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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사진)의 진(30·본명 김석진)이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입영 연기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진을 시작으로 BTS 멤버들 모두 군대에 갈 예정이다. BTS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은 “진은 이달 말 입영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입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다른 멤버들도 순차적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진을 포함해 슈가(29), 제이홉(28), RM(28), 지민(27), 뷔(26), 정국(25)까지 모든 멤버가 군대에 가겠다고 확정한 것이다. 진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였다. 빅히트뮤직은 “2025년에 다시 완전체로 활동하길 희망하지만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며 “당분간 개별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저희가 4년 만에 월드 투어를 하는데 시작이 서울이라 뜻깊어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블랙핑크 멤버들은 은은한 분홍빛이 도는 상의와 짧은 치마, 흰색 부츠를 신고 등장해 ‘하우 유 라이크 댓’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관객 1만여 명은 뿅망치 모양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인 ‘톱 100’을 동시 석권하며 K팝 걸그룹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블랙핑크가 15, 16일 국내에서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블랙핑크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간다. YG엔터테인먼트는 “총 입장 관객은 150만 명으로 예상된다. 역대 K팝 걸그룹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 팝 스타의 공연을 제작한 스태프가 무대 디자인, 세트 연출 등에 참여했다. 블랙핑크는 ‘휘파람’ ‘Lovesick Girls’, ‘Kill This Love’, ‘뚜두뚜두’를 비롯해 지난달 발매된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에 담긴 ‘Shut Down’, ‘Typa Girl’ 등 총 24곡을 선보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컸던 올해 초 공연이 기획된 탓에 스탠딩석 없이 모두 지정좌석제로 진행됐지만, 팬들은 공연 중반부터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다. 로제가 “용감한 블링크(블랙핑크 팬덤) 한 명이 모두를 일으켜 세웁니다”라며 흥을 돋웠고, 제니는 “오늘은 핸드폰 내려놓고 저희랑 즐기자”고 말했다. 관객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노래는 정규 2집 수록곡 ‘Pink Venom’. 원곡에 없는 강렬한 드럼 비트와 베이스의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얹히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멤버들의 솔로 무대도 돋보였다. 강렬한 빨간색 의상을 입고 등장한 지수는 카밀라 카베요의 ‘라이어’를 선보였다. 제니는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신곡을 이날 최초로 공개해 솔로 컴백을 예고했다. 로제는 기존에 발매한 솔로곡 ‘On the ground’, 리사는 ‘라리사’ ‘머니’를 불렀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내 부산 살았다 아이가!”(정국) “마 살아있네∼.”(제이홉) 7만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보랏빛 물결이 부산을 물들였다.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15일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을 보려고 전 세계 아미가 부산으로 몰려든 것. 경기장에만 5만5000여 명,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이 생중계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해운대해수욕장에 1만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6시 ‘마이크 드롭’으로 공연을 시작한 방탄소년단(BTS)은 예정된 90분을 훌쩍 넘겨 140분간 앙코르곡 ‘봄날’까지 총 19곡을 불렀다.○ “70세까지 아미와 함께할 것” 리더 RM은 “부산에서 공연하는 것이 3년 만이다”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공연에 함께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정국은 “고향인 부산에 와서 아미와 함께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 뇌정지가 왔다”며 기뻐했다. BTS 멤버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인 ‘마 시티’를 부르기 전, 역시 부산 출신인 지민은 “부산에서 하는 공연인데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었다. 웰컴 투 마이 시티!”라고 외쳤다.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인 BTS는 이날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70억 원가량으로 알려진 제작비는 네이버, 롯데, 현대 등 16개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 제이홉은 “오늘 공연이 세계에 부산을 알리고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BTS는 올해 6월 데뷔 9주년을 맞아 ‘완전체 활동’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무료 콘서트여서 멤버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다. RM은 “당분간 단체 활동이 어렵지만 70세까지 아미와 함께하겠다”고 재차 약속하며 “저희 앞에 무슨 일들이 펼쳐지더라도 굳건히 이겨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맏형 진은 올해 만 30세로 연말까지 입대해야 한다. 진은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라서 ‘다음 콘서트는 언제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 느낀 감정을 잘 담아둬야겠다”고 말했다.○ 발권만 3시간… 암표 기승 콘서트 자체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지만 대규모 관객이 모여든 데 비해 현장관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해 혼란이 빚어졌다. 예정된 발권 시간보다 두 시간 앞선 오전 9시부터 표를 받으려는 행렬이 이어졌지만 직원은 드문드문 배치돼 현장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나 루트피 씨(37·여)는 “오전 9시 반에 왔는데 표를 받는 데만 3시간이나 걸렸다. 어디서 표를 받는지 안내하는 사람이 안 보였고 영어 표지판도 부족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2만 명이 들어간 스탠딩석은 입장이 지연돼 공연이 시작된 지 5분여가 지나서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무료 공연이었지만 암표상도 기승을 부렸다. 현장에서 만난 한 남성은 “직거래를 하려고 두 시간 운전해서 왔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80만 원에 티켓을 올렸는데 두 명에게 연락이 와 50만∼60만 원에 네고(현상) 중”이라고 말했다. 중고나라 등 온라인 사이트에는 20만∼30만 원에 티켓을 판매한다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티켓 한 장을 200만 원에 판다는 글도 있었다. 티켓 두 장을 각 30만 원에 판다고 올린 이는 기자가 메신저로 질문하자 “한 장은 30만 원에 팔렸다. 남은 한 장은 50만 원에 팔겠다”고 밝혔다.