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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숲길 걷는다고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21일 충남 태안군 동서트레일 구간에서 만난 최진기 씨(67)는 점심 장사를 준비하며 “요즘 장사에 숲길 인기 덕을 톡톡히 본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 구간은 주말마다 전국에서 찾아온 ‘트레킹족’으로 붐빈다. 최근 걷기와 러닝 인구가 늘면서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각 숲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은 ‘숲길’이 관광과 여가의 새로운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국민이 가장 즐기는 생활체육은 걷기(34.6%)로 나타났고 헬스(13.1%), 요가·필라테스(7.2%)가 뒤를 이었다. 맑은 공기 속에서 자연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는 점이 숲길의 매력이다. 동서트레일은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849km, 55개 구간을 잇는다. 2023년 착공해 2027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총사업비는 604억 원. 완공되면 5개 시도, 21개 시군, 87개 읍면, 239개 마을을 지난다. 산림청은 올해 10월 전체 구간의 35%인 311km를 먼저 개통해 시범 운영에 나선다.특색 있는 숲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 대덕구 계족산에는 2006년 조성된 황톳길이 있는데, 두툼한 황토 위를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총길이 14.5km 규모로, 해마다 100만 명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됐다. 지리산 둘레길(전남·전북·경남, 300km), 강원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제주 곶자왈 도보길 등도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인기 코스다. 최근에는 접근성을 강화한 ‘무장애 숲길’도 확산되고 있다. 숲속을 누구나 걸을 수 있도록 목재 덱을 설치하는 형태다. 서울시는 2011년 성북구 북한산과 양천구 신정산에 처음 조성한 뒤 현재 총 37곳, 69.32km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6.84km를 추가로 조성해 총 76.16km로 늘린다. 어린이·노약자·장애인도 편히 걸을 수 있어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산림청도 이런 흐름에 맞춰 전국의 걷기 좋은 길 가운데 ‘명품 숲길 50선’을 선정했다. 지방 산림청과 시도가 추천한 30곳, 국민 추천 20곳을 합쳐 총 50곳이다. 하루 산행이 가능한 접근성 높은 코스이면서도 산림 생태와 역사·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곳들이다. 지역별로는 강원 15곳, 경기·서울·인천 7곳, 충청·대전 7곳, 경상·대구·부산·울산 13곳, 전라·제주 8곳이 포함됐다. 산림청은 12월까지 완주 인증제를 운영해 모든 숲길을 걸은 이에게 인증서와 기념 배지를 수여한다.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지리산 둘레길 조성 이후 인근 마을 주민 소득은 평균 18% 늘었다. 김주호 배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숲길에 마을 체험, 역사 탐방을 녹여내는 융합형 관광도 늘고 있다”며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지역을 살리는 활로(活路)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황인찬 임우선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그간 이민자 가정 출신이나 외국인 같이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영어 교육을 제공해 왔던 미국의 공립 초·중·고등학교(공립학교)들이 더 이상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 교육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어 학습자(English learners) 교육 지침’을 폐기했기 때문이다. 또 가을 신학기 개강을 앞둔 미 대학가에서는 비자 문제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입학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 교육계에선 이민자와 외국인 학생들이 설 자리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20일 워싱턴포스트(WP)는 “교육부가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영어 학습자들의 교육을 지원하도록 한 연방 정부 규정을 조용히 폐지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외국인이나 이민을 온 학생은 물론, 설령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사용할 경우 학생의 언어 발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관련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별도의 학습 지원을 제공해 왔다. 통상 각급 학교에는 이를 전담하는 교사가 여러 명 배치되고, 이들은 보충 교육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정규 수업 시간에 따로 불러내 지도하거나 교실 내에서 일대일 학습 지원을 해 왔다.WP는 “이번 폐지는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약 500만 명의 학생들에 대한 지원 축소 중 하나인데 이들 중 다수는 미국에서 태어났다”며 “연방 정부는 수십 년 간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 건 시민권법에 위배되는 국적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이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학교들은 많은 예산이 드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학생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일부 국가 학생들이 비자 발급에 실패하고 이번 가을학기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반미 국가인)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은 물론 미국으로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인 중국과 인도의 학생들조차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학생 비자 심사 강화 등 장애물에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로 인해 미국 대학에 새로 등록하는 유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실제 최근 미 국제교육연구소가 미국 내 500개 이상의 단과대학 및 종합대학을 조사한 결과 올 봄 유학생 지원자 수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비자 발급 문제가 지속될 경우 가을 학기 미국 대학들의 신규 유학생 등록률이 30~40%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많은 대학에서 유학생들은 학교가 의존하는 수입원”이라며 “대학들은 재정 타격 외에도 인재 손실 및 해외 교류 기회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받고 현지에 공장을 짓는 각국 반도체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현재 자국 기업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9000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지분 10%를 획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에도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당근’으로 제시했던 보조금을 민간기업의 지분 획득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러트닉 “보조금 대가로 지분 받는 건 정당한 접근” 로이터통신은 칩스법 예산을 관리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이 구상을 주도하고 있고, 관련 논의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은 같은 날 CNBC에 출연해 “칩스법 보조금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받는 건 미 납세자를 위한 정당한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안보를 위해 반도체는 미국에서 직접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는 우리 정책의 핵심이고 한국과의 (통상) 합의에도 포함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전 대통령은 그 돈(칩스법 보조금)을 그냥 줘버리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국민을 위한 지분으로 바꾸려 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민간기업 개입이 ‘기업 국가주의(corporate statism)’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칩스법 보조금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한국과 대만 등 해외의 경쟁력 있는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유치하려고 만든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말기였던 지난해 말 삼성전자 47억5000만 달러, SK하이닉스 4억5800만 달러, 마이크론 62억 달러, TSMC 66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미 상무부는 지급 액수 재검토에 들어갔다. 로이터는 “보조금 대부분이 아직 기업들에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이 전례 없는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업계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떨어질 듯” 반도체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공장을 거의 완공하고 가동을 앞두고 있다. 대만 TSMC는 지난해 말 가동에 돌입한 애리조나주 1공장 외에도 미국 내 제2, 제3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의 대가로 지분을 준다면 그 순간부터 보조금이 아닌 것”이라며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앞으로도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 기업에 대한 보조금은 축소하고, 자국 기업에 지원을 몰아주는 방향의 정책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왜 인텔이나 TSMC 같은 1000억 달러, 1조 달러 규모의 기업들한테 그냥 돈(반도체 보조금)을 퍼줘야 하나? 