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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 다자녀 엄마 기자입니다. 환경, 보건, 복지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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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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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100 기준 못맞춰 수출길 막힐 수도”… 재생에너지 목표치 하향에 업체들 한숨

    “거래하는 해외 기업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데 국내서 쓸 수 있는 재생에너지가 없으니 해외에서 사와야 할 판입니다. 답답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 세계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우리 기업들도 탄소 배출이 적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적 위상이 높은 기업들은 아예 ‘100% 재생에너지 전기만 써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선언 압박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체 발전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세계 ‘꼴찌 수준’올해 2월 기준 미국 애플과 구글, 독일 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 399개가 RE100을 선언했다. RE100이란 국제환경단체인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위원회’가 주창한 개념으로,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해양에너지 등 자연에 존재하는 에너지다.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0에 가깝다. 현재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기업이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을 실천하기 위해 거래 기업이나 협력사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 수출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3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거래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생산할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답했다. 대기업들은 직접 RE100을 선언하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해외 기업들이 속속 RE100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E100을 선언했고, 현재까지 27개 국내 기업이 RE100 달성을 약속했다. RE100 선언 기업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6.3%다. 같은 해 브라질은 84.2%, 덴마크 78.3%, 캐나다 67.9%, 스웨덴 66.4%였다. 산유국인 미국도 20.0%,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각각 29.3%와 19.5%로 우리보다 높다. 2021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3.7TWh(테라와트시)였는데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주요 대기업 5곳의 전체 전력소비량(47.7TWh)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 벌써 3곳이 RE100을 선언했는데, 이들의 한 해 전력소비량만 34.4TWh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2030년까지 30.2%’로 설정했던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올 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1.6%로 크게 낮췄다. ‘기존 목표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였다. ● “소규모 발전 확대 등 대책 내놔야”정부의 결정에 대해 재계에서는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유럽연합(EU)은 정부 차원에서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까지 하겠다고 나섰는데, 우리는 오히려 정부가 나서 수출길을 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시장의 요구를 맞추려면 재생에너지가 많이 나는 나라로 생산라인을 옮겨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전력수급 결정에 앞서 이런 상황을 감안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따질 게 아니라 기준과 제도를 바꿔서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경전문가단체인 ‘기후솔루션’은 “현재의 전력계통(발전소-변전소-송전선의 연결과 부하) 수준을 핑계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출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혁신적이고 유연한 전력계통 운영 정책을 내놓을 때”라고 강조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현재의 15.5%에서 2030년 40%까지 상향하고, 발전차액지원제도(신재생에너지 전력거래가격과 기준가격 차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 지원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대형 발전소 건설은 지금 착수해도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개별 시설이나 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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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금 한번 내면 그만” 임금 등 6300만원 고의체불 사업주 구속

    고용노동부 인천북부지청이 근로자 10명의 임금, 퇴직금 등 총 6300여만 원을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도․소매업자 김모 씨(61)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김 씨는 인천 부평구 소재 할인마트를 운영하면서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매출액의 대부분을 또 다른 할인마트의 인수자금으로 유용했다. 김 씨는 채권추심(채권추심업체 등이 채권자로부터 채무자가 갚지 않은 빚을 넘겨받아 대신 받아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금을 사용하거나 아들 명의의 계좌를 사용하는 등 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모면하고자 재산을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노동법 뭔데 그냥 조사해서 올려”라거나 “한번 벌금 내면 말아 그죠”라고 진술하는 등 임금체불에 대한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근로자가 고용부에 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 씨는 근로감독관의 수차례 출석요구에도 고의적으로 불응해 왔다. 인천북부지청은 김 씨에 대하여 통신 및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였고 2일 자택에서 김 씨를 체포했다. 죄질이 극히 불량할 뿐만 아니라 모텔 등에서 숙박하는 등 주거가 불분명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속수사에 이르게 되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양승준 인천북부지청장은 “임금체불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불법에 엄정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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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쉽지 않은 ‘출산할 결심’[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엄마, 엄마는 왜 아이를 많이 낳았어?” 새 학년 새 반에 진급한 첫째가 새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온 첫날 내게 물었다. 올해도 반 친구들 가운데 외동인 아이들이 많았다면서. “엄마는 원래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서 많이 낳았어.” 내 대답에 첫째는 “신기하네” 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첫째 말마따나 요새 나 같은 여성은 ‘신기한 여성’이다.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출생아 수를 포함한 ‘2022년 출생·사망 잠정통계’를 발표했는데, 출생아 수는 물론 합계출산율까지 또 1970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정부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모양이다. 3일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들을 불러 긴급자문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7일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획기적인 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의 분위기는 단순히 인프라나 제도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만연한 ‘육아포비아’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모두 1970년 집계 이래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산되는 평균 아이 수로, 0.78명이라는 것은 여성 4명이 아이는 3명 정도만 낳는다는 뜻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합계출산율 순위에서 줄곧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그냥 꼴찌가 아니라 압도적인 꼴찌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1996년 산아제한정책을 폐지하고 출산장려정책으로 돌아선 이래 정부는 많은 육아 안전망을 도입했다. 육아휴직 등 일부 육아 관련 제도들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혜택 수준을 자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선뜻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설과 제도 측면에서 여전히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으나, 요새는 그런 것과 별개로 육아 자체를 두렵게 여기거나 꺼리는 부모들도 적지 않아 보인다. 처지가 처지인지라 주변 지인들로부터 임신과 관련한 고민 수리를 할 때가 많다. 주로 ‘언제 애를 낳아야 할까,’ ‘지금 낳아야 할까’와 같은 내용이다. 각자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결국 비슷하다. “낳긴 낳아야겠는데 감히 엄두가 안 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만난 지인 부부도 “임신 후의 삶이 무서워서 임신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결혼한 지 5년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않기에 난 그동안 부부가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거나 신체적 혹은 경제적 문제를 가진 줄로만 알았다. 알고 보니 지금껏 배우자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도 아닌데, 주변에서 아기를 낳은 뒤 겪는 여러 고충 이야기를 들으니 선뜻 ‘출산할 결심’이 서지 않는다고 했다. 일종의 ‘육아포비아(phobia·공포증)’랄까. 요즘 주변 사람들로부터 임신·출산과 관련한 고민을 들어보면 이런 게 만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한 후배는 “육아 상담프로그램이나 육아 관련한 사건, 사고 소식을 계속 보다 보면 ‘과연 이 사회에서 내가 온전히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아는 게 병’이라더니 무서워서 아이를 더 못 갖겠다”고 하기도 했다. 요즘 육아에 대한 이런 인식이 비단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팽배한 건 아닌 듯하다. 가족 나들이를 나가면 종종 우리 애들에 대해 물어보는 어르신들을 만나는데, 네 명 다 내 아이라고 하면 대부분 “대단하다. 어떻게 넷을 키우느냐”며 깜짝 놀라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내 나이 또래 부모였던 1970년대에는 한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4~5명이었다. 내게 감탄하신 분들 대부분 자녀가 4명 이상일 것이라는 뜻이다. 그런 분들이 내게 “대단하다”고 하시는 상황이 조금 우습지만 그만큼 그분들도 지금의 육아가 과거의 육아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하신다는 뜻일 터다.● 인프라만큼 중요한 인식 제고 육아포비아에서 더 나아가 육아나 아이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식음료점 등을 중심으로 일명 ‘노키즈존’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도 그런 방증이다. 내 지인 중에도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던 이가 있었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떤 친구는 “책임질 존재가 생기는 것은 딱 질색”이라고도 했다. 최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연구팀이 20~34세 미혼 남녀 2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인생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남성 12.9%, 여성 4.0%에 불과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나 육아에 관해 부정적인 정도를 넘어 혐오에 가까운 글이 올라오는 경우도 꽤 자주 볼 수 있다. 언젠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상적인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한 다자녀 가정 가장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록 생활비가 빠듯해 가족 해외여행 한 번 가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그래도 다자녀를 키우는 것이 행복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기대와는 달리 온통 부모를 비방하고 조롱하는 댓글이 달렸다는 것이다. ‘능력도 안 되면서 애는 왜 많이 낳았느냐,’ ‘거지 같이 산다는 이야기를 길게도 써놨다’ 등등. 이렇게 육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나 막연한 두려움이 만연하다 보니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더라도 최대한 미루고 단단히 준비해서 낳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지난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첫 아이 출산 평균연령은 33.5세였다. 합계출산율과 마찬가지로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늦은 꼴찌다. 정부가 출산율을 제고하고 싶다면 인프라와 제도 구축 못지않게 인식을 전환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이를 가질지 말지, ‘출산할 결심’을 하는 것은 부모다. 부모가 아이 갖는 것을 무서워하고 꺼린다면 인프라와 비용을 쏟아붓는다 해도 그 효과는 기대만 못 할 것이다. 육아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은 이미 태어난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게도 중요하다. 아동과 육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출산율을 조금은 제고할 수 있기를 바라 본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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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급여-구직수당-산재보험급여 수급통장 6월까지 하나로 통일된다

