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해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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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미국/북미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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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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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B1/B2 합법비자 가진 직원들, 회의 도중 잡혀갔다”

    미국 이민 당국이 4일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전격 구금할 당시 이 중 최소 1명은 합법적으로 미국에서 거주하며 근무 중이었다는 점을 알면서도 그를 구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가디언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이는 당시 구금을 주도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측이 작성한 문서를 가디언이 입수하면서 알려졌다. ICE 측이 “구금된 근로자들이 모두 불법으로 근무했거나 미국의 비자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이어서 큰 파장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합법 비자를 보유했지만 구금된 이 한국인에게 ‘자진 출국’을 압박해 동의를 얻어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적법 비자 알면서도 구금가디언이 입수한 연방정부 문서에 따르면 이 한국인은 ‘B1/B2’ 비자로 올 6월에 미국에 입국했다. 조지아주 애틀란타 지역의 ICE 요원은 해당 문서에서 알려지지 않은 이 한국인의 성명을 거론하며 “그가 유효한 B1/B2 비자를 소지하고 입국했으며, HL-GA 배터리 컴퍼니 LLC의 협력사인 SFA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다”고 적시했다.또 그가 비자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ICE 애틀랜타 지부장이 그에게 “자진 출국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기재했다. 이에 따라 그가 B1/B2 비자 요건을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 출국에 동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가디언은 이번 보도 내용을 ICE의 상급 기관인 미국 국토안보부 측에 질의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 측은 ‘해당 인물은 B1/B2 비자로 허가되지 않는 근로를 인정했으며 자진 출국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고 답했다. 이는 유출된 문서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국의 이민 변호사 찰스 쿡 또한 가디언에 “유효한 비자 소지자를 이런 방식으로 구금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논평했다.● 구금자-한국의 가족들도 귀국 연기에 낙담한편 SFA 측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직원들은 전부 아무 문제가 없는 B1, B2 보유자들이었다”며 “ICE 요원들이 들이닥쳤을 당시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생산 라인에 있었던 게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ICE 요원들이 처음에는 비자를 확인하고 ‘문제 없다’고 하더니 다른 요원들이 와서 케이블 타이로 묶어 직원들을 끌고 갔다”고 했다. 특히 영어를 잘 못하는 일부 직원은 자신이 유효한 비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이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 막무가내로 끌려가야만 했다고 전했다. 회의 참석이나 계약 목적의 단기 상용 비자(B1)를 보유한 직원들이 회의 도중 ICE에 체포됐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구금자들은 물론 한국의 가족들 또한 귀국 일정이 연기된 데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구금자들은 대부분 가장이고 한국의 가족들 또한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다. 어제만 해도 구금자들이 ‘가족들에게 곧 귀국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달라’고 해서 전화를 드렸는데 하루만에 귀국이 늦어졌다는 전화를 다시 드려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김성모 기자 mo@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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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외국 근로자 입국비자 해결, 국토안보부·상무부 공동 대응”

    미국 백악관이 “국토안보부와 상무부가 고숙련 해외 근로자의 입국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의 인력으로부터 첨단 제조업 기술 등을 전수 받으려면 이들에 대한 비자 문제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관련 법규 개정 등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각국 기업과 그들이 미국에서 하는 투자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이 기업들이 고도로 숙련되고 훈련된 근로자들을 (미국으로) 함께 데려오기를 원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특히 그는 “외국 기업이 반도체 같이 매우 특수한 제품이나 조지아주에서처럼 배터리 같은 것을 만들 때는 숙련된 해외 근로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들 외국 기업이 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함께 일하며 서로 훈련하고 가르쳐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첨단 산업분야에서 고급 기술을 지닌 한국 등 해외 인력의 도움이 절실한 가운데 현재의 비자 정책에 모순점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레빗 대변인은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미묘하면서도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한 것”이라며 “(이민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와 (산업 정책을 맡는) 상무부가 이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게 우리나라의 이민법을 존중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신들의 투자를 환영한다. 당신들이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지닌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길 권장한다”고 썼다. 또 “우리는 당신이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그 대가로 미국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교육해 달라”고 요구했다.한편 9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지아 현대차 공습은 말이 안 된다’는 칼럼을 통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원한다면서 이런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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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귀국 전세기 오늘 애틀랜타로… 조현, 루비오 만나 출국일자-방식 조율

    조현 외교부 장관(사진)이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 구금 중인 한국인들의 석방 및 귀국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8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찾았다. 조 장관은 9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구금자들의 출국 일자와 방식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진 출국’ 형태로 구금된 국민들을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미 정부와 실무 합의를 진행한 상태로, 이르면 10일 전세기로 이들을 귀국시킬 계획이다. 외교부가 구금자들의 출국 동의 등 귀국 준비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미 이민 당국도 ‘A(외국인) 번호’ 부여 등 출국 행정에 속도를 내면서 실무 절차가 곧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나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이 미국 재입국 제한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문제를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구금자들의 귀국에 합의했지만 아직 미국 측의 관련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재발 방지와 더불어 한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한 만큼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문직 비자 제공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 등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들은 포크스턴의 구금소를 찾아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실무 업무를 진행했다. 