부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나 부산 살았다 아이가!”(정국) “마 살아있네~”(제이홉) 7만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보랏빛 물결이 부산을 물들였다. 15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기원 콘서트 ‘BTS 옛 투 컴 인 부산’을 보기 위해 전세계 아미가 부산으로 몰려든 것. 경기장에만 5만5000여 명이 운집했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이 생중계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과 해운대해수욕장에는 1만5000여 명이 모였다. 오후 6시 ‘마이크 드롭’으로 포문을 연 BTS는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긴 140분 동안 앵콜곡 ‘봄날’까지 총 19곡을 소화했다. BTS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팬부터 슈가의 솔로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 속 한복, BTS가 디자인한 잠옷을 입은 해외 팬들까지 열기를 더했다. ● “고향 부산에서 아미와 함께라니… 실감 안나 뇌정지 왔다” BTS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공연을 진행했고, 티켓도 무료로 배포됐다. 공연을 주최 및 주관한 하이브는 최소 70억 원 의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네이버, 롯데, 현대 등 16개 업체의 후원을 받았다. 제이홉은 “오늘 공연이 부산을 더 알리고 박람회 유치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부산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이 3년 만이다. 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뜻깊은 공연에 함께 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정국은 “고향인 부산에 와서 많은 아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나 뇌정지가 왔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올해 4월까지 이어진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투어 공연과 완전히 달라진 세트리스트는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6월 발표한 앤솔로지 앨범 ‘프루프’에 수록된 신곡 ‘달려라 방탄’을 최초로 공개했고, BTS 멤버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마 시티’도 선보였다. 고향이 부산인 지민은 “부산에서 하는 공연인데 이 곡을 빼놓을 수 없었다. 웰 컴 투 마이 씨티!”를 외쳤다. 오후 7시30분 예정된 공연이 끝난 뒤 팬들은 아미밤을 흔들며 파도타기를 했고, 7분 간 BTS를 연호했다. 귀가 먹먹할 정도의 환호와 함께 오후 7시 40분경 보라색 후드를 입고 등장한 BTS는 마지막까지 팬들과 호흡했다. 뷔는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으로부터 ‘변화는 많았지만 변함은 없는 우리’가 적힌 플랜카드를 건네받았고, 진 역시 플랜카드의 문구를 확인하기 위해 객석으로 가까이 다가가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 “80만 원에 판다” 암표상도 등장 현장에서 티켓을 판매하는 암표상도 있었다. 통신사 이벤트에 당첨된 티켓을 팔기 위해 경기장에 온 남성은 “현장 직거래를 하려고 두 시간 운전해서 왔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기름값까지 포함해 80만 원에 티켓을 올렸는데 두 명에게 연락이 와 50~60만 원에 네고(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에는 20~30만 원에 티켓을 판매하겠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초대권 두 장을 각 3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게시자는 기자에게 “한 장은 30만 원에 팔렸다. 남은 한 장은 50만 원에 팔겠다”고 말했다. 입장권 교환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발권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두 시간 앞선 오전 9시부터 발권받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 오전에만 1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발권을 받으려는 사람들과 발권 뒤 나오는 사람들이 뒤섞여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연을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이나 루트피(37·여)는 “오전 9시 반에 왔는데 발권 받는데 3시간이 걸렸다. 발권을 어디서 받는지 안내하는 사람이 안보였고, 표지판도 부족했다.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TS는 ‘완전체’ 활동이 당분간 어려울 것에 대해 분명히 했지만 “70살까지 함께 하겠다”(지민)는 약속을 재차 전했다. BTS의 맏형 진은 올해 만 30세로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입대해야 한다. 진은 “잡혀 있는 콘서트는 이게 마지막이라서 ‘다음 콘서트는 언제 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 감정을 많이 담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RM은 “저희 앞에 무슨 일들이 펼쳐지더라도 저희를 믿어 주신다면 굳건히 이겨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떤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이 이제 나이 들었다고 하죠. 10년이 뭐야. 20년, 30년 계속 이 자리에 있을게요. 우리 한 번 같이 늙어봅시다.”(슈가)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47%. 2040년의 일본 독신 인구 예측 비율이다. 인구의 절반이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온다는 의미다. 2040년에는 일본의 고령자 인구가 3900만 명, 독신 인구가 4600만 명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사실상 일본은 고령 국가가 아니라 독신 국가가 되는 셈이다. 독신 국가로의 이행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혼인율은 계속 감소해 왔다. 책은 독신 연구자와 뇌 과학자의 대담을 통해 솔로들의 특성을 분석하고, 앞으로 다가올 솔로 시대의 생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솔로 사회가 머지않았음을 실제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2018년 일본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두 저자가 분석한 결과 일본에서 혼자 국내 여행을 가본 남자는 78.5%, 여자는 72.4%에 달했다. 수족관이나 동물원 등 가족 단위로 가는 곳이라고 여겨지는 공간도 혼자 간 비율이 40%에 육박했다. 35세 이상 독신 남성의 식비 지출은 4인 가족 식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저자들은 “2030년에는 솔로 소비가 가족 소비 지출을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솔로들의 가치관을 분석한 내용도 흥미롭다. 저자들은 솔로 여성이 솔로 남성에 비해 사랑보다 돈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한다.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솔로 남성은 사랑(49.2%)이 돈(21%)보다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솔로 여성은 돈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41.4%로 가장 높았다. 솔로가 기혼자보다 더 불행하다는 수치는 조금 씁쓸하다. 20∼50대 남녀 미혼과 기혼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불행하다’고 답한 솔로가 기혼자보다 모든 연령대에서 더 많았다. ‘고독’이 반드시 불행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저자는 ‘배제에 의한 고독’이 아닌 ‘선택적 고독’, 즉 혼자만의 시간이 편한 사람들까지도 전부 외롭다고 단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는다. 