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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부터 소셜미디어 X, 음악 감상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주요 서비스가 특정 업체의 장애로 동시다발적으로 먹통이 됐다. 장애는 3시간여 만에 복구됐지만 극소수 네트워크 인프라 기업에 의존하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니온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접속 장애가 보고된 만큼 최소 수천만 명, 최대 수억 명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인터넷 배달 네트워크 장애로 전 세계 AI 먹통 이번 장애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CDN 사업자인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 라우팅 오류로 파악됐다. 클라우드플레어의 매슈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이 해킹 등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밝혔다. CDN은 쉽게 말해 인터넷 콘텐츠의 ‘배달 네트워크’ 같은 개념이다. 서울에 사는 이용자가 미국 유튜브 등 콘텐츠를 볼 때 이용자의 요청이 미국 서버를 거쳤다가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로딩 속도도 느리다. 이에 글로벌 IT 회사들은 세계 각 지역에 분산 네트워크 시스템인 CDN을 두고 각국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신속하게 전달하게끔 한다. 특히 AI 서비스는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특성 때문에 CDN이 AI의 응답 속도와 안정성을 좌우하는 주요 관문으로 통한다. 이번 사태로 챗GPT 등 AI 서비스에 문제가 생긴 것도 ‘AI 고속도로 톨게이트’ 역할을 하는 CDN에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CDN 분야에서 1, 2위를 다투는 클라우드플레어의 장애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장애 시간은 3시간이었지만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와 X,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등에서 일제히 접속 오류가 발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무디스 신용평가 서비스 등도 장애가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챗GPT와 X, AWS 접속이 한때 불가능했고,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역시 일부 장애를 겪었다.● “초연결 사회의 구조적 취약점 노출”전 세계 주요 기업·서비스가 소수의 클라우드·AI 인프라에 의존하면서 이 같은 ‘연결 장애’ 사고는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AWS의 미 버지니아주 ‘미 동부 1리전’에서 일어난 장애로 전 세계 기업·공공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같은 달 MS 애저에서도 장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세계 1위 보안업체인 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업데이트 과정에서 MS 윈도 시스템과 충돌이 발생하며 세계 주요국 IT 체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각국 주요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멈췄고 금융 결제, 방송, 의료, 물류 등의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인프라 기업에 대한 과의존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CDN 분야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선 클라우드플레어, 아카마이, AWS의 클라우드프런트 등 소수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서리대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이번 사태는 온라인 서비스들이 소수의 인프라 제공 업체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할 대책으로는 멀티 CDN과 멀티 클라우드로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는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소수의 인프라 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위험을 분산하는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대형 기업의 서비스가 제일 우수하고 보안 능력도 강하기 때문에 오픈AI 등 빅테크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란?멀리 떨어진 곳의 데이터를 최종 이용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통신망 체계.예시: 서울에 있는 이용자가 미국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려 할 때, 미국 서버에 있는 콘텐츠를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버에 ‘캐싱’(임시 저장소에 보관)해 전달.장은지 기자 jej@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미국 웹 인프라 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 장애로 챗GPT 등 인공지능(AI) 주요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 세계인의 일상에 AI가 깊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AI 서비스가 소수의 글로벌 인프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에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장애로 세계 주요국 정보기술(IT) 체계가 마비되면서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기업들이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처럼 일부 기업의 오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공포가 반복되며 ‘초연결 사회’의 그림자도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세계 각국의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에 빠르고 안전하게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 IT 서비스 기업이다.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약 5분의 1이 클라우드플레어의 네트워크를 거친다.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여파로 고객사인 오픈AI의 챗GPT, X(옛 트위터), 스포티파이, 페이스북, 아마존,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등에서 접속 장애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클라우드플레어 내 트래픽 급증으로 촉발된 AI 마비 사태는 18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경부터 11시 30분경까지 진행됐다. AI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되자 사용자들의 일상도 멈췄다. 약 3시간의 오류였지만 AI를 주로 쓰는 직장인들이 업무를 처리하거나 학생들이 과제 등을 준비하는 데 차질을 빚은 것이다. 