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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에 사는 김모 씨(58)는 만성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 그는 황사로 인해 호흡기 질환에 문제가 생기면 자주 병원을 찾곤 했지만 지난해엔 3번 밖에 병원을 가지 않았다. 지난해 초 다니던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뒤 ‘적극적인 생활비 절감’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김 씨는 “회사를 다닐 땐 건강관리 차원에서 조금만 몸이 안 좋아도 병원에 갔지만 지난해부터는 기관지염이 아주 심해졌을 때만 병원을 찾았다”며 “퇴직한 뒤 마땅한 수입도 없는 상황에선 돈을 아끼기 위해 병원을 가는 것도 줄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로 김 씨처럼 적극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있는 사람들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6일 발표한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4조586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규모도 12조8072억 원으로 8조2203억 원이었던 4조5869억 원 늘었다. 건강보험 재정이 이처럼 큰 규모의 흑자와 누적 적립금을 기록하게 된 건 주요 질환별 급여비 지출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흡기 질환의 경우 2007~2010년간 연평균 급여비 증가율은 10.7%였지만 2011~2014년 간 연평균 증가율은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 당뇨병과 고혈압의 연평균 급여비 증가율도 각각 10.2%에서 5.6%, 24.5%에서 5.4%로 크게 줄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지면 서민층을 중심으로 평소 같으면 병원에 갔을 증세에도 병원에 가지 않거나, 건강검진 같은 예방 조치를 안 받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에서 가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도 “꾸준히 병원을 찾아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 중 ‘저렴한 약을 달라’거나 ‘꼭 필요한 검사만 받게 해 달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저소득층과 노년층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황 때문에 병원 문턱이 높아지는 현상을 막으려면 건강보험 보장률을 더욱 적극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 말 기준 약 63%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더 끌어올려 한다는 것. 김 교수는 “불황 시기에는 서민들에게 30%대의 본인 부담률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며 “병원을 가지 못해 병을 키우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더욱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안팎에선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와 누적 적립금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나오면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앞으로 더 강하게 제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에 따르면 암 관련 급여비 지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10년 간 연평균 증가율이 15.7%였지만 2011~2014년은 3.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암 검진율이 상승했고, 복강경 수술 같이 긴 기간의 입원이 필요 없는 시술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반면, 치과 관련 급여비 증가율은 크게 늘어났다. 치과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급여비 증가율이 연평균 23.4%였는데 틀니, 스케일링, 치아 홈 메우기 등에서 보장성 확대가 이루어진 것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부가 미용·성형 분야에서 불법 브로커 신고포상제를 실시하고, 불법 브로커를 통해 외국인 환자를 소개받을 경우 해당 병원을 의료관광 업계에서 퇴출시키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중국인이 국내 성형외과에서 수술 도중 사고를 당하는 등의 일이 잇따르면서 의료관광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정부는 13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외국인 환자에 대한 불법 브로커 방지 및 안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에 등록하지 않고 환자 유치를 알선하는 브로커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을 주는 신고포상제가 실시된다. 구체적인 금액은 상반기에 결정할 예정이다. 또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브로커와 거래한 병원은 해외환자 유치업 허가를 취소할 방침이다. 이 밖에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챙겨 환자 부담을 늘리는 브로커들의 행위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또 이르면 하반기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 평가제가 도입된다. 정부는 의료서비스의 질, 외국인 환자 편의성, 전문인력 고용 현황, 환자안전 인프라 등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해 우수 의료기관을 ‘메디컬코리아 다국어 홈페이지’(www.medicalkorea.or.kr)에 공개하기로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

고려대 구로병원이 최근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암병원을 개원했고, 국내 최초로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최근에 또 하나의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뇌신경질환과 관련된 집중치료가 가능한 ‘뇌신경센터’를 개소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뇌신경센터 개소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활용할 방침이다.환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 초점 맞춘 시설 고려대 구로병원 뇌신경센터는 뇌와 척수를 비롯한 말초신경 및 근육 등에 발생하는 질환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 뇌신경센터 안에는 △뇌동맥류 클리닉 △모야모야병 클리닉 △뇌혈관질환 클리닉 △뇌종양 클리닉 △뇌하수체종양 클리닉 △안면경련 클리닉 △안면통증 클리닉 등 다양한 질환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클리닉들이 모여 있다. 뇌신경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신경과와 뇌신경외과의 융합 체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핵의학과 등 다른 임상분야의 과들도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또 의료진과 환자와 보호자가 같은 공간에서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환자 중심 진료’를 지향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병원은 환자가 이동 과정에서 불편을 최대한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리모델링도 했다. 병원 차원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접촉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힌다. 고려대 구로병원 관계자는 “뇌신경센터의 시설과 진료 서비스를 환자 편의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다양한 스타급 의료진 구축 뇌신경센터의 의료진도 스타급이다. 뇌혈관 질환과 뇌종양 분야에서 유명한 권택현 교수(뇌신경외과)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권 교수는 뇌동맥류와 모야모야병 같은 질환에 대한 뇌동맥류결찰술, 혈관우회로조성술 등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뇌신경외과의 정흥섭 교수와 김종현 교수는 교목세포종, 성상세포종, 전이성 뇌종양, 뇌수막종 등을 담당한다. 병원 측은 최신 미세 현미경과 신경 기능 모니터 장비 등을 이용해 정교한 수술로 합병증을 최소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면 경련 관련 질환에 대해서도 다양한 약물치료와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의 경우 세계 신경외과 전문의와 전공의의 교과서를 공동 집필했을 정도로 연구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뇌간질병변절제술 같은 수술적 치료의 치료 가이드라인 표준화도 담당한 바 있다. 