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은

전채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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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전채은 기자입니다.

chan2@donga.com

취재분야

2025-11-29~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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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대재해법 처벌 ‘솜방망이’…유죄 86%가 집유, 일반사건의 2.3배

    사업장 중대사고가 발생 시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을 맞은 가운데 집행유예 판결 비율이 일반 사건의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죄 비율이 높고 벌금 액수는 적은 편이어서 “솜방망이 처벌로는 법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처벌 등의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노동부로부터 넘겨받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276건 중 121건을 기소했다. 이 중 1심 판결이 나온 56명 가운데 6명은 무죄, 50명은 유죄였다. 무죄 비율 10.7%로 일반 형사사건(3.1%)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유죄 판단을 받은 1심 사건 중 집행유예 판결은 42건(85.7%)에 이른다. 일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36.5%)보다 2.3배 높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평균 1억1140만 원이었다. 20억원의 벌금이 선고된 이례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벌금은 평균 7280만 원에 불과했다.수사 속도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사 대상 사건의 73%(917건)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은 고용노동부 수사 사건의 경우 50%, 검찰은 56.8%였다.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였던 산업재해 감소의 효과도 크지 않았다. 산재 사망자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지난해 2098명 등 매년 2000명을 웃돌았다. 재해자 수는 2023년 13만6796명, 지난해 14만277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입법조사처는 “5인 이상 49인 이하의 사업장에서는 사망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 효과를 정밀 분석해 볼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올해 7월 24일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건수 2986건 중 사업주 법 위반 사실이 아니어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를 제외한 1252건을 전수조사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 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이 7000만 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다”며 “또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검찰, 경찰, 고용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법 합동수사단’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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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수율 17%’ 강릉, 폭염으로 수분 증발한 ‘돌발가뭄’

    25, 26일 전국 곳곳에 100mm 내외의 비가 내렸지만 단비를 기다렸던 강원 강릉에는 1mm 수준의 적은 비가 내리면서 저수율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강릉에 유독 심각한 가뭄이 발생한 이유는 지구 온도 상승으로 발생한 ‘돌발가뭄’의 영향이 크다. 지형적 특성으로 강수량이 적었고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폭염으로 5주 만에 저수율 반토막 26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 최대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6.8%를 기록했다. 평년 저수율인 70.3%의 4분의 1 수준이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5월 85% 이상이었으나 이후 급격하게 떨어지며 7월 14일 26.7%를 기록했다. 비가 내리기 직전인 7월 초부터 2주간 저수율이 40%대에서 20%대로 뚝 떨어졌다. 이후 비가 내리며 저수율은 23일 36.7%까지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탔고 5주 만에 반토막이 됐다.몇 주 만에 수자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돌발가뭄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가뭄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고 장기간 발생하지만, 돌발가뭄은 수일∼수주 사이에 수분 증발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강수 부족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돌발가뭄은 대부분 지구 온도 상승으로 인한 ‘폭염형 돌발가뭄’이다. 대기에 수분을 공급하는 토양과 식물의 증발산 작용을 방해할 만큼 기온이 높아지면서 급격하게 가뭄이 진행되는 패턴이다.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넥스트’가 강수량 등 기상 데이터와 저수지 저수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강릉시 강수량 대비 증발량은 155.6%에 달했다. 이는 평년 7월(47.3%)보다 3배 이상 높다. 세계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돌발가뭄이 잦아지자 미국,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가뭄의 정도뿐 아니라 가뭄화 속도도 함께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상 및 재난 당국은 아직 돌발가뭄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서는 가뭄의 특징을 ‘진행 속도가 늦고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다’고 전했다. 정해수 넥스트 연구원은 “일반 가뭄과 구분되는 돌발가뭄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돌발가뭄 현상에 대비할 수 있는 경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비 내려도 강릉엔 강수량 적어 여름철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공기는 산맥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진다. 전국에 비구름대가 형성돼도 바람이 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비가 덜 내린다. 실제 남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발생하는 ‘푄 현상’으로 강릉에는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상대적으로 비가 적게 내리거나 아예 내리지 않아 ‘비 그림자’ 지역이라고 불린다. 강릉의 최근 6개월 평균 강수량은 평년 대비 49.4%인 386.9mm 수준에 그쳤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비구름대가 태백산맥과 같이 높은 산맥에 막히게 되면 산을 넘으면서 강수가 약화된다”며 “올해는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적은 편인데, 강릉과 같은 산맥 너머의 지형은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더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태풍처럼 기압계에 큰 변동을 불러 가뭄을 해소해 주는 기상 현상도 없어서 가뭄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강릉시는 가구별 계량기를 최대 50% 잠그는 제한급수에 돌입한 가운데 저수율이 15% 아래로 떨어지면 가구별 계량기 75%를 잠그고 농업용수 공급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이다.돌발가뭄수일∼수주 사이에 땅속 수분과 수자원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 고온, 폭염 등 증발량이 늘어난 게 주원인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 농작물 고사, 생활용수 부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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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실가스 배출량 줄었지만… 이대론 ‘2030 NDC’ 달성 못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7억 t 아래로 떨어졌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전환 부문 배출량은 줄었지만, 산업계의 단위 생산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에 비해 40% 감축해야 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매년 평균 3.6%씩 줄여야 한다.● 작년 6.9억 t 배출… “감축 속도 높여야”25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9158만 t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0년 6억8980만 t이 배출된 이후 7억 t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억500만 t이 배출된 2023년에 비해 2%(1419만 t) 줄었다. 에너지 전환 부문은 전기 사용량이 전년보다 1.3% 늘었음에도 전 부문에서 유일하게 배출량을 줄였다. 총 2억1834만 t을 배출해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석탄 발전량이 184.9TWh(테라와트시)에서 167.2TWh로 9.6% 줄어든 반면 원자력 발전은 180.5TWh에서 188.8TWh로 4.6%, 재생에너지는 49.4TWh에서 53.7TWh로 8.6%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나머지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사실상 없었다. 산업 부문 배출량은 2억8590만 t으로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석유화학, 정유 등 일부 업종의 경기 회복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배출량을 생산량으로 나눈 ‘온실가스 원 단위’도 악화했다. 정유업종의 경우 2023년 온실가스 원 단위는 배럴당 15만7000t이었지만 지난해 16만3000t으로 늘었다. 신유정 기후솔루션 석유화학팀 변호사는 “산업 부문의 지난해 배출량은 목표치보다 16% 이상 초과했다”며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줄여야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 부문의 경우 배출량은 2.8% 줄었지만,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한 도시가스 소비 감소 효과가 컸고,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 발전 수요 증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건물만 놓고 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지만, 간접적으로는 배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NDC 2030년 배출 목표치는 4억3660만 t이다. 최민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세이기는 하지만 경기 둔화와 평균기온 상승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1인당 생활 온실가스 배출량 年 9.5t산업이 아닌 일상생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인당 연간 9.46t에 이른다는 환경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최근 ‘1.5도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활양식 배출량은 주요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국과 일본의 생활영역별 1인당 배출량은 8t대, 중국은 4.9t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와 여가 부문이 3.1t으로 가장 높았고 주거 3t, 교통 1.9t, 먹거리 1.5t 순이었다. 여행 등 소비와 여가에서는 항공기 이용 시간, 내연기관차 이용, 의류 구매 등이 영향을 끼친다. 주거의 경우 건물에서 화석연료로 공급받는 전력 사용과 난방과 요리에 이용되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배출량에 영향을 준다. 출퇴근 등 이동을 위해 선택하는 교통수단은 고소득 국가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요인이다. 식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육식과 우유 소비 영향이 크다. 상대적으로 육식을 덜 하는 일본, 인도의 경우 음식의 배출 비중이 작다. 연령대별로는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30대의 평균 배출량이 10t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남성은 교통과 먹거리 비중이, 여성은 소비 및 주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득이 높을수록 소비와 교통 배출량이 많아 전체 배출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녹색전환연구소가 개발한 ‘1.5도 계산기’를 통해 최근 1년간 데이터 7901건을 분석했다. 이 수치는 정부가 집계한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약 14t보다 낮은데, 산업 부문을 제외하고 주거, 교통, 소비 등 생활영역만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세계 평균과 비교해도 한국인의 생활양식 배출량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2030년까지 1인당 배출량을 평균 6t 수준으로 줄여야 NDC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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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상어’ 노래에 나오는 주황색 상어, 카리브해에서 발견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어린이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주제곡 ‘아기상어’에는 주황빛 몸을 가진 할머니 상어가 등장한다. 할머니 상어와 똑 닮은 주황색 상어가 바다에서 실제 발견돼 학계 관심을 끌고 있다. 25일 영국 인디펜던트지 등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앞바다에서 최근 주황색으로 물든 몸과 흰색 눈을 가진 희귀한 외형의 수염상어가 낚시꾼들에게 발견됐다. 수염상어의 영어 이름은 ‘너스 샤크(nurse shark)’이지만, 간호사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고 고대 언어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수염상어는 일반적으로 해저 바위나 암초 사이에 은신하기 쉽게 갈색 피부를 띤다. 이번에 발견된 수염상어는 피부, 털, 비늘에서 노란색 색소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황색변색증으로 피부가 주황빛으로 변했다. 여기에 피부나 털, 눈이 흰색 혹은 붉은빛으로 변하는 백색증까지 겹쳐 흰색 눈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색변색증은 일반적으로 민물고기나 조류, 파충류 등에서만 발견된다. 포브스지는 “카리브해에서 황색변색증을 보이는 연골어류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수염상어는 몸길이가 약 2m에 이르는 성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수염상어는 바다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저생성 생물로 암초와 바위에 몸을 숨겨 포식자를 피한다. 몸 색깔이 밝으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연방대 해양생물학자들은 “황색변색증은 동물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기 어렵게 만든다”며 “백색증 역시 햇빛 민감도를 증가시키고 짝짓기에 불리해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조건을 모두 가진 상어가 성체까지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양 생태계 내 유전적 다양성과 적응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상어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그리고 이 같은 색소 이상이 위장이나 번식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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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폭염 속 중부지방 비…수도권 시간당 30~50mm 집중호우

