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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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승헌 부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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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칼럼100%
  • 체감 기온 ‘영하 45℃’…북극발 한파, 미국-캐나다 얼렸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북극발 한파로 미국과 캐나다가 얼어 붙었다. 6일 웨더채널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평원 지역인 중북부 노스다코타 주와 5대호인근의 미네소타, 위스콘신 주,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이날 체감 기온은 강풍으로 영하 40℃ 안팎까지 곤두박질쳤다. 미국에서도 춥기로 손꼽히는 미네소타 주 인터내셔널 폴스의 이날 기온은 영하 22℃로 관측됐고, 초속 30km가 넘는 찬 바람에 체감 기온은 영하 45℃까지 떨어졌다. 한파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 카운티에서는 냉방에서 자던 91세 노인과 50대 후반 노숙자가 각각 추위로 목숨을 잃었다.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와 플로리다 주 펜사콜라 등에선 한파에 노숙자들이 얼어 죽지 않도록 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7일에는 중서부와 뉴욕 보스턴 등 동부까지 한파 영향권에 들어가고 주말까지 서부를 제외한 미국 국토의 70%에 눈과 비를 동반한 혹한이 몰아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에도 북극에서 부는 회오리 바람인 ‘폴라 보텍스’의 영향으로 맹추위를 겪은 바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북극에서 기인한 것은 맞지만, 지난해와는 양상이 또 다른 겨울 추위로 분석하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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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 회항’ 프랑스 수업시간 토론주제로 등장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외신 반응이 한마디로 뜨겁다. 가장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일본. 신문들은 지난 한 달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복수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까지 자신들의 국내 주요 뉴스를 다루듯 세세하게 속보를 전하고 있다. 민영방송들은 낮 시간대에 특집을 편성하기도 했다. 도쿄(東京) 국립병원에 입원 중인 한 교민은 “일본인 환자들 중에는 ‘조현아’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다니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가장 열 올리는 일본 언론 이런 관심은 일본 내 혐한(嫌韓) 분위기와도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한 교민은 “세월호 때에도 그랬지만 한국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좀 과다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30대 여성이 오너의 딸이라는 이유로 경영을 맡는 경우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기업이미지(CI) 컨설팅 회사인 ‘라이로’의 다나베 신이치(田邊眞一) 회장은 1일 본보 기자에게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한국 재벌의 세습 경영을 북한 세습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시각까지 있다.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했지만 시민의식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평생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서울∼아키타(秋田) 노선 존속을 위해 보조금을 집행하고 있는 사타케 노리히사(佐竹敬久) 아키타 현 지사는 지난달 25일 출입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이번 일로 안전운항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대한항공은 반성하길 바란다”면서 “재력과 권력이 있는 자는 사람을 아래로 보기 쉽다. 특히 젊은 국회의원 등이 그렇다”며 일본 정치인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주재원 아빠를 따라 2년 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의 한 국제학교에 다니는 중학생 C 양(15)은 최근 ‘홈룸(HR)’ 수업시간에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전교생 3개 반이 팀별로 겨루는 토론 경쟁 시간에 한국의 ‘땅콩 회항’ 사건이 주제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지도교사는 관련 뉴스 기사를 읽어 주더니 토론 주제로 ‘대한항공이 왜 사과해야 하는가’를 잡았다. 학년 내 유일한 한국 학생인 C 양은 “모두 나를 쳐다보는데 ‘한국에서 생긴 일이니 네가 답해 봐’라고 묻는 것 같았다.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일은 한-프랑스 외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16년 한-프랑스 외교수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2015∼2016 상호교류의 해’ 한국 측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 파리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일로 조 회장의 운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상호 교류 행사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재벌 비판 가세하는 외신들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재벌 경영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너도나도 논평을 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 사회의 속살을 파고든 가장 고통스러운 염증을 드러낸 일”이라며 이렇게 평했다. “기장은 비행기가 게이트를 떠나 주행을 시작하면 회사 임원진으로부터 어떤 항로 변경도 지시받지 않는 게 원칙인데 한국의 재벌 시스템은 승무원과 기장이 보여준 무릎 꿇기와 노예적 복종의 이유를 설명해 준다. 이런 상황이라면 종업원들은 어떤 도전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일을 두고 한국 내 커지는 양극화가 분노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미 CNN은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재벌의 일탈에 대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CNN의 대표 앵커 앤더슨 쿠퍼는 “여객기를 회항시킨 이유가 너츠(땅콩)를 접시에 담지 않고 봉지째 갖다 줘서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바보 같다”는 막말까지 했다.일본 프랑스 미국 특파원 종합}

    •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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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이승헌]朴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이랬으면