조 총영사는 취재진에게 “안에 계신 분들을 다 뵙고 (전세기) 탑승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자진 출국에 얼마나 동의하는지에 대해선 “다 한국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바라신다”고 했다. 미 이민 당국도 출국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선 한국인 구금자들을 대상으로 한 A 번호 부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번호는 이민 당국의 조사 뒤 외국인들에게 부여하는 번호다. 출국 전 A 번호 부여가 완료돼야 하는데, 전날까지도 구금자 상당수의 A 번호가 조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총영사는 “미 측의 협조로 여러 기술적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며 “미 이민 당국의 A 번호 부여 절차도 이날 중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총영사는 구금된 직원들이 자진 출국 후 ‘5년 입국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미국에 이미 있는 제도라 그 제도를 참고하면 된다”며 “자진 출국이라서 5년 입국 제한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 당국자 사이에서는 한국인 구금자들이 자진 출국이 아닌 추방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300여 명 중 일부는 자진 출국이 아닌 추방 형식으로 미국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미 측에서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B747-8i 전세기를 보낼 예정이다. 해당 항공기는 총 368석을 갖추고 있어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이 한번에 탑승할 수 있다.포크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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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韓직원 붐비던 공장앞 숙소-식료품점 썰렁… 美 지역경제도 타격

    8일(현지 시간) 찾아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 서울 여의도 4배 크기의 현대차 메타플랜트 부지 가장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진입은 쉽지 않았다. 아직 공사가 다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자갈조차 깔려 있지 않은 진흙 밭을 차로 달려 공장 옆 임시 주차장에 닿을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광활한 공장 옆으로, 텅 빈 좌석의 자동차들이 수십 대씩 떼지어 서 있었던 것. 4일 미 이민당국의 불법 체류자 단속 당시 끌려간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타고 온 차였다. 현장에는 아스팔트가 깔린 건물 부지 내 주차장과, 바닥이 정비되지 않은 외부의 임시 주차장이 있었다. 부지 내 주차장에는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외부 임시 주차장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주로 차를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 주차장 모두 수십 대의 차가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흘 만에 ‘유령 도시’로 변한 건설 현장첫 삽을 뜰 때만 해도 한미 경제 협력의 상징으로 각광받았던 이곳은 나흘 전 미 이민당국의 무차별 단속 후 황량한 유령 도시처럼 변해 있었다. 언제 직원들이 돌아올지, 언제 다시 공사가 재개될지 모든 것이 안갯속인 가운데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이민당국은 단속 당시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갖춘 직원들의 귀가를 허용했지만 이날 공장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기업 관계자는 “남아 있는 절반의 직원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직원들끼리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는데, ‘의미 없다’로 결론이 났다. 그 대신 구금자 신변 수소문이나 짐 정리, 차량 반납 같은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구금된 근로자들을 귀환시키는 데 당장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결이 더 어려운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 역량을 갖춘 한국인 직원들 없이 공장 건설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앞으로 약속한 대미 투자를 그대로 진행해도 무방한지, 조지아주 수사당국이 언급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법적 조치는 어떻게 진행될지 등 예상이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텔-식료품점 등 지역 상권도 위기미 이민당국의 단속에 멈춰 버린 건 공장뿐만이 아니었다. 메타플랜트 바로 앞에 최근 신축된 모텔 역시 이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 출장자들을 주 고객으로 삼기 위해 세워진 이 모텔은 새 가구 냄새가 채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깔끔한 시설을 갖췄지만 어디서도 투숙객을 마주칠 수 없었다. 주차장에는 모텔 직원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 서너 대만 서 있었고, 모텔 내부의 수십 개 객실에선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텔 직원은 “원래 출장자들로 항상 북적이던 곳인데 지난주 목요일 단속 이후 보시다시피 이렇게 됐다”며 “바라건대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고 손님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 예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조만간 구금된 한국인 직원들이 출국하면, 뒷정리를 위해 남아 있는 한국 직원들도 속속 미국을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는 “상당수 직원이 신변 불안과 회의감을 호소하며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빨리 돌아오지 않고 뭐하느냐’는 가족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인 동포들 사이에서는 최대 약 5000명 규모로 추산되는 현대차 등 대기업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이곳을 떠나면 지역 경기와 부동산 시장 등에 미치는 파괴력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이번 사태로 지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 CNN 방송은 엘라벨 인근 상점들의 우려를 상세히 전했다. 현지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새미 랜츠 씨는 “평소 꾸준히 방문하던 한국인들의 발길이 하룻밤 새 뚝 끊겼다”며 “그런 일이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다면 출근하기가 무서워질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그는 평소 10∼15명이던 한국인 고객이 단속 다음 날인 5일엔 3명으로 줄었다면서 “한국인이 없으면 돈을 벌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사태 뒤 애리조나, 미시간, 오하이오주 등에서 건설 중인 다른 공장들의 작업도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내 전자여행허가제(ESTA) 출장자를 즉시 귀국시키고, 상용비자(B1·B2) 소지자는 숙소 등에 머물도록 조치한 결과다.엘라벨=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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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멈춰선 ‘대미투자 상징’, 주인 잃은 車들만 가득

    축구장보다 커 보이는 대형 공장엔 단 한 명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주차장에는 여기저기 수십 대의 차들이 서 있어 그 부조화가 마치 사람들만 사라진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곳이 한때 ‘한미 경제 협력의 상징’과 같은 현장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의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찾았다. 4일 미 이민 당국에 의해 이곳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붙잡혀 간 이후 처음 맞는 월요일이었다. 평소라면 출근하는 수백 명의 직원으로 북적였을 월요일 오전 8시였지만, 공장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평소 정문에서 직원들의 출입증을 체크했을 보안요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주차장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대형 쓰레기통은 군사작전처럼 진행된 4일 단속 당시의 혼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공장 주차장엔 주인을 잃은 자동차 수십 대가 서 있었다. 평소 합숙 생활을 하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타고 다니던 미니밴도 그중 하나다. 차량 안에는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처럼 먹다 만 커피와 생수병들이 놓여 있었다. 주차된 차량 중 렌터카들은 주인이 누군지, 차 키가 어딨는지 알 수 없어 반납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 한국과 미국의 대규모 경제 협력 현장은 이처럼 완전히 멈춰 있었다.한 기업 관계자는 “구금된 직원들이 전세기로 떠나더라도 짐 정리부터 렌터카 반납까지 뒷일을 처리해 줄 직원이 필요한데 과연 한국 본사에서 누가 여기로 출장을 오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서배너 지역 한인 기업인들로 구성된 ‘서배너 경제인협회’의 비비안 리 회장은 “이 지역처럼 한국 기업 덕을 많이 본 곳도 없다”며 “이번 사태로 지역경제에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9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정부는 한 명도 빠짐없이 추방이 아닌 자진 입국으로 모시고 올 수 있도록 막바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0일 구금자들이 탑승할 B747-8i 전세기를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으로 보낼 예정이다. 엘라벨=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20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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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가 만난 사람]“조지아주처럼 韓기업 덕 본 곳 없어… 지역 경제 큰 타격 받을 것”

