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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과 학대에 시달리는 북한 어린이의 복지와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하원이 1일(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2012 북한 어린이 복지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식 발효된다. 법안은 “북한에서는 어린이 수십만 명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외국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은 무국적자가 될 수 있다”라며 “미 국무장관은 어린이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미 국무장관에 대해 재외 북한 어린이 실태와 이익 증진 방안, 입양 전략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작성해 관련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재외 북한 어린이들이 거주하는 국가를 상대로 무국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권고하고 한국 정부와 공동으로 재외 북한 어린이의 가족 상봉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해외 탈북 고아나 무국적 어린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이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급속하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바이오 기술 등 첨단기술 발달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는 전통적인 국부(national wealth) 창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지식(national intelligence)을 함양해야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롬 글렌 밀레니엄프로젝트 회장(사진)은 “정부는 국민 개개인의 지적 능력 증진을 국가의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라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글렌 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워싱턴 소재 사무실에서 가진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2030년에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전망하며 한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를 소상하게 밝혔다. 국가가 지식 함양을 이끌어야 할 필요성부터 제시했다. 그는 “사람들은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헬스클럽에 가입하지만 지적 능력을 함양하는 멘털 빌딩(지적 능력 함양) 클럽에는 가지 않는다. 농경사회에선 지적인 사람이 많이 필요 없었지만 지식경제사회에선 모든 사람이 지적이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글렌 회장은 특히 인터넷 시대가 자본주의의 모습을 바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주의에선 사적인 기업이 생산수단을 소유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도 생산수단이 됐으며 많은 부(富)가 인터넷에서 창출된다”라고 말했다. 글렌 회장은 “인터넷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돈을 벌면 은퇴라는 개념도 바뀐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돈을 버는 은퇴자들은 국가 경제적인 부담이 아니라 경제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식 증대를 국가적인 목표로 삼아 공교육뿐 아니라 성인교육 시스템을 마련해 국민 모두의 지식 증강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했다. 글렌 회장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박근혜 당선인은 정부 각 부처의 미래전략을 지휘하고 이끄는 조직을 청와대에 만들어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워싱턴=최영해·신석호 특파원 yhchoi65@donga.com}

중국의 해상 영토 팽창 야욕과 북한의 핵 능력 개발, 한국과 일본에서의 보수정권 등장으로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 정책을 표방한 미국의 대(對)아시아 무기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전 세계, 특히 아시아로의 미국의 무기 수출은 이미 증가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의 상황 변화는 미국의 무기 수출을 늘리면서 미국과 수입국의 국가 이익에도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덕분에 경제 침체에 허덕이는 미국으로서는 아시아로의 무기 수출 산업이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이 통신이 입수한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태평양사령부 관할지역 국가들과 2012회계연도에 맺은 무기 판매계약 규모는 전년보다 5.4% 늘어난 137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였다. 대표적으로 DSCA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성공 직후인 지난해 12월 21일 한국에 최신형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판매하겠다는 의향을 의회에 통보했다. 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무인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동맹국의 첩보 및 정찰 능력을 키우겠다는 미 국방부의 방침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일본도 미국에서 새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4억2100만 달러에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에는 전무했던 미국의 대인도 무기 수출은 지난해까지 누적 액수로 8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증가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은 미국제 전투기 주력 기종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미국 군수회사들에 자문역을 하고 있는 바우어그룹아시아의 루퍼트 해먼드체임버스는 “중국이 동쪽과 남쪽 해역에서의 영토문제에 단호한 태도를 보여 동남아시아 인근 국가들의 새해 국방예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북한 김정은 정권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활용한 핵폭탄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나서고 한국과 일본에서 보수적인 새누리당과 자민당이 집권한 것도 미국 국방부와 군수산업엔 호재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 무기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동시에 이들 동맹국의 자위 능력을 높이고 아프가니스탄 등 주변 지역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동참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익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경제위기 속에서 방위비를 줄여야 하는 미국 정부에 일거양득의 상황인 것이다.록히드마틴과 보잉, 노스럽 등 미국의 대형 방위산업체들은 신바람이 났다. 프레드 다우니 미 항공우주산업협회(AIA) 부회장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 전략이) 방위산업에 우방국의 무장을 도울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AIA는 2012년 연례평가 및 전망에서 적어도 앞으로 수년 동안 고가의 미국제 무기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아시아 지역으로의 무기 수출은 줄어들고 있는 대유럽 수출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AIA는 전망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오리건 주 펜들턴 한인 전세 관광버스 참사 사고 사망자 9명의 명단이 확인됐다. 캐나다 밴쿠버 총영사관과 외교통상부는 1일 문석민 씨(56) 등 한국인 5명과 반춘호 씨(56) 등 미국 시민권자 4명이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한국인 사망자 가운데 올해 12세가 된 김유민 양도 포함됐다. 