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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간 처리한 공문이 23건입니다. 당일 보고하라는 지시도 많아서 출근하면 공문부터 처리해야 비로소 애들이 눈에 들어옵니다.”(서울 M고 담임교사) 교육당국이 학교폭력 대책과 지침을 쏟아내면서 공문 때문에 정작 아이들을 살필 겨를이 없다는 하소연이 일선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방 초등학교의 사정을 알아봤다. 경남 창원시의 화양초등학교. 전교생이 53명, 학급이 6개, 교장 교감을 포함해 교사가 11명인 미니 학교다. 이 학교의 업무 포털에 3월 한 달간 올라온 공문은 1035건이었다. 모든 교사가 열람한 뒤 1인당 100건 안팎을 처리해야 한다. 박성근 교사는 “3월에 공문을 106건 받아서 매일 4, 5건에 대해 기안서를 작성했다.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친해져야 하는데 공문을 처리하다보니 시간이 다 간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과 관련한 공문이 폭증하는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이 각각 공문을 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과부가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지정하자 경남도교육청의 태스크포스는 ‘가족사랑의 날 운영 계획’을, 경남도교육청의 다른 부서는 ‘친구사랑 운영 계획’을, 창원교육청은 ‘학교폭력 감소 계획’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각각 보내는 식이다. 공문이 1건이라고 보고서를 한 번 보내면 끝나는 게 아니다. 가족사랑의 날 운영 계획만 해도 기본 계획서를 보고한 뒤 수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로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4월과 10월에는 중간보고를 해야 한다. 공문 1건의 업무가 1년 내내 이어지는 셈이다. 개별 학교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내려오는 공문도 문제다. 전교생이 40명 남짓한 다른 농촌지역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 중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가를 모아 학교폭력 위원회를 꾸리라는 공문이 내려왔더라. 대도시에서나 가능한 공문을 농산어촌 학교에까지 일괄적으로 보내니 잡무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업무를 각기 다른 공문으로 내려보내는 것도 일선 학교에는 부담이다. 학교 순찰만 하더라도 교외생활 선도일지, 교실점검 안전일지, 폐쇄회로(CC)TV 관리일지, 놀이기구 점검일지를 작성하라는 공문이 따로 내려온다. 보고 형식이나 주기도 제각각이다. 이처럼 공문이 쌓이다보니 학교폭력 전수조사의 회수율이 낮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학생들이 설문에 1명도 응하지 않은 충남의 A중 교감은 “공문이 너무 많이 와서 설문조사 공문의 중요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갔다”고 털어놨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청소년들이 직업을 선택할 때 안정성을 중시하는 등 갈수록 현실적인 부분을 따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01년부터 10년간 중고교생(24만95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업가치관 검사 결과의 추이를 분석한 내용이다. 커리어넷(www.career.go.kr)에서 하는 직업가치관 검사는 11개 항목을 제시한 뒤 직업을 고를 때 어떤 부분을 중시하는지 순서를 매기는 방식이다. 항목은 능력발휘, 보수, 발전성, 안전성, 사회적 인정, 창의성, 더불어 일함, 사회봉사, 다양성, 지도력 발휘, 자율성이다. 남학생은 2001∼2011년에, 여학생은 2005∼2011년에 능력발휘를 1위, 보수를 2위로 꼽아 1, 2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세월에 따른 변화는 3위 이후의 항목에서 두드러졌다. 남학생은 2001년에 발전성과 창의성을 3, 4위로 꼽은 반면 2009년 이후에는 안정성을 3위로 꼽았다. 2005년 이전만 해도 안정성은 5위 이하에 머물렀다. 여학생은 2001∼2004년 보수(3위)보다 발전성(2위)을 중시했지만 2005년 이후에는 보수를 2위로 꼽았다. 여학생도 현실적인 고려를 많이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여학생은 여전히 남학생에 비해 발전성이나 사회적 인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분석한 직능원의 임언 박사는 “청소년의 직업가치관이 현실적으로 바뀌면서 성인과 매우 비슷해지고 있다”며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가 사회의 분위기를 체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남학생은 부양책임에 따르는 지속적인 고용 유지를 중시하는 반면 여학생은 성차별 없는 능력발휘를 통해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점이 차이”라고 덧붙였다. 나머지 항목을 보면 창의성, 더불어 일함, 봉사는 10년 내내 6∼8위에 머물렀고 다양성, 지도력, 자율성 항목은 9∼11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요즘 초등학교 학부모 사이에는 “남자 담임을 만나면 로또”라는 말이 돈다. 여자 선생님이 워낙 많다 보니 초등학교 6년 내내 자녀가 남자 담임선생님을 한 번도 못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여교사 비율은 초등학교 75%, 중학교 66%, 인문계 고등학교 46%였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임용고사 합격자 비율이 9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여교사는 계속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단의 ‘여초’ 현상이 심해지자 남교사 할당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남교사 신규임용 할당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는 교원 남녀성비 불균형 해소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동아일보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초중고교 교사, 예비교사, 학생, 학부모와 함께 남교사 할당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원 임용 분야의 전문가인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가 현황과 국제 흐름을 짚어줬다. 》○ 찬성 “남녀 선생님 모두 접해야” 학부모는 남자 교사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대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둔 김은희 씨는 “내 아이가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느 한쪽 성별의 선생님만 만나는 것이 학부모로서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최승숙 씨도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도록 남자 선생님을 못 만나서 남자 선생님은 무섭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더라. 아이에게는 학교가 첫 사회인데 다양한 구성원을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할당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군 가산점제 같은 정책적 배려를 통해 남자 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학생 김지유 양은 “초등학교 때 남자 선생님을 한 번도 못 만나서 편견이 있었는데 중학교에 와서 보니 꼼꼼히 지도해 주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 최정인 씨도 “남편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이 아빠를 자주 보지 못했는데 남자 선생님을 만나면 좋은 영향을 받더라”라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서지목 군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여자 선생님만 있으니까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욕을 하고 책상을 던져도 그냥 넘어갔다. 중학교엔 남자 선생님이 많아서 이런 일이 없으니까 좋다”고 말했다. 인원이 적은 탓에 얼마 안 되는 남자 교사가 현장에서 궂은일을 도맡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은주 교사는 “우리 학교 교사 40명 중에 남자 교사가 4명뿐인데, 이들이 ‘노가다’를 한다는 하소연을 한다. 운동회 준비를 하거나 만국기를 달려고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은 남교사 몫이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김상돈 교사는 “5년간 여자 담임만 겪은 여학생이 처음으로 남자 담임인 내 목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남교사가 없다. 남교사 자신도 주위에 롤 모델이 없어 힘들다”며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실 대왕초교 교장은 “교대에 들어갈 실력이면 남교사의 임용고사 점수가 약간 부족해도 초등학생을 가르치기에 부족하지 않다”면서 “생활지도나 대외활동을 원활히 하려면 남교사를 어느 정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교사를 꺼려 남교사를 원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30년간 중고생을 가르친 박종철 교사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정 일을 여성에게 맡기는 분위기라서 결근이나 조퇴를 하는 교사 중에는 양육 부담을 진 여교사가 많다. 고교 관리자들은 여교사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대 “남녀 교사 구분은 편견” 남교사를 인위적으로 늘릴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남녀 교사의 역할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인영 교사는 “여교사라고 해서 체육이나 생활지도가 안 된다는 생각은 사회적인 편견이다. 