    《“조지아주(州)는 한미 경제 관계에서 아주 특별한 주였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80억 달러를 들여 메타플랜트를 세운 서배너처럼 한국 기업 덕을 많이 본 곳도 없어요.” 8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일대의 한인 기업인들로 구성된 ‘서배너 경제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비비안 리 회장을 만났다. 그는 4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발생한 미 이민 당국의 대대적인 한국인 근로자 체포 및 구금 사태에 대해 “동포 기업인 모두가 큰 충격에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도 주변에서는 이게 정말 꿈이 아닌 현실이냐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의 서배너 지역 지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미국에서 홍보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며 13년간 다양한 한미 경협 사업을 이끌어 왔다. 지역 내 한국 기업인 교류는 물론이고 뉴욕, 워싱턴 등 미 전역의 한미 교류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리 회장은 “그간 공장 건설을 위해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알기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일에 대해 기업인으로서, 또 동포로서 큰 상처를 받았다는 분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또 “부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정부가 협의해 비자 문제를 원활히 해결했으면 좋겠다”며 “이 고비를 잘 풀면 양국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지역 동포들은 HL-GA에 이민 당국이 들이닥쳤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그날(4일) 아침에 이 지역 동포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지금 이민 당국이 HL-GA에 쳐들어왔다며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계속 올라오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데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서배너에서, 다른 나라 사람도 아니고 한국인을 그렇게 대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공장이 속해 있는 메타플랜트 부지 크기가 여의도의 4배다. 공장 완공 뒤 현대차가 지역 사회에서 고용하겠다고 약속한 인원이 8500명에서 1만 명이 넘는다. 배터리 공장에서도 추가로 2000명에서 3000명 규모의 고용이 일어날 예정이었다. 한마디로 한미 경협의 핵심 중의 핵심인,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누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한국인 직원들이 마치 테러리스트나 중범죄자처럼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에서 모멸감을 느꼈다는 한국 국민들이 많다. 동포 사회에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나.“한국에서도 많이 놀랐겠지만, 미국에서 뿌리내리고 사는 동포들이 받은 충격은 말 그대로 엄청났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쇼킹한 일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지금 이 지역이 한국 기업과 맺고 있는 관계를 고려해도 그랬다. 요즘 한창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K컬처 인기에 동포들의 사기와 자부심이 높았었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느낌이었다. 미국 사회가 앞으로 한국과 한인 동포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겠는가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또 당장 현실적으로 메타플랜트가 서배너에 들어오면서 현대차 공장과 연계돼 돌아가는 경제 규모가 상당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동포들의 사업이 잘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컸다.”―메타플랜트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에 그렇게 큰 영향을 줬나.“물론이다. 오죽하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해외 투자 프로젝트라는 말이 나왔겠나.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줬지만 제일 큰 영향을 준 부분 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메타플랜트가 들어서고 완공 후 최대 1만 명이 넘는 고용을 약속하면서 집이 부족해질 게 뻔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일대 어딜 가도 아파트(4∼5층 규모의 미국식 아파트)를 짓는 게 보일 정도로 건설 붐이 불붙듯 일어났다. 보통 외지의 젊은이들이 다른 주로 취직해 살 때에는 하우스(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에 살며 돈을 모으고 가정을 꾸려 하우스를 사는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서배너 지역 청년들만으로는 공장에서 필요한 인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타 지역 젊은이들이 몰려들 게 확실했고, 그래서 아파트 건설 붐이 불었다. 코로나19에 한국 기업 투자 등이 겹치면서 실제 몇 년 새 이 동네 집값은 딱 ‘더블’로 두 배가 됐다. ‘앉아서 큰돈 번 사람이 많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지역 상권 영향은 어땠나.“가게가 많이 생겼다. 또 일반 마트에 가도 예전보다 아시안 푸드 섹션이 훨씬 커졌을 정도로 지역에 들어온 한국 기업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은 공장 건설 막바지라 단속 과정에서 수백 명만 잡혔지만, 한창 건물이 올라가던 중에는 배터리 공장에서만 매일 밤낮 교대로 1000명, 2000명씩 인부들이 움직였다. 이 사람들이 지역 내를 돌아다니며 돈을 쓴다고 생각해 봐라. 어떻겠나. 이들에게 공사 현장에 밥을 해 주는 ‘함바집’ 같은 식당도 생겼었고, 또 이들에게 몇 달간 숙식을 제공하는 ‘게스트 하우스’ 사업 같은 것도 많아졌다. 공장 건설과 함께 도로나 아파트 건설도 많았기 때문에 건설 분야에서는 사람 구하는 게 전쟁일 정도로 일자리가 급증했다. 알다시피 요즘 미국 경기가 점점 굉장히 침체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요인 때문에 서배너는 작은 도시임에도 잘 버텨 왔다. 한마디로 서배너는 앞으로 더 잘될 일만 남은 ‘(꽃이) 피는 지역’이었다.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이번 구금 사태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며칠 사이에 정말 분위기가 급변했다. 생활 곳곳에서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난다는 평가다. 한번은 구금 사건 다음 날 아침에 운동을 하러 공원에 갔더니 한 이웃이 다가와 날 위로하며 ‘어제 코스트코 가봤냐’고 하더라. 평소 퇴근 시간 이후에 가면 장을 보는 한국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던 곳인데, 그날 저녁 당장 한국 사람들이 없으니 텅텅 비었다며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어디 마트뿐이겠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백, 수천 명이 빠져나가면 집, 차, 식당 등 모든 것이 중장기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거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공장이 스톱되면 불법 체류한 분들뿐 아니라 멀쩡히 시민권을 가졌거나 정상적인 체류 자격을 가진 이들도 일을 못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못 버는데 소비를 하겠나. 한국 돈으로 10억, 20억 원씩 투자해 현지에 빵집, 레스토랑을 준비 중인 동포들도 ‘찬물을 뒤집어썼다’는 반응이다. 하루아침에 몇백 명, 몇천 명이 사라진다면 운영이 가능하겠나.”―한국 기업에 대해 이 정도 수준의 단속을 준비해 온 지역 사회의 경계심이나 반감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나.“사실 한국인 직원들이 비자 발급이 가로막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들어와 일하다 나간다는 사실은 이미 한참 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모두들 알고 있던 일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 때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한) 현대차 직원들이 공항 입국 시 불편하면 안 된다며 ‘현대 전용 창구’까지 만들어 줬을 정도로 지금과는 태도가 180도 달랐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나 한국인들도 ‘설마 별일 있겠나’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그러다 갑자기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혀 버렸다. 