일본에선 칸막이가 세워진 라멘집이 인기다.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스트레스를 피해 혼밥을 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면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쓰지만 혼자 있으면 자신에게 집중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는 저자들의 말은 선택적 고독을 택한 이들을 대변해준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이 리스트가 시끄러운 논쟁을 야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이 지난달 26일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 100’을 공개하면서 덧붙인 설명이다. ‘논쟁적일 것’이라는 롤링스톤의 예측은 적중했다. 1951년 CBS 드라마 ‘아이 러브 루시’(36위)부터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95위)까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방영된 TV 프로그램을 총망라하는 이 리스트를 살펴보던 문화부 대중문화팀 손효주 이지훈 김재희 기자는 의문을 품었다. 주인공이 입는 옷과 신는 신발이 족족 패션 아이콘이 된 ‘섹스 앤드 더 시티’가 고작 78위라고? 1위를 차지한 ‘더 소프라노스’는 마피아 미화 논란이 일었는데? 롤링스톤 스태프와 배우, 작가, 감독, 평론가 등 56명이 만들었다는 이 리스트를 세 기자가 파헤쳐 봤다. ○ ‘오징어게임’ 차트 진입…“구색 맞춘 느낌도”▽손효주=95위라는 숫자보다 순위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반짝 화제작이 아닌 클래식 반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더라. 사회비판적 메시지와 오락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덕인 것 같아. ▽이지훈=미국 젊은 세대는 2008년 금융위기 후 빈부격차와 불공정에 눈을 뜬 세대야. ‘오징어게임’이 그 주제를 잘 공략했어. 낯선 시공간을 활용해 신선함도 줬고. ▽김재희=차트의 다양성도 고려했을 것 같아. 아카데미상이나 골든글로브상에 ‘백인들의 잔치’란 비판이 지난 몇 년간 쏟아졌듯, 이번 리스트에도 비영어 콘텐츠 한 편 정도는 상징적으로 넣자는 의도도 있었을 거야. ○ 섹스 앤드 더 시티 78위…“오락성 치중된 탓”▽김=‘섹스 앤드 더 시티’나 ‘프렌즈’(49위)처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순위가 낮은 드라마들도 눈에 띄었어.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스핀오프 영화나 시퀄 드라마가 망한 요인도 있는 것 같아. 롤링스톤도 ‘속편이 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원작에 물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언급했듯 속편의 ‘폭망’이 원작 타이틀의 힘을 약화시킨 거지. ▽손=깊이의 문제도 있는 것 같아. 등장인물들의 패션, 여성들의 솔직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 등 화제성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사회적 함의나 깊이 있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은 아냐. ▽이=다른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지긴 해. ‘브레이킹 배드’(3위)처럼 인간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거나,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담은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때 말이야. 2위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풍자로 가득한 블랙 코미디잖아. ▽김=TV 드라마도 블록버스터 영화 스케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왕좌의 게임’(31위)이나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고전 중의 고전 ‘스타트렉’(22위) 등 레전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 ○ 넷플릭스 드라마 5편… 두드러진 OTT 성장세▽이=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많이 포함된 것도 놀라웠어.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더 크라운’(88위),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85위), ‘러시안 인형처럼’(57위), 애니메이션 ‘보잭 홀스맨’(41위)까지 총 5편이 순위에 들었어. ▽김=61위를 차지한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오리지널 드라마야. 퓰리처상을 받은 소설이 원작으로, 학대받던 노예 소녀 코라가 지하철도를 타고 도망친 뒤 벌어지는 이야기야. ▽손=흑인 노예 이야기라고 하니 1977년 ABC에서 방영된 ‘루츠’(29위)도 기억 나. 아프리카에서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 미국으로 온 쿤타 킨테와 그 후손의 이야기야. 미국 주류 미디어가 처음으로 흑인 노예의 비참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기념비적 작품이지. 한국에서도 ‘뿌리’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해. OTT가 소재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신선한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 상위권 작품 공통점은 ‘작품성’▽이=리스트의 톱10을 보다가 발견한 재밌는 점은 상위권 작품들이 예술성이 높은 드라마라는 점이었어. 올해 에미상에서 ‘오징어게임’을 누르고 작품상을 받은 ‘석세션’(11위)도 굉장히 심오해. 미디어그룹 회장이 죽으면서 가족들이 유산 상속을 두고 싸우는 과정이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로 진행되지. 마치 홍상수 감독의 영화처럼 물고 늘어지는 대화의 향연이랄까? 중간에 끄고 싶은 순간이 많이 찾아오지만 꾹 참고 볼 가치가 있어. ▽손=1위를 한 ‘더 소프라노스’는 미국의 이탈리아계 마피아 조직을 주인공으로 한 마피아물이지만 어떤 드라마적 판타지도 없이 현실을 날것 그대로 묘사해. 삶과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담긴 작품이야. ▽김=롤링스톤이 2016년에도 ‘가장 위대한 TV 프로그램 100’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더 소프라노스’가 1위였더라고. 롤링스톤이 ‘더 소프라노스’를 ‘반박 불가의 챔피언’이라고 언급했어. 반세기를 통틀어 챔피언으로 꼽힌 드라마는 어떨지 한번 보는 게 어떨까.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3년 만에 다시 왔어요. 한국 팬들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2’ 페스티벌. 무릎까지 오는 흰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검은색 털모자를 착용한 앤마리가 ‘차오 아디오스’의 전주에 맞춰 마지막 출연자로 무대에 오르자 1만여 명의 관객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 팬들이 나를 재충전시켰다”고 말하며 열정적인 무대를 이어간 앤마리는 이날 오후 8시 20분부터 1시간 40분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차트 1위곡 ‘2002’를 비롯해 ‘FRIENDS’ 등 대표곡 20곡을 열창했다. 8일부터 사흘간 열린 이번 페스티벌에는 앤마리, 레이니 등 해외 유명 팝 가수를 비롯해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했던 톤스 앤 아이, 페더 엘리아스, 한국 가수 이하이 등 15명이 무대를 달궜다. 방탄소년단과의 협업곡 ‘Who’로 유명한 미국 팝 가수 라우브는 10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도 페스티벌의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앤마리가 무대에 오른 9일은 15도 안팎의 쌀쌀한 날씨에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만 관객들은 비옷을 입고 페스티벌을 즐겼다. 