그냥 돈을 주는 건 말이 안된다. 돈을 주는 대신 우리는 지분을 받아야 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19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받는 회사들에게 그 대가로 지분을 받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인텔에 1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대신 인텔 지분 10%를 획득하는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를 대미 반도체 투자를 진행한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에도 확대 적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당초 대미 반도체 시설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당근’으로 제시했던 칩스법 보조금을 돌연 기업 지분 획득 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어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투자만 해달라더니…돌연 지분 요구 이날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 등 소식통을 인용해 “러트닉 상무장관이 인텔 외 다른 회사에도 반도체 보조금을 대가로 지분을 요구하려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참여는 하고 있지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건 527억 달러 규모의 칩스법 예산을 관리하는 러트닉 상무장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보조금을 주고 기업 지분을 받는) 아이디어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당초 칩스법 보조금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부흥을 위해 한국과 대만 등 해외의 경쟁력 있는 반도체 기업을 미국으로 유인하려 만든 것이었다. 이에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말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47억5000만 달러, SK하이닉스에 4억5800만 달러를 비롯해 마이크론에 62억 달러, TSMC에 66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 액수를 확정했다.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지급 액수에 대한 재검토 및 재협상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보조금 대부분이 아직 기업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분 요구’라는 새로운 조건이 추가된 데 대해 “전문가들이 전례없는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대미 투자 신뢰 사라져” 반발이날 러트닉 상무장관은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칩스법 보조금의 대가로 해당 기업의 지분을 받는 것이 미국 납세자들을 위한 정당한 접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반도체는 여기, 미국 내에서 직접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는 우리 정책의 핵심이고 한국과의 합의에도 포함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 때 약속한 자금을 지급하되, 그에 상응하는 지분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 돈(칩스법 보조금)을 그냥 줘버리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위한 지분으로 바꾸려 한다. 이것이 트럼프의 방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민간 기업 개입이 ‘기업 국가주의(corporate statism)’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업의 지배구조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한편, 이날 전해진 소식에 국내외 반도체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공장을 거의 완공하고 가동을 앞두고 있고, TSMC는 지난해 말 가동에 돌입한 애리조나 1공장 외에도 2, 3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의 대가로 지분을 준다면 그 순간부터 보조금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며 “미국 정부와 대미 투자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방안으로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궈지훼이 대만 경제부 장관은 “TSMC는 국유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라며 “TSMC 및 TSMC 주주인 국가개발위원회와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상무장관 발언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논의와 평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이곳에서 우리도 동료들을 많이 잃어야만 했어요. 하지만 그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동북부 메인주(州)의 어케이디아 국립공원. 이곳에서 만난 한 파크 레인저(Park ranger·국립공원을 돌보고 관리하는 직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거듭되고 있는 미국 국립공원의 위기에 대한 질문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많은 나라에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은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자연유산이자 관광자원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정부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또 직원들에 대한 대량 해고도 이어지면서 최근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전례 없는 도전을 맞고 있다.》여기에 기후 위기로 인한 폭우, 폭설, 화재와 생태계 붕괴 등도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보물’로 불려 온 국립공원 운영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국립공원의 원조 미국은 전 세계에 ‘국립공원(National Park)’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나라다. 1872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지정했고, 현재 미 전역에 63개의 국립공원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 개념은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전해져 4000곳 이상의 국립공원 조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미국의 최고 아이디어(America’s Best Idea)’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제 미국의 국립공원은 그 규모와 생태적 다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을 자랑한다. 장엄한 자연 경관과 절경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 등 서부의 국립공원 외에도 화산, 습지, 사막, 산호초, 동굴, 빙하 등 다양한 환경을 자랑하는 60개 이상의 공원이 존재한다. 이와 더불어 자연 그 자체만큼이나 높은 평가를 받는 건 국립공원을 운영하는 시스템과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또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인력의 전문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파크 레인저’라고 불리는 NPS 소속 직원들이 곳곳에 있다. 이들은 공원의 유지 보수나 경비, 화재 진압, 조난자 구조와 같은 업무도 담당하지만, 이용자들에게 국립공원의 생태계와 종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방문객들이 숲을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전문가 역할도 맡는다. 각 국립공원의 방문자센터에서 파크 레인저들은 주요 등산로 추천과 지도 해설을 제공하고 시간대별로 국립공원 내 주요 명소에서 방문자들을 만나 숲과 생태계에 대한 열정적인 해설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각 공원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공원별로 다른 생태계 특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원의 역사와 주요 특징, 만날 수 있는 동식물에 대해 활동지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파크 레인저들은 방문자 센터를 찾은 아이들에게 활동지 소책자를 나눠주고 완성해 돌아오면 아이들에게 자연을 지키겠다는 선서와 함께 ‘주니어 레인저 배지’를 달아 준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국립공원으로 인도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만드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국립공원마다 그 안에 멸종위기종,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 변화, 산림 복원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보유한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풍부한 매력에 매년 3억 명 이상이 미국의 국립공원을 방문한다. 국립공원들은 주로 농촌과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 지방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NP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립공원은 미국 경제에 556억 달러의 가치와 41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인들의 지지 또한 압도적이다. 