일부 격앙된 동포들은 한국 기업이 돈 들여 경제 살리고 건물까지 지어 줬는데 ‘돈 주고 뺨 맞은 격’이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반대로 ‘그건 그거고, 그래도 법은 지켰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같은 한국 기업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너무 크니까 일부러 작정하고 친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신뢰 회복까지는 양국 간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미 당국은 공장 건설 과정에서 적법한 현지인(미국인)을 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물론 그랬으면 모두가 가장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용직)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엄청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일단 미국인들은 이런 일(건설 막노동)을 하지 않는다. 라틴계 직원조차 부족해서 일당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미국인을 여기에 쓰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한 인력 사무소 운영자는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 중 누구든 좋으니 데려다 고용하고 싶다’고도 하더라. 한국 기업들이 일부러 미국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이들에게 기회를 안 준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여기 온 한국 직원들이 일하는 거 보면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일했었다. 특히 하청업체 직원들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하루 2교대로 새벽까지 일하고, 숙소에 가면 쓰러져 자기 바빴다더라. 아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은 ‘늦게라도 좀 먹고 자라고 밥을 차려줘도 밥도 못 먹고 쓰러져 잠든다’고 했다. ‘못 봐서 그렇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면 엄청 속상할 거다’란 말도 했다. 한국인이니 그렇게 성실하게 일하지 누가 요즘 그렇게 일하겠나.”-모든 면에서 타격이 클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걱정이 많이 되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지금의 한국은 우리가 이민 왔던 1990년대의 ‘다리 무너지던 한국’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곳에 몇십조 원의 돈을 투자해 공장을 다 세웠는데 영원히 멈춰 있겠나. 그렇진 않을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결국 회복되고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오히려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돼서 한미 정부가 한국 직원들의 비자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와서 여기 노동자들을 뽑아 가르쳐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나. 그러려면 일단 가르쳐줄 사람이 올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이 잘 지나가고 나면 양국 간 이해도 넓어지고 협력 관계도 더 두터워지길 바라고 있다.”비비안 리 서배너 경제인협회 회장△2012년∼현재 원썸(OneSum)커뮤니케이션즈 대표△2023년 산업자원부장관상,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수출대상 수상△2024∼2025년 월드옥타 글로벌 마케터 위원장△2025년∼현재 서배너 경제인협회장, 월드옥타 서배너 지회장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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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금 한국인, 이르면 10일 전세기 귀국…조현, 루비오 만나 최종 조율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 구금 중인 한국인들의 석방 및 귀국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8일(현지 시간) 워싱턴을 찾았다. 조 장관은 9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구금자들의 출국 일자와 방식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정부는 ‘자진 출국’ 형태로 구금된 국민들을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미 정부와 실무 합의를 진행한 상태로, 이르면 10일 전세기로 이들을 귀국시킬 계획이다. 외교부가 구금자들의 출국 동의 등 귀국 준비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미 이민 당국도 ‘A(외국인) 번호’ 부여 등 출국 행정에 속도를 내면서 실무 절차가 곧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나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이 미국 재입국 제한과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문제를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구금자들의 귀국에 합의했지만, 아직 미국 측의 관련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재발 방지와 더불어 한국 기업들이 대대적인 대미(對美) 투자를 약속한 만큼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전문직 비자 제공 등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이날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 등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들은 포크스턴의 구금소를 찾아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실무 업무를 진행했다. 조 총영사는 취재진에게 “안에 계신 분들을 다 뵙고 (전세기) 탑승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자진 출국에 얼마나 동의하는지에 대해선 “다 한국에 가시는 것을 좋아하신다, 바라신다”고 했다.미 이민 당국도 출국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선 한국인 구금자들을 대상으로 한 A 번호 부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번호는 이민 당국의 조사 뒤 외국인들에게 부여하는 번호다. 출국 전 A 번호 부여가 완료돼야 하는데, 전날까지도 구금자 상당수의 A 번호가 조회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총영사는 “미 측의 협조로 여러 기술적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다”며 “미 이민 당국의 A 번호 부여 절차도 이날 중 완료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조 총영사는 구금된 직원들이 자진 출국 후 ‘5년 입국 제한’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미국에 이미 있는 제도라 그 제도를 참고하면 된다”며 “자진 출국이라서 5년 입국 제한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인 구금자들이 자진 출국이 아닌 추방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300여명 중 일부는 자진 출국이 아닌 추방 형식으로 미국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미측에서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대한항공이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 보낼 예정인 B747-8i 전세기는 투입할 예정이다. 해당 항공기는 총 368석을 갖추고 있어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이 한 번에 탑승할 수 있다.포크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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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면회 대기중 일방 종료… ‘모여있지 말라, 경찰 부른다’ 협박”

    “모두 흩어져서 각자 차에 가서 기다려라. 10시 30분 전까진 모여 있지 말고, 줄도 서지 말라.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 7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 4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붙잡힌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돼 있는 이곳에서는 구금소 관계자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구금소에 갇혀 있는 동료를 면회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아 줄을 서자 모여 있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도 세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코앞에서 돌아가라며 면회를 종료해 허탕을 쳤다”며 “오늘은 꼭 만나고 싶어 일찍 왔는데 이젠 줄도 못 서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면회 허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지만 한국 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직원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구금소 측이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돌연 낮 12시 반경 일방적으로 “면회가 종료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오지 않은 ‘A번호’에 속 타는 기업들 현재 구금소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은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이른바 ‘A번호’를 부여받고 있다. A번호는 외국인 번호(Alien Number)로, 이 번호를 받아야 면회가 가능하다. 