사고를 낸 캐나다 밴쿠버의 한인 여행업체 미주 투어&트래블 소속 관광버스 탑승객은 모두 47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26명은 세인트 앤서니 병원 등 오리건 주 병원 9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시애틀 총영사관 관계자는 중상자가 있다고 말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팔과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서재민 씨(24·성균관대 휴학)는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굴러떨어진 버스에서 어린 딸을 찾는 부모들이 울부짖었고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생지옥이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친구 3명과 함께 여행에 나섰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유모 씨(25)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버스가 너무 빨리 달린다고 느껴 걱정했다”고 말해 운전사 황행규 씨(55)가 과속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승객은 사고 당시 도로에 눈이 내리고 안개가 끼어 다른 길로 갈 수 있는지 물을 정도로 걱정했다고 한다. 운전사 황 씨만이 안전벨트를 착용했다는 점에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CBC 방송은 사고 차량과 같은 형태의 대형 버스는 승객의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탑승자에는 미국인 캐나다인 일본인도 포함됐지만 대다수가 한인이었다고 밴쿠버 총영사관이 밝혔다. 방학을 맞아 미 서부여행에 나선 대학생들과 현지 교민, 한국에서 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2012년 마지막 날 사고 소식을 접한 밴쿠버 교민 사회는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다음은 외교부가 발표한 국적별 사상자 및 1일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상자 명단. 문의는 영사콜센터(02-3210-0404, 2100-0404) 또는 시애틀 총영사관(1-204-441-1011∼4)으로 하면 된다.◇사망자(국적별) ▽한국 △문석민(56) △정운홍(68) △김중화(64·여) △김애자(62·여) △김유민(12·여) ▽미국 △이용호(76·여) △반춘호(64·여) △데일 오즈번(58) △리처드 손(미확인) ◇부상자 ▽한국 △김도우(17) △이승준(23) △조성호(19) △서재민(24) △김정녀(56) △반연(68) ▽미국 △엄은숙(75) △양춘숙(68) △김흥숙(66) △오즈번 다린(66) △리처드 손(65) △레이철 손(54) ▽캐나다 △문춘자(54) △김희은(47) △황행규(55·운전사) △고은실(48) △김준원(47) △김성섭(46·가이드) ▽일본 △하나다 주니치 ▽미확인 △김혜진 △김수민 △김지민 △김윤 △존 최 △김만선(72) △조일연(74) △최윤희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상원이 세수 확충을 위한 부자 증세에 합의해 자동 증세와 재정 지출 삭감을 뜻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을 피했다. 미 하원은 늦어도 3일까지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협상 시한인 1일 0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1일 오전 2시(현지 시간)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89 대 8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상원이 합의한 증세안에 따르면 부부 합산 연 소득 45만 달러 이상, 개인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세율을 현행 최고 35%에서 39.6%로 올리기로 했다. 재산세 및 배당세율도 15%에서 20%로 오른다. 일정액 이상을 상속하는 경우 상속세율도 35%에서 40%로 인상된다. 부자 증세 대상인 미국인은 전체 3억1390만 명(지난해 7월 1일 기준)의 1%인 319만 명 미만일 것으로 추산된다. 미 의회가 증세에 합의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10년 동안 6000억 달러가량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미국 언론은 전망했다. 합의안은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 및 재정 혜택은 유지하기로 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만든 감세 혜택은 부자 증세 대상을 제외한 전 소득 계층에는 계속 유지된다. 장기 실업수당도 1년간 연장해서 지급돼 실업자 약 200만 명이 새해에도 계속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적자 재정을 만회하기 위해 별도의 합의가 없을 경우 1일부터 연방정부의 재정 지출을 자동으로 삭감하도록 한 ‘시퀘스터(sequester)’는 2개월 동안만 연기됐다. 행정부 대표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상원 내 공화당 측 협상 당사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에 성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의 협상 타결 직후 성명을 내고 “양당 모두 원하는 것을 전부 얻지는 못했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평가하고 하원에서도 빨리 재정절벽 차단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하원은 늦어도 3일 상원이 넘긴 법안을 표결로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은 상원의 합의와 표결이 지연되자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일찌감치 1일 오전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현 하원 제112대 의회의 임기는 3일 정오까지다. 국내외 경제 침체를 불러올 재정절벽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하원도 상원의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 관계자는 “다행히 1일이 공휴일이라 금융시장이 모두 문을 닫기 때문에 하원의 표결 연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후에도 미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다. 우선 연방 재정 지출 삭감안에 합의해야 한다. 미국 의회가 올해 2월까지 이에 대한 추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1조2000억 달러, 연간 1090억 달러의 예산이 자동 삭감된다. 연방 부채도 지난해 12월 31일로 법정 한도인 16조3940억 달러를 초과했다. 재무부가 긴급조치로 버틸 수 있는 2월 내에 한도 인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국가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 위기에 직면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서부에서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한국인 등 39명이 탑승한 관광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9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사상자 다수가 교민과 한국인 관광객일 것으로 우려되지만 정확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를 낸 관광버스는 캐나다 밴쿠버의 한인 여행업체인 미주 투어&트래블 소속으로 이날 오전 10시 반경 오리건 주 동부 펜들턴 인근 84번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스는 눈과 얼음이 덮인 노면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언덕 아래로 30m가량 굴러 떨어졌다. 버스가 3차례나 구르며 바위 바닥에 처박히는 바람에 사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버스는 바위 바닥에 멈췄지만 좌석 사이에 낀 승객 39명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전달됐다. 일부는 부상한 채 차를 빠져 나왔지만 일부는 버스 내에서 숨이 멈췄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였다. 부상자 21명은 펜들턴 세인트앤서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5명은 이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에는 16세와 17세 한인 청소년도 포함돼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년 전 한국에서 밴쿠버로 이주했다는 17세 한인 청소년은 “승객 다수가 한국 일본 대만 사람이다”며 “앞쪽에 앉은 승객들이 더 심하게 다쳤다”고 전했다. 성탄절과 연말 연휴를 즐기기 위해 12월 22일 캐나다 밴쿠버를 출발한 일행은 8박 9일 동안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등 미 서부를 일주하고 밴쿠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코치투어라고 불리는 문제의 여행상품은 한인 여행사들의 저가 경쟁이 치열해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샀던 승객 대부분은 강행군에 지쳐 낮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미국 오리건 주 경찰은 사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긴급구조대 13개 팀은 로프를 이용한 고각도 기술(high-angle techniques)과 전지형(全地形) 만능 자동차(all-terrain vehicle) 한 대로 생존자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구조작업은 3시간 동안 진행됐고 오후 1시 반 마지막 생존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버스 운전사는 생명을 건졌지만 부상이 심한 데다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현지 경찰이 사고 원인과 탑승객 상황 등을 직접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역은 ‘블루마운틴’ 서단 지역으로 ‘죽음의 통로(Deadman's Pass)’로 불리는 험지라고 CBC방송이 전했다. 