파킨슨병과 이상운동질환 등 각종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는 고성범 교수(신경과)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고 교수는 국제 학술지에 주 저자로 수년간 40여 편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환자와 보호자 교육을 강조하고, ‘파킨슨병 학교’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경과의 오경미 교수와 서우근 교수는 뇌졸중(뇌출혈, 뇌경색)과 뇌동맥류·뇌혈관기형 분야를 담당한다. 특히 고려대 구로병원은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3년 연속 1등급 기관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뇌전증 분야를 맡고 있는 김지현 교수(신경과)는 약물치료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김 교수는 뇌전증과 관련 연구로 국제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논문 인용도에서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고려대 구로병원은 중증 근무력증을 비롯해 말초 신경질환, 두통 및 어지럼증, 뇌신경계 외상질환 등을 담당할 의료진도 보강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뇌신경계 질환은 물론이고 난치성 신경계 질환에 대한 치료 역량을 높이고 있다.진료, 교육, 연구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2013년 국가지정 연구중심 병원으로 선정된 것도 큰 성과로 내세운다. 치료와 교육 체계, 연구 성과 측면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수준의 병원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병원은 뇌신경센터의 향후 운영에서도 각종 난치성 질환과 뇌신경질환의 진단, 치료, 연구 과정을 융합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국가기관의 연구지원을 받아 임상연구와 기초연구에 대한 결과와 비전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관계자는 “진료, 교육, 연구에서 종합적인 역량을 갖춰나갈 예정”이라며 “뇌신경센터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내 경제·재정·복지 전문가들(20명)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11명)은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문가 중 11명, 의원 중 7명 등 설문 대상자 가운데 58%가 복지 축소보다 증세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법인세의 경우에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전문가 그룹은 10명, 의원 7명 등 설문 대상자 중 55%가 인상에 찬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당장은 복지혜택을 줄이는 것에 반발할 국민 여론 때문에,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복지 수요로 인해 결국 증세는 필요하다”며 “증세 과정에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의원들 중 다수는 복지 축소보다 증세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3대 복지항목’으로 꼽히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중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에 대해선 축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우선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답한 이들(전문가 11명, 의원 11명으로 전체 71%)은 대부분 무상보육의 경우 맞벌이 가정, 무상급식은 저소득 가정 위주로 ‘선별적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상대적으로 절실함이 큰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보편성보다 질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에 대해선 주요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인 빈곤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축소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미 소득 상위 30%에게는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화와 노인인구의 증가를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항목”이라며 “주요 복지항목 중 가장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지출이 가장 늘어나야 할 복지항목으로 ‘빈곤층 관련 복지’와 ‘노인 생활 관련 복지’를 선택한 이들은 각각 13명, 12명이었다. 결국 양극화 등으로 인한 빈곤층의 확대, 고령화로 인한 노인 복지가 향후 한국 사회가 짊어져야 할 복지 부담의 핵심이라는 것. 이보다는 적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복지(6명)와 출산 관련 복지(4명)를 꼽은 이도 적지 않았다. 한편 정치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복지와 증세 논의를 위한 ‘국민 대타협기구’ 구축과 관련해서는 증세와 복지는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내용도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가 풍부해질수록 결국 복지로 인한 부담은 줄어들게 돼 있다”며 “대타협기구에서는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소극적 복지’보다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적극적 복지’를 더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설문조사 응답자 명단▽ 전문가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영종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백종만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공진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서문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실장,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 이금룡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 ▽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김춘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김명연, 김정록, 문정림, 김제식, 이명수, 이종진(이상 새누리당), 김성주, 김용익, 양승조, 이목희(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이세형 turtle@donga.com·유근형·김수연 기자}
재정지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부가가치세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했다. 반면에 근로소득세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권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增稅)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가 세제 개편의 방향을 조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OECD는 9일 내놓은 ‘구조 개혁 평가 보고서’에서 근로소득세는 현행대로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되 부가세, 환경세, 재산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부가세는 OECD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해 세율을 높이거나 면세 범위를 줄일 여지가 적지 않다고 봤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국내 재정 및 복지 전문가들은 증세와 복지 축소 중 ‘증세’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전문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등 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18명이 복지 축소보다 증세가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등 ‘3대 복지 항목’의 구조를 조정할 경우 무상보육과 무상급식부터 축소해야 한다고 밝힌 사람이 각각 11명이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 이세형 기자}

