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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해병대에 입대한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29·사진)이 신병훈련 과정에서 발군의 사격 실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해병대 출신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7일 공개한 해병대사령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빈은 훈련 4주차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된 주·야간 개인화기사격 프로그램에서 20점 만점을 받았다. 현빈은 주간 사격훈련에서 20발 중 19발을 표적에 명중시켰다. 또 야간 사격훈련에서는 10발 모두를 맞혔다. 군에 따르면 소총수가 주간 사격에서 18발 이상, 야간 사격에서 9발 이상을 맞히면 특등사수로 불린다.현빈은 2주차(지난달 14∼19일) 훈련에서는 화생방훈련, 전투병 생존법 과정을 거쳤고, 3주차(지난달 21∼26일)에는 공수기초훈련과 참호·격투봉훈련, 전투수영을 이수했다. 그는 현재 5주차(4∼9일) 유격기초훈련과 수류탄투척훈련, 군사기초훈련 등을 받고 있다.현빈은 이른바 ‘극기(克己)주’인 다음 주에는 무장행군, 야전숙영, 화생방훈련을 받고 22일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받는 신병교육대 수료식을 갖고 근무 부대에 배치될 예정이다.한편 국방부 홍보지원대는 현빈을 ‘연예병사(홍보지원대원)’로 차출하겠다는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해병대사령부가 밝혔다. 해병대 측은 “현빈이 근무할 부대는 8일 결정된다”며 “공개 전산 배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현빈이 어디에서 근무할지 예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민주당이 4·27 재·보선을 앞두고 소속 지방의원들이 잇따라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는 바람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5일 주민센터 동장에게 반말과 폭언을 한 당 소속 서울시의원은 지역구가 중구다. 중구는 이번에 구청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이다.여기에 당 소속 경기 용인시의회 A 의원이 4일 용인시 죽전동의 한아웃렛 매장에서 스카프를 훔치다 적발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는 일까지 겹치자 당직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민주당은 6일 진상 파악과 조기 진화에 나섰다. 차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소속 시의원들이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1. 영남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A 의원은 지역을 찾을 때면 술로 자주 인사불성이 된다. 의정보고회나 각종 행사에서 주민들이 주는 술을 거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A 의원은 “안 마시면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과거 직장생활을 할 때는 ‘말술’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솔직히 힘들다. ‘술상무’나 하려고 국회의원이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2. 호남 지역구의 B 의원은 거의 매일 지역 주민들에게 취업 부탁을 받는다. B 의원은 “연간 200명 정도가 부탁한다. 그나마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지인이 많아서 최대한 노력하는데, 성사 확률은 잘해야 10% 정도다. 국회의원이 취업 대행업체도 아니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당 C 의원은 “정원이 이미 꽉 찬 학원강좌를 듣고 싶다며 넣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 안 챙기니 당원까지 등 돌려” 18일 전남 담양군 봉산면 대추1리 마을회관. 정모 씨(57)는 민주당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에게 “모정(茅亭·쉴 수 있는 정자)이 하나 더 필요하다”면서 “용지를 포함해 2억 원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군에서 용지까지 사준 사례는 없다. 또 국회의원의 몫이 아니고 군수가 해야 하는 일이니, 군수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날 30분 간격으로 10개 마을을 돌았다. 김 의원은 “마을 100곳을 돌면 숙제(민원) 200∼300개가 쌓인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양천구 신월2동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의 지역구 사무실. 김 의원은 이날 하루 접수한 부당해고 철회, 부부싸움 해결, 지역 동호회 임원진 갈등 해소 등 민원 37건의 처리 방안을 짜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매달 두 차례 구의원과 함께 ‘민원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 2주 안에 민원처리 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려준다. 그는 지난해 6월 한나라당이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의정활동과 지역활동의 비중을 8 대 2에서 3 대 7로 바꿨다. 김 의원 측은 “중앙에서 활동하면서 지역은 소홀히 한다며 당원들까지 등을 돌리는 것 같아 활동무대를 확 틀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화 양천구 의원도 “유권자는 중앙에서만 활동하는 국회의원을 원치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김용태 의원이 요즘 지역구 활동은 잘하는지 몰라도 상임위 활동은 뜸해진 것 같다. 우리가 과연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의원인지 동네 민원 챙기는 게 주 업무인 군의원인지 헷갈린다”며 허탈해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지역유지라는 사람들은 특히 자기과시가 심하다. 의원이 자주 찾지 않거나 전화를 하지 않으면 갖가지 험담을 하는 통에 수시로 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지역주의가 더 심각 여러 시군이 하나의 선거구를 이루는 복합선거구에서는 후보자가 어느 곳 출신이냐에 따라 선거에서 당락이 좌우될 때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이 소(小)지역주의에 따라 자기 동네 출신 후보자를 찍기 때문. 그러나 영남 지역구의 한 의원은 “출신지역만 챙긴다는 소문이 날까 봐 의도적으로 다른 지역을 더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부안 출신인 민주당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은 “고창과 부안에 행사가 동시에 있으면 저는 고창으로 가고 아내는 부안으로 간다”며 “지역구가 3개인 군이 아닌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무안 출신의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무안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당선됐다”면서 “신안을 의도적으로 더 챙길 수밖에 없다 보니 무안에서는 ‘신안만 더 챙기느냐’는 원망이 많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두 지역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유권자도 변해야 한다” 취재진이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국회의원이 동네 민원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오히려 “좀 더 들어주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천구 신월6동 주민 김모 씨(31)는 “동네 민원을 국회의원에게 해결하라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담양군 봉산면 와우3리 추모 씨(54)는 “국회의원이 지역구 활동에만 매달리면 상대적으로 의정활동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됐지만 지역의 좁은 이익을 대표하는 게 아니다”라며 “국회의원이 동네 민원의 포로가 돼 있는 한 국회 정상화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관청의 문턱이 높았으나 많은 부분이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시민들도 이젠 문제해결을 위해 국회의원을 찾기보다는 각종 민원 해결 경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선진국의 의정활동은 ▼美-佛 의원들, 주중엔 의사당 주말엔 지역구 전념워싱턴의 미 의회의사당은 매주 금요일만 되면 텅텅 빈다. 의원들은 금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지역구로 가 월요일 저녁에 워싱턴으로 돌아온다.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역구 활동을 배려하기 위해 월요일에는 의회 일정이나 관련 행사가 없다. 그 대신 주중에는 철저하게 의사당을 지킨다. 2년마다 의원을 뽑는 하원의 경우 당선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위해 지역구 활동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지역구 활동은 민감한 이슈다. 중앙당이 공천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지역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후보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구를 등한시하기가 어렵다. 의원들의 모금행사도 대개 주말 지역구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결혼식이나 상가(喪家)를 주로 찾는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타운홀 미팅은 자신의 의정활동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특정 법안에 찬성한 이유와 반대한 이유를 소상하게 보고하는 자리다. 특히 정부 예산을 얼마나 따왔는지, 어떤 사업에 집중적으로 배정할 것인지는 주민들의 큰 관심사다. 일본 선거에서는 전통적으로 정당 대표 등 유력자의 바람몰이에 의존하는 고공 플레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철저하게 지역구를 누비며 밑바닥을 훑는 선거방식으로 바꾼 인물이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2009년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 140여 명의 자파 의원에게 “당분간 도쿄에 얼씬거리지도 말고 지역구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엄명할 정도로 지역밀착형 지역구 관리를 강조한다. 특히 세습의원 중에선 2, 3대에 걸쳐 수십 년간 충성도 높은 유권자를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프랑스 하원 의원도 주중에는 파리에 있다가 주말에 지역구에 가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다. 미국 의원들처럼 매주 금요일에 지역구로 가 월요일에 돌아온다. 월요일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의회가 열리지 않는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진보신당이 27일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에 대해 반대 방침을 확정했다. 