기후 변화가 심한 사고 지점 서쪽으로 48km 떨어진 곳에서 이날 다른 전복 사고가 발생해 60대 운전자가 숨졌다. 이용훈 밴쿠버한인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곳에 이민 온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이렇게 큰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고버스 소속 여행사는 버스 6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 전까지 최근 2년 사이에 사고가 없었다고 외신들이 미국과 캐나다 교통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통상부는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영사를 사고 현장과 병원에 급파해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 최철호 부영사는 “병원 측이 현지법을 이유로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어 경찰의 공식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워싱턴=신석호,정미경 특파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올해는 2003년 이래 이라크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은 첫해였다. 지난해 12월 18일 미군 400명이 마지막으로 쿠웨이트로 철군하면서 서방 언론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이후 이라크 내부에서 많은 중대한 정치 상황이 있었지만 이따금 차량 폭탄테러 소식만 외신을 탔다.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은 최근 ‘미국 언론이 2012년에 가장 소홀하게 취급한 이야기 톱 10’을 소개하면서 ‘전쟁 이후의 이라크’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라크 야권은 누리 알말리키 총리(62)의 3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캠페인에 한창이다. 의회는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간의 대립으로 경제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집권 시아파에 테러를 한 혐의로 9월 사형을 선고받은 수니파 타리크 알하시미 부통령은 터키에서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10월 말 초특급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 연안을 강타해 100명 이상의 인명을 앗아가는 큰 피해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샌디로 피해를 입은 카리브해 연안 중남미 국가들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2위). 아직 2010년 대지진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이티에서는 54명이 죽고 약 20만 명이 집을 잃었다. 2011년 미국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했다. 하지만 2012년 미 대선 정국에서 보통 사람과 선출직 정치인의 경제적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받지 못했다. 보통 미국인들이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동안 상하원 의원 535명의 순 재산은 2008년 16억5000만 달러에서 올해 20억4000만 달러로 늘었다. 서방 언론들은 예멘에서 알카에다 지도자 등을 축출하기 위한 미국 등이 드론 공격 기사를 자주 보도했지만 2500만 예멘 국민들에게 가장 절박한 이슈는 물 부족이었다. 보통 중동 사람 1명에게 1000m³의 물이 공급됐지만 예멘 국민은 140m³에 불과했다. 예맨 정부는 물 아껴 쓰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공동 급수를 실시해야 했다. 영국 최대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2010년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와 관련해 벌금 45억 달러(약 4조9100억 원)를 내기로 11월 미 법무부와 합의한 것은 ‘멕시코 만(灣)의 정의’로 평가됐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는 28일 북한이 올해 여름과 가을 수해를 당한 핵실험 시설을 수리하기만 하면 제3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동향 분석 웹사이트 ‘38 노스’는 이달 13일 촬영한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 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8 노스’에 따르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올해 심각한 수해로 주요 시설이 파괴됐으나 11월 핵실험장 운영 능력을 회복했고 혹한기 데이터 수집 장비 보호용으로 보이는 새로운 구조물도 설치했다. 연구소는 “북한이 정치적인 결정만 내리면 2주일 안에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핵실험장 남쪽 갱도 입구에서 나오는 물줄기 형태를 봤을 때 예측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새로 판 남쪽 갱도에서 3차 핵실험을 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한미연구소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면 갱도 내부 핵실험 장치와 관련 데이터 수집용 감지기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물이 불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위성사진에 나타난 물의 양이 많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이 문제가 통제 가능한 상태인지, 아니면 해결됐는지 불분명하다고 한미연구소는 덧붙였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외교협회(CFR)가 고위 관료 및 전문가뿐 아니라 민간인까지 의견을 수렴해 만든 ‘2013년 세계 분쟁 전망도’에서 내년 한 해 미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될 국제분쟁은 시리아 사태인 것으로 나타났다.‘세계의 경찰’인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국제적 긴급사태 30가지를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국가이익에 주는 충격’이 큰 순서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한 결과 시리아 사태는 유일하게 두 가지 기준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폴 스테어스 CFR 예방행동센터 소장은 “시리아 내전이 격화돼 제한적이나마 주변국이 개입하고 궁지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며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시리아의 혼란은 터키와 레바논 요르단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고 내전 와중에 생화학무기가 테러리스트의 손으로 넘어갈 우려가 크다.이란이 핵과 운반수단 개발에 큰 진전을 보이고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감행해 무력충돌이 일어날 가능성과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놓고 충돌을 벌여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이 자동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우선적으로 대비할 긴급사태 1그룹에 포함됐다.가능성은 낮지만 알래스카를 포함한 미국 본토가 대량살상무기의 공격을 받거나 주요 기간시설이 사이버 테러 공격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1그룹에 오른 것은 미국인들이 상당한 안보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군과 나토군 철수에 따른 아프가니스탄의 치안 악화와 파키스탄의 내부 불안도 포함됐다.2008년부터 매년 실시해온 CFR 여론조사에서 북한은 지난해 1그룹에 포함됐지만 올해는 2그룹으로 내려갔다. CFR는 “내부 권력승계가 이뤄져 대남도발과 내부 불안 가능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주변국을 위협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CFR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일반인 수만 명의 의견을 취합하고 1만5000명 이상의 관료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최종 리스트를 선정했다. 분쟁 예상국가로는 모두 25개국이 지정됐다. 지역별로 중동과 아프리카가 각각 9개국(10건과 9건)이었고 아시아가 6개국 7건으로 뒤를 이었다.미주에선 미국에 이어 마약밀매가 급증한 멕시코가 2그룹에 올랐을 뿐이다. 