회사원 조모 씨(36)는 최근 다이어리에 ‘2012년 1월을 잊지 말자’고 적어 놓았다. 대학 1학년 때인 1997년부터 하루 평균 한 갑 정도의 담배를 피운 조 씨는 2012년 1월 생애 첫 번째 금연을 시도했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첫 한 달은 잘 참았다. 하지만 한 달을 넘어서서, 정확히 금연 5주차 때 있었던 거래처와의 회식에서 자신도 모르게 줄담배를 피우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금연 한 달 전후로 무심코 피운 담배 한두 대 때문에 금연에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 시기는 금연 1, 2주차 때만큼 금단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면 금연에 성공했다’는 안도감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다시 손을 대는 이가 많다. 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금연 한 달 정도가 지나면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가 동료들과의 식후 대화, 저녁 식사자리, 술자리 같은 데서 강하게 나타나고 무의식중에 흡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흡연 욕구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자체 대비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식이나 거래처 식사처럼 오랜 시간 지속되는 저녁모임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찬물을 마시고, 사탕을 먹는 식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좋다. 설령 무의식중에 담배를 한 대 피우더라도 ‘목표가 무너졌다’ ‘역시 난 안돼’ 식의 자포자기는 금물이다. 조 교수는 “금연에 성공하려면 평균 5, 6번의 금연 시도가 필요하다는 연구도 많다”며 “금연에 실패하는 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초 금연을 시도하다 최근 실패한 이들은 설 연휴 후에 재도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때맞춰 25일부터 금연 치료에 대해 건강보험이 지원된다. 병·의원 금연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12주 동안 6회 이내의 상담을 받고, 금연 치료 의약품(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이나 금연보조제(패치, 껌, 사탕)를 처방받으면 비용의 30∼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12주를 기준으로 할 때 본인 부담금은 △패치 단독 사용 2만1600원 △패치와 껌 사용 13만5300원 △부프로피온 사용 5만1800원 △바레니클린 사용 15만500원 정도. 본인 부담 의료진 상담료는 최초 방문 시 4500원, 2∼6회 방문 시 2700원이다. 금연 치료 프로그램 관련 정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www.nhi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이세형 turtle@donga.com·유근형 기자 }
단시간에 과도한 음식 섭취를 한 뒤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는 ‘폭식증’ 환자 3명 중 2명은 20~30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폭식증으로 진료 받은 1796명의 환자 중 20~30대 여성은 1195명으로 전체 환자의 66.5%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 수는 756명으로 42.1%에 이르렀다. 전체 환자 중 여성 환자 비율도 93.8%(1684명)였다. 전문가들은 여성 특히 20~30대 여성들이 폭식증 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심한 ‘미모 스트레스’를 꼽았다. 이선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취업과 결혼을 해야 하는 시기인 20~30대 때 지나치게 미모와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로 체중과 체형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식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반복적인 과도한 음식 섭취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감 △폭식 뒤 우울함과 죄책감 △폭식 뒤 구토와 지나친 운동 등을 꼽는다. 이 교수는 “폭식증을 치료하려면 자존감을 회복하고, 체중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균형 잡힌 식사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소화가 안 된다” “조금만 움직여도 팔, 다리가 자주 아프다” “계속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모 씨(47)는 지난해부터 74세인 어머니가 유독 ‘몸이 안 좋다’는 말을 자주 해 여러 차례 병원에 모시고 갔다. 꾸준히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온 어머니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다. 갈 때마다 병원에선 ‘원인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그러나 최근 의사는 김 씨에게 “노인들은 우울증을 겪을 때 ‘몸이 아프다’는 식의 신체 증상을 먼저 말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혹시 배우자나 가까운 친·인척이 사망했거나, 예상치 못했던 큰 변화가 있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한번 받아보라”고 권했다. 김 씨는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살짝 걸려 어머니를 모시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았다. 상담 결과 어머니에게서 약한 우울증 증세가 나타난다는 진단을 받았다. ○ 노인 우울증, 신체 증상 먼저 나타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노인들의 ‘전매특허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기 노인 우울증 증상을 단순히 몸이 불편한 이유로 해석해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다양한 종류의 검사를 하면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계속 원인을 찾기 어려울 땐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노인 정신건강 측면에서는 70대부터가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7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정신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위험 신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비율에서 65∼69세는 42.2명이다. 그러나 70∼74세와 75∼79세는 각각 59.5명과 77.7명으로 크게 높아진다.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2009∼2013년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통계 자료를 토대로 우울증 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70대 이상이 22.2%로 가장 많았다.○ 70대부터 삶의 만족도와 의지가 크게 떨어져 60대에 비해 70대 노인들 사이에서 자살자와 우울증 환자 수 증가가 두드러지는 건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저하와 관련이 있다.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69세 연령대에 비해 70대 때부터 건강과 경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 만족도’의 경우 65∼69세 중 ‘불만족스럽다’와 ‘매우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비율은 35.7%였다. 반면에 70∼74세와 75∼79세는 각각 44.7%와 51.9%였다. 경제 상태에 대한 만족도 역시 ‘불만족스럽다’와 ‘매우 불만족스럽다’는 비율이 65∼69세는 39.9%이지만 70∼74세는 45.6%, 75∼79세는 48.2%로 높아진다. 70대 때부터 인간관계의 단절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도 이 연령대 노인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우자를 비롯한 가까운 친·인척 등 ‘인생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의 죽음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70대 때부터다. 이중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핵가족화’ ‘노후 부담’ 등으로 과거처럼 끈끈한 부모와 자식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노인 우울증의 큰 이유”라고 말했다.○ 감성 소통으로 노인 우울증 예방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가장 쉬우면서도 적절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꼽는다.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식들과의 감성 소통, 특히 ‘1·1·1 플러스’ 원칙을 강조한다. 3개의 ‘1’은 일주일에 1번 부모에게 전화하고, 한 달에 1번 부모와 식사하고, 1년에 1번 부모와 나들이 가는 것을 의미한다. ‘플러스’는 양가 부모님 모두와 이런 시간을 가지라는 것. 