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C가입 - G20회의 유치… 이명박 정부, 글로벌 외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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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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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외교-통일-안보정책 평가

정권교체 이후 외교·통일·안보정책에서 지난 정부와 차별화를 추구해온 이명박 정부는 올 한 해 글로벌 외교 시대의 개막과 남북관계에서의 주권 회복, 대북 군사 대비 태세 확립에 주력했다. 분야별로 구체적인 성과와 과제를 짚어봤다.

○ 글로벌 외교를 향한 출발

2009년 한국 외교는 ‘성숙한 세계국가 구현’을 기치로 내세우며 글로벌 외교에 집중했다. 세계 13위 경제 규모에 상응하는 기여가 국제사회에서 존중을 받는 길이고, 내실 있는 외교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이 11월 25일 ‘공여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것은 이런 글로벌 외교의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였다.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원하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에도 동참했다. 2007년 탈레반 인질 사건 이후 파병부대를 철군시켰던 정부는 독자적인 지방재건팀(PRT) 설치 및 민간 PRT 요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 선정도 한국의 이런 위상 변화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는 한국 외교가 북한 문제 집중에서 벗어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범 첫해에 4강 외교에 집중했던 이명박 정부는 올해 ‘신아시아 외교’를 내세우며 외교의 저변을 확대했다. 6월 초 제주에서 열린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동남아시아권과의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한 계기였다.

한반도의 미래가 달린 북한 핵문제에 대해 정부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이중접근법(Two Track Approach)’을 근간으로 하는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을 제시했다. 중남미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전략에서 출발한 ‘포럼 외교’도 올해 한국 외교의 특징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의 대외원조는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보잘것없는 규모라는 한계를 부인할 수는 없다. 정부는 무상원조 예산을 올해 3575억 원에서 내년에는 4270억 원으로 19.4% 증액할 계획이다. G20 등 한국이 개최하는 각종 외교 행사가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금융위기의 확산에 따른 G20의 필요성을 한국이 잘 활용했지만 (G20을) 경제적 현상으로만 바라보고 접근한 측면도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공유할 수 있는 외교 능력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대북 주도력 높이고 국민 합의 키워

이명박 정부는 올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조성하는 목표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북측이 요구하는 남북 정상회담 협의를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을 설득시켜 다양한 대북정책의 목표를 달성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8월 13일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를 석방한 데 이어 9월 26일∼10월 1일 금강산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허용했으며 10월에는 황강댐 무단방류 사건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지난해보다 확대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탈북자와 국군포로 및 납북자 가족, 이산가족 등 남북 분단에 따른 피해자들에게 정책의 혜택을 고루 돌려 ‘통일을 위한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했다. 북한이 올해 상반기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등 무력시위에 나서는 동안 국내 여론이 분열되지 않고 대북 비판론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북한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냈는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대남 유화 공세에 대해 “진정성 있는 변화로 보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남측에 대화를 미끼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핵을 개발하고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화폐개혁을 단행하는 등 개혁 개방과는 반대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에 끌어들여 변화를 요구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안보대사)는 “북한의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대북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있어서 한층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대북 군사 대비 태세 입증

2009년 국방 분야의 주요 성과는 11월 발발한 대청해전의 압승 등 확고한 대북 군사 대비 태세를 갖췄다는 점이다. 또 한미 군 당국 간에 대북 정보교류 체제를 복원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한미 군 당국은 올 상반기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원활한 첩보 교류를 통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노무현 정부 당시 불거졌던 한미 간 대북정보 불협화음 논란을 해소하고 한미동맹 복원을 실증했다. 제41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한 점도 평가된다.

그러나 군은 2009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국방개혁 2020’의 이행 과정에서 개혁안의 수정 및 관련 예산 삭감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6월에 확정된 개혁안 수정안은 62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국방개혁 예산을 599조3000억 원으로 줄이고, 50만 명으로 줄이려던 병력 감축 계획을 51만7000명으로 재조정했다. 또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와 공군의 공중급유기 등 대형 무기획득사업이 연기됐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2010년은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어 개혁 작업을 가시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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