미국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카스트로 형제의 쿠바와 우고 차베스의 베네수엘라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지역분쟁을 제외하면 유럽 지역에서도 긴급사태가 없을 것이라고 CFR는 전망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임기 첫해인 2009년 12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 머물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63)가 호텔을 급습한 현지 공안 요원에게 전격 체포됐다. 미 국무부는 그가 쿠바 내 유대인들의 인터넷 접근을 지원하는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쿠바 민주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비밀 요원이었다. 쿠바 당국은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 한 혐의로 15년 형을 선고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올해 2월 “어떤 협상도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막후에서는 그를 구출하기 위해 수차례 고위급 비밀 접촉을 벌였다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뉴스위크 편집자인 R 슈나이더먼이 쓴 ‘아바나의 우리 사람(Our Man in Havana)’이라는 글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구출 작전의 총감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작전을 실행한 인물은 최근 차기 국무장관에 내정된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으로 배역도 화려하다. 케리 위원장은 2010년 10월 뉴욕의 쿠바 유엔대사관저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외교장관과 비밀 접촉을 가졌다. 다음 해 3월 카터 전 대통령이 아바나를 직접 방문해 형으로부터 막 권력을 넘겨받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났다. 케리 위원장은 로드리게스와의 회동에서 미국이 수십 년 동안 실행해 온 대쿠바 민주화 정책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쿠바는 그로스를 석방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 케리는 USAID의 쿠바 민주화 프로젝트가 방만하게 운영돼 예산삭감 등 개혁 작업을 하면서 그로스 구출에도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케리의 개혁 구상은 USAID 관료들의 ‘밥그릇 걱정’을 샀고 미국으로 탈출한 쿠바 난민들의 후원을 받는 보수적인 의회 인사들에게 알려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화조치를 기대했던 카스트로도 미국의 대쿠바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돌아섰다. 쿠바의 감옥 내 병원에 수감 중인 그로스는 병을 얻어 치료를 받으면서 쿠바 야구 경기나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소진하고 있다고 그의 부인이 전했다. 2008년 대통령 후보 시절 “쿠바와 새 출발을 하겠다”고 공언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미국 내 쿠바인들의 쿠바 송금과 여행 제한 등을 철폐하는 등 일련의 선제적인 유화 정책을 내놨다. 카스트로 정부가 오랫동안 불만을 표시했던 아바나 미국대표부 앞 네온사인도 껐다. 네온사인엔 “쿠바는 개혁하라”는 등 쿠바 정부가 꺼리는 구호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그럼에도 오바마 정부에서 쿠바와의 관계에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그로스 석방 협상 결렬 때문이라고 슈나이더먼은 지적했다. 오바마 2기에는 그로스가 석방될 수 있을까. 우선 낙관적인 기대가 가능하다. 우선 비밀접촉의 주인공인 케리가 대쿠바 정책을 좌우하는 국무장관이 됐다. 미국에 구속돼 있는 쿠바인 스파이 5명과 그로스를 맞바꾸는 옵션도 있다. 하지만 ‘재정절벽’으로 상징되는 경제위기 극복과 이란 핵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쿠바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강력한 대쿠바 제재를 원하는 미국 내 보수주의도 걸림돌이다.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 씨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그로스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가는 앞으로 북-미관계 전망에도 가늠자가 될 수 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공격용 무기 규제 법안이 2004년 폐지된 뒤 미국의 총기 산업은 번창 일로를 걷고 있다. 2008년 이후 총기산업이 미국 경제위기 극복의 선봉에 섰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최근 종합한 통계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13만1806명의 총기 판매상이 연방정부 허가를 받고 성업 중이다. 도시와 시골 곳곳에 있는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1만4098개)의 9배나 된다. 미 연방정부 산하 기관인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에 따르면 2010년 한 해에만 871만1644정의 무기가 새로 시장에 풀렸다. 제조와 수입 비중은 5 대 3으로 총기산업의 연간 총수입은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 웬만한 중소 도시에서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열리는 ‘총기 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총기 쇼에는 1600개 판매상이 5만5000명의 고객을 맞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총은 부시마스터가 만든 반자동 권총으로 전국 소매상을 통해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뉴타운 사건 범인인 애덤 랜자도 이 회사 총을 썼다. 미국인의 47%가 총 3억1000만 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하지만 지금도 연방 정부 통계에 잡히는 거래는 60∼70%에 불과해 실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내 가장 강력한 총기 보유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법제화에 일절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총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총기 규제 시도는 이번에도 과거처럼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다.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은 23일 NBC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총기 규제 법안 마련을 위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TF)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년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총기 보유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를 파괴하려는 패널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압도적 다수 미국인의 지지를 받고 있는 NRA는 수정헌법 2조를 잃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피에르 부회장은 대용량 탄창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거나 19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 동안 시행됐던 공격용 무기 규제를 되살리는 방안도 “그건 엉터리 입법 쪼가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도 NRA를 지지하고 나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캘리포니아·공화)도 이날 ‘미트 더 프레스’에 나와 “(NRA가 21일 제기한) 모든 학교에 무장 경찰을 배치하는 방안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크리스마스 쇼핑을 하던 사람들이 ‘정부가 내 총을 뺏어 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라며 “지금까지 어떤 규제도 성공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에 추가 규제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미국 언론들도 ‘용두사미’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34년 이후 거듭된 총기 사고와 이에 따른 총기 규제 논의가 어떻게 흐지부지됐는지를 3개 면에 걸쳐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역사적으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 발생→개인의 총기 보유 규제 여론 비등 →총기 옹호 단체들의 강력한 로비와 의회에서의 지루한 입법 전쟁→뒤늦게 빠져나갈 구멍이 숭숭 뚫린 실효성 없는 규제 법안 탄생 및 사멸’이라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99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한 