    제주 한라산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25일 새벽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북쪽에서 남하한 찬 공기가 남쪽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내리는 이 비는 26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최대 80mm 내외의 비를 뿌릴 전망이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비는 이날 오전 중 수도권 전역과 충남으로 확대된다. 오후 강원 내륙 및 산지, 충북, 호남까지 확대된 이후 26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 30~80mm, 강원과 충청, 전라권에 20~60mm, 경상과 제주에 5~30mm가 예보된 가운데 인천과 경기북부에는 100mm 이상 내릴 가능성이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25일 밤부터 26일 아침까지 시간당 30~50mm의 집중호우가 내릴 전망이다. 25일 낮 기온은 31~37도로 예보됐다. 이번 비가 무더위를 완전히 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비가 그친 뒤 습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강한 햇볕이 내리쬐며 금세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반도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이중 열돔’이 씌워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상황이다.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23~28도, 낮 최고기온은 29~34도로 예보됐다. 기상청은 “당분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예상된다”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오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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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7억t 아래로…산업 부분은 되레 늘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7억t(톤) 아래로 떨어졌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전환 부문 배출량은 줄었지만 산업계의 단위 생산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늘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에 비해 40% 감축해야 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매년 평균 3.6%씩 줄여야 한다.● 작년 6.9억t 배출…“감축 속도 높여야”20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6억9158만t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0년 6억8980만t이 배출된 이후 7억t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억500만t이 배출된 2023년에 비해 2%(1419만t) 줄었다.에너지 전환 부문은 전기 사용량이 전년보다 1.3%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부문에서 유일하게 배출량을 줄였다. 총 2억1834만t을 배출해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석탄 발전량이 184.9TWh(테라와트시)에서 167.2TWh로 9.6% 줄어든 반면 원전 발전은 180.5TWh에서 188.8TWh로 4.6%, 재생에너지는 49.4TWh에서 53.7TWh로 8.6%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나머지 부문은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사실상 없었다. 산업 부문 배출량은 2억8590만t으로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석유화학, 정유 등 일부 업종의 경기 회복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배출량을 생산량으로 나눈 ‘온실가스 원단위’도 악화됐다. 정유업종의 경우 2023년 온실가스 원단위는 배럴 당 15만7000t이었지만 지난해 16만3000t으로 늘었다.신유정 기후솔루션 석유화학팀 변호사는 “산업부문의 지난해 배출량은 목표치보다 16% 이상 초과했다”며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줄여야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건물 부문의 경우 배출량은 2.8% 줄었지만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한 도시가스 소비 감소 효과가 컸고, 전기 등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 발전수요 증가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건물만 놓고 보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지만 간접적으로는 배출량이 늘어난 것이다.NDC상 2030년 배출 목표치는 4억3660만t이다. 최민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세이기는 하지만 경기 둔화와 평균기온 상승 등 외부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2030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도 높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1인당 생활 온실가스 배출량 年 9.5t산업이 아닌 일상 생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인당 연간 9.46t에 이른다는 환경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녹색전환연구소는 19일 ‘1.5도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생활양식 배출량은 주요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영국과 일본의 생활영역별 1인당 배출량은 8t대, 중국은 4.9t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와 여가 부문이 3.1t으로 가장 높았고 주거 3t, 교통 1.9t, 먹거리 1.5t 순이었다.여행 등 소비와 여가에서는 항공기 이용 시간과 내연기관차 이용, 의류 구매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주거의 경우 건물에서 화석연료로 공급받는 전력 사용과 난방과 요리에 이용되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배출량에 영향을 준다. 출퇴근 등 이동을 위해 선택하는 교통수단은 고소득 국가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요인이다. 식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육식과 우유 소비 영향이 크다. 상대적으로 육식을 덜 섭취하는 일본, 인도의 경우 음식의 배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연령대별로는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30대의 평균 배출량이 10t 수준으로 가장 높았다. 남성은 교통과 먹거리 비중이, 여성은 소비 및 주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득이 많을수록 소비와 교통 배출량이 많아 전체 배출 규모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이번 조사는 녹색전환연구소가 개발한 ‘1.5도 계산기’를 통해 최근 1년간 데이터 7901건을 분석했다. 이 수치는 정부가 집계한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약 14t보다 낮은데, 산업 부문을 제외하고 주거·교통·소비 등 생활영역만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세계 평균과 비교해도 한국인의 생활양식 배출량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2030년까지 1인당 배출량을 평균 6t 수준으로 줄여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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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대 노인이 직접 빨래… “일상 유지해야 치매 진행 늦춰” [품위 있는 죽음]