진보신당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1 정기 당대회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하는 내용의 ‘새로운 진보신당 건설을 위한 실천계획’ 수정안을 재석 대의원 345명 중 찬성 211명으로 통과시켰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앞으로 진보정당 통합 추진 과정에서 대북 노선투쟁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권,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 … “악의 무리들, 탐욕의 무리들을 반드시 소탕하러 나아가자.”(2010년 12월 26, 30일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당 행사에서 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해 정부·여당을 비난하며) “물러서지 마라 (총알을) 재장전하라(Don’t Retreat, instead reload).”(2010년 3월 23일 세라 페일린 전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자신의 트위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건강보험 개혁 정책을 공격하며) 한국의 천 최고위원과 미국의 페일린 전 부통령후보는 지난해 각각 독설로 정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두 사람의 발언을 놓고 한국과 미국 정치권이 보이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 독설 반성한 미국정치, 수위 더 높인 한국정치올해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6명이 죽고 민주당 개브리엘 기퍼즈 하원의원이 중상을 입었다. 페일린 전 후보 측은 기퍼즈 의원 등 건강보험개혁법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 20명을 비난하며 이들의 지역구에 사격과녁판 같은 십자선을 표시한 지도를 인터넷에 올렸다. 그런 가운데 기퍼즈 의원이 총격을 받게 되자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어가 폭력과 참사로 이어졌다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비등했고, 페일린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피해자 격인 민주당 소속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서로 공격하거나 비난해선 안 되며 희망과 꿈을 모으는 계기로 삼자”며 단합과 자제를 호소했다. 천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이 ‘패륜아’, ‘인격 파탄자’라고 독설로 맞서고 민주당에선 지도부가 나서 천 최고위원을 옹호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 정치권에서는 ‘과격한 정치언어’를 순화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 예로 일자리를 없앤다는 ‘잡 킬링(job killing)’이라는 표현을 자제한 것이다.반면 천 최고위원의 독설은 여전하다. 그는 23일에도 “이명박 정권은 지금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아랍 독재자들의 말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세계가 중동의 민주화 열풍이 최악의 독재정권인 ‘김정일 정권’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 대신 대한민국 정부를 ‘말로를 조심해야 할 독재정권’으로 지칭한 것이다.한국정치에서 정치인들의 독설은 때와 장소,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독설 전파의 주요 채널이 되고 있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명박 정권은 시장의 나쁜 점과 국가의 나쁜 점이 잘못 교배돼 탄생한 유전자 조작 실패작”이라는 글을 올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우리 정치권은 누구 하나가 독설정치로 죽어나가도 과연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독재자’ ‘막가파’ ‘거짓말의 달인’… 대변인들 논평 뜯어보니 동아일보가 서강대 이현우 교수(정치외교학과)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나라당과 민주당 대변인의 논평 182개와 274개를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당 대변인의 논평은 자기 당의 정책과 주장을 알리는 수단이 아니라 상대 당을 공격하는 정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간의 한나라당 논평 중 민주당을 겨냥한 논평은 97개(53.3%)였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겨냥한 논평이 236개(86.1%)나 됐다. 이 가운데 69건(25.2%)은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단어 빈도수를 보면 274개의 논평에 ‘이명박’이 들어간 단어가 298번 나와 단일명사 중 1위를 차지했다. ‘MB’가 들어간 단어도 13번 나왔다. 또 ‘독재’라는 표현이 23번 등장한다.민주당의 지난해 12월 8일 논평은 ‘독재자 이명박의 탄생을 알리는’, ‘독재자 이명박은 북한과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은 국민의 자존심에 총을 쐈다’며 대통령 호칭조차 붙이지 않았다.한나라당 논평에서는 ‘(정치·억지) 공세’가 60번 등장했다. 막가파·막장이라는 표현도 12번 나왔다. 한나라당 논평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리·거짓말 정치인’, ‘구제불능’, ‘거짓말의 달인’으로 표현하는 등 독하기는 민주당에 뒤지지 않았다.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인 이미영 유어커뮤니케이션컨설팅 원장은 “품위는커녕 어법도 틀린 논평이 많다”며 “올해 1월 6일 민주당 논평의 경우 ‘정말 웃기는 대통령’, ‘봉숭아 학당도 아니고’ 같은 과격·비하 표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12일 한나라당 논평에서도 ‘희화화시키다(희화화하다)’ 같은 틀린 어법이 사용됐다는 것.○ 네이밍과 프레임의 정치한 야당 의원은 논평을 내기 전에 “하루 내내 인터넷에서 눈에 띄는 말, 더 자극적인 말을 찾아 헤맨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다른 의원도 “맹자와 논어를 (논평에) 아무리 인용해도 신문에 한 줄 나지 않았는데, (TV 드라마에 나온) ‘그게 최선입니까’ 한마디를 흉내 내니까 바로 ‘떴다’”고 털어놨다.여야 할 것 없이 선뜻 이해하기조차 힘든 복잡한 세제와 복지 정책 문제를 한 단어로 네이밍(이름 붙이기)하고 상대방에 낙인(딱지)을 붙여 프레임 속에 가두는 일도 흔하다. 당 지도부가 의원들을 부추기는 경우도 많다. ‘MB악법’, ‘부자감세’, ‘4(死)대강 사업’ ‘부자급식’ ‘공짜 시리즈’ 등 난무하는 조어 속에 진지한 정책경쟁은 실종되고 공허한 ‘이미지 정치’만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강대 이 교수는 “여야가 상대를 선의의 경쟁적인 동반자로 보지 않고 적으로 보는 정치 풍토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를 ‘상대방이 불리해야 우리가 유리해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대결 구도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해 공멸을 재촉할 수 있다”면서 “최소한 의회 안에서만이라도 절제된 용어를 쓰고 품격 있는 행동을 보일 수 있도록 정치언어의 레드라인(금지선)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비방-조롱 싫지만 독해질 수밖에 없는 자리” ▼‘독설공작소’ 대변인실 변명 “이번 날치기 처리 때 국회에 을사오적(乙巳五賊)에 필적할 만한 병인오적(丙寅五賊)이 등장했다. 병인오적은 국회의 사망을 앞당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치생명을 끊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지난해 12월 12일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전 원내대변인의 막가파식 논평은 정치의 금도를 넘어선 저질스러운 언어공해에 지나지 않아 민주당이 과연 이성이 존재하는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공당인지 길거리 단체인지 헷갈리게 한다.”(같은 날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 8일 새해 예산안을 강행처리한 데 대해 여야 대변인 사이에 주고받은 핑퐁식 공방이다. 이렇듯 대변인실을 통해 생산된 정당들의 논평들은 ‘누가 더 자극적인가’를 경쟁하듯 할 때가 많다.현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2명의 대변인과 2명의 원내대변인을 각각 두고 있다. 부대변인단까지 포함하면 20∼30명씩이나 되는 대변인단을 운영하고 있다.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야당 대변인의 유일한 무기는 말”이라며 “논평 강도가 약하면 일부 당원이 ‘여당 대변인’이냐고 항의하기 때문에 수위를 낮추고 싶어도 뜻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대변인들은 당 대표를 대리해 이전투구를 벌이기도 한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2일 “중동의 민주화 물결을 빙자해 북한의 민주주의를 거론한다면 이는 낡은 이념”이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겨냥해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헛소리도 이 정도면 중증”이라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이에 “손 대표 발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은데 오해가 있다면 한 수 가르쳐줄 용의는 있다”고 되받았다.여야 대변인들도 대변인실이 ‘독설공작소’란 소리를 들을 만큼 정치 갈등을 증폭시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조해진 전 한나라당 대변인은 “야당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비방, 폄하, 조롱, 약올리는 것은 못하고, 하기도 싫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험한 말은 무엇보다 ‘독설을 권하는’ 정당구조 탓이라는 것이 대변인들의 대체적인 변명이다. 한국식 대변인제는 외국에서는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선거기간에만 한시적으로 대변인을 두고 평상시엔 의원 개인이 독립적으로 언론과 직접 접촉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의 정당들처럼 대변인을 따로 두지 말고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이 직접 브리핑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한나라당 김성회(경기 화성갑), 민주당 강기정(광주 북), 그리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경남 사천). 18대 국회 들어 2008년 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해머 국회’를 연출한 민주당 문학진 의원(경기 하남) 이후 또 한 번 의사당을 ‘이종격투기장’으로 변질시킨 폭력 국회의 주역들이다. 김성회, 강기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폭력을 주고받았다. 이에 앞서 강 의원은 2009년 7월 국회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도 의석 위를 날아다니는 소동을 벌였다. 강기갑 의원은 2009년 1월 여당의 법안 처리에 항의하며 박계동 당시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공중 부양’을 하고 집기를 파손했다. 