회사원 김보민 씨(27)는 “평소 AI로 1시간이면 마쳤을 서류를 작성하는 데 3시간 걸렸다”며 “퇴근 후에도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19일 새벽에 출근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 학부모 카페에선 “수행평가를 준비하던 아들이 챗GPT가 먹통이 되자 (당황하며)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찾아 겨우 마무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이 ‘AI 과의존 세계’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AI 사용이 개인뿐 아니라 각종 산업, 금융계, 학교, 공공기관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AI 인프라의 안정성 확보 없이는 앞으로도 이런 식의 대규모 먹통 피해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해외 기반 AI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오류 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서버 분산 등 안전장치를 갖춘 국내 AI 시스템을 육성해 서비스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검색 엔진을 열고 ‘옛날식’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오후 11시까지 야근해야 했죠.” 19일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31)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사내 발표를 준비하던 중 챗GPT가 먹통이 되자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하기 이전보다 자료 검색과 검증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18일 오후 8시 30분경(한국 시간)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문제로 챗GPT 등 주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약 3시간 동안 마비되자 “큰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회사원 심준영 씨(32)는 “챗GPT로 해외 영업 제안서를 작성하려는데 갑자기 오류가 나 당황스러웠다”며 “평소 AI로 처리하던 작업이 모두 멈춰 불편함이 컸다”고 했다. 노무사 김모 씨(27)도 의뢰인 서류를 챗GPT 없이 직접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피해는 개인을 넘어 기업 단위로도 확산됐다. 챗GPT를 기본 업무 도구로 제공하는 한 중견 금융사 관계자는 “자료 작성 등 필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평소 쓰지 않던 다른 AI 서비스로 대체하느라 업무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상품 코드 생성·처리 작업에 챗GPT 의존도가 높은데, AI 없이 진행하느라 업무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과제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의약품 정보와 성분 정리를 도와주던 챗GPT가 멈추니 ‘생각을 대신해 주던 비서가 사라진 느낌’이었다”며 “일상이 멈춰 선 것 같았다”고 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1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FERC는 주(州) 간 가스, 석유, 전력의 수송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FERC 웹사이트가 먹통이 돼 기업, 법조계, 규제 당국 등이 규제 관련 문서와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의 신용평가 서비스 웹사이트도 접속 에러가 발생했고, 미국 뉴저지주 교통국과 뉴욕시 비상 관리국도 문제를 겪었다. 유럽에선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 웹사이트가 영향을 받았다. SNCF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철도 운행 관련 정보와 일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해 사례가 한때 1만1000개까지 보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높은 의존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은 “AI가 먹통이 됐을 때 복구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인간의 능력이 축소된 상태를 방증한다”며 “소수 대형 기업의 AI 사용이 확대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폭발하는 것처럼 ‘쾅’하는 소리가 났고 지진 나고 건물이 무너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19일 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된 2만6546t급 국내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탑승객 김모 씨(41)는 구조 직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사고 당시 다급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씨는 “선실에 누워있는데 충격에 몸이 뒤로 밀렸고, 밖에선 고함이 들렸다”며 “나가보니 매점 물건은 다 엎어져 있고 아이가 울고 있었다”고 했다. 오후 8시 16분경 전남소방본부 119상황실에도 긴박한 구조요청 전화가 쇄도했다. 해양경찰 초동 조사와 여객선에 탑승한 승객 등에 따르면 여객선은 ‘쾅’ 소리와 함께 기울었다. 여객선 내 매점 진열대가 충격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일부 승객은 혼비백산해 구명조끼를 챙겨입고 갑판으로 뛰어갔다. 한 승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객선이) 어디 외딴섬에 기대고 있는 것 같다”며 “공포심에 급하게 선체 맨 위에 올라와 있다”고 적었다.오후 8시 38분경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P-37 경비정이 사고 해역에 처음 도착했다. 경비정 직원은 무선을 통해 “선체가 절반 이상에 섬에 올라타 있다”고 상황을 전파했다. 이후 목포해경 경비함정 22척이 속속 도착했다. 여객선 선체 위에는 해경 헬기가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제했다.해경은 오후 8시 54분경 여객선에 올라탔고, 이후 여객선 뒤쪽에 경비정 등을 접안해 승객을 1명씩 조심스럽게 이송했다. 구조된 승객 중 5명은 좌초 시 충격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그동안 나머지 승객 중 일부는 갑판 위로 나와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불안에 떨며 구조를 기다렸다. 오후 10시 반 현재까지 80명이 구조됐다. 구조된 승객은 목포해경 전용부두로 들어왔고, 부상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한밤중 갑작스러운 사고에 탑승객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탑승객의 동생인 김모 씨는 “오후 9시 반에 언니한테서 ‘배가 쾅 하고 세게 부딪혔다’는 전화가 왔다”면서 “승객은 차에서 귀중품만 가지고 다 구조를 기다리라고 해서, 구명조끼 입고 해경 배로 옮겨 타는 걸 대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배가 충돌했는데 안내가 한참 후에 나왔다고 한다”면서 “승객들이 우왕좌왕하고, 탑승한 중국인들도 거의 패닉 상태였다는 것 같다”고 했다.여객선 뱃머리에선 충격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발견됐다. 해경은 침수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인원을 투입해 여객선 내 깨진 구멍 부위를 확인하고 있다. 해경과 선사에 따르면 여객선은 스스로 암초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상태다. 해경은 예인선을 동원해 배를 인양할 계획이다. 장산면사무소 직원과 어민들은 승객 30명이 탈 수 있는 큰 어선 1척을 운항해 사고 해역으로 달려갔다. 