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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LG와 함께하는 제7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피아노부문) 본선대회에 참가할 20개국 60명이 결정됐다. 23,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9층에서 열린 DVD 예비심사에는 피아니스트 한동일(순천대 석좌교수) 신수정(서울대 초빙교수) 이경숙(연세대 명예교수) 문익주(서울대 교수) 김대진 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5명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심사위원들은 25개국 140명의 지원자가 제출한 연주 DVD 영상을 보며 각기 출전 가능하다고 판단한 지원자에게 1점씩을 주는 방식(5점 만점)으로 채점해 예비심사 합격자를 가렸다. 합격자 60명 중에는 한국인이 1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인이 9명, 러시아인 8명, 중국인 7명, 일본인 4명 순이었다. 신 교수는 “올해 피아노 부문에서만 세 번째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성가가 국내외에 알려진 때문인지 예비심사 참가자들의 기량이 대체로 고르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예비심사 합격자 60명은 2011년 4월 12∼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본선대회에 참가한다. 올해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예비심사 결과는 27일 개별 통보하며 콩쿠르 홈페이지(www.seoulcompetition.com)에도 공지한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사진)은 교구 주간 소식지인 서울주보를 통해 고통과 시련이 오더라도 희망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의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신년 메시지를 23일 밝혔다. 정 추기경은 잠언 3장 13절 ‘행복하여라, 지혜를 찾은 사람! 행복하여라, 슬기를 얻은 사람’이라는 구절을 앞세운 신년 메시지에서 “세상에는 흑색이나 백색만 있지 않고 형형색색(形形色色)이 존재한다. 당연한 진리이지만 세상을 흑백으로만 판단할 때 공동체는 화를 부르고 불행해진다”며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하느님만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롭고 슬기로운 사람이다. 우리 국민이 모두 다 함께 새해에는 더 많은 지혜와 슬기를 갖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더 밝고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우리는 많은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도 잘 견뎠다”고 2010년을 돌아보면서 “진정한 행복은 모든 이가 다 함께 평화를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이가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지혜와 슬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떠올리며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지만, 막상 그곳을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평화로운 풍경이 아니었다. 올해 9월,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이었다. 예루살렘에서 8km 떨어진 베들레헴은 무슬림 지역인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 속해 있다. 도시 바로 앞에는 유대인 거주지역과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을 가르는 장벽이 쳐져 있다. 높고 육중한 회색 담장과 이중 장벽으로 이루어진 검문소는 ‘철옹성’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무장 군인이 버스에 올라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일일이 여권을 들여다보았다. 장벽을 지나면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언덕이 베들레헴이다. 인류의 정신사와 현실 역사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주인공의 탄생지에 왔다는 감상과 함께, 어린 시절부터 많은 기쁨을 주었던 성탄절의 고향이라는 생각도 머리를 스쳤다. 베들레헴 시내 예수탄생교회의 제단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면 각 종파가 소유한 11개의 은제 램프가 있다. 예수 탄생 장소의 표식도 종파에 따라 몇 걸음씩 다른 장소에 있다. 긴 역사가 흐르는 동안 여러 종파가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 짜낸 지혜의 결과일 것이다. 교회 앞의 널따란 광장은 성탄이 다가오면 세계 각국의 중계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장벽을 통과하면서 머릿속에선 한 가지 질문이 지워지지 않았다. 세계의 정신적 지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존재의 탄생지 바로 앞에 문명 사이의 충돌을 나타내는 거대한 장벽이 있다는 것은 전능자의 어떤 뜻이 작용한 결과일까. 감히 그 큰 뜻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인류는 어떤 몰이해와 갈등 속에서도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그곳에서 기자는 고국을 생각했다. 한때 세계의 변방이었던 한반도는 묘하게도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혜택을 누리며 번영하는 국가와 기묘하게 변형된 스탈린주의 국가가 대치하며 세계 정치사의 모순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땅이 되었다. 검문을 거치면 통과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장벽과 달리 이 땅의 장벽은 이산(離散)의 철옹성이 되고 말았다. 한반도에 그어진 장벽 또한 전지자의 뜻을 나타낸다면 그것은 무슨 뜻일까. 새해에는 세계의 오랜 분쟁지역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년 8월 서울에서는 유대인과 아랍인 단원들로 구성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가 내한공연을 갖는다.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인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가 1999년 문명 간 공존과 평화를 호소하기 위해 창립한 관현악단이다. 이들은 나흘 동안 베토벤 교향곡 9곡 전곡을 공연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펼친다. 마지막에 연주할 곡은 “환희여, 너의 마법은 관습이 준엄하게 갈라놓았던 것을 한데 묶는다…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며 인류의 하나됨을 호소하는 9번 교향곡 ‘합창’이다. 이 악단에도 세계의 가장 첨예한 분쟁지역으로 부각돼온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먼 길을 오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이들의 연주가 북녘에도 울려 퍼질 수 있다면 어떨까. 북에 가기가 용이하지 않다면 북쪽이 바라보이는 휴전선 인근에서의 연주라도 추진됐으면 싶다. 세계인이 그 연주 장면을 본다면, 그것은 한 분쟁지역에서 다른 분쟁지역으로 찾아온 음악가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관습과 이념, 체제의 모든 장벽을 허물기 바라는 인류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다.유윤종 문화부 차장 gustav@donga.com}

