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평원 달리는 마음에” 絃의 우직한 떨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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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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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필과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녹음한 양성원 씨는 “연주하면서 마음은 체코 보헤미아의 평원을 달렸다”고 했다.사진 제공 유니버설뮤직
체코 필과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녹음한 양성원 씨는 “연주하면서 마음은 체코 보헤미아의 평원을 달렸다”고 했다.사진 제공 유니버설뮤직
■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음반 낸 양성원 교수

첼리스트 양성원 씨(연세대 음대 교수)가 새로 내놓은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 음반(데카)에서는 수십 년 전 듣던 LP 음반의 기억이 언뜻언뜻 전해진다. 1960년대 음반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녹음된 SP판(유성기판)의 아련한 느낌까지 때로 눈앞을 스쳐간다. 이런저런 옛 명반을 기웃거린 좌고우면(左顧右眄)의 연주라서가 아니다. 전체 악곡의 유기적 설계가 뚜렷해 듣고 난 후 귀에 포만감이 전해져오는데도 그렇다.

“이유는 뚜렷이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했더니 전화기 너머에서 양 씨는 웃음지었다. “제 느낌이 잘 전달된 결과라면 바로 보신 겁니다.” 43세의, 젊다면 젊은 연주가지만 그가 오디오의 볼륨을 켰을 때 영감을 주는 연주들은 오래된 ‘빈티지(vintage) 리코딩’이라고 했다. “활털과 현이 강하게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 ‘질긴’ 소리, 옛 녹음들이 전하는 그런 강인함에 영적인 연계를 느끼곤 한다”고 그는 말했다.

녹음은 2월 체코 프라하의 유서 깊은 홀인 ‘루돌피눔’에서 진행됐다. 풍부하다 못해 약간 과도하게도 느껴지는 잔향을 지녔고, 중고역의 치밀함이 압도적이지만 중저역 음은 조금씩 붕붕거리는 홀이다. “그렇죠. 녹음 엔지니어들은 골치 아프죠. 그런데 연주자 입장에서는 매우 좋아요. 관현악의 진하고 깊은 울림이 마음을 뒤흔들면서 솔리스트에게서도 최상의 연주를 이끌어 내는 공간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감동을 느끼면서 녹음에 임했습니다.”

녹음의 품질이 엉망이라면 그런 감동도 반감될 것이다. 다행히 엔지니어들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관현악의 광대한 공간감이 살아났고 첼로의 질깃한 질감도 웬만큼 생생하게 표현됐다.

협연악단은 체코를 대표하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 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던 즈데네크 마찰이 지휘를 맡았다. 시종 늘어지지 않고 반듯하게 당긴 템포는 두 사람의 원숙했던 호흡을 말해 준다. 솔로 파트에는 요즘 젊은 연주자들의 유행이 된 듯한 과도한 비브라토나, 활의 속도를 지나치게 떨어뜨리면서 깊게 긋는 식의 표정이 없다. 보헤미아 평원의 대지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그 흙냄새를 표현했던 드보르자크의 생각도 그랬을지 모른다.

2일 발매 직전 완성된 음반을 받아든 양 씨는 결과에 만족할까. “어휴, 항상 그렇듯이 녹음 때 만족했건 못했건 제 음반은 못 듣습니다. 듣다 보면 도망가고 싶어져요, 하하.”

그가 스스로 들을 수 있건 없건 간에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에서 양 씨를 가르친 첼리스트 야노시 슈터르케르 씨는 편집 중인 녹음 파일을 듣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녹음이다. 양성원과, 그와 함께한 연주자들은 탁월한 연주를 했다. 모두에게 축하를.”

음반에는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스트로세르,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리에가 함께한 드보르자크 ‘둠키’ 트리오, ‘슬라브 춤곡’ 작품 72-2가 함께 실렸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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