    지난해 마지막 날 미국 백악관 대변인실은 출입 기자들에게 ‘2014: 사진으로 본 한 해(A Year in Photos)’란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피트 수자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찍은 수많은 사진 중 100장을 추린 것이었다. 사진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에볼라 대책 회의를 하는 장면 등 ‘홍보용’도 적지 않았지만, 주로 대통령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것이 많았다.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회의 도중 파리를 잡기 위해 서류 뭉치로 바닥을 내리치자 참모들이 파안대소하는 사진(5월 6일)은 보는 사람도 미소 짓게 만들었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콜로라도 주 덴버의 한 바에서 지인들과 당구를 치는 장면(7월 8일)도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을 느끼게 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매년 ‘사진으로 본 한 해’를 골랐다는 수자 씨는 e메일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대중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취임 후 가장 낮은 40%대의 지지율에 허덕이는 오바마 대통령이지만 미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던 사진들이었다. 오바마뿐 아니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언론을 통해, 때로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고민해 왔다. 노하우의 핵심은 포장된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거나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란 정공법을 택했다. 매력적인 유머 감각으로 기자들과 맞짱 토론을 즐겼고 이런 내용들의 대부분이 TV를 통해 중계됐다.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손편지’를 애용했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레이건 도서관에 따르면 생전에 1만 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일례로 1983년 8월 다이애나 에번스라는 여성이 레이건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편지를 보내자 이런 답장을 썼다. “나도 그런 걱정이 있다는 걸 안다. 그래도 외교 정책을 결정할 때 그리 가볍게 움직이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 편지 소통은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1994년 11월 “제가 최근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국민들에게 알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알림으로써 이 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라는 대국민 편지를 써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편지는 그가 생전에 남긴 마지막 편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신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용 못지않게 박 대통령이 얼마나 허심탄회한 방식으로 회견을 진행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가 보여준 불통에 대한 아쉬움과 소통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이 필요 이상의 논란을 낳은 것이나, ‘정윤회 문건’이 한국 사회를 뒤흔든 것도 정치적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본래 소통이나 스킨십이 부족한 정치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후폭풍’으로 한나라당이 문 닫을 위기에 처하자 당 대표로서 TV 연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해 당을 살린 적도 있다. 선거 때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전세를 유리하게 조성한 것도 손에 붕대를 감고 유권자들을 만날 정도로 국민들 눈높이 맞추는 데 능했기 때문 아닌가. 이번 회견에 임하는 대통령에게 바란다. 메시지는 분명하되 어깨에 힘을 빼고 대화하듯 속내와 고민을 솔직히 드러냈으면 좋겠다.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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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외교가 “北 진의 파악 우선” vs “남북대화 기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시사에 대해 워싱턴 외교가는 1일 “진의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일 “통일준비위원회가 북한에 이달 중 대화하자고 제안한 만큼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아직은 뭐라고 평가하기 이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해 왔기 때문에 그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김 제1비서가 (이번 신년사를 통해) 핵무기에 집착하는 기존 정책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음을 오히려 대외적으로 확인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정권 특유의 대남 유화책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를 향해 “단순한 만남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남북한이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관리하려는 것이라면 대화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사면초가 상태인 북한이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고립 탈출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 기념식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해빙 분위기가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김 제1비서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올해 남북이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것과 맞물려 북한이 남한에 ‘대화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을 타파하려 한국에 추파를 보냈다”면서도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정상회담 실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 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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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광’ 오바마 1년간 얼마나 쳤나 봤더니…주 1회는 기본?

    ‘골프광’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몇 번이나 골프를 쳤을까.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1일(현지 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모두 54차례 골프를 쳤다고 밝혔다. 1년이 52주인 점을 감안하면 매주 한 번씩 골프를 치고도 두 번을 더 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19일부터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지난달 31일까지 총 8차례의 라운딩을 즐겼다. 2009년 취임 이후엔 총 214차례의 골프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초에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인사들과도 종종 골프를 치며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로 백악관 참모나 지인들과 골프를 치고 있다. 골프 칠 때만큼 워싱턴 정치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게 주변 참모들의 전언이다. 