2011년 클래식 공연계엔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세계 정상급 관현악단 내한 러시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행사 규모와 출연진의 명성 양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이스라엘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 8월 10∼14일 나흘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베토벤 교향곡 9곡 전곡을 연주한다.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라는 가사의 9번 ‘합창교향곡’으로 장엄하게 막을 내리는 인류애의 제전을 펼친다. 교향악계 ‘전통의 강자’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15, 16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3월 7, 8일) 콘서트도 팬들을 기다린다. 스타급 솔리스트들의 관현악 협연 무대도 풍성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11월 8,9일 내한 무대를 갖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는 12월 3일 콘서트를 여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길고 육중한 무대를 꾸미기로 유명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촙스키는 5월 8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두 곡에 다른 레퍼토리까지 추가한 무대를 마련한다. 협연악단 미정.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5월 7일 원전(原典)연주의 명가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과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를 갖는다. 명인들의 솔로무대로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2월 23일) 머리 페라이어(10월 29일) 예브게니 키신(11월 17일) 랑랑(11∼12월 중),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5월 3일)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4월 27일)의 리사이틀이 기대를 모은다. 올해 탄생 150주년과 함께 점화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연주 열기도 내년 사망 100주년을 맞아 한층 뜨겁게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신익 상임지휘자가 지휘하는 KBS 교향악단 등이 ‘1000명의 교향곡’으로 알려진 교향곡 8번을 비롯한 주요 작품을 연주한다. 무용계도 갖가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첫 도전은 올해 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의 1월 29, 30일 창단공연 ‘블랙박스’가 장식한다. 이 무용단은 8월 6, 7일 홍승엽 예술감독의 신작, 11월 5, 6일 프랑스 안무가 조엘 부비에의 신작을 연달아 무대에 올린다. 국립발레단은 2월 24∼27일 고전발레 ‘지젤’을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이탈리아에서 무대와 의상을 제작해 낭만주의 발레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10월 27∼30일 9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장크리스토프 마요의 모던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연주를 맡아 전막공연으로는 처음으로 협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6월 9∼12일 ‘디스 이즈 모던’에서 세계적 현대무용 안무가 지리 킬리안의 ‘Petit Mort’와 ‘Six dances’, 안무가 허용순 씨의 ‘This is your life’를 무대에 올린다. 킬리안의 두 작품은 모두 국내 초연. 고전발레 ‘돈키호테’(3월 25∼29일) 드라마발레 ‘오네긴’(11월 12∼17일)도 기대를 모은다. 해외 내한공연 중에서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중국 중앙국립발레단 ‘홍등’(9월 17∼18일),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의 신작 ‘버티컬 로드’(9월 30일∼10월 1일)가 눈길을 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번 펼쳐든 악보는 좀처럼 다음 악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거기, 느려지잖아.” “리타르단도(점점 느리게) 아닌가요?” “리타르단도가 너무 강해서 그러지.” “지난번 거기, 음량 괜찮아요?” “서로 느끼면서 가야 하는데, 아직 아닌 거 같아.” 14일 서울 서초동의 연습실. 20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공연하는 현악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 씨(25)가 가세한 연습 작품은 슈만의 피아노 5중주곡 E플랫 장조. 8일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 창립 19년 기념음악회 연주곡으로 이미 선보인 레퍼토리다. 엿새 전 연주한 작품에 그리도 보완할 게 많을까. “오늘은 아주 ‘부드럽게’ 한 거예요. 고칠 점이야 무궁무진하게 나오죠.” 리더 김재영 씨(바이올린)의 말. 이들의 연습은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난상토론에 가깝다. ‘너무 민주적’이라고 했더니 김 씨는 “안 그러면 이상하죠!”라고 했다. 노부스 콰르텟은 김재영 씨 주도로 2007년 창단됐다. 그가 일찍이 점찍어둔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배 김영욱 씨(21·바이올린)에게 4중주 활동을 제안했고, 연주의 컬러가 잘 맞아드는 두 사람을 끌어들였다. 첼리스트 문웅휘 씨(22)도 창단 멤버. 뒤이어 비올리스트 이승원 씨(20)가 가세했다. 창단 이듬해 이들은 일본 오사카 실내악콩쿠르 3위에 오르며 한국팀 최초의 해외 실내악 콩쿠르 결선 입상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리옹 콩쿠르 3위에 올라 도약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개인 경력 쌓기에도 숨찬 20대 연주가들에게 실내악은 무엇일까. 문 씨는 “솔로 연주만 하면 예술적 기술적으로 한쪽에 치우치기 쉽다. 여럿이 화음을 맞추다 보면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네 단원 중 김재영 이승원 씨가 독일에, 나머지 둘은 한국에서 학업을 잇고 있어 함께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최근 좋은 소식이 생겼다. 내년부터 독일 뮌헨음대 실내악과정에 나란히 다니게 된 것. 언제까지 함께 활동할지 묻자 리더 김 씨는 “끝까지”라고 했다. 세계적 현악4중주단인 하겐 4중주단이나 아마데우스 4중주단 같은 걸 꿈꾸느냐고 했더니 넷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모아 “예!”라고 했다. 네 사람과 마찬가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피아니스트 김태형 씨는 “연습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지난주 이 팀과 협연한 뒤 일요일엔 베토벤 협주곡 ‘황제’를 교향악단과 협연했는데, 집에서 혼자 연습하다 보니 5중주 연습 생각이 자꾸만 나더라고요.” 20일 연주회에선 슈만의 피아노 5중주곡 외에 현악 4중주 3번, 피아노곡 ‘어린이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 편곡판을 연주한다. 올해 슈만 탄생 200주년을 마감하는 연주회다. 3만5000원. 02-6372-3242, 1544-1887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이정화 씨 19일 바이올린 독주회바이올리니스트 이정화 씨(사진)가 1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피아니스트 박유나 씨 협연으로 1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e단조 K304,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2번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극한의 기교를 요구하는 타르티니 소나타 ‘악마의 트릴’, 사라사테 ‘서주와 타란텔라’를 연주한다. 이 씨는 고교 재학 중 오스트리아에 유학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를 졸업했다. 2만 원. 02-3436-5929윤효간 씨 24일부터 피아노 콘서트대중음악 피아니스트 윤효간 씨(사진)가 24∼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피아노와 이빨’ 콘서트를 연다. 비틀스, 퀸, 레드제플린의 히트곡과 한국 동요 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연주와 노래를 함께 펼치는 콘서트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국제홍보위원을 맡고 있는 윤 씨는 지난해 30일간 호주 투어, 올해 65일간 중국 투어를 펼치기도 했다. 오후 8시(26일 오후 5시). 27, 28일 공연 없음. 3만∼7만 원. 1544-1555연극 ‘빈방 있습니까’ 30년 연속 무대 개신교인 극단 증언의 성탄절 단골 연극 ‘빈방 있습니까’가 30년 연속 무대에 오른다. 연출가 최종률 씨가 미국 신문에 실린 짤막한 칼럼을 읽고 영감을 얻어 쓴 이 창작극은 1981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성탄절마다 공연됐다. 한 교회 고등부 연극반 학생들이 예수의 탄생을 크리스마스 연극으로 준비하다 정신지체아 덕구를 출연시키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의 드라마. 초연부터 덕구 역을 맡아온 배우 박재련 씨가 올해도 무대에 선다. 16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 8000∼2만 원. 02-3143-7709‘이매방 전통춤’ 26일 무대올라 ‘외길인생 우봉 이매방 전통춤’ 공연이 26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이매방 옹(83)이 직접 승무와 입춤, 살풀이춤을 추고 우봉 이매방 전통춤 보존회와 이 옹의 제자들도 함께 출연한다. 검무, 장검무, 삼고무 등 이 옹이 직접 창작한 작품을 포함해 10개 작품을 선보인다. 3만∼5만 원. 02-704-6420}