또 향후 전세기를 통한 자진 출국 등 각종 행정 조치도 보다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금자의 상당수가 체포 사흘째인 이날까지도 A번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구금 중인 직원들이 언제쯤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업마다 자사 소속 직원의 A번호가 뜨는지를 찾느라 하루 종일 조회 사이트를 붙잡고 있다”며 “소문에는 구금소 직원들이 한국 구금인들을 앉혀 놓고 한참 동안 자기들끼리 사담을 하는 등 조사를 포함한 행정 업무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조만간 전세기를 이용해 구금돼 있는 근로자들의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A번호를 발급받지 못한 구금자들은 수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 영사 당국은 일단 6, 7일 양일에 걸쳐 포크스턴에 구금된 국민뿐 아니라 공장에서 4시간 떨어진 스튜어트 구금소에 갇힌 여성 직원 등 300여 명에 대한 1차 면담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 일본, 중국, 인니 등 외국인 직원도 구금 기업들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구금자 중에는 일본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등 외국인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공장에 배터리 생산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들 나라의 협력사 및 지사 직원들이 함께 출장을 와 있다가 이민 단속 당일 함께 체포된 탓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자사 외국인 직원들도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꼭 전세기 편으로 함께 귀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기업들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구금자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 구금자들이 전세기로 떠난 뒤 남겨질 이들의 숙소 내 짐 정리와 렌트 차량 반납 등을 주관할 담당자 지정 등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공장에 있던 직원이 모두 구금돼 이른바 ‘뒷정리’를 할 수 없는 기업도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구금자들의 짐은 전세기가 아닌 추후 별도의 항공 등을 통해 옮겨진다고 들었다”며 “일부 업체는 한국에서 추가로 직원이 출장을 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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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진출국’ 해도 美재입국 제한 가능성… 정부 “불이익 없게 협의”

    정부가 미국에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이르면 10일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미국을 떠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으로 영구히 불법 체류 기록이 남는 강제 추방을 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진 출국을 선택해도 불법 체류 기간이 180일을 넘어가는 구금자는 미국 재입국이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구금자는 정부의 자진 출국 방식을 거부하고 현지에 남아 이민 재판을 받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어 10일 구금자 300여 명이 일괄 귀국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에서 “(구금자들이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 잭슨빌 공항 통해 전세기 귀국 추진” 조기중 미국 주워싱턴 총영사는 7일(현지 시간) 면담을 위해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귀국 시점을) 수요일(10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총영사는 “전세기 운용과 관련해 기술적으로 협의해 보니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항이 (차로) 1시간 거리인 (플로리다주) 잭슨빌 공항이라고 한다”며 “희망하는 분들을 최대한 신속히 한국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부는 10일 구금자 출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전세기에 구금자 전원을 태우겠다는 방침이지만 자진 출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진 출국을 선택하면 체류 기간에 따라 미국 재입국에 제한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미 이민당국은 불법 체류 기간이 180일을 넘어가면 3년, 불법 체류 기간이 1년 이상이면 최대 10년까지 재입국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구금된) 개인들이 가진 비자라든지 체류 신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구금자들의 석방과 조기 출국을 앞당기는 방안을 집중 협의하고 있지만 미국 재입국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일부 구금자가 자진 출국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구금된 국민 모두를 데려오는 게 우리 방침이자 목표”라면서도 “다만 개인이 원치 않을 경우 (자진 출국을) 강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자진 출국을 선택한 구금자 복귀를 위한 전세기 비용도 국가가 아닌 구금자들이 소속된 기업들이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 조현 “불이익 없도록 미 측과 대강 합의” 정부는 불이익을 없애는 방향으로 미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자진 출국 방식에 대해 “체류의 불법 여부는 사실 법원에서 엄격히 다퉈 봐야 할 문제”라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 한미 간 협의에 따라 그런(자진 출국) 방안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이 ‘노동자들한테 앞으로 미국 출입과 관련해 추가적인 불이익이 없도록 합의됐냐’는 물음에 “(미 측과)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 최종 확인 절차를 앞두고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미국으로 출국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만나 구금된 국민들의 석방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현장 구금된 300여 명의 영사 조력 지원과 구금자 전원의 조기 귀국을 돕기 위해 신속대응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포크스턴=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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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포크스턴 구금소’ 가보니 “면회 일방 종료…‘모여있으면 경찰 부른다’ 협박”

    “모두 흩어져서 각자 차에 가서 기다려라. 10시 30분 전까진 모여 있지 말고, 줄도 서지 말라. 말을 듣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7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 지난 4일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붙잡힌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돼 있는 이곳에서는 구금소 관계자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구금소에 갇혀 있는 동료를 면회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아 줄을 서자 모여 있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한 기업 관계자는 “어제도 세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코앞에서 돌아가라며 면회를 종료해 허탕을 쳤다”며 “오늘은 꼭 만나고 싶어 일찍 왔는데 이젠 줄도 못 서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면회 허용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였지만 한국 기업 관계자 대부분은 직원을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구금소 측이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돌연 낮 12시 반경 일방적으로 “면회가 종료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오지 않은 ‘A번호’에 속 타는 기업들현재 구금소에 갇혀 있는 한국인들은 안에서 순차적으로 이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이른바 ‘A번호’를 부여받고 있다. A번호는 외국인 번호(Alien Number)로, 이 번호를 받아야 면회가 가능하다. 또 향후 전세기를 통한 자진 출국 등 각종 행정 조치도 보다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하지만 구금자의 상당수가 체포 사흘째인 이날까지도 A번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구금 중인 직원들이 언제쯤 조사를 받을 수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기업마다 자사 소속 직원의 A번호가 뜨는지를 찾느라 하루 종일 조회 사이트를 붙잡고 있다”며 “소문에는 구금소 직원들이 한국 구금인들을 앉혀 놓고 한참 동안 자기들끼리 사담을 하는 등 조사를 포함한 행정 업무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한국 정부는 조만간 전세기를 이용해 구금돼 있는 근로자들의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A번호를 발급받지 못한 구금자들은 수속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 영사 당국은 일단 6, 7일 양일에 걸쳐 포크스턴에 구금된 국민뿐 아니라 공장에서 4시간 떨어진 스튜어트 구금소에 갇힌 여성 직원 등 300여 명에 대한 1차 면담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 일본, 중국, 인니 등 외국인 직원도 구금기업들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구금자 중에는 일본인, 중국인, 인도네시아인 등 외국인 직원들도 포함돼 있다. 