홍 교수는 “‘1·1·1’을 꾸준히 시행한 자식들을 둔 노인들이 70대 이상이 되어서도 그렇지 않았던 노인들보다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 건 물론이고 삶의 만족도도 훨씬 높다”며 “자식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자원봉사자들을 통해서라도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치료해야 할 경우 약물치료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는 조언도 나온다. 홍 교수는 “노인 환자들이 처음 우울증 약을 처방받을 때는 두려워하지만 오히려 약을 복용하면서 일상생활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기억력 떨어지는 우울증-치매 어떻게 다른가 ▼질문했을때 핑계대고 빤히 보면 치매… 한숨쉬며 대충 답하면 우울증 가능성노인 우울증은 기억력 저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치매로 오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인 우울증을 앓을 경우 본인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이 ‘혹시 치매 아닌가’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억력 저하 현상을 빼곤 노인 우울증과 치매는 많이 다르다. 이에 따라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증상을 숨기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치매와 노인 우울증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 중 하나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다. 치매의 경우 노력을 하지만 제대로 대답을 못하거나 핑계를 댄다. 또 질문한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경우도 있다. 반면 노인 우울증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대충 하고, 한숨을 쉬는 식의 행동이 나타난다. 자주 자신을 비하하거나 지나치게 걱정을 하는 것도 우울증에서 많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기억 장애에서도 치매와 노인 우울증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치매 환자는 최근 발생한 일이나 나눈 대화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을 앓으면 오래전에 있었던 일과 최근 일을 모두 잘 기억하지 못한다.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지남력(指南力)’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치매 환자는 지남력에서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지만 노인 우울증 환자의 경우는 비교적 유지되기 때문이다. 발병 속도도 치매는 서서히, 노인 우울증은 갑자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치매는 완치 또는 증상을 완화하기 어렵지만 우울증 환자의 경우 80%는 성공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앞으로는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구들이 증빙서류 없이도 ‘긴급 복지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증빙서류가 없어도 지방자치단체의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 뒤 지원 필요성을 인정하면 이틀 안에 긴급 복지지원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절차를 개선했다고 5일 밝혔다. 긴급 복지지원은 갑자기 터진 사고 등으로 생계유지도 힘들어진 저소득층 가구에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전기료, 교육비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위기 상황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웠다. 복지부는 지자체의 현장 확인 결과 긴급 복지지원 대상으로 인정받은 가구에 대해선 지원 뒤 한달 이내에 소득과 재산 등에 대한 사후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절차 개선은 지난해 12월24일 긴급 복지지원을 신청했던 50대 남성이 투신자살한 사건의 후속대책이다. 당시 이 남성은 구청과 동사무소를 찾아갔다가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정부와 새누리당이 중단됐던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 논의를 사실상 재개하기로 했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빠른 시간 안에 보건복지부와 당 정책위원회 차원의 당정협의를 열 것”이라며 “현재까지 검토해온 내용 중 무엇이 가장 적절한지 재검토하고,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을 보완해 추진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도 “개선안 논의 중단이 잘못됐다는 지적과 개편 요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당정협의가 열리면 개선안 논의를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단됐던 개선안 마련 논의가 엿새 만에 재개된 것은 새누리당의 재추진 드라이브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보험료 개편안의 경우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좋은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부처에서 일방적인 연기를 발표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렸다”며 “지금이라도 개선안이 마련되면 당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혹시라도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해서라도 꼭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 통과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기존 개선기획단에서 마련한 방안과 최신 자료를 활용한 개선안까지 준비해 더욱 정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홍정수 기자}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기획단)을 이끌어온 이규식 위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이 2일 사퇴했지만 정부와 기획단 안팎에선 앞으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논의를 진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비록 위원장은 물러났지만 1년 반의 기획단 활동을 통해 개선안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사퇴했다고 개선안마저 ‘아예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기획단은 7개의 개선 방안 모형을 담은 개선안을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한 뒤 발표할 예정이었다. 또 개선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부도 이미 알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공개해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작업만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기획단의 A 위원은 “지난달 29일 개선안 보고서를 제출하면 기획단의 역할은 마무리되는 것이었다”며 “개선안 보고서 제출과 발표를 제외한 다른 기획단 활동은 사실상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위원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과 이로 인한 위원장 사퇴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앞으로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정부가 기획단을 무시했다는 생각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처음부터 기획단 내부에선 기획단 이름으로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아예 해산을 선언하자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소수 위원이 이런 강한 대응에 부담을 느끼고 ‘최근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으니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전체 성명 발표와 해산 선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전체 위원회 활동을 종료한다는 입장문도 초안은 작성했지만 반대하는 위원들이 있어서 ‘위원장직 사퇴의 변’만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이날 기획단 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최근 결정이 ‘개선안 백지화’가 아니란 점 등을 설명하려 했지만 상당수 위원이 불참을 통보해 만남이 무산됐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획단 위원장 사퇴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둘러싼 정부 정책의 신뢰를 또 한 번 실추시키는 사건”이라며 “처음부터 정부가 정책의 생명인 일관성을 지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민병선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 마련 작업을 진행해 온 개선기획단(기획단)의 이규식 위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사진)이 정부의 개편 논의 중단 결정에 반발해 사퇴했다. 