《‘울려라 기쁜 종(鐘) 소리여, 흰 눈 저 너머. 해는 이미 저무노니, 이 해(年)를 울려 보내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을 울려 맞으라.’(앨프리드 테니슨, ‘울려라 힘찬 종이여’) 연초의 결심을 회상하며 인생의 좌표를 돌아보는 12월. 흐트러졌던 마음을 클래식 콘서트와 함께 다잡으며 한 해를 정리하면 어떨까. 송년 단골 레퍼토리인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무대가 올해도 풍성하다. 영롱한 하프, 흥겨운 국악, 발레와 함께하는 무대까지, 다양한 색깔의 송년 콘서트도 마련됐다.》○ 무대와 객석에서 울려 퍼지는 합창 복음서를 바탕으로 인류 구원의 메시지를 담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장려한 곡상과 규모로 비(非)신앙인에게도 가슴 뻐근한 감동을 전해주는 ‘연말 레퍼토리 1순위’ 작품. 서울시합창단이 7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메시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전 32곡 중 2부 끝 곡인 ‘할렐루야’를 관객 400명이 함께 노래하는 것.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등 4개 파트마다 각각 100명이 참여하며 참여를 원하는 관객은 ‘싱어롱 이벤트 좌석’을 구매하면 된다. 오세종 단장이 지휘하는 서울시합창단과 캄머오케스터 서울, 소프라노 오은경, 알토 류현수, 테너 이원준, 베이스 정상천 씨가 협연한다. 1만∼5만 원. 02-399-1114∼6 국립합창단도 1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메시아’ 전곡 연주회를 연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과 소프라노 김방술, 알토 정수연, 테너 이원준, 베이스 정록기 씨가 협연한다. 여성 지휘자 김선아 씨가 객원지휘한다. 1만∼3만 원. 02-587-8111 베토벤 ‘합창교향곡’은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는 실러의 시 구절 ‘환희에의 송가’에 맞춰 이상주의적 인류애의 분출을 마음껏 표현해 역시 한 해를 돌아보기 좋은 작품. 서울 예술의전당 ‘베토벤 사이클’ 마지막 공연으로 김대진 지휘 수원시향이 9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이 곡을 올린다. 그란데오페라합창단과 소프라노 신지화, 알토 양송미, 테너 최상호, 베이스 양희준 씨가 협연한다. 2만∼4만 원. 02-580-1300. 정명훈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도 2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합창교향곡’을 연주한다. 1만∼10만 원. 1588-1210○ 하프로… 국악으로… 발레로… 옥구슬이 구르는 듯, 샘물이 솟는 듯 영롱한 하프 음색으로 꾸미는 송년 콘서트도 열린다. 하피스트 곽정 씨가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제아동돕기연합과 함께 여는 송년음악회 ‘셰어링 러브(Sharing Love·사랑나누기)’. 공연 수익금 전액을 중증 지체장애 아동 60여 명이 생활하는 ‘한사랑장애영아원’ 아이들 수술비로 지원한다. 박상현 씨가 지휘하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하프 연주단 ‘하피데이 앙상블’, 플루티스트 이소영 한지희 씨 협연으로 엘가 ‘사랑의 인사’, 모차르트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영화 ‘시네마 천국’ 주제음악 등을 연주한다. 3만∼10만 원. 02-780-5054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16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국악관현악으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주하는 성탄음악회를 연다. 북한에서 ‘소해금’을 연마한 연주가 박성진 씨가 협연해 ‘징글벨록’ 등을 연주하고 플루티스트 송솔나무 씨가 ‘소나무’ ‘동방박사’ 등을 협연한다. 1만∼2만 원. 02-399-1114∼6 공연장에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새해를 맞는 서울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도 예년과 다름없이 열린다. 31일 오후 9시 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서현석 지휘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클라라 주미 강, 첼리스트 송영훈 씨 등이 출연해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 변주곡’ 등을 연주한다. 발레리나 김주원 씨와 발레리노 김현웅 씨가 출연하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와 아당의 ‘지젤’ 하이라이트 무대가 눈길을 끈다. 3만∼7만 원. 02-580-130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이 이어지면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역사적 사건 중 하나가 1938년 뮌헨협정이다. 독일의 히틀러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이 체결한 이 협정은 독일이 체코의 독일인 거주지역인 주데텐을 합병하도록 규정했다. 이 협정은 오늘날 ‘양보로 전쟁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우는 데 인용된다. 그러나 이 협정이 가르치는 교훈은 또 하나 있다. ‘원칙이 없는 합의는 근사해 보여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뮌헨협정 체결 과정에서 히틀러는 더는 영토적 야심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체코 전체 합병에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영국과 프랑스도 주데텐 독일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합리적으로’ 물러선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이 근사한 협상에는 원칙이 결여됐다. 독일이 멈추도록 기대했을 뿐 어떤 원칙에 따라 멈추어야 할지에 대한 숙고도, 철학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독일은 이듬해 체코 전체를 보호령으로 병합했고, 이는 ‘폴란드를 침공해도 연합국이 제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판단으로 이어져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다. 최근 기자의 책상에 도착한 인상 깊은 책으로 ‘고려 실용외교의 중심 서희’(서해문집)가 있다.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이 쓴 ‘서희의 협상 리더십’ 장은 서희의 외교술이 탁월했을 뿐 아니라 협상상대였던 거란의 소손녕도 ‘상대방의 화술에 눌려 땅을 내준 얼빠진 외교관’이 아닌, 현실감각과 협상력을 갖춘 인물이었음을 알려준다. 소손녕은 고려 공격 이유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고려가 (거란 연고지인) 고구려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과 ‘송나라를 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조건(송나라를 섬기지 말 것)과 함께 협상할 수 있는 부가조건(영토문제)을 제시해 상대가 핵심조건을 수용할 길을 열어놓았다. 결과적으로 거란은 ‘고려와의 통교’라는, 고려는 ‘영토문제 해결’이라는 분명한 수확을 얻었다. 미봉책이 자리 잡을 틈은 없었다. 최근 KBS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의 협상과정을 위 사례들과 비교해본다. 6월 처음 이사회에 상정된 안은 광고를 전면 폐지하고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6500원으로 올리는 안, 2TV의 광고를 20% 축소하고 수신료를 4600원으로 올리는 안 등 두 가지였다. 이후 야당 추천 이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협상 과정에서 ‘광고 축소’는 흐지부지됐다. 여당 추천 이사들마저 광고 현행 유지를 기정사실화한 채 양측이 인상폭만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다. ‘공영방송이 광고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구조조정 노력 없이 공영성 제고에 시청자의 부담만 요구할 수 있는가’ 같은 근본 철학과 원칙은 일찌감치 휘발되어버렸다. 이후 KBS가 수신료 인상의 명분으로 밝힌 이유도 설득력이 없다. 일례로 디지털 플랫폼 ‘코리아뷰’를 구축하는 데 수백억 원을 투입하겠다는데, 이는 현행 지상파에 할당된 주파수를 쪼개 다채널 방송을 하겠다는 것으로 방통위의 승인조차 받지 못한 ‘구상’일 뿐이다. 원칙과 철학이 없는 합의는 담합이다. 하물며 전국 수천만 이해당사자들의 의사와도 동떨어진 담합은 야합이다. 광고와 수신료를 조정할 이유라는 근본적인 ‘철학’에서 출발해 시청자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국민의 자산인 지상파 주파수를 이용해 지난주 내내 틀어댄 홍보광고 정도로는 시청자가 이해해주지 않는다.유윤종 문화부 차장 gustav@donga.com}

