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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 급변 사태와 미국의 북한 체제전환 시도 가능성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이런 주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공개적으로 다루지 못했던 내용이다.통일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연구총서 ‘북한체제 전환을 위한 전략적 과제와 한국의 동북아 4국 협력전략’을 통해 “미국은 북한 지배엘리트를 교체하는 것을 비록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암묵적인 대안으로 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이 북한 지배엘리트를 교체하거나 그들의 정책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며 △북한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김정일 정권이 궁정 쿠데타를 통해 권좌에서 밀려나게 하는 방안 △김 위원장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 △김 위원장이 노쇠했고 병에 걸린 사실을 감안해 자연사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안 등을 적시했다.통일연구원은 또 다른 연구총서 ‘통일대계 탐색연구’에서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종합하면서 “2012년 이후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이어 “김 위원장 이후 군부 쿠데타와 같은 권력지도부의 변동, 주민 소요와 폭동, 대량 학살, 대량 난민 발생과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남북한 정부 당국자들이 19, 20일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지난해 12월 해외공단을 공동 시찰한 결과를 놓고 논의하는 평가회의를 연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남측 참석자들에 대한 방북 동의서를 오늘 오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영탁 통일부 상근회담 대표 등 남측 시찰단 9명과 지원인력 7명이 19일 오전 경의선 육로로 방북해 1박 2일간 북측과 회담을 할 예정이다. 북한이 15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에 ‘보복 성전’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면서도 이번 회의에 응한 것은 특유의 대남 강온 양면전술로 풀이된다.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남측의 언동에 대해서는 군부 등을 앞세워 강력히 대응하되 남북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리는 별도로 챙기는 ‘투 트랙(two-track)’ 전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은 우리가 지원하는 옥수수 1만 t도 수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입장을 가지고 관계개선을 위한 길에 주저 없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문은 “(남한) 민간단체들이 북남관계 해결을 위해 나서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우회적으로 풀릴 수 있다”고 밝혀 남한 정부에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허용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북한은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26, 27일)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이 제재를 해제해야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우리가 제재 모자를 쓴 채로 6자회담에 나간다면 그 회담은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평등한 회담이 아니라 ‘피고’와 ‘판사’의 회담으로 되고 만다”며 “당사국들이 경험과 교훈에 기초한 우리의 현실적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진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사진)가 도쿄지검 특수부와의 결사항전에 나선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에게 “끝까지 싸워 달라”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오자와의 정치자금을 둘러싼 특수부와의 대립이 정권 차원의 한판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정면승부에서 패자는 누구든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 친노 국민참여당 창당 회오리‘노무현 정신’ 계승을 기치로 내건 국민참여당이 17일 공식 출범했다. 친노(친노무현) 정당의 출범에 민주당은 “야권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며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한 국민참여당이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 北군부 대남강경책 속셈은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남한에 대한 ‘보복 성전’을 다짐한 데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 합동훈련을 참관했다고 17일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훈련에는 남한의 서울을 겨냥한 ‘장사정포’도 동원됐다. 북한 군부가 대남 공세의 전면에 다시 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 ‘맞춤 교육→中企입사’ 수료생들은 지금2008년 초 전문계 고교 3학년생 등 1800여 명이 졸업한 뒤 중소기업에 취직하겠다며 학교에서 ‘산학연계 맞춤형 실무 교육’을 받았다. 지난해 2월 실제 중소기업에 취업한 교육 수료생 중 100명을 10개월 만에 다시 찾아 “후배에게도 같은 교육을 권하겠냐”고 물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 2000년대 한국문학 되돌아보니…문학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의 ‘근대문학 종언론’과 함께 어수선한 2000년대를 맞이했던 한국문학. 한국문학 위기설 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비평담론과 문학작품이 창작됐다. 소설에서는 환상과 횡단, 세태소설이 강세를 보였으며 시에서는 미래파 논쟁이 활발했다. 2000년대 한국문학을 되짚어봤다. ■ 1000만 원짜리 건강검진, 비싼 값 할까국내 대형 병원들이 1000만 원이 넘는 초고가 건강검진을 내놓고 있다. 보통 건강검진이 30만∼60만 원인 것에 비하면 수십 배에 달한다. 호텔 같은 병실, 최첨단 영상기기는 기본이고 일년 내내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과연 비싼 만큼 효용이 있는 것일까. ■ KT, 조직개편에 숨은 전략지난해 KT는 애플 아이폰을 들여오고 ‘올레(olleh)’라는 파격적인 기업이미지도 선보이며 히트를 쳤다. 하지만 작년 KT는 사실 내부혁신에 더 중점을 뒀다. 대규모 명예퇴직이 대표적인 예다. KT가 올해는 새로운 도약을 꾀하며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했다. 어떤 계획이 담겨 있을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대내용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방송은 정확한 훈련 날짜와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전망대에 올라 훈련 진행계획을 듣고 훈련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육해공군 합동훈련 참관 사실을 보도한 것은 그가 199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 1993년 4월 국방위원장에 취임하며 군 통수권을 장악한 이래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마다 합동훈련이 진행된 것으로 관측되나 김 위원장 참관 보도가 나온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은 “훈련은 적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한 치의 땅이라도 감히 건드린다면 무적의 군력으로 침략자들을 단숨에 짓뭉개버리고 조국을 사수할 멸적의 투지에 충만한 군인들의 단호한 결심과 무자비한 타격력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방송은 240mm 방사포 차량 10여 대가 나란히 서서 30도가량 위쪽으로 발사대를 세운 모습을 내보냈다. 170mm 자주포와 함께 ‘장사정포’로 분류되는 24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60km에 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보도는 13일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이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비난하고, 15일 국방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성명을 내 남한의 급변사태 대비 계획에 대한 ‘보복 성전’을 거론한 데 이은 것이어서 대남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새해 들어 북한 군부가 대남 공세를 잇달아 펴는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군부는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설이 나온 뒤 모습을 드러낸 2008년 10월 이후 대남 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한의 대남 유화 공세 기간에는 대청해전(11월)을 제외하고는 무력시위를 자제했다.