시민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1994년 공격용 무기 규제 법안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NRA 등 총기 옹호 단체들의 로비에 넘어간 의원들은 과거 구입한 공격용 무기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나마 법안은 2004년 연장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총격 사건 참사 후 백악관 인터넷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에 총기 규제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특별 영상 메시지를 달아 신속하게 화답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총기 규제를 위한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없었다”라며 그가 어느 정도 진정성을 나타낼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어려운 이유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도 한 요인이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서부 개척, 1861∼1865년 남북전쟁 등을 거치면서 미국인들은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자신이 직접 지킨다는 신조를 지켜 왔다. 헌법이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자 ‘국가로부터 내 총을 지킬 권리’를 수정헌법 2조에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총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총기 보유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총기 규제 강화 법안 마련 방침에 사실상 반대하고 나서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웨인 라피에르 NRA 부회장은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14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처음으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라피에르 부회장은 “제2의 애덤 랜자(뉴타운 사건 범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모든 학교에 무장경비를 의무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방 의회가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피에르 부회장은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의 책임이 아이들을 폭력적인 문화에 노출시키는 비디오 게임과 영화, 미디어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을 가진 악당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며 ‘총은 총으로 막아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NRA가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때도 이런 주장을 했다고 상기시키면서 “그때는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매도했지만 애덤 랜자를 훈련된 무장경찰이 신속하게 제압했다면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회견이 전국에 TV로 생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 2명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다 끌려 나가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자 ‘NRA가 은신처에서 기어 나오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옹호하려는 행태를 비난했다. 한 전직 경찰관은 NYT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 사설에 댓글을 달고 “전쟁 상태와 같은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키우자는 것이 NRA 주장이라면 그들은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학교 입구가 여러 곳인데 이곳에 모두 무장요원을 배치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미국 학교의 3분의 1에는 이미 무장요원이 배치돼 있는데 10만 개 학교에 추가로 한 명씩 무장요원을 배치할 경우 79억 달러(약 8조3530억 원)가 들어간다는 추산이다. 총기 규제 논란 속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은 계속돼 펜실베이니아 주 서부에서 21일 오전 9시경 한 남성이 여성 1명과 남성 2명을 권총으로 사살하고 자신도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전날에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져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미국 언론은 NRA가 잇단 총격 사건에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노력에 힘든 앞날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NRA는 그동안 약 400만 명의 회원과 연간 35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바탕으로 총기 규제 움직임을 막아 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한국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이후 워싱턴에는 안도감이 흐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전임 이명박 정부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정책을 상당부분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워싱턴과 서울의 새 정부가 출범 초기 몇 개월을 서로를 알아가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대북 햇볕정책, 한미동맹의 역할 등을 재(再)논의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가능성이 줄었다. 박 당선인의 핵심 정책 조언자들은 워싱턴에도 잘 알려진 경험이 많은 지도자들이다. 정책과 관료의 연속성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것이다. 미국이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간 정책조율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한미관계는 오바마-이명박 정부 시절 ‘더이상 좋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긴밀했다. 박 당선인은 모든 차원에서 워싱턴과 서울의 관계가 정교하고 성숙해진 지난 4년을 기반으로 한미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2009년 6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공동 비전 선언’은 좋은 출발점이다. 당시 발표된 미래 비전의 상당 부분은 아직 미완성 상태다. 한미관계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고 동북아 지역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은 당시 선언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무시하고 남한 대선 일주일 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동맹의 기반이 한반도 방위라는 점을 다시 일깨워줬다. 박근혜 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 옵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미국이 신뢰받는 파트너이길 바란다. 최근 몇 년의 사건들과 권력 승계에서 파생되는 북한의 불확실성 때문에 남북관계가 갑작스러운 돌파구를 만들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미국은 동맹 사이의 긴밀한 조율과 논의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상대방을 놀라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지역 내 긴장 국면으로 인해 강력한 한일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양국 간에 남은 불가피한 긴장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일관계의 폭을 넓히고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한일 양국 관계가 가파르게 악화되는 것을 지켜봤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한국의 전략적이고 경제적인 이익이 있으며 양국이 공유할 이익과 가치가 많다’는 인식을 한국의 새 정부가 명확하게 밝혀 줄 것을 미국은 기대할 것이다. 