이 교수는 2일 오전 배포한 ‘위원장직 사퇴의 변’을 통해 “1년 6개월을 논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변명”이라며 “정부의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9월 기획단 회의 결과를 통해 여론의 긍정적 반응을 이미 검증받았다”며 “내년에 다시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만들고, 공감대를 얻어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건 현 정권에서는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소리로 받아들여진다”고 비판했다. 또 이 교수는 지난해 9월 기획단에서 마련한 △근로자에게도 종합과세 소득에 대해 건보료 부과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방지 △지역 가입자에 대한 평가소득과 자동차에 대한 건보료 부과 폐지 등의 개선 원칙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령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2013년 7월 발족된 기획단은 이 교수를 포함해 학계 노동계 재계 등 총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교수를 제외한 다른 위원들 중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아직 없다. 이에 따라 기획단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 역할에 대해선 대부분의 위원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전업하기를 잘했어요. 성형업계는 희망이 없어요. 원장은 ‘환자를 만들어서라도 데려오라’며 불법을 강요하는데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사무장에서 최근 다른 업종으로 전업한 김모 씨는 28일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중국인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고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성형업계가 바뀌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불법 브로커, 지나친 광고가 주원인 성형외과 불법, 탈법의 원인으로는 브로커 고용이 꼽힌다. 경쟁이 치열해진 성형외과들이 브로커를 고용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로커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환자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유령 의사를 고용해 짧은 시간 안에 수술하는 등 불법이 벌어지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전국 성형외과는 1500여 곳.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 강남에만 3000여 곳이 성업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성형외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성형업계는 중국인 환자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형 부작용 등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며 국내 환자는 줄어든 반면에 중국인 환자는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체 외국인 환자 21만 명 중 성형외과 환자는 2만4075명(8.6%). 이 중 중국인 환자는 1만6282명으로 전체의 67%에 이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불법 브로커를 통해 들어온 중국인 환자까지 합치면 공식 통계의 5∼6배는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환자가 많아도 업계의 실제 수익은 적다. 중국인 유학생, 재중 동포, 여행사 직원 등인 브로커는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이 얻는 수익의 30∼50%를 가져간다. 많게는 90%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한 성형외과 사무장이 “브로커가 갑(甲)이고 우리가 을(乙)”이라며 “브로커들이 인천공항에서도 환자를 모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과다한 광고비 지출도 불법과 탈법을 부추기는 요소다. 성형외과 광고는 2012년부터 허용돼 현재 버스, 지하철, 극장에서도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 ‘의료광고 심의 현황’을 보면 2011년 602건이던 성형외과 옥외광고는 지난해 3428건으로 5.6배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 강남 ‘빅5’ 성형외과의 경우 한 달에 5억∼10억 원의 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객관적 정보 제공하고 유령 의사 단속해야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재 한국 의료관광 산업의 문제점으로 불법 브로커라는 ‘비공식 경로’를 통해 찾아오는 외국인 환자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이에 따라 우리 의료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제대로 알리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상반기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적합한 병원인지를 알려주는 ‘인증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일반병원 중 연간 외국인 환자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인 곳을 대상으로 △진료비 투명성 △통역의 수월성 △전담 인력 수 △안전 관련 행정 제재 여부 등을 평가한 뒤 ‘정부 인증’을 주겠다는 것이다. 강남 성형외과들 사이에서 만연한 유령 의사 수술도 해결해야 한다. 유령 의사 문제는 단속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유령 의사 수술은 현재 공정거래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만 의료법상으로는 문제가 안 된다. 김선웅 성형외과의사회 이사는 “미국의 경우 1980년대 대법원에서 의료행위는 환자가 허락한 사람만 해야 한다고 판결이 나온 뒤 대리수술 문제를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며 “우리도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에서는 국내 성형 외국인을 대상으로 공항에서 부가가치세를 환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면 유치 환자 수가 투명하게 드러나고, 바가지요금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형 의존도 줄이고 의료관광 체질 개선해야 의료관광 산업의 전체 규모를 키우려면 성형외과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2013년 기준 외국인 환자 대상 총 진료비 수입은 3934억 원. 이 중 성형외과는 829억 원으로 2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에 중증질환을 많이 다룰 수 있는 내과(통합)와 일반외과는 각각 670억 원(17%)과 341억 원(8.6%)에 그쳤다. 성형 의존도를 줄이려면 주요 대학병원들이 경쟁력을 가진 중증질환자 유치에 더 공들여야 한다. 진료비 수입 증가는 물론이고 단기간에 국내 의료기술의 인지도 상승효과가 가능하다. 성형외과처럼 개인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중증질환 진료가 이뤄지기 때문에 검증된 의료진과 안전 시스템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금지돼 있는 보험사들의 외국인 환자 유치 상품 개발 등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균 경희대 경영학부(의료경영) 교수는 “한국 의료기술의 수준을 감안할 때 러시아와 중국 등의 중증질환 환자를 지금보다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다”며 “국내 보험사들과 메이저 병원들이 연계된 건강보험 상품을 개발해 해외에서 판매하는 식의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이세형 기자}