베토벤의 교향곡 3번 ‘영웅’은 길이에서나 형식에서나 일찍이 찾아볼 수 없이 커져버린 규모로 음악사 위에 돌연 내동댕이쳐진 ‘이단아적’ 교향곡이다. 그런 만큼 혁신적인 모습과 의고적인 모습이 ‘양복 입은 덩치 큰 중학생’처럼 공존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한 가지 예가 악기 편성이다. 낭만주의 중기 이후의 교향곡에 비교될, 당시로선 급진적인 음향을 선보이지만 베토벤 중기의 교향곡부터 갖추게 된 트롬본과 튜바는 편성에서 제외됐다. 그래서인지 총주(투티)의 급격한 강약변화에서 뭔가 빠진 듯한 울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점을 전제로 할 때 20일 저녁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무대에서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로 연주된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영웅’은 놀라웠다. 급격하게 가라앉고 부풀어 오르는 합주 어디서도 사운드의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호른과 트럼펫은 낭랑하면서도 풍요로운 울림으로 귀를 꽉 채웠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람음악당의 산뜻한 음향도 호조건으로 작용했겠지만 관현악 음향의 기능적 측면에서 이 악단은 세계 1급의 평가에 값할 만한 호연을 선보였다. 첫 번째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K 136은 지휘자 없이 첼로를 제외한 현악 주자들이 자리에 서서 연주했다. 악장(樂長)이라는 리더가 있지만 이런 형식의 연주에서는 하나의 선율이나 프레이즈가 다른 프레이즈로 넘어갈 때 템포 변화를 완숙하게 처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예외였다. 세부까지 템포 처리가 잘라 맞춘 듯 완벽했고 강약 대비에서도 세련된 호흡이 돋보였다. 두 번째로 연주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1960년대 이미 유럽 악단들의 부러움을 샀던 이 악단 단원들의 튼튼한 개인기가 돋보였다. 목재 헤드(吹口部·취구부)를 장착한 플루트는 두텁지 않고 나는 듯 날렵한 목신(牧神)의 플루트를 연기해냈다. 극한의 피아니시모를 내면서도 넉 대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춘 호른도, 약음기를 끼고 바람처럼 흩어졌다 합치기를 반복하는 현의 표정도 일품이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동아음악콩쿠르가 반세기 동안 음악계에서 거둔 성과를 기념하는 50회 동아음악콩쿠르 기념식과 시상식이 21일 오후 4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동아음악콩쿠르는 1961년 국내 음악계 발전과 역량 있는 신인 발굴을 위해 창설됐으며 피아노 바이올린 작곡 등 15개 부문에 걸쳐 950여 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왔다.기념식에서는 동아음악콩쿠르 부상을 시상하는 영창악기, 정훈모기념회, 이인범기념회, 클라리넷 전문점 ‘듀오’, 양해엽 전 서울대 교수, 그린하우스재단, 한인하기념회와 협찬사인 포스코, 기금기탁자 조명희 씨, 예선 장소를 무료 제공하는 장천아트홀, 박은성 자문위원 등이 감사패를 받았다. 시상식에서는 바이올린 부문 1위 신수빈 씨, 첼로 부문 1위 마유경 씨 등 올해 동아음악콩쿠르 7개 부문 입상자 21명이 상을 받았다.기념식과 시상식에 앞서 오후 2시 반부터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동아음악콩쿠르 50회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김금봉 김대진 씨,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씨, 소프라노 이규도 씨 등과 동아음악콩쿠르 역대 입상자들로 구성한 오케스트라가 출연해 모차르트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연주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동영상=동아음악콩쿠르 50주년 발자취}

1961년 10월 29일, 신예 음악가 발굴을 위한 동아음악콩쿠르가 시공관(현재 명동예술극장)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에는 연령과 학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국민 오디션’ 형식이었다. “고 김자경(소프라노) 선생님 댁에 자주색 소형 그랜드피아노가 있었어요. 이 피아노를 빌려 그해 첫 번째 콩쿠르를 치른 거죠.” 첫 동아음악콩쿠르에서 경연을 펼친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서울대 명예교수)의 말. 이날 콩쿠르는 신 씨를 우수상 수상자로 뽑은 것을 비롯해 입상자 10명을 배출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늘날 한국과 해외를 누비며 활동 중인 음악가 950여 명이 차례로 세상에 나왔다. 올해 50회를 맞은 동아음악콩쿠르가 21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기념 음악회를 연다. 오케스트라와 협연자는 역대 동아음악콩쿠르 입상자들로 구성해 국내 대표 음악가들을 망라한다. 지휘자 김종덕 성기선 강석희 이대욱 김봉 임헌정 씨,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이경선 씨, 피아니스트 신수정 김금봉 김대진 씨, 첼리스트 박경옥 씨, 소프라노 이규도 씨 등이 출연해 쇼스타코비치 ‘축전 서곡’,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 364, K 297b, 브람스 ‘2중 협주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수놓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이택주 정준수 씨가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는다. 기념음악회 직후에는 예술의전당 서예관 4층 대회의실에서 동아음악콩쿠르 50회 기념식과 시상식이 열린다. 바이올린 부문 1위 입상자 신수빈 씨는 ‘양해엽상’과 ‘영창음악장려상’을 함께 수상해 양해엽상 상금 300만 원을 포함한 상금 총 500만 원과 영창악기가 수여하는 피아노 1대를 부상으로 받는다. 첼로 부문 1위인 마유경 씨에게는 ‘그린하우스 재단상’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그린하우스 마스터클래스 참가 경비가 주어진다. 전석 초대.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는 어릴 때부터 제게 꿈의 오케스트라였습니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리스 얀손스 지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 씨(39·사진)의 말. 세종솔로이스츠와도 여러 차례 한국 무대에서 협연했던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질문지는 지난달 보냈지만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4∼7일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낸 그는 9일 뉴욕 자택에 돌아와 답신을 보내왔다. “7세 때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하기 전, 잠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지냈었어요. 부모님이 어린 제 손을 잡고 여러 차례 콘세르트헤바우의 연주회를 보러 가셨는데, 그때 저는 바이올린을 막 배우기 시작한 참이었죠. 생전 첫 오케스트라 연주회 관람에서 이 멋진 오케스트라를 만난 건 정말 멋지고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그가 DG(도이체 그라모폰) 레이블로 주세페 시노폴리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멘델스존 협주곡 음반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연주는 특히 따뜻하고 풍요한 음색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의 연주 특징 자체가 멘델스존에는 ‘최적’이란 평가다. “친절한 평가네요. 