말 바꾸기가 잦은 여의도에서는 망각의 속도도 빨라서 이들의 폭력도 한때의 활극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김성회, 강기정 의원은 3월 7일 ‘목욕당’이라는 친선 모임의 만찬에서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이 달랐다”며 서로 팔을 감고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3명의 지역구 주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들이 세 국회의원의 지역구를 직접 찾아 1박 2일 동안 유권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아, 커널(Colonel·대령) 김요? 아는 사람들끼린 그 사건 이후 종종 그렇게 불러요.”16일 오후 경기 화성시 향남읍의 한 다방. 공인중개업자 J 씨는 ‘이 지역 국회의원인 김성회 의원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른쪽 주먹을 앞으로 쭉 뻗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예비역 대령이다. J 씨는 “지난해 예산안 처리 때 주먹 솜씨를 보여준 뒤 김 의원과 함께 동네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후 화성이 부정적인 측면에서 언론에 그렇게 자주 다뤄진 건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동아일보가 16, 17일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의외로 지역구 의원들이 관련된 폭력사태를 비교적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네 망신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 “우리 동네를 홍어×으로 아는가?”J 씨가 “화성 민심 하면 이분”이라며 소개해 준 K 씨는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화성으로 내려와 30년째 사업을 하는 이른바 ‘지역 유지’다. K 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한나라당은 그런 사람을 공천하고, 그 사람은 또 그런 짓을 하는 걸 보니 화성을 홍어×으로 아는 모양이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폭력이 일상화돼 면역이 생긴 듯한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김 의원이 폭력사건 이후 지역민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길 건너 24시간 편의점에서 만난 주부 B 씨는 “애들 교육에도 안 좋은 일 아닌가. 내년 총선까지 잘 기억해 두겠다”고 했다.비슷한 시간 강기정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구 내 중앙동 서방시장. 시민단체 간부인 Y 씨는 “강 의원이 17대 국회에서도 싸웠기에 싸우지 말라고 했고 본인도 약속했다. 그런데 또 그렇게 싸우더라. 이건 기본적인 자질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장 인근 길거리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S 씨는 “광주도 먹고살려면 어찌됐든 예산안은 통과됐어야 했다”며 “호남이 민주당 일색이다 보니 당선만 되면 자기네들 마음대로 해도 되는 줄 알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17일 오후 경남 사천공항 인근 택시 안. 50대의 택시운전사 L 씨는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L 씨는 “폭력사태 직후에는 강 의원이 하도 민주당 돕는 일을 해서 민주당이 강 의원을 수입해 간다는 농담도 나왔다”고 전했다. 사천관광호텔에서 만난 직장인 Y 씨는 “공중부양한 게 사천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었느냐. 동네 망신만 시킨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싸운다고 동네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3곳의 지역 주민들은 한결같이 “폭력사태까지 벌여놓고 지역주민들의 살림이 나아진 게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화성에서 만난 J 씨는 “폭력 사태로 당에서 보상을 받았다면 지역에 무슨 기여를 하든지…”라며 말을 흐렸다.실제로 화성시는 향남제2택지, 황해경제자유구역 등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주요 사업의 진척이 더뎌 실제 이뤄진 것은 많지 않고 지역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금도 폭등해 향남읍 일대 전용면적 84m² 크기의 아파트는 2년 전 6000만 원에서 요즘은 1억5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최근에는 구제역까지 겹쳤다.광주는 북구를 비롯해 시내 전체가 2005년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겨간 뒤 경기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천도 국도 3호선 확장공사가 당초 일정보다 한참 늦은 8년 만에 최근 간신히 마무리됐을 정도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삼천포 중앙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할머니 C 씨는 “우리 동네 의원님이 자꾸 (하늘을) 날아다니고 재판받고 한다는데 물가도 자꾸 하늘로 치솟는다. 힘들어서 그냥 팍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힘없이 말했다. 광주 서방시장에서 만난 60대 주부 K 씨는 텅 비다시피 한 장바구니를 보여주며 “물가가 무섭게 오르는데 힘을 쓰려면 물가 잡는 데 힘을 써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17일 오전 화성 발안시장에서 다시 만난 K 씨는 “오늘이 오랜만에 동네 잔칫날”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향남읍에 대형마트가 문을 여는 날이기 때문. 마침 김 의원 사무실 바로 건너편이다. K 씨는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무슨 정치철학 같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4년간 세금으로 자기들을 밀어주는 주민들을 위해 최소한의 역할만이라도 해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저런 것을 좀 끌어와 편안히 먹고살 환경만이라도 갖춰주면 고맙겠다”면서 마트 개관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을 손으로 가리켰다.화성=이승헌 기자 ddr@donga.com광주=이유종 기자 pen@donga.com사천=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치가 그렇지 뭐… 안싸운적 있나” 체념-동정론도 ▼지역구 3곳에서 만난 유권자 가운데는 어쩔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며 동정론을 내비치는 사람도 있었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화성시 발안시장 내 약국에서 만난 주부 D 씨는 “한국 정치가 언제 안 싸운 적 있었느냐. 김성회 의원이 운이 없어 언론에 유달리 부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향남읍 대형마트에서 만난 판매원 S 씨는 “야당이 예산안 처리를 무조건 막는데 계속 기다릴 수만도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김 의원을 거들었다.광주 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M 씨는 “한나라당이 자주 날치기를 하니까 강기정 의원이라도 나서서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폭력은 문제지만 책임을 묻자면 여야 쌍방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주부 U 씨도 “그렇게라도 막아야 다음에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안 할 것 아니냐”며 강 의원을 옹호했다.사천시 사남농공단지 인근에서 만난 주부 K 씨는 “강기갑 의원이 공중부양을 했다고 희화화됐지만 소수의 힘으로 옳지 않은 일을 막으려면 그런 방법도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폭력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간부인 L 씨는 “강기갑 의원 사건으로 사천이라는 조그만 동네의 브랜드가 알려지는 효과도 있지 않았느냐”며 웃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협상의 정치’ 명패에 얻어맞고 해머에 부서졌다 ▼ 폭력 갈수록 늘고 강도 세져… 이만섭前의장 “지도부도 문제”국회폭력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서로 당론이 맞부딪칠 때면 종종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을 빚어왔다. 1990년 7월 방송법, 한국방송공사법 등의 국회 문화공보위원회 상정을 놓고 당시 민주자유당 최재욱 의원이 평화민주당 김영진 의원에게 “넌 뭐야, 이 ××야”라고 욕했다가 화가 난 김 의원이 던진 위원장 명패에 입술을 맞아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여당이 새해 정부 예산안을 강행처리할 때마다 야당은 연례행사처럼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을 부수며 폭력을 행사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야당이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다 보니 여당이 상대적으로 크게 반발하지 않았고 대규모 폭력 사태로 번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들어 민주화 바람을 타고 운동권 출신을 비롯해 젊은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들어오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폭력의 빈도와 강도가 오히려 강해졌다. 1996년 9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국정감사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 간사가 협의를 하던 중 자유민주연합 정우택 의원이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새정치국민회의 방용석 의원의 오른쪽 이마를 유리컵으로 3차례 때려 상처를 입혔다.최근에는 여성 의원들까지 폭력사태에 등장하고 해머, 전기톱 등의 ‘연장’ 사용도 잦아지고 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2008년 12월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막겠다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비서실 출입문을 해머로 내리쳤다.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하기 위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출입문을 봉쇄하자 민주당은 배척(일명 빠루)과 전기톱을 동원해 문을 부쉈고 양측은 격렬하게 충돌했다.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여야 사이에 물밑 대화나 협상이 있어서 정치가 살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의원들의 기본 자질이 가장 큰 문제이고, 나아가 정당 지도자들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한나라당 차명진 윤상현 의원은 2008년 8월 당 소속 국회의원 당선자 연찬회 뒤풀이 모임에서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 차기 대선후보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김문수 직계인 차 의원이 갑자기 “김문수 만세”를 외쳤다. 당시 대표였던 정몽준 직계로 분류되던 윤 의원이 “정 의원이 더 낫다”고 반박하자 차 의원이 윤 의원을 손으로 밀친 것. 주변의 만류로 이 사건은 더는 커지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있던 국회 본회의장. 