셋째, 정치적으로 민감한 동맹 관리 문제와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하는 협력 과정에 미래를 내다보는 긍정적인 화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예측 가능한 미래에 아시아 지역 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 동참하고 일본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고든 플레이크 美맨스필드재단 이사장}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국 매체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취임 뒤 첫 시찰지로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를 선택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그가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전은 톈안먼(天安門) 사태와 소련 붕괴 등으로 국내외적 위기를 맞은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나서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설파한 곳이다. 당시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뿐이다”라고 말했다. 선전은 또 시진핑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광둥 성 당 서기로 있을 당시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곳이기도 하다. 시 총서기의 구체적인 시찰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선전은 벌써 손님맞이에 분주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 총서기가 취임한 뒤 지난달 29일 첫 공개 활동으로 국가박물관 ‘부흥의 길’ 전시회에 참석하러 갈 때 베이징(北京) 중심가의 교통 통제가 없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는 4일 중앙정치국이 정치국 상무위원 행사 때문에 교통을 통제해 서민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실천한 것이다.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의 공세에 몰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서 그동안 시리아 사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미국 지도부가 강력히 경고하며 유사시 무력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일 워싱턴 포트맥네어 기지 내 국방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사린가스를 포함해 화학무기를 조금이라도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를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체코에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배치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으로 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 내전에 미국의 개입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사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대량살상을 위해 개발한 신경가스로 사람의 호흡기와 근육을 마비시켜 질식사를 초래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미국 수뇌부의 경고는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가 이날 “시리아가 치명적인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배합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여러 징후를 포착했다”고 한 발언이 언론에 소개된 직후 나온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확실히 행동을 취할 계획”이라며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정부는 수만 명 규모의 부대 파병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준비해 왔으며 화학무기가 배치되기 전에 공습해 물자를 파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되자 시리아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국영 TV에 출연해 “시리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고 부인했지만 국제사회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편 그동안 국제사회를 상대로 시리아 정부의 ‘입’ 역할을 했던 지하드 마크디시 시리아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레바논을 거쳐 영국으로 망명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학교를 박격포로 공격해 학생 28명과 교사 1명 등 29명이 사망했다고 관영 사나통신이 4일 보도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유엔은 구호활동을 위해 다마스쿠스에 체류하고 있는 유엔 직원 100명에게 임무를 무기한 중단하라고 지시하고 이 중 30여 명은 시리아를 떠나도록 했다. 유럽연합(EU)도 다마스쿠스 주재 사무소의 활동을 최소 수준으로 줄였다.워싱턴=최영해·뉴욕=박현진 특파원}

《 북한이 이달 10∼22일 장거리 미사일을 쏘겠다고 1일 발표하자 미국과 중국, 일본 등 모든 주변국들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북한의 우방인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은 2일 오후 외교부 홈페이지에 “북한은 우주 공간을 평화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 권리는 안보리의 유관 결의 등의 제한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북한의 ‘위성 발사’에 우려를 표시하며 안보리 결의를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역대 관련 발언 중 강도가 가장 높다. 미국과 중국의 새 지도부, 그리고 정권 탈환이 확실시되는 일본 자민당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향후 이들의 대북정책 기조를 전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미국 중국 일본의 대응 전망을 소개한다. 》▼ 유엔, 발사땐 안보리 자동소집… 추가제재 논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에서는 안전보장이사회가 자동 소집돼 추가 제재 등을 논의한다. 유엔 안보리가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의장성명을 채택하면서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당시 의장성명은 ‘북한의 추가 도발 또는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이사국이 안보리 소집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아도 안보리가 자동으로 열리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과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나왔던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나 결의안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2009년 발사 때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조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3∼2014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한국은 이달 개최되는 유엔 안보리 회의를 직접 참관한다. 공식 임기가 내년 1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지만 이미 지난달부터 안보리 회의를 참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진행상황을 직접 파악하고 다른 이사국들과 신속한 협의도 진행할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여러 액션이 이뤄질 것”이라며 “안보리가 제재 대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그 이상의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제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미국 “평화 위협하는 도발… 동맹국과 긴밀 논의”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3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을 당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재선 직후 같은 소식을 받아들고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위성 발사는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도발적인 행위”라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18호와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어 “4월 16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의장 성명은 북한의 4월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으며 북한이 추가 발사에 나설 경우 제재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부족한 자원을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투입하는 것은 북한의 고립과 빈곤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북한이 안보를 지키는 길은 주민들에게 투자하고 국제의무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핵 6자회담 참가국 및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다음 단계의 대응책을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2기에는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백악관 내에 ‘대북 대화파’의 입지를 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대북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신임 국무장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미국은 이번 사안은 기존 정책기조 위에서 처리하고 새 국무장관이 기용된 뒤 대북정책 방향 수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 일본, 패트리엇 배치… 北-日 국장급 회담 연기 ▼일본 정부는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에 주변국 가운데 가장 강경하게 대응했다. 