    실업급여, 구직촉진수당 등을 받을 때마다 매번 따로 개설해야 했던 통장이 하나로 통일된다. 그동안 실업급여, 구직촉진수당, 산재보험급여 등을 받으려면 급여마다 각각 압류방지통장을 개설해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제8차 규제혁신 특별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생활 속 규제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부는 6월까지 수급통장이 통합돼 여러 사업의 급여를 한 통장에 통합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금융결제원, 은행연합회와 협의해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간이대지급금과 생활안정자금 융자 신청 서류는 간소해진다. 간이대지급금은 퇴직 근로자가 임금 등을 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강제 추징하는 제도다. 현재는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하려면 지급청구서와 함께 체불 임금 등과 관련된 사업주 확인서를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발급받아 다시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급청구서만 내도 되게끔 바뀔 예정이다. 생활안정자금 융자의 경우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12개나 되는데 이들 발급기관이 각각 달라 서류 준비에 어려움이 컸다. 이에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들이 협업해 전산시스템을 연계하기로 하면서 이제 신청인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발급받아 제출하는 서류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안정자금 융자와 간이대지급금 서류 간소화 작업 역시 6월까지 마무리된다. 취약계층 보호 사업은 지원 대상이 확대된다. 만 45세 이상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경력설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 사업’은 참여 대상을 만 40세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직·전직이 많은 만 40∼44세도 새출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직업능력교육을 수강할 때 국비를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 지급 대상과 관련된 조건도 일부 바뀐다. 생계급여는 일(경제 활동)을 해야만 탈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대학 재학, 간병 등을 이유로 한동안 ‘일해야 한다’는 조건을 면제받는 생계급여 수급자가 있다. 이들은 일을 하는 생계급여 수급자와 달리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고용부는 앞으로 이러한 생계급여 수급자도 직업능력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6월까지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고 규제를 혁신하려는 업무 담당자들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라며 “노동 시장 취약계층의 어려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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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근로시간 협의할 근로자대표, 노조와 별개 선출”

    정부가 주 52시간제 개편을 앞두고 각 사업장이나 직무별로 ‘맞춤 근로시간’을 협의하는 데 필요한 ‘근로자대표’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에서 근로시간제도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주 단위로 설정된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장해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각 사업장, 직무별로 이를 논의할 근로자대표의 정의와 역할을 별도 법 조항으로 명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근로자대표는 각종 노동법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용어다. 현행법상 근로·휴게시간, 해고와 같이 중요한 근로조건을 정할 때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근로자대표의 명확한 정의, 권한, 선출 방법 등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일선 사업장에서는 노조나 임시 선출된 직원이 근로자대표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부가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하면서 근로자대표의 정의와 권한 등이 중요해졌다. 예를 들어 한 회사 내에서 A직군과 B직군이 서로 다른 형태의 근로시간제를 원한다면 현행법상으로는 사용자가 각 직군의 근로자 대표와 업무시간 관련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만약 근로자대표가 각 사업장, 직무별로 사용자와 근로시간을 별도 합의할 수 있게 된다면 노조 권한이 위축되고 근로자들끼리 분열될 것”이라며 “노조가 근로시간 유연화에 반대하니 각 사업장, 직무 단위에서 근로자대표를 내세워 유연근로를 쉽게 관철하려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정부는 근로일 사이에 반드시 11시간을 이어서 쉬도록 하는 연속휴식 의무를 면제하는 대신 주 64시간 안에서 일하도록 하는 새로운 근로시간 선택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입 시 주 52시간, 64시간, 69시간 등으로 근무시간이 유연화된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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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단체 보조금 절반, 非노조-MZ노조에 준다

    정부가 기존 노동조합에 지원하던 국고보조금 액수를 줄이는 대신 전체 예산의 절반을 비(非)노조 근로자 단체와 ‘MZ노조’ 등 신규 노동단체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노조 가운데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곳은 지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방안’을 확정해 23일 발표했다. 이달 중 행정예고를 거쳐 3월에는 이를 토대로 보조금 지원 공고를 낸다. 개편안은 노동단체 지원사업 대상을 노조법상 ‘노조’에서 ‘근로자로 구성된 협의체 등 기타 노동단체’, 즉 일반 근로자 단체까지 확대했다. 예를 들어 배달라이더 노조 같은 플랫폼 근로자나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단체, 지역별·업종별 근로자협의체 등의 단체도 새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고용부는 이들 신규 지원 단체에 사업 예산 44억7200만 원의 절반(22억 원)을 별도로 할당하기로 했다. 반면 기존 노조에 지급되던 지원금은 줄였다. 그간 지원 항목에서 큰 금액을 차지했던 ‘노조 간부 교육’이나 ‘국제 교류 사업’ 등은 앞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는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지원받는 만큼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며 “정부 또한 국민 혈세로 지원된 보조금이 자격을 갖춘 단체를 통해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회계 자료 안낸 노조엔 지원금 안줘… 사용내역 전수 현장 점검 非노조-MZ노조도 국고보조금 비정규직-플랫폼 근로자 단체 등정식 노조 아닌 곳까지 지원정부 “회계자료 제대로 내라” 통보노동계 “돈으로 노조 겁박” 반발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단체 지원 사업 개편 방안’은 노동조합 국고보조금 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체 근로자 중 소수가 가입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대형 노조가 정부의 지원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지원 범위를 넓혔고, ‘깜깜이 사업’ ‘눈먼 돈’이었다는 지적에 따라 지원 대상에 대한 선정 기준과 검증을 강화했다.● 기존 노조 지원금 대폭 축소지난해까지는 노동단체 지원 사업 대상이 ‘총연합단체인 노조 및 지역단위 본부, 산별 연합, 산업별 단위노조, 중소 노조’와 같이 관할 시군구에 정식 설립 신고를 한 노조로 국한됐다. 고용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그간 노동단체 지원 사업 대상이 노조로 한정됐다”며 “국내 노조 조직률이 낮고 대기업 중심으로 조직돼 다수의 미조직(비노조)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들이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대상 확대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2021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4.2%다. 노조법상 정식 노조에 가입된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10명 중 한두 명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사업장도 대부분 대형 사업장이라 30명 미만 사업장의 조직률은 0.2%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비노조 근로자들은 정부의 지원에서 소외됐고, 사업 신청이 가능했던 소수의 대형 노조들만 혜택을 입어 왔다는 게 고용부 생각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사업 개편을 통해 MZ 노조, 근로자 협의체 등 다양한 노동단체가 사업에 참여해 취약 근로자의 권익 보호 강화와 격차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조금을 비롯해 기존 노조의 예산 사용 내용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이번 개편안의 배경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고용부와 광역자치단체 17곳으로부터 제출받은 노조 지원 명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고용부와 지자체가 한국노총과 민노총에 지급한 지원금은 총 1521억 원이었다. 여기에 양대 노총은 각각 조합원 수가 100만 명이 넘어 조합비 예산만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고용부가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노조에 회계 자료를 제출토록 한 결과 대상 노조 327곳 중 정부 요구에 맞게 자료를 제출한 노조는 120곳(36.7%)뿐이었다. 고용부는 올해 지원 예산(44억7200만 원)의 절반인 22억여 원을 신규 참여 기관 전용으로 할당한다. 자연히 기존 노조에 주어지는 지원금 규모는 줄어든다. 기존 노조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35억 원에서 올해 22억 원으로 40%가량 줄게 됐다. 회계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노조는 3월 내로 자료를 다시 내야 한다. 자료 제출을 계속 거부하면 올해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고용부는 “노동단체 지원 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고보조금 사업이다. 회계가 투명한 단체여야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으며 사업 목표 달성과 함께 재정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출장 지원 사라져… 노동계 “돈으로 노조 겁박”지원금 사용 내역 관리도 강화한다. 그동안 보조금 정산보고서는 고용부가 자체 검증해 왔지만 올해부터 회계 전문기관에 맡겨 검증하도록 할 예정이다. 일부 노조에 한해서만 실시했던 현장점검도 전수 점검으로 확대한다.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도 바뀐다. 다른 목적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높았던 간부 교육, 국제 교류 사업은 앞으로 지원하지 않고 취약 근로자 권익 보호, 산업안전 중심 내용으로 재편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돈으로 노조를 겁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노정 간 첨예한 대립이 예고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회계장부와 보조금을 엮어 마치 노조가 지원금을 부정 유용한 듯 엮으려는 치졸한 계략”이라며 “한국노총은 그동안 받은 돈의 사용 내역을 다 보고했고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다. 정부는 지원금을 빌미로 노조를 겁박하는 졸렬한 짓을 관두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1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노조 회계 공개 요구 등에 대해 “노조를 기득권 세력으로 몰고 범죄 집단화하는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 2023-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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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청근로자, 원청 상대 파업 가능해져… “공장문 수시로 닫을수도”