이번 겨울휴가 때에도 백악관 부속실 조 폴센 보좌관이나, 오랜 친구인 바비 티트콤 등과 주로 골프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도한 ‘골프 사랑’으로 인해 종종 구설수에 오르곤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오바마 대통령 일행의 골프 라운딩 때문에 당일 해당 군 골프장 16번 홀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던 군인 커플이 하루 전에 갑자기 결혼식 장소를 바꿔야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는 역시 하와이에서 휴가를 즐기던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골프 회동을 했는데, 나집 총리는 귀국 후 말레이시아 언론으로부터 ‘조국이 홍수로 피해가 극심한데 한가하게 골프를 쳤다’는 비난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원인 제공을 한 셈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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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쿠바 이어 이란과도 국교정상화 시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이란과의 외교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이란에 미국대사관을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사건 직후 미국이 대사관을 철수하면서 35년간 국교가 단절됐다. 미국이 쿠바에 이어 이란과의 국교 정상화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으로 관계가 더욱 냉랭해진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란 등과 같은) ‘불량 정권’과도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 왔고 이 발언은 아직도 유효하다”며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만날 것이다. 나는 외교를 믿고 대화를 믿고 포용(engagement)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관계 개선 조치에 나서기 전 이란의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란은 국가 차원의 테러 지원 이력을 가진 크고 복잡한 나라이다.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기려면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란 내부에는 핵 협상을 타결해 관계 정상화의 기회를 잡으려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개방을 두려워하고 반미, 반서방 주의로 무장한 강경론자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크림 반도 합병 사태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하며 그와의 싸움에서 성공을 거뒀다고도 자평했다. “푸틴이 수개월 전 크림 반도를 합병했을 때 일부 사람들로부터 ‘천재’라는 칭송을 받았지만 현재 러시아 경제가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그다지 멋져 보이지 않는다. 3, 4개월 전만 해도 워싱턴의 모든 사람이 푸틴을 천재라고 확신했고 푸틴은 우리를 압도하면서 러시아의 힘을 확대해 왔다. 나는 당시 러시아와 전쟁은 원하지 않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러시아에 꾸준히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붐 등으로 6월 이후 원유가격이 50% 이상 폭락함으로써 푸틴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 의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에도 조만간 서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제재 조치가 러시아 경제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 것이며 올해가 아니면 내년, 후년에 원유가 하락사태가 오면 러시아에 엄청난 어려움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프 래스키 미 국무부 공보과장은 29일 “북한이 소니픽처스 해킹 배후가 맞다”고 확인했다. 그는 “북한은 파괴적이고 도발적인 행동을 부인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북한을 배후로 지목한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결과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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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이승헌]카터센터 ‘이석기 구명’ 팔짱낀 한국외교

    한국 정부는 틈만 나면 한미동맹을 홍보해왔다. 올해 7월 워싱턴에 부임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도 ‘한미동맹의 굳건함’이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올 1월 “‘한 치의 빛(inch of daylight)’도 들어올 틈 없이 단결돼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한미동맹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최근 ‘카터센터’가 국가보안법상 내란선동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구명 성명서를 낸 일을 곱씹어 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카터센터는 성명서에서 이 전 의원이 구속된 계기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 사건은 거론하지 않은 채 “국가보안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우려한다”고만 했다. 이번 논란의 우선적인 책임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카터센터 측에 있다. 하지만 무명 단체도 아닌 노벨 평화상을 받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주도하는 단체가 이번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한국 외교’는 과연 성실하게 대처했는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성명서는 이 전 의원의 가족과 변호인들이 이달 초 카터센터를 방문해 구명을 부탁한 결과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카터센터가 있는 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는 미 남부지역의 한미 동향을 맡고 있는 주미 한국총영사관이 있다. 그런데도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카터센터 성명서가 18일 발표됐다는데, 언론에 보도된 28일 그 내용을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은 한국 외교부가 미국 내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한국 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교감하고 있는지 묻게 만든다. 지난달 갓 부임한 41세의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대사가 트위터로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공공외교’를 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다. 한국 외교가 해당국의 민심을 얻지 못하는, 즉 여론전에 약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게 일본군 위안부 이슈이다. 강공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 조야에선 ‘이젠 한국이 일본에 기회를 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화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한국보다 일본 동조 여론이 높다. 이런 배경에는 일본이 학자 등 전문가집단을 내세워 미 오피니언 리더들을 상대로 세심한 여론전을 펼친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 일례로 일본 극우 성향의 ‘국가기본문제연구소’는 9월 시마다 요이치(島田洋一) 기획위원을 워싱턴으로 보내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미연구소 방문교수,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등 동북아 전문가를 거의 비밀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은밀히 만나 일본 입장을 설명하는 로비전을 펼친 적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여론전에서 일본 기세에 눌려 있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에서 듣는 대체적인 평이다. 