박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영일대군’ ‘만사형통’이라 칭하며 정계 은퇴를 요구하자 이 의원과 같은 지역(경북 포항)의 이병석 의원은 “당신이 뭘 알아. 당장 내려와”라며 득달같이 나섰다. 이은재 의원은 “특사범으로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이…. 당신이 먼저 은퇴하라”라고 고함을 쳤다. 장제원 의원은 삿대질을 하며 “왜 인신공격을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고 소리친 뒤 퇴장했다. 모두 ‘SD(이상득)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었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유력 정치인을 정점으로 엄격한 서열과 상하관계가 성립된다. ‘보스’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아바타(분신)’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들은 보스의 의중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고, 때로는 보스의 뜻을 잘못 짚어 낭패를 보기도 한다.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손학규 대표의 4·27 경기 성남시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손 대표 특보단 간사인 그는 “제1야당 대표를 흔들고 사지(死地)로 등을 떠민다는 것이 정치도의상 타당한 일이냐. 이것이 당을 위한 충정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 소식을 들은 손 대표는 “나를 비겁한 사람으로 만드는구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군(主君)을 위한 충정’이 지나쳐 되레 손 대표를 곤란하게 만든 셈이다. 주군을 수차례 바꾼 의원들도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2002년 정몽준 의원이 창당한 ‘국민통합21’에 합류했다가 17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원내 진입한 뒤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는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고 최근에는 다시 정몽준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에는 ‘중립’을 표방하지만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 ‘중립’으로 분류되기를 희망해 온 영남의 L 의원은 최근 ‘나는 친박계’라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중립을 표방해 온 서울의 K 의원은 사실상 친박계로 처신하고 있다는 뒷말을 듣고 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 18대 국회는 2008년 출범 첫해부터 ‘망치국회’라는 오명(汚名)까지 들으며 폭력국회의 적나라한 몰골을 드러낸 이래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국민을 걱정하게 만드는 국회’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봇물 터지듯 했던 ‘정치개혁’ 구호는 오간 데 없고 자신들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정치자금 수입과 세비, 각종 수당 등을 늘리는 데만 열심이다. 거대 노조의 영향력이 영국의 발전을 막아 고비용과 저효율의 상징인 ‘영국병(英國病)’을 낳았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정치가 바로 ‘한국병(韓國病)’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여의도는 이제 세계 10위권 경제에 걸림돌 노릇을 하는 ‘그들만의 고립된 섬’이 돼버렸다. 동아일보는 5회에 걸쳐 2011년 한국정치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무능 정치’ ‘비효율 정치’의 진원을 파헤치고 그 대안을 모색해본다. 》 그는 촉망받던 인권변호사였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흔히 말하는 ‘KS마크’다. 대학시절엔 학생운동을 하다가 요시찰 인물이 돼 강제징집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30회)에 합격한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으로 각종 시국사건의 변론을 도맡으며 이름을 날렸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의 한 획을 그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라는 타이틀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 얘기다. 그는 16대 총선에서 원내 진출한 이래 내리 3선을 했다. 초선의원 시절 스마트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유연한 성품 때문에 당시 탈레반이라 불린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그룹과 비교되곤 했다. 한 386 인사는 “당시 이 의원이 민주당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것을 의심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는 ‘좌충우돌’의 대명사가 됐다. 2008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명박의 졸개”라고 막말을 퍼부어 국감 파행을 불렀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을 맡아서는 조정과 타협보다는 갈등과 싸움을 확산시켰다는 소리를 들었다. 결국 교과위는 회의조차 열지 않는 18대 국회 최고 ‘불량상임위’로 낙인찍혔다. 당시 이 의원은 “수적 우위에 있는 여당에 맞서 위원장이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조차 “이 의원이 ‘진보의 기수’로 튀고 싶은 마음에 돌출행동을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이 의원이 한건주의에 빠지고 막말정치를 하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너무 병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당론과 계파에 주눅 든 ‘한때의 엘리트’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이 권력을 남용하는 동안 국민을 뜬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많은 문제가 길가에 쌓여 간다”고 했다. 이 말을 남긴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이 아니라 쌓아 놓는 적치장이 되고 있다. 2009년 2월 국회에서 열린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여당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현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그는 비록 초선이었지만 미국 하버드대를 나와 헤럴드미디어 사장을 지냈고 밀리언셀러 ‘7막7장’의 주인공이었다. 홍 의원은 “국방부 장관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이 통일부 장관이 돼선 안 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한 중진 의원은 그에게 “공부도 많이 하고 소신도 강한 당의 재목(材木)”이라고 치켜세우더니 40여 분 동안 ‘소신만 앞세우다 망가진 선배들’의 사례를 줄줄이 들려줬다. 사법시험 최연소 합격, 행정고시 수석 합격, 외무고시 차석 합격의 ‘고시 3관왕’으로 유명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 대한민국의 최고 수재로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누구보다 인지도가 높지만 여의도 정치에선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2009년 당내 원내대표 선거에서 낙선한 모 의원을 지원했다가 당직에서 배제됐던 쓰디쓴 경험도 ‘관망’의 한 이유다. 그는 “국회에 들어와 지난 3년간 정치는 절대적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재선이 되고 삼선이 되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자위했다. 하지만 선수가 올라간다고 게임의 룰이 바뀔까. 지난달 7일 오후 국회에선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10여 명이 머리를 맞댔다. 다음 날 개헌 논의를 위해 열리는 의원총회에 앞서 입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각자 중점적으로 전개해야 할 논리까지 분담했다. 이날 한 의원은 “무슨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각자의 의견까지 정해야 하느냐”며 혀를 찼다.○ 지역 앞엔 ‘대쪽’도 없다 계파보다 의원들을 움직이는 더 강력한 힘은 지역이다. 이달 말 입지 선정을 앞둔 동남권 신공항 논쟁은 단적인 예다. 부산 가덕도가 최적이라는 부산 의원들과 경남 밀양이 최선이라는 대구·경북·경남 의원들의 비난전은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부산 영도구가 지역구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주장하며 스스로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말한 것도 지역주의의 파괴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인 가운데 누구보다 소신 발언을 하는 이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다.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 가운데 종교를 정면으로 비판한 거의 유일한 정치 지도자다. 이런 점 때문에 소신 있는 원로 정치인으로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내며 ‘대쪽’ 이미지로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 지역주의와 계파, 금권선거로 상징되는 ‘3김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하며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정치권에 몸담으며 ‘차떼기 당’, ‘제왕적 총재’라는 오명 속에 정치인으로서의 1막을 마감했다. 이어 자신이 맞서 싸우려 했던 지역주의에 기대 충청의 맹주로 지역당을 만들어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각종 현안에 누구보다 공정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나 세종시 등 지역 현안이 떠오르면 지역 정치인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유다. 한 초선의원의 말이다. “무한한 소신과 약간의 계산으로 정치권에서 성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난 3년, 남은 건 무한한 계산과 약간의 소신뿐이다. 삼권분립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말이다. 의원의 소신이 담긴 법안은 폐기되기 일쑤고 정부의 ‘청부입법’은 최우선 처리된다. 이걸 입법권이라 할 수 있는가. 의원들을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부를 수 있는가.”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2008년 4월 총선 공천 때 ‘수모’에 가까운 경험을 했다. 나 의원은 서울 송파병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 지역에 있는 남한산성 입구에서 토요일마다 명함을 돌리며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 관계자로부터 ‘다른 지역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적극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돕지 않은 과거 때문에 친이(친이명박) 핵심 그룹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후문을 전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서울 중구로 나가라는 제의를 받았다. 