학교폭력 대책으로 남교사 할당제를 내놓는 것도 학교폭력을 힘과 권위로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교사는 여초라지만 관리자는 남초 현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생 김민규 군도 “우리 학교 여자 선생님들은 성격이 강하셔서 굳이 남자 선생님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남학생의 여성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요즘은 남자도 완력보다는 부드러움이나 정보를 잘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교대생 김은송 씨는 “남교사가 운동회 준비 같은 잡무를 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이런 일을 할 직원을 뽑아야지 잡무용 남교사를 늘리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남교사 할당제에 반대하는 이들 중에서도 특정 부분에서는 남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중등 경력 20년의 한경화 교사는 “요즘 남자아이들이 굉장히 빠르게 여성화되고 있어서 남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남학생의 성교육이나 성문제 상담은 여교사가 잘 몰라 힘든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민성기 도봉고 교감도 “요즘은 한부모가정이 적지 않아 아이들이 가정에서 한쪽 성만 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성 역할 모델의 균형을 위해서는 남교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비 교사 “임용 방식 개선해야” 예비 교사들의 상당수는 교육대, 사범대 교육과정과 임용고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교대생 황정훈 씨는 “교대에 여학생이 많으니까 커리큘럼이나 평가 과목 자체가 서예나 뜨개질처럼 여성화돼 있다”고 지적했고, 김두섭 씨는 “여학생이 워낙 많으니까 임용고사 스터디도 여학생 위주로 구성된다”고 전했다.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여성의 전유물처럼 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범대생인 이재훈 씨는 “여성을 교직으로 내모는 사회적인 구조를 봐야 한다. 사기업에서 출산 휴가나 양육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니 여성이 교직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희연 씨는 “교직 과정에서 상대 성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시간 남짓한 토론 결과 남교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인위적인 할당제는 무리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남교사 할당제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교대생, 사대생들은 암기 위주의 임용고사 시스템을 개선해 인성과 다양성을 평가하고, 군 가산점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남교사가 늘어나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전주오 교사는 “현 임용고사는 필기 성적, 시범수업만 보고 뽑는다. 인성이나 업무 처리 능력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남성들 교직 기피… 유능한 인재 오도록 ‘당근’ 제시해야” ▼“남교사 할당제는 단순히 남녀평등이나 현황만을 고려해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교육적 관점에서 교육계와 정부, 국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와 사회를 맡은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는 남교사 할당제가 역차별 소지를 안고 있지만 교단의 여성화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최근 교단이 급격히 여성화하면서 교사들이 균형 있는 성 역할 모델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다 가정에서 아버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여교사 비율은 학생들에게 남성의 역할을 올바로 이해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전 교수는 “여교사는 흡연이나 폭력, 학생 간 싸움 등의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이를 지도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생활지도 측면에서는 남교사가 여교사보다 우수하다고 분석한 연구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교수는 남교사 할당제가 남녀평등이나 우수교사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남교사 할당제는 공공부문에서 여성 참여를 늘리는 정부 정책과 어긋난다. 특히 일부 교대의 입학정원에 남성 할당제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할당제를 적용하면 이중혜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여초’ 현상은 최근 10여 년 새 두드러졌지만 과거에는 남교사가 월등히 많았다는 점에서 남교사 할당제가 여성에 대한 역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임용시험 성적이 떨어지지만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을 우선 선발하는 것은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남교사 할당제는 국가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낸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남성이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능한 남성이 교직에 많이 도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럼 참석자 명단▽교장김은실 대왕초(57)▽교감민성기 도봉고(56)▽교사김상돈 공릉초(43)박종철 개웅중(52)이은주 신화초(53)전주오 성남 금빛초(35)조인영 인천 완정초(34)한경화 천안 동성중(45)▽교대생김두섭 서울교대(23)김수현 서울교대(21)김은송 서울교대(22)황정훈 서울교대(21)▽사범대생염세미 서울대(23)윤희연 성신여대(22)이재훈 서울대(22)조윤지 고려대(21)현근지 한양대(23)▽중고교생김민규 경복고(16)김지유 중앙중(14)서지목 동도중(13)▽학부모김은희 (53)최승숙 (39)최정인 (51)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건국대 MBA는 주간 풀타임 과정인 MOT MBA와 야간주말 과정인 TOP MBA로 나뉘어 운영된다. MOT(Management Of Technology) MBA는 이공계 인력을 중심으로 기술경영에 특화한 교육 과정으로 이뤄졌다. 이공계 인력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과정을 이끌자는 의도로 개설됐다. 연구개발(R&D),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경영 마인드를 도입해 사업성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전통적인 MBA 프로그램의 재무, 회계, 생산운영, 인사조직, 마케팅, 전략경영, 국제경영 등 경영 전반 교육을 이공계 인력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 기술경영 분야의 교육을 강화한 것이 차별점이다. MOT MBA는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일반경영 과정인 TOP MBA는 바쁜 직장인을 위해 주중 야간 및 주말에 2년간 진행된다. 경영 전반 교육은 기본이고, 재학생이 몸담고 있는 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을 도출하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특화한 게 장점이다. 두 과정 모두 졸업이수 학점은 45학점이다. 소규모 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과 맞춤교육을 제공하며, 실무 중심의 통합교육방식을 채택한 것이 경쟁력이다. 기술경영학과, 경영학과, 경영정보학과 등 건국대 교수 38명과 현직 기업인 등 외부 전문가 11명이 산학협력으로 가르친다. 조만간 교수진이 7명 정도 더 늘어날 예정이다. 재학생들의 장학금 수혜율도 60∼70%로 높다. 건국대 MBA는 국제 감각을 키우는 커리큘럼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우수 프로그램을 반영한 교과과정을 만들고, 독일 베를린공대(TUB)와 공동으로 MBA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특히 기술경영과 전략경영 분야의 최고 교육과정으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고급프로젝트관리(SPAM) 코스 프로그램이 2학기부터 도입된다. 스탠퍼드대가 창업 단계의 기업을 위해 개발한 SPAM은 올해 미국고등교육협회로부터 최고의 교육과정으로 선정됐다.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일본 와세다대, 대만 칭화대, 중국의 자오퉁대 등 협력 대학과의 학술 교류 및 글로벌 연계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송균석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이공계 인력의 CEO 진출이 많아지면서 이들에 대한 기술경영교육과 일반경영교육 수요가 높아져 맞춤형 교육이 필요해졌다”며 “건국대를 중심으로 30분 이내 지역에 기술 및 경영 연구소와 대기업 본사가 많이 있는 지리적 장점, 건국대의 활발한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건국대 MBA는 이런 강점을 앞세워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KT, 국민은행 같은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엠코, 모토로라, 캐논, 코스트코 같은 해외 유수 기업의 전현직 경력자들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건국대 MBA는 TOP MBA에 지원할 후기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5월 14일부터 6월 1일까지 인터넷(www.uway.com)으로 서류를 접수한다.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영어 성적 우수자와 직장 경력 5년 이상인 지원자는 우대한다. 자세한 내용은 건국대 MBA 홈페이지(http://mba.konkuk.ac.kr)를 참고하면 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고려대 MBA는 국내외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인정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순위를 매기는 두뇌한국(BK)21 평가에서 5년 연속 1위(2007∼2011년)를 차지했다. 