    지난달 22일 오전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치매(인지증) 돌봄 시설 ‘사랑의 집 그룹홈’. 아침 식사를 마친 노인들이 20분 넘게 TV 화면의 건강 체조를 따라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오리토 씨(84)는 “집에선 혼자였는데, 여기선 가족 같은 친구들과 노래 부르고 춤출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입소자 9명이 함께 쓰는 거실엔 종이로 접은 꽃과 인형 등이 가득했다. 정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근처 어린이집 아이들이 만든 작품이다. 그룹홈 관리자인 나가쓰카 씨는 “어린이들과 핼러윈 파티도 하고, 지역 요양시설 입소자들이 모이는 ‘오렌지 카페’라는 행사를 열어 교류도 한다”며 “인지증 노인이 고립되지 않고 이웃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65세 이상 치매 노인은 올 7월 기준 약 471만 명. 고령화가 일찍 진행된 일본은 2000년부터 치매 노인 공동 주택인 ‘그룹홈’을 도입했다. 치매 노인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면 병원에 고립시켜선 안 되고, 최대한 늦게까지 몸을 움직이고 이웃들과 만나는 교류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치매 노인은 무섭거나 불쌍한 존재가 아니고, 주위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얼마든지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입소자 자녀도 ‘노인’, 노노케어 부담 덜어 2022년 기준 일본 전역의 그룹홈은 1만4079곳, 거주 치매 노인은 약 21만 명에 이른다. 치매 노인이 97만 명에 이르는 한국에선 이런 소규모 전문 요양시설을 찾기 힘들다. 자녀 또는 배우자의 돌봄을 받거나, 치매에 특화되지 않은 대규모 요양시설에 머무는 경우가 대다수다.지난달 21일 도쿄도 이타바시구의 ‘사랑의 집 그룹홈’. 입소자 2명이 주방에서 9명분의 점심 식사 준비를 돕고 있었다. 그룹홈 책임자 무라타 씨는 “인지증 환자는 집안일 등 쉽게 하던 일을 못 하게 되면 자존감을 잃고 상태가 더 나빠진다. 서툴더라도 식사 준비, 빨래 정리 등 최대한 집에서처럼 생활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 시설엔 3개 유닛에 9명씩, 총 27명의 치매 노인이 거주 중이다. 전체 요양보호사는 25명으로, 항상 9명 이상이 근무한다. 인지력이 떨어지고, 환자마다 특성이 다른 치매는 익숙한 직원들과 소규모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대규모 요양시설은 환경 적응과 개별 관리가 어려워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다. 호텔처럼 깔끔한 1층 오노 씨(91)의 방에 들어서자, 창가의 오래된 불단(佛壇)이 눈에 띄었다. 오노 씨는 “소원을 빌고 싶어서 조상을 모시던 불단을 집에서 가져왔다. 이곳 생활이 너무 행복해서 요즘엔 소원을 빌 필요가 없다”며 해맑게 웃었다. 그는 “산책하며 동네 사람들을 만나거나, 어린이집 아이들이 놀러 왔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시공간 지각 능력과 기억력 감퇴, 불안에 시달리는 치매 환자에겐 배회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 그룹홈에선 입소자들의 배회를 억제하기보단 요양보호사와 함께 매일 산책하러 나가 건강까지 챙기도록 한다. 집에서 쓰던 이불과 식기 등 익숙한 물건을 갖다 놓는 것도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서다. 입소자들은 상당수가 자녀도 노인이다. 그룹홈은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노노(老老)케어’의 부담도 덜어준다. 무라타 씨는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를 돌봐야 하는 가족의 부담도 커졌다. 소규모 그룹홈은 개인 건강 상태나 증상에 따라 맞춤형 돌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룹홈은 같은 지역 거주자만 입소할 수 있다. 이타바시구 그룹홈의 월 부담 이용료는 밥값 등을 포함해 18만 엔(약 171만 원)가량이다. 한국 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보험이 월 30만 엔을 지원해 일본 중산층 가정이 이용할 수준으로 비용을 낮췄다.● 치매 카페 만들고, 가족 지원도 그룹홈은 치매 환자가 생의 마지막을 품위 있게 보내도록 돕는다. 야마모토 노리오 메디컬케어 대표는 “그룹홈이 처음 생겼을 땐 입소자 배회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인지증 환자의 행동을 억제하기보단 더 개방적인 환경에서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고령화에 대비해 1990년대부터 치매 정책을 본격 추진했다. 2004년엔 ‘어리석다’는 의미가 담긴 치매를 ‘인지증’으로 바꿨다. 정책 총괄도 후생노동성보다 상위 부처인 내각부에서 맡고 있다. 인지증 카페를 운영해 지역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지증 환자 가족을 통합 지원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후생노동성 치매 정책 담당자는 “인지증 환자가 익숙한 지역에서 안심하고 생활하도록 인지증 재택의료 지원 의사 양성, 인지증 초기 집중 지원팀 지원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사이타마·도쿄=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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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에선 불필요한 연명치료 권하기도” 임종 앞둔 환자 돕는 재택의료 [품위 있는 죽음]