나 의원이 난색을 표하자 “받으라면 그냥 받든지, 아니면 말라”는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나 의원은 이곳에 출마해 천신만고 끝에 재선 고지에 올라섰다. 같은 당 홍정욱 의원 역시 처음 서울 동작을 출마를 희망했지만 몇 개의 지역구를 유랑하듯 거론되다가 노원병 지역구를 받았다. 공천권자들이 판을 짜고 공천 신청자들은 바둑알 옮겨지듯 당내 역학관계에 따라 여기저기 밀려다니는 운명이라는 게 경험자들의 고백이다. 지역구민들의 뜻은 반영될 틈이 별로 없다. 한 의원은 “아무리 의정활동을 잘해도 소용없다. 공천 앞에선 ‘스타 의원’도, 평소 당당하던 중진 의원도 한없이 작아진다”면서 “힘 있는 후보가 내려오면 옆 지역구로 떠밀리고, 팔려가는 우리는 인신매매시장에 나온 매물 신세”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 가장 큰 원칙은 계파 간 나눠먹기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당내 의원과 외부 인사들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한나라당 공심위는 친이계와 친박(친박근혜)계, 친강재섭계 등으로, 민주당은 손학규계 박상천계 등으로 구성됐다. 공천심사장부터가 계파 간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한나라당 공심위원을 지낸 A 씨는 “물갈이 폭을 크게 하되 계파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영남지역의 경우 친이, 친박 1 대 1로 대응해서 현역 중진 의원들을 공천 탈락시켰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외부 공심위원이었던 B 씨는 “공심위에서 법안발의 건수, 국회 출석률 등 의정활동이 훌륭한 영남 중진을 떨어뜨리려 해서 항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의원은 1 대 1 물갈이 원칙에 따라 결국 낙천(落薦)됐다”고 말했다. 인위적인 계파별 물갈이에 반발한 일부 친박계 의원은 탈당해 ‘친박연대’라는 이름도 희한한 당을 만들었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이 깊어져 국정운영에 적잖은 지장을 초래했다. 민주당의 18대 국회의원 공천심사위원인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 이사도 “당시 12명의 비례대표 심사위원은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당 공동대표가 임명하게 돼 있었다”며 “공동대표들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손학규 박상천 당시 대표가 밀실에서 나눠먹기로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끝까지 중립을 지킨 ‘당이 중심 되는 모임(중심모임)’ 소속 원외 당협위원장 9명은 당시 “적장은 못 날려도 중립은 날아간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내년 공천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이들 9명 중 7명이 공천에서 떨어졌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 공천 때 중립 의원들이 너무 고생을 해 내년 대선에는 한결같이 빨리 줄을 서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천제도 대안은 있나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이었던 임해규 의원은 최근 ‘오픈 프라이머리 전도사’가 됐다. 임 의원은 자신이 관여한 18대 공천에 대해 “어느 국민도 공정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계파가 공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국민 참여로 당 후보를 결정하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상향식 공천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전략공천을 하더라도 당이 지나치게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대 공천은 민주화를 역류한 밀실공천이었다”며 “당원과 일반인이 참여하는 절충형 오픈 프라이머리로 가되 현역 의원들만 유리하지 않도록 의정활동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에서 당원 아닌 일반 국민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예비선거제도. 당내 경선부터 국민 여론을 적극 반영해 본선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당내 경선에서 정치성향이 다른 선거인단이 대거 들어오면 당원의 존재 의미가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정당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선거가 후보의 인지도 위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상향식? 좋지요… 시늉은 할 수 있겠죠” ▼공천개혁 현실의 벽“엄연히 계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권의 대주주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합의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상향식 공천제도가 도입될 수 있겠느냐.” 한나라당 공천제도개혁특위가 주도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제도로의 개혁 방안에 대해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24일 “상향식 시늉은 내겠지만 큰 틀의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년에도 이 대통령과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벌써부터 ‘미래권력’으로 꼽히는 박 전 대표 등 당내 지배주주들이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내년 7, 8월경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대선 주자들이 내년 4월 총선후보 공천에서 현재의 계파별 비율을 건드리기 힘들기 때문에 과감한 공천제도 개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 분란의 후유증을 경험한 여야는 모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한 공천개혁안을 마련했지만 당 지도부는 본격 논의조차 머뭇거리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채택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당헌, 당규를 개정하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거쳐 법 개정을 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안은 당 지도부가 국회의원 후보를 공천하는 ‘전략공천’을 20% 이내로 제한하고 나머지는 대의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공천을 하자는 게 골자다. 60여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도 상향식 공천 추진 모임을 만들어 힘을 보태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은 “정당은 당원과 국민의 것인데, 정당이 정치인의 것이 돼 국민과 유리되고 있다. 상향식 공천개혁을 통해 정당민주화를 완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도 “민주적이고 참여가 보장된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쉽지 않은 얘기”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당 지도부는 후보의 경쟁력 약화, 경선비용 증가, 경선 탈락자가 후보를 돕지 않는 부작용 등을 들어 계속 시간만 끌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정치신인 등용’ 외국은 ▼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되는 공천을 통해 정치인을 발굴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정치 신인에게 문호가 활짝 열려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프라이머리’로 불리는 예비경선으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 후보를 뽑는다. 당 지도부의 의중과 상관없이 예비경선에서 지역주민에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의 최종 후보가 되는 시스템이다. 당 지도부가 예비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예비경선에 나서는 후보자는 10명을 넘는 경우가 많다. 주마다 다소 다르지만 예비경선에 등록하려면 3000∼5000명의 지지자에게서 서명을 받아야 한다. 지지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지 못할 경우엔 소정의 등록비를 내면 된다. 상원의원의 경우 예비경선에 나서려면 28세 이상으로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미국에선 의원보좌관으로 활동하다가 시의원과 주 하원→주 상원→연방 하원→연방 상원 식으로 ‘사다리’를 밟아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골드만삭스 회장을 지낸 존 코자인 전 뉴저지 주지사처럼 아무런 정치경력 없이 돈으로 당선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일본에는 세습 정치인이 많다. 2009년 중의원 선거 출마 후보 가운데 자민당은 326명 중 35%인 113명이 세습 정치인이었다. 민주당은 330명 중 11%인 37명이었다. 세습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많아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대대로 정치인’이 많은 편이다. 민주당의 정치신인 후보는 164명이었고 출신별로는 지방의원 39명, 전직 관료 16명, 기업인 13명 순이었다. 1979년 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국가리더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설립한 마쓰시타정경숙도 정치인 충원의 주요 통로다. 중의원 480명 가운데 30명 정도가 이곳 출신이다. 지연 혈연 학연의 배경이 약하고 세습도 아닌 정치신인이 많이 찾는다. 유럽에선 당에서 인재를 키우는 방식을 선호한다. 한국처럼 선거 때마다 새 피를 수혈한다며 외부인사를 내세우는 일은 거의 없다. 정치지망생들은 20대 때부터 당원에 가입해 밑바닥부터 정치를 경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의원들이 각료나 지방자치단체장을 겸임할 수 있어 정치입문생들은 지방의회 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부터 서서히 코스를 밟아 중앙무대로 올라가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정치지망생은 젊은 시절부터 당에 가입해 밑바닥 정당생활부터 경험하는 게 정통 코스다. 특파원 종합}
