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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상호관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한국 철강업계가 미국과 중국, EU로 인한 ‘삼면초가’ 상황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국이 상호관세를 연달아 올리면서 이미 국내 철강 수출은 휘청이는 중이다. 한국 철강은 중국발 저가 철강 공세에 맞서 수익을 줄이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했지만 미국에 이어 최다 수출국인 EU까지 잇따라 고율 관세 부과에 나설 경우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中-美-EU 삼중 타격철강은 한국의 전체 수출 물품 중 7번째로 규모가 큰 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수출액 규모는 333억 달러로 힌국 전체 수출(6836억 달러)의 4.9%를 담당했다. 이 중 EU와 미국으로 수출되는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EU로 44억8000만 달러(약 6조3000억 원), 미국으로 43억4700만 달러(약 6조1750억 원)어치의 철강 제품이 수출됐다. 하지만 수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23년부터 중국이 내수 시장에서 흡수하던 저가 철강 제품 물량을 해외로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한국 철강업계의 ‘첫 비명’이 시작됐다. 2023년 철강 제품 수출액은 352억 달러로 전년 대비 8.5% 감소했고 지난해도 2023년 대비 5.4% 줄어든 333억 달러를 나타냈다.여기에 미국이 3월 철강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 시작하고 8월에 이 관세율을 50%로 올리면서 ‘두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품 가격을 최대한 억누르는 전략을 쓰면서 올해 1∼8월 수출 물량은 1989만 t으로 지난해 대비 2.3% 증가했는데, 수출 금액은 207억 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6.8% 감소한 것이다. 미국 철강 관세율이 50%로 오른 8월에는 전년 대비 한국산 철강 수출 감소 폭이 15.4%에 달하며 올해 중 가장 컸다. 미국의 철강 관세 적용 첫 달인 3월과 5월, 관세가 50%로 오른 8월의 수출 감소 폭이 10% 이상으로 특히 컸다. 수출 환경이 악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 영업이익률은 2023년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3.9%였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 등의 영업이익률도 1% 안팎으로 주저앉으며 철강업계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출 시장인 EU까지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적자 전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가별 협상이 마지막 희망”특히 모든 제조업의 기본이 되는 철강 분야에서 유독 글로벌 관세 전쟁이 확전되는 현 상황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철강업계 입장에서 적지 않은 리스크다. EU가 철강 관세에 대해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없다”며 ‘예외 없음’을 천명한 만큼 철강업계는 ‘국가별 무관세 허용량(쿼터)’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철강업계는 한국에 배정된 쿼터 263만 t과 글로벌 쿼터 등을 활용해 EU에 거의 전량 무관세로 수출해 왔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다른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가별 무관세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정부의 긴밀한 대응을 요구했다. 산업통상부는 “EU와의 양자 협의 등을 통해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철강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은 여야 갈등 속에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8월 초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8일 “이번 달은 국감 일정으로 인해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르면 11월에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미국 상호관세의 영향으로 올해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순위가 이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무역협회와 미국 상무부 통계 등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은 한국에서 총 756억 달러(약 108조 원)를 수입했다. 이는 이 기간 미국 총수입액(1조3785억 달러)의 3.7%로, 국가별로 보면 10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중국은 9.4%로 3위, 대만은 4.9%로 5위로 비중이 높았다. 일본은 4.2%로 8위였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전체와 비교하면 3단계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 총 1315억 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전체 미국 수입액(2조2412억 달러)의 4.0%를 차지하며 7위에 올랐다. 중국은 13.4%로 2위, 4.5%를 차지한 일본이 5위였다. 대만은 한국보다 아래인 8위(3.6%)였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10위로 떨어진 것은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09년 이후 한국은 미국의 주요 수입국 6, 7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수출업계에서는 이 같은 순위 하락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일본 등 경쟁국보다 더 많이 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뒤 주요 수출품을 무관세로 수출하던 한국은 최근 미국이 관세율 15% 적용 시점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일본 등 경쟁국보다 더 높은 관세를 내고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정부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 8월 대미 철강 수출이 32.1%, 자동차 수출이 3.5% 감소하는 등 고율 관세 품목 중심으로 대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우리가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민간 여객기나 화물기들은 모두 조종사 두 명이 함께 조종하도록 돼 있습니다. 개인용 소형 여객기 중 1인 조종이 가능한 일부 기종도 있지만, 특히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상업용 항공기는 반드시 두 명이 동시에 조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드는 ‘운항승무원 교범(Flight Crew Operation Manual)’이나 비행 과정에서 수시로 점검하고 시행해야 하는 목록을 적은 ‘체크리스트’에는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나누어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항공기는 자동 조종 시스템이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공항과 항공기에 적절한 설비만 갖추어져 있다면 활주로에 내려앉아 속도를 줄이는 단계까지 비행기가 자동으로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금까지 여러 이유로 시행하지 못 하고 있던 ‘자동 이륙’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브라질 항공사 ‘엠브라에르’가 새로 출시한 항공기 E2 기종에 ‘자동 이륙 시스템’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자동화 시스템이 발달하다보니 항공사 입장에서 ‘2인 승무’ 시스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굳이 두 명이 필요한 거냐는 겁니다. 항공사 운영 비용 중 인건비는 유류비 다음으로 비중이 높고, 이런 인건비 중 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종이 바로 조종사입니다. 여기에 항공안전법 상 조종사 1명은 한 번에 8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도록 규정해놓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주나 유럽으로 가는 장거리 항공편의 경우 조종사만 4명씩 탑승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런 항공사의 목소리를 등에 업고 ‘총대’를 멘 회사가 등장했습니다. “1인 승무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겁니다. 그 회사가 어디냐면, 프랑스에 본사를 둔 대형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입니다. 