    “오늘 기분은 어떠세요? 산소포화도, 혈압은 다 괜찮네요.” 지난달 24일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 외곽 단독 주택. 방문진료 기관인 홈온클리닉 히라노 구니요시 원장이 치매와 간경변을 앓고 있는 재일교포 김태희 씨(96)의 배를 연신 주물렀다. 2주 전보다 복수(복강 내 물 고임)가 더 많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4년 전 3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았던 김 씨와 가족은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딸 마채희 씨는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라 입원은 무의미했다. 무엇보다 집에 가고 싶다는 어머니의 뜻을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비를 넘긴 김 씨는 현재는 주 3회 주간돌봄센터도 다닌다. 매주 간호사와 요양보호사가 한 번씩 방문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23년 전 방문진료를 시작한 히라노 원장은 현재 약 60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집에서, 나머지는 요양시설에서 말년을 보낸다. 80, 90대 고령 환자들이 많다 보니 임종을 맞는 환자도 한 주에 5명가량 발생한다. 환자가 위독하다는 연락이 오면 한밤중에도 달려간다. 히라노 원장은 “병원에선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다”고 했다. 그는 “환자와 가족에게 단순히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느냐’ 묻는 게 아니라, 생의 마지막을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86년 방문진료 수가를 처음 도입한 뒤, 1990년대부터 재택의료가 본격 시작됐다. 의료와 돌봄의 중심을 병원에서 지역사회와 집으로 옮긴 것이다. 전체 병의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만4000여 곳이 재택의료기관이다. 일본의 재택의료 활성화는 고령화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쓰루오카 고키 일본사회산업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초고령사회가 되면 병상 부족, 고독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집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최소화해 의료비 지출을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재택의료를 이용하는 환자 만족도는 높다. 입원비에 비하면 비용 부담도 작다. 올해 기준 임종기 환자가 월 2회 방문진료를 받으면 요양등급과 소득 수준 등에 따라 7260∼2만1780엔(약 6만8400∼20만5000원)을 낸다. 히라하라 사토시 일본재택의료학회장은 “방문진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 2년 동안 별도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암 환자 돌봄, 노년 의학, 치매 돌봄, 소아 재택의료 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2040년 85세 이상 인구 급증으로 재택의료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가 익숙한 곳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의료·간병 서비스를 더 강화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사이타마·도쿄=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 (이상 정책사회부) 기자}

    •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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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서’ 무색한 열대야·폭염 계속…오늘 서울 33도 구미 37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폭염경보가,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간밤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 제주는 7일, 부산과 강원 강릉은 9일 연속 열대야를 겪었다.22일 낮 최고기온은 30~37도로 예보됐다. 경북 구미가 37도까지 오르고 대구 36도, 대전 35도, 서울 광주 울산 부산은 33도 등이 예상된다. 오후부터 저녁까지 전라 동부와 경북 남부, 울산, 경남 내륙, 제주에 소나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당분간 무더위와 열대야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23일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겹쳐지며 주말에는 ‘이중열돔’이 형성된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오르는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23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8도, 낮 최고기온은 31~36도로 예보됐다. 오전부터 저녁 사이 수도권과 강원에 5~40mm, 제주도에 5~20mm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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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서 매직’도 옛말… 주말 36도 찜통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 처서(23일)가 다가왔지만 당분간 전국에 찜통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통상 8월 하순 더위가 꺾이며 ‘처서 매직’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지만 올해는 주말까지 폭염이 계속되다 다음 주초 중부지방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 한반도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남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발생하는 ‘푄 현상’으로 강원 영동과 경북 등의 기온이 높았다.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30∼36도로 예보됐다. 처서인 23일에도 한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계속될 전망이다. 올여름(6월 1일∼8월 20일) 일 평균기온은 25.5도로 기상 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반도 서쪽에 자리잡은 티베트 고기압과 일본 남동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주말에 접어들며 한반도 상공에서 하나로 결합돼 전국을 뒤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말까지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진다. 내륙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도 있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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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서 매직’ 옛말…주말 낮 최고 36도, 무더위 계속

    더위가 그친다는 절기 처서(23일)가 다가왔지만 당분간 전국에 찜통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통상 8월 하순 더위가 꺾이며 ‘처서 매직’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지만 올해는 주말까지 폭염이 계속되다 다음주 초 중부지방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주 한반도가 북태평양 가장자리에 들면서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남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발생하는 ‘푄 현상’으로 강원 영동과 경북 등의 기온이 높았다. 22일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30~36도로 예보됐다. 처서인 23일에도 한낮 최고 36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계속될 전망이다. 올 여름(6월 1일~8월 20일) 일 평균기온은 25.5도로 기상 관측이 체계화 된 1973년 이후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한반도 서쪽에 자리잡은 티베트 고기압과 일본 남동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주말에 접어들며 한반도 상공에서 하나로 결합돼 전국을 뒤덮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말까지 낮 최고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이어진다. 내륙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도 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해가 짧아지면서 일사량이 줄어 낮 기온이 7월 중하순만큼 크게 오르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한반도 남서쪽으로부터 뜨거운 수증기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더위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일본 가고시마 서북서쪽 약 100km 부근 해상에서는 21일 오전 9시 제12호 태풍 ‘링링’이 발생했다. 링링은 두 고기압 사이를 통과하면서 24시간 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해 동부 바깥 먼 바다에 풍랑특보가 발효됐지만 태풍이 국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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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치의가 3개월마다 면담… 운동-수면 습관도 챙겨 [품위 있는 죽음]