어민들은 “대형 사고가 난 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해경은 여객선이 항로를 약 3km 벗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를 당한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4시 45분경 제주항에서 출발했다. 배는 2021년 4월 진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어민은 “큰 여객선은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하는데 좌초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모든 관계기관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끝까지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신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목포=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검색 엔진을 열고 ‘옛날식’으로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오후 11시까지 야근해야 했죠.”19일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강모 씨(31)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전날 사내 발표를 준비하던 중 챗GPT가 먹통이 되자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했다. AI를 사용하기 이전보다 자료 검색과 검증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18일 오후 8시 17분경(한국시간) 글로벌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문제로 챗GPT 등 주요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약 3시간 동안 마비되자 “큰 불편을 겪었다”는 이들이 속출했다. 회사원 심준영 씨(32)는 “챗GPT로 해외 영업 제안서를 작성하려는데 갑자기 오류가 나 당황스러웠다”며 “평소 AI로 처리하던 작업이 모두 멈춰 불편함이 컸다”고 했다. 노무사 김모 씨(27)도 의뢰인 서류를 챗GPT 없이 직접 정리하느라 진땀을 흘렸다.피해는 개인을 넘어 기업 단위로도 확산됐다. 챗GPT를 기본 업무 도구로 제공하는 한 중견 금융사 관계자는 “자료 작성 등 필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며 “평소 쓰지 않던 다른 AI 서비스로 대체하느라 업무 지연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 역시 “상품 코드 생성·처리 작업에 챗GPT 의존도가 높은데, AI 없이 진행하느라 업무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과제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학생들도 혼란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약학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 씨(23)는 “의약품 정보와 성분 정리를 도와주던 챗GPT가 멈추니 ‘생각을 대신해 주던 비서가 사라진 느낌’이었다”며 “일상이 멈춰 선 것 같았다”고 했다.국내 뿐 아니라 해외 곳곳에서도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웹사이트가 다운됐다. FERC는 주(州)간 가스, 석유, 전력의 수송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FERC 웹사이트가 먹통이 돼 기업, 법조계, 규제당국 등이 규제 관련 문서와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의 신용평가 서비스 웹사이트도 접속 에러가 발생했고, 미국 뉴저지주 교통국과 뉴욕시 비상 관리국도 문제를 겪었다. 유럽에선 프랑스 국영 철도 회사(SNCF) 웹사이트가 영향을 받았다. SNCF는 웹사이트를 통해 제공되는 철도 운행 관련 정보와 일정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해사례가 한때 1만1000개까지 보고되기도 했다.지난달 20일에도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 서비스 장애로 퍼플렉시티 등 일부 AI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같은 달 29일에는 AI가 탑재된 클라우딩 플랫폼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에 9시간가량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에어뉴질랜드 등 온라인 체크인 서비스에 장애가 생겨 항공편이 지연됐다. 또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투표가 중단되고 MS AI 서비스인 ‘코파일럿’ 기능도 마비됐다.전문가들은 AI에 대한 높은 의존성에 대해 경고했다. 최항섭 한국정보사회학회장은 “AI가 먹통이 됐을 때 복구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인간의 능력이 축소된 상태를 방증한다”며 “소수 대형 기업의 AI 사용이 확대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차선을 침범하는 등 교통법규를 어긴 차량을 들이받는 등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수천만 원을 가로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18일 경기북부경찰청은 주범인 20대 남성 등 5명을 상습보험사기 혐의로, 공범 19명을 보험사기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 보험사기 일당은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의정부시와 양주시 일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받는 식으로 총 11차례에 걸쳐 85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학교 선·후배 또는 친구 사이로, 빌린 승용차를 타고 미리 정한 구간을 반복적으로 돌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을 발견하면 고의로 들이받았다. 아예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사전에 나눠 놓고 사고를 내는 방식도 썼다.특히 이들은 상대 운전자들이 교통법규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주범 등 6명은 이미 보험사기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 중인 상태였다.일당은 보험사와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고자 사고마다 탑승자를 바꾸고, 본인 명의가 아닌 렌터카를 이용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잦은 보험금 수령을 수상하게 여긴 보험사의 제보로 이들은 덜미가 잡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 4건의 사고에서 고의성이 짙은 장면을 선별했다. 이후 보험금 수령 후 사고 관련자들 간 금전 이체 명세를 추적해 일당은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이 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평소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며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교통사고의 경우 차량 블랙박스나 목격자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 흐르던 빈소는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 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 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한 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2시간 전에 맥주 조금 마신 건데….”7일 오후 10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역사거리.