최근 중국에서 한국 성형의 위험성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고,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중국인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성형업계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형업계에서는 불법, 탈법을 해결하지 못하면 외국인 환자 유치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업계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성형업계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의 의료관광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형외과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담 당시 의사와 수술하는 의사가 다른 유령 의사 대리 수술, 병원에서 환자에게 불법 대부업체를 통해 진료비 대출을 알선하는 후불제 성형, ‘외부 실장’으로 불리는 불법 브로커들을 통한 환자 유치 같은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문제들이 지속돼 왔는데도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대리 수술 문제는 단속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또 경찰이 후불제 성형으로 적발된 병원들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했지만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복지부는 상반기 중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합한 병원인지를 외국인에게 알리는 인증제 시행을 검토 중이다. 인증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인 환자가 찾는 병원을 대상으로 진료비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뒤 복지부가 운영하는 외국인 환자 유치 정보 사이트 ‘메디컬코리아’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국내 의료관광산업을 위해서라도 성형외과 사태를 방치해선 안 된다. 2013년 전체 외국인 환자는 21만 명(정부 통계)인 데 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국내 성형외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비공식적으로 10만 명이 넘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만큼 성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안전과 신뢰가 생명인 의료산업 특성상 일련의 성형외과 사태는 국내 의료관광산업의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민병선 bluedot@donga.com·이세형 기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통령비서실장보다 세다면 가능하겠죠.”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논의 중단을 놓고 29일 청와대가 “복지부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고 밝히자 복지부 안팎에선 “소가 웃을 일”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문 장관에게 논의 중단 메시지를 보내놓고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개 부처가 청와대를 거슬렀을까?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일개 부처가 청와대 핵심 정책을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중단시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강조해 온 정책이다. 그런 만큼 처음부터 복지부로서는 모든 것을 청와대와 조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부처에 권한을 일임하는 정도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현 정부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개선안 논의와 관련된 권한이 복지부에 많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논의 중단 같은 사안을 ‘(복지부) 스스로 결정할 힘이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연말정산 폭탄 후 분위기 급변 하지만 복지부는 계속해서 자체적으로 ‘논의 중단 결정’을 내렸으며, 청와대 지시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연말정산 파문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한다. 파장이 더욱 거세지자 24일 전후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고 문 장관은 27일 오전 언론에 ‘보도 시점을 미뤄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복지부 입장은 개선안 논의 발표를 연기하겠다는 것이었지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개선기획단에도 복지부는 26일 ‘발표를 다음 달로 미룰 예정’이라고만 통보했고, 논의 중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도 “27일 밤에 갑자기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됐고, 28일 오전에 최종적으로 논의 중단 발표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개선안 백지화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저소득층 건보료 인하 조치도 급조 정책? 복지부가 30일 검토 중이라고 밝힌 연소득 500만 원 이하 저소득층 지역가입자 대상 건보료 우선 인하 조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내리기 위해 평가소득에서 성별·연령별 점수를 낮추거나, 자동차의 연식과 배기량에 따른 등급별 점수를 낮추고 현재 500만 원인 전·월세 공제금액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으로 소득에 비해 많은 건보료를 부담해 온 지역가입자들의 불만이 강해지자 이를 무마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조만간 관련 자료를 분석한 뒤 빠르면 2, 3월 중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만 있지 구체적인 인하 기준이나 정책 추진 일정은 없는 상태다. 한편 청와대가 ‘백지화가 아니다’며 당정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논의 중단 사태로 파생된 여론 악화를 막으려는 시도란 분석이 많다. 국회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명수 의원실에 따르면, 건보료와 관련된 당정회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만 있지 일정과 방향 등에 대해선 정해진 것이 없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청와대는 29일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을 사실상 백지화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백지화가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적으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참여해 온 전문가 그룹인 개선기획단(학계·노동계·정부 인사 16명으로 구성)과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으로 사실상 현 정부에서는 개선안과 관련된 논의를 더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일단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더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건보료 부과 체계같이 ‘국민 돈을 더 걷는 작업’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당장 내년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최근 ‘연말정산 파동’의 홍역을 심하게 앓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 같은 민감한 이슈를 선거가 있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다시 꺼낼 가능성은 더더욱 높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17년은 현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이 사실상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선기획단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건보료 부과 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부가 한순간에 논의 중단을 선언한 건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도 있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개선안 논의가) 밀렸다는 뜻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선기획단의 일원인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도 “(개선기획단이) 29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개선안들은 ‘결정된 정책’이 아니라 공론화를 시작하기 위한 자료였다”며 “공론화 없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논의를 