    “하청업체가 수십 곳, 수백 곳인 기업(원청)들은 하청 근로자들이 돌아가면서 파업을 벌인다면 수시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통과되자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이 앞으로 본회의도 통과해 시행된다면 큰 파장이 뒤따를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정부 여당도 ‘파업 만능법’ ‘파업 조장법’이 될 것이라며 야당을 향해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 ●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사례 늘어날 것”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법원이 2014년 쌍용차 파업 참여 노동자들에게 ‘회사에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노란 월급봉투에 4만7000원을 담아 보내며 모금운동을 제안한 데서 유래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한 2조 2항이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등으로 한정했지만 개정안은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확장했다. 이렇게 되면 원청과 하청 근로자, 지주회사와 자회사 근로자 사이에도 법적 노사 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원청이 하청과 맺은 계약 금액 등이 결과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임금, 처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청이나 자회사 소속 근로자가 원청 혹은 지주사를 상대로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1차 협력사가 300여 곳에 이르고 2, 3차까지 포함하면 5000여 개의 하청업체를 두고 있다. 이 업체들의 근로자들이 현대차 본사를 상대로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을 벌여 현대차 제품 생산을 막을 수도 있게 된다.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 2조 5항도 쟁점이다. 현행법은 합법적 파업 범위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해 불일치가 있는 경우라고 규정했지만 개정안은 여기서 ‘결정’이라는 말을 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결정’과는 무관한 채용, 정리해고 등 다른 제반 사항들도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최근 노동판례·정책 동향 및 기업 대응방안 웨비나’에서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현재는 단체협약을 체결(결정)하는 과정(이익분쟁)에서만 파업을 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단협이 아닌 다른 상황(권리분쟁)에서도 언제든지 근로조건을 위해 파업할 수 있다”며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하면 법원에서 다투기보다 파업으로 해결하려는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입장문에서 “교섭체계도 흔들리고 결국 사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며 “실력 행사에 의한 문제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 기업의 손배 청구도 봉쇄… “피해는 결국 국민”개정안에는 사측의 손배 청구를 어렵게 만드는 조항도 담겼다.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 지금은 법원이 ‘노조가 회사에 1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식으로 판결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파업에 가담한 A는 얼마, B는 얼마, C는 얼마…’ 식으로 판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 제기 단계부터 사측이 노조원 개개인의 책임과 귀책 사유를 일일이 산정해 소를 제기해야 하고, 또 이를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이런 소송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사 리스크가 너무 커지면 결국 기업은 한국을 떠나고 피해는 대다수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악의적 선동”이자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통과된 법안이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이 아니다”라며 “법원의 (합법 파업에 대한) 판결이 명확한 상황에서 파업권을 남발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이) 제한적으로 만들어져 너무나 슬프고 속상하다”면서도 “지금까지 만들어낸 법안만이라도 제대로 지키라고, 반드시 통과시키라고 촉구한다”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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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소각 근절 캠페인 벌였더니 초미세먼지 농도 41% 줄었다

    국립환경과학원 전북권 대기환경연구소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농촌이 밀집한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 영농폐기물 불법 소각을 줄이면서 이 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농사를 짓고 난 뒤 나오는 영농폐기물은 공동집하장에 폐기하거나 종량제 봉투에 넣어 생활폐기물로 버려야 하는데 폐기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천에서 불법 소각하는 일이 빈번했다. 전북 지역은 2019년 기준 영농폐기물 소각 작업이 초미세먼지 자체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특히 추수가 끝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보리 수확기 직후인 6월에 농업용 비닐, 농약병 같은 영농폐기물과 잔재물을 대량으로 소각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북도청과 전북지방환경청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그리고 2022년 6월 농가를 대상으로 불법 소각 근절에 스스로 참여하도록 하는 캠페인성 저감 정책을 실시했다. 전북권 대기환경연구소가 이 정책의 효과를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통해 확인해 봤다. 먼저 전북 지역의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는 전년 대비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6월 전북 지역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당 27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16μg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5%, 41.2% 줄었다. 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해보니 미세먼지를 구성하는 물질이자 영농폐기물이 연소할 때 높아지는 지표인 유기탄소, 칼륨이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영농폐기물과 잔재물 불법 소각을 줄인 것이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불법 소각의 미세먼지 농도 기여율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포인트(18%→6%)나 떨어졌다. 단, 연구진은 “2022년 6월에는 강수량이 전년보다 많았고 대기 정체 일수도 전년보다 적었다”며 “양호한 대기 조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전북도와 대기환경연구소는 공동 간담회를 갖고 가을철 수확기 불법 소각 근절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앞으로도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해 실증적인 지역 맞춤형 대기 정책 지원을 위해 지자체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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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 소각되는 하우스 비닐-농약병… 농촌 미세먼지-산불 일으킨다