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17일 “국방위 성명은 준비된 각본에 따른 것으로 최소 3개월 이상 남북관계가 급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은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는 강경 공세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면서 대남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하반기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남측의 큰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군부는 과거 남북관계가 좋을 때도 사안별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며 “북한의 의도는 19일로 예정된 남북 해외공단시찰 평가회의 및 옥수수 1만 t 지원 문제에 대한 반응을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15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을 통해 국방위 성명을 전했을 뿐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으로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북한이 급변사태라는 민감한 주제를 주민들에게 알리기 어려웠거나 이번 성명이 남한에 대한 엄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국방위원회는 15일 오후 6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변인 성명을 내고 최근 남한 정부가 ‘부흥’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을 정비했다는 일부 남한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및) 청와대를 포함하여 이 계획 작성을 주도하고 뒷받침하여 온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내기 위한 거족적인 보복성전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했다.성명은 특히 “이 성전은 우리 혁명적 무장력을 포함해 북과 남, 해외에 있는 모든 동포들이 총동원되는 전 민족적이고 전면적인 정의의 투쟁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남조선 당국은 반공화국 죄행에 대해 온 민족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앞으로의 모든 대화와 협상에서 철저히 제외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북한의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가 성명을 낸 것은 초유의 일로 이번 성명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이에 앞서 북한의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는 오후 4시 장재언 위원장 명의로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전통문을 통해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제의한 옥수수 1만 t을 받겠다고 알려왔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전날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한 데 이은 대남 유화공세였다.이런 북한의 모순적인 행동은 특유의 대남 강온 양면전술이라는 분석에 일단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옥수수 1만t은 지원하기로한 당국자는 “한쪽으로는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6자회담 복귀를 앞두고 남한의 기선을 잡겠다는 ‘투 트랙(two-track)’ 전술이 아니겠느냐”며 “좀 더 지켜봐야 진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국방위 성명은 남한의 북한 급변사태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내부 단속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반면 북한 권력 핵심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이나 내부 정책결정의 조율 실패를 노출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동당이 주도해온 남북관계 개선 정책에 군부가 반기를 들고 나온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는 13일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우리 군대는 북남관계 개선이 아무리 소중하고 절실하다 해도 우리 수뇌부의 절대적 권위와 사회주의 조국의 존엄을 해치는 문제에 대해서는 털끝만치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북한 수뇌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올해 4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주권의 최고 국방지도기관’으로 격상된 국방위가 처음으로 성명을 낸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라며 “중국 등 주변국의 중재가 있을 때까지 남북관계가 단절 또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정부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확인되지 않은 일부 언론 보도를 근거로 우리 측에 위협적인 언동을 하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정부 당국자는 “국방위 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옥수수 1만 t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남북 협의가 원만히 진행되면 한 달쯤 후에 옥수수가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9일 오전 인도네시아 서부 누사틍가라 주 롬복 섬.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범 조림사업을 펴기로 한 이 섬에 들어서는 순간 제법 열대 바닷가의 풍광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발리 섬을 바라보는 동쪽 끝으로는 바닷물이 좁은 만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구릉처럼 솟아오른 목초지 위에 주민들이 마른 풀을 이어 만든 세모 지붕 집들이 간간이 서 있었다. 풀밭을 헤치며 한 여성 주민이 20여 마리의 염소 떼를 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구릉 한구석에는 한 부부가 부지런히 밭을 갈고 있었고 아이가 신기한 듯 외지인들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런 낭만은 우기(雨期)인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잠시 동안만 찾아올 뿐이다. 건기(乾期)가 찾아오면 주민들은 이곳을 떠난다. 비가 오지 않으니 풀도 자라지 않고 물도 흐르지 않아 이곳은 황무지로 변한다. 염소도 키우지 못한다. 주민 일부는 바다로 떠나고 일부는 인근 도시로 옮긴다. 어느샌가 이곳의 열대 우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열대의 토종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이었다. 누사틍가라 주정부의 국제협력과장 에코 씨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인구가 늘면서 주민들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숲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땅은 국유림이지만 대대로 이곳에 살아온 주민들은 살 집을 짓기 위해, 그리고 먹을 것을 경작하기 위해 벌채를 했다. 기자와 함께 현장을 방문한 고려대 손요환 교수는 “완전 황폐지는 아니지만 숲은 거의 파괴된 상태”라고 말했다. 불법 벌채와 화전 개발, 산불 등으로 황폐화된 인도네시아의 산림은 이미 2006년에 한국 전체 산림 면적의 9배에 이르는 5900만 ha(5900억 m²)에 이르렀고 최근에도 해마다 300만 ha(300억 m²)가 황폐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는 일찍부터 황폐화된 지역에 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재정적 여유가 없었다. 