여야 지도부가 23일 취약지역을 방문해 한목소리로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석패율제 추진을 약속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석패율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호남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들이 (국회에) 진출한다면 정치 선진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경남 김해시 장유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각도 지역정당을 넘어 전국정당으로 가는 것이었다. 석패율제가 이런 점에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민주당도 적극 검토하고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석패율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하고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여야 지도부가 의지를 밝히면서 석패율제 도입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각론에서 넘어야 할 벽도 많다. 무엇보다 전문성 있는 정치신진 충원이라는 비례대표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석패율제가 도입되면 현행 비례대표 54명 중 일부가 취약지역 출마자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는 비례대표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처럼 석패율제가 중진 의원들의 당선 안전판으로 활용될 가능성과 영호남 지역에만 적용할 경우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중앙선관위가 검토 중인 방식대로 18대 총선에 적용할 경우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5명, 민주당은 영남에서 15명의 후보가 석패율제를 통해 당선될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선관위는 분석했다. 이 가운데 몇 명이 당선될지는 당이 이들을 비례대표 후보 명부의 어떤 순위에, 몇 명의 후보를 배치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 손학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22일 얼굴을 마주했다.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한 것.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어서인지 30여분간 웃음과 덕담이 오가는 속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손 대표는 “국민의 기대는 민주당과 참여당이 하나가 되라는 것”이라며 시종 ‘하나’를 강조했다. 이에 유 대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제1야당 대표의 큰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주시고 다른 야당을 잘 보듬어 어려움을 타개할 것으로 믿는다. 민주당이 야권의 ‘큰집’ 아니냐”고 했다. 손 대표는 거듭 “국민의 기대는 야권, 민주 진보세력이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 대표는 “집권 자체가 최고의 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가를 훌륭하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각자 가진 장점과 힘을 모아가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받았다. 손 대표는 ‘통합’에 방점을 뒀지만 유 대표는 ‘연대’를 강조하며 2012년 야권연대를 위해 김해을 선거에서 민주당 측의 양보를 요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유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예방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21일 봉하마을을 찾은 손 대표에게 “(민주당 김해을 후보로 유력시됐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훌륭한 인재이니 잘 기억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는 “유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에는 유 대표 측의 강한 반발과 압박이 작용했다는 게 민주당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참여당 이백만 대변인은 “압박 운운은 사실무근”이라며 “김 국장에 대한 권 여사의 언급은 말 그대로 ‘훌륭한 인재’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권 여사는 2월 14일 봉하마을을 찾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게 김해을 보궐선거와 관련해 “손가락 다섯 개가 모두 제 역할을 해야 물건을 잡을 수 있다”며 야권의 단결을 주문했다. 당시는 참여당이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후보를 낸 상황이었다. 이틀 뒤 김 국장은 “범야권 연대를 통한 승리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22일 권 여사의 김 국장 치켜세우기에는 그런 김 국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깔려 있다는 것이 민주당 쪽의 시각이다.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기 1년의 국민참여당 새 대표로 선출됐다. 유 대표는 19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참여당 전당대회에 단독 출마해 유효투표수의 97%(3060표 중 2969표)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유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열 번이나 언급하며 “오로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부채만을 승계해 훌륭한 국가를 만드는 것으로 빚을 갚겠다”고 했다. 이날 그는 내년 총선과 관련해 “야권의 연대·연합이 아름답게 이뤄지면 한나라당과 아류정당 의석을 120석 밑으로 누를 수 있다. 야당 180석 중 20석 정도가 참여당이 책임질 몫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권교체를 통해 진보개혁정권을 수립하겠다”며 사실상 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보이고 있는 유 대표가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이날 전당대회에서 3000여 명의 당원은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해 ‘친노(친노무현)의 적통(嫡統)’을 내세운 그에게 ‘유시민을 대통령으로’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유 대표가 특유의 독선적 이미지를 쇄신해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 민주당 중진은 “유시민은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싸가지’ 논쟁을 일으키거나 가는 곳마다 ‘분열의 씨앗’으로 불려왔다. 앞으로 민주당에 쉴 새 없이 고춧가루를 뿌려댈 것”이라고 냉소했다. 호남지역 등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에서 거부 정서가 강한 점도 난관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야권 단일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지만 호남향우회가 전혀 가동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친노 그룹도 우호적이지 않다. 친노 핵심인사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최근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한 지지를 공개 선언했고, 친노 그룹 일부는 그에게 공연히 참여당을 만들어 야권을 분열시킨 책임을 묻고 있다. 민주당 내 친노 인사들이나 한때 그가 의원보좌관으로서 ‘모셨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은 참여당 전당대회에 모두 불참했다.민주당 손 대표 측 관계자는 “유 대표가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에서 “유 대표는 정치적 갈등과 논쟁을 지혜롭게 풀어내는 조화와 생산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은근히 유 대표의 독선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유 대표는 이날 대변인에 이백만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사무총장에 김충환 전 대통령업무혁신비서관을 각각 내정했다. 당 대표비서실장에는 김영대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임명됐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수원=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강원 춘천시를 찾았다. 당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특위 고문 자격으로 특위 발대식에 참석한 것이지만 다음 달 2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강원지사 보궐선거 지원에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이날 오후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평창특위 발대식에는 안상수 대표와 김진선 특위위원장, 특위 고문을 맡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나경원 박성효 정운천 최고위원 등 15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원지사 예비후보 4명의 정견발표회까지 열려 ‘재·보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박 전 대표는 발대식에서 “여기에 (겨울올림픽을) 유치해서 획기적으로 발전의 계기를 만든다면 강원도가 발전하고 대한민국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가 당내 직함을 갖고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한 뒤 3년 3개월여 만이다. 박 전 대표의 강원지역 방문은 2009년 10월 강릉 재선거를 앞두고 그해 8월 친박(친박근혜) 성향인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뒤 1년 7개월여 만이다.그는 강원지역을 계속 방문할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기회가 되면(또 올 것)”이라고 했다.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4·27 재·보선 공천 신청을 마감했다. 당 지도부가 경기 성남 분당을 선거에 내세우기 위해 공들여온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신청하지 않았다. 당 차원에서 특정 지역을 ‘전략공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공천 신청자 이외의 인물을 공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음은 공천신청자 명단.▽경기 성남 분당을(6명)=△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김기홍 전 인천지법 판사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 △박명희 대한약사회 부회장 △장석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한창구 전 분당구청장▽경남 김해을=△길태근 전 대통령실 행정관 △김성규 김해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수석부회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김혜진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지도위원단 회장 △권태욱 뉴질랜드 변호사 △신용형 김해 인제대 자문교수 △임용택 전 김해시의회 의장 △황석근 한국폴리텍Ⅶ대학 동부산캠퍼스 학장▽강원지사=△엄기영 전 MBC 사장 △이호영 전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특보 △최동규 전 중소기업청장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춘천=최우열 기자 ▼ 孫 “몸 사리지 않겠다” ▼분당을 출마 가능성에 관심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5일 4·27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당의 대표로서 당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 자세”라고 말했다.