해외에서는 3월 미국 텍사스대(UTD)가 발표한 경영대 연구역량 평가에서 전년도 대비 9단계 오른 세계 86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대학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세계적인 경영교육인증인 미국의 AACSB, 유럽의 EQUIS의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이런 성과는 고려대 MBA의 우수한 교수진과 네트워크 덕이다. 교육연구 중심대학으로서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전임교수 8명을 포함해 85명의 방대한 전임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다. 정계 재계 학계에 두루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교육 및 취업에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 MBA는 지원자들의 각자 다른 수요를 반영해 개강 시기와 강의 기간, 주야간 및 주말 과정, 강의 방식 등을 세분해 5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S³아시아 MBA는 아시아에 특화된 경영·경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중국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와 함께 개설한 복수학위 MBA 프로그램이다. 매년 9월 개강하며 2개의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글로벌 MBA는 9월에 개강하며 주간 1년 과정으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27개국 출신의 외국인 학생들이 입학했고, 매년 전체 학생의 20∼30%가 외국인일 정도로 국제화 수준이 높다. 파이낸스 MBA는 1년간 금융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하는 주간과정이다. 투자금융(IB), 자산관리(AM), 녹색금융(Green Finance) 등 다양한 트랙을 선택할 수 있다. 9월에 개강한다. 3월에 개강하는 프로그램도 2개 있다. 국내 최초로 1963년 개설된 코리아 MBA는 직장인을 위한 2년짜리 야간 과정이다.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에 2011년에는 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수업의 30% 정도를 영어로 진행한다. 2년짜리 주말 과정인 이그제큐티브(Executive) MBA는 현재 최고경영자(CEO)로 재직 중이거나 곧 CEO가 될 중역을 위해 차별화된 집중 교육을 제공한다. 한 과목을 2주에 끝내는 모듈제 수업방식을 채택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CEO에게 잘 맞는 프로그램이다. 고려대 MBA는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우기 위해 26개국 83개 대학과 교환학생 제도를 시행 중이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복수 학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현장학습과 해외연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고려대 경영대는 ‘글로벌 50’이라는 비전을 수립해 교수, 학생, 프로그램, 시설, 재정 같은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최첨단 미래형 교육시설인 ‘현대자동차 경영관’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경영관은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은 물론이고 인문학적 소양도 심어줄 수 있도록 오픈 극장, 오픈 갤러리 같은 문화적 공간까지 설계에 반영했다. 고려대 MBA는 9월 개강하는 3개 과정(S³아시아, 글로벌, 파이낸스 MBA)의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29일 자정까지 인터넷(biz.korea.ac.kr/APP)으로 원서를 받는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니려면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에 가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7년 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MBA를 열고, 이어 KAIST와 건국대 등이 속속 MBA를 설립하면서 이런 기류가 많이 바뀌었다. 현재 국내 대학과 기관 14곳이 운영하는 MBA들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이 높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MBA로 거듭나고 있다. 외국 명문 MBA와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거나 복수 학위를 채택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국내 MBA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7000여 MBA를 평가한 결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이 세계 66위에 올랐다. 2011년 KAIST MBA가 99위에 오른 이후 국내 MBA가 100위권에 진입한 두 번째 사례다. 아시아 지역의 MBA가 설립 7년 만에 이처럼 높은 순위를 거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평가에서는 연세대 MBA가 풀타임 MBA 가운데 세계 76위, 아시아권 4위를 기록했다. 최고경영자와 임원급을 대상으로 하는 EMBA의 경우 지난해 FT 평가에서 고려대가 23위의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리적, 시간적 약점을 딛고 국내 MBA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MBA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강도 높은 국제화’다. MBA마다 외국인 교수 및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둘 정도로 공을 들이고, 영어 강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별 외국인 교수 유치 현황은 성균관대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15명, 연세대 9명, 건국대와 한양대가 각 4명을 유치했다. 국내 대학들이 만든 총 43개의 MBA 과정 가운데 81%인 35개 과정에 영어강의가 개설돼 있고, 그중 13개 과정은 전적으로 영어 강의로만 채워져 있다. 국제적인 인증을 받아 인지도를 높이는 MBA들도 있다. 교수진, 학생, 시설, 연구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경영대를 평가하는 미국의 AACSB로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세종대 한양대 등이 잇달아 인증을 받았다. 고려대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KAIST는 유럽경영발전재단이 교수, 학생, 프로그램, 연구 등을 평가하는 EQUIS 인증까지 획득했다.○ 해외 명문 MBA와 손잡다 국내 MBA들은 수준 높은 교육 과정을 도입하고, 졸업생들의 진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 명문 MBA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과정별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해외 MBA를 찾아 복수학위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고려대는 오하이오주립대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 연세대는 워싱턴대, 성균관대는 MIT슬로언 켈리스쿨 등과 복수학위를 운영하고 있다. aSSIST는 재학생의 90%가 해외 MBA의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외 MBA의 교수진과 프로그램을 국내로 들여오는 곳도 있다. 세종대의 경우 미국 AICPA(미국공인회계사)와 공동 개발한 커리큘럼을 통해 미국 CPA(공인회계사) 및 CFA(재무분석사)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시러큐스대 교수를 초빙해 세종시러큐스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차별화된 MBA를 추구하며 기업,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MBA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양대는 보건의료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의료경영’ MBA를 육성하고 있다. KAIST는 미디어와 정보통신(IT)을 접목한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건국대는 기술경영을 중시하는 MOT MBA 과정에 현직 기업인 등 산업체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내에 일진 같은 폭력조직이 있다는 응답이 50% 이상 나온 학교는 전국에 464곳이다. 초등학교가 101곳, 중학교가 343곳, 고등학교가 19곳, 특수학교 1곳으로 중학교가 압도적으로 많다. 정신적인 성장이 몸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중학생 사이에서 폭력의 집단화가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진은 도시에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일진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군 지역에서 17%였지만 시 지역에서는 24.2%, 특별·광역시(군 제외) 지역은 24.6%로 높아졌다. 16개 시도 가운데 일진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강원도에서 응답 비율이 높은 학교들은 대부분 원주시 춘천시 강릉시 등 도시지역에 있었다. 