그렇지만 저는 연주라는 행위가 배우의 연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배우의 개성이 작품의 매력을 더해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원작이 가진 이상(理想)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게 목표죠.” 연주에서 ‘샤함’보다는 ‘멘델스존’이 들리도록 하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그는 서구 바이올리니스트 중 대표적 ‘지한파’로 통한다. “줄리아드음악원에서 강효 교수님께 배웠죠. 아내 아델레 앤서니도 강 교수님 제자였고 우리 둘 다 세종솔로이스츠와 여러 차례 협연했어요.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한국은 우리가 하는 일(음악)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는 나라이니까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의 지휘자 얀손스에 대해서는 “어떤 솔리스트든지 그와 협연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마음이 열려 있는 분이면서 한편으로는 음악의 세부까지 꿰뚫어보는 지휘자거든요. 저도 이번에 연주할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여러 차례 협연했어요. 한마디로 서울 무대가 기다려집니다.” 샤함이 협연하는 13일 공연에서 얀손스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로시니 ‘기욤(빌헬름) 텔’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4번도 연주한다. 12일에는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과 야나체크 ‘타라스 불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오후 8시. 6만∼42만 원. 02-6303-770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MOVIE◆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귀향한 노총각 시인 선호는 시골 생활이 마뜩잖다. 사사건건 간섭하는 아버지의 잔소리도 싫고, 농사도 짓고 쇠똥도 치워야 하는 일상이 짜증스럽다. 홧김에 선호는 몰래 소를 팔러 나가지만 터무니없이 싼값을 부르는 상인들의 제안에 분통만 터진다. 제값을 받기 위해 유명한 우시장을 찾아 나선 선호에게 7년 전 헤어진 옛 여자친구 현수의 전화가 걸려온다. 현수의 남편이자 선호의 친구였던 민규가 죽었다는 소식에 선호는 장례식장을 찾는다. 임순례 감독. 공효진 김영필 출연. 3일 개봉, 15세 이상.20자평: 허허실실 관객들에게 던지는 삶에 대한 화두. ★★★☆ (정지욱)◆ 불량남녀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신용불량자가 된 강력계 형사 극현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독촉 전화 때문에 죽을 맛이다. 카드회사 채권팀에 근무하는 무령의 독촉 전화 때문에 범인까지 놓친 극현은 “내가 이 여자를 죽이고 사형을 받아야겠다”며 욕을 퍼붓는다. 한 성질 하는 무령은 분에 못 이겨 극현이 일하는 경찰서를 찾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소매치기가 훔쳐간 무령의 지갑 때문에 이미 만난 적이 있었다. 황당해하던 두 남녀는 만날 때마다 다투면서도 점점 서로의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 신근호 감독. 임창정 엄지원 출연. 4일 개봉, 15세 이상.20자평: 코미디로 풀어낸 달콤 살벌한 신용사회. ★★★ (정지욱)◆ 퍼머넌트 노바라이혼 후 어린 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나오코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고교 교사였던 가지마를 다시 만나 새로운 사랑도 시작한다. 하지만 가지마는 함께 여행을 가서도 아무런 말없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해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고민하던 나오코는 결과는 늘 좋지 않지만 쉬지 않고 연애하는 소꿉친구 도모에게 가지마와 사귀고 있다고 고백한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 간노 미호, 에구치 요스케 출연. 4일 개봉, 15세 이상.20자평: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치 않은 일본의 아마조네스. ★★★ (정지욱)◆ 레드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 특수요원 프랭크는 ‘은퇴했지만 극히 위험스러운(RED: Retired Extremely Dangerous)’이란 별명이 붙은 요주의 인물. 평생 단 한 번도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는 그는 우연히 ‘폰팅’을 하다 사라를 알게 된다. 사라와의 진지한 관계를 꿈꾸던 프랭크는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괴한에게 습격을 당한다. 배후에 CIA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랭크는 그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옛 동료 조, 마빈, 빅토리아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로베르트 슈벤트케 감독. 브루스 윌리스,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출연. 3일 개봉, 15세 이상.20자평: 경로당 어르신들이 펼치는 신나는 첩보대작전. ★★★☆ (정지욱)갈수록 90년대 스티븐 시걸을 닮아가는 민머리 브루스 윌리스. 식상하다. ★★ (손택균 기자)■ CONCERT ◆ 함춘호 밴드&WAFL Night-Memory 시인과촌장 출신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자신의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라 가을에 어울리는 연주를 한다. 그의 영화음악을 선보이며 5일에는 유리상자와 박정현, 6일에는 유희열과 루시드 폴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5만 원. 5, 6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 02-3144-9114◆ 강승모 데뷔 30주년 기념콘서트시원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강승모가 무명가수로 활동하던 시간부터 30년이 흘렀다. 무정블루스, 눈물의 재회, 사랑아 내 눈물속의 그대 등을 부른다. 5만 원. 5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 02-388-7797 ◆ 2010 서울 국제 아카펠라 페스티벌5일부터 세계 아카펠라 그룹과 국내 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5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6일 오후 7시 반 서울 용산구 용산문화예술회관, 7일 오후 5시 서울 노원구 광운대문화관대강당,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7만 원. 02-766-7082◆ FTIsland 콘서트‘사랑 사랑 사랑’ ‘눈물이 더 가까운 사람’ 등의 발라드와 록을 아우르며 사랑받아 온 5인조 록밴드 FT아일랜드가 콘서트를 연다. 부제는 9월 낸 미니앨범의 제목과 같은 ‘아름다운 여행’. 6만6000∼7만7000원. 6일 오후 7시, 7일 오후 5시. 서울 광진구 AX-Korea (구 멜론 악스홀). 02-517-0394■ PERFORMANCE ◆ 아침드라마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대표가 서울예대 극작과에서 한예종 연출과로 이적한 뒤 발표하는 첫 신작. 아침TV드라마의 비현실성을 이중의 패러디로 풍자한다. 서이숙 김효숙 박완규 김주완 김주헌 출연. 1만∼2만 원.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게릴라극장. 02-6012-2845◆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원작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두 번째로 무대화한 작품. 중견 연출가 심재찬 씨가 연출을 맡고 엄마 역으로 손숙 씨, 맏딸 역으로 김여진 허수경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4만∼6만 원.12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용산동 극장 용. 02-577-1987◆ 이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이 된 연극. TV 사극연기로 각광받은 정태우 씨가 여성적인 광대 공길 역으로 출연한다. 김태웅 작·연출. 김내하 전수환 정원영 이승훈 하지혜 정석용 출연. 2만∼5만 원. 12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588-5212◆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파는 자’(딜러)와 ‘사는 자’(고객)의 줄다리기를 통해 현대인의 소통불가를 형상화한 76극단의 2인극.