우산을 쓰지 않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 중앙 객석도 관객들로 가득 찼다. 손에 맥주나 와인을 들고 춤추는 사람들, 바닥에 누워 빗물을 온몸으로 맞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떼창’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앤마리가 대표곡 ‘2002’를 부를 때 떼창은 최고조에 달했다. 앤마리 역시 마지막 곡 ‘FRIENDS’를 부르기 전 관객들에게 “이번 곡은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한 마지막 순간”이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즐기던 박가현 씨(32·여)는 “떼창을 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앤마리 노래만 들었다. 비를 맞았지만 뛰며 노래하니 추위도 가셨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출연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톤즈 앤 아이의 무대도 큰 호응을 받았다. 톤즈 앤 아이는 2019년 발매한 두 번째 싱글 ‘댄스 몽키’로 30여 개국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실력파 신인. 이날 핑크색 상하의를 입고 등장한 그는 자신의 작은 동작 하나에도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객석을 향해 “내가 여태까지 만나본 세계 관객 중 한국 관객이 가장 멋지다.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며 감격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프랑스 여성 소설가 아니 에르노(82·사진)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 시간)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프랑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2014년 소설가 파트리크 모디아노 이후 8년 만이다.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난 에르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남자의 자리’ ‘사건’ 등 개인적 경험을 통해 사회 구조를 파헤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상금은 1000만 크로나(약 12억8000만 원)다. 에르노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7번째 여성 작가가 됐다. 국내에는 ‘빈 옷장’을 비롯해 ‘탐닉’ ‘집착’ 등 주요 작품이 20권 가까이 출간됐다.허구 아닌 체험한 것만 글로 써… 낙태-빈곤 등 날것 그대로 ‘폭로’ 佛 여성작가 에르노의 삶과 작품세계소상인 딸로 태어나 교직 거쳐 등단…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폭력-성적 억압 등 파격적 문학실험… 기성 문단 ‘문학 아닌 노출증’ 비난도생존작가 첫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 “자신의 가면 파헤친 용기 평가받아” “우리는 (사회적 문제가 아닌) 작품 자체와 문학적 질에 집중한다. 지난해 수상자는 비(非)유럽인이었고 올해 수상자는 여성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 프랑스 여성 작가 아니 에르노(82)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한 직후 이렇게 설명했다. 문학적 성취를 강조하면서도 페미니즘, 성 문제에 천착해온 여성 작가를 선정한 이유를 명확히 밝혔다. 지난해 수상자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였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한림원이 80세가 넘은 여성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한 건 자신의 가면을 가차 없이 파헤치는 작가의 용기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며 “젠더와 계급에 대한 억압, 차별을 폭로한 작가를 선정한 한림원 발표에 ‘용감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소도시 릴본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루앙대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교사가 됐다. 1971년 현대문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뒤 2000년까지 문학교수를 지냈다. 1974년 자전적 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한 뒤 소설 ‘남자의 자리’로 1984년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2003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프랑스에서 제정됐다. 2011년 선집 ‘삶을 쓰다’로 생존 작가 최초로 갈리마르 총서로 출간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스스로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2001년 펴낸 대표작인 장편소설 ‘탐닉’에는 허구가 없다. 작가는 자신이 연인과 만나고 헤어지기까지인 1988년 9월부터 1990년 4월까지의 일기를 공개했다. 이 일기를 쓸 당시에도 에르노는 이름난 작가였으며, 연인은 35세의 파리 주재 소련대사관 직원이었다. 에르노는 작가들의 소련 여행을 수행하던 연인과 레닌그라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파리로 돌아왔고, 연인이 소련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내연 관계를 이어갔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금기시되는 주제에 천착했다. 임신 중절 경험, 노동자 계층의 빈곤, 문화적 결핍, 가부장제적 폭력, 부르주아의 위선, 성적 억압 등에 대해 문학적 실험을 이어갔다. 2002년 출간한 장편소설 ‘집착’에서 그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추한 모습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나’는 스스로 연인을 떠났다가 곧 연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집착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고백한 것. 2020년 발표한 단편 선집 ‘카사노바 호텔’에서도 폭로는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현실에 지친 ‘나’는 오랜만에 옛 애인을 만나 근처의 카사노바 호텔로 향한다. 어머니의 병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지만 ‘나’는 애인과 카사노바 호텔에서 사랑을 나누는 파격적인 서사가 펼쳐진다. 폭로를 통해 그가 그려내려 한 건 구원이다. 소상인의 딸로 태어나서 열등감과 자기혐오부터 내면화해야 했던 자신을 구원해준 것이 바로 문학이었다. 이런 자기 폭로를 통해 독자에게 공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모든 버림받고 소외당한 이들을 살아 있게 해준 것이 글쓰기라고 그는 고백한다. 처음 기성 문단은 “에르노의 작품을 과연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폭로로 점철된 ‘노출증’이라고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에르노의 문학적 도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내면적인 것은 여전히, 그리고 항상 사회적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순수한 자아 속에 타인, 법, 역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에르노)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로지 산울림만의 유전자(DNA)가 있을지 몰라’ 하고 뒤적였던 릴 테이프에서 그 DNA를 찾았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6일 열린 록 밴드 산울림 리마스터링 LP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68)이 말했다. 