그런 이웃에게 한국이 손을 내밀었고 두 나라는 2006년 8월 조림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는 국토 전역에서 50만 ha(50억 m²)를 조림지로 내놓고 한국 정부와 민간 등이 조림사업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양국은 2007년 7월 조림사업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공동 참여키로 했다. 한국이 500만 달러를 무상원조해 국제기후변화협약(UNFCCC)이 규정한 ‘신규 조림 및 재조림 청정개발(AR CDM)’ 사업과 숲 전용(轉用) 방지를 통한 보존(REDD)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양국은 ‘AR CDM’ 사업을 통해 유엔이 정한 기준에 맞는 조림지를 만들어 이산화탄소 배출권도 확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3일 시범 조림 대상지로 이곳 롬복 섬 동남부 300ha(300만 m²)가 결정된 것은 이런 노력의 첫 결실이다. ▶본보 12일자 A2면 참조 KOICA는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이곳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그 사이에 주민 150가구, 500여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사업의 한국 측 프로젝트매니저인 이규태 산림청 과장은 “이곳에 숲이 생기면 주민들로선 우기 때도 농사를 못 짓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 주민들의 소득과 복지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이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인정하는 ‘AR CDM’ 사업은 입지 선정 자체부터가 어렵다. 고려대 손 교수와 이우균 교수가 이날 롬복 섬을 방문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 팀이 사업 대상지를 결정한 과정을 연구한 뒤 한국에서 첫 ‘AR CDM’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고려대 박사과정 이수경 씨는 “직접 현장을 찾아보니 용지 선정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KOICA는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일반 조림 및 육묘 사업도 벌여왔다. 2005∼2007년에는 180만 달러를 들여 수도 자카르타 인근 룸핀 지역에 ‘열대림 임목 종자 관리 및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30ha(30만 m²) 규모의 양묘장을 지어 우수 열대수종의 묘목을 키우는 일이다. 7일 방문한 사업장 곳곳에서는 현지인 근로자 수십 명이 부지런히 묘목을 손질하고 있었다. 홍창원 프로젝트매니저는 “이곳에서 재배한 묘목들은 4곳의 시험림에 이식해 일정한 크기로 키운 뒤 인도네시아의 황폐 지역을 숲으로 바꾸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KOICA는 2004년 12월 일어난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 지역에 있는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자 2005∼2008년 180만 달러를 들여 숲 복원 사업을 지원했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현지 관계자는 “조림지로 가는 길목들을 인도네시아 내 반(反)정부 세력이 지배하고 있어 한국 관계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현지를 오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롬복·룸핀(인도네시아)=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한국기업들 상업용 조림 통해 ‘상생투자’코린도-SK네트웍스 등 진출▼인도네시아에 나무를 심는 한국 기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뿐만이 아니다. 2006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조림사업 양해각서 체결을 전후해 준(準)정부기관과 민간기업들이 다양한 형태의 상업용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인도네시아영림공사와 함께 자바 주 1만 ha(1억 m²)에 나무를 심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3월 본계약을 체결하고 4월에 첫 식수를 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843ha(843만 m²)에 나무를 심었다. 현지 법인의 성인경 대표는 “민디와 생온 등 질 좋은 원목을 생산해 부족한 국내 목재 수요를 충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인도네시아임업공사와 함께 남부 칼리만탄 주 3만2000ha(3억2000만 m²)에 나무를 심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SK네트웍스도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칼리만탄 주 농장 터에 첫 고무나무를 심었다. 이 지역 2만8000ha(2억8000만 m²)의 경영권을 취득한 이 회사는 지난해 초 인도네시아 산림청의 조림 허가를 받아 조림지 정지작업을 벌여 왔다. 2013년까지 고무농장을 만들고 가공공장을 세워 연평균 5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한국계 현지기업인 코린도는 양국의 양해각서가 체결되기 전인 1997년부터 칼리만탄 주 중남부에 서울시 넓이와 비슷한 6만3013ha(6억3013만 m²)를 조림해 1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코린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체 합판 생산량의 30%, 종이 생산량의 68%를 각각 생산해 세계로 수출하는 현지 최대 임업회사다. 이 회사의 김훈 이사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녹색성장과 자원확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조림사업 등을 통해 우리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도록 시급히 이곳에 국가적 전략거점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숲 복원 기술에 큰 기대… 녹화경험 배우고 싶다”■ 印尼산림연구청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조림사업 현지 파트너인 타치니 파토니 인도네시아 국립산림연구청장(사진)은 “숲을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국내적인 노력과 함께 국제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라져가는 숲을 복원하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불법 남벌과 화전, 무분별한 개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또 대대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연간 전체 인구 1인당 4, 5그루씩 모두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총 15만 ha(15억 m²)를 조림하겠다는 국가적인 목표를 세웠다.” ―국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는데 성과가 어떤가. “한국을 비롯해 호주, 독일, 일본 등과 함께 자바 주와 칼리만탄 주에서 숲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함께 펴고 있다. 특히 한국과의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과의 시범 조림사업 대상지로 롬복 섬을 결정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다른 나라들은 1개 지역별로 사업을 하는데 이번 사업은 시범 조림사업에 이어 롬복 섬 전체로 그 대상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열대우림지역이 아닌 건조지역에 나무를 심는 것이고, 원래 숲이었다가 황폐해진 지역을 다시 숲으로 복원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앞으로 한국과 어떤 협력관계를 원하나. “양국 간 협력 과정에서 구체적인 실행과 상호 혜택의 원칙을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인도네시아 젊은이가 한국에 가서 한국인들이 숲을 만들고 가꾸어온 경험과 시스템을 배울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북한이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이날 통일부에 이런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통지문은 ‘금강산관광과 개성지구관광이 1년 6개월이나 중단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6일과 27일 금강산에서 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실무접촉을 갖자’는 내용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의하며 북핵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밝힌 대로 대미,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 오후 판문점 채널을 통해 전통문을 접수했다”며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5일 공식 태도를 밝힐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실무급 회담이 필요한 만큼 북한에서 정식으로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은 각각 2008년 7월과 12월 중단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8월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묘향산에서 만나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의 재개를 포함한 남북교류 5개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은 누가 먼저 당국 간 접촉을 제의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남북이 접촉을 갖더라도 관광을 재개하려면 두 가지 쟁점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신변안전보장 제도화 등 남측이 요구한 3대 조건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가 관건이다. 