외교는 겉으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동맹국 저변의 민심을 얻기 위한 치밀하고 장기적인 액션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미동맹을 제대로 다지기 위해서라도 이번 ‘이석기 성명’사태가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승헌·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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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 치느라 결혼식 방해한 오바마, 신부에게 직접 전화 걸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골프 사랑’이 미군 현역 육군 대령 부부의 결혼식을 방해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휴가 중인 하와이의 한 해군기지 내 카네오헤 골프장에서 고교 동창들과 골프를 쳤다. 그런데 마침 이 시간 골프장 16번 홀에선 신랑 에드워드 말루 대령과 신부 나탈리 하이멜 대령이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던 예비부부는 27일 오후에야 골프장 측으로부터 “오바마 대통령 일행이 골프를 칠 수 있게 하루를 더 기다리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앞서 이들 커플은 오바마 대통령이 하와이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결혼식 초청장을 보냈으나 정중하게 거절하는 답변까지 들었던 터였다. 말루 대령의 여동생인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결혼식 초대를 거절하는 편지가 온 지 몇 시간도 안 돼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때문에 예정된 시간과 장소에서 결혼식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 게 아이러니”라며 어이없어 했다. 결국 이들 부부는 해군기지 부대장의 관사 근처 잔디밭으로 결혼식장을 옮겼다. 라운딩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실을 보고받은 후 신부 하이멜 대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결혼식을 방해한 것에 대해) 사과하며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신랑 측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4일에도 홍수와 에어아시아 항공기 사고로 비상이 걸린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총리와 골프 라운딩을 가져 결과적으로 나집 총리를 난처하게 만든 바 있다. 나집 총리는 ‘홍수 골프’를 쳤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하와이 휴가 일정을 중단하고 26일 말레이시아로 급거 귀국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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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가장 길었던 전쟁… 절반의 승리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될 아프가니스탄전쟁이 28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시작한 이 전쟁은 후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져 총 13년 2개월간 지속됐다. 부시 행정부 때 조금 더 늦게 시작됐던 이라크전쟁(2003년 3월∼2011년 12월)은 8년 9개월 만에 끝났다. 지금까지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은 12년간 이어진 베트남전쟁(1964∼1975년)이었다. 아프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관인 존 캠벨 미 육군 대장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주둔지 부대에서 지금까지 걸려있던 ‘ISAF’ 깃발을 내리고 ‘RS(Resolute Support) 깃발’을 올렸다. RS는 2016년까지 아프간에 잔류해 탈레반 반군에 대항할 아프간 정규군을 훈련시킬 1만800명 규모의 아프간 안정화 지원 부대를 뜻한다. 미국은 일단 아프간전쟁의 목표를 이뤘다.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고 배후 세력인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은 13년간 ‘전쟁 국가’라는 국제사회 일각의 비판을 받았으며 최소 1조 달러(약 1098조 원)라는 막대한 전쟁 비용을 치러야 했다. 여기엔 내년에 RS군에 투입될 581억 달러(약 63조8000억 원)는 제외된 것. 미군은 아프간전쟁에서 2356명이 전사했다. 더 큰 문제는 아프간 철군이 이 지역의 ‘실질적인 종전’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특히 현 상황은 미군의 2011년 12월 이라크 철군 당시와 묘하게 닮아 있어 미국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섣부르게 철군할 경우 탈레반 반군이 아프간의 불안정한 정국을 틈타 세력을 다시 키워 ‘제2의 이슬람국가(IS)’가 될 수도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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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센터, 엉뚱한 ‘이석기 구하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0·사진) 측이 최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구명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한국 대법원에 우편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카터 전 대통령이 설립한 인권단체인 ‘카터센터’는 18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유죄 판결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대한민국 현직 국회의원인 이석기 의원에 대한 서울고법의 유죄 판결을 우려한다”며 “서울고법은 자신의 정치적 추종자들에 대한 이 의원의 발언을 담은 테이프를 근거로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했다. 성명서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고 의원직 상실을 선고하기 하루 전에 작성됐다. 카터센터는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인 이 소송에서 제시된 사실들의 진위에 관해 언급하지 않겠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1987년 이전의 군사 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억압적인 국가보안법에 의해 선고됐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판결이 국제인권조약을 준수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의무와 매우 성공적으로 번영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명성과 모순된다는 점에도 주목한다”며 “한국이 인권 선진국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보법하에서 현존하거나 앞으로 발생할 인권 침해에 관해 모든 한국인들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카터 전 대통령의 언급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구속된 결정적 계기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 사건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쓰며 거론하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2012년 총선에서 벌어졌던 통진당 내 부정경선 파문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외교가 일각에선 카터센터가 이 전 의원과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을 잘 모르거나 한쪽 주장만 접한 채 성명을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카터센터에 이 같은 성명을 내게 된 과정을 묻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성명서는 28일 현재 대법원에 아직 도착하지 않아 상고심 재판부에 전달되지 않은 상태다. 성명서가 대법원에 접수되면 참고자료나 탄원서 형식으로 재판부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법조계에 따르면 12월 초 내란음모·선동 사건 피고인들의 변호인단과 가족이 ‘지한파’ 인사인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미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센터를 직접 방문한 뒤 탄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 대통령이 퇴임 이듬해인 1982년 설립한 카터센터가 한국 정치인의 구명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신나리 기자}