전투기 ‘라팔’로 유명한 프랑스의 항공기 제작사 다쏘 역시 이 주장에 동참했습니다. 두 회사는 유럽 항공 안전 기관인 유럽항공안전청(EASA)에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최신 항공기들은 자동 운항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항공기가 이륙을 마치고 순항 단계에 들어가면 굳이 조종사 두 명이 앉아있을 필요가 없다. 그러니 순항 중에는 조종사 한 명이 항공기를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자”는 내용입니다. 단, 두 회사는 항공기의 이착륙 단계에서는 기존과 같이 2인 승무 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2인 승무와 1인 승무를 혼합한 형태를 ‘eMCO(Extended Minimum Crew Operation)’이라고 부릅니다. 에어버스와 다쏘가 이 같은 제안을 한 시기는 2021년입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이보다 더 진전된 제안이 공식 석상에 오릅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일부 항공사들이 아예 전 과정 1인 승무를 주장한 겁니다. 과거에 비해 현재는 항공기 기술과 통신망 등이 월등히 발전했기 떄문에 조종사가 한 명만 탑승하더라도 지상의 항공기 운영통제소(Operation Control Center·OCC)에서 임무를 나눠 수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륙과 착륙까지도 조종사 1명이 수행하도록 하자는 이 주장은 ‘SiPO(Single Pilot Operation)’이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통상 환경이나 안전과 관련된 규제들 미국보다 유럽이 더 깐깐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이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먼저 나왔다는 점은 다소 의외입니다. 하지만 또 에어버스와 보잉이 항공기 조종과 관련해 가지고 있는 철학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오토파일럿과 조종사의 판단 중 조종사의 판단을 우선시하는 보잉과 달리 에어버스는 오토파일럿의 판단을 더 우선시합니다. 만약 조종사가 오토파일럿의 범위를 넘어서는 조종을 하면 에어버스 항공기는 이 입력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시스템’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유럽의 조종사들은 펄쩍 뛰었습니다. 유럽 조종사단체인 ECA(European Cockpit Association)에서는 긴 문서를 만들어서 eMCO와 SiPO와 관련된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자동 조종 시스템이 그렇게 좋다면 737 MAX 같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추락 사고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주장, 혼자 탑승한 조종사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주장, 그리고 자동 조종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항법사, 항공기관사 등으로 나눠져있던 업무들이 모두 조종사들에게 넘어왔기 때문에 오히려 조종사 업무량은 더 많아졌다는 주장 등이 빼곡이 담겼습니다. EASA는 자체적으로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양쪽 주장을 모두 들어본 뒤 예상 가능한 문제들을 나열하고 해결할 방안이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겁니다.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 조종사, 항공전문가의 의견도 다양하게 청취했습니다. 약 3년에 걸쳐 이 연구를 하는 데 EASA가 쓴 돈은 총 142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30억5000여만 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최근 EASA는 명쾌한 결론을 내고 논의 자체를 종결합니다. “현 상황에서 1인 승무는 불가능하다.” EASA가 이렇게 결론을 내린 이유는 다양하고,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 분석들도 많습니다. 다만 내용 중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고, 이해도 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입니다. 조종사가 1명만 탑승했을 경우 이 조종사가 화장실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 했다는 겁니다. 비행기가 움직이고 있을 때는 반드시 1명 이상 항공기를 통제할 조종사가 ‘정위치’해야 하는데, 아주 잠깐이라도 조종사가 화장실에 간 사이 문제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실제로 조종사들이 임무를 교대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의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날 때 나머지 한 명은 반드시 자리에 앉아 항공기를 통제하도록 돼 있습니다. 심지어 장거리 비행 때 조종사들은 식사도 서로 다른 시간에 합니다. 한 명이 밥 먹는 동안 다른 한 명은 조종을 담당하는 겁니다. ‘화장실’ 문제에 제조사와 항공사들은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 했습니다. 조종실에 화장실을 설치하면 된다는 주장은 “어차피 못 일어나는데 화장실이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냐”고 논파됐습니다. 우주선이나 전투기 등에서 쓰는 기저귀나 용변 장치를 쓰자는 제안은 “손님 태우고 비행해야 하는 민항기에서 불가능하다”며 항공사에서도 반대했습니다. 그 외에도 항공기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 판단을 해야 할 경우 ‘2인 승무’ 때보다 ‘1인 승무’ 때 조종사의 스트레스가 매우 커져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조사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기장과 부기장, 2인의 판단 과정은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에 잘 묘사돼 있습니다. 양쪽 엔진이 꺼진 상황에서 강에 비행기를 내리기로 결정한 주인공 설리 기장(톰 행크스 分)이 관제소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후 옆자리에 앉은 부기장에게 “더 나은 방법이 있냐”고 묻습니다. 부기장은 잠시 생각한 뒤 “사실상 없다”고 답하고, 비행기는 강에 착륙합니다. 만약 이런 판단 과정을 상의할 사람 없이 혼자 하게 된다면 조종사의 정신적 부담이 어마어마해지고, 판단이 늦어지는 결과로 이러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조종사를 두 명 태우고 조종은 한 명에게 맡기고, 필요할 때 두 명이 동시 투입되거나 교대하는 시스템도 결국 채택되지 못 했습니다. 이유는 ‘잠 깨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항공의료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평균적으로 조종사가 잠들었다 깬 이후 정신을 완전히 차릴 때까지 35분 가량이 필요했는데, 이 시간 안에 문제가 생기면 말 그대로 ‘잠 덜 깬’ 조종사가 비행기를 몰 수도 있어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논리였습니다. ‘수면관성(Sleep Inertia)’라고 부르는 잠 깨는 과정은 특히 시차가 뒤죽박죽이고 수면 환경도 그리 좋지 않은 조종사들이 지상 근무자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이런 이유들로 EASA는 “현재 기술로 1인 승무를 시행하기는 시기상조”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EASA는 이런 논의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폐기’가 아닌 ‘유예’라는 겁니다. 향후 AI가 적용된 오토파일럿 기술이 더 발전하고 논의된 내용 중 구체적인 정보가 없었던 부분들에 대한 데이터도 추가로 축적하면 향후 추가로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사실 항공사와 제작사가 시작한 이같은 논의들은 조종사들조차 ‘언젠가는 시행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내용들이긴 합니다. 1인 승무 체계가 활성화되면 항공사의 비용이 줄어들어 항공권 가격도 그만큼 싸지는 장점도 생길 수 있습니다. 고용과 효율이라는 1인 승무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어떤 장단점도 ‘안전’보다 우위에 서서는 안 될 겁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고려아연을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일궈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고려아연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 오던 최 명예회장이 유중근 여사(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최윤범 회장이 임종을 지키는 가운데 타계했다고 이날 밝혔다.최 명예회장은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났다. 33세 때인 1974년 고려아연 창립 때부터 회사일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 제련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고려아연의 사세 확장도 함께 이끈 장본인으로 꼽힌다.