    전남 보성은 최근 한 달간 4700만 원을 들여 도로 주변과 야산에 방치된 영농폐기물을 포함한 쓰레기 120여 t을 수거했다. 대부분 지난해 추수가 끝난 뒤 방치되거나 몰래 내다버린 폐기물이었다. 전남 나주는 영농폐기물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공동집하장(농민들이 영농 폐비닐 등을 분리 배출하는 곳) 수를 기존 4곳에서 올해 18곳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집하장까지 갖다 버리기 귀찮다는 이유로 폐기물을 방치하거나 불법 투기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다. 흔히 미세먼지 배출원이라고 하면 공장과 자동차의 배출가스나 국외로부터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떠올린다. 하지만 공장이 없고 교통량이 적은 농촌에서는 영농폐기물 소각이나 방치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양이 상당하다. 영농폐기물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비닐하우스 등에 사용하는 농사용 비닐과 농약 용기(병·봉지), 모종판, 호스 등이 있다. 올해 농사가 시작되는 봄을 맞이해 지자체들이 지난 농한기에 발생한 영농폐기물을 치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업용 비닐 쓰레기만 연 30만 t경기도는 20일부터 ‘영농폐기물 집중 수거 기간’에 들어간다. 4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이다. 도 관계자는 “영농폐기물은 (불법 소각, 매립되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며 “깨끗한 농촌 환경 조성을 위해 농가에 영농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수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폐기물의 양은 엄청나다. 환경부에 따르면 농사용 비닐 폐기물 발생량만 해도 매년 30만 t이 넘는다. 2020년에는 30만7157t, 2021년에는 31만9194t이었다. 폐농약 용기는 7039만 개, 2021년 7331만 개에 달했다. 문제는 영농폐기물의 수거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래 영농폐기물의 폐기 절차는 다음과 같다. △농민들이 가까운 영농폐기물 공동집하장에 폐기물을 갖다 놓으면 △수거사업자가 수거사업소로 운반하고 △이후 상태에 따라 정부 혹은 민간 재활용시설이나 소각시설로 이송하는 순서다. 그런데 초기 수거 단계부터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으레 그래 왔다거나 또는 번거롭다는 이유로 공동집하장까지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폐비닐만 해도 2020년 기준 약 4만6000t이 수거 단계부터 불법 소각 또는 매립·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농한기 농촌을 방문해 보면 농지 혹은 도로 한편에 쌓여 있는 농업용 비닐이나 농약 용기 등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런 영농폐기물은 대기·토양 등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농약, 비료 등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수질오염도 일으킨다. 정전이나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축구장 400개 규모의 임야를 태운 경북 영덕 대형 산불도 영농폐기물 소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에서 겨울철 바람에 날리는 물질(비산물)로 인해 136건의 크고 작은 정전이 발생했다.● 영농폐기물 대부분 관리 사각지대에폐비닐과 폐농약 용기 외 폐기물들은 별도의 수거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영농폐기물은 생활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거·처리 의무가 지자체에 있다. 비닐과 농약 용기는 그 양이 많아 정부가 수거와 관리에 관여하고 있다. 모종판, 그물망, 고정끈, 호스, 하우스 재배용 스티로폼 등 나머지 모든 영농폐기물은 지자체 관할이다. 비닐, 농약 용기 외 영농폐기물에 대한 처리 지원을 하는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폐기물은 버려지거나 불법 소각·투기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자체적인 수거 시스템이나 시설을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자체들은 주장한다. 농촌지역 인구는 줄고 농업 인구의 고령화는 가속하는 탓에 앞으로 영농폐기물 방치·투기 문제는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촌을 지키는 고령층의 경우 폐기물을 직접 공동집하장까지 나르는 게 어렵고 새로운 제도나 지원을 교육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영농폐기물을 수거한 농민 등에게 주어지는 지자체 수거보상금의 국고 지원 비중을 2배로 늘렸다”며 “정부 지원이 늘어난 만큼 지자체의 폐기물 관리 여력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환경부는 고령자나 소규모 마을 주민이 멀리 가지 않아도 쉽게 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도록 현재 전국 9885곳인 영농폐비닐 공동집하장도 2025년까지 1만3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환경경제학회장을 지낸 임동순 동의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농폐기물 처리 비용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영농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에 높은 보상을 하면 그만큼 관련 업체들이 알아서 뛰어들 것”이라며 “민간 수거운반비 등을 시장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조하는 등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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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휴직 1년 6개월까지?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회사에서 유일무이하게 유능한 기자는 아니지만, 유일무이하게 해낸 것은 하나 있다. 바로 ‘네 아이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했다는 점이다. 육아휴직 1년에 출산휴가 3개월을 더해 한 아이당 1년 3개월씩 네 번이었으니 회사를 나오지 않은 기간은 총 5년이다. 공무원이나 은행원 등 일부 직종 종사자들을 제외하고 일반 직장인 가운데 나만큼 긴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아직까지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그렇게 긴 육아휴직을 쓴 덕에 아이들 넷을 돌까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내 힘으로 키울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육아휴직 기간과 마찬가지로 내 경력공백도 5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 정부의 육아휴직 ‘조건부 연장안’ 왜?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그 자녀 양육을 위해 사업주에 신청하는 휴직을 육아휴직이라 한다. 국내 육아휴직은 한 직장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이 만 8세 혹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에 대해 신청할 수 있다. 남녀 근로자 모두 생(生)부모 여부와 상관없이 사용 가능하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직장에서 급여를 주지 않는다. 대신 정부가 육아휴직급여를 지원한다. 현재 육아휴직 기간은 한 아이에 대해 최대 1년이다. 정부는 이 기간을 최대 1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 아빠와 엄마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쓴 가구만 적용 대상이 된다. 연장한 기간에 대해서는 육아휴직급여도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런 소식에 부모들로부터 “(연장 기간을) 쓰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있어도 못 쓰는 그림의 떡”과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실제 정부의 제도가 시행되도 연장기간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공무원, 교사를 포함한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2012년 한 해 10만4996명에서 2021년 17만3631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만 0~8세 육아휴직 대상 아동수를 감안할 때 여전히 적은 수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직업군으로 보면 중소기업 근로자, 자영업자, 특수형태고용근로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부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가구는 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무급휴직이라면 경제적으로 부담도 크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연장을 하는 것일까.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쓸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하되 휴직이 너무 늘어나는 것은 막기 위해서다. 육아휴직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결국 근로자의 경력공백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마냥 좋을 수는 없고 기업이나 사회도 인력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육아휴직 4명 중 3명 여성…경력공백·독박육아 늘 가능성현재 육아휴직 사용자의 대부분이 여성임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3.5%에 불과했던 남성의 비율이 2021년에는 24.1%까지 늘어 고무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성의 숫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육아휴직자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평균 육아휴직 사용기간도 여성이 더 길다. 일반 고용근로자(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해 육아휴직 평균 사용기간은 여성이 9.6개월, 남성이 7.3개월로 여성이 한 달 이상 길었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여전히 자녀의 주양육자는 아빠가 아닌 엄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면 자연히 그 연장기간을 쓰는 사람은 남성보다는 육아휴직 사용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여성의 경력공백과 이른바 ‘독박육아’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다. 경력공백은 회사 내 급여, 직급 격차로 이어진다. 현재도 한국의 남녀 근로자 임금격차는 OECD 국가 가운데 1위다. 남녀간 성별 격차를 지수화한 2021년 국가성평등지수에 따르면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직장 내 관리자의 성비 점수는 100점 만점(남녀가 동등) 중 25.8점으로 전체 조사 분야 점수 가운데 국회의원 성비 다음으로 낮았다. 그만큼 직장 내 관리자급에 여성이 적다는 뜻이다. 여성의 경력공백이 길어지면 이런 격차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비단 여성에게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연장기간 이용자가 여성에게 집중되는 만큼 남성은 육아에서 더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남성이 가장으로서 가구 내 주수입원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길게 쓰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육아휴직 연장의 전제로 ‘부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라는 조건을 붙인 이유다. 그냥 기간을 연장할 경우 제도 자체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아직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거나 사용할 수 없는 직업군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기간을 늘리면 아직 육아휴직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커질 것이다. ● 휴직 대신 적정근로·단축근로그렇지만 많은 부모들이 육아휴직 기간 연장을 바라는 이유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풀타임 직장인의 경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근로시간에서 줄곧 최상위권을 달려온 나라다. 빨라야 오후 6~7시인 퇴근시각에 잦은 야근, 휴일근무, 연장근무의 일상화로 맞벌이 가구에서 양가 부모님이나 베이비시터 같은 외부 인력의 도움 없이 일·가정양립은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상시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 구태여 육아휴직을 길게 쓸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과 사용연한(만 8세까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근로시간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숙련된 근로자를 경력공백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지속가능한 대안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이용자는 지난해 기준 1만9466명으로 아직 육아휴직 이용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정부는 최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대상을 만 8세 이하 부모에서 12세 이하 부모로 확대하고 이를 시행한 기업에 주는 지원금 예산을 대폭 상향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긴급한 야근, 출장으로 발생하는 양육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돌보미 단시간 연계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사를 보고 괜스레 착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부모 중 누군가는 아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굳이 긴급하게 2시간 전 1시간짜리 아이돌보미를 신청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수요가 많고, 육아휴직 연장에 대한 요구도 크다는 건 아직 우리의 근로환경이 육아를 병행하기에 부족하다는 뜻일 터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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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천 ‘거리 공기청정기’… 증평 ‘바람길 숲 조성’… 공기질 좋아져