    “팔을 움직일 때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허벅지에 힘을 주세요. 함께 외쳐요.” 싱가포르 동부 시메이 지역 주택개발청(HDB) 아파트 단지. 필로티 1층 빈 공간에 화려한 운동복을 입은 할머니 등 주민 45명이 줌바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근력과 유연성, 균형감 강화 등 3가지로 나뉜 수업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강사 크리스틴 촉 씨(60)는 “수강생 중 노인이 많아 허벅지 근력을 강화하는 동작을 많이 배치했다”며 “허벅지 근육이 약하면 활동량이 줄고 배변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3년 5월부터 개인별 건강 계획을 수립하고 건강한 운동과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더 건강한 싱가포르(Healthier S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40세 이상 국민과 영주권자가 프로그램에 등록하면 주치의가 배정된다. 가입자는 주치의와 3개월마다 면담하고 운동, 수면 등 생활습관을 관리받는다. 싱가포르는 질병을 예방해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 궁극적으로 의료비를 줄이려고 한다. 김성훈 싱가포르경영대(SMU) 경제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인 건강 수명은 남성 73.9세, 여성 76세”라며 “(이미 건강 수명이 길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생활 습관을 개선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2021년 기준 72.5세다. 정부 건강증진위원회(HPB)가 운영하는 ‘헬시 365(Healthy 365)’ 애플리케이션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헬시 365’ 앱에 가입하면 일단 20싱가포르달러(약 2만1600원) ‘포인트’가 주어진다. 이후 K팝 댄스, 요가, 킥복싱 등 정부가 지정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개선하면 포인트를 받는다. 포인트는 바우처로 교환해 마트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현금성 보상에 힘입어 ‘더 건강한 싱가포르’에는 이달 17일 기준 130만 명이 넘게 가입했다. 40세 이상 싱가포르 인구가 22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40세 이상 2명 중 1명이 참여하는 셈이다. 유방암을 앓고 있는 차우 쿡 란 씨(86)는 도보 10분 거리 자택에서 걸어와 줌바 교실에 참여했다. 차오 씨는 “줌바 교실에 참여하기 전에는 다리가 아팠는데, 춤을 추면서 오히려 다리가 좋아졌다”며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혼자 있을 때보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 건강한 싱가포르’는 노인 일자리도 창출한다. 촉 씨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줌바 강사로 일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그는 평일에는 병원에서 의료 데이터 관리자로 근무하고 주말에는 줌바 강사로 활동한다. 5년 전 줌바를 배운 뒤 무릎 통증이 사라져 아예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촉 씨는 “줌바 수업 1시간을 할 때마다 75싱가포르달러(약 8만 원)를 정부로부터 받고 있다”며 “운동을 통해 이웃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싱가포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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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시설 아닌 집에서 여생 보내게… 아파트에 병원 연계 센터 [품위 있는 죽음]

    “자밀라, 왼팔을 주세요. 요즘은 어떤 TV 프로그램을 주로 시청하나요.” 싱가포르 동부 베독 지역 주택개발청(HDB) 공공아파트. 간호사 셰릴 샤즈와니 빈테 자카리아 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자밀라 씨(80) 자택을 방문해 혈압을 재며 이같이 물었다. 자밀라 씨는 3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이나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 대신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활동적 노년 센터(Active Ageing Centre·AAC)’ 소속 간호사 등이 찾아와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기준 214개 AAC가 싱가포르 전역에서 운영 중이다. 한국의 노인복지관이 주로 여가활동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에 싱가포르 AAC는 병원과 연계해 의료, 식사, 청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의료-식사-청소 모두 제공하는 동네 돌봄 센터 싱가포르는 2009년 통합돌봄청(AIC)을 설립하면서 노후에도 입원하지 않고 자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AAC와 지역사회 중심의 ‘원스톱’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자밀라 씨처럼 혼자 사는 치매 환자도 자택에서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은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두 국가 모두 2030년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전망돼 고령화 속도는 비슷하지만 싱가포르가 17년가량 일찍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AAC 확대 및 지원을 위해 2024∼2028년 9억4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조227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직접 신청하거나 병원을 통해 의뢰하면 AAC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평가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AIC는 지역사회에 마련된 여러 돌봄 서비스와 연계하고 중복 지원을 방지하는 등 조정자 역할을 맡는다. 자밀라 씨는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타이화콴자선재단 산하 베독 AAC가 방문간호, 도시락 배달, 병원 진료 동행, 교통 지원, 방문 요양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AAC와 연계된 후원 단체는 각종 식품을 지원한다. AAC가 노인들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모두 관리해 치매를 앓으며 혼자 사는 노인도 자택 생활이 가능하다. 자밀라 씨는 과거 화장실이 아닌 곳에 배뇨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AAC의 도움을 받으며 현재는 해당 문제가 해결됐고 보행기 없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 베독 AAC는 창이종합병원 간호팀과 함께 지역 보건지소를 운영한다. 창이종합병원 의사가 매주 방문해 노인 건강 상담과 진료를 한다. 복용하는 의약품을 가져오면 겹치는 성분이 있는지 따져 조정하고 다른 병원으로 연계해야 하는 경우 진료의뢰서를 써준다. 최근 퇴원한 노인을 위해 낮 시간 동안 한시적으로 돌보는 일시 보호소도 운영한다. 보호자가 출근한 시간대에 머물며 간호사들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 식사, 빨래, 목욕 서비스도 제공한다. 베독 AAC를 운영하는 타이화콴자선재단 소속 의사 탕문렁 씨는 “병원에 입원하면 환자가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도 인건비가 발생하지만, 자택에 머물면 환자가 필요한 것만 AAC가 지원하면 된다”며 “지역사회가 건강 관리를 책임지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과 연결해 사회적 비용 줄이고 고독 방지AAC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보드게임, 치매환자를 위한 식습관 교육, 디지털 문해력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택시 기사로 일하다 은퇴한 초 추잉 씨(80)는 매주 3, 4일 AAC 등을 찾아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휠체어를 밀어준다. 이른바 ‘마이크로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병원 진료가 있으면 동행한다. 초 씨는 “아직 나 자신은 잘 돌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가 AAC를 중심으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기 위해서다. AAC를 통해 이웃이 만나고 교류하면 고독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사적 도움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시티 아이샤 빈테 모하맛 유누스 베독 AAC 센터장은 “노인들은 대부분 한 동네에 오래 살기 때문에 이웃들과 가깝게 연결되길 원한다”며 “AAC를 통해 연결된 노인들이 서로를 돕는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에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지내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폴린 스트라우겐 싱가포르경영대(SMU) 성공적 노화를 위한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노후에도 병원에 누워 있지 않고 살던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노화를 겁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싱가포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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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병 고통속 단식 존엄사 선택한 모친… 손 놓아주는 것, 그것도 사랑의 한 부분” [품위 있는 죽음]