중단한다’는 정부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선안 논의 중단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2013년 7월부터 활동해 온 개선기획단에도 제대로 된 사전 설명을 하지 않고, 향후 어떻게 논의를 진행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도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약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형성 과정에서 꼭 필요한 예측 가능성과 공론화 단계를 완전히 무시한 조치”라며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무력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개선기획단과 상의하거나 사전 설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개선안 공개(당초 29일로 예정) 하루 전 논의 중단을 발표하자 개선기획단 관계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의 논의 중단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개선기획단 입장 발표’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현재 개선기획단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정책 연구를 이끌었던 인사가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 발표를 고민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이재명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안을 발표하기 하루 전에 이를 무기한 연기한 것은 건보료를 더 내게 될 집단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현 건강보험료 책정 기준을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면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 때문에 과도하게 건보료를 내던 은퇴자 등 지역 가입자 약 600만 명의 부담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연금, 임대, 금융소득 등이 있는 고소득 직장인 가입자와 직장인의 부모 형제라는 이유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 등 약 45만 명은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다.○ 단칼에 개혁하려는 조급증이 문제 전문가들은 보건의료계의 숙원사업인 건강보험 부과 체계 개선이 좌초된 이유가 ‘개혁에 대한 조급증’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소득, 재산, 가족 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던 것을 단칼에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려 했다는 것이다. 5년 이상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소득 중심으로 전환했다면, 국민들의 건보료 인상 체감도도 낮아지고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들의 반발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기획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종대 전 건보공단 이사장이 소득 중심의 부과 체계 개편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보건복지부가 이에 휘둘린 것이 화근이 됐다”며 “복지부가 개선안 자체를 백지화할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부과 체계를 개선하는 식의 접근을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상 대상 단계적으로 늘렸어야 전문가들은 건보료를 더 내야 하는 사람의 수를 단계적으로 늘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기획단은 현재 금융, 연금, 임대 등 추가 소득이 연 7200만 원 이상인 직장인 가입자에게 건보료를 더 걷던 것을 연 2000만 원으로 대폭 낮추는 것을 추진해왔다. 이럴 경우 고소득 직장인 약 26만 명의 건보료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소득 기준을 내년 6000만 원, 내후년 5000만 원 등 매년 1000만 원씩 낮췄다면 건보료가 인상되는 사람의 수가 점진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직장인의 부모 형제라는 이유로 건보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의 경우 연소득 2000만 원 이상일 경우 건보료를 납부시키려 했지만, 이 기준도 3∼5년의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었다.○ 보험료 변동폭 10%로 제한해야 부과 체계 개편으로 건보료가 오르거나 내리는 액수를 현 보험료의 10% 수준으로 제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너무 갑작스럽게 건보료가 내려가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고, 갑작스럽게 인상되면 가계 부담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건보료를 10만 원 냈다면 내년에는 11만 원, 내후년에는 12만1000원, 그 다음 해에는 13만3100원 식으로 단계적으로 올려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약 5년이면 현재 개편안 수준의 개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소득을 중심으로 건보료를 부과하면 혜택을 보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역 가입자의 약 80%가 연소득 500만 원 이하다. 이 때문에 소득만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책정하게 되면 지역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대폭 내려가게 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건보 재정 적자시대가 온다는 점을 감안해 소득을 중심으로 건보료가 개편됐을 경우 소득이 낮아 보험료를 내지 않는 지역 가입자에게 1만 원가량의 기본 보험료를 책정하자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초연금(20만 원)이 시행됐기 때문에 기본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은 있다는 판단에서다.유근형 noel@donga.com·이세형 기자}

정부가 올해 추진하기로 한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28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년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장관은 “(개편 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이 줄어드는 건 이견이 없지만 추가 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와 (소득이 높은)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솔직히 불만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개선안은 일정 수준 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인과 소득이 높은 피부양자들의 보험료 부담은 올리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는 내리는 등 형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개선단)은 7개 개선안을 마련했고, 이를 29일 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7개 개선안 중 가장 유력했던 안은 근로소득 외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현재는 연 7200만 원 초과)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 26만3000여 가구에 월평균 19만5000원의 건보료를 추가 부담시키는 것이다. 피부양자 중에서도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현재는 금융소득 또는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합쳤을 때 연 4000만 원 초과) 총소득이 있는 19만3000여 명을 지역가입자로 전환시켜 월평균 13만 원의 건보료를 걷으려고 했다. 결국 최근 불거진 ‘연말정산 폭탄’이 건보료 체계 개편까지 무산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직 연말정산 사태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 계층이더라도 또다시 건보료가 올라갈 경우 민심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선안 논의 중단으로 지역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줄일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복지부와 개선단은 개선안이 추진되면 지역가입자 약 600만 가구의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최근 중소기업을 그만둔 A 씨(43)는 월 6만 원 정도였던 건강보험료(건보료)가 18만 원 정도로 올랐다. 