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못 준 진보진영 단일화… 유권자 ‘교육자 교육감’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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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왜 졌을까…

11일 실시된 세종시교육감 선거는 당초 2년 전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결국 진보 단일화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세종시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 후보가 난립한 반면 진보 진영 후보는 단일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줄곧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와 비교돼 왔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후보 2명이 단일화에 합의해 곽노현 교육감의 당선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런데도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단일화는 통하지 않았다.

두 선거 모두 투표율(세종 59%, 서울 54%)이나 1, 2위 간 득표율 격차(세종 2.96%포인트, 서울 1.12%포인트)가 엇비슷했지만 후보들의 득표 양상은 사뭇 달랐다. 보수 후보 6명이 난립한 서울은 그중 절반이 1∼4%의 초라한 지지를 받았다. 반면 세종시는 신정균 당선자(30.01%) 이외의 보수 진영 후보가 모두 12∼18%의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았다. 보수 진영 표가 완전히 분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 진영의 표를 독식한 최교진 후보는 당선에 실패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세종시와 서울시가 비슷한 교육감 선거 구도에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3가지 핵심 포인트를 꼽는다.

우선 세종시가 행정수도라는 특성상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다소 많다는 분석이다. 충청도 지역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 데다 특히 행정수도의 구성원들은 보수 성향이 강했을 것이란 얘기다.

둘째로는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를 자처한 최 후보에게 곽 교육감처럼 극적인 단일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곽 교육감과 박명기 후보가 경쟁을 펼치다가 선거를 불과 열흘여 앞두고 극적 단일화를 이뤘다. 비록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이 나중에 드러났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그야말로 ‘대승적’인 화합이었다. 곽 교육감은 드라마틱한 단일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진보 진영의 대표 주자로 각인됐다. 이를 통해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한데 모았다.

반면 세종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처음부터 최 후보가 홀로 등장해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에 이런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끝으로 몇 차례 교육감 선거를 거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인 교육감’보다는 ‘교육자 교육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후보는 교사 출신이긴 하지만 선거 홍보 슬로건을 ‘노무현의 꿈, 최교진이 완성하겠습니다’로 내걸었을 만큼 정치색이 짙었다.

반면 신 당선자는 이 지역에서 교직과 교육 전문직에만 매진한 점을 부각해 초중등 교육 전문가의 이미지를 굳힌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세종시교육감#세종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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