다만 이번 조사가 부실한 점을 감안하면 지역별 학교별 실태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선 학교에서는 실제 피해 정도가 더 심할 것으로 얘기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응한 학교는 폭력건수가 많은 듯했고, 회신율이 0%인 학교는 학교폭력 비율도 0%로 나오는 왜곡 현상도 문제다.:: 일진 있다는 응답이 50% 이상인 학교 ::서울 [초등학교] 갈현초 강월초 군자초 녹번초 당곡초 대방초 등촌초 묵동초 백운초 북가좌초 불광초 수송초 숭곡초 숭례초 신방학초 신상도초 신정초 월정초 응암초 인수초 인헌초 증산초 창경초 창림초 천호초 [중학교] 가락중 강북중 강신중 개봉중 경원중 경일중 고명중 고척중 광남중 광진중 구로중 구산중 구암중 금옥중 난우중 남서울중 노원중 당곡중 대림중 대성중 대영중 덕원중 도봉중 동대문중 동신중 등명중 마포중 명일중 목동중 목일중 문창중 문현중 미성중 방산중 방원중 방이중 방화중 배명중 백운중 봉화중 북서울중 불암중 상봉중 서초중 석촌중 성내중 성보중 성사중 성산중 성일중 성재중 송파중 수명중 수송중 숭인중 신관중 신도봉중 신목중 신반포중 신월중 아주중 아현중 양강중 양서중 양진중 양천중 역삼중 영남중 영도중 영림중 영서중 영원중 오류중 오산중 용곡중 용마중 용문중 우신중 원촌중 은평중 이수중 인수중 자양중 잠실중 장충중 종암중 중계중 중랑중 중화중 증산중 창북중 천일중 천호중 청량중 하계중 한양대사범대학부속중 한양중 한영중 홍은중 홍익대사범대학부속중 화원중 휘경중부산 [초등학교] 동래초 동신초 반송초 백운초 옥천초 용호초 전포초 [중학교] 가람중 거제여자중 금사중 금양중 남산중 대천중 만덕중 명진중 모라중 반송중 백양중 부산수영중 분포중 사직중 안락중 용문중 장안중대구 [초등학교] 성남초 학남초 [중학교] 관천중 대서중 서변중 와룡중 침산중 효성중인천 [중학교] 검단중 구월중 마전중 명현중 불로중 석정중 송도중 [특수학교] 성동학교광주 [초등학교] 양산초 대반초 문흥중앙초 삼각초 선창초 [중학교] 각화중 광주경신중 광주중앙중 송광중 수완중 신가중 용두중 월곡중 유덕중 일곡중 장덕중 하남중대전 [초등학교] 대문초 외삼초 [중학교] 관저중 구봉중 문정중 문지중 삼천중 송촌중 외삼중 용전중 정림중 탄방중 충남중울산 [초등학교] 남외초 명촌초 [중학교] 방어진중 상북중 천상중 학성중경기 [초등학교] 광명초 덕인초 본오초 서해초 성남북초 송운초 수진초 안산석수초 안성초 안양초 용인백현초 탄벌초 태봉초 파주와동초 판곡초 [중학교] 경안중 계남중 공도중 관양중 광명중 광주중 금곡중 나곡중 남양중 덕계중 동두천중 모락중 발곡중 발산중 보라중 봉담중 부천중 비룡중 비봉중 삼괴중 삼숭중 상일중 서해중 서호중 석수중 성곡중 성일중 성주중 성지중 세마중 신갈중 신곡중 신기중 안성중 안일중 양도중 양영중 여주중 오남중 용신중 용천중 이천양정여자중 장안중 장호원중 전곡중 정천중 진건중 창명여자중 탄벌중 통진중 풍동중 하안북중 하안중 하탑중 헌산중 회천중 [고등학교] 동남고 동화고 장호원고강원 [초등학교] 교동초(춘천) 남강초 남원주초 단구초 문막초 봄내초 성원초 [중학교] 강릉여자중 강릉중 강원중 경포여자중 경포중 관동중 남원주중 남춘천중 단구중 동명중 동해중 묵호여자중 묵호중 문막중 반곡중 봉의여자중 북평여자중 북평중 삼일중 삼척여자중 상장중 설악여자중 설악중 소양중 속초중 양양중 우석여자중 원주여자중 원주중 율곡중 주문진중 진광중 춘천여자중 춘천중 태장중 평원중 학성중 홍천여자중 홍천중 화천중 후평중 [고등학교] 기린고 묵호고 민족사관고 봉의고 설악고 춘천기계공업고충북 [초등학교] 미봉초 성화초 [중학교] 가경중충남 [초등학교] 광석초 상곡초 신관초 오산초 차동초 천안불당초 천안신부초 홍성초 [중학교] 대천중 서산여자중 성환중 송악중 아산배방중 예산중 온양중 원당중 장항중 조치원중 천안가온중 천안동중 천안백석중 천안봉서중 천안북중 천안오성중 천안용곡중 청신여자중 태안여자중 호서중 [고등학교] 천안천일고전북 [초등학교] 비룡초 선연초 송풍초 오산남초 옥봉초 옥천초 원천초 전주오송초 전주용소초 전주팔복초 [중학교] 남원한빛중 심원중 완주중 전주우림중 전주해성중 [고등학교] 덕암고 부안제일고 완주고 전주근영여자고전남 [중학교] 광양여자중 광양제철중 광양중 광영중 목포청호중 삼일중 순천매산중 순천연향중 순천팔마중 여수중앙여자중 해남제일중 해남중 화순중 [고등학교] 광양실업고 한영고경북 [초등학교] 경주초 김천동신초 모전초 복주초 봉황초 연안초 오태초 옥계동부초 옥계초 포항대흥초 [중학교] 경안중 계림중 김천중앙중 대흥중 도송중 안동여자중 양학중 영일중 영주중 오천중 오태중 옥계동부중 옥계중 울진중 유강중 인동중 천생중 포항중 [고등학교] 구미정보고 대창고경남 [초등학교] 국산초 동진초 배영초 삼성초 수월초 중부초 [중학교] 개운중 거창대성중 경상대사범대학부설중 내서중 능동중 동명중 마산중 봉림중 삼계중 삼성중 삼정중 삼천포제일중 성산중 신주중 양산중앙중 양산중 양주중 옥포중 진주여자중 진주제일중 창원남중 창원상남중 창원중앙중 통영여자중 해성중제주 [중학교] 무릉중 세화중 오현중 제주중앙중 한라중 [고등학교] 제주고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학교폭력은 정부와 학교, 가정이 함께 노력해야 줄일 수 있다. 학생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고, 공권력만으로도 풀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정부 학교 가정 모두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자세임을 드러내 신뢰도, 참여도, 실효성이 모두 없는 ‘3무(無) 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실태를 감추려고 조사를 사실상 방해했을 소지도 있어 25억 원이나 들인 조사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급조된 계획부터 문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요구하자 설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설문조사지와 회신용 우편봉투를 파일 형태로 일선 학교에 보내고, 일선 학교는 학생 수만큼 출력해서 가정으로 보냈다. 학생이 설문지에 답을 한 뒤 우편으로 개발원에 보내는 방식이었다. 조사는 겨울방학인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진행됐다. 강제성이 없고 우편으로 참여하라니 잘될 리가 없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도 이런 지적이 있었지만 교육당국은 “학교에서 조사하면 학생들이 눈치를 보거나 강압이 있을 수 있다. 방학 때 집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조사 대상 560만 명 가운데 136만7000명만 응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전수조사 가운데 25%를 샘플로 뽑은 것이 아니고 응답자 자체가 25%에 그치면 전체 실태라고 볼 수 없다. 전수조사는 무응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런 엉성한 방식으로는 오차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귀찮게 여겨 일선 학교의 대처 방식도 문제였다. 응답자가 1명도 없는 학교가 143곳이나 나올 정도로 무관심했다. 본보가 회수율 0%인 학교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는 아예 설문지를 가정에 보내지 않았다. 전북 군산시의 산북초등학교 관계자는 “생활담당 교사가 방학 중에 40일간 연수를 가는 바람에 공문을 늦게 확인해 설문지를 못 돌렸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시 연무여중 관계자는 “학교에 공문이 너무 많이 오다 보니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지를 학교에서 회수해 중간에 누락시킨 사례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연은초등학교 담당자는 “학생들이 각자 부치면 어려우니까 학교에서 한꺼번에 부치려고 취합을 했는데 개발원으로 안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회수율이 10% 이하인 학교(1906곳)를 대상으로 시도교육청이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설문지를 가정에 보내지 않은 학교는 징계할 방침이다.○ 학부모와 학생은 무관심 대전 A중 3학년의 학부모는 “이런 거 응답해 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며 아이가 설문지를 그냥 버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윤용남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집집마다 편지를 보내서 도둑이 있냐는 식으로 조사를 한 게 난센스다. 애들이 봐도 우습고 어설프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여러 문제가 확인되자 교과부는 뒤늦게 조사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우편 대신 온라인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입력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조사 시기도 방학이 아니라 3∼4월, 8∼9월 두 차례 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조사에 강제로 참여시킬 근거가 없어 회수율을 갑자기 높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조사, 연구, 교육, 계도 등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왜곡된 결과만 내놓는 부실 조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조사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

남의 부부 싸움을 엿듣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열 테이블 남짓한 카페 전체가 술렁일 정도로 싸움은 격했다. 멀찌감치 앉은 나조차도 1시간 넘게 이어지는 싸움을 듣자니 본의 아니게 그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됐다. 부부에게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 학부모 모임에 적극적인 여자는 큰아이를 영어와 수학 학원에 매일 보낸다. 아이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동네 친구들과 미국인에게 회화를 배우고, 창의력이라는 이름이 붙은 과학학원에 가며, 일본계 프랜차이즈 음악학원도 다닌다. 둘째는 유치원이 끝난 뒤에 영어 수업을 추가로 듣고 오후에 집에 와서 학습지를 푼다. 유치원생이 100만 원씩 쓰는 게 정상이냐는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에 다니는 모양이다. 남자의 불만은 대단했다. 애들은 자연과 함께 체험학습을 해야 한다며 경기도 어딘가에 있는 캠핑장 얘기를 되풀이했다. 학원에 돈 버리지 말고 밖으로 데리고 다니라고 했다. 아내가 몇십만 원짜리 과학교구를 샀던 일을 따질 때는 테이블을 들었다가 놓을 지경이었다. 학교에 자주 찾아가는 여자는 아이가 반에서 중간 성적도 안 된다며 방방 뛰었다. 학교에 한 번도 안 가 본 아빠는 때가 되면 다 한다며 더 화를 냈다. 엄마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큰애가 영어를 늦게 시작해서 망했다. 당신처럼 정신 나간 사람 때문에 우리 애들이 엉망”이라고 했다. 그저 한 부부의 싸움이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에 대한 문제가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전투였다. 다투는 모습을 보자니 그 집 아이들이 상처 받는 모습이 절로 그려졌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부모의 불화라는 연구 결과는 너무나 많다. 부부는 다투느라 아프고, 자녀는 부모 때문에 더 아프다. 부부가 교육관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자는 당장의 성적이나 학원 수에 급급해 정작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없어 보였다. 