손 대표는 이날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찾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또 이번 재·보선이 내년 총선과 정권교체의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정신을 갖고 재·보선에 임할 것이다. 분당(출마 여부)도 같은 차원에서 같은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손 대표의 발언을 두고 10일 ‘재·보선 무한책임론’을 언급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한 측근은 “손 대표는 여전히 분당을 출마에 부정적”이라며 “야당 대표가 지역구(서울 종로)를 바꿔 1년짜리 국회의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손 대표는 이날 “그것(분당을 출마)은 당을 위해야 할 뿐 아니라 국민 보기에 좋은 정치가 돼야 한다. 정도(正道)의 정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민주당은 이날 여권 핵심부에서 분당을 공천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를 겨냥해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겉절이 정책쇼”라고 비난했다.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여정부는 2005년 12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상생협력 성과의 공평한 배분’이라는 내용으로 성과공유제를 사실상 명문화하고 추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제학 책에 없다’고 하는 등 뒤늦게 소모적 논란을 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이날 원내교섭단체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대한민국 헌법에 재벌공화국이라는 말은 없다. 재벌이 국민 위에 군림해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사회주의 말인지, 공산주의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 말을 겨냥한 것.한편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상하이 스캔들 등의) ‘권력형 게이트’에 대해 반드시 국정조사와 특검을 준비할 것이다. 검찰은 일본 대지진을 핑계로 권력형 게이트를 묻으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여야는 14일부터 4·27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강원지역으로 달려가 표밭갈이에 뛰어들었다. 이번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는 여야 간 승리를 쉽게 점칠 수 없는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양당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4일 춘천시 강원도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참회록’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강원도가 그동안 한나라당을 사랑했는데 한나라당은 너무나 정성이 부족해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며 “강원도는 야당 시절 도지사를 세 번이나 당선시켰고 정권교체의 중심이 됐다. 더 낮은 자세로 민심을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강원을 한 시간 거리의 생활권으로 만들고 강원도를 100% 경제자립 지역으로 만드는 내용의 ‘강원발전 비전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건설 △원주∼강릉 복선철도 연내 착공 △2018년 겨울올림픽 평창 유치 및 올림픽 특구 지정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지정 △첨단 의료기기 생산기지화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5일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찾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에 따른 경제적, 정치적 손실을 규탄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대화 조성 등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손 대표는 이날 양양군에서 희망 대장정 시민토론마당과 주민간담회를 열고 17일에는 원주를 찾는다. 손 대표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춘천에서 칩거하는 등 강원지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길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한나라당의 4·27 재·보궐선거 공천신청이 15일 마감되고 여야가 이번 주부터 사실상 당을 재·보선 체제로 전환한다. 한나라당은 14, 15일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과 강원지사 보궐선거 출마 후보자를 공모한 뒤 공천심사에 들어간다. 강원지사 후보자는 다음 달 3, 4일 강원도민과 당원 4만2000여 명이 참여하는 선거인단 경선으로 확정한다. 당 지도부는 분당을과 김해을도 전략공천이 아닌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분당을에는 강재섭 전 대표가 1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 표밭갈이에 들어갔으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출마 여부가 변수다. 김해을에는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최근 “먼저 나선 분들이 있으니 주민들의 판단을 구하겠다”며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강원지사 후보를 춘천 원주 강릉 등 권역별 순회 경선으로 결정한다. 김해을은 내부 경선으로 1차 후보를 선정한 뒤 국민참여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한다. 분당을에는 한나라당의 공천 내용을 주시하면서 손학규 대표의 ‘차출론’을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야권 연대 차원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한 전남 순천에서는 조순용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구희승 변호사 등 예비후보들이 속속 탈당 의사를 밝혔다. 다른 예비후보들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 지도부는 이번 주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강원지역에 내려가 선거 지원에 나선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4, 15일 춘천과 화천을 돌며 지지세 확산에 주력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15일과 17일 각각 양양과 원주를 찾아 정권심판론을 호소할 예정이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한나라당의) 박근혜 이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도 지지하는 사람은 30몇%나 된다. 나로선 환장할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민주노동당이 주최한 ‘진보의 현재와 미래’ 주제 대담에서 “내용도 모르고 좋아하는 것은 감성의 정치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또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4·27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 ‘차출론’에 대해 “손 대표로서는 떨어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손익계산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분당에서 대중적으로 큰 인물이 민주당 후보로 안 나오면 결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민주당은 10일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예비후보자로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과 조일현 이화영 전 의원 등 3명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이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방식의 국민참여경선(당원 50%+일반국민 50%)을 춘천 원주 강릉 등 3개 권역별로 순차적으로 실시한 뒤 다음 달 5일 후보를 확정한다. 한나라당에서는 엄기영 전 MBC 사장과 이호영 전 이명박 예비후보 특보, 최흥집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등 3명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 면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배석했던 우제창 의원이 전했다. 손 대표는 이날 대사관저에서 열린 비공개 오찬에서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이 작금의 한반도 긴장고조의 주된 원인”이라며 “오바마 정권이 이 대통령의 이런 대북정책을 묵인하거나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일 때가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場)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 이에 스티븐스 대사는 “이명박 정부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탄생한 정부”라며 “미국은 한미동맹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대북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답했다고 우 의원은 전했다. 손 대표 측이 외교적 관례를 깨면서 비공개 오찬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명박 정부와 미국에 비판적인 지지층을 결속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외교소식통은 “정당 대표가 주재국 대사와 나눈 얘기를 곧바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상식 밖의 일”이라며 “(손 대표가) 정치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익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동은 스티븐스 대사가 지난해 10월 손 대표의 당 대표 선출을 축하하며 국회를 방문한 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재외국민투표는 내년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실시된다. 그러나 투표가 외국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와 선거사범 처벌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 재외국민투표를 위해 재외공관 161곳 가운데 55곳에 재외선거관리원이 파견된다. 파견 관리원은 혼자 재외선관위 구성, 재외투표소 설치, 재외선거인명부 작성 등을 모두 맡아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정선거 관리까지 엄두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유권자가 선거법을 위반해도 국내 수사기관이 외국에서 직접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대국에 대한 주권침해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범죄인 인도청구를 해도 상대국이 선거사범을 정치범으로 보고 인도를 거부하면 수사 진행이 어렵다. 