최근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의 76%가 NPS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관련 조사에서 정부기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조조정된 레인저들… 위기의 NPS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연방 정부 효율화 작업이 단행되면서 국립공원을 운영하는 NPS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최근까지 직원의 4분의 1 이상이 해고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NPS에서는 파크 레인저를 포함해 정규직 직원이 2500명 이상 감축됐고 계약직도 대거 해고됐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NPS 예산이 올해 대비 10억 달러가 줄어 109년 미국 국립공원 역사상 가장 큰 감축이 예고됐다. 인력 규모도 지난해 1만3000여 명에서 5000명 이상이 급감한 8100명대가 될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립공원에서는 예산 삭감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공원 곳곳을 담당하던 파크 레인저들이 사라지면서 인력 부족으로 일부 방문자 센터 및 진입로를 폐쇄하거나 공원 내 캠핑장 운영을 중단했다. 파크 레인저가 안내하는 숲 투어 및 해설 프로그램 운영도 대폭 축소됐다. 공원을 대표하는 연례 행사들도 예산 부족에 취소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기후 위기나 생태계 변화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매표소에서 표를 발급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과학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직원이 캠핑장 화장실을 교대로 청소해야 한다”며 “수문학자와 침입종 전문가도 매표소에 배치돼 방문객을 처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크 레인저들은 대부분 공원 내부나 인근 지역의 숙소에 거주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 사실상 당장 살 집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다. NPS 직원들은 여러 익명 인터뷰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와 좌절감이 국립공원을 지배하고 있다”며 “109년간 쌓아 온 공원의 역량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방문 어린이에게 주던 연필도 사라져 실제 이날 방문한 어케이디아 국립공원은 최고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이었음에도 예년에 찾아간 다른 국립공원들에 비해 눈에 보이는 파크 레인저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 이전의 국립공원에서는 곳곳에서 공원을 정비하고, 방문객들에게 친절한 인사를 건네며,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파크 레인저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어케이디아 국립공원에선 방문객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매표소와 방문자 센터 같은 필수 장소에서만 소수의 파크 레인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주니어 레인저’ 책자를 제공할 때 활동지 작성용으로 함께 제공되던 연필조차 사라졌다. 한 파크 레인저는 “(지금의 예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연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필기구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방문자 센터의 기념품 숍에 가서 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일단 외형적으로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앞서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이 NPS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모든 국립공원에 “개방된 상태로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모든 방문객에게 최고의 고객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명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방문객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심각하게 멍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 국립공원보전협회(NPCA)는 “공원 관리자들이 방문객을 위한 업무와 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기 때문에 진행됐어야 하는 공사나 연구 등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연구분야에서 핵심 과학 및 연구 직책이 폐지되고 출장이나 지출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국립공원뿐 아니라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산림청, 미국 지질조사국, 토지관리국 등과의 중요한 업무들이 보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고학적 조사, 외래종 제거, 해수면 상승 연구와 같은 프로젝트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수준 높은 기초과학 연구 역량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바하버에서임우선 뉴욕 특파원 imsun@donga.com}

“이곳에서 우리도 동료들을 많이 잃어야만 했어요. 하지만 그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10일(현지 시간) 미국 동북부 메인주(州)의 아카디아 국립공원. 이곳에서 만난 한 파크 레인저(Park ranger·국립공원 직원)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거듭되고 있는 미국 국립공원의 위기에 대한 질문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 같이 답했다.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많은 나라에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국립공원 시스템은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자연유산이자 관광자원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정부 예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NPS)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또 직원들에 대한 대량 해고도 이어지면서 최근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전례 없는 도전을 맞고 있다. 여기에 기후 위기로 인한 폭우, 폭설, 화재와 생태계 붕괴 등도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보물’로 불려온 국립공원 운영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국립공원의 원조미국은 전 세계에 ‘국립공원(National Park)’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나라다. 1872년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지정했고, 현재 미 전역에 63개의 국립공원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 개념은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전해져 4000곳 이상의 국립공원 조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국립공원을 ‘미국의 최고 아이디어(America’s Best Idea)’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제 미국의 국립공원은 그 규모와 생태적 다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을 자랑한다. 장엄한 자연 경관과 절경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그랜드캐니언, 요세미티 등 서부의 국립공원 외에도 화산, 습지, 사막, 산호초, 동굴, 빙하 등 다양한 환경을 자랑하는 60개 이상의 공원이 존재한다.이와 더불어 자연 그 자체만큼이나 높은 평가를 받는 건 국립공원을 운영하는 시스템과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다. 또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인력의 전문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파크 레인저’라고 불리는 NPS 소속 직원들이 곳곳에 있다. 이들은 공원의 유지 보수나 경비, 화재 진압, 조난자 구조와 같은 업무도 담당하지만, 이용자들에게 국립공원의 생태계와 종 다양성을 소개하고 방문객들이 숲을 더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전문가 역할도 맡는다.각 국립공원의 방문자센터에서 파크 레인저들은 주요 등산로 추천과 지도 해설을 제공하고 시간대 별로 국립공원 내 주요 명소에서 방문자들을 만나 숲과 생태계에 대한 열정적인 해설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각 공원마다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공원별로 다른 생태계 특징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공원의 역사와 주요 특징, 만날 수 있는 동식물에 대해 활동지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파크 레인저들은 방문자 센터를 찾은 아이들에게 활동지 소책자를 나눠주고 완성해 돌아오면 아이들에게 자연을 지키겠다는 선서와 함께 ‘주니어 레인저 뱃지’를 달아준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을 국립공원으로 인도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만드는 대표적 프로그램이다.국립공원마다 그 안에 멸종위기종, 기후변화에 따른 식생변화, 산림복원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보유한 것도 특징이다. 이 같은 풍부한 매력에 매년 3억 명 이상이 미국의 국립공원을 방문한다. 국립공원들은 주로 농촌과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 지방 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NP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립공원은 미국 경제에 556억 달러의 가치와 41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미국인들의 지지 또한 압도적이다. 