    •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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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아시아, 22개국 취항 亞 저비용항공 ‘선두주자’

    ‘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다(Now everyone can fly).’ 사고 비행기가 속한 에어아시아가 내세운 광고 문구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저비용 항공사로 사고 비행기는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에어아시아가 운영하는 여객기였다. 에어아시아는 사고 직후 트위터 계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빨간색 바탕의 회사 로고를 회색으로 바꾸고 “QZ8501 항공기가 통신이 두절된 것을 알리게 돼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에어아시아는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2001년 인수한 이후 6년 연속 ‘최고의 저비용 항공사’(영국 항공 서비스 평가 전문기관 스카이트랙스), ‘아시아 저비용 항공계의 선구자’(뉴욕타임스)라는 평을 들으며 급성장했다. 호주를 포함해 아시아 22개국 약 100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으며 서울과 부산 노선도 있다. 항공기는 모두 169편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항공료를 할인하는 대신 각종 기내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승객과 화물을 내리고 다시 탑승하는 시간이 채 30분이 안 될 정도로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는 저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별 문제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CNN은 “출범 후 지금까지 추락을 포함한 중대 사고를 낸 적이 없었으며 안전과 관련해선 “매우 ‘좋은’ 평판을 얻어 왔다”고 전했다. 한편 추락한 인도네시아발 싱가포르행 에어아시아 QZ8501기의 소유주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52)과 한국의 인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1993년 말레이시아 국영 기업으로 설립됐고 미국 음반회사 워너뮤직의 임원 출신인 페르난데스 회장이 2001년 인수해 저가항공사로 탈바꿈시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 구단주이기도 한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선수를 영입한 인물. 박지성은 2012년 7월 QPR에 입단해 한 시즌을 뛰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박지성 입단식에서 “나는 박지성의 열혈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성이 은퇴한 후에도 그를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헌정 항공기를 만드는 등 깊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달 10일 박지성 헌정 항공기 운항 개시를 기념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과자 ‘허니버터칩’을 언급하며 “승객에게 봉지째 기내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땅콩 회항’ 논란을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발언이어서 화제가 됐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하정민 기자}

    •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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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北과 직접 대화… 주저하지 않는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사진)는 16일(현지 시간)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 기꺼이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해 왔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미 대화를 하는 데 주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중 공동과제와 협력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이 한반도 미래의 직접 당사자인 만큼 북한과의 어떤 과정(대화나 협상)에도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의 진정성이 전제돼야 하는 6자회담 등 비핵화 대화와는 별도로 북-미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한 톤으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러셀 차관보는 “북-미 양자 대화는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아니다”라며 “비핵화 협상은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한국 미국 중국 간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월드스타 싸이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미중 3국이 투자 자본뿐만 아니라 인적 자본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전제한 뒤 “국제관계라는 게 (아무리 잘해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에는 못 미친다. 오늘 여기에 훌륭한 청중이 많음에도 오늘 회의가 유튜브에서는 인기를 끌 수 없다”고 농담을 던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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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 젭 부시 “출마 적극 검토”… 민주 진보진영은 ‘워런 띄우기’

    미국 중간선거가 마무리되고 이민개혁 등을 놓고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미국 정치권이 2016년 대선 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을 동시 장악한 공화당에선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6일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민주당에선 부동의 1위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내년 초 출마 선언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당 안팎의 진보 진영에선 본격적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띄우기에 나섰다.○ 부시 가문 세 번째 대권 도전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족과 대화하고 또 미국이 요구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심사숙고한 끝에 대선 출마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어 “미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에 대해 미 전역의 시민과 대화하는 기구인 ‘리더십 정치활동위원회(PAC)’를 내년 1월에 출범시킬 계획”이라며 “수개월 안에 여러분을 많이 만나 ‘미국의 약속’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더십 PAC는 부시 전 주지사의 대선 캠프이자 선거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시 전 주지사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차남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2001∼2009년)의 동생으로 공화당 내에선 비교적 합리적이면서도 대중 친화력이 좋은 대선 주자 후보로 꼽힌다. 멕시코 출신 부인을 둔 그는 스페인어에도 능해 유권자의 11%(2520만 명)에 이르는 히스패닉 인구 껴안기에도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고 민주당에선 클린턴 전 장관이 나선다면 1992년 ‘빌 클린턴 대 조지 부시’ 대결에 이어 정치 명문가인 부시 가문과 클린턴 가문 간의 대선 2라운드가 열리게 된다.