그는 “45년 전 목소리가 되살아날 줄 몰랐다. 45년 전의 목소리가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라며 나를 질책했다”고 했다. 김창완 김창훈 김창익 삼형제로 이뤄진 산울림은 1977년 1집 앨범 ‘아니 벌써’로 데뷔했다. 김창완은 데뷔 45주년을 기념해 17장의 산울림 앨범과 김창완 솔로 앨범 3장을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선보이는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달 1집과 3집, 다음 달 2집을 발매한다. 김창완은 “‘사라지는 것에 미련 가질 필요 없다’는 게 인생철학이다. (리마스터링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며 “리마스터링 테이프를 처음 듣자마자 저 때의 떨림, 저 때의 불안이 다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들은 김창완이 간직하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디지털 변환과 리마스터링 작업은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2012년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 2016년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한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이 맡았다. 이후 마이클 잭슨 ‘스릴러’ 등을 리마스터링한 거장 버니 그런드먼이 후반 작업을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소포모어 징크스.’ 대학교 2학년이 되면서 신입생 때의 열의가 떨어져 성적이 부진해지는 현상을 뜻한다. 영화계에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을 말할 때도 쓴다. 525만 관객을 모은 ‘조폭 마누라’(2001년)는 2003년 ‘조폭마누라2’(158만 명), 2006년 ‘조폭마누라3’(146만 명)까지 속편을 낳았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킨 ‘엽기적인 그녀’(2001년)도 비슷했다. 전작 주연 차태현과 걸그룹 에프엑스의 리더 빅토리아를 내세워 15년 만에 ‘엽기적인 그녀2’를 선보였지만 관객 수 7만7000명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유소 습격사건2’(2010년) ‘몽정기2’(2005년) ‘친구2’(2013년) 등 전작의 영광을 보지 못한 속편이 대다수였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영화계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깨진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5월 개봉해 관객 588만 명을 모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극장가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2’, ‘N차 관람’으로 816만 관객을 모은 ‘탑건: 매버릭’,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산: 용의 출현’(725만 명)과 ‘마녀 Part2: The other one’(280만 명), 600만 관객을 넘긴 ‘공조2: 인터내셔날’ 모두 속편이다. 올해 박스오피스 톱10 영화 중 ‘헌트’를 제외한 9편이 속편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톱100 영화 중 한국 속편 영화는 단 4편으로, 그중 세 편이 올해 개봉한 영화다.○ “둘이 티켓 값만 5만 원…예상 가능한 즐거움 선택” 올해 속편 영화가 유독 큰 인기를 끈 데는 팬데믹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로 극장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티켓 가격을 올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주중 1만 원, 주말 1만1000원이었던 일반관 티켓 가격은 올해 상반기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으로 올랐다. 가격 부담이 커지자 관객들은 영화를 고를 때 모험을 하기보다는 재미가 보장되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것. 한 영화사 배급팀장은 “주말에 연인이 극장에서 데이트를 할 때 두 명 티켓 값에 팝콘까지 먹으면 5만 원가량이 든다”며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입되기에 보수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기존에 알던 내용,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는 속편을 선택하는 경향이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기간에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영화적 시리즈물’을 많이 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인기를 끌었던 ‘D.P.’(한준희 감독) ‘지옥’(연상호 감독) ‘오징어게임’(황동혁 감독) 모두 영화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안숭범 영화평론가는 “최근 OTT 시리즈물에서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OTT 시리즈물은 사실상 러닝타임이 길어진 영화”라며 “사람들이 긴 호흡의 이야기를 쉽게 소화하게 됐고, 좋아하는 캐릭터와 갈등 구조를 반복해 보는 패턴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2022 속편 흥행공식’은 세계관 확장 과거에도 속편이 잘나가던 시절은 있었다. 한국 영화계의 ‘속편 전성기’는 2005, 2006년이었다. ‘공공의 적2’(2005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년) ‘투사부일체’(2006년)가 연이어 흥행했다. 2001년 350만 관객을 모은 ‘두사부일체’는 조직 두목 오상중(김상중)이 계두식(정준호)에게 “두식아, 너 대학 갔다 와라”라고 말한 대목을 이어 2006년 투사부일체가 개봉됐다. 투사부일체는 610만 관객을 모으며 원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2002년 520만 명이 관람한 ‘가문의 영광’은 김수미 신현준 김원희를 내세운 2편으로 563만 명을 모았다. 2002년 개봉한 ‘공공의 적1’은 ‘강철중’이란 강렬한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공공의 적2도 313만 명이 관람했다. 17년 전 ‘속편 전성시대’와 현재의 차이는 ‘기획된 속편인가’ 여부다.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7년 전에는 전편이 대박을 터뜨리면 속편을 기획했다. 지금은 세계관을 설정하고 프리퀄(본편보다 앞선 이야기)과 시퀄(본편 이후의 이야기), 스핀오프(원작의 캐릭터나 상황에 기초해 만든 파생 작품) 등 세계관을 확장한 구조가 정착되면서 본편과 속편을 함께 기획하고 있다. 새 캐릭터나 반전 없이 전편을 그대로 복사하는 식의 속편을 만드는 패착을 줄인 것이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2도 탄탄한 기획에서 탄생했다. 범죄도시1, 2의 제작사인 홍필름의 김홍백 대표는 2017년 범죄도시1 개봉 직후 “범죄도시2를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범죄도시1에서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마석도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했다. 그 캐릭터가 시리즈별로 다양한 범죄자를 통쾌하게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관객에게 ‘사이다’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봉한 ‘정직한 후보2’도 제작한 그는 “정직한 후보1 역시 라미란 배우가 전무후무한 코믹 캐릭터 주상숙을 만들었다. 캐릭터의 힘이 있어 속편 제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신과 함께 3·4’, ‘범죄도시3’까지… ‘속편 전성시대’ 속편 흥행은 전편의 인기를 ‘쌍끌이’하는 효과도 있다. 속편을 본 뒤 전편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범죄도시2 개봉 한 달 전 일주일과 개봉일이 포함된 일주일의 범죄도시1 시청시간을 분석한 결과 티빙에서 200배, 왓챠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탑건(1986년) 역시 ‘탑건: 매버릭’(2022년) 개봉 한 달 전 일주일과 개봉 후 일주일 시청시간이 티빙에서 191배, 웨이브에서 164배, 왓챠에서 43배 넘게 늘었다. 