공장에 배터리 생산 설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들 나라의 협력사 및 지사 직원들이 함께 출장을 와 있다가 이민 단속 당일 함께 체포된 탓이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자사 외국인 직원들도 한국인 직원들과 함께 꼭 전세기 편으로 함께 귀국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기업들은 이날부터 본격적인 구금자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 구금자들이 전세기로 떠난 뒤 남겨질 이들의 숙소 내 짐 정리와 렌트 차량 반납 등을 주관할 담당자 지정 등에 나선 것이다. 특히 공장에 있던 직원이 모두 구금돼 이른바 ‘뒷정리’를 할 수 없는 기업도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구금자들의 짐은 전세기가 아닌 추후 별도의 항공 등을 통해 옮겨진다고 들었다”며 “일부 업체는 한국에서 추가로 직원이 출장을 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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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0억 달러 투자 발표 열흘만에… 재계 “美투자가 곧 리스크”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집단 구금 사건이 터지면서 이 공장의 가동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6일(현지 시간) 이곳에서 만난 한 직원은 “공장 건물은 95% 정도 완공됐고 내부 설비는 반쯤 진행된 상황”이라며 “막판 스퍼트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의 최정예 기술자 팀이 와 있었다. 그 사람들이 다 잡혀갔으니 이제 저 공장을 누가 짓고 운영할 수 있겠냐”고 힘없이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 진출한 다른 국내 기업들도 허탈감에 빠진 건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제는 “미국 투자가 곧 리스크”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어렵게 불씨를 살려 놓은 ‘한미 경제 협력’ 분위기가 다시 차갑게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美서 공장 짓고 일자리 창출한 대가가 집단 구금” 한국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리쇼어링과 제조업 부흥 등 미국의 정책 기조에 맞춰 대미 투자를 크게 늘려 왔다. 지난해 기준 한국 기업의 미국 대상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21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3.7배, 40년 전에 비해 1096배로 늘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체는 2400곳이 넘고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의 1위 투자 대상국은 줄곧 미국이었다. 또 미국 내 일자리 중 80만 개(2023년 기준)는 한국 기업 덕분에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1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약속했던 관세 인하는커녕 열흘 만에 한국인 집단 구금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선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들에 계속해서 투자 리스크를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에 지분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뒤 실제 인텔의 지분을 확보했다. 나중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도 지분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또 사업성이 불투명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에 대한 참여를 한국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LG에너지솔루션 등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모든 한국 기업에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에 기여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우리를 ‘범죄 집단’ 보듯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인을 고용해서 리스크를 낮추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미국 진출 기업 관계자는 “제조업이 붕괴된 미국에서는 공장 건설부터 운영까지 제 역할을 할 미국인 근로자를 충분히 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미국이 일자리에 욕심내며 기술 이전 인력까지 추방하면 공장을 완공하지도, 가동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경제 협력 상징인 조지아에서 날벼락 특히 이번 미국 정부의 급습이 한미 투자 협력의 상징성이 가장 큰 조지아주 공업지대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과 미국 현지는 더욱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감면이나 공장 부지 제공 등 투자 친화적인 정책을 많이 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투자 리스크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집권기에 인센티브만 믿고 대규모 투자에 뛰어들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미국에 투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투자 리스크가 커졌지만 그렇다고 최대 수출 시장이자 글로벌 초강대국인 미국을 놓고 투자 결정을 번복하기도 쉽지 않아 이래저래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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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업중 들이닥친 美요원들, 쇠사슬로 한국인 손발 묶고 끌고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이틀 전 사태에 대한 충격, 당혹, 안타까움, 분노,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만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해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 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붙었던 이곳에서 수백 명의 동료가 미 당국에 의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간 것이 실감 나지 않는 듯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4일 오전 당시 “방진복 차림으로 설비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나타났다”며 “곳곳에서 끌려 나온 한국인 직원 수백 명으로 공장 복도가 가득 찼다”고 전했다.● ESTA 소지자 위주로 집중 검사직원들에 따르면 당시 공장을 점거한 이민 당국 요원들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첫마디로 “미국 시민이냐, 비자냐”부터 물었다. 비자라고 답한 이들은 다시 비자 종류별로 나눠 줄을 서야 했다. 특히 전자여행허가(ESTA)에 대한 검사가 철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은 “신원 확인을 위해 5시간 이상 줄을 서 있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생(F1) 비자로 체류해온 직원 또한 발견됐다. F1 비자라는 대답을 들은 한 요원은 “*uck”이라며 쌍욕을 내뱉었다고 한다. 이날 구금소로 끌려간 직원 중에는 초기 임신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해당 공장에 유독 ESTA 소지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좀처럼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E2(주재원용) 비자를 받기 위해 3번 신청했지만 모두 떨어진 동료도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속히 공장을 짓고 운영해야 하는데 주요 설비를 설치할 만한 숙련된 엔지니어가 없었다고도 했다. 그렇다 보니 ESTA로 한국에서 숙련된 설치 엔지니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 수십조 원의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라틴계 청소 직원들은 출근 안 해요원들은 시민이라고 답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여권 소지 여부를 물은 뒤 단말기로 그 자리에서 바로 여권 화면을 조회해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합법 체류 신분이 확인된 직원들에게는 초록색 글씨로 ‘출발 허가(CLEARED TO DEPART)’라고 쓴 종이를 줬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협력사 직원은 “그 종이가 있는 사람만 공장을 떠날 수 있었다”며 “ESTA로 입국했거나, 정식 업무용 비자가 아닌 직원 등은 결국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차에 태워져 구금소로 실려갔다”고 전했다.‘출발 허가’ 서류를 받았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장과 바깥 길을 연결하는 두 개 출구가 모두 장갑차와 경찰차로 겹겹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직원은 “차를 몰고 나올 때 안에 태운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트렁크까지 열게 하더라”며 “정말 전쟁터 같은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날 공장 청소를 담당하던 라틴계 직원들은 상당수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들이 단속 사실을 미리 알았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한 직원은 “라틴계는 자기들끼리 이민 단속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아주 좋다”고 전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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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겨냥 급습에 충격… 부당한 단속 또 당할까 외출도 안해”