○ NYT “워런이 힐러리를 이길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클린턴 전 장관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워런 상원의원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NYT) 간판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데이비드 브룩스 씨는 16일 ‘워런이 (힐러리를) 이길 수 있다’는 칼럼에서 사실상 워런 의원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지하고 나섰다. 브룩스는 워런 의원의 자서전 ‘싸울 기회(A Fighting Chance)’에 담긴 내용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자서전에는 싸운다는 의미의 fight 또는 fighting이란 단어가 224번 등장한다. 워런이 대선 주자로 뜨는 이유는 이 단어 때문”이라고 밝혔다. 칼럼은 “워런 의원은 ‘중산층을 위협하는 건 부자와 힘센 자들의 짜고 치는 게임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대응하려면 단순한 정책 수립만으로 안 된다. 분노하고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모든 조건이 힐러리에게 유리하지만 매일 더 많은 민주당원들이 워런의 감성과 시각을 (자기 것으로) 끌어안고 있다”고 주장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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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킹 목사처럼… 美 인종차별 항의 2만5000명 행진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이게 지금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13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버뉴에서는 백인 경찰의 총에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고향인 미주리 주 퍼거슨 시 등 미 전역에서 몰려온 2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이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들을 들고 백악관을 향해 소리쳤다. “(경찰과 정치인들은) 누구를 위해 봉직하느냐”는 구호도 자주 등장했다. 이날 워싱턴에서는 1963년 8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직업과 자유를 위한 행진’을 연상케 하는 ‘경찰 폭력에 반대하는 국민 행진’ 시위가 열렸다. ‘모든 이를 위한 정의’라는 부제가 달린 이날 시위는 잇달아 백인 경관 불기소 처분을 내린 대배심을 규탄하고 연방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시민 보호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8월 퍼거슨 사태 발생 뒤 워싱턴에서 열린 시위로는 가장 규모가 컸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전국행동네트워크(NAN)의 앨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차별을 철폐할 입법 행위를 원한다. 지역 경찰이 연루된 사건은 연방검사가 다루도록 규정하는 법을 의회가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위에는 브라운의 유족과 뉴욕 경찰에게 목이 졸려 숨진 에릭 가너의 유족도 참석했다.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페든은 “경찰은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에서도 2만5000여 명의 시위대가 이날 맨해튼 워싱턴스퀘어를 출발해 로어 맨해튼의 뉴욕경찰청 본부까지 행진하면서 경찰의 과잉대응에 항의했다. 보스턴 볼티모어 등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과 뉴욕에서는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가 없었으나 보스턴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20여 명이 연행됐다. 한편 잦은 총기 사건에도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를 찬성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성인 남녀 1507명을 대상으로 3∼7일 실시한 총기 소유·규제 조사에서 ‘총기 소유권은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응답이 52%로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46%)보다 많았다. ‘총기 소유가 신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7%인 반면에 ‘총기 소유가 개인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답변은 38%였다. 퓨리서치는 “1993년부터 해 온 총기 여론조사에서 총기 소지 옹호론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미국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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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문보고서 파문에도… CIA는 무풍지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 발표한 중앙정보국(CIA) 고문 보고서가 국내외적으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다른 국가들 간의 반응이 엇갈리면서 이번 보고서 파문이 9·11테러 이후 형성된 국제정치 지형과 주요국 간의 역학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IA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역설적으로 미 정부에서 차지하는 CIA의 힘은 새삼 부각되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고문 프로그램은 비판하면서도 CIA의 대테러 활동을 ‘애국적’이라고 평가하며 존 브레넌 CIA 국장 경질 요구를 일축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넌 국장을 신임하고 있다”고 밝혀 경질설을 부인했다. 법무부가 이날 고문 관련 책임자에 대해 “기소할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CIA 바람막이’를 자청한 것은 임기가 2년 남은 상황에서 최고 정보기관에 대한 정치적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테러 관련 해외 정보를 총괄하는 CIA가 흔들린다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제대로 치를 수 없고 주요 외교안보 이슈 관리도 어렵게 된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도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과 정보감시 활동 결과물을 공유하는 일명 ‘파이브 아이즈(다섯 개의 눈)’로 불리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고문 보고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미국 옹호에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0일 “고문은 언제나 잘못된 일”이라는 원론적인 평가를 내린 뒤 “영국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미국에 대한 비판 없이 “CIA의 고문 활동은 캐나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파이브 아이즈’의 태도와 달리 평소 자국 내 인권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던 이란과 중국은 미국의 이중성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동안 미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온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파키스탄 정부도 비난에 동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기용 기자}