영화계는 속편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동석이 1, 2편에 이어 주연과 제작을 맡는 ‘범죄도시3’는 범죄도시2 개봉 중 촬영에 들어갔다. 1, 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넘긴 ‘신과 함께’의 3, 4편도 현재 제작 중이다. 2015년 제작비 90억 원으로 1341만 명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도 제작에 들어갔다. 다만, 탄탄한 서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빠진 세계관 확장은 경계해야 한다. ‘강철비1’(2017년)의 속편 ‘강철비2: 정상회담’(2020년), ‘역학 3부작’으로 기획된 ‘관상’(2013년)의 속편 ‘궁합’(2018년)과 ‘명당’(2018년)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김홍백 대표는 “성공한 오리지널 이야기를 이어 나가 시리즈로 만드는 ‘프랜차이즈화’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속편을 잘 못 만들면 1편까지도 평가절하될 수 있다”며 “전편의 ‘톤 앤드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완성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희 문화부 기자 jetti@donga.com}

“제 꿈은 ‘국경 없는 세상’이에요.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의 국경이 사라지는 걸 상상해 봐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누구에게나 정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제 음악이 사람들의 장벽을 허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팔레스타인 여성 래퍼이자 힙합 뮤지션인 마키마쿡(본명 마즈달 니짐·34)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그는 “첫 한국 공연에 무척 설레지만 팔레스타인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은 이런 편안함을 느끼기 쉽지 않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방한 다음 날인 1일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팔레스타인에서 힙합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하는 여성 뮤지션은 매우 드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보니 쉽지가 않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기죽지 않고 길거리나 식당, 클럽 등에서 공연을 이어왔어요.” 마키마쿡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세계적인 음악·공연 플랫폼인 ‘보일러룸’이 팔레스타인의 젊은 뮤지션들을 조명했고, 여기에 그도 포함됐다. 마키마쿡은 팔레스타인 임시행정수도 라말라에 주로 머물러 그나마 안전한 편이지만, 음악엔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에 사는 이들의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 뮤지션들은 사정상 해외 공연을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 우리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죠. 팔레스타인 음악에는 독특한 정체성이 있어요. 웬만한 건 다 금기다 보니 직설적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게 많아요. 이 때문에 가사는 중의적이거나 은유적인 게 많죠. 그게 ‘라말라 힙합’의 매력이 됐어요.” 마키마쿡은 20대 초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번 방한에 기대가 컸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본 뒤 쭉 한국에 흥미를 가졌다. 출국하기에 앞서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 가고 싶은 관광지들도 정리해 왔다”며 웃었다.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해도 요르단과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죠. 내전과 갈등이 끊이지 않으니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요. 그렇다 보니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공포’에 휩싸여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런 것에 붙들리고 싶지 않아 음악을 하는 거예요.”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비빔밥이랑 불고기를 좋아해요. 아, 김치를 빠뜨렸네요.” 12세에 대중음악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그래미 어워즈에서 역사상 최연소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던 인도네시아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조이 알렉산더(19). 그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경기 가평군에서 열리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메인 연주자로 초청받은 것. 그는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는 축제 기간 중 2일 저녁 공연에 참여했다. 올해 발매한 앨범 ‘Origin’의 수록곡 ‘Winter Blues’ ‘Summer Rising’ 등 총 6곡을 약 1시간 10분 동안 연주했다. 2일 공연을 앞둔 그를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첫 방한 소감을 묻자 그는 “꼭 한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싶었다”며 “한국 팬들에게 저의 음악을 직접 들려주게 된 것도 기쁘다”고 말했다. 전날 밤 긴 비행과 리허설 무대의 피로가 무색할 정도로 뿔테 안경 밖으로 소년의 미소가 새어나왔다. 알렉산더는 6세에 피아노를 혼자 치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그가 가장 존경하는 재즈 작곡가 텔로니어스 멍크의 음악을 듣고 악보 없이 따라 쳤다. 2015년 데뷔 앨범 ‘My Favorite Things’는 그 다음해 열린 제5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12세. 그래미 역사상 최연소였다. 이듬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Countdown’도 2017년 그래미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롤링스톤과 뉴욕타임스(NYT), 빌보드는 그를 ‘재즈 신동’이라 칭했다. “언론이 저를 천재라 부르며 주목했을 때 부담감이 엄청났죠. 하지만 전 단순히 신동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어요. 훌륭한 작곡가와 밴드 리더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미 후보에 오른 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 6개의 앨범도 꾸준히 내고 있고요.” 14세 때 재즈 연주자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부모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알렉산더. 그는 팝 스타 마이클 잭슨을 이야기할 때 유독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과 무대 장악력, 그의 영혼을 사랑해요. 그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놀라워요. 저도 오늘 밤 마이클 잭슨처럼 한국 관객들과 교감하고 싶어요.” 그에게 음악은 인생의 선물 같다. “음악은 제게 목표가 아니에요. 음악은 제 인생의 일부예요. 뭔가 성취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선물이죠. 앞으로도 재즈를 즐길 거예요.