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작. 기국서 연출. 홍성춘 정선철 출연. 8000∼1만5000 원. 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혜화동1번지. 070-7664-8648■ CLASSICAL◆ 알렉산더 멜니코프 피아노 리사이틀 에코 클래식상, 독일 음반평론가상 등을 수상한 피아니스트의 네 번째 내한 리사이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브람스 ‘7개의 환상곡’ 작품 116, 쇼스타코비치 ‘전주곡과 푸가’ 작품 87 연주. 2만∼7만 원. 6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888-2698, 0650◆ 오페라 사랑의 묘약아디나 역 소프라노 송정아 이정연 김희선, 네모리노 역 테너 김승택 서필 김주완, 벨코레 역 바리톤 김지단 씨 출연. 지휘 서은석. 3만∼7만 원. 5일 오후 7시 반, 6, 7일 오후 5시 서울 구로동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 02-522-9990, 1544-1555◆ 슈만과 클라라: 실내악첼리스트 양성원, 비올리스트 김상진,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슈트라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 출연. 클라라 슈만 피아노 3중주,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 4중주 작품47 등 연주. 2만∼3만 원. 6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1577-7766◆ Variation-주제와 변주윤기연 지휘 아름다운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5번,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요한 슈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 변주곡’ 등 연주. 첼로 협연 박경옥. 1만5000∼2만5000원. 7일 오후 2시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141-0651■ EXHIBITION ◆ 사진전-김윤호 전 소나무, 대나무, 돌, 풀 등 한국의 풍경사진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를 비평적 시선으로 접근한 사진전. 사진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장소에서 비슷한 사진을 찍되 피사체 양쪽에 조명기구를 설치한 뒤 셔터를 눌렀다.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원앤제이갤러리. 02-745-1644◆ 제주의 빛, 그리고 숨소리-강부언 전제주에 머물며 제주 오름과 숲길, 능선 등 섬의 빼어난 풍광을 수묵화로 표현해온 화가의 초대전.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의연한 해송에서 섬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12월 7일까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 064-710-7801 ◆ 김성호 전지난 20년간 빛과 어둠이 대비를 이루는 도시 야경을 집중적으로 그려온 화가의 신작전. 밤과 새벽의 도시 풍경 등이 능숙하고 세련된 붓놀림으로 표현돼 감성적이고 애틋한 울림을 길어올린다.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 화랑. 02-544-8481◆ 가로지르고, 멈춘다-정직성 전무질서한 주택가 구조물과 골목길에서 독특한 질서를 발견해온 화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 구조를 다루는 점에서는 테마의 연속성을 갖지만 예전에 비해 추상화된 화면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12월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빌딩 1층 조현화랑. 02-3443-6364}

■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음반 낸 양성원 교수첼리스트 양성원 씨(연세대 음대 교수)가 새로 내놓은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음반(데카)에서는 수십 년 전 듣던 LP 음반의 기억이 언뜻언뜻 전해진다. 1960년대 음반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녹음된 SP판(유성기판)의 아련한 느낌까지 때로 눈앞을 스쳐간다. 이런저런 옛 명반을 기웃거린 좌고우면(左顧右眄)의 연주라서가 아니다. 전체 악곡의 유기적 설계가 뚜렷해 듣고 난 후 귀에 포만감이 전해져오는데도 그렇다. “이유는 뚜렷이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했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양 씨는 웃음지었다. “제 느낌이 잘 전달된 결과라면 바로 보신 겁니다.” 43세의, 젊다면 젊은 연주가지만 그가 오디오의 볼륨을 켰을 때 영감을 주는 연주들은 오래된 ‘빈티지(vintage) 리코딩’이라고 했다. “활털과 현이 강하게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 ‘질긴’ 소리, 옛 녹음들이 전하는 그런 강인함에 영적인 연계를 느끼곤 한다”고 그는 말했다. 녹음은 2월 체코 프라하의 유서 깊은 홀인 ‘루돌피눔’에서 진행됐다. 풍부하다 못해 약간 과도하게도 느껴지는 잔향을 지녔고, 중고역의 치밀함이 압도적이지만 중저역 음은 조금씩 붕붕거리는 홀이다. “그렇죠. 녹음 엔지니어들은 골치 아프죠. 그런데 연주자 입장에서는 매우 좋아요. 관현악의 진하고 깊은 울림이 마음을 뒤흔들면서 솔리스트에게서도 최상의 연주를 이끌어 내는 공간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감동을 느끼면서 녹음에 임했습니다.” 녹음의 품질이 엉망이라면 그런 감동도 반감될 것이다. 다행히 엔지니어들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관현악의 광대한 공간감이 살아났고 첼로의 질깃한 질감도 웬만큼 생생하게 표현됐다. 협연악단은 체코를 대표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 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던 즈데네크 마찰이 지휘를 맡았다. 시종 늘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당긴 템포는 두 사람의 원숙했던 호흡을 말해 준다. 솔로 파트에는 요즘 젊은 연주자들의 유행이 된 듯한 과도한 비브라토나, 활의 속도를 지나치게 떨어뜨리면서 깊게 긋는 식의 표정이 없다. 보헤미아 평원의 대지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그 흙냄새를 표현했던 드보르자크의 생각도 그랬을지 모른다. 2일 발매 직전 완성된 음반을 받아든 양 씨는 결과에 만족할까. “어휴, 항상 그렇듯이 녹음 때 만족했건 못했건 제 음반은 못 듣습니다. 듣다 보면 도망가고 싶어져요, 하하.” 그가 스스로 들을 수 있건 없건 간에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양 씨를 가르친 첼리스트 야노시 슈터르케르 씨는 편집 중인 녹음 파일을 듣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녹음이다. 양성원과, 그와 함께한 연주자들은 탁월한 연주를 했다. 모두에게 축하를.” 음반에는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르,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가 함께한 드보르자크 ‘둠키’ 트리오, ‘슬라브 춤곡’ 작품 72-2가 함께 실렸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국제음악콩쿠르가 123개에서 30개로 줄어든다는 소식이 지난달 보도된 뒤 음악계의 화제는 온통 이 문제에 쏠렸다. 기자가 만난 음악인들의 반응을 모아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외국 콩쿠르에서 우승한 영재들에게 중단 없이 연습할 기회를 많이 주면 더 많은 음악가가 나중에 빛을 발할 거고, 그러면 나라에 이익이잖아요. 그게 군 복무보다 더 애국하는 거 아닌가?” “무용계와 균형을 맞추느라고 (병역특례 콩쿠르 수를) 줄였다는데, 음악인구가 훨씬 많은 건 생각 안하나요?” 얘기를 듣던 기자에게는 이 문제가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정의’ 담론을 대변하는 것처럼 들렸다. 사실 병역만큼 한국인들의 ‘정의 본능’을 건드리는 문제도 드물다. 잘나가던 연예인을 주저앉히고, 국가의 요직에 중용되려던 인물을 끌어내리는 최악의 직격탄도 본인과 2세의 병역 문제다. 당연히 그럴 만하다. 콩쿠르의 병역특례 문제는 ‘정의’의 어떤 면을 건드리는가. 첫 사례로 든 반응은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한 행복의 극대화, 즉 공리주의적 정의와 공평주의적 정의의 충돌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은 군대에서 힘들게 훈련하고 근무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국민의 기본적 의무를 면제받으면서 자기 삶의 목표에 다가가는 데 힘을 쏟을 수 있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하다. 