    《미세먼지 OUT 비결은 3월, 봄 하면 이제 꽃이나 주말 나들이보다는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먼저 떠오른다.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이 뿌옇게 흐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40%까지 줄이는 성과를 냈다.》14일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앞 인도에는 철제 사각 블록이 연결된 듯한 색다른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윙’ 하는 바람 소리가 났다. 기자와 동행한 한영미 부천시 미세먼지대책과 주무관은 “미세먼지 실시간 측정기와 연동돼 자동으로 작동하는 공기 정화장치”라며 “도로에 차가 지나갈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바람에 날아오르는 먼지를 빨아들인 뒤 내부 필터로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거리의 ‘공기청정기’인 셈이었다. 이 미세먼지 정화 장치는 2019년 수립된 부천의 ‘스마트 미세먼지 클린 특화단지’ 사업 중 하나로 설치됐다. 부천은 미세먼지전담과를 두고 시 자체 미세먼지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부천이 미세먼지 저감에 ‘진심’인 이유는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측정을 시작한 이래 줄곧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부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기록해 관측 이래 처음으로 전국 평균 수준(18μg)으로 떨어졌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당 13μg이 낮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 고농도 시군 13곳 ㎥당 10μg 이상 ‘뚝’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특별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다. 2019년 2월 실시된 이 법은 미세먼지의 정의, 관련 위원회 설치·운영안, 각종 대책 등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 전반을 담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발령되는 비상저감조치, 겨울·봄철 시행되는 계절관리제도 이 법에 따른다.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지자체는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해 자동차 운행 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시간 조정, 학교 휴업 권고 같은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처음 시행된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8개 특별·광역시(세종 포함), 154개 광역도 산하 기초지자체 등 162개 지자체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 자료를 환경부로부터 받아 그 변화를 살펴봤다.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9년 ㎥당 23μg에서 2020년 19μg, 2021년과 2022년 18μg으로 3년간 ㎥당 5μg 떨어졌다. 일부 지자체는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μg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모두 13곳이었다. 부천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9년 ㎥당 32μg에서 2022년 19μg으로 떨어져 조사 대상인 162개 지자체를 통틀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증평과 전북 익산은 각각 32μg에서 20μg으로, 31μg에서 21μg으로 떨어졌다. 2019년 당시 조사 지자체 가운데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1위를 차지했던 경기 여주도 33μg에서 23μg으로 줄었다. 경기 의왕의 경우 3년간 농도가 ㎥당 27μg에서 16μg으로 개선돼 개선율이 40.7%에 달했다. 이들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외부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외국의 영향을 받기 쉬운 서쪽에 위치해 있고 △동쪽에 산이 가로막고 있어 대기 정체가 발생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발 미세먼지 등 서쪽에서 오는 외부 미세먼지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지역들이었다. 환경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유철 배출량조사팀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중국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활동이 둔화되고 미세먼지 배출도 줄었다. 풍상(바람이 발생하는)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면서 풍화(바람의 영향을 받는) 지역들의 미세먼지 농도도 자연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의 338개 지급(地級·2급 지방행정단위) 이상 도시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21년 ㎥당 30μg으로 2015년 대비 34.8% 줄었다. 지난해 1∼11월 중국 전역 농도는 ㎥당 28μg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기상 변화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미세먼지를 몰고 오는 서풍이 비교적 적게 불었고 대기 정체도 적었다. ● 살수차, 악취 관리… 지자체 저감 안간힘 외부 요인과 함께 국내 자체적인 저감 노력 역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미세먼지의 국내, 국외 요인이 전체 미세먼지에 미친 기여율을 분석한 결과 국외 요인 기여율이 2019년 56∼69%에서 2021년 61∼74%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외 유입량(중국발 미세먼지 등)이 줄었는데 국외 기여율이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유 팀장은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국외 유입 미세먼지보다 더 빠르게 줄었기 때문에 국외 요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2019년 이후 미세먼지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크게 늘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도 그중 하나다. 계절관리제란 고농도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축소,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사업장 단축 운영 등을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 단기간 차량 운행과 사업장 조업을 축소하는 비상저감조치도 2019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됐다. 다소 진통을 겪었지만 공장과 차량 배출가스 기준 강화, 친환경차 전환, 조기 폐차 지원 등의 정책도 정착되고 있다. 지자체가 미세먼지 대책을 별도로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서 각종 지역 맞춤형 대책도 나왔다. 3년간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크게 떨어진 경기 부천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차량들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시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 고속도로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연간 25.2t이었고, 전체 부천 초미세먼지 배출 285t 중 23.5%는 승용차 운행으로 인한 도로 먼지와 지게차 등 건설기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천은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노후 경유차 2만2080대에 저감장치를 달았고 2만5807대를 조기 폐차했다. 의왕 내륙컨테이너통관기지(ICD)가 있는 경기 의왕 역시 차량이 지역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ICD를 이용하는 화물차량은 일주일에 3000대가 넘는다. 화물차는 대부분 경유차로 노후 경유차의 경우 초미세먼지 발생량이 휘발유 차량의 100배가 넘는다. 지자체 직접 배출량을 살펴보면 도로이동오염원에 의한 비산먼지가 80%를 차지한다. 시 관계자는 “ICD 청소 주기를 늘리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겨울·봄철에는 영업시간을 한두 시간 단축하도록 했다. 도로 살수차도 여러 대 갖췄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은 서쪽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지형적 요인이 있다. 증평군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전환 속도를 높이고 미세먼지를 내뿜는 노후 보일러를 줄이기 위해 교체 비용 1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증평군 관계자는 “‘도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이란 녹지화 사업을 통해 23.9ha에 36만4338그루도 심었다”며 “이 밖에 농번기 폐기물 소각 단속, 산업단지 배출 업소 집중 점검, 무인 악취 측정 시스템을 통한 축사 악취 관리도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의 대표적 고농도 미세먼지 지역이었던 익산도 축사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축사 밀집 지역을 정비했다. 축사 악취의 원인인 암모니아는 공기 중에 배출되면 다른 물질과 결합해 2차 미세먼지를 만드는 미세먼지 전구물질(前驅物質·특정 화합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물질)이다. 2018년 전북대 연구팀은 익산의 암모니아 배출량이 타 시군구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코로나19 이후 미세먼지 ‘요요현상’ 우려 3년간 여러 감축 노력이 자리를 잡았고 실제 미세먼지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숙제는 산적해 있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정부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지킬 필요가 있다고 설정한 대기환경기준(㎥당 15μg)을 초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도 최하위권(2021년 기준 38개국 중 35위) 수준이다. 올해도 걱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덕을 봤다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보복 소비’ ‘보복 여행’이 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미세먼지 요요현상’이다. 앞으로는 이전처럼 미세먼지가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팀장은 “그동안 발전소, 대형 사업장 등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단속과 관리를 강화해 큰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기준과 시설이 정비됐기 때문에 큰 배출원 관리를 통해 극적인 농도 감소 효과를 보기는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지난해 초미세먼지 전국 연평균 농도는 ㎥당 18μg으로 전년도와 같았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요인이 되는 물질 관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줄고 있다는 것은 물론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측정, 저감 노력 대부분은 미세먼지 그 자체나 전구물질 중에서도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일부 물질에 집중됐다”며 “미세먼지는 2차로 생성되는 경우가 75% 이상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같은 다른 전구물질의 배출량 산정, 관리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전구물질과 ‘작은 배출원’을 본격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대기 환경개선 종합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세탁소 세제에서 발생하는 VOCs를 줄이기 위해 세탁소에 친환경 용제(물질을 녹이기 위해 쓰는 물질)를 도입하고 목재난방기기, 숯가마, 대형 조리시설의 배출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국 축사, 농경지 비료 등으로 인한 암모니아 배출 실태도 조사한다. 영농 지역 불법 소각과 질소비료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결국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작은 오염 요인들까지 촘촘히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시민들도 대중교통 이용, 노천 소각 자제 등 실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것들부터 실천하며 미세먼지 저감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부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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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노조 “큰 노조라면 회계 당연히 투명해야”