우선 베이징에서 5, 6일 열기로 한 북-일 국장급 회담을 연기한다는 방침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단에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북한과 회담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방위상은 같은 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파괴 준비 명령을 자위대에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시작했으며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오키나와(沖繩) 등에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일본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부터 안전보장과 외교에서 강경한 주장을 해온 자민당에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다. 하지만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강경 대응은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북한에 강경한 자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 정권이든 자민당 정권이든 내년 초가 되면 일본과 북한 간에 미사일 갈등이 지속되기보다는 본격적인 외교 교섭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중국 “발사계획 우려” 4월보다 강도 높여 반대 ▼중국 외교부의 친강(秦剛) 대변인은 2일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서도 “중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에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국의 반응에 주목할 것”이라면서 이런 입장을 내놨다. 중국이 북한의 올해 2차 ‘위성 도발’에 전보다 좀 더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중국은 올해 4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트리거 조항’을 넣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의 국가 이익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새로이 들어선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도 기존 대북정책을 크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전문가는 이날 “중국이 말처럼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 대변인은 이날도 과거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더 유리하게 행동하고 냉정하게 대처해 정세가 격화되는 상황을 피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3월 북한이 ‘위성 발사’를 예고했을 때도 중국 정부는 ‘우려’ 등의 표현으로 불편한 속내를 공개했다. 이후 4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자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규탄 의장성명에 적극 응하는 등 과거와 조금 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8월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이 방중하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극진한 대접을 하는 등 제재보다는 동맹으로서의 우호 관계 강화에 더 방점을 뒀다.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북한이 19일 한국의 대선 전에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엔과 관련국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대북제재위원회의 안보리 보고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의 보조기구로 의견과 분석을 제공하는 7인 패널의 멤버인 주유엔대표부 이장근 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고서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북한의 불법무기 수출과 미사일 실험발사에 대해 회원국으로부터 올라온 최근 정보가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산당 중앙당교의 북한 전문가 장롄구이(張璉괴) 교수는 궈지짜이셴(國際在線)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여러 차례 김정일의 혁명 유산을 계승하겠다고 밝혔고 유훈에는 핵무기와 미사일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인공위성을 명분으로 로켓을 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3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 리젠궈(李建國)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일행이 미사일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한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준비하면서 중국 사절을 만난 것은 로켓 발사가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권리라고 포장하는 한편 북-중 양국관계의 결속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계획에 중국도 불쾌해할 것”이라며 “지역 긴장을 완화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북한이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이 독재정권의 민주화와 함께 핵개발 포기를 선택한 미얀마(버마)를 본받으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월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의 강연에서 “북한은 버마를 민주화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며 “버마는 북한이 뒤따라야 할 진로로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북한지도부를 향해 핵을 포기하고 미얀마의 길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한편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는 북한의 서해 미사일기지 내 연료저장소로 보이는 건물 옆에 연료와 산화제를 담았던 용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나타난 점도 발사가 임박한 징후라고 분석했다. 연구소가 분석한 위성사진에는 발사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장소로 판단되는 건물 근처에서 인부들이 통신장비를 설치하는 듯한 모습이 나온다. 고위층 인사가 발사 과정을 지켜보는 용도의 건물 근처에서 정리정돈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4월 13일 같은 기지에서 ‘은하 3호’ 로켓을 쏘아 올릴 때처럼 항공 또는 해사 분야 국제기구에 로켓 발사 계획을 통보하지 않았다. 또 무선통신 분야 국제기구에도 북한이 위성을 활용하기 위한 전파 사용 계획을 통보하지 않아 본격적인 로켓 발사 시점에 이르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위성사진 등으로 미뤄볼 때 로켓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나 북한의 특성상 언제든지 이를 철회하고 없던 일로 할 수 있다”며 “막판까지 최대치의 정치적 효과를 계산해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8월 평양을 방문한 미국 백악관 관계자들이 미 대선 전 무력시위 자제를 요청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인 대가를 요구하며 최근 미사일 발사 시위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유엔본부(뉴욕)=박현진·워싱턴=최영해·베이징=고기정 특파원 witness@donga.com}