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40대 여성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자 이렇게 말했다. 옅은 술 냄새를 풍기던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3%였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에게 “대리운전 불러서 귀가하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시내 주요 도로 4곳에서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에 면허 취소 2건과 면허 정지 9건, 총 11건이 적발됐다. 가장 많은 인원이 단속에 걸린 곳은 강남역사거리였다. 이곳에만 면회 취소 1건과 면허 정지 4건이 발생했다. 오후 10시 15분부터 오후 10시 25분 동안 약 10분간 운전자 3명이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일 경우 면허 정지가 된다.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운전자들이 음주운전 측정을 위해 줄줄이 서 있기도 했다. 최근 음주운전 차량에 관광 온 일본인 모녀가 참변을 당했던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 사거리에서도 음주운전자 2명이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외에도 서초구 교대역사거리와 양재역사거리 일대는 각각 3명(취소 1, 정지 2), 1명(정지)이 단속에 걸렸다. 이번 단속은 ‘일본인 관광객 사망’ 등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자 음주운전 근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서울교통 리(Re)-디자인’ 캠페인 일환으로 진행됐다. 그에 따라 음주사고 다발지점인 강남 일대 등을 중심으로 실시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요일별 음주운전 사고는 토요일(평균 349.3건)과 금요일(평균 298건)에 높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향후에도 음주사고 다발지점 도로 등에서 불시에 대대적인 단속을 전개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음주운전으로 단속되지 않더라도 사고 시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운전자도 크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단속과 관계없이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아내는 끝내 주저앉았다. 사진 속 남편은 검은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던 아내는 이내 고개를 떨군 뒤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적막만 흐르던 빈소는 금세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첫발을 내디딘 ‘인공지능(AI) 이니셔티브’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나침반이 되길 바라요.”5일 오전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서 만난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하며 ‘AI 강국’으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는 데 있어 국가 간 역량 차이가 크다”며 “한국은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격차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경주 APEC 정상회의를 마친 뒤에도 고려대에서 열린 QS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남았던 페드로사 사무국장은 출국을 앞두고 동아일보와 만나 회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의를 “10점 만점에 9점”이라고 평가하며 “평소 8점 이상을 잘 주지 않는데,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21개 회원국 대부분이 한자리에 모였고 여러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이번 회의에서 최초로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의 의미를 강조했다. AI 전환 과정에서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첫 단추라는 것이다. 그는 “AI를 활용한 기술 재훈련과 평생교육을 지원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접근이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또한 이번 회의에서 새로 조성된 ‘APEC 청년기금’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100만 달러를 출연한 이 기금은 회원국 청년의 역량 강화와 교류 확대를 지원한다. 그는 “청년기금은 APEC의 차세대 동반성장을 위한 신호탄”이라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한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페드로사 사무국장은 저출생 시대의 새로운 해법으로 인재 영입 확대를 꼽았다. 그는 “유학생 유치 확대가 AI를 통한 생산성 제고와 더불어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이번에 세운 청사진을 구체적 실행 계획으로 발전시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필리핀 출신 경제전문가인 페드로사 사무국장은 지난해 11월 APEC 사무국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앞서 APEC 사무국 정책국장과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사무국장을 지냈고, 현재는 싱가포르에 있는 APEC 사무국을 이끌고 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회사원 박종오 씨(28)는 지난해 여름 억울한 일을 겪었다. 병원 취업을 위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인공지능(AI) 작성물’로 판정돼 탈락한 것이다. 박 씨는 “서류를 위조하지만 않으면 붙는 전형인데 떨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보니 해당 자소서가 ‘AI 작성 판독 프로그램’에서 AI 생성으로 오인된 걸 알고 속상했지만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입학·입사 지원자가 AI로 자기소개서 등 과제물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자 대학과 기업이 이를 걸러내기 위한 AI 판독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잘못된 판독 결과를 내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대학이 차례로 AI 판독 등 사용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대 등 일부 국공립대는 여전히 관련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 연설문도 “99% 확률 AI 작성”AI 판독기의 정확도는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챗GPT의 ‘제로GPT 디텍터’ 등 3개 판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올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는 최대 99% 확률로 ‘AI 작성’ 판정을 받았다. 문법 오류가 없고 형식이 간결한 문장은 AI가 쓴 것으로 간주하는 특성 때문이다. 정제된 연설문일수록 AI로 오해받기 쉬운 구조다. 