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가평=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014년 스물아홉 살의 여성 에밀리 와이즈가 창업한 미국 화장품 업체 ‘글로시에’는 등장하자마자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피부가 1순위, 화장은 2순위”라는 참신한 구호와 세련된 제품 용기로 젊은이들의 시선을 끈 것. 하지만 화장품 성분은 지극히 평범하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 여드름 치료제 ‘짓 스틱’의 성분은 타사 여드름 치료제들과 거의 동일하지만 가격은 훨씬 비싸다. 짓 스틱은 3.5mL에 14달러.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제품은 42.5mL짜리가 5달러다. 의사 출신 기자인 저자는 글로시에처럼 화려한 포장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비누 산업’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낸다. 각 기업들이 과학적 근거 없이 비누, 세정제, 화장품 등 제품의 효과를 과장하고 때로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5년 넘게 물로만 씻는다는 저자는 ‘청결’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거대 산업의 진실을 폭로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청결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추적하고, 진화생물학에서 그 답을 찾는다. 위생 관념이 철저한 동물은 살아남았고, 질병에서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 동물은 멸종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은 병균이라고 인식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도록 진화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동자 계급이 ‘안 씻는 다수’라고 불렸을 정도로 청결은 차별의 척도로도 활용됐다. 깨끗해야 한다는 본능적 강박은 화장품 산업의 확대로 이어졌지만 저자는 화장품 광고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의약품은 시장에 나오기 전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화장품은 규제가 훨씬 덜하다. 그렇다 보니 문제도 발생한다. ‘유독한 화학 물질 없이 순하다’고 광고했던 미국 클렌징 컨디셔너 ‘웬’이 어린아이에게 탈모를 유발시켰고, 2017년 액세서리 매장 클레어스가 10대 소녀를 겨냥해 만든 색조 화장품에 유해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미생물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은 귀 기울일 만하다. 실제로 피부에 사는 미생물인 모낭충은 피부 각질을 먹고 살기에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 피부에 있는 진드기와 여러 생명체가 단순히 존재 자체만으로 해악은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도 신선하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서울예술대가 창학 60주년 기념행사 ‘Oneness’를 다음 달 3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개최한다. 서울예대는 △글로벌 예술창작 환경 구축 △연계·순환·통합 교육 △콘텐츠 창작 중심의 문화 산업 선도 △예술과 과학의 접목이라는 기존 4대 지표에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향한 예술 창작’을 더해 총 5개 지표를 미래 비전으로 선포한다. 유태균 서울예대 총장은 “자연과 생명을 중심에 두고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졸업생과 재학생은 ‘우리 문화 예술의 세계화’라는 비전을 갖고 1970년대 초부터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하며 한국 문화를 알려왔다. 또 예술계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오늘날 한류 붐에 큰 기여를 했다. 유 총장은 “창학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 안에서 지역사회, 세대, 국가, 인종 등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한 모델 겸 배우 정호연(28·사진)이 한국 배우로는 유일하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떠오르는 인물 100인’(TIME100 NEXT)에 선정됐다. 타임이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명단에서 정호연은 한 분야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신인을 선정하는 ‘경이로운 인물’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프로농구(NBA) 신인상을 받은 농구선수 자 모랜트, 팝가수 빌리 아일리시의 친오빠이자 작곡가인 피니어스도 포함됐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배우 남궁민(44)이 7년 동안 교제한 모델 출신 배우 진아름(33)과 다음 달 7일 비공개 결혼식을 올린다. 소속사 935엔터테인먼트는 “남궁민 배우가 연인 진아름 씨와 든든한 동반자로서 오랜 사랑의 결실을 보게 됐다”며 “결혼식은 서울 모처에서 가까운 친인척, 지인들과 함께 조용히 진행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그룹 엑소(EXO) 시우민(사진)이 데뷔 10년 만에 본인의 색깔을 반영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시우민은 26일 첫 솔로앨범 ‘브랜드 뉴(Brand New)’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처음 선보이는 솔로 앨범인 만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음악 스타일을 저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들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앨범에는 올드스쿨(1970∼1990년대 힙합 음악), 뉴 잭 스윙(R&B와 힙합을 섞은 음악 장르), 레트로 발라드 등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장르의 음악이 담겼다. 수록 곡은 동명의 타이틀 곡 ‘브랜드 뉴’를 비롯해 총 5곡이다. 10년 만에 첫 솔로 출사표를 낸 이유에 대해 시우민은 “제게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도 있었고 멤버들의 군 입대로 엑소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사이 가수로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걸그룹 블랙핑크가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K팝 가수가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것은 하이브 소속 방탄소년단(BTS), SM의 슈퍼엠, JYP의 스트레이키즈에 이어 네 번째다. 앞선 세 팀은 모두 보이그룹이었다. 25일(현지 시간)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 따르면 블랙핑크의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10만2000여 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2008년 대니티 케인(미국) 이후 14년 만에 빌보드 200의 1위에 오른 여성 그룹 앨범이 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블랙핑크의 빌보드 200 1위는 의미가 남다르다.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고 조명했다. 블랙핑크는 앞서 24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톱100’에서도 K팝 걸그룹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양대 앨범 차트로 불리는 두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아시아 여성 가수는 블랙핑크가 유일하다. 글로벌 음악 시장 전체로 넓혀도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모두 1위를 차지한 건 2001년 미국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 이후 21년 만이다. 