샌델이 강조하는 ‘공동선’의 이상과도 거리가 있다. 정의로운 사회는 ‘시민의식, 봉사, 희생’을 되찾아야 한다고 샌델은 말한다. 병역은 사회가 요구하는 봉사와 희생의 명확한 사례다. 그러나 이런 점만을 강조하기는 개운치 않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정의’를 따른다면 더 많은 콩쿠르의 병역특례를 인정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남자)연주가들은 중단 없이 연습을 이어나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고, 이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향상에 도움을 주어 공공의 복리에 기여할 것이다. 한편 두 번째로 든 반응에서 보듯 문화체육관광부가 병역특례 대상 콩쿠르를 줄인 데는 ‘무용계와’ 또는 ‘체육계와의 균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롤스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가 강조한 ‘기회균등에 입각한 정의’다. 그러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균등’의 산술적 방법론은 달라진다. 본보가 연재 중인 ‘책 읽는 대한민국’은 최근 ‘정의’를 논한 책들을 다루고 있다. 책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공통되는 점은 있다. 정의는 부동(不動)의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맥락의 산물이며 다양한 가치를 끊임없이 타협시켜 산출된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팀을 세계 4강에 진출시키면 병역 면제가 당연하고 16강에 그치면 곤란한가. 절대적인 결론이 있을 수 없다. 다양한 가치가 타협한 결과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할 뿐이다. 정의가 그렇듯 ‘움직이는’ 것이라면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기량 연마를 통해 국가를 빛낼 수 있는 인재들에게 병역 면제의 기회를 ‘얼마나’ 주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지나간 특정 조치가 잘되었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의 재검토’를 쓴 아마르티아 센도 갈등을 단칼에 해결하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공공의 이성적 추론(public reasoning)을 이끌어내 가까운 일부터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유윤종 문화부 차장 gustav@donga.com}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67)가 세계 음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력하다. 2008년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은 그가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네덜란드의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베를린 필, 빈 필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오케스트라로 선정했다. 음악 평론가들의 의견을 취합한 이 조사에서 그가 이끄는 또 다른 악단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6위에 올랐다. ‘으뜸 악단’의 리더일 뿐 아니라 세계 10대 교향악단 중 두 군데 이상을 이끄는 인물도 얀손스가 유일하다.》 얀손스가 세 번째로 한국을 찾아온다. ‘넘버 원’인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동아일보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주최로 12,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두 차례 콘서트를 갖는다. 1992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울에서 공연했던 그를 3일 암스테르담 숙소로 전화해 인터뷰했다. ―반갑습니다 마에스트로. 2년이 가까워오지만 콘세르트헤바우의 ‘세계 제일’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공인받는 최고의 악단을 이끄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요. “물론 영광입니다. 그렇지만 음악은 스포츠와 달라 1, 2위를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죠. 단지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가진 악단과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할 뿐입니다.” ―어떤 요인들이 이 악단에 ‘정상급’이라는 찬사를 부여했습니까. “콘세르트헤바우는 어느 곳보다도 음향의 퀄리티에 집중하고 신경을 쏟는 악단입니다. 100여 년 지켜온 사운드의 전통을 지켜가려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 소리는 풍부하고 윤택합니다. 최근 레퍼토리 면에서 여러 혁신이 있었지만 독특한 사운드의 전통은 확고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는 1996년 오슬로에서 지휘하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회복됐지만 이후에도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은 어떨까. “걱정하지 마십시오!(웃음) 한국 팬들은 이틀 동안 건강한 지휘자가 연주하는 멋진 음악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여러 해 동안 문제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는 10여 년 전 두 번 한국을 방문했을 뿐이지만 자주 “한국의 젊은 음악팬들이 가진 열정”에 탄복하는 언급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죠. 한국에 대해 가장 기억나는 것은 청중들의 ‘젊음’과 열렬함입니다. 거리를 걸어갈 때도 젊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더군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젊은 유망 연주자들이 쑥쑥 커가는 것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 젊은 한국 음악가들은 유능하고 잘 준비돼 있으며 지적입니다. 이런 연주가들을 가진 한국 청중이 젊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로얄 콘세르트헤바우는 남다른 조건을 갖춘 악단입니다. 세계 최고의 음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콘서트홀(콘세르트헤바우)입니다. 다른 곳에서 연주해도 이 악단의 개성은 유지될까요. “하하, 스트라디바리로 연습한 바이올린 명인을 생각하면 되겠네요. 좋은 악기로 연습한 명인은 바이올린 음향이 가진 매력에 대해 본능적인 감각을 갖습니다. 다른 악기를 쥐더라도 스트라디바리만큼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13일 멘델스존 협주곡을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는 자주 호흡을 맞췄습니까. “그럼요. 샤함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연주가일 뿐 아니라 성격도 바로 그렇습니다. 다정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친구죠. 그와 함께 만족스러운 멘델스존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물론 다른 레퍼토리들도 만족스러울 겁니다.” 얀손스와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12일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과 야나체크 ‘타라스 불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을, 13일 로시니 ‘기욤(빌헬름) 텔’ 서곡, 브람스 교향곡 4번, 길 샤함이 협연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한다. 오후 8시. 6만∼42만 원. 02-6303-7700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약력―1943년 라트비아 리가에서 지휘자 아르비드 얀손스의 외아들로 출생―1956년 레닌그라드 음악원 입학―1969년 빈에서 한스 스바로프스키 문하로 수학―1979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1997년 피츠버그 교향악단 음악감독―2003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현직)―2004년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현직)}

