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년 공동사설 속 키워드로 본 올해 생존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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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민생활 최우선” 생산 늘리되 계획경제

[2] 노동당 65주년 강조

[3]청년영웅 필요성 웅변

[4]先평화체제 後비핵화

[5]사라진 남한정부 비방

북한이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2년 앞둔 북한 지도부의 한 해 생존전략이 담겨있다. 그 내용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복원하고 3대 세습을 추진하기 위해 대화로써 국제사회의 지원을 노리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①계획경제 복원 통한 의식주 해결 노려


통일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데 대해 “물리적인 단속과 화폐개혁으로 시장을 무력화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경공업 발전을 통해 국가의 상품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대 세습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지난해의 대중노력동원과 화폐개혁 등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도 사회주의 계획경제 복원을 위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사설은 “계획규율, 재정규율, 노동행정규율을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②당 창건 65주년 기념일에 무슨 일이?


공동사설은 올해가 노동당 창건 65주년임을 아홉 차례나 강조했다. 올해 10월 10일에 열리는 65주년 기념식을 예고하면서 “경사스러운 10월의 하늘가에 터져오를 장엄한 축포성(소리)”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중대한 이벤트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미 관계가 진도를 내고 경제가 안정된다면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해 1980년 이후 열리지 않던 당 대회(7차)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③암시적인 후계자 띄우기?


공동사설은 지난해 김일성 주석 생일 등 기념일에 3차례 실시한 ‘축포야회(불꽃놀이)’를 언급했다. 이 행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암시적인 ‘후계자 띄우기’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동사설은 “불멸의 위훈으로 대고조 시대를 빛내나가는 청년영웅, 첨단을 돌파하고 조국의 존엄을 높이 떨치는 유능한 청년인재가 돼야 한다”며 김정은 또래인 ‘혁명 3, 4세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④미국에는 비핵화보다 평화체제 앞세워

공동사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앞서 평화체제를 언급한 것은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북-미 양자대화나 6자회담에는 참여하되, 평화체제 요구에 집중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결심해야 그에 상응하는 조치로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6자회담의 의제 선정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⑤남한 당국에 대화 요구 계속

공동사설은 올해가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임을 상기시킨 뒤 “남한 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부는 “남한을 비난하는 대신 공동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 화해·협력의 실현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번 공동사설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대남 유화공세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돼 향후 남북대화에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고 할 수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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