남자는 자신의 이상만 고집하느라 정작 아이들이 몇 시에 학교를 마치는지,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배우는지, 숙제의 분량이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몰랐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상담하러 온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세요”라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한참 머뭇거리다 “의사나 판사가 되면 좋겠지요”라거나 “이왕이면 서울대 가야겠지요”라고 말하는 학부모가 상당수라는 얘기였다. 자녀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도록 이끌겠다는 고민을 할 틈이 없으니 제대로 된 답이 나올 리 만무하다. 엄마수업, 아이의 스트레스, 마더 쇼크,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최근 교육 분야의 베스트셀러 목록이다. 부모의 불안한 마음, 거기서 파생되는 자녀의 아픈 마음에 대한 위로와 해법을 갈구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자녀에게 학습지를 하나 더 시켜 공부 잘하는 사람을 만들 것인가, 여행을 한 번 더 시켜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만들 것인가. 일률적으로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부부간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최소한의 합의점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모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부모들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서툴다. 부모도, 아이도 아프지 않으려면 부부간에 이 질문부터 던져보자.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이번 총선에서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19대 국회의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누가 교과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산적한 교육현안의 향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18대 국회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교원평가와 대학 구조조정 법안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교과위에 계류 중인 법안 중에서 교육 관련 법안만 430개에 이른다. 18대 국회에서는 교육 법안 처리가 그만큼 미비했다는 뜻이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 역점 정책인 교원능력평가의 근거를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2월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사실상 마지막 국회 때 처리하지 못했으니 17대에 이어 18대에서도 자동 폐기될 것 같다. 5월 국회가 남아 있지만 ‘정리’하는 성격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19대 국회에서도 교원평가 관련 입법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위 민주통합당 간사로서 관련 법안 통과를 수차례 무산시켰던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교과위 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인 정진후, 도종환 당선자도 교과위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교원평가 입법에 적극적이었던 조전혁 새누리당 의원은 불출마했다. 사립대구조조정특별법, 국립대재정회계법 등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된 법안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 대학 퇴출 입법에 앞장섰던 새누리당 임해규 의원, 사립대의 부실 회계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온 새누리당 권영진 의원이 낙선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차기 정부를 겨냥해 과학기술 부처를 독립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과기부 부활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친 과기계 당선자도 늘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단체의 연합체인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에 따르면 과학기술을 전공했거나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는 이번 총선에서 25명 당선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교과위 활동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교과위원 중에는 3선에 성공한 이상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총선 공약으로 과기부 부활을 내걸었다. 이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과학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기 때문에 19대에도 교과위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18대 한나라당 교과위 간사를 지낸 서상기 의원,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이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도 과기부 분리 요구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상위권 대학들이 2013학년도 입시요강을 속속 확정짓고 있다. 지난해 11월 및 올 2월에 발표한 입시안과 달라진 내용이 많으므로 수험생과 교사, 학부모는 주의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수시모집 응시제한(6회) 방침을 뒤늦게 내놓고 대학들의 통합전형을 불허하는 바람에 입시요강이 요동친 탓이다. 고려대는 수시모집 일반전형의 논술시험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인 11월 17일과 18일에 치르겠다고 13일 밝혔다. 두 달 전 공개한 입시안에서는 논술고사일이 수능 이전인 9월 22일과 23일이었다. 일반선발 2단계에서 20%를 반영하겠다던 면접도 없애고 논술과 학교생활기록부만 50%씩 반영하기로 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면접을 치르고, 수능 이전에 논술을 보겠다고 2월에 예고했는데 대교협이 뒤늦게 학생 부담을 이유로 불허했다”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연세대는 기존 방침대로 수시모집 일반전형의 논술을 수능 이전(10월 6일)에 치르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28일 학교에서 설명회를 개최할 때 이런 내용을 포함해 세부적인 입시 요강을 설명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에 서울대는 수시모집 선발 비율을 80%까지 늘리고, 정시모집의 경우 경영대와 자연계에서 논술고사를 없애는 대신 면접 및 구술고사를 치르는 내용을 중심으로 입시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을 지원하는 수험생은 일정과 전형방법이 제각각인 입시 유형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 수시모집만 하더라도 서울대에 가려면 심층면접을 준비해야 하고, 논술은 수능 이전(연세대)과 이후(고려대)에 모두 공부해야 하는 셈이다. 일부 대학은 수시모집 응시제한에 대비해 여러 개의 전형을 하나로 묶는 통합전형을 도입하려다가 이를 철회했다. 수험생이 한 번 지원해도 대학이 여러 기준을 적용하므로 실질적으로는 복수지원의 효과가 있는데 학습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며 대교협이 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균관대는 통합전형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연세대는 글로벌 융합전형을 없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전형을 처음 만든 중앙대는 아직까지 입시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 대학의 관계자는 “대교협이 지난해에 입시안을 승인해서 언론을 통해 다 발표했는데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일단은 원안을 고수하려 하지만 대교협이 계속 압박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11일 실시된 세종시교육감 선거는 당초 2년 전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결국 진보 단일화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세종시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 후보가 난립한 반면 진보 진영 후보는 단일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줄곧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비교돼 왔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후보 2명이 단일화에 합의해 곽노현 교육감의 당선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런데도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단일화는 통하지 않았다. 두 선거 모두 투표율(세종 59%, 서울 54%)이나 1, 2위 간 득표율 격차(세종 2.96%포인트, 서울 1.12%포인트)가 엇비슷했지만 후보들의 득표 양상은 사뭇 달랐다. 보수 후보 6명이 난립한 서울은 그중 절반이 1∼4%의 초라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세종시는 신정균 당선자(30.01%) 이외의 보수 진영 후보가 모두 12∼18%의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았다. 보수 진영 표가 완전히 분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의 표를 독식한 최교진 후보는 당선에 실패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세종시와 서울시가 비슷한 교육감 선거 구도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3가지 핵심 포인트를 꼽는다. 