중국 피아니스트 윤디(사진)에게 올 한 해는 무척 바빴다. 올해는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이 탄생 200주년을 맞은 해. 윤디는 쇼팽을 기리는 2000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서 최연소(당시 18세)로 우승한 주인공이다. 밀레니엄 전환기에 열린 당시 대회는 콩쿠르 주최 측에도 의미가 깊었다. 깐깐하기로 이름난 이 콩쿠르가 15년 동안이나 1위 입상자를 내지 못하다 그해 비로소 우승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공인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1년 내내 바르샤바, 뉴욕 카네기홀,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쇼팽 연주를 펼친 윤디가 한국 무대에서 자신만의 쇼팽을 선보인다. 11월 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윤디 피아노 리사이틀’. 녹턴(야상곡) 중 다섯 곡,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폴로네이즈’, 소나타 2번, 네 개의 마주르카 작품33, ‘영웅 폴로네이즈’를 연주한다. 차분한 음의 시(詩)에서 벽력같은 감정의 분출까지, 쇼팽의 다양한 면모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짰다. 올해 음반사 EMI로 이적하면서 본명인 ‘윤디리’에서 ‘윤디’로 이름을 바꾼 그는 종종 ‘쇼팽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항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렬한 터치를 요구하는 리스트나 리듬감이 중시되는 프로코피예프의 곡도 잘 친다는 스스로의 문제 제기다. 그렇지만 모서리까지 잘 다듬은 정교한 설계, 반짝반짝 이(齒)가 고른 터치, 물오른 시적 감수성이 그가 연주하는 쇼팽에 남다른 ‘차이’를 부여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올해 4월에는 EMI클래식스 데뷔음반인 쇼팽 녹턴 전곡집을 발매하기도 했다. 4만∼10만 원. 1577-5266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관현악 연주회에 갔는데 연주 중 갑자기 3층 객석통로 문이 열리더니 로비 쪽에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떤 이유로 무대와 동떨어진 곳에서 연주를 하는지, 지휘자가 보이지 않는 곳인데 박자는 어떻게 맞추는 건지 궁금합니다.(서은형·28·부산 해운대구 우동)A: ‘진군행렬-내세’표현위해 청중과 떨어진 곳서 연주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5악장은 무대 뒤쪽에서 트럼펫과 호른, 타악기 소리가 울려나오도록 작곡가가 악보에 표시했습니다. 이승이 아닌 초월적 내세에서 들려오는 소리임을 강조하려는 효과죠. 레스피기 교향시 ‘로마의 소나무’도 작곡가가 무대 밖에 별도의 트럼펫을 배치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표현함으로써 로마 군대의 긴 진군 행렬을 나타내려는 의도입니다. 때로는 객석 쪽 문을 열어 청중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오도록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1채널이 부럽지 않은 입체음향 효과입니다.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관현악에서 무대 밖에 배치되는 악기는 대부분 트럼펫이나 트롬본 등 금관악기입니다. 광대한 영역을 소리로 표현하려는 작곡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부분이므로, 음량이 큰 금관악기를 사용해 넓은 공간에 울리는 공명과 확산의 효과를 강조합니다. 이와 달리 오페라에서는 무대 뒤에서 독창이나 합창이 들리도록 한 경우가 많습니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1막 끝부분에서는 남주인공 알프레도가 무대 뒤에서 애타는 사랑을 노래로 표현하도록 했습니다. 비올레타의 파티장을 나왔지만 밖에 나가서도 연심을 주체 못하는 장면이죠. 같은 작곡가의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멀리서 합창단이 부르는 ‘불쌍히 여기소서’(미제레레) 합창이 사로잡힌 주인공의 서글픈 처지를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구노 ‘파우스트’에서는 합창이 무대 뒤에서 시작돼 점점 다가오더니 무대 위로 행진이 펼쳐집니다. 전쟁터에 나갔던 병사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묘사했습니다. 이렇게 무대 밖에서 악기 연주나 노래를 하는 경우 지휘자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박자를 맞출까요.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듯합니다. 오늘날에는 지휘자의 모습을 카메라가 촬영해 모니터에 비추고, 무대 밖의 연주자나 합창단은 이를 보면서 연주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공연장은 대부분 로비에 평면TV 모니터가 설치돼 있으니 트럼펫이 로비에 나가서 연주할 때는 특별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지 않죠. 그렇지만 카메라나 모니터가 없던 시절에는? 당연히 ‘눈치껏’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의 반복 연습은 필수였답니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대답해드립니다.}

제50회 동아음악콩쿠르가 2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체임버홀에서 7개 부문 21명의 입상자를 선정하고 폐막했다. 동아음악콩쿠르는 동아일보사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한다. 시상식은 11월 21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되는 동아음악콩쿠르 50회 기념음악회 직후 예술의전당 서예관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1위 입상자 중 바이올린 부문의 신수빈 씨는 ‘양해엽상’과 ‘영창음악장려상’을 함께 수상해 상금 200만 원과 영창악기가 수여하는 피아노 1대를 부상으로 받는다. 첼로 부문 1위인 마유경 씨에게는 ‘그린하우스 재단상’이 함께 수여된다. 각 부문 1위 입상자는 동아일보사가 주선하는 관현악단과의 협연 기회도 갖는다. 22일부터 심사위원 명단 및 심사위원별 채점표를, 25일부터 심사평을 동아닷컴(www.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콩쿠르 7개 부문의 본선 경연 전 과정도 11월 초 동영상과 비디오로 유료 서비스된다. 다음은 입상자 명단. ▽바이올린 △1위 신수빈(19·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2위 하유나(18·서울대 1년) △3위 김한솔(18·서울예고 3년) △4위 이한나(22·서울대 4년) ▽비올라 △1위 박경민(20·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국립음대 디플롬 과정) △2위 정승원(20·연세대 3년) △3위 곽다경(20·서울대 3년) ▽첼로 △1위 마유경(19·서울대 1년) △2위 최민지(19·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3위 심영섭(19·〃 3년) ▽콘트라베이스 △1위 서영일(22·독일 베를린국립음대 대학원) △2위 장한별(19·서울대 2년) △3위 김동현(25·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호른 △1위 유선경(20·한국종합예술학교 2년) △2위 임은진(24·독일 프라이부르크음대 대학원) △3위 음두현(22·중앙대 3년) ▽트롬본 △1위 전태일(21·서울대 3년) △2위 주인혜(18·〃 1년) △3위 안다혜(24·한양대 대학원) ▽트럼펫 △1위 없음 △2위 김성환(26·한국예술종합학교 4년) △3위 김주원(19·경원대 2년)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지휘자 금난새(사진) 씨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음악회’가 2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러시아와 주변국의 교류를 상징하는 두 작곡 거장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세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피아니스트 유영욱 씨 협연으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과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 중 ‘폴로네즈’도 연주한다. 유 씨는 스페인 산탄데르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독일 본 국제 베토벤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심포니 등의 악단과 협연해왔다. 4만∼10만 원. 02-580-1300, 1234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