또 남측이 관광 대가를 과거처럼 달러가 아닌 현물 등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할 경우 북측이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보다 차원이 높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런 쟁점들이 의외로 빨리 해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의 실무접촉 제의도 남북이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이번 제의는 북측의 갑작스러운 조치로 조율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2년 앞둔 북한 지도부의 한 해 생존전략이 담겨있다. 그 내용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복원하고 3대 세습을 추진하기 위해 대화로써 국제사회의 지원을 노리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①계획경제 복원 통한 의식주 해결 노려통일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데 대해 “물리적인 단속과 화폐개혁으로 시장을 무력화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경공업 발전을 통해 국가의 상품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대 세습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지난해의 대중노력동원과 화폐개혁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도 사회주의 계획경제 복원을 위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사설은 “계획규율, 재정규율, 노동행정규율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②당 창건 65주년 기념일에 무슨 일이?공동사설은 올해가 노동당 창건 65주년임을 아홉 차례나 강조했다. 올해 10월 10일에 열리는 65주년 기념식을 예고하면서 “경사스러운 10월의 하늘가에 터져오를 장엄한 축포성(소리)”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중대한 이벤트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 관계가 진도를 내고 경제가 안정된다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1980년 이후 열리지 않던 당 대회(7차)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③암시적인 후계자 띄우기?공동사설은 지난해 김일성 주석 생일 등 기념일에 3차례 실시한 ‘축포야회(불꽃놀이)’를 언급했다. 이 행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암시적인 ‘후계자 띄우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사설은 “불멸의 위훈으로 대고조 시대를 빛내나가는 청년영웅, 첨단을 돌파하고 조국의 존엄을 높이 떨치는 유능한 청년인재가 돼야 한다”며 김정은 또래인 ‘혁명 3, 4세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④미국에는 비핵화보다 평화체제 앞세워공동사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평화체제를 언급한 것은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양자대화나 6자회담에는 참여하되, 평화체제 요구에 집중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해야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6자회담의 의제 선정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⑤남한 당국에 대화 요구 계속공동사설은 올해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임을 상기시킨 뒤 “남한 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남한을 비난하는 대신 공동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 화해·협력의 실현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번 공동사설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대남 유화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돼 향후 남북대화에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북한 당국이 1일 대내와 대외 환경을 두루 감안한 듯 한층 유연해진 신년 공동사설을 내놓았다. 노동신문 등 3개 매체가 이날 발표한 공동사설은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를 제목으로 제시해 올 한 해 경제, 특히 주민생활 향상에 ‘다걸기(올인)’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공동사설은 ‘인민생활’이라는 단어를 21번이나 사용했다. 지난해 공동사설에선 이 표현이 단 한 차례 등장했다. 올해 공동사설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 모든 힘을 집중, 총동원해야 한다”며 “경공업과 농업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의 주공(主攻) 전선”이라고 선동했다. 인민생활 향상을 포함한 경제 분야는 새해 국정과제 순위에서 정치·사상과 국방 분야를 앞질렀다. 과거 경제 분야에서 가장 강조했던 ‘국방경제(군수공업)’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경제의 4대 선행부분(금속 전력 석탄 철도)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언급했다. 공동사설은 또 ‘조-미(북-미) 사이의 적대관계 종식’을 거론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 마련과 비핵화 실현을 주장했다. 지난해 ‘파쇼’라고 비방했던 남한 정부에 대해서는 ‘남조선 당국’이라고 부르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자고 제안했다. 이번 공동사설에는 북한의 급박한 사정이 엿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그만큼 인민생활이 어렵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4∼1997년 공동사설에서 ‘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를 표방했다. 올해 공동사설은 “대외 시장을 확대하고 대외 무역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교통상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 유엔 평화유지군(PKF) 참여 규모를 현재 401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증원해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에 대한 PKF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선진 원조 클럽’에 참여한 한국이 이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뿐 아니라 국제 평화유지 임무로 글로벌 외교의 지평을 넓혀 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이날 대북 지원을 확대하기보다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등 남북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우선 관철하는 대북 정책에 무게를 두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 대통령이 깊은 관심을 나타낸 무기조달 및 획득체계 개선을 비롯해 장병 교육훈련 강화, 군사시설 재배치 활성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추가 원전수주-훈련기 수출 ‘세일즈 외교’ 본격 가동외교부는 △정상외교의 지평 확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 △국민과 기업의 해외활동 지원을 4대 중점과제로 선정해 성숙한 세계국가로서의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를 달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보고했다. 