우선 세종시가 행정수도라는 특성상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다소 많다는 분석이다. 충청도 지역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데다 특히 행정수도의 구성원들은 보수 성향이 강했을 것이란 얘기다. 둘째로는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를 자처한 최 후보에게 곽 교육감처럼 극적인 단일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곽 교육감과 박명기 후보가 경쟁을 펼치다가 선거를 불과 열흘여 앞두고 극적 단일화를 이뤘다. 비록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이 나중에 드러났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그야말로 ‘대승적’인 화합이었다. 곽 교육감은 드라마틱한 단일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로 각인됐다. 이를 통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한데 모았다. 반면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처음부터 최 후보가 홀로 등장해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에 이런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끝으로 몇 차례 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인 교육감’보다는 ‘교육자 교육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후보는 교사 출신이긴 하지만 선거 홍보 슬로건을 ‘노무현의 꿈, 최교진이 완성하겠습니다’로 내걸었을 만큼 정치색이 짙었다. 반면 신 당선자는 이 지역에서 교직과 교육 전문직에만 매진한 점을 부각해 초중등 교육 전문가의 이미지를 굳힌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의 신정균 후보(62)가 당선됐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처럼 보수 성향의 후보가 4명이나 나온 가운데 단일화한 진보 진영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이 지역에서 30여 년간 교사와 연기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낸 토박이 경력을 강조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스마트 세종교육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겠다. 정치인이 아닌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우리 아이들 세대의 미래와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전국 최고의 명품 교육도시’를 표방한 만큼 학력 향상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영재교육, 영어교육, 과학교육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선정하고 수월성 교육 및 재능교육 강화를 공약으로 내건 점이 이런 기조를 보여준다. 눈에 띄는 공약은 다양한 특수학교 설립이다.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협의해 특목고 자율고 국제중을 지정할 권한이 있다. 이에 앞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에 외국어고와 과학고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세종외고가 내년에, 세종과학고가 2014년에 각 15학급 규모로 개교할 예정이다. 여기에 신 후보는 가칭 세종과학영재고등학교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과학영재학교는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KAIST 부설)뿐이다. 그는 예술고와 마이스터고 설립, 외국어 교육 강화도 공약에 넣었다. 이를 위해 세종시 주변 초중고교의 영어 원어민 교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세종시 교육감의 임기가 2년밖에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공약을 얼마나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학력을 높이고 다양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기조는 확실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가 순조로울 경우 우수한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관계자는 “보수 교육감이 당선되면 학습부진 학생을 줄인다거나 다양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은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있는 지역처럼 교과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현안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서울 노원구의 서울과학기술대 교정에서는 교복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다른 대학보다 눈에 많이 띈다. 검은 바탕에 학교의 영문명이 적힌 야구 점퍼다. 지난해까지 산업대였다가 올해부터 일반대로 바뀌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과기대는 2010년 서울산업대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교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학교 유형까지 일반대로 변신하기 위해 착실하게 준비를 했다. 대학 진학률이 낮던 1970, 80년대에는 사회인의 재교육과 평생교육이라는 운영 방침이 적절했지만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신입생 환영회부터 달라진 분위기 올해 신입생 환영회는 예년과 다른 점이 있었다. 공대의 경우 신입생 전원이 참석해 경기도에 있는 대형 콘도의 방과 식사가 모자랐다. 작년까지는 참석률이 90%를 넘은 적이 없었다.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였다. 최성진 입학관리본부장은 “내가 선택한 학교라는 자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대 입시는 일반 4년제 대학의 가, 나, 다군 전형과 별도여서 일반대에 탈락하고 오는 신입생이 적지 않았다. 올해는 수많은 일반대 가운데 선택해서 경쟁을 벌여 합격했으므로 애정과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 구성이 다양해졌다. 산업대 시절에는 여학생이 드물었지만 올해는 30% 정도로 크게 늘었다. 건축학과는 여학생이 절반을 넘어 교수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강한 일반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과학중점학교를 졸업한 지원자도 크게 늘었다. 출신 지역이 다양해진 이유다. 남궁근 총장은 “최근 경기 지역 25개 고교의 교장선생님을 만났더니 올해 우리 학교에 지원자가 없는 고교는 2곳뿐이더라.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일선 고교와 학생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 실감 난다”고 말했다.○ 산업대 강점으로 특성화 대학 도약 서울과기대는 일반대가 됐다고 함부로 학과를 늘리지 않았다. 산업대의 강점을 최대한 지키면서 과학기술 분야에 특성화된 새로운 일반대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물론 일반대 전환을 추진한 초창기에는 인문 사회 분야의 학과를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서울과기대보다 규모가 작은 지방대에도 소위 문사철(文社哲) 학과가 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식 종합대’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학과를 신설하는 대신 인문대에 기초교양학부를 강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인문학 철학 사회학 음악 등을 담당하는 30여 명의 교수가 이공계 학생들에게 풍부한 소양을 길러주는 방식이다. 정규 교육과정 외에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수시로 가동된다. 교내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월요음악공감’은 유명 오케스트라나 성악가, 국악인을 초청하는 행사. 다양한 공연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발길이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총장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다. 분기마다 학과장들이 투표로 추천 도서를 정하면 총장과 학생들이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문예창작학과가 주도해 신경숙 씨 등 유명 작가를 초청하는 ‘문학의 밤’ 행사도 인기다. 이명아 도자문화디자인학과 교수는 “향후 몇 년 내에 스토리텔링 같은 분야가 최대 직업이 될 것에 대비해 글쓰기 교육도 철저하게 시킨다”면서 “이공계 학생들이 다른 분야의 사람과 협업하는 능력을 키우고, 인문이나 예술 교육을 통해 시너지를 얻도록 가르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서울과기대가 이런 특성화 전략을 택한 이유는 산업대 시절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에 강한 면모는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가 신설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지원 대상 선정에서 빛을 발했다. 현장밀착형 모델로 이 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앞으로 5년 동안 지원 받는다. 산학협력에 미숙한 다른 대학이 ‘대학 중심의 산학협력’ 계획을 만들었지만 서울과기대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 중심, 현장 중심의 산학협력’을 제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로디지털단지와 파트너십을 맺어 학생들이 1년간 현장에서 실무를 배우게 하는 코업(Co-op) 과정도 서울과기대만의 특징이다.○ 학생 친화적인 혜택도 최강 서울과기대 출신의 취업률은 다른 일반대와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졸업생 3000명 이상의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3년 연속 1위다. 지난해 취업률은 73.5%로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50% 중반)을 훨씬 웃돈다. 