생성형 AI가 도입되거나 보급되기 전의 말과 글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7년 10월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85%라고 나왔다. “감정적 언어가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2020년 2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밝힌 소감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91%로 평가됐다. 이런 오류는 대부분의 판독기가 문장 구조와 어휘 반복률, 통계적 예측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과제, 연설문처럼 정제된 문체는 사람의 글이라도 기계가 쓴 글로 인식하기 쉽다. 상황이 이러니 AI 작성물로 오인되는 걸 피하기 위해 고의로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홍모 씨(26)는 지난해 대학 졸업 과제를 영어로 작성하면서 일부러 문법을 틀렸다. 학교에서 쓰는 AI 판독기가 사람의 글도 AI의 것으로 잘못 판단한다는 얘길 들어서다. 그는 “AI 판정을 피하려고 ‘a, the’ 같은 관사를 틀리게 썼다”며 “다른 학생들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완성도를 낮춘다”고 말했다.● “AI 채점 신뢰 못해”… 서울대 가이드라인도 없어 AI 판독기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대학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8월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 활용 정도를 교수가 정한다’는 조항을 넣고, 판독기 결과만으로 성적을 결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고려대도 9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내 AI 판독기를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공립대 상당수는 여전히 무대응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와 국립대병원 55곳 중 AI 연구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곳은 국립한밭대와 충남대, 한국체대 등 3곳뿐이었다. 서울대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라고 답했다. 기업 상황도 비슷하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7월 인사 담당자 153명을 설문한 결과 자기소개서에서 AI를 활용했는지 확인하는 기업은 27.5%에 달했지만, 상당수는 AI 판독을 검증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 이사 이모 씨는 “AI의 판독 오류로 (탈락자에게) 소송이라도 걸리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I 판독기에 의존한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판독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채점하면 안 된다”며 “대학은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토론이나 구술시험 등 비(非)AI 평가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미리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권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

회사원 박종오 씨(28)는 지난해 여름 억울한 일을 겪었다. 병원 취업을 위해 직접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인공지능(AI) 작성물’로 판정돼 탈락한 것이다. 박 씨는 “서류를 위조하지만 않으면 붙는 전형인데 떨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보니 해당 자소서가 ‘AI 작성 판독 프로그램’에서 AI 생성으로 오인된 걸 알고 속상했지만 항의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최근 입학·입사 지원자가 AI로 자기소개서 등 과제물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자 대학과 기업이 이를 걸러내기 위한 AI 판독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잘못된 판독 결과를 내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대학이 차례로 AI 판독 등 사용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지만, 서울대 등 일부 국공립대는 여전히 관련 지침이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 연설문도 “99% 확률 AI 작성”AI 판독기의 정확도는 제품마다 천차만별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챗GPT의 ‘제로GPT 디텍터’ 등 3개 판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올해 6월 4일 이재명 대통령 취임사는 최대 99% 확률로 ‘AI 작성’ 판정을 받았다. 문법 오류가 없고 형식이 간결한 문장은 AI가 쓴 것으로 간주하는 특성 때문이다. 정제된 연설문일수록 AI로 오해받기 쉬운 구조다.생성형 AI가 도입되거나 보급되기 전의 말과 글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7년 10월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85%라고 나왔다. “감정적 언어가 전혀 없다”는 이유였다. 2020년 2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받고 밝힌 소감의 경우 AI가 작성했을 확률이 최대 91%로 평가됐다.이런 오류는 대부분의 판독기가 문장 구조와 어휘 반복률, 통계적 예측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과제, 연설문처럼 정제된 문체는 사람의 글이라도 기계가 쓴 글로 인식하기 쉽다.상황이 이러니 AI 작성물로 오인되는 걸 피하기 위해 고의로 글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홍모 씨(26)는 지난해 대학 졸업 과제를 영어로 작성하면서 일부러 문법을 틀렸다. 학교에서 쓰는 AI 판독기가 사람의 글도 AI의 것으로 잘못 판단한다는 얘길 들어서다. 그는 “AI 판정을 피하려고 ‘a, the’ 같은 관사를 틀리게 썼다”며 “다른 학생들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완성도를 낮춘다”고 말했다.● “AI 채점 신뢰 못해”…서울대는 가이드라인도 없어AI 판독기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일부 대학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 8월 강의계획서에 ‘생성형 AI 활용 정도를 교수가 정한다’는 조항을 넣고, 판독기 결과만으로 성적을 결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고려대도 9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내 AI 판독기를 참고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그러나 국·공립대 상당수는 여전히 무대응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와 국립대병원 55곳 중 AI 연구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한 곳은 국립한밭대와 충남대, 한국체대 등 3곳뿐이었다. 서울대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라고 답했다.기업 상황도 비슷하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7월 인사 담당자 153명을 설문한 결과 자기소개서에서 AI를 활용했는지 확인하는 기업은 27.5%에 달했지만, AI 판독을 검증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 이사 이모 씨는 “AI의 판독 오류로 (탈락자에게) 소송이라도 걸리는 것 아닌지 조마조마하다”고 했다.전문가들은 AI 판독기에 의존한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판독 결과를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채점하면 안 된다”며 “대학은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토론이나 구술시험 등 비(非) AI 평가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김미리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권혜인 인턴기자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졸업}