회사 측은 “최 명예회장은 자원 빈국이자 아연 제련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30년 만에 100년 역사의 글로벌 유수 제련소를 제치고 고려아연을 세계 최고의 종합 비철회사로 성장시켰다”고 전했다.현재 고려아연은 전 세계 제련소를 대표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와 벤치마크 제련수수료(TC)를 협상하는 위상을 가지게 됐다. 제련수수료는 광산이 정광을 금속으로 가공해주는 제련소에 지불하는 수수료로, 벤치마크 제련수수료는 제련업계에서 광산과 제련소 간 수수료 거래의 기준가로 통용된다. 업계 1위 수준의 제련업체여야 벤치마크 제련수수료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최 명예회장의 장례는 7일부터 나흘 간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 영결식은 10일 오전 8시 치러진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전북 지역에 유일하게 있는 공항, 민항기가 취항하는 공항 중 유일하게 관할권이 주한미군에 있는 공항. 바로 군산공항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이유는 ‘새만금 신공항’ 건설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두 가지 이유가 됐습니다. 전북에도 공항은 필요하다, 그리고 미군에게서 자유로이 국제선을 취항하고 편수도 늘릴 수 있는 공항이 필요하다. 그래서 2019년 당시 정부는 새만금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면서 ‘새만금 신공항’ 건설 논리에 힘을 실어줍니다.그리고 소식을 접하신 것처럼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이 새만금신공항 건설 절차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을 중단시키고, 안전성평가와 환경영향성평가 등을 다시 꼼꼼히 진행하라는 겁니다. 오늘 ‘날飛’에서는 법원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신공항’이라고 이름을 붙이니 아예 새로운 부지에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느낌이지만, 사실 새만금신공항은 ‘군산공항 확장’안에 가깝습니다. 현재 군산공항 활주로 서쪽(왼쪽)으로 평행 활주로 하나를 덧 짓고, 그 옆으로 민간공항 청사를 만들겠다는 안입니다. 세부적으로는 2500m 활주로와 항공기 5대를 댈 수 있는 주기장, 1만5000㎡ 넓이의 여객터미널과 750㎡ 규모의 화물터미널, 그 외 주차장 등을 민간항공 전용으로 신설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총 사업비는 8077억 원, 개항 목표는 2029년이었습니다.통상 공항은 아무리 작아도 조단위의 비용이 투입됩니다. 대구공항을 이전하면서 민간공항 건설 부문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만 2조6000억 원 수준입니다. 그에 비하면 군산공항 사업비는 높지 않습니다. 토지보상금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신공항 부지는 현재 ‘수라갯벌’로 불리는 갯벌을 메우고 그 위에 공항을 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곳을 포함한 새만금 개발 부지가 국가 소유이고 사람도 살지 않는 데다, 현재 군산공항 인프라를 어느 정도 공유하는 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복안입니다.그런데 이 ‘최적’이라는 위치는 그대로 반대 논리에 적용됐습니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에서는 이 수라갯벌의 환경적 가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여기에 공항을 짓게 되면 환경 파괴가 극심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공동행동이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사실 공항을 비롯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일 때 환경 파괴를 이유로 사업이 취소되거나 뒤집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법원은 공동행동의 주장을 수용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말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입니다. 대규모 철새 도래지인 군산공항 인근의 생태 환경이 항공 안전, 구체적으로는 ‘조류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의 확률을 크게 높여 안전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안전 문제’로 바뀐 겁니다.법원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후보지는 많은 새들이 오가는 생태 통로인 동시에 철새 도래지 역할을 같이 하고 있는데, 신공항 타당성평가에서 조류 충돌 위험이 입지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이 같은 위험도가 지나치게 낮게 축소됐다는 겁니다.법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처음 조류 충돌 위험성을 평가하면서 한국공항공사가 만든 ‘운영 중인 공항의 확장을 고려한 평가 모델’과 미국·캐나다 등에서 주로 활용하는 ‘신규 공항 입지 검토 모델’을 모두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모델 모두 새만금 신공항을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 위험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신 국토부는 새만금 신공항과 같은 항로를 이용하는 군산공항의 사업부지와 무안공항의 부지가 유사한 환경이라며 무안국제공항의 평가 결과를 대신 제시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환경영향평가서를 받아본 환경부는 보완을 지시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보완서를 작성하면서 한국공항공사 모델을 적용했습니다. 다만 위험성 평가 대상이 되는 지역과 새의 종류를 자의적으로 축소해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낮췄습니다. 법원은 “총 위험도 평가에서 나타난 사업부지(새만금 신공항)의 위험도는 연간 예상 조류충돌횟수가 최대 45.9회로 인천공항(2.9회), 군산(0.04회), 무안(0.07회)에 비해 수십~수백 배”라고 분석했습니다. 국토부가 처음에 비교 대상을 무안으로 잡은 점도 ‘제 발등’을 찧은 꼴이 됐습니다. 법원은 “피고(국토부)가 사업부지와 조류 서식환경과 규모가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실제로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토부가 최초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에 제출한 시기는 2021년 9월, 보완서가 제출된 시기는 2022년 1월입니다. 당시에는 이런 처참한 사고가 생길 줄 누구도 몰랐을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국토부가 새 충돌 위험성을 이렇게 낮게 본 것은 안일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 군산공항의 ‘새 군집 차트’를 보면 이 공항은 새 군집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현재 활주로 왼쪽으로 새 활주로가 들어서면 아예 비행기 최종 접근경로가 새 군집지역을 통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거기다 이 공항 북쪽으로는 금강 하구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40만~50만 마리 철새가 도래하는 한국의 대표적 철새도래지입니다.사실 새만금 신공항의 개발 논리는 지금까지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지역의 논리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지역 여론은 주로 세 가지 중 하나가 강조됩니다. △지역 교통이 너무 낙후돼서 항공 교통이 필요하거나 △현재 공항이 너무 도심 밀집지역이어서 시끄러우니 이전해야 한다거나 △공항이 포화되었거나 위험하니 위치를 옮기고 규모도 키워야 한다거나 등입니다. 첫 번째 이유로 울릉도 흑산도 등 도서지역 공항이, 두 번째 이유로 대구경북 신공항이, 세 번째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이 각각 추진되고 있습니다.그런데 새만금 신공항은 이런 논리들이 다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지금 공항 바로 옆에 공항이 지어지기 때문입니다. 섬이 아니어서 교통 취약지도 아니고, 현재 공항이 포화되었거나 위험성이 강조된 공항도 아닙니다. 소음의 경우 오히려 새만금 신공항으로 인해 피해 지역이 미세하게나마 넓어진다는 내용도 이번 법원 판단에 포함됐습니다. 법원은 총 1297명의 원고 중 3명에 대해 “새만금 국제공항으로 인해 향후 활주로가 3200m로 연장될 경우 소음도가 증가하는 지역에 살고 있어 이익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결국 이 공항의 건설 논리는 ‘새만금 개발 부지’에 힘을 더하기 위해서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근거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새만금 신공항 개발 계획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은 시기는 2019년입니다. 