등록금과 장학금 혜택도 매력적이다. 올해 연간 등록금은 수치상으로 지난해보다 6.6% 내렸지만 학교의 발전기금과 정부 지원금을 투입해 실제 인하 효과는 40% 정도로 추산된다. 수도권 대학의 등록금 평균이 845만 원인 반면 서울과기대는 500만 원 남짓이다. 또 기숙사 수용 능력이 뛰어나 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이 적다. 서울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활한 평지 캠퍼스(약 51만 m²) 덕분이다. 현재 아파트형 최신식 기숙사는 1600명이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900명 규모의 기숙사를 한 동 더 지을 계획이다. 기숙사는 지방 출신 위주로 운영하지 않는다. 지역 안배보다는 고학년을 배려해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등하교에 쓰는 시간을 줄이도록 했다. 서울과기대는 중장기적으로 로봇과 헬스케어 부문을 특성화의 대표 주자로 삼으려고 한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이 융합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 남궁근 총장 인터뷰 “입학사정관제 선발 늘려 신입생의 47.8% 뽑을 것” ▼“우리는 서울에 있는 대학 가운데 유일한 국립대입니다. 인재대국이라는 뜻에 부합하기 위해 학생 선발도, 교육도 정말 잘해야 합니다.” 남궁근 서울과학기술대 총장(사진)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뒤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인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탈바꿈하면서 학부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려고 고민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특히 서울대가 법인화된 이후 서울의 유일한 국립대가 됐다는 사실에 큰 사명감을 느낀다고 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올해 입시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47.8%까지 확대한다는 결정도 이런 고민의 산물이다.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회장이던 조효완 전 은광여고 교사를 입학사정관 실장으로 영입해 전형을 대폭 손질했다. 남궁 총장은 “국립대는 교과 성적뿐 아니라 출석과 같은 비교과 항목도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는 갑자기 결정하지 않았다. 지난 4년간 교수입학사정관 35명을 양성하는 등 도구와 자료를 충분히 쌓아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서울과기대는 입학사정관제로 합격한 신입생을 위해 영어와 수학 시험을 봐서 수준별 반 편성을 했다. 담당 교수들은 이들을 꾸준히 챙겼다. 이런 식으로 맞춤형 지도를 했더니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체로 졸업할 때 성취도가 높았다고 서울과기대는 설명했다.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이 늘어도 이런 맞춤형 지도와 관리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어떤 학생을 뽑고 싶으냐는 질문에 남궁 총장은 “학교생활이 계속 진취적으로 향상되는 학생을 원한다. 리더십이 강한 학생들이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모습을 꿈꾼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학생을 모아서 글로벌 융복합형 인재로 키우겠다고 했다.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자는 뜻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예술적 소양을 모두 갖춘 학생이 경쟁력을 발휘하므로 융합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반대학이 치열한 국제화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개별 학과마다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국제여름학교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 영어 강좌도 적극적으로 늘려 글로벌 지수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역사1910년 공립어의동실업보습학교 개교1931년 경성공립직업학교로 개편1944년 경기공립공업학교로 개편1968년 국립학교로 전환1974년 경기공업전문학교로 교명 변경1983년 경기공업개방대학으로 개편1988년 서울산업대학으로 교명 변경2010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교명 변경2012년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낸시 여사가 환하게 웃으면서 한국 어린이 2명을 안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무료로 수술을 해준다는 사연이었다. 1983년 11월 14일자 동아일보 1면. 가천대 길병원 창립자인 이길여 총장은 이 기사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고마운 마음과 함께 우리보다 형편이 못한 국가의 어린이를 데려와 보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로부터 8년 후, 한국이 의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1991년에 이 총장은 빚을 갚을 수 있게 됐다. 당시 미수교 국가였던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24세의 여성 도티늉 씨를 만났다. 이 총장은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그를 인천 길병원으로 데려와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가천대 길병원은 최근 20년간 해마다 수십 명의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초청해 무료로 수술했다. 지금까지 13개국에서 수백 명의 어린이가 새 삶을 찾았다. 가천대 길병원은 사회공헌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1968년 무료 자궁암 검진을 시작했다. 이 총장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미용사까지 포함된 대규모 봉사단을 이끌고 인천지역의 섬을 순회했다. 44년간 11만9665명이 혜택을 받았다. 이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가천문화재단은 13년간 전국 121명의 효녀에게 심청효행상을 수여했다. 효녀 심청전의 무대인 백령도와의 인연으로 제정한 상이다. 이 총장은 1995년 대한적십자사가 적자로 포기한 백령 길병원을 지역 주민들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인수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의료혜택을 제공했다. 가천길재단은 ‘새생명찾아주기 운동본부’를 설립해 저소득층 무료 수술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한센병 환자 후원 사업, 0∼3세 영·유아를 위한 육아지원 사업인 ‘세살마을’ 운동도 벌이고 있다. 가천길재단의 사회공헌 활동은 1960년대에 시작됐다. 이 총장의 유전자에 새겨진 나눔 정신이 몇 발 앞선 사회공헌의 뿌리다. 이 총장의 모친인 차데레사(세례명)는 집 근처의 거지도 정성껏 대접했다. 어머니는 당시 어린이였던 이 총장에게 밥상을 나르도록 시키며 “거지라도 손님을 홀대하는 법은 없다”고 일렀다. 이 총장은 1993년 인천지역 어린이·청소년 사회봉사단체인 ‘가천미추홀봉사단’을 설립했다. 어려서부터 봉사를 몸에 익혀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은 결과다. 올해까지 3415명의 봉사단원을 배출했다. 가천길재단의 봉사활동은 2010년 가천대가 약학대학을 유치할 때 큰 힘이 됐다. 백령도와 강화도 주민 2225명이 가천대 지지 청원서를 냈다. 그래서 이 총장은 “봉사를 하면 후대가 아닌 자기 대에 복을 받는다”는 말을 즐겨 한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4·11총선과 함께 치를 세종시교육감 선거가 2년 전의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4명의 후보가, 진보 진영에서 1명의 후보가 나와 접전을 벌이는 중이지만 단일화의 효과로 진보 진영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보수진영 6명이 난립한 반면에 진보 진영은 단일화하면서 곽노현 교육감을 당선시켰다. 세종시교육감 후보는 2일 현재 5명이다. 투표용지 기재 순서를 기준으로 진태화 전 충남체고 교장, 신정균 전 연기교육지원청 교육장, 오광록 전 대전시교육감, 임헌화 경희대 교수, 최교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장이 뛰고 있다. 이 가운데 최 후보는 진보 진영 후보로, 나머지는 보수 진영 후보로 분류된다. 공식선거 운동 전인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신 후보, 오 후보, 최 후보가 각축전을 벌였다. 예비후보 등록 직후에는 신 후보의 독주가 점쳐졌지만 후반전으로 흐르면서 보수 진영의 표를 네 후보가 나눠 가진 점이 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진영 후보 일부가 사퇴하거나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은 최근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연합은 “세종시민의 관심이 국회의원 및 시장 선거에만 쏠려 교육감 선거에는 무관심한 가운데 보수우파 후보의 난립으로 좌파진영 후보의 당선이 예상된다. 교육을 정치화하지 않으려면 보수우파 후보들이 반드시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수 후보들이 결집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지난달 지역 언론이 합동 토론회를 주관하려고 했지만 일부 후보들이 감정싸움을 벌여 무산됐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보수 후보 간의 비방전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반면에 최 후보 측은 전교조에 이어 지난달 31일 민주노총도 지지 성명을 발표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어느 회사에 평사원이 단 한 명 있다. 일이 너무 많아서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긴다. 사장이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직원을 두 명으로 늘려주마 한다. 그의 밑에 새로 배치된 직원은 놀랍게도 그 회사의 부장이다. 사장은 둘이 잘 알아서 업무를 나눠 맡으라 한다. 당신이라면 상사인 부장에게 어떤 일을 맡길 수 있을까. 업무 분담은커녕 상전을 모셔야 하지 않을까. 