최근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미국인의 76%가 NPS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관련 조사에서 정부기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조조정된 레인저들…위기의 NPS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들어 연방 정부 효율화 작업이 단행되면서 국립공원을 운영하는 NPS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최근까지 직원의 4분의 1 이상이 해고됐다.외신들에 따르면 NPS에서는 파크 레인저를 포함해 정규직 직원이 2500명 이상 감축됐고 계약직도 대거 해고됐다. 내년 예산안에서는 NPS 예산이 올해 대비 10억 달러가 줄어 109년 미국 국립공원 역사상 가장 큰 감축이 예고됐다. 인력 규모도 지난해 1만3000여명에서 5000명 이상이 급감한 8100명대가 될 전망이다. 이미 여러 국립공원에서는 예산 삭감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공원 곳곳을 담당하던 파크 레인저들이 사라지면서 인력 부족으로 일부 방문자 센터 및 진입로를 폐쇄하거나 공원 내 캠핑장 운영을 중단했다. 파크 레인저가 안내하는 숲 투어 및 해설 프로그램 운영도 대폭 축소됐다. 공원을 대표하는 연례 행사들도 예산 부족에 취소 위기를 맞고 있다. 심지어 기후 위기나 생태계 변화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매표소에서 표를 발급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과학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직원이 캠핑장 화장실을 교대로 청소해야 한다”며 “수문학자와 침입종 전문가도 매표소에 배치돼 방문객을 처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파크 레인저들은 대부분 공원 내부나 인근 지역의 숙소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으면 사실상 당장 살 집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다. NPS 직원들은 여러 익명 인터뷰를 통해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와 좌절감이 국립공원을 지배하고 있다”며 “109년 간 쌓아온 공원의 역량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립공원 방문 어린이에게 주던 연필도 사라져실제 이날 방문한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최고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이었음에도 예년에 찾아간 다른 국립공원들에 비해 눈에 보이는 파크 레인저의 수가 현저히 적었다. 이전의 국립공원에서는 곳곳에서 공원을 정비하고, 방문객들에게 친절한 인사를 건네며,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파크 레인저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아카디아 국립공원에선 방문객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매표소와 방문자 센터 같은 필수 장소에서만 소수의 파크 레인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주니어 레인저’ 책자를 제공할 때 활동지 작성용으로 함께 제공되던 연필조차 사라졌다. 한 파크 레인저는 “(지금의 예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연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필기구가 없는 아이들에게는 방문자 센터의 기념품 샵에 가서 사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의 국립공원들은 일단 외형적으로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앞서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이 NPS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모든 국립공원들에게 “개방된 상태로 접근이 가능해야 하고 모든 방문객에게 최고의 고객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명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방문객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심각하게 멍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 국립공원보전협회(NPCA)는 “공원 관리자들이 방문객을 위한 업무와 서비스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기 때문에 진행됐어야 하는 공사나 연구 등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연구분야에서 핵심 과학 및 연구 직책이 폐지되고 출장이나 지출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국립공원뿐 아니라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산림청, 미국 지질조사국, 토지관리국 등과의 중요한 업무들이 보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고학적 조사, 외래종 제거, 해수면 상승 연구와 같은 프로젝트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수준 높은 기초과학 연구 역량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도 나온다. 바 하버=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이어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도 회동한다. 이 자리에선 15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의한 평화 협상안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향한 논의가 진행된다.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개최와 더불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도 워싱턴을 찾는 만큼, 2022년 2월 발발해 3년 반째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분수령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종전 협상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알아본다.① 영토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인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및 도네츠크)의 약 88%(약 4만6570km²)를 점령한 가운데 나머지 12%(약 6630km²)를 자국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면, 유럽 주둔군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돈바스 지역 중 우크라이나가 아직 지키고 있는 지역은 수도 키이우로 진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장악 중인 우크라이나 북부의 수미, 하르키우 지역 440km²를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하고 있는 영토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또 수미 지역은 경제적으로 낙후돼 석탄 등의 자원이 풍부한 돈바스에 비해 전략적 가치가 떨어진다. 러시아는 위 조건이 충족되면 우크라이나 남부의 헤르손, 자포리자에서 현 전선을 동결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이런 영토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러 정상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반환이 불가하다는 데도 동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기 전날인 1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빼앗긴 크림반도는 돌려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 반환을 테이블에 올리기도 전에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② 안전 보장우크라이나는 확실한 안전 보장책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모두 이에 부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대신 유럽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면서 나토와 비슷한 수준의 안전을 보장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나토 5조(집단안보)와 유사한 보호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푸틴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미국이 제공할 안전 보장의 수준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제안할 경우 그건 매우 큰 조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전 보장을 유럽에만 맡기지 않고 미국도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군 파견 없이, 자국 무기를 유럽 국가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수준으로 우크라이나 안전을 보장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③ 대(對)러시아 제재미-러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관세 압박’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등에 “100%의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제재 부과 가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뒤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은 필요 없어졌다”고 밝혔다. 사실상 입장을 바꾼 것. 대러 제재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 인상 등으로 미국 내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러 제재가 협상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러시아는 이미 혹독한 제재를 받고 있다. 새로운 제재가 러시아가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는 순간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우리의 능력이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 행보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대러 경제 제재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불과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의 성과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무역체제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1995년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척점에 ‘트럼프 라운드’를 놓고, 30년을 이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빗대 최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로 규정했다.