그런데 새만금개발청은 2020년 5월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만금 개발을 백지상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새만금 신공항이 세밀한 새만금 개발 계획에 따라 추진된 것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전북도는 새만금 개발을 위해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고, 새만금 신공항을 포함한 인프라를 개발하기 위해 국제행사를 유치하려 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2017년 11월 23일자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록에는 당시 이도영 도의원이 “세계잼버리를 새만금에 유치하는 이유가 뭐냐”고 도에 질의했고, 당시 전북도 기획조정실장이 “새만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위해서”라고 답하자 다시 이 당시 의원이 “박수 치고 좋다고 잘 했다고 본다”고 화답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사실 지역사회에서 공항 건설이나 국제행사 유치 같은 대형 사업을 유치하려 하는 데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프라가 개선되거나 환경이 나아지길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평창 여행을 자주 해 보셨다면, 올림픽 전후 평창 지역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 아실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이유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논리는 지역에 사업을 벌일 때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목적이 안전을 저해하는 수준까지 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도 원고의 주문이 ‘기본계획을 취소해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판단했지, 새만금 사업 자체를 접으라고 한 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합리적으로, 꼼꼼하게 안전성 평가를 다시 해서, 공항을 지으려면 제대로 된 공항을 지으라고 명령했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겁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폴란드에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유럽에서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일(현지 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280km 떨어진 오폴레주 브제크시에서 준공식을 갖고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0만 ㎡ 규모로 연간 120만 대의 구동모터코어를 생산할 수 있는 폴란드 공장은 이 회사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세운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포항과 충남 천안을 비롯해 미주 멕시코와 아시아 인도 등에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가동 중인 이 회사는 폴란드 공장을 가동하며 주요 대륙에 모두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 시설들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75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점유율 10%를 확보할 계획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2분기(4∼6월)에 이어 3분기(7∼9월)에도 분기(3개월) 판매량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현지에서 일본보다 관세율이 높아진 ‘역관세’ 상황과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는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호실적을 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분기 미국에서 48만175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판매 대수가 늘어났다고 2일 밝혔다. 이 기간 26만538대를 판 현대차는 작년보다 12.7% 판매량이 늘었고 기아도 21만9637대를 팔아 11.1% 증가했다. 회사 측은 “현대차 판매량에는 제네시스 차량도 2만1469대가 포함됐으며 이는 제네시스 브랜드 기준 작년 대비 6.7% 증가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판매 증가율 12%는 미국에 진출한 주요 자동차업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가장 판매량이 많이 늘어난 회사는 15.9%의 증가율을 기록한 일본 도요타(62만9137대)다. 현대차 뒤로는 포드 8.5%(54만2983대), GM 7.9%(70만8360대) 등의 순으로 판매율이 올랐다. 일본 경쟁사 혼다와 닛산·미쓰비시는 이 기간 관세율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판매율이 각각 2%, 0.3% 떨어졌다. 현대차가 판매한 차량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는 13만5547대로 작년보다 54.5% 판매량이 늘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9만58대 팔려 54.6%의 신장률을, 전기차가 4만5488대 팔려 54.4%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국 수출 차량에 대해 관세율을 15%로 인하하기로 약속했지만 시행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는 데다 지난달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이 끝나며 4분기(10∼12월)에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에도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최우선으로 공격적인 전략을 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미국법인은 1일(현지 시간) 아이오닉5 2025년식 모델에 7500달러, 2026년식 모델은 9800달러씩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지급하던 전기차 보조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할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폴란드에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간다.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유럽에서 핵심 부품인 구동모터코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포스코인터내셔널은 1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280km 떨어진 오폴레주 브제크시에서 준공식을 갖고 공장 가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0만㎡ 규모로 연간 120만 대의 구동모터코어를 생산할 수 있는 폴란드 공장은 이 회사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세운 전진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유럽 내 전기차 판매는 올해 전체 신차의 25%에서 2030년에는 5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5년에는 EU가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종료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전기차 구동모터코어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포항과 천안을 비롯해 미주 멕시코와 아시아 인도 등에 구동모터코어 공장을 가동 중인 이 회사는 폴란드 공장을 가동하며 주요 대륙에 모두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 이 시설들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75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점유율 10%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한국의 중형 세단’ 하면 이 차. 쏘나타가 좀 더 다양한 편의 품목을 두르고 신형으로 돌아왔다. 현대자동차는 연식 변경 모델인 ‘2026년 쏘나타 디 엣지’(사진)의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쏘나타의 알파벳 첫 글자인 ‘S’를 강조했다. 새로 내놓은 세부모델(트림) 이름도 ‘S 트림’이다. 12.3인치 계기판(클러스터)과 내비게이션 화면,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장치,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장착된 기본(프리미엄) 트림에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눈부심 방지(ECM) 룸미러 등 인기 품목을 추가로 넣은 트림이다. 현대차는 이 트림을 출시하며 유튜브에 ‘ONATA의 전설 이즈 백(is back)’ 이라는 홍보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S’로 시작하는 명문대에 합격한다는 의미의 부적으로 인식돼 쏘나타 차량의 뒤에 붙은 S 글자를 떼어가는 경우가 있었던 ‘그때 그 시절’에서 착안한 마케팅이다. 