22대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1채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둔 상태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22대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유주택자는 234명(78.2%)이었으며, 이들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은 총 299채였다. 이 가운데 61채가 강남 4구에 집중됐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의원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20명, 개혁신당·조국혁신당 각 1명 등이었다. 강남 4구 주택 보유 의원 61명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두고 있었으며, 이 중 10명은 민주당, 4명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송파구 장미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 보유하고 있으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전세로 거주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곽규택 송언석 진종오 의원 등이 강남·서초 지역 자가에 세입자를 두고 있었다. 경실련은 의원들의 강남 아파트 보유가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를 56억7200만 원에 신고했으나 올 10월 기준 시세는 109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전체 의원 평균 부동산 재산은 19억5000만 원으로, 국민 평균(4억2000만 원)의 약 4.7배 수준이었다.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61명으로, 민주당 25명과 국민의힘 35명 등이었다. 주택 외에도 상가·오피스 등 비주택 건물을 소유한 의원은 72명으로, 총 150채에 달했다. 이 가운데 42%는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직자가 고가·다주택을 보유한 채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주장하면 진정성과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실사용 목적의 1주택 외 토지·건물 보유 및 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22대 국회의원이 보유한 주택 5채 중 1채가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둔 상태였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22대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유주택자는 234명(78.2%)이었으며, 이들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주택은 총 299채였다. 이 가운데 61채가 강남 4구에 집중됐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의원이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20명, 개혁신당·조국혁신당 각 1명 등이었다. 강남 4구 주택 보유 의원 61명 중 16명은 실거주하지 않고 세입자를 두고 있었으며, 이 중 10명은 민주당, 4명은 국민의힘 소속이었다.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송파구 장미아파트를 배우자와 공동 보유하고 있으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전세로 거주했다. 국민의힘에서도 곽규택 송언석 진종오 의원 등이 강남·서초 지역 자가에 세입자를 두고 있었다.경실련은 의원들의 강남 아파트 보유가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를 56억7200만 원에 신고했으나 올 10월 기준 시세는 109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전체 의원 평균 부동산 재산은 19억5000만 원으로, 국민 평균(4억2000만 원)의 약 4.7배 수준이었다.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61명으로, 민주당 25명과 국민의힘 35명 등이었다. 주택 외에도 상가·오피스 등 비주택 건물을 소유한 의원은 72명으로, 총 150채에 달했다. 이 가운데 42%는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경실련 관계자는 “공직자가 고가·다주택을 보유한 채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주장하면 진정성과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실사용 목적의 1주택 외 토지·건물 보유 및 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 5월, 경북의 한 숙박업소로 ‘더불어민주당 홍보실장’이라고 밝힌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선거 운동차 방문하겠다”며 객실 10개를 예약했다. 이어 “도시락 100개를 특정 업체에 주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업주는 의심 없이 주문과 함께 대금 800만 원을 송금했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남성과 가짜 도시락 업체는 한통속이었고, 이들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노쇼 사기단’이었다. 3일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군 간부와 정당·대통령경호처 등을 사칭해 560건의 노쇼 사기를 벌여 69억 원을 가로챈 국내외 조직원 114명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5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조직이 콜센터로 이용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내 ‘웬치(범죄단지)’를 급습해 일부 피의자를 검거했다. 해외총책을 포함한 나머지 일당도 계속 추적 중이다. 한편 국세청은 한국인 납치·감금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그룹’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국내 투자자로부터 1인당 최대 수억 원의 자금을 모아 국외로 송금했다. 후이원그룹은 국내 환전소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도 두 그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제 전문 방송에 ‘가짜 전문가’를 출연시켜 세종시 일대 토지를 허위 홍보한 기획부동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3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대표 안모 씨(45) 등 3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방송 외주 제작업체 대표 등 3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안 씨 일당은 외주업체와 협찬 계약을 맺고 회사 직원을 ‘부동산 전문가’로 꾸며 경제 전문 방송 6곳에 출연시켰다. 이들은 방송에서 “이 일대는 곧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 “투자 시기가 지금이 적기”라며 세종시 인근 보전산지를 개발 예정지로 속였다. 방송 내용은 모두 조작된 대본이었다.