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15%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턴베리 체제가 WTO 중심의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美 국가부채에 ‘단비’ 된 관세이날 그리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한 당근’으로, 관세를 ‘강력한 채찍’으로 각각 표현했다. 고율 관세와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37조 달러(약 5경147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것.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둬들인 관세 수입(특별소비세 포함)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세 수입(780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달 500억 달러 이상을 관세로 벌어들일 거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앞으로 10년간 관세로 약 6조 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을 이보다 크게 낮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관세 수입을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관세 수입은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턴베리 체제’ 지속 가능성은턴베리 체제가 WTO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15,000 초반대까지 떨어졌지만, 각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일 나스닥은 전날보다 0.35% 오른 21,242.70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관세 실험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며 “물가는 다소 올랐지만 급등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빈 진열대를 마주하는 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수개월의 유예를 거쳐 7일부터 발효됐기에 경제적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덕분에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라 미국 가계에 가구당 연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를 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에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의류, 신발 등 일부 소비재 관세는 조정될 여지가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난감, 의류 등의 품목은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나중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턴베리 체제여러 국가가 다자협상을 통해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 투자 등을 합의한 방식. 턴베리는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 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불과 몇 달 만에 미국은 수년간의 성과 없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보다 더 많은 해외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주도의 새로운 무역체제의 성과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1995년 WTO를 출범시킨 ‘우루과이 라운드’의 대척점에 ‘트럼프 라운드’를 놓고, 30년을 이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경제 질서를 규정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빗대 최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무역합의를 ‘턴베리 체제’로 규정했다.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15% 관세 부과와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턴베리 체제가 WTO 중심의 다자 무역체제를 대체할 거라고 주장했다.● 천문학적 美 국가부채에 ‘단비’ 된 관세이날 그리어 대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강력한 당근’으로, 관세를 ‘강력한 채찍’으로 각각 표현했다. 고율 관세와 거액의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37조 달러(약 5경1474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국가 부채를 해소하겠다는 것.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이 올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둬들인 관세 수입(특별소비세 포함)은 1520억 달러(약 211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세 수입(780억 달러)의 약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달 500억 달러 이상을 관세로 벌어들일 거라고 말했다. 관세 전쟁의 설계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앞으로 10년간 관세로 약 6조 달러의 수입이 생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은 향후 10년간 관세 수입을 이보다 크게 낮은 2조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어도 관세 수입을 포기하긴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아오 고메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경제학)는 “높은 관세 수입은 중독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미국의) 국가 부채와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선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NYT에 말했다.● ‘턴베리 체제’ 지속 가능성은턴베리 체제가 WTO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질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론자들은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을 미칠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주가가 반등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뉴욕증시는 4월 초 상호관세 부과 발표 직후 나스닥 종합지수가 15,000대까지 떨어졌지만, 각국과의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일 나스닥은 전날보다 0.35% 오른 21,242.70에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관세 실험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경제는 붕괴하지 않았다”며 “물가는 다소 올랐지만 급등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빈 진열대를 마주하는 일도 없었다”고 진단했다.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수개월의 유예를 거쳐 7일부터 발효됐기에 경제적 충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쌓아놓은 덕분에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 부담이 누적되면 기업들도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현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단기적으로 1.8%포인트 올라 미국 가계에 가구당 연평균 2400달러(약 330만 원)의 실질소득 감소를 일으킬 거라고 전망했다. 이는 소비 둔화로 이어져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을 각각 0.5%포인트씩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한편, 한국 정부는 물가 상승 우려에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지속되겠지만 의류, 신발 등 일부 소비재 관세는 조정될 여지가 있는 걸로 보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장난감, 의류 등의 품목은 관세 부과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어 나중에 미국이 선택적으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미국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서막”이라며 “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세계 무역 질서는 불가능하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른바 ‘트럼프 라운드(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협상)’가 1995년 출범해 30년간 유지된 기존의 WTO 다자무역 체제를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우리가 세계 질서를 재편한 이유’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과의 무역협상에서 15% 상호관세 및 거액의 대미(對美) 투자 등을 합의한 것을 ‘턴베리 체제’라고 명명했다. 턴베리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역 이름으로,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곳이다. 