외교부는 우선 11월에 열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가 국격(國格)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라고 보고 외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이명박 정부 첫해에 4강 외교를 마무리하고, 지난해에는 아시아 외교에 집중한 데 이어 새해에는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으로 정상외교의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또 PKF 신속파병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정돼 신속하고 효율적인 PKF 참여가 가능해진 만큼 그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파견 계획을 검토하는 단계지만 그 지역은 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재외공관 외교관을 ‘세일즈맨’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보고했다. 4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선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새해에 추가 원전 수주와 국산 고등훈련기 T-50 수출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국민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주요국과 사증 면제 및 간소화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파견 인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2009년 국민총소득(GNI) 대비 0.1% 수준이던 ODA 규모도 새해에는 0.13%로 올린 뒤 2015년까지 0.25%(약 30억 달러)로 증액할 계획이다. 대북지원보다 북핵해결 등 전제조건 관철에 무게통일부는 2010년 실행해야 할 9대 정책과제를 제시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통일부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을 6자회담과 양자회담 등을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인택 장관은 새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의제를 ‘북핵 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로 못 박았다. 인도적 분야에서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 장관은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와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남북이) 서로 상응해 협력하면 방법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구호에 집중해 대북 지원의 전용(轉用) 가능성을 방지할 계획이다. 교류협력 분야에서는 평양과 금강산, 개성 등을 오가는 남한 국민에 대한 확실한 신변안전 보장을 북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남북을 오가는 돈과 물자, 사람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경협 사업과 농수산 및 지하자원 등 개발협력 사업 제의는 삭제했다. 다만 북한 지역의 산림녹화 사업과 비무장지대(DMZ) 공동 개발 및 이용 방안을 북측과 협의할 방침이다. 정부는 탈북자의 정착 지원을 강화하고 북한 내부 정세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북한을 바로 알기 위한 통일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분단 경험이 있는 독일 등과 국제적 네트워크도 확대하기로 했다. 무기 중개상 빼고 직구매 확대… 신병교육 5→10주로국방부는 외국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 중개상(에이전트)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상업구매 방식을 줄이고 정부 간 직구매(FMS) 방식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 에이전트와 군 관계자의 유착을 막고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기 위해 현재 전체 무기 도입 사업의 35% 수준인 FMS 비율을 내년부터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무기 중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3진 아웃제’를 도입해 부도덕한 행위를 반복할 경우 무기 도입 사업 참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에 대해선 국방부로 아예 흡수하거나 현행처럼 외청으로 유지하되 국방중기계획 수립 등 핵심 정책 기능은 국방부로 이관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획득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현재 5주인 신병교육 기간을 8∼10주로 늘리고 ‘측정식 합격제’를 엄격하게 적용해 장병 교육훈련의 질을 높이기로 했다. 일선 부대의 훈련 수준에 미달하는 병사들은 합격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별도 보충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국에 흩어진 1800여 개 군사시설을 작전임무 단위별로 600여 개로 통폐합하는 한편 병영시설은 도심 외곽으로 옮기고 도심지 부대는 고층화, 복합화해 용지 소요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또 내년에 군 비행장 주변의 비행안전영향평가제도를 신설하고 과학적 방법으로 고도제한 기준을 설정해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할 계획이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재미교포 대북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 씨(사진)의 억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12월 24일 미국 사람 한 명이 조중 국경지역을 통하여 불법 입국해 억류됐으며 현재 해당 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통신은 억류된 미국인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박 씨의 입북 시점을 실제보다 하루 빠른 24일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대북 인권단체 팍스코리아나 조성래 대표는 “성탄절이 갖는 종교적인 의미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 씨는 정확하게 25일 오후 5시 입북했으며 그가 입북 직전까지 외부와 통화한 휴대전화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관련 보도에 대해 우려한다”며 “우리도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3남 김정은의 28번째 생일이 내년 1월 8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이날을 전후해 공식 기념행사를 열어 새 후계자를 선전하고 우상화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대북 소식통들은 28일 “북한 고위 간부들이 새 후계자인 김정은의 출생지를 방문해 인사를 하거나 주민들을 위한 행사를 열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출생지는 압록강 수풍댐 인근인 평안북도 창성군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이미 이곳에 대규모 사적지를 만들었으나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북한은 김정은 생일을 기해 ‘축포야회(불꽃놀이)’를 열 수도 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올해 4월 15일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과 5월 1일 노동절, 10월 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 등에 대규모 축포야회를 열어 김 위원장의 업적을 부각하면서 이 행사가 김정은의 작품이라고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 당국은 노동자, 농민들에게 거액의 새 화폐를 나눠주면서 ‘김정은이 하사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북한 전문가들은 내년 1월 8일 특별한 행사가 없더라도 북한 지도부가 새해 노동당과 군, 국가안전보위부 등 핵심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고 우상화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68회 생일인 2월 16일과 인민군 창건일인 4월 25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 등 주요 정치일정에 주목하고 있다.