수입은 없어졌는데 오히려 건보료가 오른 것. 직장에 다닐 땐 월급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됐지만 직장이 없는 현재는 아파트와 자동차 등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A 씨는 2억 원대 아파트와 중형차를 가지고 있다. B 씨(63)는 금융소득과 지인의 사업을 중간 중간 돕는 활동을 통해 연 200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다. 2억 원 중·후반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역시 중형차를 타고 있다. 하지만 B 씨는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 직장을 다니는 아들이 있어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은 A 씨와 B 씨 같은 ‘불평등 사례’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소득이 있어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이들에게서 건보료를 더 걷겠다는 것. 반대로 소득이 없거나 적어 생활이 힘든 이들의 건보료를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현재는 직장 가입자 중 근로소득(월급) 외에 연 720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이 있는 사람들만 추가로 건보료를 내고 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이용해 수천만 원(7200만 원 이하)의 월급 외 소득을 올리는 직장인들도 월급이 소득의 전부인 직장인들과 같은 수준의 건보료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피부양자 자격도 문젯거리였다. 금융소득이 연 4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을 합쳤을 때 연 4000만 원을 초과해야만 피부양자 자격에서 제외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연 4000만 원을 벌어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으면 건보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됐던 것이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작업은 현행 체계가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형평성을 맞춘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은퇴자, 연금 생활자, 실업자 등 ‘직장이 없는 사람’들을 주택과 자동차 같은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아 이를 개선하는 데 큰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연구했던 개선기획단은 7개 개선안을 마련했고, 이 안들을 적용할 경우 소득이 없거나 낮은 이른바 ‘저소득층 지역가입자’들을 중심으로 전체 지역가입자의 80% 수준인 600만여 가구의 건보료가 낮아질 수 있었다. 복지부와 개선기획단 안팎에서 개선안 논의 중단을 두고 ‘지역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버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세형 turtle@donga.com·김수연 기자}

고려대 안암병원이 환자 중심의 혁신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최근 ‘환자 최우선-디자인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환자가 병원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경험’을 관리하고 디자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병원장을 포함한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환자 경험의 날’까지 실시해 환자들에게 적합한 병원 환경을 갖춰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2015년 키워드는 ‘희망’. 이에 걸맞게 암 환자, 호스피스 환자, 외국인 환자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일 계획이다.최고 시설의 암 치유 희망병동과 외국인병동 ‘암 치유 희망병동’과 ‘글로벌 HUB 외국인병동’은 환자 최우선-디자인위원회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두 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병원 측은 국내외 유수 암병원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고, 1년간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병동에 들어올 때부터 공간에서 치유와 희망의 기운을 얻을 수 있도록 시설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늑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을 들였다. 자연 친화를 모티브로 치유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답답한 곳’이란 인식도 개선하려고 했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두 병동의 상담실을 24시간 개방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들이 언제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낮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휴게실 데이룸’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암 치유 희망병동과 글로벌 HUB 외국인병동의 환경을 고급스럽게 구축한 배경에는 김영훈 병원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 병원장은 “암 환자, 외국인 환자, 호스피스 환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까지 고려해 공간을 구축하려 했다”고 말했다.정신적 배려와 따뜻한 메시지 시설뿐 아니라 메시지 측면에서도 환자를 배려했다. 우선 암 치유 희망병동의 또 다른 이름을 ‘안암동’이라고 지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소재지인 안암동(安岩洞)을 안암동(安癌洞)으로 재해석해 암환자들이 내 집같이 편안하게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은 것이다. 암 치유 희망병동에는 3개의 세부 병동이 있다. 희망을 가지고 질병과 겨뤄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의 ‘희망겨룸’ 병동, 희망으로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의 ‘희망나눔’ 병동, 희망으로 건강을 이어간다는 의미의 ‘희망이음’ 병동이다. 국내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병동 이름에서부터 환자들에 대한 감정적 배려를 적절히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희망 우체국’을 마련한 것도 환자에 대한 감정적, 정신적 배려로 꼽힌다. 우편물을 보내면 1년 뒤에 배달되는 느린 우체국으로 환자가 자신의 투병생활을 돌아보거나, 가족 곁을 떠나기 전 메시지를 전달해 추억과 감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 김신곤 고려대 안암병원 기획실장은 “환자들의 삶에 희망을 더해주는 가치가 구현되도록 준비한 조치”라고 말했다.외국인 환자, 호스피스 환자에 대한 배려 고려대 안암병원은 2년 연속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외국인 환자들이 선호하는 병원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3년 기준 외국인 신장이식 국내 1위, 간이식 국내 2위를 차지했고, 외국병원에서 포기한 난치성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기도 했다. 글로벌 HUB 외국인병동은 국제진료센터의 범위를 확장한 의미를 지닌다. 총 33병상을 갖췄고, 아랍권 환자들을 위한 가족실을 마련했다. 또 각 종교에 적합한 기도실, 문화와 종교에 따라 특화된 별도의 식단 등도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들의 진료 예약 지원부터 영어, 몽골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의료 통역서비스와 비자 발급 신청, 숙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호스피스 병동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도 고려대 안암병원의 특징 중 하나다. 적지 않은 대형 병원들이 호스피스 병동의 수익성 문제 때문에 운영을 꺼리고 있다. 일부 병원은 호스피스 병동을 없애기도 한다. 하지만 고려대 안암병원은 오히려 관련 투자를 늘렸다. 호스피스 병동의 독립적인 임종실과 기도실을 마련했고,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호스피스 팀’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통증 조절과 증상 완화 관리는 물론이고 환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치료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입원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호스피스 병동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