    •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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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케리 “탈북자 신동혁, 인권탄압 알리는, 살아 숨 쉬는 표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세계인권선언 66주년 기념일을 맞아 성명을 내고 "세계인권선언은 스스로 완결이 되는 문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할 약속"이라며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케리 장관은 9월 유엔총회 기간 자신이 주최한 북한인권 고위급 회담에 탈북자 신동혁 씨를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것을 거론하며 "신씨는 정의를 지지하고 인권탄압 행위를 세상에 알리는 우리 자신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살아 숨 쉬는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해 세계에서 가장 극악한 독재정권에 저항하고 있는 신씨와 함께 있으면서 세계인권선언의 힘과 지속적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또 중국의 류샤오보(劉曉波), 이집트의 아흐마드 마히르, 에티오피아의 에스킨더 네가, 키르기스스탄의 아짐잔 아스카로프 등 현재 투옥 중인 국제 인권운동가들의 조속한 석방과 인도적 대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인권 기준이 소홀히 취급되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보듯이 혼돈과 충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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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보고받았다는 부시, 자서전엔 “2002년 물고문 승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및 구금 실태를 언제,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를 9일 공개한 상원 보고서와 부시 대통령이 직접 쓴 자서전의 내용이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상원 보고서는 부시 전 대통령이 9·11테러 이후 2006년까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처음으로 CIA의 브리핑을 받은 것은 2006년 4월로 그 전해 11월 워싱턴포스트(WP)가 관련 폭로를 한 뒤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2010년 펴낸 자서전 ‘결정의 순간들’에서 “2002년 체포된 알카에다 핵심 요원 아부 주바이다가 CIA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멈췄지만 9·11테러 사건과 유사한 공격 계획과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CIA가 법무부로부터 승인받은 고문 기술 목록을 봤고 이 중 두 가지는 ‘너무 나갔다’고 느껴서 CIA에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물고문 등 다른 기술은 사용을 승인했다”고 썼다. 자서전에는 2003년 당시 조지 테닛 CIA 국장이 9·11테러의 주모자 중 한 명인 알카에다 작전 참모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를 체포한 뒤 ‘혹독한 고문 방식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승인을 요구하자 “당연하지(damn right)”라고 답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에 대해 WP는 9일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전현직 CIA 요원들이 부시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한 듯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보고서 공개로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및 민주당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보고서 공개 뒤 텔레문도와의 인터뷰에서 “CIA의 일부 행동은 미국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공화당 중진이자 베트남전쟁 때 5년간 전쟁 포로 생활을 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진실의 약은 삼키기 힘든 법”이라면서 “CIA의 고문이 국가의 명예에 오점을 남겼다. 실질적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해만 많이 끼쳤다”며 이례적으로 보고서 공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 당시 각료들, 전직 CIA 수장들은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CIA 직원들은 애국자들”이라며 CIA를 옹호했고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완전히,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CIA는 상원 정보위 보고서에 맞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내용을 담은 별도의 보고서 공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IA 고문 보고서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되면 이민개혁 행정명령,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 안 그래도 충돌 지점이 많은 미 정치권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 정국으로 빨려들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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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사람에게 183차례 물고문… 11일간 棺 크기 상자 감금

    “알카에다 요원 아부 주바이다는 수감되자마자 관 크기의 상자에 266시간(약 11일) 동안 갇혀 있었다. 주바이다는 고문관에게 꺼내달라고 울며 사정했지만 ‘네가 이곳에서 나가는 유일한 길은 관에 갇혀서’라는 답을 들었다. 그러고는 17일간 물고문을 당했다. 일부 요원들이 ‘적정선을 넘었다’며 고문 중단을 건의했지만 책임자는 ‘그런 말은 도움이 안 된다’고 묵살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 공개한 ‘중앙정보국(CIA) 구금 및 신문 프로그램 조사 보고서’는 인권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이 테러 용의자 신문을 위해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야만적이고 잔혹한 고문을 자행했다고 고발했다.○ 고문 견디다 못해 자해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구금 및 신문 프로그램이 폐지된 2008년 4월까지 총 119명의 테러 용의자들이 CIA가 아프가니스탄 등에 개설한 비밀 감옥에 구금됐고 이 중 최소 39명이 ‘강화된 신문(enhanced interrogation)’으로 불린 잔혹한 고문을 받았다. 9·11테러의 주범 중 한 명인 알카에다 작전 참모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는 최소 183차례 ‘워터 보딩’이라고 불리는 물고문을 받았다.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부어 고통을 가한다. 거의 ‘익사 수준’이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물고문 중 무함마드가 코로 숨을 쉬려 하자 고문관들이 손으로 그의 입술을 위로 올려 입을 연 뒤 다시 물을 부었다. 알카에다 요원인 컴퓨터 공학자 마지드 칸은 항문을 통해 직장 안으로 물을 주입하는 참혹한 고문을 당했다. 보고서는 5명이 이런 고문을 당했다고 적시했다. 한 용의자는 72시간 동안 옷이 벗겨진 채 끊임없이 찬물 세례를 받았으며 또 다른 용의자는 나체로 찬 바닥에 서 있는 고문을 당하다 다음 날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보고서는 “일부 용의자들은 고문을 견디지 못해 자해를 하다 또 다른 고문을 당했다”고 적었다. 2002년 미 해군 함정 테러를 모의하다 잡힌 알카에다 요원 아브드 알 라힘 알 나시리는 구금 중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을 벌이다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음식물을 집어넣는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빗자루로 성고문 위협을 가하거나 눈을 가린 채 몸 가까이 전동 드릴을 대는 수법 등도 동원됐다. 또 용의자가 느끼는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러시안룰렛(회전식 연발 권총에 총알을 한 발만 넣고 탄창을 돌린 뒤 자기 머리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거는 내기)’까지도 사용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구금 기간도 길어 119명 중 47명은 1년 이상 구금됐다. 