회사 측은 “성공(Success) 등 S로 시작하는 고객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동시에 S 트림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말까지 신모델 하이브리드 차량을 계약하고 11월 말까지 출고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보증기간 연장 혜택을 적용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차량을 계약한 후 쏘나타 하이브리드 홈페이지에서 응모할 수 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美 ‘ESTA도 B-1비자처럼 공장 활동 등 가능’ 재확인 미국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한미 워킹그룹(실무조직) 첫 회의에서 미국이 단기 상용비자(B-1)는 물론 전자여행허가(ESTA) 소지자도 미국 공장에서 장비 설치 등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가 1일 밝혔다. B-1 비자는 물론 최대 90일 체류가 가능한 ESTA로도 미국 출장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현지 법인에서 보수를 받지 않는 일부 공장 내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 한미는 또 대미 투자 기업들의 비자 문제와 관련한 소통을 전담하는 창구로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담 데스크를 설치하기로 했다.》미국 국무부가 단기 상용비자(B-1 비자)는 물론 전자여행허가(ESTA) 소지자도 미국 출장으로 현지 공장을 방문해 장비 설치와 점검, 수리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대미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초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한 지 26일 만이다. 다만 미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에 대한 추가 작전 가능성을 밝혔던 미 이민 당국이 국무부의 비자 활동 범위에 동의하느냐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신설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美 “ESTA·B-1 비자 동일 활동 가능”한미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워킹그룹(실무조직)’ 회의를 갖고 B-1 비자는 물론 ESTA 소지자도 미국에서 해외 구매 장비의 설치(install)·점검(service)·보수(repair)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워킹그룹에는 한국 측에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가, 미 측에선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상무부, 노동부 등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 국무부 2인자인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도 참석했다.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사과했던 랜도 부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한국으로부터의 투자를 환영하고 장려한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이러한 투자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숙련된 인력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했다”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외교부는 B-1 비자는 물론 ESTA 소지자도 미국 공장에서 장비 설치·점검·보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대미 투자에 따른 일부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국무부 비자 발급 매뉴얼에 B-1 비자 소지자가 해외 구매 장비 설치·점검·보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이민 당국에 의해 한국인 직원들이 체포되면서 B-1 비자의 활동 범위를 확실하게 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이런 가운데 B-1 비자는 물론 최대 90일 단기 체류를 위해 발급 받는 ESTA 소지자도 B-1 비자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국무부가 확인해 준 것. 기업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로 직원들이 구금됐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양국 합의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구금 사태 이후 이 공장 건설은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추석 연휴가 지난 이후부터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파견 인력을 다시 보내며 현장 정상화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발표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출장) 가이드라인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美 이민 당국과 소통 채널 구축… E-4 신설은 숙제 다만 국무부의 비자 활동 범위 재확인에도 이민 당국이 자체 규정을 적용해 단속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외교부가 발표한 ESTA 및 B-1 비자의 구체적인 활동 범위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상위 기관인 미 국토안보부도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 참석했다”며 “국무부가 재확인한 내용을 다른 부처·기관들과 공유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가 관계 기관과의 조율 후 ESTA 및 B-1 비자 활동 범위를 명확히 하는 ‘팩트시트(Fact sheet·보도 참고자료)’도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할 방침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한미는 미국 내 한국 공관들과 ICE, 관세국경보호청(CBP) 지부 간 소통 채널을 구축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민 당국과 직접 소통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것. 또 한국 기업들의 비자 문제와 관련한 전담 소통 창구로 주한 미국대사관에 ‘코리안 인베스터 데스크’(가칭)를 설치해 이달 중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 근로자 전용 미국 취업 특별 비자(E-4)를 신설하는 과제도 아직 남아 있다. 대미 투자 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E-4) 도입 등에 대한 논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경제단체들은 정부와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을 담은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내놓자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30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부 여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에 대해 “과도한 형벌로 위축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환영 메시지를 내며 “사업주 처벌 수준이 강화되는 노동관계 법률의 형벌 수준이 적절한지도 재검토해 실제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주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행법상 배임죄는 상법의 특별배임죄, 형법의 일반·업무상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의 배임죄 가중처벌 조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정부 여당은 이를 모두 폐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재계는 그동안 배임죄 축소나 폐지를 주장해왔다. 