    ‘MZ(밀레니얼+Z세대)노조’라고도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노동조합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라며 정치 파업과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 새로고침 협의회 부의장인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무실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나 “저희는 기존의 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반하는 협의체가 아니다”라며 “지극히 상식적이고 공정하며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 노동시장에서 좋은 의견을 같이하고 싶어 힘을 모아 만든 협의체”라고 소개했다. 새로고침 협의회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조’,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등 30대가 주축이 된 노조 8곳이 모여 4일 결의식을 열었고 21일 발대식을 앞두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경사노위가 ‘MZ노조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송 위원장은 8일 민노총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MZ노조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한 데 대해 정면 반박했다. 당시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중학생 2명이 숨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제 막 노조를 시작하는 MZ세대는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사고하거나 직접 경험해 본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 문제 개입은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바꾸는 데 중요한 의제”라고 정치 파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송 위원장은 “(양 위원장은) 왜 ‘효순이 미선이 사건’만 이야기하고 ‘천안함 사건’이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언급이 없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경험이 없다고 하는데 (양 위원장은) 6·25(전쟁) 경험이 없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송 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워낙 노동조합 본질에 안 맞는 정치적인 구호를 많이 내세웠다”며 “당장 열심히 일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노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조는 어딘가에 꼭 있어야 하는 단체이지만 대중적으로 인식이 너무 안 좋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노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노조의 회계 투명성’에 대해서는 “왜 큰 이슈인지 모르겠다”며 “회계 투명성은 당연하다. 큰 규모의 노조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송 위원장은 “사기업은 기성 세대와의 성과급 분배 문제, 공기업 같은 경우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때문에 이런 노조가 생겼다”며 앞으로 공정 이슈에 집중할 것을 암시했다. 새로고침의 방향성에 공감한 SK매직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등에서는 최근 협의회 합류에 관심을 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는 18일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노조와 달리 선입견이 없고, 칸막이 없이 열려 있는 사람들이어서 신선했다”며 “본인들이 일이 있을 때마다 (경사노위와)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새로고침 협의회) 발대식에도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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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근 했지만 수당은 없다” SW업체는 64%가 포괄임금 적용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원칙인 사무직인데 월 마감 연장근무가 잦고 연장근로 수당은 못 받고 있다. 회사는 포괄임금이라 그렇다고 한다.”“연장근로시간을 한 달 33시간으로 정해 놓고 (통상임금의) 1.5배인 연장근로 수당도 안 준다. 출퇴근 기록도 안 하고 있어서 매일 1시간씩 ‘무료 노동’을 하는 셈이다.” 정부가 2일부터 운영한 온라인 포괄임금 신고센터에 들어온 익명 제보들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네이버, 넥슨, 웹젠 등 정보기술(IT)기업 노동조합 지회장과 근로자들을 만나 포괄임금제와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오남용 신고 사례들을 공개했다. 대부분 사업체가 근로계약에서 정한 것 이상의 일을 시킨다거나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초과근로 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회사가 출퇴근 기록을 조작하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전체 10곳 중 3곳 시행… ‘공짜 야근’ 양산포괄임금제란 포괄 임금 계약과 고정OT(Over Time·초과근무) 계약을 합쳐 부르는 것으로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제도가 아니라 법원 판례에 의해 형성된 뒤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임금 지급 계약 방식이다. 실제 근로시간을 따지지 않고 매월 연장, 야간, 휴일에 대한 수당을 일정한 금액으로 정해서 주거나(고정OT) 그 금액을 애초 기본임금에 합쳐 지급하는(포괄임금) 방식을 일컫는다. 원칙적으로 근로자는 ‘실제 일한 시간만큼’ 기본임금과 법정수당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애매하거나 불규칙해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거나, 근로시간대가 통상적인 경우와 다른 특수한 직종이 늘면서 포괄임금제가 확산됐다. 야간 경비직, 생산라인 근로자, 외부 영업직, IT 업계 종사자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데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13일 행사에서 넥슨 노조 지회장은 “근로시간 측정이 손쉬운 사무직 직원에게도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거나, 포괄임금을 이유로 근로시간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포괄임금을 지급한다면서 기본임금만 지급하거나 고정수당 이상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추가 수당 없이 초과근로를 시키는 일명 ‘공짜 노동’ ‘공짜 야근’이다. 2021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산업 근로자 임금 산정방식의 63.5%가 포괄임금 계약 방식으로 나타났다. 2020년 고용부는 2522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749개(29.7%)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 52시간(기본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현 근로시간 기준을 ‘기본근로 40시간+연장근로 주 평균 12시간’으로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포괄임금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1년 중 특정한 월, 분기(3개월), 반기(6개월)에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더라도 ‘주 평균 12시간’을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게끔 되면서 포괄임금제 적용 사업체 내의 ‘공짜 야근’ 우려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 위원회는 지난해 정부 12월 개편안이 나온 직후 “포괄임금제 철폐 없는 개편안 추진은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직전의 단기간 고강도 업무)의 전 산업 확대”라고 비판했다. ●“올해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원년으로”고용부는 상반기(1∼6월)에 첫 포괄임금 기획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오남용 사례 적발 및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13일 “올해를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의 원년으로 삼고 전례 없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사업체 수만 186만5536곳(2020년 기준)에 이르는 만큼 관리·감독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함과 동시에 “기업 스스로 포괄임금제에서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수당 지급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근로시간을 기록, 관리하는 시스템이 여럿 개발되고 있다. 직원들이 해당 서비스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면 주휴수당, 연장수당 등을 반영해 각 직원의 급여를 계산하고 지급까지 해준다. 사업주는 임금 및 수당 지급 기준만 정해서 미리 입력하면 된다. 노무관리시스템 ‘뉴플로이’의 김진용 대표는 “수당, 공제 조건 등 급여정책은 각 회사에 맞춰 100% 최적화가 가능하다. 주휴수당, 식대, 연장수당 등 기준을 미리 정하기만 하면 모든 급여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다음 달 포괄임금과 관련한 ‘편법적 임금지급 관행 근절대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직업과 직장의 임금 지급체계가 변화하는데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포괄임금이라는 변칙적인 제도가 운영됐다. 각 기업이 사정에 맞게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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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살림 100조 적자에도 재정준칙 미적… 지방소멸 막을 균형발전법 첫발도 못 떼

    “세제 개편 방안, 예산안 협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재정준칙에 관해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나라 살림이 3년 연속 100조 원 안팎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재정준칙 법제화는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추진하려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법안도 국회에서 해를 넘겼다.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법안들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잇달아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정부의 재정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설 때는 적자 폭을 2% 이내로 유지해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 같은 내용을 법제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자 감세’ 등 여야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연내 도입은 결국 무산됐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이미 한참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캐나다, 튀르키예를 제외한 35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나라 살림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98조 원의 적자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112조 원의 적자를 낸 이후 3년째 100조 원 안팎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 번 재정준칙 법제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방시대위원회 출범과 기회발전특구 및 교육자유특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9월 입법예고, 1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국회 논의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이 통과돼야 지역 소멸 위기 대응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들을 통합하고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라며 “수도권 집중, 인구소멸 극복 전략을 수립할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지방발전 정책들의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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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노조 ‘탈정치’ 선언에… 민노총 “MZ는 정치투쟁 경험 부족”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이 MZ세대 노조가 민노총 등을 비판하며 연대를 선언한 데 대해 “한국 사회에서 한미관계나 남북관계 등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고 의견을 내지 않으면 노동자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 위원장은 8일 서울 중구 민노총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MZ세대가 주축이 돼 구성된 청년 노조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민노총과 달리 탈(脫)정치 노선을 표방한 데 대해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총과 함께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민노총이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며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확장돼 군비를 감축하면 남는 재원을 복지, 노동자 예산으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언급하며 “MZ세대로 일컬어지는 분들은 이 같은 대중적 반미투쟁 당시 아주 어렸거나 아예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 노조를 막 시작하는 젊은 MZ분들은 이런 문제를 깊이 사고하거나 직접 경험해본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국정원과 경찰이 민노총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서는 “민노총을 마치 불온한 집단, 종북세력인 것처럼 만들고 있다”며 5월 20만 명 총궐기, 7월 대규모 총파업 등 반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정부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재정 자료는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8일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규약 가운데 일부 내용이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노동위원회에 이에 대한 시정 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규약 중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다’는 조항과 공무원노조 선거관리 규정 중 ‘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 입후보자는 그 자격을 잃는다’는 조항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포스코지회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가결했으나 금속노조가 탈퇴를 막고 되레 포스코지회 간부들을 제명했다. 이번 시정요청이 의결되면 젊은 노조원들을 주축으로 상급 단체를 탈퇴하자는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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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동강 권역 가뭄 경보… 6월초 섬진강댐 저수위 도달할 듯