    희귀병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 곡기를 끊고 삶을 마무리한 어머니. 그 선택을 곁에서 지켜본 의사 딸은 어머니의 마지막 길을 기록해 책 ‘단식 존엄사’를 펴냈다. 대만 중산대 의대 재활의학과 비류잉 교수 이야기다.스스로 물과 음식 섭취를 중단해 사망에 이르는 단식 존엄사는 ‘VSED(Voluntaril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라는 용어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낯설지만 미국과 네덜란드에서는 일부 시행되고 있다.비 교수의 어머니는 64세 때 소뇌에 이상이 생겨 사지가 점점 마비되는 희귀병인 소뇌실조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병세가 악화되며 고통이 심해지자 단식 존엄사를 결심하고 2020년 8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비 교수는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통해 어떤 종류의 사랑은 손을 내려놓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어머니는 어떻게 단식을 결심했나.“평소 어머니는 억지로 치료해 고통을 연장하지 말자는 말씀을 자주 했다. 2019년 병세가 빠르게 악화되면서부터는 더 이상 삶의 의미가 없고 어떻게 해야 잘 떠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즈음에 어머니가 일본 의사가 단식 존엄사에 대해 쓴 책을 읽고 단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가 20년 동안 병으로 고통받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물과 음식을 끊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물론 본인의 강한 의지와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일반인에게 굶어 죽는 아사는 고통스럽지만 임종을 앞둔 이에게는 다르다는 점이다.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는 고령의 중증 질환자는 일반인처럼 허기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어머니가 21일 동안 단식했다. 그 시간은 어떻게 보냈나.“처음 10일 동안에는 음식 섭취량을 천천히 줄이면서 죽과 삶은 채소, 연근물을 드셨다. 11일째부터는 고형 음식을, 13일째부터는 연근물을 끊었다. 갈증이 나면 면봉에 물을 묻혀 입술을 축이는 정도였다. 21일째 어머니는 편안한 얼굴로 돌아가셨다.”―단식 존엄사는 대만에서 논란의 대상이다.“대만 호스피스 학회에서는 단식 존엄사를 지지하지 않는다. 자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단식 존엄사를 하기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있다. 죽음의 방식은 환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식 존엄사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죽음은 누구나 겪는 마지막 길이다.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족과 일상적으로 죽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최대한 내려놓을 수 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타이베이·신베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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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병동 곳곳 ‘연명의료 내가 결정’ 문구…치매환자도 선택권 [품위 있는 죽음]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합니다.’대만 신베이시 단수이구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 호스피스 병동 곳곳에는 이렇게 적힌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히는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ACP) 등록을 안내하는 문구다. 팡춘카이 호스피스 센터장은 “대만은 국민이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해 왔다”고 설명했다.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2000년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했다.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권리를 한국보다 폭넓게 보장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며 고통을 적절히 완화시키는 호스피스도 잘 정착돼 있다.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임종 및 돌봄 전문가 평가’에서 대만은 81개 평가 대상국 중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내 생명은 내가 결정한다” 인식 자리 잡아“대만은 20여 년 전부터 ‘내 생명은 내가 결정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사회적으로 논의해 왔습니다.”대만 위생복리부(보건복지부) 류위핑 의료부 국장은 대만의 연명의료 관련 법과 제도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류 국장은 “반대하는 의견도 물론 있었지만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는 건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대만에서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이른바 ‘왕샤오민’ 사건이다. 1963년 고교생이었던 왕샤오민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그의 어머니가 1982년부터 정부 등에 딸의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고 2000년 ‘안녕완화의료조례’, 2019년 환자 자주 권리법이 시행되면서 현재 제도가 완성됐다.대만에서는 병원에서 의료진과 상담한 뒤 ACP를 등록하면 향후 △말기 환자 △비가역적인 혼수 상태 △영구적인 식물 상태 △극중증 치매 △그 밖에 고통을 참기 어렵거나 질병이 회복될 수 없고 현재 의료 수준으로는 적절한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도 ‘사망 직전’일 때만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대만이 한국보다 연명의료 중단 범위를 훨씬 넓게 인정한다.등록 절차도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보건소나 민간 기관에서 담당 직원과 간단한 상담을 받은 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지만, 대만에서는 의료진과 1시간가량 상담한 뒤 ACP를 등록한다. 국립 대만대병원 호스피스 병동의 청사오이 가정의학과 교수는 “ACP는 전국 280개 병원에서 상담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ACP에 등록하면 해당 정보가 건강보험 카드에 등록되고 이후 모든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른바 ‘웰다잉(Well-Dying)’ 관련 민간 움직임도 활발하다. 비영리단체(NPO) 대만 호스피스 재단에서는 무료 전화 상담을 한다. 재단의 창샤팡 이사장은 “ACP 등록을 하는 과정에서 걱정되고 고민되는 점에 대해 누구든 전문 간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도 제한 없어대만이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방법은 호스피스 활성화다. 대부분 암 환자만 호스피스를 받는 한국과 달리 대만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에 제한이 없다. 매카이 메모리얼 병원의 호스피스 병동도 절반가량이 암 환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암이 아닌 다른 질환 환자들이었다.병동에서 만난 쑨보펀 씨(68)도 입원한 96세 노모와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쑨 씨는 “3년 전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상태가 급작스레 악화돼 모르핀을 맞다가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어머니만큼은 편안하게 보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이곳의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어머니가 떠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운 노모는 담당 의사가 지나가자 손짓을 하며 천천히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팡 센터장은 “사람은 숨이 멎어 관이 닫힐 때 비로소 그 인생이 정의된다는 말이 있다”며 “호스피스는 인생의 가장 끝에서 마지막 길을 함께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타이베이·신베이=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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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들 돌봄은 기본… 남겨진 가족들 마음건강도 챙겨 [품위 있는 죽음]

    “내가 평생을 찾아 헤맨다 해도 당신 같은 사람은 다시는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정원. 높이 3m가 넘는 거대한 나무 앞에서 로이 벤슨 씨(81)가 손에 종이를 쥐고 자신이 쓴 시를 한 자씩 읊었다. 벤슨 씨는 호스피스에서 아내와 사별한 뒤 느낀 감정을 담아 시를 썼다. 행사에 참여한 30여 명의 유가족은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고 때로는 웃으며 벤슨 씨가 낭독하는 시를 들었다. 유가족들은 세상을 떠난 가족이 머물던 호스피스를 찾아 고인을 기리면서 함께 추억했다. 호스피스는 유가족을 공동체의 일부로 보고 사후에도 유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나무에 리본을 매는 행사도 열렸다. 정원에 놓인 나무에는 300개가 넘는 리본이 흩날렸다. 리본에는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해’ ‘우리는 잘 지내고 있어’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날 행사에는 20년 전 호스피스에 머무른 가족을 떠나보낸 이도 참석했다. 호스피스 곳곳에는 쪽지와 함께 작은 인형도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내가 당신을 미소짓게 만든다면 집에 들고 가 달라. 당신이 슬프다면 나를 꼭 잡고 있어 달라. 그러면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적혀 있었다. 3년 전 이곳에서 아내와 사별한 애덤 분 씨(61)는 “아들은 이곳에서 정신건강 상담을 꾸준히 받고 있다”며 “가족을 잃은 사람들끼리 슬픔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일종의 공동체에 가입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유가족이 고인을 애도하기 위해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방문한다. 호스피스는 유가족들이 찾아오는 기념행사 외에도 정기적인 애도 모임을 통해 유가족 간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 또한 제공된다. 피오나 워킹쇼 유가족 지원 책임자는 “유가족 돌봄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유가족들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슬픔에 대비할 수 있게 하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영국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는 ‘총체적 고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단일한 고통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인 차원에서 고통을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영적 고통은 종교와 무관하게 자아와 관련한 실존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고통에 가깝다. 호스피스 소속 목사인 앤드루 굿헤드 씨는 “총체적인 고통의 관점에서 최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이러한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총체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호스피스에서도 유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프린세스 앨리스 호스피스의 지역사회 돌봄 담당자 레이철 바삭 씨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애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슬퍼하는 이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정서적, 재정적 지원을 연결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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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있는 듯” 호스피스 원조 英, ‘임종-돌봄 평가’ 1위 [품위 있는 죽음]