모호한 법 적용과 전 세계적인 기준보다 지나치게 높은 형량으로 인해 기업인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위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경영 일선에 있는 기업인들은 배임죄의 구성 요건이 모호하고 적용 범위가 넓기 때문에 어떤 경영 판단을 내려야 위법이고, 합법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추상적인 법적 요건과 넓은 적용 범위로 인해 배임죄가 기업인 수사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14∼2023년 배임·횡령죄의 무죄율은 6.7%로 전체 형사범죄 무죄율(3.2%)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같은 배임죄의 높은 무죄율이 배임죄 남용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재계는 정부 여당이 배임죄 폐지 이후 경영 책임에 대해 민사 부담을 키우려는 것에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여당은 한국형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와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 여당에서 형사 책임이 줄어든 만큼 민사 책임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입법을 하겠다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돕기 위해 배임죄를 폐지한다는 구상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아시아나항공 고객은 대한항공과 통합법인이 출범한 후 10년간 보유 마일리지 가치 그대로를 대한항공 항공권 예약이나 승급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회원 등급도 신설돼 기존 등급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공개하고 10월 13일까지 대국민 의견청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올 6월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의 수정·보완 요청에 따라 25일 수정안을 제출했다.우선 아시아나 고객들은 합병 이후에도 10년간 전환 없이 마일리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 아시아나 노선 69개(중복 56개, 단독 13개)에 더해 대한항공 단독 노선 59개에서도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보너스 항공권 및 좌석 승급을 위한 마일리지 공제는 아시아나의 기준이 적용된다. 마일리지의 사용 기한도 소비자별로 남아 있는 기간이 그대로 보장된다. 다만 아시아나가 속한 항공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에서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없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경우 소비자가 항공편을 구매·탑승해 적립한 마일리지는 1:1(대한항공:아시아나)로 전환된다. 신용카드 등 항공사 제휴를 통해 적립한 마일리지에는 1:0.82의 비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 6만 마일리지와 아시아나 2만 마일리지(탑승 1만, 제휴 1만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이 마일리지를 전환할 경우 대한항공 총 7만8200마일리지를 갖게 된다. 아시아나 고객은 마일리지 전환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10년 안에 언제든지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다. 합병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에는 남아 있는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전환비율에 따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자동 전환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3등급, 아시아나는 5등급으로 회원 등급을 운영 중이다.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대한항공은 등급을 4개로 늘려 기존 아시아나 등급 혜택에 상응하는 등급을 부여할 방침이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경우 양사 마일리지를 합산한 회원 등급과 당초 부여된 회원 등급 중 더 높은 등급이 적용된다. 현재 대한항공만 운영하고 있는 복합결제 방식을 합병 전부터 아시아나에도 도입해 보너스 좌석이 아닌 일반석을 구입할 때도 최대 30%를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제휴 신용카드사의 대한항공 마일리지 판매 가격을 기업결합일로부터 10년간 2019년 대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정위는 의견 수렴 및 위원회 심의를 거쳐 마일리지 통합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소비자 효익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이번 통합안을 마련했으며 앞으로도 소비자 선택권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30일 한국의 9번째 저비용항공사(LCC) ‘파라타항공’이 강원 양양공항에서 제주로 첫 정기편을 띄우며 출범을 알렸다. 현장에서는 양양공항에 2년 4개월 만에 정기편이 부활했다며 들뜬 분위기였지만 지켜보는 LCC 종사자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안 그래도 생존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오히려 항공사 하나가 늘어난 데 대한 우려다.● 말라가는 LCC 실제 국내 LCC들의 업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각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2023년 대비 2024년 실적이 개선된 회사는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뿐이다. 이 중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절차를 마치고 2023년 재취항을 시작해 적자 폭이 576억 원에서 373억 원으로 줄어든 사례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성장을 한 LCC는 에어프레미아 한 곳뿐이다.항공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LCC 실적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해 1∼8월 총 항공 여행객은 1억104만 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억517만 명에 거의 근접했다. 항공 편수도 지난해 59만2000여 편에서 올해 59만6000여 편 수준으로 늘었다. 이 같은 업황과 수익의 ‘불일치’는 최근 항공사 수익이 주로 저가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곳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로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장거리 비즈니스’가 아니면 항공사가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실제 투자 업계는 대한항공의 이익 중 절반 이상이 미국 노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승객은 줄어든 반면에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승객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1% 늘었다. 반면 해외로 떠난 한국인 여행객은 2.7%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해외 마케팅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항공사 대비 LCC의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치킨 게임 시작됐다”‘성수기’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LCC 실적의 발목을 잡는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름이 지나치게 더워지면서 한여름 일본·동남아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해외여행 경향이 개인 관광 위주로 바뀌면서 LCC에 있어 여름 성수기의 의미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LCC들은 여러 이벤트로 난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근 부산 출발 세부행 항공권을 5만99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회사의 서울∼부산 편도 항공권 정상가인 6만6000원보다 싼 가격에 4∼5시간 거리 항공권을 팔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일본 각지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5만 원 안팎에 파는 이벤트를, 진에어도 대만 타이중이나 필리핀 세부, 베트남 다낭 등 인기 여행지 항공권을 수십 % 할인하는 행사를 벌였다. 문제는 이 같은 이벤트가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출혈 이벤트가 사활을 건 ‘치킨 게임’이 되고 있다고 본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9개는 한국 항공산업에서 수요를 넘어선 규모”라며 “경쟁력 낮은 LCC들의 ‘정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미래를 대비한 생산 거점인 동시에 혁신 기술이 집약된 인간 친화적 공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해 가동 중인 대규모 생산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 연간 3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에는 혁신 기술력으로 꼽는 가치가 곳곳에 심겨 있다. 메타플랜트 운영은 ‘자동화,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로 요약할 수 있다. 공장 자체부터 생산 전 과정의 데이터는 디지털화해 저장하고 이를 생산시설 운영에 유연하게 반영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량 문(도어) 등 무거운 부품을 옮기거나 장착하는 공정은 로봇을 이용해 완전 자동화를 실현했다. 