시청자들이 전화하면 외주업체가 개인정보를 수집해 안 씨 측에 넘겼다. 이들은 “지금 계약하면 마지막 분양가로 드릴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했고, 실제로는 개발 불가능한 산지를 1평당 1만7000원에 매입한 뒤 93만 원에 되파는 방식으로 최대 53배의 폭리를 챙겼다.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전국 투자자 42명에게 약 22억 원 상당의 토지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적발된 부동산 불법 거래 2696건 중 기획부동산 관련이 1123건(42%)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지번을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곧 개발된다’는 식의 홍보는 의심해야 한다”며 “지분 형태의 토지는 재산권 확보가 어렵고 환금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송이나 문자로 오는 부동산 투자 제안은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지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등기부등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이 일대가 곧 개발될 지역입니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죠.”기획부동산 대표 안모 씨(45)가 한 경제전문 방송에 출연시킨 직원은 세종시 일대 토지를 이렇게 홍보했다. 안 씨는 방송 외주 제작업체와 협찬 계약을 맺고, 이 직원을 ‘부동산 전문가’로 포장해 경제방송 6곳에 출연시켰다. 그러나 그는 부동산 관련 자격은커녕 기본 지식조차 없는 일반 직원이었고, 방송 내용도 모두 조작된 대본이었다.3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안 씨 등 33명을 사기 등 혐의로, 협력 방송 외주제작업체 대표 등 3명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안 씨 일당은 방송에서 세종시 인근 토지를 ‘개발 예정지’라고 속였지만, 실제로는 개발이 불가능한 보전산지였다.외주제작업체는 방송 상담 전화를 걸어온 시청자들의 개인정보를 안 씨 측에 넘겼고, 이들은 이를 이용해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전국 투자자 42명에게 약 22억 원 상당의 토지를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1평당 1만7000원에 산 땅을 93만 원에 되파는 등 최대 53배의 폭리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방 토지를 노린 기획부동산 사기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적발된 부동산 불법 거래 2696건 중 기획부동산 관련이 1123건(42%)으로 가장 많았다. 기획부동산은 개발이 어렵거나 경제 가치가 낮은 토지를 마치 개발될 것처럼 속여 수백, 수천 명에게 지분 형태로 쪼개 파는 수법이다. 전문가들은 지번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거나, ‘곧 개발된다’는 식의 과장 홍보를 하는 부동산 투자 제안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성용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발 공약과 연계한 기획부동산 사기가 늘 가능성이 있다”며 “지분 투자 형태의 토지는 재산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경찰 관계자도 “부동산 거래 시 현지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토지 이용확인원과 부동산등기부등본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2. 명령에 복종한다….” 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18억 원을 가로채다 붙잡힌 ‘MZ(밀레니얼+Z세대) 조폭’ 일당의 행동강령이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이들 일당 56명을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과 경기 의정부시·부천시 일대에서 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피해자 127명으로부터 18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다른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피해자 명단을 입수한 뒤 합법 업체인 것처럼 접근해 “비상장 공모주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이는 수법이었다. 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로 구성된 이들은 대부분 친구나 선후배 관계였다. ‘시키는 것만 한다’ 등 행동강령을 만들고 어기면 구타했다. 특수부대 출신 간부가 교육도 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사무실을 급습하자 30대 총책 안모 씨와 간부 2명은 약 13억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달아났고, 경찰은 이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은색수배도 국내 최초로 요청했다. 한편 경기 시흥에선 또 다른 투자 리딩방 사기조직이 붙잡혔다. 30대 함모 씨가 이끈 사기조직 31명은 “비상장주식 공모주를 대신 사서 큰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피해자 42명을 속여 12억 원 상당을 빼앗았다. 꼬리가 잡힌 건 또 다른 30대 안모 씨가 이끄는 MZ 조폭이 “(함 씨의) 리딩방 사무실을 털면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서였다. 안 씨 일당은 올 3월 조직원 10명과 함께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흉기를 든 채 함 씨의 사무실에 침입해 총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월 ‘깡패가 불법 리딩방을 털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먼저 함 씨 일당 31명을 검거했다. 이어서 안 씨 일당을 추적해 11명을 강도상해 등 혐의로 붙잡아 이 중 10명을 구속 송치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1. 자아를 가지지 않는다. 2. 명령에 복종한다…”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18억 원을 가로채다가 붙잡힌 ‘MZ(밀레니얼+Z세대) 조폭’ 일당의 행동 강령이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이들 일당 56명을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검찰로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과 경기 의정부시·부천시 일대에서 투자자문업체를 사칭해 피해자 127명으로부터 18억 원가량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다른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피해자 명단을 입수한 뒤 합법 업체인 것처럼 접근해 “비상장 공모주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이는 수법이었다.1992년생부터 2004년생까지로 구성된 이들은 대부분 친구나 선후배 관계였다. ‘시키는 것만 한다’ 등 행동 강령을 만들고 어기면 구타했다. 특수부대 출신 간부가 교육도 했다. 지난해 9월 경찰이 사무실을 급습하자 30대 총책 안모 씨와 간부 2명은 약 13억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달아났고, 경찰은 이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은색수배도 국내 최초로 요청했다.한편 경기 시흥에선 또 다른 투자 리딩방 사기조직이 붙잡혔다. 30대 함모 씨가 이끈 사기조직은 31명은 “비상장주식 공모주를 대신 사서 큰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피해자 42명으로부터 12억 원 상당을 속여 빼앗았다.