그는 “(턴베리 합의는) 공정하고, 균형적이며, 구체적인 국익에 부합하는 역사적 합의”라며 “트럼프 라운드가 시작된 지 채 130일이 안 됐고, 턴베리 체제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 구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그는 기고문에서 WTO 체제가 관세 보호를 해제시켜 미국의 제조 기반을 무너뜨리고, 낮은 노동 기준 등을 갖고 있는 중국에 이익을 안겨줬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WTO 중심의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로 인해 미국은 산업과 일자리를 잃었다”며 “그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고관세를 통한 제조업 보호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투자를 위한 협정을 병행해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새로운 미국의 접근 방식은 기존 무역 관료들이 선호한 지루한 분쟁 해결 절차 대신 합의 이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불이행 시 더 높은 관세율을 신속히 재부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관세 정책이 물가를 올려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 대해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이제 관세를 더 폭넓게 부과하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지난해 3월(3.5%)에 비해선 낮아졌다.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미국에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기업들에 한해 반도체 관세(100%)를 면제하겠다고 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대상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최근 공석이 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자리에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명했다. 일명 ‘미란 보고서’로 유명한 미란 위원장은 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설계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또 그간 연준에 대해 뿌리부터 개혁이 필요하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근 공석이 된 연준 이사직에 현 CEA 위원장인 스티브 미란 박사를 지명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그는 (전임자의 당초 임기였던) 2026년 1월31일까지 이사직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앞서 7명의 연준 이사진 가운데 한 명인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는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조기 사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란 박사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기 행정부 시절에도 탁월한 임무를 수행했다”며 “2기 임기 시작부터 나와 함께해 왔고, 세계 경제 분야에서 그의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미란 위원장은 앞서 미국의 무역 및 재정적자의 해소 방안으로 징벌적 관세 부과와 환율 조정을 통해 약달러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의 ‘미란 보고서’를 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연준에 대해 “‘집단사고(groupthink)’로 인한 정책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정치적 경제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했던 사람”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연준의 다음 금리 결정에서는 미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해왔던 대로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임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파월 의장을 대신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최근 금리 인하를 지지해 온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데이터가 아닌 전망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하는 월러 이사의 태도와 연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에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월러 이사 외에도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상호관세’에서 ‘품목관세’로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미국 동부 시간 7일 0시 1분(한국 시간 7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된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관세 전쟁 2라운드’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반도체 생산 기반이 있거나 생산을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혀 각국 정부와 반도체 기업들은 이 발언의 정확한 의미와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 “행정명령 나오기 전까진 불확실성 커”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관련 발언은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신규 투자 1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6000억 달러(약 834조 원)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는 자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투자를 단행하는) 애플 같은 기업들에 희소식은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생산을 약속했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유명했던 터라 관세 면제 범위와 방식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만 관세가 면제되는지,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한 기업이라면 미국 외 생산 물량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면제 혜택을 받는지 등이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본보 인터뷰에서 “(미국 내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0% 관세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미국과 타결한 통상 협상에서 “반도체·바이오 분야는 미국의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혜국 대우 약속을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고 우려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 뒤집기 등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최혜국 대우 약속에 따르면 우리는 당연히 최소한의 반도체 관세를 부과받아야 하지만 한미 무역 합의 관련 문서가 나오거나 반도체 품목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의 투자가 충분한 것인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의존하는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여력이 있을 만큼 재정이 풍부한 글로벌 기업들이 수혜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진짜 목표는 中” 분석도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TSMC를 보유한 대만 또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류징칭(劉鏡清) 국가발전위원회 주임위원(장관급)은 7일 국회에서 “TSMC는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면제 대상”이라며 “선두 주자가 경쟁자들과 같은 출발선에 선다면 결국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TSMC는 올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 3개, 첨단 패키징 시설 2개 및 연구개발 센터를 추가로 건설해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30조9000억 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화웨이,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미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해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이번 관세에서 면제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들은 면제 대상이 아니기에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나 화웨이가 만든 제품이 관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에 적극적으로 생산시설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처럼 미국 내 생산시설이 있는 기업이 관세 면제 혜택을 볼 경우 중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어려움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WP, “소비재 가격 인상시킬 수 있어” 반도체 관세 부과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반도체 관세가 스마트폰, 주방용품, 자동차 등 반도체가 부품으로 들어가는 다양한 소비재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기업들이 결국 소비자에게 관세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2명의 케빈(Kevin)’과 다른 2명 등 4명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집권 뒤 줄곧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해임을 거론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후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인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케빈과 케빈, 두 케빈 모두 매우 좋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명의 ‘케빈’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케빈은 매우 일을 잘하고 있고, 매우 잘하고 