시트콤 같은 상황이 실제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 당국이 학교폭력 해법이라며 내놓은 복수담임제 이야기다. 개학한 지 한 달이 지난 요즘, 복수담임제가 적용된 전국의 중학교 2학년 담임 중 상당수는 ‘죽을 맛’이라고 토로한다. 부산의 한 중학교 사정을 살펴보자. 10개 반에 모두 복수담임이 배정됐다. 제2담임 중 절반이 부장교사다. 나머지는 건강이 안 좋아서 올해부터 담임을 맡지 못하게 된 이들이거나 임산부다. 심지어 한 제1담임은 자기가 속한 교과의 부장교사를 2담임으로 받게 됐다. 1담임이 2담임에게 업무를 나눠 하자고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학교의 한 1담임교사는 “1담임보다 2담임이 모두 고참급이라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입력처럼 비교적 간단한 일조차 도와달라고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학교는 2담임이 심층지도가 필요한 학생의 생활지도를 분담하기로 했다. 5월로 예정된 수학여행 준비를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갈등이 불거졌다. 일진처럼 심층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 밖에 있을 때 더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2담임들은 수학여행 같은 행정업무는 1담임의 업무라며 손을 놓고 있다. 한 1담임은 “아이들 사이에서 일진은 2담임이 관리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일진들이 1담임을 무시하는 부작용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돈 문제로 교사들끼리 감정을 다치는 일까지 생긴다. 담임을 맡으면 월 11만 원의 수당이 나오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2담임이 수당만 챙긴다며 못마땅해하는 1담임들도 있기 때문이다. 2담임을 맡은 한 원로 교사는 “젊은 선생님들이 ‘거저 받는 돈이니까 아이들 간식이나 사시라’는 식으로 말해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복수담임이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당초 목적에는 부합하지 못하면서 교사들 간에 감정의 골만 키운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9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 중 일부는 복수담임제 때문에 학교가 파행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은 복수담임제가 잘 정착되고 있다며 통계만 늘어놓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94%의 학교가 복수담임제를 실천하고 있고, 이 학교들은 100% 자율적으로 업무 분담 방식을 정했다고 홍보했다. 앞서 사례에서 열거한 상황들도 교과부를 거치면 미화되기 일쑤다. 교과부는 저경력 교사와 고경력 교사를 복수담임으로 지정하면 상호 멘토링을 통해 노하우가 전수된다고 주장한다. 일부 부장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담임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여 담임 기피 현상이 없어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학생들이 담임이 두 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규칙을 준수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장이 친한 부장교사들을 고려해 그들 위주로 업무 분담 방식을 정해버리고, 교사들 사이에 1담임 기피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늘 “현장 착근”을 부르짖는 교육 공무원들이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 진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방증이다.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11월 8일 실시되는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쉽게 출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너무 쉽게 출제된 외국어 영역만 난도가 다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8일 2013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EBS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을 70% 수준으로 유지하고, 영역별 만점자가 1% 수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은 2014학년도부터 수능이 A, B 선택형으로 바뀌기 전에 현 체제로 시행되는 마지막 시험이다. 이에 따라 일관성을 중시해 출제 영역과 범위, 방향 등을 모두 지난해 수능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 평가원의 방침이다. 성태제 평가원장은 “지난해와 똑같이 수능을 안정적으로 쉽게 출제할 예정이다. 다만 영역별 1%를 맞추려면 지난해보다 외국어는 약간 어려워져야 하고 언어나 수리 ‘가’형은 약간 쉬워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지난해에도 영역별 만점자 목표를 1%로 잡았으나 언어는 0.28%, 수리 ‘가’는 0.31%, 수리 ‘나’는 0.97%, 외국어는 2.67%가 나와 목표치를 벗어난 바 있다.영역별 만점자 1% 방침은 언어, 수리, 외국어에만 적용된다. 성 원장은 “탐구영역이나 제2외국어는 응시 학생 수의 변화가 커서 만점자 1%를 맞추는 것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렵다”면서 과목 간 표준편차를 맞추는 데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쉬운 수능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올해도 상위권 수험생들 간의 변별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학이 정시는 물론이고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쉬운 수능이라 해도 영역별로 고난도 문제가 반드시 서너 개씩 출제되므로 상위권 학생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숙명여대 재단인 숙명학원의 이용태 이사장과 김광석 이사, 전현직 감사 4명에 대해 임원 승인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숙명여대와 숙명학원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징계 이유는 재단이 숙명여대로 들어온 기부금을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숙명학원은 2004∼2009년에 동문 등이 낸 기부금 395억 원을 재단이 학교에 낸 것으로 바꿔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왔다. 교과부는 30일 해당 임원들을 모아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승인취소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 경우 이들은 앞으로 5년간 숙명여대는 물론이고 다른 사립학교 재단의 임원이 될 수 없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종합감사 결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의 입시전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서울대 치과병원은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19일 밝혔다. 교과부에 따르면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는 2009∼2012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심의하면서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도 그냥 넘겼다. 예를 들어 일부 대학이 입학전형 자격기준에 ‘할아버지의 영전 수여사항’처럼 수험생의 능력과 무관한 사항을 포함시켰는데도 이를 승인했다. 또 이런 심의 지적사항을 대학들이 고치지 않았는데도 대교협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교과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연구 보고서를 허위로 꾸며 사업비를 타 낸 사실도 드러났다. 해마다 하던 ‘산업계 관점의 대학평가’라는 연구를 2008년에는 별도의 정책연구 용역을 하는 것처럼 가짜 계약서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차명 연구책임자 명의로 국고보조금 1억 원을 빼돌리고, 내부 직원 3명에게 연구협력관 명목으로 2620만 원을 지급했다. 대학생 글로벌 현장학습이라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원 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대학원생까지 포함시켜 예산 1억4000만 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점도 확인됐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진료비 부당 청구가 집중적으로 문제가 됐다. 선택진료를 신청하지 않은 환자에게 이 진료비를 부과해 652명에게서 5382만 원을 더 받았다. 환자가 예약을 하면서 진찰료와 검사료를 미리 냈다가 검사를 받지 않았는데도 이를 돌려주지 않아 1억1871만 원을 챙겼다. 요양급여비의 일부를 환자에게 떠넘기거나 별도로 산정이 안 되는 항목을 임의비급여로 징수하는 방식으로 2억8889만 원을 더 받은 것도 확인됐다. 또 복지 혜택 차원에서 구입한 콘도와 골프회원권을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핵심 간부만 사용한 사실도 문제가 됐다. 2006년 직원 휴양소 명목으로 구입한 설악 썬밸리 리조트 회원권을 병원장, 진료처장, 관리부장의 명의로 발급받아 이들만 사용한 것이다. 의약품을 일반 경매로 구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해 연간 63억∼94억 원어치를 사들인 것도 지적됐다. 수의계약 문제는 앞서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지만 고치지 않았다. 대교협과 서울대치과병원은 법인카드로 공휴일에 직원의 유흥비를 결제하거나 인건비를 기준보다 많이 지급한 사례들도 적발됐다. 높은 신뢰도를 유지해야 할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책임자의 상당수가 이미 퇴직했거나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대교협은 “우리는 공공기능을 수행하지만 대학 간 협의체라는 민간기구 성격도 동시에 있기 때문에 감사 부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