차 1대당 5만 장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이를 합성·분석해 사람 눈으로 확인하기 힘든 도장 품질을 점검하는 ‘로봇 결합 비전 시스템’도 가동된다. 공장 안에는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활보한다. 차체의 복잡한 사양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공정을 이 로봇이 담당한다. 회사 측은 향후 인간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 ‘올 뉴 아틀라스’도 투입할 방침이다. 차량이 완성된 이후 품질 검사장으로 옮겨질 때도 48대의 주차 로봇이 동원된다. 최근 클래식 음악에 맞춰 춤추는 듯한 가상 영상으로 유명해진 그 로봇이다. 차 한 대에 로봇 2대가 달라붙어 앞뒤를 각각 들어 올린 뒤 주차 관제 시스템과 통신하며 자동으로 지정된 위치로 차량을 옮기는 식이다. 내외부는 자동차 생산 공장이지만 마치 공장이 아닌 것처럼 꾸며져 있다. 사무실부터 생산 구역까지 자연광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건물이 지어졌다. 총 16만5000㎡(약 5만 평) 규모의 생태 공원도 조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바라보는 또 하나의 혁신은 기후변화 대응이다.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 회사는 이미 메타플랜트에 수소 기술 기반 물류 체계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하고 있다. 메타플랜트에 부품과 완성차를 운송하는 차량으로는 현대차가 개발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21대가 달리고 있다.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이라고 이름 붙인 수소 사업 브랜드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수소 에너지 기술 및 사업 역량을 한데로 끌어모으고 있다. 회사 측은 “메타플랜트 주차장 부지에 대규모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하고 147㎿ 규모의 현지 태양광발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사람들은 최신 자동차에 ‘운송수단’ 이상의 그 무엇을 기대한다. 운전자는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정보까지 제공되기를 바라고 함께 탄 동승자는 편안함을 넘은 즐거움을 요구한다. 현대모비스의 모빌리티 미래 기술력 연구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운전자가 눈을 옆으로 돌리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동승자에게는 거실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제공하는 기술 등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홀로그래픽 윈드실드 투명 디스플레이’다. 차량 앞 유리(윈드실드) 일부에 간소화한 정보를 제공하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넘어서서 전체를 투명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각종 주행 정보와 내비게이션 화면뿐만 아니라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 인포테인먼트 화면까지 띄워 준다. 투명 디스플레이 외에도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화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34인치 초대형 화면이 움직이는 ‘가변형(스위블) 디스플레이’, 좁은 공간에 돌돌 말려 있다가 대형 화면으로 펼쳐지는 ‘롤러블 디스플레이’, 고화질·슬림화·대화면이 특징인 ‘QL 디스플레이’ 등이 동승자에게 대형 TV 화면을 보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경쟁사 대비 앞선 디스플레이 기술은 차량 안전 기술로도 연결된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운전자 생체 신호 분석 시스템인 ‘스마트 캐빈 제어기’는 차량 내부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운전자나 탑승자의 건강 상태나 컨디션을 분석해 디스플레이에 표시하고 필요한 차량 제어를 수행한다.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화면에 경고를 띄우고 공조기를 조작해 차량 내부 온도나 공기질을 조절하는 식이다. 그 외에도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기술과 전장, 섀시 안전 등과 관련한 기술력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23년에는 독일 완성차업체인 폴크스바겐에서 수조 원 규모의 배터리 시스템을 수주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올해만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며 “전동화와 전장, 섀시 안전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봄철만 되면 발생하는 대형 산불과 극한 폭염, 올해 강릉에 발생한 가뭄. 모두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파괴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된 두산그룹의 ‘혁신 포트폴리오’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풍력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탄소 발생 없이 에너지를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보여 왔던 산업기계 분야에서는 친환경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환경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05년부터 풍력발전 기술을 연구해 온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국내 최초로 10㎿ 해상풍력발전기의 국제 인증을 따냈다. 높이 230m, 풍차 지름 205m의 초대형 풍력발전기로 초속 6.5m(시속 약 23㎞) 정도의 저풍속 환경에서도 정격 용량의 30% 이상 발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 회사는 현재는 지멘스가메와 사전업무착수협약을 체결하고 창원 공장에서 14㎿급 해상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 진행 중이다. 1980년대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원전 기술과 제작 경험은 SMR 기술력으로 이어져 관련 업계에서 글로벌 SMR 생산전문기업(파운드리)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9년 미국 뉴스케일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고 2023년에는 미국의 4세대 고온가스로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와도 지분투자 및 핵심 기자재 공급 협약을, 지난해 말에는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및 공급권 확보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산업기계 분야에서도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밥캣이 2022년 새로 출시한 완전 전동식 콤팩트 트랙 로더 ‘T7X’는 유압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부위를 전기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기존 ‘친환경’ 제품이 엔진 등 내연기관만을 전동화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두산 측은 “그 외에도 2022년 국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1위 기업인 테스나 인수를 결정하는 등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큰 반도체와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의 사업에 진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내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10여 종의 국산화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현재 5% 미만인 국산화율도 10%까지 끌어올리겠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29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 서울 판교에서 개최한 ‘제1회 현대모비스 차량용 반도체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럼에는 주최사인 현대모비스와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 차량용 반도체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팹리스,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패키징, 설계 툴 전문사 등 23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사장은 2021년부터 약 2년 간 있었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가장 고민했던 것이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율이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해당 기간 현대차에서 구매 업무를 수행하며 ‘반도체 대란’ 중 차량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을 누빈 공급망 전문가다. 