북한 당국은 특히 새해가 김 위원장의 ‘선군(先軍) 영도’가 시작된 지 50년이 되는 해라는 점도 후계체제 구축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5년 8월 25일 ‘선군영도 개시 45주년 경축대회’를 열고 김 위원장이 18세 때인 1960년 아버지 김 주석을 따라 군부대를 현지지도하면서 선군정치를 시작했다고 홍보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인권운동가인 재미교포 로버트 박 씨(박동훈·28·사진)가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며 성탄절인 25일 오후 5시경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함경북도 회령시로 무단 입북했다. 북한인권단체 팍스코리아나 조성래 대표는 27일 “박 씨가 찬송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부르며 얼어붙은 두만강(너비 30m가량)을 건넌 뒤 ‘나는 미국 시민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며 “강 건너에 군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던 점으로 미뤄 박 씨가 입북 즉시 체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박 씨는 가슴에 품고 간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북한 지도자들에게’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모든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박 씨는 입북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직전인 23일 서울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기독교인으로서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미국인 여기자 사건 때처럼) 미국 정부가 구해 주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의 앤드루 레인 부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미 국민의 보호와 안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27일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매체들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찬양하는 기사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북한의 ‘정주영 띄우기’는 남한 정부에 금강산 및 개성 관광을 재개하도록 압박하려는 선전전으로 분석된다.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이달 5일자에 ‘화해와 협력의 길을 개척한 노(老)기업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겨레 통일운동사에 경제협력으로 민족화해와 단합을 위해 뚜렷한 자국을 남긴 인사가 적지 않은데, 그 가운데 정주영 선생도 있다”고 소개했다. 통일신보는 “선생은 1998년 현대아산을 설립해 금강산관광 사업을 비롯한 북남 사이의 화해와 협력 사업에 기여했다”며 “정 선생의 얘기는 겨레 모두에게 통일애국에 헌신한 사람은 인생도 값있으며 죽어서도 겨레의 추억 속에 남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가르쳐 준다”고 극찬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은 지금 ‘돈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경제위기 초기인 1992년에 이어 지난달 30일 다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헌 돈과 새 돈을 100 대 1로 교환해주는 대신 개인별, 가구별 교환 한도를 두고 나머지 돈은 강제 저축을 통해 사실상 국가에 헌납하도록 했다. 이 조치로 시장 상인들이 벌어들인 돈은 휴지가 됐다. 주민들의 장롱 속 달러를 끌어내기 위해 당국이 발각된 달러를 몰수할 것이라는 소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의 사정은 다르다. 1990년대 이후 쿠바 정부가 화폐개혁을 인위적으로 단행한 적은 없다. 쿠바엔 내화(內貨)인 일반 페소 외에 달러 등 외화와 환전할 수 있는 태환 페소가 있다. 태환 페소와 페소의 교환 비율은 1 대 24로 안정적인 상태다. 쿠바는 2004년 이후 국내에서 달러 등 외화를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의 가족에게서 외화를 송금 받은 외국인은 환전소에서 달러당 1 태환 페소의 비율로 바꿔야 한다. 북한과 달리 국가가 외환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쿠바는 1990년대 초 옛 소련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 전환을 하고 원조를 중단하자 모두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졌다. 국가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돈을 찍어냈고 그 결과 내화(북한의 원, 쿠바의 페소)의 가치가 떨어졌다. 시중에 돈은 풀렸지만 국영상점에 상품이 공급되지 않자 시장이 크게 번창했고, 여기서 거래되는 상품의 내화와 달러 가격이 동시에 폭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쿠바와 북한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두 나라의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같은 위기를 겪었음에도 20년 후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바는 위기의 현실을 인정하고 조기에 솔직한 대응 방식을 내놓았지만 북한은 위기를 외면했다. 쿠바는 경제논리로 대응했고 북한은 정치논리를 앞세웠다. 쿠바는 위기 초기인 1993년 개인의 외화 보유 및 사용을 합법화했다. 해외에 가족을 둔 쿠바인들은 송금 받은 달러를 은행에 예금하거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국가는 이들이 사용하는 달러를 흡수해 경제회복에 활용했다. 쿠바는 또 외국인 관광 및 투자를 활성화하고, 자영업과 시장 허용을 골자로 한 제한적이지만 과감한 개혁을 통해 1990년대 말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그 결과 2004년 외화사용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북한은 본질적인 처방을 하지 않고 1992년 땜질 처방에 불과한 화폐개혁을 단행했다가 실패했다. 북한의 미온적인 대응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더 큰 경제위기를 불렀고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현상은 심화됐다. 북한은 2002년 7월 임금과 물가를 동시에 인상하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해 실물경제를 살리려고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 당국자는 “이번 화폐개혁은 이것도 저것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꺼내든 마지막 카드”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최근 북한 당국이 노동자 농민에게 새 돈을 찍어 나눠주는 것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의 후계 구축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석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화폐개혁을 한 뒤 다시 새 돈을 과다하게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은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화폐개혁에 따른 새 달러 환율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조치 역시 치밀한 계획 없이 졸속으로 단행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신석호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
