기 다 모였다”며 “진보는 반짝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해 빛을 발할지는 모르지만 보수의 이념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리에 남아 미국을 지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10여 명의 반(反)월가 시위대가 행사장에 등장해 침묵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자 10여 분 만에 자진 해산했다. 행사장 복도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각자 지지하는 공화당 경선 후보는 달랐지만 누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든 보수의 기치 아래 그를 지지하겠다며 결속감을 과시했다. 뉴욕주립대에 다니는 케빈 맥첨스키 씨(23)는 “롬니를 지지하지만 샌토럼이 후보로 결정돼도 그를 지지할 것”이라며 “샌토럼이 롬니의 부통령 후보가 된다면 환상의 콤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 기간 동안 진행된 스트로폴(비공식 경선)에서는 롬니가 38%로 샌토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롬니는 11일 열린 메인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론 폴(36%), 샌토럼(18%), 깅리치(6%)를 누르고 승리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