    남부 지방에 현재와 같은 가뭄이 계속될 경우 6월 초면 섬진강댐이 저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저수위는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 수위로, 통상 댐 전체 수위의 5∼10%만 물이 차 있단 뜻이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섬진강댐이 저수위 위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낙동강 권역 댐 대부분은 현재 가뭄 경보도 발령된 상태다. 가뭄 경보 4단계(관심, 주의, 경계, 심각) 중 ‘관심’ 또는 ‘주의’ 단계인 합천댐과 안동댐, 임하댐, 영천댐이 6월 중 모두 ‘경계’ 단계에 진입한다. 역시 낙동강 권역인 운문댐과 금강 권역의 보령댐은 3월에 가뭄 ‘관심’ 단계, 4월에 ‘주의’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주의’ 단계에 들어서면 하천유지용수를 최대 100%까지 감량할 수 있게 되고. 경계 단계에 들어서면 농업용수 사용량을 실사용량의 20∼30% 감량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심각’ 단계에 이르면 생활·공업용수를 실사용량의 20%까지 감량 공급하게 된다. 환경부 소관 다목적댐 20곳과 용수댐 14곳 중 8곳이 이미 가뭄 단계로 관리되고 있다.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4개 댐과 낙동강 권역 4개 댐이다. 이 중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4개 댐은 이미 가뭄 ‘심각’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댐 물이 마른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여름 남부 지방에 비가 적게 내렸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연 강수량은 1141mm로 평년 대비 91%로 크게 적지 않았지만, 강수량의 남북 간 편차가 컸다. 한강 권역에 내린 비는 평년 대비 118%로 예년보다 많았던 반면 금강 80%, 낙동강 70%, 영산강과 섬진강 권역은 68%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강수량은 55%가 여름철인 6∼8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여름철 비가 적게 내리면 그다음 해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산강과 섬진강 권역 다목적댐의 저수량은 지난해 말 예년 대비 5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각 댐의 가뭄 단계별로 용수 공급량을 감량하고 가뭄이 심한 주암댐 수어댐 등 7개 댐의 경우 댐에서 공급하던 물을 하천수나 지방 상수도 물로 대체해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협업해 농업용 저수지 용수 비축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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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간 산재 인정 8명…유산은 여성만의 문제인가[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인 중에 매사에 에너지가 넘치고 일도 열심인 친구가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직장에 다니지만 힘든 내색 한 번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철인’ 혹은 ‘에너자이저’와 같은 소리를 듣던 친구였는데, 얼마 전 그런 그가 유산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임신 초기 유산이었다. 업무가 바빠 집에 와서도 늦게까지 일에 매달렸고 일 걱정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데 아무래도 그게 원인이 됐던 거 같다고 했다. “유산 휴가는 썼느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에 임신을 알리지 않았던 상태라 일반 병가를 써서 며칠 쉬었다”고 답했다. 유산이나 사산 때 임신 기간에 따라 최소 5일부터 최대 90일까지 유급 휴가를 낼 수 있다. 뒤늦게라도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유산 휴가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도 회사 사람들은 그가 유산을 했던 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11년간 유산으로 산재 신청한 여성 19명종종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아이 넷을 낳을 생각을 했느냐”고 물을 때가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건강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나는 임신과 출산을 비교적 남들보다 수월하게 한 편이었다. 만약 어느 하나라도 어렵고 고생스러웠다면 애초 다자녀를 낳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연도출산 건수유·사산 실인원수(단위: 명)201735만242910만8542201832만269110만6470201929만970510만2236202026만97059만5859202125만72029만2200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수월한 일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에만 9만2200건의 유산 혹은 사산이 일어났다고 한다. 같은 해 출생 건수가 25만 건임을 감안하면 그 해 임신 서너 건 중 한 건은 유산 혹은 사산이었던 셈이다. 그 해만 그랬던 게 아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봐도 유·사산 건수는 같은 해 출생 건수의 약 3분의 1로 비율이 비슷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유산을 했다거나 유산 휴가를 썼다는 여성을 그만큼 쉽게 볼 수 있느냐고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도 대부분 내 지인처럼 유산 사실을 쉬쉬하기 때문일 것이다. 취재 때문에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가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산업재해 보상 신청과 관련해 정부가 실시한 정책연구를 보게 됐는데, 거기 나온 수치에서도 그런 경향이 드러났다. 2010년에서 2021년까지 유산, 사산, 조산으로 산재 관련 급여를 신청한 여성 근로자를 살펴 보니 11년간 산재 보상을 신청한 여성은 모두 합쳐 단 19명에 불과했다. 한국의 15세 이상 여성 고용률은 50% 이상, 서른 살 전후 젊은 여성의 고용률은 70%에 육박한다. 한 해 동안 발생하는 10만 건에 가까운 유산 혹은 사산 중 많은 수가 일하는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산재 보상을 신청한 여성은 연간 한두 명뿐이라는 이야기였다. 반면 일반적인 산업재해 현황에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보상 신청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기준 업무상 질병으로 산재를 인정받고 요양한 사람만 1만4000명을 넘었다. 보통 취업한 여성의 유산율이 미취업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까지 감안하면 유산, 사산, 조산의 산재 신청인수는 적어도 너무 적었다. 유산·사산·조산 산재 신청 및 승인 현황표2010~20172018201920202021합계산재 신청12132119산재 승인402118●‘유산=여성 개인의 문제’…관심·연구 부족산재 신청도 적었지만, 그 중 산재를 인정 받은 사람은 더 적었다. 19명 가운데 단 8명만 최종적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1년에 한 명도 채 안되는 셈이다.흥미로운 것은 막상 인정, 불인정 사례를 비교해보니 내용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산재가 인정된 방과후아카데미 지도사의 경우 30도 이상의 고온에서 야외활동을 한 것이 유산의 주된 사유로 인정되었는데, 산재를 신청한 또 다른 음식점 여성 종사자는 고온의 환경에서 장시간 조리를 했지만 그보다는 태아의 이상이 유산의 주요인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산재를 신청한 간호사들도 대부분 장시간 근로, 야근, 주변인들과의 마찰 등 유산 위험요인이 비슷했지만 누군가는 산재 인정을 받았고 누군가는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한 연구진은 이처럼 동일한 유해 요인, 동일한 직종에 대해 다른 판정이 나온 이유가 국내에 유산에 대한 의학적 연구나 산재 인정 전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쉽게 말해 유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가 아직 부족해 제한적 지식 안에서 판단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한 판정이 이뤄졌다는 말이다. 유산에 대한 관심과 공부가 부족한 데는 유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유산은 여러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의학적 문제다. 하지만 이를 일반적인 의학적 문제로 보기보다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유산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그저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처럼 쉬쉬하기에 바쁘다. 내 지인처럼 말이다. 물론 유산과 근무환경의 인과관계를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질병이나 마찬가지다. 유산과 근무환경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긴 해도 우리 직업환경의학 역시 장시간 근로, 고정 야간 근무, 심한 육체노동과 정신적 스트레스, 트라우마는 조산 등과 연관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직장 내 모성 보호 지침이 비교적 잘 정비돼있는 유럽과 북미에서는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 화학적 환경에 대해 구체적 산재 인정 기준까지 마련해놓는 등 유산에 미치는 근무환경 요인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 유산은 가족·사회 모두의 문제유산의 원인을 찾고 그 아픔을 보듬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유산이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있다는 건 아이를 잃은 아빠도 있다는 뜻이다.누군가는 소중한 손자를, 하나뿐인 동생을 잃었을 것이다. 유산은 남녀노소 모두의 문제다. 사회의 재생산성 측면에서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저출산 예산으로 한해 40조 원 넘는 돈을 쓰지만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도 좋지만, ‘아이를 낳겠다’는 사람을 안전하게 출산까지 이를 수 있게 돕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전체 출산 건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유산 건수를 줄인다면 출생아 수가 소폭이나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여성 근로자의 모성보호를 위한 제도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비율의 유산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다는 것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혼, 노산이 늘면서 ‘습관성 유산’을 겪는 여성들도 늘어나는 등 새로운 위험요인도 커지고 있어 전체 출산 중 유산의 비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산을 더이상 개인의 문제, 아픔으로만 여기지 말고 발생 원인과 방지 대책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기자 image@donga.com}