북한 당국이 지난달 30일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가치가 높아진 새 돈을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대량으로 나눠주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다. NK지식인연대는 23일 “북한 당국이 18일부터 모든 협동농장원에게 국가장려금으로 가구당 새 돈 1만4000원씩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의 시장 환율로 미화 350달러에 해당하는 큰돈”이라고 전했다. 이 장려금을 화폐개혁 이전의 구권으로 환산하면 화폐개혁 이전 많이 받는 노동자(월급 4000원)의 350개월(약 29년) 치 월급에 해당한다. 데일리NK도 22일 “노동자와 사무원에 대해 17일부터 새 임금이 지불됐다”며 “임금은 업종별로 경노동 1200원, 건설 1500원, 중노동 1700원, 당 간부 3300원 정도”라고 전했다. 과거에 비해 100배 정도 가치가 높아진 새 화폐로 이 정도 임금이 지급됐다면 이 역시 상당한 금액이다. 북한 당국의 ‘금전시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정은의 후계구도 구축을 위해 민심을 달래고 화폐개혁 지지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돈이 지나치게 많이 풀릴 경우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은 23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이번 화폐개혁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 선원 7명이 21일 배를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했으나 귀순이 아닌 단순 표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3일 이들을 북한으로 보낼 예정이다. 북한 선원 7명은 21일 오후 2시경 전마선(소형 고기잡이 배)을 타고 덕적도 서방 16마일(약 25.8km) 해상까지 표류했다가 남한 어선에 발견돼 해경 함정에 예인됐다. 정부의 합동신문 조사결과 선원 7명 전원이 북한으로 돌아갈 것을 희망했다. 정부는 22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선원들을 돌려보내겠다는 대북 통지문을 보냈고 북측도 이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알려왔다. 통일부는 “선원들은 23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며 북측과 정확한 송환 시간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마선이 표류할 당시 바다의 파고는 3m로 높은 편이었으며 남한 군 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권교체 이후 외교·통일·안보정책에서 지난 정부와 차별화를 추구해온 이명박 정부는 올 한 해 글로벌 외교 시대의 개막과 남북관계에서의 주권 회복, 대북 군사 대비 태세 확립에 주력했다. 분야별로 구체적인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글로벌 외교를 향한 출발 2009년 한국 외교는 ‘성숙한 세계국가 구현’을 기치로 내세우며 글로벌 외교에 집중했다. 세계 13위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기여가 국제사회에서 존중을 받는 길이고, 내실 있는 외교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이 11월 25일 ‘공여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것은 이런 글로벌 외교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였다.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원하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도 동참했다. 2007년 탈레반 인질 사건 이후 파병부대를 철군시켰던 정부는 독자적인 지방재건팀(PRT) 설치 및 민간 PRT 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 선정도 한국의 이런 위상 변화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는 한국 외교가 북한 문제 집중에서 벗어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범 첫해에 4강 외교에 집중했던 이명박 정부는 올해 ‘신아시아 외교’를 내세우며 외교의 저변을 확대했다. 6월 초 제주에서 열린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동남아시아권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 계기였다. 한반도의 미래가 달린 북한 핵문제에 대해 정부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이중접근법(Two Track Approach)’을 근간으로 하는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을 제시했다. 중남미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에서 출발한 ‘포럼 외교’도 올해 한국 외교의 특징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의 대외원조는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보잘것없는 규모라는 한계를 부인할 수는 없다. 정부는 무상원조 예산을 올해 3575억 원에서 내년에는 4270억 원으로 19.4% 증액할 계획이다. G20 등 한국이 개최하는 각종 외교 행사가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융위기의 확산에 따른 G20의 필요성을 한국이 잘 활용했지만 (G20을) 경제적 현상으로만 바라보고 접근한 측면도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공유할 수 있는 외교 능력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주도력 높이고 국민 합의 키워 이명박 정부는 올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조성하는 목표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북측이 요구하는 남북 정상회담 협의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을 설득시켜 다양한 대북정책의 목표를 달성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8월 13일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를 석방한 데 이어 9월 26일∼10월 1일 금강산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허용했으며 10월에는 황강댐 무단방류 사건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지난해보다 확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탈북자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가족, 이산가족 등 남북 분단에 따른 피해자들에게 정책의 혜택을 고루 돌려 ‘통일을 위한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북한이 올해 상반기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무력시위에 나서는 동안 국내 여론이 분열되지 않고 대북 비판론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북한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냈는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 공세에 대해 “진정성 있는 변화로 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남측에 대화를 미끼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핵을 개발하고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등 개혁 개방과는 반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들여 변화를 요구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안보대사)는 “북한의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대북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한층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북 군사 대비 태세 입증 2009년 국방 분야의 주요 성과는 11월 발발한 대청해전의 압승 등 확고한 대북 군사 대비 태세를 갖췄다는 점이다. 또 한미 군 당국 간에 대북 정보교류 체제를 복원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한미 군 당국은 올 상반기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원활한 첩보 교류를 통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노무현 정부 당시 불거졌던 한미 간 대북정보 불협화음 논란을 해소하고 한미동맹 복원을 실증했다. 제4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한 점도 평가된다. 그러나 군은 2009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국방개혁 2020’의 이행 과정에서 개혁안의 수정 및 관련 예산 삭감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6월에 확정된 개혁안 수정안은 62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국방개혁 예산을 599조3000억 원으로 줄이고, 50만 명으로 줄이려던 병력 감축 계획을 51만7000명으로 재조정했다. 또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와 공군의 공중급유기 등 대형 무기획득사업이 연기됐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2010년은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 개혁 작업을 가시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부가 올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놓고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이끄는 비선(秘線)에 이어 통일부가 주도하는 당국 간 라인을 가동해 북한과 접촉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정부는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해야 한다는 요구를 양보하는 대신 평양 등 북측 지역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일부를 영구 귀환 또는 일시적으로 남측을 방문할 수 있도록 데리고 돌아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종 협상 과정에서 북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으로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을 남측에 파견한 이후부터 ‘올해 안에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타진해 왔다. 