주바이다는 1590일(4년 130일)로 가장 오래 갇혔고 알 나시리는 두 번째로 긴 1370일(3년 275일)을 갇힌 상태에서 고문을 받았다.○ 테러 정보 습득에 효과 없어 보고서는 CIA가 강화된 신문 기법을 통해 테러와 관련한 중대 정보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119명 중 26명은 테러 정보와 별 상관이 없었는데도 갇히거나 고문당했다. 아부 후다이파는 선 채로 66시간 잠을 안 재우는 고문을 받았지만 CIA는 고문 뒤 뒤늦게 그가 테러와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CIA는 고문을 통해 오사마 빈라덴 은신처를 알아냈다고 주장해 왔지만 사실 빈라덴 정보는 이와 무관하게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CIA는 지금까지 의회에 2004년 하산 굴이라는 테러 용의자를 고문해 빈 라덴의 연락책인 아부 아흐메드 알 쿠웨이티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굴은 CIA에 잡히자마자 쿠웨이티 관련 정보를 털어놨다. 쿠웨이티는 빈라덴과 다른 알카에다 지도자들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최측근 조수라면서 파키스탄 내 안가에 살고 있다고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CIA는 그가 더 많은 정보를 실토할 것으로 보고 그를 고문하기로 결정했다. 공중에 매달아놓고 59시간 잠을 안 재우는 과잉 고문을 했다. 굴은 고문 뒤 환각 증세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기록했다. CIA는 그럼에도 신문 프로그램과 관련해 백악관과 의회에 허위 보고를 했다. CIA는 2007년 의회에 구금된 테러 용의자 수를 119명이 아니라 97명이라고 알렸고 2009년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겐 98명이라고 보고했다. 이번 보고서 공개로 미국 주도의 인권 외교는 한동안 휘청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전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고발로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행태가 폭로된 것과 맞물려 인권 국가로 자부하는 미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인권 후진국이라고 낙인 찍혔던 중국은 때를 기다렸다는 듯 비판하고 나섰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CIA의 고문 실태 보고서에 대해 “우리는 줄곧 고문에 반대해 왔다. 미국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고 (인권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반대한다”고 거듭 미국을 겨냥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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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인권 치부 드러낸 81세 女의원의 용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01년 9·11테러 뒤 용의자 총 119명을 구금했고 이들 중 상당수에게 물고문과 성고문 위협 등 야만적이고 잔혹한 고문을 자행한 사실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처음 확인돼 국제적 파장이 일고 있다. 미 행정부는 테러 집단과 극단주의자의 보복 공격이 뒤이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외 주요 공관과 군기지에 경비강화 조치를 내렸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민주·캘리포니아·사진)은 9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CIA 구금 및 신문 프로그램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2년 작성하기 시작한 보고서는 원본이 6800여 쪽이며 이날 발표한 것은 528쪽의 축약본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테러 용의자 119명을 아프가니스탄 태국 폴란드 등의 비밀 감옥에 가둔 뒤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했다. 이 중 최소 39명에게는 이른바 ‘강화된 신문 기법’을 적용해 잔혹하게 다뤘다. 일부는 후유증으로 환각, 편집증, 수면장애 등을 겪었다. 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과 관련한 정보는 고문과 무관하게 얻었다고 지적해 CIA 신문 프로그램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에 책임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서는 등 미국 인권외교에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81세로 미 의회 최고령 여성 의원인 파인스타인 정보위원장은 CIA와 보수진영의 격렬한 반대를 모두 막아내 보고서 공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는 “CIA는 미국의 가치와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5년간 정보위원장으로 보고서 작성부터 발표까지 전 과정을 이끌었다. 특히 4월에는 보고서 작성을 방해하려는 CIA의 공작을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존 브레넌 CIA 국장을 향해 “CIA가 상원 컴퓨터 시스템에 몰래 접속해 보고서 관련 정보를 삭제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보고서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해 CIA의 ‘국가 안보’ 만능 논리를 눌렀다. 같은 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CIA의 건의에 따라 보고서 공개 수위를 낮추려고 파인스타인을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그는 1961년 샌프란시스코의 흑인 차별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강한 진보성향을 지녔으며 1992년 상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2012년 5선에 성공해 22년째 상원 의석을 지키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김기용 기자}

    • 201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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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톡톡]“러 미녀스파이 차프만, 스노든 유혹하려다 실패”

    미국에서 체포돼 추방당한 러시아 ‘미녀 스파이’ 안나 차프만(32·사진)이 러시아 당국의 지시를 받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을 유출한 에드워드 스노든을 유혹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노든은 미국을 떠나 지난해 7월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으며 2016년 말까지 러시아 임시체류 자격을 얻은 상태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옛 소련의 비밀경찰조직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었던 보리스 카르피치코프의 영국 선데이피플 인터뷰를 인용해 “차프만이 스노든을 유혹해 미국 안보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캐내려 했다”고 8일 보도했다. 지난해 7월 차프만이 트위터를 통해 스노든에게 “나와 결혼해줄래?”라고 고백해 화제를 모은 것도 러시아 정보당국의 스노든 포섭 계획 중 하나였다고 카르피치코프는 밝혔다. 스노든은 ‘트위터 청혼’을 받기 전 차프만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그 후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카르피치코프는 “만약 스노든이 차프만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차프만과 결혼해) 러시아 시민권을 얻었을 것이고 러시아는 스노든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프만의 유혹을 뿌리친 스노든은 한동안 헤어져 지낸 여자친구 린지 밀스와 올해 7월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 동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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