    “미국의 전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겨냥한 갑작스러운 단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 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 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속 우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다른 지역의 한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HL-GA 단속 전날인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도 이민 당국의 기습 단속이 벌어졌다. 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 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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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구금자 지병약 반입 거절당해… 곰팡이-벌레 많아 건강 악화될 우려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서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같은 주에 위치한 포크스턴 구금소(Processing Center)에 구금됐다. 공장에서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 이 구금소는 과거부터 열악한 환경과 안전 위반 행위로 자주 지적을 받아 왔다.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인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6일부터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금소 측이 일부 구금자의 지병 약 반입을 거절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아 현장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열악하고, 과거 치료 지연으로 숨진 구금자도 있어해당 시설은 미국의 민간 교도소 운영 기업인 지오(GEO)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 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 중 하나다.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철망 벽이 건물을 둘러치고 있고, 그 위로 가시철조망이 덮고 있어 사실상 교도소 같은 모습이다. 구금소의 수용 인원은 1100여 명이지만 이미 이보다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 밖에서는 이곳에 갇힌 한국인 직원들이 푸른색 수용복 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수감된 구역 바로 옆에서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수감자 또한 목격됐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11월 이 구금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했을 때 구금자의 건강, 안전, 각종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당시 검사 보고서는 “시설 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온수 부족, 변기 고장 등이 다수 발견되는 등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도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4월 불법 입국 혐의로 포크스턴에 수감됐던 인도 국적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치료 지연으로 숨졌다. 또 구금자에게 적법하지 않게 수갑을 채운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 또한 최근 비자 기한이 불과 3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구금소에 갇혔던 아일랜드 관광객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야외 활동은 1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남동부의 조지아주는 현지에서 덥고 습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6일 포크스턴 일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구금자들이 습기 및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다.● 구금소 측은 약 반입도 거절6일 구금자 면담을 시작한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측은 “대부분의 구금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4, 5명의 수감자가 평소 지병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을 가져다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금소 측이 거부했다. 자체 의료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LG 관계자 수십 명 또한 같은 날 직원 면회를 위해 구금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구금소 측이 대부분 허용해 주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구금자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람은 ‘A’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고, 이들에 한해서만 면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를 찾은 한 기업 관계자는 “만나야 할 직원이 많은데 1인당 1명만 면담을 허용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구금소 내부에선 공용 전화기 사용에 필요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마련하기 위해 영치금을 넣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직원이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구금을 비판했다. 이어 “포크스턴 구금소는 비인도적인 환경 및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많은 기록이 있는 시설”이라며 “구금된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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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구금 한국인, 전세기로 데려온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에 대해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에서 벌어진 대규모 단속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의 석방에 미국 정부가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선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우리 국민들을 전세기를 통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여러 명의 직원들은 단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기업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기 힘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공장에 갑자기 이민 당국 요원들이 들이닥쳐 소지품도 못 챙기고 공장 복도로 끌려 나왔다. 수백 명이 초등학생처럼 5열 종대로 줄을 서 요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잡힐 것을 우려한 일부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은 공장 내 연못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또 “요원들이 복도의 직원들에게 물은 첫마디는 ‘미국 시민(US citizen)이냐, 비자냐’였다”며 “시민이라고 하면 오른쪽 줄에, 비자라고 하면 반대쪽으로 가야 했고 거기서 다시 ESTA, B1, B2, E2 등 비자 종류별로 분류돼 4∼5시간 동안 신원 확인 작업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적법한 신분을 증명하지 못한 이들은 손목에 팔찌 형태의 빨간 띠가 둘려졌고, 화장실에 갈 때조차 이민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이후 쇠사슬로 손발이 묶인 채 포크스턴 구금소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이번 단속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 당국은)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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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학생비자 보더니 F욕설…라틴계는 미리 알고 도주”