정부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시절부터 대북 문제에 관심이 있던 임 장관을 북측과 접촉하도록 했다. 여당 관계자는 “임 장관은 서울에 온 조문단을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10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김 통전부장과 원동연 부부장을 만나 정상회담 의제 등을 조율했으며 양측은 북핵 문제 논의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해결 등 주요 의제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을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남북은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를 논의하고 정상회담을 상시화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전했다. 또 “남측은 일부 국군포로 및 납북자들의 송환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해 북측은 일부가 남측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고 송환도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정상회담의 대가로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와 남측의 대규모 식량 지원 등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결렬후 김양건 3시간 질책 ▼그러나 통일부 등 정부 내 일각에서 비선 접촉의 형태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그동안 남북 대화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정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고 11월 열린 후속 대화는 ‘통-통(통일부와 통전부) 라인’이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양측은 11월 7일과 14일 두 차례 개성에서 비밀접촉을 했지만 정상회담 이후 남측을 방문할 국군포로와 납북자 수 및 그에 대한 경제적 대가 등을 놓고 논쟁을 벌이다 협상이 일단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정부 내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통일부가 북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 욕심을 내다 임 장관이 이룬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평가와 대북 협상 경험이 거의 없는 임 장관이 애초부터 안 될 일에 매달렸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임 장관과 나눈 대화가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었는지에 따라 향후 역사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정부는 처음부터 북측이 제시하는 조건과 국익 등을 따져 정상회담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앞두고 남측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노리고 회담 성사를 지시했던 김 위원장은 회담이 최종 결렬된 뒤 김 부장을 불러 3시간 넘게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11월 중순 이후 통일부와 현인택 장관을 실명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북측 매체들은 최근에도 남측이 제기한 정상회담의 조건들을 반박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9일 “북핵 문제는 북남 관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북남 관계 개선의 장애물이 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 신문은 11일자에선 “국군포로니 납북자니 하는 것은 아무 실체도 없는 유령에 불과하다. 포로 문제는 정전협정 때 다 해결된 문제이며 의거 입북자는 있어도 납북자는 애당초 있어 본 적이 없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관측했다. 북한은 통일부와의 대화가 결렬된 뒤 다시 다른 채널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북핵 포기에 도움이 되고 국군포로 등 인권 문제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내년도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장기적인 교착상태에 빠지면 북한은 경제지원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받아내기 위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내년 한 해 북한 지도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담은 신년 공동사설이 내년 1월 1일자 노동신문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된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연다는 목표로 올해 정치, 경제, 대외 등 중요 분야에서 정책 전환을 꾀했다. 새해 공동사설은 올해 정책기조의 연장선에서 세부 과제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3대 세습 공식화 여부에 관심 집중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초 3남 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내부 선전 및 선동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이 새해 공동사설에 이 문제를 은유적으로라도 언급할 경우 후계 과정 돌입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새해 공동사설은 올해 사설보다는 명시적인 형태로 후계 문제를 표현할 것”이라며 “‘계속 혁명’이나 ‘영도의 계승’ 같은 표현이 들어가고 ‘혁명의 수뇌부’를 사수하기 위한 노동당 산하 청년동맹과 혁명 3, 4세대(북한의 전후 세대)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내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후계 관련 표현은 삼갈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사회주의 지향, 보수적 경제·사회정책 심화 신년 공동사설은 경제 및 사회 분야와 관련해 올해 단행된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 등 대중 노력동원 운동과 화폐개혁 등을 정당화하고 이로 인해 혼란해진 사회 분위기를 다잡는 보수적인 내용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고난이 오더라도 사회주의 원칙을 따르면 승리가 온다는 ‘원칙과 희망’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올해 4월 헌법 개정과 지난달 30일 단행된 화폐개혁 등의 공통된 목표는 사회주의의 강화”라며 “새해 공동사설은 전 분야에서 사회주의의 강화를 표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신 북한은 대외경제관계 개선을 통한 외자 유치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1991년 12월 함북 라선시를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한 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해 대외무역 발전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미국엔 유화적, 남한엔 이중적 태도 보일 듯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 지도부가 공동사설을 통해 미국에 대한 유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인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관계개선 요구와 관계악화의 위협을 병행할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새해가 6·15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남측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수 교수는 “남측에는 대단히 엄격하게 나올 소지가 크다”면서 “남북관계 경색의 모든 책임은 남측에 있다며 ‘남한 책임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