    지난달 14일 영국 이셔시 프린세스 엘리스 호스피스. 이곳에 입원 중인 레이철 리베카 씨(60)는 대장암 말기 환자다. 그는 삶의 마지막을 보낼 곳으로 병원, 요양원 등을 살피다 호스피스를 택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완화의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을 가리킨다. 리베카 씨는 “가족에게도 질병과 아픔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임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며 “집과 가까워서 남편과 자녀들이 자주 방문한다. 마치 집에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은 1967년 영국 간호사 시슬리 손더스가 처음 제안해 시작됐다. 호스피스의 원조국 격인 영국에서는 입원형과 방문형 등으로 연간 30만 명 이상이 호스피스를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2021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임종 및 돌봄 전문가 평가’에서 영국은 81개 평가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의결해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2023년 188곳에서 2028년 36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웰다잉 논의의 경향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1.1%는 말기·임종기 환자의 통증 완화 등을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호스피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호스피스 센터서 통증치료-요가… 마지막 순간까지 ‘일상’ 누려〈2〉 ‘임종-돌봄’ 평가 1위 英 호스피스가정방문 호스피스 등 30만명 이용… 기부금 등으로 전액 무료로 운영유언장 작성-장례 절차도 도와… “심리적 안정감 찾는데 큰 도움”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암 환자 팜 에릿 씨(91)는 정원이 보이는 1층 식당에서 다른 외래 환자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에릿 씨는 “매주 한두 차례 찾아와 진료를 받고 통증 관리를 한다. 여기 오면 마음이 편안해져 내가 죽는다는 게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립샘암을 앓고 있는 마이클 자비스 씨(92)도 “병원 밥이 아닌 일반식을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호스피스는 중세 유럽 여행자에게 숙박을 제공하던 작은 교회를 의미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는 죽음에 가까워진 환자에게 생명의 연장과 완치보다는 현재 ‘삶의 질’에 무게를 두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다. 현대 호스피스 운동을 제안한 영국 간호사 시실리 손더스(1918∼2005)는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에서 환자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생애 마지막 고통 줄이는 의료 서비스 호스피스는 입원과 재택, 외래진료 등의 형태로 서비스가 제공된다.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통증 관리, 약물 투여 등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궁경부암 환자 퍼트리샤 화이트 씨(91)는 “새벽에 통증이 심할 때도 버튼을 누르면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들이 바로 달려온다”고 말했다. 화이트 씨의 딸 리즐리 씨(60)는 “애초 의료진은 집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라고 했지만, 집에서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입원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호스피스는 장례 지원, 유언장 작성 등 환자 가족의 장례 관련 절차도 돕는다.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찾아 환자 가족에게 연계하기도 한다. 사회복지사인 베스 퀘시가 씨는 “환자 임종 직전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며 “아버지가 죽기 직전 딸의 결혼식에서 틀어줄 영상을 녹화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운영에는 자원봉사자가 다수 참여한다. 말기 전립샘암 환자 딜리프 바르마 씨(66)는 런던 자택에 거주하며 최근 4년간 세인트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를 찾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바르마 씨는 “환자들이 임종까지 나 자신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존엄한 죽음’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다양한 죽음에 대해 미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치료나 재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서리주 이셔시 프린세스 앨리스 호스피스에는 ‘웰빙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환자와 환자 가족이 아로마 세러피, 요가, 보드게임 등을 즐기며 심리적 안정을 취한다.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거나 근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체육관도 설치됐다. 소피아 모나스티리오티 웰빙 매니저는 “누구에게나 (아프기 전) 일상을 살게 하는 건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 필요”영국 호스피스 협의체 호스피스UK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약 220개의 독립 호스피스가 운영되고 있다. 호스피스 의료진이 가정에 방문해 진료하는 가정 방문형 호스피스 사례도 많아 호스피스 이용자는 약 30만 명에 달한다. 이용자들은 전액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한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기부금, 자선 활동 등을 통해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어떤 죽음이 ‘존엄한 죽음’인지에 대해 미리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를 통해 죽음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에서는 2009년부터 죽음과 임종에 대한 대화를 장려하는 캠페인인 ‘다잉 매터스 캠페인’을 개최됐다. 찰리 킹 호스피스UK 대외협력이사는 “많은 사람들은 죽음과 상실에 대해 말하기 꺼리지만 두려움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퀴즈, 광고 등을 만들어 존엄한 죽음과 관련해 대화할 수 있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런던·이셔=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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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대신… 간호사-약사-간병사 팀 꾸려 중증환자 자택 치료 [품위 있는 죽음]