외국에서 선거인명부를 작성할 때 부정선거인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투표권이 없는 외국 시민권자가 영주권자라고 속이고 선거에 참여해도 이를 가려내기 어렵고 처벌조항도 없다. 법무부는 이 같은 지적에 따라 6월까지 재외선거사범 처리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주요 국가와의 사법절차 협조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해외 유권자들이 국내 정치권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여야 정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 거주 유권자는 23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26개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모의투표를 한 결과 투표율은 38.2%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재외국민의 표가 87만 표 이상이라는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당시 각각 39만여 표와 57만여 표 차로 당락이 갈렸다.이유종 기자 pen@donga.com:재외국민 투표권:공직선거법 개정(2009년 2월)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19세 이상 외국 영주권자와 체류자에게 부여되는 투표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투표할 수 있다. 국내에 주민등록이 있는 일시 체류자는 물론이고 국내 거소(居所)신고를 한 영주권자는 외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다.}

“요즘 부쩍 향우회에서 나오라고 성화예요. 한국에서 누가 오니까 와서 모임 자리 좀 채워 달라는 거죠.”(미국 뉴저지 거주 K 씨)“요즘 참정권 얘기 나오면 혀를 차며 걱정하는 사람들 많아요. 그러잖아도 재일동포 사회는 민단과 총련, 토박이와 뉴커머(new comer), 출신지역별 향우회 등으로 갈라져 있는데 한국 선거바람마저 불면 지지정당별로 또 갈라질 게 뻔하다는 거지요.”(일본 도쿄 사업가 L 씨)“교민들 권익을 높이려면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고, 카운티 슈퍼바이저(시장) 선거든, 교육위원 선거든 우리가 사는 이 지역에서 우리를 대변해줄 후보에게 기부금을 내야 하는데, 한국 정치 바람이 부니까 미국 정치에는 다들 더 무관심해지는 것 같아요.”(미국 버지니아 주 사업가 Y 씨)평온하던 해외교민사회가 술렁대고 있다. 내년 4월 19대 총선부터 허용되는 재외국민 참정권 실시를 1년여 앞두고 한국에서 불어닥친 정치바람 때문이다. 애당초부터 레이더가 한국을 향해 뻗어 있던 감투지향적이고, 정치지향적인 일부 교민들만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게 아니다. 고국을 떠나면서 이념이니 지역이니 하는 편가르기를 모두 잊고 낯선 땅에서 오로지 가족과 일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평범한 교민들에게까지도 한국의 거센 정치 바람이 파고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재외국민 참정권은 교민사회에서 각종 단체장 선거의 과열을 초래하고 있다. 단체장이 되면 정치권과 친분을 넓혀 한국 정치권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 美교포 향우회-후원회 勢경쟁… LA-뉴욕은 ‘여의도 축소판’ ▼ 이 과정에서 교민사회가 진보와 보수, 또는 지역별로 뚜렷이 갈리기도 한다.로스앤젤레스의 한 상사 주재원은 “차기 로스앤젤레스 평통회장 선거가 4, 5월경 실시되는데 평통회장이 되면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요 한인단체장들은 몸이 달아 있다”고 전했다. 12일 열린 뉴저지한인회장 이취임식장에는 24대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가 조지아 주 오거스타에서까지 찾아와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황원균 전 북버지니아한인회장은 “정당 후원조직이 잇따라 결성되면서 교포사회가 좌파, 우파로 나뉘고 있다”며 “친북성향의 세력이 공공연히 활동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민주당 자문기구인 세계한인민주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최근 “참석자의 90% 이상이 호남 출신이었다”며 “한국 선거가 지역구도로 치러지면 동포사회도 편가르기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일대에서는 영남향우회 호남향우회 충청향우회 등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일본에서는 총선 직전인 내년 2월에 치러지는 재일민단 단장선거가 유례없이 과열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도쿄의 사업가 L 씨는 “조용히 현지사회에 뿌리내리고 돈 잘 벌고 사는데 괜히 한국정치 바람 때문에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단은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최근 국내 주요 정당에 ‘선거 관련으로는 안 왔으면 좋겠다’ ‘오더라도 선거 얘기는 하지 마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같은 현지의 우려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9일 각 정당 대표에게 재외국민투표가 조기에 과열될 우려가 크다며 자제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선관위는 이 공문에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정책간담회를 열면서 참석자들에게 교통 편의나 음식물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해외로, 교민은 정치권에 ‘줄대기’ 치열“교민들의 의견을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전달하겠습니다.”(사이먼 김 ‘포럼 오래’ 미 동부지부장)“우리가 뭉치면 대통령도 바꿀 수 있잖아요. 대접이 달라지겠지요.”(재일동포 기업인 H 씨)최근 미국 뉴욕에서는 ‘박근혜 조국사랑 미주연합’이란 정치후원단체가 결성됐다. 이정공 전 뉴욕한국대학총동문회장이 회장을 맡은 이 단체는 뉴욕과 뉴저지 등 미국 14곳에 지부를 두고 있다. 지난달 12일과 15일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또 다른 후원조직인 ‘포럼 오래’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주 동부지역포럼 창립대회와 로스앤젤레스지부 창립준비 발기인 모임을 잇따라 열었다. ‘이명박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 지지단체 ‘재오사랑’도 바빠졌다. 재오사랑 워싱턴지회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방문하면 교민간담회를 주도하는 등 정치적인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뉴욕에서도 이 장관과 친분이 깊은 20∼30명이 재오사랑 뉴욕지회 결성을 준비 중이다.2월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지지하는 ‘자유광장’ 워싱턴지부도 발족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사조직으로 2009년 만들어진 ‘한미경제비전연구소’ 뉴욕지부는 회원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를 지지하는 뉴욕 후원조직도 상반기 발족을 목표로 뛰고 있다.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 당시 외곽 사조직이었던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을 ‘뉴한국의 힘’으로 이름을 바꾸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에 지회를 꾸린 데 이어 앞으로 19개 지부를 추가 구성할 계획이다. 이에 질세라 민주당 자문기구인 ‘세계한인민주회의’도 지난해 워싱턴지부 발대식을 가졌다. 민주노동당도 지난해 미주개혁연대를 꾸리고 재미교포의 조직 규합에 나섰다. 민노당은 지난달 간부 40여 명이 도쿄에서 민단과 간담회를 갖자고 제의해 민단 측이 깜짝 놀란 적 있다. 간담회는 취소됐지만 민단 측에선 “민단과 거의 교류가 없던 민노당까지 저러는 걸 보니 ‘표’가 세긴 센 모양”이란 말이 흘러나왔다.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하는 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지난해 워싱턴 애틀랜타 시카고에 잇따라 지부를 세웠다. 통일을 지향하는 민간단체이지만 내년 선거를 노린 세 결집이란 해석이 무성하다.뉴욕의 한 시민단체 간부는 “박근혜 후원회장이라고 자처한 전직 의원이 방미해 조직 결성에 나서고 있고,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뉴욕과 워싱턴이 마치 한국의 여의도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일본과 중국, 유럽은 미국만큼 활발하진 않지만 일부 교민들은 이미 ‘내년 선거’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해 말 서울에 ‘재일한국동포 권익옹호추진운동본부’란 단체가 설립되자 일본 교민사회에선 “선거를 겨냥한 정치단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단체의 서모 대표간사는 “투자 관련 동포 권익사업을 하려 한다”며 “투표권과 관련한 활동도 물론 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해 말 중국 베이징(北京) 교민사회의 한 유력인사는 지인으로부터 ‘모임’을 결성해 줄 수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유력한 대선후보의 외곽단체가 베이징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교민이 ‘갑’이 된 것은 반갑지만…미국과 일본 교민사회엔 “내년 총선에선 미국과 일본에 각각 두 석 정도 비례대표 국회의원 몫이 배정되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재일동포 기업인 H 씨는 “교민들 표가 쏠린다면 정권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유력 정당이나 대선후보는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교민 표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연말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재일민단 지원예산’이 73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깎이자 한나라당은 즉각 재외동포재단 예산을 전용해 30억 원을 마련해주겠다고 민단에 약속했다. 재외동포에 대한 ‘정치적 대접’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변화는 민단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교민단체가 난립한 다른 지역과 달리 민단이 거의 유일한 교민 조직이다. 재일동포 50여만 명이 민단 소속으로 분류되며 산하에 지역별 단체는 물론 부인회 청년회 학생회 체육회 상공회의소 등 방대한 조직이 있다. 민단은 지난달 올해 역점사업으로 투표 적극 참여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병일 사무처장은 지난달 1주일 동안 워싱턴을 방문해 한인회장과 한인단체장 20여 명을 만났다. 과거 평통 사무처장은 미 의회지도자나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담당자를 만났지만 이번엔 주로 교민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워싱턴을 방문하는 국회의원도 그동안 한인회장을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이들과의 면담이 필수 코스가 됐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