빌보드 200은 실물 음반 등 전통적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EA),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EA)를 합산해 앨범 순위를 산정한다. ‘본 핑크’는 실물 음반 7만5500장, SEA 2만5000장, TEA 1500장으로 집계됐다. 빌보드는 “블랙핑크의 실물 음반 판매량이 올해 들어 이 차트에서 집계된 앨범 중 7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블랙핑크는 정규 2집의 타이틀 곡 ‘셧 다운(Shut Down)’으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송 주간 차트에서도 K팝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했다. 셧 다운은 발매 직후 일주일 동안 스트리밍 횟수 3918만6127회를 기록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보통 K팝 그룹은 팬덤 중심의 소비, 즉 앨범 판매량 규모를 키워서 주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블랙핑크는 스트리밍 순위도 압도적이다. 팬덤 중심의 소비를 넘어 대중적 인기도 잡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블랙핑크는 2018년 미니 1집 ‘SQUARE UP’(40위)으로 빌보드 200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미니 2집 ‘KILL THIS LOVE’(24위), 정규 1집 ‘THE ALBUM’(2위) 등을 통해 꾸준히 순위를 높여왔다. 본 핑크 앨범은 예약 판매 기간에 선주문량 200만 장 이상을 기록했고, 하루 반나절 만에 214만1281장을 판매하며 K팝 걸그룹 최초로 ‘더블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제 취향이 온전히 담긴 앨범인 만큼 저에게 엄청난 의미가 있어요.” 그룹 엑소(EXO) 시우민이 데뷔 10년 만에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음악을 좋아한다는 본인의 음악적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시우민은 26일 오후 첫 솔로앨범 ‘브랜드 뉴’(Brand New)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브랜드 뉴는 시우민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앨범. 앨범에는 올드스쿨, 뉴잭스윙, 레트로 발라드 등 1990년대~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장르의 음악이 시우민의 스타일로 재해석됐다. 동명의 타이틀 곡 ‘브랜드 뉴’를 비롯해 총 5곡이 담겼다. 브랜드 뉴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돋보이는 올드스쿨 댄스곡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새롭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가사에 담았다. 시우민은 “정식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만큼 긴장도 많이 되고 설레기도 한다”며 “한 단계 성장하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랜드 뉴라는 제목처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데뷔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이번 앨범에는 시우민의 취향이 오롯이 담겼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앨범인 만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음악 스타일을 시우민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해서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곡으로 만들었다”며 “팬들에게도 저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물같은 의미로 준비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10년 만에 첫 솔로 출사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시우민은 “솔직히 말하자면 제게 ‘군백기’도 있었고 멤버들도 군대를 가서 엑소 활동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수로서 공백기가 길었다”며 “저는 그 사이 가수로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솔로 활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궁극적으로는 엑소 활동이 너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우민의 첫 솔로 앨범 '브랜드 뉴'는 이날 오후 6시 주요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재즈는 삶의 이유였죠. 그게 다예요.” 아흔네 살 노인이 저런 카랑카랑한 음색을 토해 내는 게 가능한 일일까. 24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무대에 선 실라 조던은 그 ‘비현실적인 현실’을 몸소 재현해 냈다. 미국 재즈계에서 ‘보컬리제(보컬을 이용한 즉흥연주)의 대가’로 불리는 실라 조던이 한국에 왔다. 공연기획사 플러스히치가 한국에 온 적 없는 재즈 거장의 무대를 여는 기획 ‘더 늦기 전에’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그를 초청했다. 공연 전날인 23일 중구의 한 호텔방에서 연두색 가운 차림으로 만난 조던은 “서울이 이리 화려한 도시인 줄 몰랐다. 뉴욕을 닮았다. 훨씬 안전하겠지만”이라며 웃었다. 전날 피곤한 기색과 달리 조던은 공연 내내 프로다웠다. 알코올의존증과 약물중독을 재즈로 이겨낸 과정을 담은 자작곡 ‘더 크로싱’부터 전설적인 재즈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1920∼1955)를 만나 재즈에 투신한 내용을 담은 ‘실라스 블루스’까지…. 어느 하나 깊고 진하지 않은 노래가 없었다. 관객들이 스캣(즉흥적 흥얼거림)을 따라 할 땐 소녀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열일곱에 조던을 임신한 엄마는 그를 낳자마자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조부모에게 그를 보냈다. “가난한 동네에서도 제일 가난한 집이었어요.” 그런 조던에게 음악은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한다. “제가 좋은 귀를 가졌거든요. 라디오에서 들은 멜로디를 기억해 악보로 옮긴 뒤 노래로 불렀죠. 엄마는 제가 배 속에서 나올 때 ‘워우’라며 노래를 불렀다고 했어요. 저는 노래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어요.” 재즈가 삶의 전부였던 어린 시절,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당대 재즈계의 최고 스타인 파커에게 향했다. 조던은 파커의 음악에 가사를 붙여 노래했고, 그의 공연을 찾아 다녔다. “10대 후반 디트로이트에서 파커 공연을 처음 봤어요. 제가 재즈보컬트리오로 활동하는 걸 안 파커가 ‘여기 재즈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있다’며 저희를 무대로 불렀어요. 얼떨결에 노래했는데, 공연 뒤 파커가 ‘꼬마야, 넌 백만 달러짜리 귀를 가졌구나’라 말해줬어요.” 그때부터 조던에게 “파커의 음악이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은 제1의 소명이 됐다. 파커의 음악과 가까이 있으려 뉴욕으로 이사를 갔을 정도였다. 거기서 파커 밴드의 피아니스트 듀크 조던과 만나 결혼했다. 조던이 재즈에 남긴 발자취는 크다. 데뷔 앨범 ‘Portrait of Sheila’(1963년)는 1939년 설립한 재즈 음반사 블루노트가 발매한 첫 번째 재즈보컬리스트 앨범으로 기록됐다. 2012년 미국 연방예술기금(NEA) 재즈 마스터 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겐 다소 덜 알려졌다. 남편과 헤어지며 홀로 딸을 키우느라 30대부터 50대까지 사무직 타이피스트 등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다 키운 뒤에야 재즈계로 돌아왔다. “스타가 되려고 재즈를 한 게 아니에요. 내가 하고픈 건 재즈 음악을 계속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것, 그게 전부예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