“국민 여러분. 남북은 그동안 비밀리에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습니다. 우리는 평양에서의 정상회담 뒤 국군포로 납북자 10명 이상의 고향방문 또는 송환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일단 평양에 오면 우리 장군님이 잘 알아서 해 주실 것’이라는 모호한 약속만 되풀이합니다.” 2009년 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싱가포르에서 만나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을 들고 왔지만, 다음 달 실무조건을 논의하던 당국 간 개성 회담이 결렬됐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위대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이런 대(對)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면 어땠을까. 이 대통령이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북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고향 구경을 시켜 주고 싶습니다. 제가 휴전선을 넘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면 ‘별 성과가 없더라도 잘 다녀오라’고 했을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북한 최고지도부를 대화의 테이블에 앉히고 변화를 요구했더라면….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고 북한 지도부가 남측의 조문을 요구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동양 특유의 ‘조문정치’를 활용했더라면 어땠을까. 류우익 통일부 장관을 정부 조문사절로 보내거나 원하는 모든 민간인의 조문을 허용한다고 ‘통 큰’ 화답을 했더라면 북측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유일 독재자의 사망이라는 정변이 난 판에 남한 사람들이 평양에 한꺼번에 몰려오면 체제가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북한 지도부는 ‘미안하지만 다 오시면 대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평소 장군님이 좋아했던) 누구, 누구누구만 들어오시면 좋겠다’고 꼬리를 내렸을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던 ‘진정한 종북(從北) 좌파’의 실체를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올해 6월 4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공개통첩장을 내놓으며 남한 7개 주요 언론사의 좌표를 공개하고 미사일 공격 위협을 했을 때는 어떤가. 남한의 자유 언론이 자신들의 지도자에 대해 곱지 않은 표현을 일부 썼을지언정 청와대와 정부중앙청사, 국회가 있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 밀집한 언론사들을 미사일로 공격하겠다는 위협은 비록 공갈일망정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 그 자체였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당시 상황을 전쟁 선포로 규정하고 상응하는 ‘군사적 대응 공갈’로 맞받아 북한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면 북한도 한국 정부를 다시 봤을 것이고 국민들 마음도 든든했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이명박 정부 5년의 남북관계를 돌이켜보면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북한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에 쫓기면서도 대화와 도발의 ‘이중전술’ 시계추를 빨리하며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을 쳤다.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더라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던 이명박 정부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근본 원인은 체제 차이에 있다. 독재자가 마음대로 대남정책을 이랬다저랬다 할 수 있는 북한과, 위정자가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뭐든 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다르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와 바람직한 통일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제 우리에게도 ‘한국판 이중전술’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다음 정부 대통령과 대북정책 수장(首長)은 대화와 도발의 카드를 양손에 들고 북한을 뒤흔드는, 좋게 말해 ‘영리한’, 좀 거칠게 말해 ‘사악한’ 전략가일 필요도 있어 보인다.신석호 국제부 차장 kyle@donga.com}
앞으로 4년 동안 지구촌을 이끌고 나갈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을 뽑는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와 개표 과정에 온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하루였다. 미국 뉴햄프셔 주 딕스빌노치 유권자들은 선거 전날 저녁부터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다가 6일 0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투표를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태어난 케냐 서부 코겔로 마을 주민들은 잠을 자지 않고 거리에 나와 TV로 미 대선 장면을 지켜봤다. 딕스빌노치에서 등록 유권자 10명이 투표를 하고 개표 결과가 발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결과는 5 대 5 동률. 민주당원 2명과 공화당원 3명, 무당파 5명이 투표한 결과였다. 1960년부터 첫 투표 관행이 시작된 이후 딕스빌노치에서 대선후보들이 무승부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선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서 15표를 얻어 6표를 얻은 존 매케인 후보를 눌렀다. 이 마을에서 약 130km 떨어진 하츠로케이션에서도 비슷한 시간 투표가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23표를 획득해 9표를 얻은 롬니 후보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하츠로케이션은 1948년부터 0시 첫 투표로 이름을 알렸지만 지나친 언론 노출의 부작용으로 1964년 포기했다. 1996년부터 다시 0시에 투표를 시작했지만 딕스빌노치에 관심을 뺏긴 뒤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은 케냐 코겔로 마을의 초등학교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할머니인 샤라 오바마 씨(90)도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고향집에서 선거 장면을 지켜보았다. 샤라 씨는 오바마 대통령의 할아버지의 세 번째 부인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샤라 씨를 자신의 할머니로 여기고 존경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 유권자 3명 가운데 1명은 공식 투표일 이전에 이미 선거를 끝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선거일 전에 노약자, 군인 가족, 국내외 출장자 등이 편한 날을 택해 미리 투표(우편 또는 직접)할 수 있도록 조기투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조기투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미국 선거 프로젝트(USEP)’에 따르면 5일까지 조기투표자는 3172만여 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갤럽은 올해 조기투표율이 33%로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에는 31%, 2000년에는 15%가 조기투표를 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오하이오는 3일 현재 179만여 명이 조기투표를 했으며 정당별 지지율은 민주 29%, 공화 23%로 파악됐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5일까지 450만 명이 조기투표를 마쳤다. 전체 등록 유권자 1200만 명 가운데 투표할 것으로 보이는 잠정 투표자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이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이 벌어진 다음 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사관 피습 사건이 테러행위인지 아닌지 말하기는 이르다”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CBS는 당시 이 발언을 편집한 채 보도했다가 대선을 이틀 앞둔 4일 홈페이지에 이 발언이 담긴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사관 피습을 처음부터 테러로 규정하지 않은 셈이고 CBS는 오바마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문제의 발언을 두 달 가까이 묵혀 두었다는 공격에 직면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