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 손학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22일 얼굴을 마주했다.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한 것.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어서인지 30여분간 웃음과 덕담이 오가는 속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손 대표는 “국민의 기대는 민주당과 참여당이 하나가 되라는 것”이라며 시종 ‘하나’를 강조했다. 이에 유 대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제1야당 대표의 큰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주시고 다른 야당을 잘 보듬어 어려움을 타개할 것으로 믿는다. 민주당이 야권의 ‘큰집’ 아니냐”고 했다.
손 대표는 거듭 “국민의 기대는 야권, 민주 진보세력이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 대표는 “집권 자체가 최고의 선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가를 훌륭하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각자 가진 장점과 힘을 모아가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받았다. 손 대표는 ‘통합’에 방점을 뒀지만 유 대표는 ‘연대’를 강조하며 2012년 야권연대를 위해 김해을 선거에서 민주당 측의 양보를 요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유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예방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21일 봉하마을을 찾은 손 대표에게 “(민주당 김해을 후보로 유력시됐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훌륭한 인재이니 잘 기억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서는 “유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국장의 불출마 선언에는 유 대표 측의 강한 반발과 압박이 작용했다는 게 민주당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참여당 이백만 대변인은 “압박 운운은 사실무근”이라며 “김 국장에 대한 권 여사의 언급은 말 그대로 ‘훌륭한 인재’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권 여사는 2월 14일 봉하마을을 찾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에게 김해을 보궐선거와 관련해 “손가락 다섯 개가 모두 제 역할을 해야 물건을 잡을 수 있다”며 야권의 단결을 주문했다. 당시는 참여당이 노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후보를 낸 상황이었다. 이틀 뒤 김 국장은 “범야권 연대를 통한 승리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22일 권 여사의 김 국장 치켜세우기에는 그런 김 국장에 대한 안타까움도 깔려 있다는 것이 민주당 쪽의 시각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