있는 다른 2명도 있다”며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4명 중 한 명이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며 “당장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새로운 연준 수장으로 거론됐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은 후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어젯 밤 베선트 장관에게 직접 물어봤다”며 “나는 베선트를 사랑하지만 그는 나와 함께 일하는 현재 자리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 동안 금리를 인하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에 대해 “해임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 결정이 매번 늦는 사람)”와 “루저(loser)”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연준의 독립성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한때 증시, 국채, 달러 가치 등이 출렁이기도 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7년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에 대한 결정은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일축해 왔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싸움에서 속속 ‘합의’를 이루면서 이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학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입학생들의 인종 정보, 성적 등을 연방정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적 외에 인종, 경제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해온 대학들의 관행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연방정부에 인종 정보를 포함해 모든 지원자의 표준화된 시험 점수, 학점 평균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진보 사상에 젖어 고등학교 성적과 대입 관련 시험 점수 등이 아닌 인종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학생들을 뽑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백인 학생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또 대학들이 과도한 반(反)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성소수자를 우대한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좋은 미국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미국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너무 높다”며 하버드대를 특정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같은 대학가의 ‘워크(woke·깨어 있다는 의미로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주요 대학들에 연방정부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재정난을 우려하는 아이비리그 대학들 가운데 가장 먼저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가 학생들의 선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다. NYT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 경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비(非)백인 학생이 많은 고등학교 출신 선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낮은 학생을 뽑는 방식 등도 재검토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흑인, 라틴계 등의 입학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교육계에서는 성적에 기반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통상적으로 아시아계가 유리해지고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이 불리해지질 것으로 본다. 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비백인계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으로 판결한 후 진행된 2024년 입시에서 이미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NYT에 따르면 2024년 컬럼비아대의 신입생 선발에서 아시아계는 한 해 전보다 9% 늘었고 흑인은 8% 줄었다. 같은 해 브라운대 신입생 역시 아시아계와 백인이 늘었고 히스패닉계와 흑인이 줄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싸움에서 속속 ‘합의’를 이루면서 이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학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입학생들의 인종 정보, 성적 등을 연방정부에 공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적 외에 인종, 경제사회적 배경 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해온 대학들의 관행이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5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최근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갈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연방정부에 인종 정보를 포함해 모든 지원자의 표준화된 시험 점수, 학점 평균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진보 사상에 젖어 고등학교 성적과 대입 관련 시험 점수 등이 아닌 인종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학생들을 뽑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백인 학생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도 제기했다. 또 대학들이 과도한 반(反) 유대주의를 조장하고 성소수자를 우대한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좋은 미국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미국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비율이 너무 높다”며 하버드대를 특정해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같은 대학가의 ‘워크(woke·깨어 있다는 의미로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비꼬는 말)’ 문화를 뿌리 뽑겠다며 주요 대학들에 연방정부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재정난을 우려하는 아이비리그대학들 가운데 가장 먼저 컬럼비아대와 브라운대가 학생들의 선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한 것이다. NYT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입학 경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비(非)백인 학생이 많은 고등학교 출신 선발,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낮은 학생을 뽑는 방식 등도 재검토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흑인, 라틴계 등의 입학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교육계에서는 성적에 기반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한다면 통상적으로 아시아계가 유리해지고 흑인과 히스패닉계 등이 불리해지질 것으로 본다. 2023년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비백인계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으로 판결한 후 진행된 2024년 입시에서 이미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NYT에 따르면 2024년 컬럼비아대의 신입생 선발에서 아시아계는 한 해 전보다 9%늘었고 흑인은 8% 줄었다. 같은 해 브라운대 신입생 역시 아시아계와 백인이 늘었고 히스패닉계와 흑인이 줄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2명의 케빈(Kevin)’과 다른 2명 등 4명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집권 뒤 줄곧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해임을 거론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후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의장은 전 세계 금리 및 자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막강한 자리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인 C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케빈과 케빈, 두 케빈 모두 매우 좋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명의 ‘케빈’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케빈은 매우 일을 잘하고 있고, 매우 잘하고 있는 다른 2명도 있다”며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4명 중 한 명이 (차기 연준 의장이) 될 것”이라며 “당장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했다.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새로운 연준 수장으로 거론됐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베선트 장관은 후보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어젯 밤 베선트 장관에게 직접 물어봤다”며 “나는 스콧을 사랑하지만 스콧은 나와 함께 일하는 현재 자리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 동안 금리를 인하하라는 자신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에 대해 “해임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 결정이 매번 늦는 사람)”와 “루저(loser)” 같은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연준의 독립성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돼 한 때 증시, 국채, 달러 가치 등이 출렁이기도 했다.