    “병원 치료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환자 몸무게가 너무 나갑니다. 집에서 체중을 더 감량한 뒤 입원을 고려해야 합니다.”4일 오전(현지 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방문간호센터. 간호사 10여 명이 모여 이날 방문할 환자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환자별 담당 간호사는 정해져 있지만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좀 더 적절하게 치료하기 위해 매일 아침 회의를 갖는다. 회의를 마친 뒤 간호사들은 자신이 맡은 환자 집으로 향했다. 덴마크는 1937년 생후 1년 이내 아동 질병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산모와 아기를 대상으로 간호사 가정 방문 제도를 처음 도입됐다. 유아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며 방문간호의 개념이 덴마크 사회에 자리를 잡았다. 1958년 가사 보조 및 가정 간병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고령자를 위한 방문간호 서비스가 법제화됐다. 1960, 70년대 고령화율이 10%를 넘기며 고령자 방문간호 서비스가 확대됐다.● 간호사-약사-간병사 함께 방문간호도방문간호사 멧테 비스고르 씨(41)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마친 뒤 마레크 푸시오 씨(72)의 자택을 찾았다. 하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비스고르 씨는 “푸시오 씨는 보통 직접 문을 열어줬는데, 오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방문간호사는 환자가 직접 문을 열 수 없는 정도의 상태를 대비해 미리 디지털 열쇠를 받아둔다. 푸시오 씨는 하반신이 부어 작은 상처도 잘 치료되지 않는 상태로 침대에 누운 채 방문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스고르 씨는 가져온 의료 상자에서 붕대와 약물 등을 꺼내 엉덩이와 발가락의 상처 부위에 피부 재생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았다. 푸시오 씨가 “환기하고 싶으니 베란다 문 좀 열어 달라”고 말하자 비스고르 씨는 가족처럼 편하게 문을 열어줬다.코펜하겐시 소속 방문간호사는 24명이다. 간호사 한 명이 하루에 8∼12곳을 방문해 환자를 돌본다. 중증도에 따라 주 1회부터 하루 2차례까지 방문 빈도는 다양하다. 간호사 1명이 순회하며 환자들을 진료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중증 환자의 경우 약사, 간병사 등 최대 4명이 팀을 꾸려 이동하기도 한다. 고령자가 최대한 자택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13년간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다 1년째 방문간호사로 일하는 비스고르 씨는 “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임상 경험 2년을 채우면 방문간호사로 일할 수 있다”며 “의사 없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므로 요건보다 긴 임상 경험을 쌓고 방문간호사를 시작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적절한 시기 계획해야 자택 사망 준비 가능”덴마크는 자택 돌봄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2020년 스웨덴 스톡홀름대 조사에 따르면 북유럽 4개국 중에서 65세 이상이 방문간호 등 자택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덴마크가 11.3%로 가장 높았다. 스웨덴 8.4%, 노르웨이가 7.3%, 핀란드는 5.8% 등의 순이었다.덴마크는 오랜 기간 재택 요양 정책을 추진해 왔다. 고령층과 환자들이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들어가기보다는 최대한 지역사회에 머물면서 돌봄을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자와 방문간호사, 간병사는 이웃으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그렇다고 생전에 마냥 자택에서 죽음을 차분히 준비하는 건 아니다. 죽음에 대해 쉽게 언급하지 않고 임종이 가까워지면 여전히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려는 가족들도 많다. 오베 고르보에 호르센스병원 교수는 “의료진도 사망에 대해 언급하기를 금기시하기도 한다”며 “그래도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적절한 시기에 계획해야 바람대로 집에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코펜하겐시에 사는 80대 노인 포울 소렌센 씨의 집에는 하루 최대 돌봄 인력 3명이 방문한다. 그는 호흡이 약해져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며 비상 상황을 대비해 오른손 손목에는 인근 병원으로 연결되는 호출 벨을 착용하고 있다. 소렌센 씨의 아내 수산 씨는 “방문간호사가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함께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며 “돌봄 서비스도 만족스럽지만 좋은 말동무가 생겼다는 점도 고령자에게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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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요양원에 AI센서 설치… 낙상 조치까지 147분→3분 [품위 있는 죽음]

    7일(현지 시간) 덴마크 칼룬보르 지역 공공요양원인 뉘방스파르켄. 이곳에서는 올 3월 전체 66개실 중 30개실에 고령 거주자의 움직임과 호흡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센서를 천장에 설치했다. 요양원장 율리 쇼프 씨는 “전에는 낙상을 우려해 거주자가 잘 자고 있는지 2시간마다 방문해 살폈다”며 “어르신을 불필요하게 깨우는 경우가 많았다. 센서를 설치한 뒤 따로 방문하지 않아도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덴마크는 고령자 요양 서비스를 담당하는 돌봄 인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AI, 로봇, 디지털 기기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덴마크는 65세 이상 비율이 2019년 19.6%에서 2050년 24.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2035년 고령자 간병 인력은 필요 대비 1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르스텐 한센 덴마크 고령부 차관(사진)은 본보 인터뷰에서 “지난달 노인법을 개정해 공공 돌봄 서비스 제공자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AI 돌봄 기술에 현재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 등 기술 기업 약 35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지방자치단체별로 다양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공공요양원에 설치된 AI 센서는 의료기기 제작사 테톤이 만들었다. 간병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신이 맡고 있는 거주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어떤 행동을 할 때 알림을 받을지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치매 거주자의 경우 사소한 움직임을 보여도 낙상 등이 발생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올리베르 옌센 테톤 사업개발디렉터는 “과거 요양원에서 낙상이 발생했을 때 간병사가 거주자에게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47분이었다. AI 센서 설치 뒤에는 3, 4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이 기기는 호흡 분석 등을 통해 향후 발병 소지가 있는 질병까지 예측한다. 호흡이 가빠지거나 일시적인 호흡 곤란이 반복될 경우 호흡기 관련 질환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후 담당 간병사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다. 걸음걸이 패턴이 바뀌었을 때 어떤 운동을 늘려야 하는지도 조언한다. 디사 크론시외 테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는 “현재는 고령층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유형을 분류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기기는 설치 비용이 100만 원 소요되고 매달 수십만 원의 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비용은 지자체와 요양원이 예산에서 모두 충당하고 있다. 70대 거주자 혼 테일 씨는 “방에 처음 센서가 설치됐을 때는 나를 감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위급 상황 때 직원들이 나를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어 오히려 안심된다”고 말했다.※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전채은 김소영 박경민 방성은(이상 정책사회부)}

    •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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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 최고 35도’ 전국 다시 폭염 속으로…서울 9일만에 폭염특보

    비구름대가 물러가고 전국이 다시 고기압권에 접어들며 낮 기온 35도를 오르내리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15일 오전 11시 서울과 대전 등 중부지방 대부분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6일 오전 4시 폭염주의보가 해제된 이후 9일 만이다. 제주와 남부지방에 더해 중부지방에도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전국 육상 기상특보 구역 183곳 중 88%(161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 내려진다. 35도 이상의 체감온도가 예상될 때는 폭염경보가 발효된다. 기상청은 16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6도, 낮 최고기온은 30~35도로 예보했다. 남쪽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며 전국적인 폭염이 다시 시작됐다. 대구, 전남 순천, 경북 구미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35도까지 오르고 서울 31도, 대전 32도, 부산 33도 등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16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인천 및 경기 북부와 강원 중북부 내륙에는 0.1mm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17일엔 오전부터 오후 사이 인천 및 경기 북부와 강원 중북부내륙 및 산지에 5~20mm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202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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