그는 그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산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사장은 그러면서 “현재 약 10여 종의 반도체를 협업을 통해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빠르면 내년 중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또 차량용 반도체의 종류가 다양한 반면 물량은 적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시장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차량용 반도체 공용화 및 표준화 작업을 논의 중”이라며 “이 같은 방안을 통해 종류는 줄이고 구매량은 늘리는 형태로 대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차량용 반도체는 소폭의 개선을 통해 가전제품에 활용하는 방안과 로봇 부품까지의 확장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매년 평균 9% 가량 성장해 2030년까지 약 200조 원(138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 3%대인 것으로 파악된다.현대모비스는 이 같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위해 이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직접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역할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향후 포럼을 연 1회 개최하고 2회 포럼을 진행하는 내년에는 스타트업이나 기존 반도체 기업의 참여도 독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정부 전산망 접속이 대부분 차단되면서 정부의 대국민 공지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민간 기업이 만든 인프라를 통해 전파됐다. 행정안전부는 화재 다음 날인 27일 오전 긴급알림문자를 발송해 “주요 행정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며 “대체 사이트는 네이버 공지에서 확인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실제 네이버 공지 사이트에는 가족관계등록시스템과 홈택스 등 이용 가능한 정부 사이트 목록들이 적혀 있는 ‘대국민 공지’가 등록됐다. 이 공지는 27일 오전 처음 올라왔고 28일 오후까지 수차례 업데이트됐다. 카카오의 인증 및 전자문서 시스템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서도 27일 오전 같은 내용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공지 안내’가 올라왔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망 마비라는 비상 상황이 발생한 만큼 정부 요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두 회사는 기상 특보나 재난 문자 등 정부 차원 긴급 정보를 자사 인프라로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부 전산망이 마비된 상황에서 민간 온라인사업자가 정부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는 우려와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일평균 이용자 수 1000만 명 이상 또는 트래픽 비중 2% 이상인 통신사업자의 서버 다중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 재난관리 기본계획 의무 사업자 지정에 나서지만 정작 정부 행정망에는 이런 조치가 미비하다는 것이 드러난 상태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제네시스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이 미국 시장에서 출시 5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만 대를 넘어섰다. 28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GV80 차량은 2020년 미국에서 처음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달까지 총 10만446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타이거 우즈가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 대회에 참가했을 당시 이 차를 몰고 가다 전복 사고를 당했는데도 크게 다치지 않아 ‘안전한 차량’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그 후 판매량이 크게 늘기 시작하면서 2022년 1만7521대, 2023년 1만9697대, 지난해 2만4301대가 각각 판매됐고, 올해도 8월까지 총 1만7009대가 팔렸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대형 고급 차량을 미국 시장의 전략 모델로 삼아 관세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GV80 등 제네시스 고급 모델과 함께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크게 오르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의 차종은 중·대형 하이브리드다.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에서 총 1만6041대가 팔려 지난해 총판매량 7265대를 이미 두 배 이상 넘어섰다. 같은 기간 2만4181대가 팔린 현대의 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작년 전체 판매대수(3만2430대)의 75%에 근접했다. 현대차는 곧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차가 출시되면 ‘대형 친환경차’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축적해 온 안전 분야와 친환경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 시장의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낮춘다. 유럽 자동차의 미국 수출 관세율이 27.5%에서 15%로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일본에 이어 유럽 자동차 업체들까지 관세 부담을 덜게 된 반면 한국 자동차에는 여전히 25% 고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1일 EU와 체결한 ‘프레임워크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자동차와 부품의 관세율을 이같이 낮춰 적용한다고 24일(현지 시간) 밝혔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같은 관세율 인하 조치를 8월 1일부로 소급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에서 8월 이후 미국에 수출된 차량은 모두 관세율 15%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의 관세율은 아직도 25%에 묶여 있다. 7월 30일 관세율 15%를 적용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장기화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현대차그룹 등 미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일본차에 이어 독일차와의 경쟁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2025년식 최저 제조사권장가격(MSRP)은 2만8705달러, 비슷한 크기의 독일 브랜드인 폭스바겐 티구안은 3만245달러로 표기돼 있다. 티구안의 가격에 27.5% 관세가 반영돼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관세율이 15%로 낮아질 경우 폭스바겐은 티구안 가격을 2만7280달러로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티구안이 투싼보다 더 싸게 팔릴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관세의 가격 인상 전가를 억제하고 있지만, 관세 부담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2분기에도 관세 여파로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8282억 원, 기아는 7860억 원 쪼그라든 것으로 추산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진행한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것을 감안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다만 관세율이 15%로 낮아질 경우 목표(가이던스)를 달성하기 더욱 수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관세 환경이 한국 시장에 불리하게 진행되면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수출 경기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5일 발간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4분기 EBSI는 69.3으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E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 회복, 넘지 못하면 경기 악화가 전망된다는 의미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