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7년 지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명했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에 대한 결정은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일축해 왔다. 이런 파월 의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이 다 훌륭해 보여도 막상 자리에 앉히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부터 미국 내 불법 체류 가능성이 높은 국가 출신들을 대상으로 인당 최대 1만5000달러(약 2085만 원)의 ‘비자 보증금’을 받겠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체류 기한 내에 미국을 떠나면 이 돈을 돌려주지만 어기면 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돈’을 무기로 불법 체류를 사전 예방한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500만 달러(약 69억5000만 원)에 달하는 ‘골드카드(영주권)’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각종 비자 수수료 또한 대폭 올렸다. 이 와중에 비자 보증금까지 받겠다고 하자 “노골적인 비자 장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관세에 이어 비자로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수입을 올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위험 국가 출신들 사업-관광 비자에 보증금 부과미 국무부는 이날 연방 관보를 통해 향후 1년간 ‘비자 보증금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사업(B-1)’ 또는 ‘관광(B-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려 하는 일부 국가의 국민은 최소 5000달러에서 최대 1만5000달러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부과 대상은 △비자 초과 체류 비율이 높은 국가 출신 △신원 확인 및 범죄 경력 조회 등 스크리닝이 미비한 국가 출신 △거주 없이 투자만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신분 세탁을 위한 여권 발급 가능성이 있는 투자이민 국가(CBI) 출신으로 명시됐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영국, 이스라엘 등 미국과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맺은 42개 국가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무부는 나라 이름은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은 채 “국토안보부의 비자 초과 체류 자료를 기준으로 부과 대상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기준 차드(48.8%), 라오스(34.2%), 아이티(31.1%), 콩고민주공화국(29.4%), 버마(26.4%), 수단(25%), 예멘(19.3%) 등의 초과 체류 비율이 높았다. 국무부는 비자 심사 담당 영사의 판단에 따라 △5000달러(경제 곤란자 등) △1만 달러(기본) △1만5000달러(미국 내 친인척 존재 등 체류 위험 높을 시) 중 하나를 부과하도록 했다. 보증금을 부과받은 신청자는 이민 보증서를 작성하고 www.Pay.Gov 사이트에서 온라인 납부를 마쳐야 한다. 보증금을 낼 수 없는 신청자는 애초에 미 입국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들은 사전에 지정된 공항에서만 입출국을 할 수 있으며, 최대 30일까지만 체류가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 비자 이용한 수입 늘리기에 적극적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뒤 기존의 투자이민 제도 ‘EB-5 비자’를 없애고 500만 달러를 내면 살 수 있는 ‘골드카드’를 도입해 부유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50달러(약 34만7500원)의 ‘비자 건전성 수수료(visa integrity fee)’도 신설해 중국, 멕시코, 인도, 브라질 등에서 오는 비(非)이민 비자 여행객 등을 상대로 수수료 징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출입국 기록에 관한 ‘I-94’ 수수료 또한 기존 6달러에서 24달러(약 3만3360원)로 인상하기로 했다. 중국인 비이민비자 갱신에 필요한 전자 비자 수수료도 8달러에서 최소 30달러(약 4만1700 원)로 오른다. 한국 등 비자 면제국 방문객이 발급받는 ‘전자여행허가시스템(ESTA)’ 수수료 또한 기존 21달러에서 34달러(약 4만7260 원)로 인상된다. 그간 한국은 미국의 비자 제한 등과 같은 조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불법 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들어와 퍼듀대에 재학 중이던 한국인 고연수 씨(20)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붙잡혔다 풀려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뉴욕 맨해튼에서 구금됐던 고 씨는 루이지애나주의 이민자 수용소로 옮겨졌다가 종교계의 탄원 등에 힘입어 4일 이례적으로 석방됐다. 미주한인위원회(CKA)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불법 이민자 약 1100만 명 중 한국계는 약 15만 명(1.4%)으로 추정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성공회 사제인 어머니 김기리 신부를 따라 미국에 왔다가 지난 31일(현지 시간) 미 이민당국에 억류돼 논란이 된 한국인 고연수 씨(20)가 4일 극적으로 풀려나 가족과 재회했다. 고 씨는 맨해튼 이민세관단속국(ICE) 청사에 임시 구금돼 있다가 21시간 거리의 루이지애나주 이민자 수용소로 옮겨졌고, 수용소 구금 48시간 만에 이날 자진 출두 조건으로 석방됐다.이날 뉴욕총영사관과 이민자단체 등에 따르면 고 씨는 이날 루이지애나 수용소에서 전격 석방돼 뉴욕에서 어머니 김 신부와 재회했다. 앞서 ICE가 기존 체포자들에 대해 매우 강경한 구금 방침을 고수해 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날 석방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 씨는 변호사를 통해 돈을 내고 임시로 풀려나는 보석 석방 형태로 풀려난 게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고 씨는 ‘자진 출두 조건’으로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고 씨의 어머니가 속한 성공회를 포함한 종교계의 전폭적 지원과 강한 압박 덕분에 고 씨가 전례없는 방식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씨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의 첫 여성 사제인 김기리 신부의 딸로, 2021년 김 신부가 받은 종교비자(R-1)의 동반 가족비자(R-2)로 입국해 뉴욕에서 고교를 마치고 인디애나주 퍼듀대에 재학 중이었다.미 국토안보부는 김 신부가 소속 교구를 옮기는 과정에서 올 3월 기존의 R-1 비자가 철회됐기 때문에 동반 비자인 R-2도 종료됐다며 고 씨를 불법 체류자로 분류했다. 하지만 고 씨 측은 “고 씨는 올 12월까지 유효한 비자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 씨는 지난달 31일 이를 소명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가 김 신부가 보는 앞에서 ICE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성공회 뉴욕교구 법무팀 메리 데이비스 변호사는 CNN에 “지난 31일 심리 역시 비자 연장 신청의 일부였다”며 “그들은 정기 심리, 적법 절차를 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알 수 없는 블랙홀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성공회 뉴욕교구 매튜 헤이드 주교는 2일 열린 집회 및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고 씨의 석방과 이민자 정책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고 씨의 다음 비자 심리는 오는 21일 진행될 예정이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미국의 조선업 역량이 크게 떨어져 미 해군이 새 함정을 확보하는 건 물론이고 보유 중인 군함을 운용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등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 해군은 적정한 규모의 함대를 투입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WSJ에 따르면 미 해군 잠수함 USS헬레나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작전을 위해 바다에 나간 시간보다 수리를 위해 부두에 정박한 시간이 더 많았다. WSJ는 “잠수함은 보통 2년마다 최대 6개월 정비를 받지만, 2017년 말 시작된 USS 헬레나의 정비 작업은 수억 달러를 지출했고, 수년간 조선소에 머무르게 했다”고 전했다. 이 잠수함은 2022년 미 해군에 인도됐지만 또다시 추가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지난달 퇴역했다고 한다.미 해군 잠수함 USS보이시도 대대적인 수리 작업으로 14년 동안 실전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2029년 다시 바다로 나갈 예정인데 수리 작업엔 총 12억 달러(약 1조6600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WSJ는 지난해 정비 대상이었던 미 해군 함정 중 약 3분의 1이 제때 수리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 해군이 심각한 수리 지연 상황을 겪고 있는 이유는 미국 조선업이 인력, 장비, 노하우 등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의 조선업 관련 인력은 100만 명이 넘었지만, 1980년대 20만 명대로 급감했다. 최근엔 조선소(상선)가 두 곳만 남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주 규모도 지난해 기준 0.1%에 불과했다.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과의 군함 건조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을 우려해 왔다. 국방 분석가 톰 슈가트에 따르면 2014∼2023년 미 해군은 67척의 함정을 진수시킨 데 비해 중국 해군은 157척을 진수해 세계 최대 규모의 함대를 구축했다. WSJ는 “미 해군은 현재 295척인 함정을 2054년까지 390척으로 늘린다는 목표”라며 “이는 지금의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로 약 400억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