    • 202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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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맑고 포근한 입춘…5일 대보름엔 ‘미니문’ 뜬다

    입춘(立春)과 정월대보름이 함께 있는 이번 주말에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하늘도 맑아 5일 정월대보름 밤에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기상청은 주말인 4일과 5일 한낮동안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것이라 밝혔다. 입춘은 24절기 중 봄의 시작을 알린다. 입춘인 4일 아침기온은 서울 영하 5도, 대전 영하 6도, 대구와 광주 영하 3도 등으로 다소 낮을 예정이다. 한파특보가 발효된 경기북동부와 강원, 경북 내륙에선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곳도 있겠다. 하지만 갈수록 기온이 올라 한낮에는 기온이 3도에서 9도 사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5일에도 전국 아침기온은 영하 10도에서 0도 사이로 낮지만, 한낮기온은 5도에서 11도 사이로 전날보다 더 높겠다. 중국 산둥반도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는 대체로 맑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월대보름인 5일 밤 전국에서 달맞이가 가능하겠다. 정월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지식정보에 따르면 이날 서울 기준으로 달이 뜨는 시각은 오후 5시 12분, 달이 가장 높이 위치하는 시각은 자정인 밤 12시다. 강원 강릉에서는 오후 5시 13분, 대구와 부산에서는 오후 5시 19분 달이 뜬다. 올해는 4년 만에 전국 곳곳에서 대면 달맞이 행사가 열리면서 많은 인파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은 3일 올해 정월대보름 달이 올해 뜨는 보름달 가운데 가장 작을 것이라 밝혔다. 8월 30일에 뜰 ‘슈퍼문’과 비교해 지름은 12%, 면적은 23% 정도 작다. 보름달의 크기가 달라지는 것은 지구와의 거리 차이 때문이다. 한편 강원 영동과 전남 동부, 경상권에는 건조 특보가 발효된 상태다. 바람도 약간 강하게 불 예정이다. 기상청은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나들이객들에게 화재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4일 경기 남부와 충남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됐다. 5일에도 수도권과 충남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을 전망이다. 6일부터는 고기압이 동쪽으로 물러나면서 전남과 제주에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7일에는 경남 지역에 비가, 강원 영동 지역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온은 아침기온 영하 5도에서 6도 사이, 한낮기온은 5도에서 12도 사이로 평년보다 조금 높을 것으로 예보됐다. 이 기간 평년 기온은 아침 영하 8도에서 영상 2도, 한낮 3도에서 10도 사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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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급여 받는 고령층, 9년새 2배로 늘었다

    최근 9년간 실업급여를 받은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2배 이상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와중에 노년에도 은퇴하지 못하고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 뒤면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대책과 사회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퇴 못 하고 계약직 전전하는 고령층 늘어 2일 동아일보가 분석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 중 60대 이상은 39만7000명(24.3%)으로 나타났다. 9년 전인 2013년에는 114만7000명 중 12만7000명(11.1%)이 60세 이상이었다. 비율은 2배 이상으로, 수급자 수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고령 인구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2022년 60세 이상 인구는 873만7654명에서 1348만5327명으로 5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6·25전쟁 이후인 1955∼1963년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이 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한 것. 자연스레 ‘고령 노동 인구’도 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노인 수도 늘었다. 고령 인구 증가 못지않게 노동시장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49세를 전후해 직장에서 퇴직한 고령자 대다수가 계약직을 전전하는 게 우리 노동 시장의 구조”라며 “이들의 취업 기간이 길지 않고 실직도 자주 해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령 인구가 1.5배로 늘어나는 사이 고령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근로자 중 임시-일용직 비율은 17.4%인데 55세 이상으로 가면 그 비율이 27.8%로 뛴다. 나이가 들수록 ‘단타성 일자리’ 종사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실업급여의 고질적 문제인 ‘반복 수급’ 역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고용부가 지난해 실업급여를 3회 이상 타낸 수급자들을 조사해보니 3명 중 1명(35%)이 60세 이상이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앞으로 고령층이 고용 시장에 더 많이 들어오고 실업급여 수급자도 늘어나면 고용 보험의 재정적 위기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기금의 지난 5년간 누적 적자는 약 16조 원대로 추산된다. ●정부, 계속 고용 논의… 전문가 “일자리 마련이 해법”정부는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65세 이후에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 교수는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취업 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보다 장기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직업 능력 개발 기회와 유인을 높여 보다 양질의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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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2㎝ 이상 훈남’ ‘주방 이모’… 성차별·채용광고땐 벌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부터 한 달간 주요 취업 포탈에 올라온 구인광고 1만4000개를 모니터링 한 결과 성차별적인 모집·채용 광고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소 924개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 중 811개소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고용부는 1일 ‘2022년도 모집·채용상 성차별 모니터링 및 조치 결과’를 발표했다. 924개 업소 가운데 아르바이트(단시간근로자) 모집 업체가 가장 많아 전체의 78.4%를 차지했다. 직종은 서비스직, 무역·유통, 교육, 생산·제조, 영업·상담 등 전 분야에 걸쳐있었다. 고용부가 찾아낸 사례를 보면 ‘남자 사원모집’, ‘여자 모집’과 같이 특정 성에만 모집·채용 기회를 주거나 ‘여성 우대’, ‘남성 우대’처럼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성을 우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방(남), 홀(여)’와 같이 직종·직무별로 남녀를 분리해 모집한 곳도 있었다. ‘키 172cm 이상 훈훈한 외모의 남성’과 같이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 등 신체적 조건 요구한 업체도 적발됐다. ‘라벨 부착 포장 업무’에 직원을 모집하면서 ‘남 11만 원, 여 9만7000원’과 같이 성별에 따라 임금을 달리 제시한 업체도 있었다. 한 업체는 주방 도우미를 모집하며 ‘주방 이모’라는 특정 성을 지목하는 표현을 썼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미혼 등의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는 것도 불법이다. 위반 시에는 최대 50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고용부는 2020년에도 서면경고 받았으나 다시 성차별적 구인 광고를 한 사업주(1개소)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서면경고 또는 시정조치를 받은 사업주가 재차 적발되면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모집기간이 지난 577개소에는 추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면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아직 모집기간이 남은 업체 233개소에는 광고 문구를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고용부는 올해부터 성차별 모집·채용 광고 모니터링 횟수를 연 1회에서 2회(4~10월)로 늘린다. 모니터링 대상도 1만4000개에서 2만 개로 확대한다. 구직자가 성차별 광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www.moel.go.kr)에 신고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여 구제를 받는 방법도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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