꼬리가 잡힌 건 또다른 30대 안모 씨가 이끄는 MZ 조폭이 “(함 씨의) 리딩방 사무실을 털면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서였다. 안 씨 일당은 올 3월 조직원 10명과 함께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흉기를 든 채 함 씨의 사무실에 침입해 총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했다.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월 ‘깡패가 불법 리딩방을 털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먼저 함 씨 일당 31명을 검거했다. 이어서 안 씨 일당을 추적해 11명을 강도상해 등 혐의로 붙잡아 이 중 10명을 구속 송치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1㎡ 면적에 최대 4.8명. 출퇴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 계단에 몰린 인파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계단은 경사가 있어 1㎡당 2.5명만 넘어도 이른바 ‘마비 상태’에 이르러 사고 위험이 커진다. 작은 충격에도 수많은 사람이 한쪽으로 쉽게 밀려 크게 다칠 수 있어서다.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김세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권순조 국립금오공대 기계공학부 부교수와 재난 대피 설계 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김현철 대표에게 자문을 해 올 1∼9월 서울 내 역별 승하차 인원수 상위 5곳의 인파 밀집도를 분석했다. 5곳은 잠실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서울역, 구로디지털단지역이다.그 결과 시민들이 위험 수위 직전 수준의 ‘압사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과밀한 역은 2호선 강남역이었다. 승강장 계단의 밀집도는 1㎡당 최대 4.8명, 승강장은 최대 4명이었다. 지하철역 5곳의 계단 평균 밀집도는 1㎡당 3명으로 조사됐다. 현행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은 2.5명만 넘어도 떠밀리는 상태로 본다. 서울 주요 승강장 계단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것이다.시민들이 출퇴근길 ‘압사 공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일부 역은 인파 밀집 시간대에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승강장 내 통행 흐름이 일정할 수 있도록 구분선 등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이태원 참사 3년, 과밀 일상 여전… 좁은 계단서 인파에 떠밀려 휘청“질서유지 안전요원 더 배치하고, 보행 동선 만드는 안전바 설치를”25일 오후 6시 반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퇴근길 승객 수천 명이 승강장에 다닥다닥 붙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대역으로 가는 열차가 도착한 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내리자 승객들이 파도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우르르 한 방향으로 쏠렸다. 직장인 김주영 씨(30)는 “한 번은 인파에 떠밀려 넘어질 뻔했다”며 “매일 ‘압사 위험’ 속에 사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 시민들은 여전히 좁은 공간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과밀(過密) 일상’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하철역 승강장과 계단은 압사 사고 위험 수위에 근접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 지하철 계단 밀집도 ‘마비 상태’ 넘어서동아일보 취재팀이 2025년 1∼9월 서울 내 역별 승하차 인원수 상위 5곳의 인파 밀집도(면적당 인원수)를 분석했다. 23, 24, 27일 3일간 잠실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서울역, 구로디지털단지역의 출퇴근길 승강장·계단에 머무는 인원수를 토대로 전문가 3명과 함께 밀집도를 산출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으로부터 승강장 면적 등을 제공받아 출퇴근길(오전 7∼9시, 오후 5∼7시) 승강장과 계단에 몰리는 인원을 15분 간격으로 집계했다 그 결과 승강장 계단에서의 인파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남역 승강장 계단은 1㎡당 최대 4.8명이 몰렸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최대 4.3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홍대입구역 2.2명, 잠실역 2명, 서울역 1.9명 순이었다. 현행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에 따르면 계단 면적에 1㎡당 2.5명이 넘게 모여 있으면 ‘교통 마비 상태’ ‘떠밀리는 상태’로 분류된다. 계단에서 한꺼번에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위태로운 상황은 출퇴근길 곳곳에서 포착됐다. 24일 오전 8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한 열차에선 승객 130여 명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내려가다 보니 인파에 밀려 계단을 헛디딘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이승준 씨(55)는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큰일 날 것 같아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며 “인파 사고가 염려되는데 대응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6시경 퇴근길 1호선 서울역에서도 좁은 통로와 계단을 따라 이동하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안전 요원 늘리고 통행 방향 관리해야” 승강장은 계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집도가 낮아 강남역이 1㎡당 4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홍대입구역 3.9명, 서울역 3.5명, 구로디지털단지역 3명, 잠실역 2명 순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경우 16명이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등은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 안전 요원조차 없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인파 사고가 우려되면 사전 경보를 발령하고, 지하철역 밀집시간대 관리 요원 배치 등을 통해 사고 예방을 하도록 지방자치단체를 독려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사원 강혜지 씨(28)는 “사람이 몰릴 때면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열차를 타지 않거나 탔다가도 무서워져서 내린다”며 구석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질서 유지를 돕는 안전 요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물리적 대책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승객들의 보행 흐름이 일정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질서 유지 인력을 배치할 뿐만 아니라 계단 등에서 동선을 만들 수 있는 안전바 등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인파가 갑자기 몰렸을 때 급하게 행동하지 않는 등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