    6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만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현장 직원들은 충격과 당혹, 안타까움과 회한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당시 단속으로 공장에서 약 2시간 거리인 포크스턴의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에 수감된 300여 명의 한국인과 달리 시민권, 주재원 비자(E-2) 등을 소지해 풀려났던 직원들이다. 한국 기업의 직접 투자액 총 147억 달러(약 20조 원)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 ‘미국에 대한 한국 기업투자의 상징’ 등 수식어가 따라 붙었던 이 곳에서 수 백명의 동료들이 한 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끌려가 버린 것이 실감나지 않는 듯 했다. 다음은 단속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과의 일문 일답.ㅡ4일 아침 분위기가 어땠나.“평범한 하루였다. 원래 그날 LG에서 VIP들이 온다고 했던 날이다. 우리가 일하는 곳은 ‘드라이룸’이라고 해서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는 핵심 설비인데 그날 공장을 찾을 임원진들의 명패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평소처럼 옷이랑 신발을 개인용 가방 안에 벗어 넣고 방진복을 입고 있는데 오전 10시가 좀 지나 우릴 나오라고 하더라. VIP가 오셨나 했는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ㅡ뭐가 이상했나.“우리가 메고 다니는 가방에 옷과 컴퓨터 등 개인 짐이 있는데 다 두고 신분증, 핸드폰. 지갑만 챙기라는 거다. 무슨 일이지 했는데 벌써 입구에 ‘HSI(국토안보수사국)’가 적힌 조끼를 입은 요원들 대여섯 명이 보였다. ”ㅡ깜짝 놀랐겠다.“어리둥절했다. 그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에게 묻는 첫마디가 ‘미국 시민이냐, 비자냐’였다. 그래서 시민이라고 했더니 이름을 묻더라. 여권을 만든 적이 있냐고도 물었다. 자기들 기기로 내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니 그 자리에서 바로 내 여권 화면이 떴다. 확인이 되고나니 초록색 글씨로 ‘CLEARED TO DEPART(출발 허가)’이라고 적힌 종이를 줬다. 나중에 생각하니 이게 ‘살생부’의 생부였다.”ㅡ왜 그런가.“그 종이가 있는 사람만 공장을 떠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 쯤에 절취선이 있고 그 이하로 이름,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를 적게 돼 있었는데 공장을 떠날 때 하단의 이 신원 정보 부분을 제출하고 나가는 방식이었다. 한 300여 명이 이 종이를 받은 것 같은데, 합법 체류가 확인되지 않으면 주지 않았다.”ㅡ확인 안된 사람은 뭘 했나.“비자 쪽으로 가서 줄을 선 이들은 다시 비자 종류별로 나눠 줄을 서야 했다. 수백 명이 초등학생처럼 5열 종대로 줄을 서 요원들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했다. 무장한 요원들이 공장 옥상과 컨테이너까지 샅샅이 뒤져 직원들을 몰아냈다. E-2는 그래도 확인이 빨랐는데 ESTA는 굉장히 꼼꼼히 신원 확인을 해서 5시간 이상 줄을 섰다. 놀란 건 F1(학생비자)도 있었다는 거다. 비자 종류를 묻는 말에 F1이라고 답하니 요원이 ‘*uck’이라며 쌍욕을 하더라.” ㅡ‘출발 허가’ 종이를 갖고 바로 나갔나.“아니다. 평소에 차를 같이 타고 다니던 동료들이 너댓명 있어 주차장에서 ‘나오겠지’하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더라. 근데 잠시 뒤 한 명이 주차장 옆 간이 화장실에 가는게 보였다. 반가워서 뛰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 옆을 이민 경찰들이 붙잡고 있었다. ‘이 사람은 비자가 잘못돼 체포될 것이다, 500명 정도가 2시간 떨어진 구치소로 간다. 너는 빨리 여기서 떠나라’고 했다. 보니까 신분을 증명하지 못한 사람들 손목에는 팔찌 형태의 빨간 띠가 둘려져 있었다. 공장 앞 두 개 출구가 장갑차와 경찰차로 겹겹이 막혀있어 겨우 나왔다. 나올 땐 트렁크까지 열어 안에 태운 사람이 없는지 확인받아야 했다.”ㅡ지금은 충격이 좀 회복됐나.“그날의 트라우마에 아직도 바깥 생활을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 그날 밤,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공장 건물 지붕 사이 덕트(대형 공기 배관)에 숨어있던 이들이었다. 밑에서 난리가 나니까 작업하러 올라갈 때 들고 간 물병 물을 마시고 그 속에 소변을 보며 13시간을 버텼다고 하더라. 정말 전쟁이었다.”ㅡ공장엔 왜 그렇게 ESTA 소지자가 많았나.“제대로 된 비자로 오려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정말로 비자가 나오질 않았다. 동료 중에 E-2 비자를 받기 위해 세 번 신청했는데 계속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오죽하면 1000만원을 들여 미국 이민국 출신인 미국 변호사 통해 겨우 E-2 만들어 왔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다. 투자는 했고, 공장은 지어야 하는데 공장 건물을 지을 사람(미국인 일용직 노동자)도 없고, 설비를 깔 사람(숙련된 엔지니어)도 없었다. 공기는 정해져 있는데 비자가 안나오니 사정 급한 기업들이 계속 비행기 값 내며 ESTA로 75일씩 사람을 돌려 쓴 것이다. 그 정도 투자를 했으면 공장 완공 때까지만이라도 필수 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약속을 받았어야 했는데 우리 정부가 그걸 놓친게 너무나 아쉽고 화가 나는 부분이다.”ㅡ붙잡힌 대다수가 협력업체 소속이다.“현대나 LG와 달리 협력업체들은 정말로 비자 받기가 너무 어려웠다. 이름만 대면 아는 회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ESTA로 (서배너 지역을) 들어오는 인원이 너무 많아지니까 올해 ESTA로 2번 들어오려는 이들은 대부분 입국 거부 판정을 받았다. 공항에서 60명이 한꺼번에 되돌아간 적도 있다. 급기야는 거부를 피하려 올랜도나 텍사스, 뉴욕 쪽으로 입국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 다시 미국 못 올 각오로 불법체류를 감수하면서 일단 들어온 인원들이 ESTA로 버티며 완공을 마무리하려 한 부분도 있었던 상황이다.”ㅡ단속 위험은 감지 못했나.“작년과 올초 ICE가 뜰거라는 소문이 돈 적이 있긴 하지만 실제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난리가 난 날 신기하게 청소를 담당하던 라틴계 직원들이 아무도 출근을 안했더라. 라틴계는 자기들끼리 연락망이 아주 좋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다.” ㅡ공장은 어느 정도 지어진 상태인가.“건물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내부 설비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발주해 짓고 있었는데 건물 자체는 95% 완성이다. 설비 쪽은 50% 정도였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수개월간 주·야간조로 새벽 3, 4시까지 2교대로 일했다. 막판 스퍼트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엔지니어 중심 최정예 부대가 다 들어와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 이렇게 됐으니 공장을 누가 마무리하겠나. 미국에는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ㅡ앞으로 어떻게 될까.“다음날 공장에 갔더니 주인을 잃은 직원들 가방들이 수십 개 씩 널브러져 있더라. 남은 직원들끼리 한 명 한 명 이름표를 확인해 회사별로 모아뒀는데 그걸 볼 때마다 몹시 참담한 심정이다. 잡혀간 직원들 뿐 아니라 남은 직원들도 허탈한 건 마찬가지다. 빨리 공장을 지어주고 (현지 인력으로) 굴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돼 황망하다. 곧 출국하거나 떠나려는 직원이 많다. 직원들이 살던 숙소들도 다 비었고 렌트카도 반납할 게 수백 대다. 오늘 곧 떠날 직원이 ‘파이브 가이즈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점심으로 먹었다. 맛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몇 달 동안 밤낮으로 일하느라 한번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다. ”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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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구금’ 포크스턴, 곰팡이-벌레 등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 높아

    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에서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국인 300여 명 대부분은 같은 주에 위치한 포크스턴 구금소(Processing Center)에 구금됐다. 공장에서 약 170km,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이다.이 구금소는 현과거부터 열악한 환경과 안전 위반 행위로 자주 지적을 받아 왔다. 구금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한국인 직원들의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 총영사관은 6일부터 구금자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구금소 측이 일부 구금자의 지병약 반입을 거절하는 등 협조적이지 않아 현장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생 열악하고, 과거 치료 지연으로 숨진 구금자도 있어해당 시설은 미국의 민간 교도소 운영 기업인 지오(GEO) 그룹이 미 전역에서 운영하는 20여 개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 중 하나다.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철망 벽이 건물을 둘러치고 있고, 그 위로 가시 철조망이 덮고 있어 사실상 교도소 같은 모습이다. 구금소의 수용 인원은 1100여 명이지만 이미 이보다 많은 사람이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구금소 밖에서는 이 곳에 갇힌 한국인 직원들은 푸른색 수용복 하의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이들이 수감된 구역 바로 옆에는 주황색 죄수복 차림의 수감자 또한 목격됐다.미국 국토안보부가 2021년 11월 이 구금소에 대한 불시 검사를 실시했을 때 구금자의 건강, 안전, 각종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가 다수 확인됐다. 당시 검사 보고서는 “시설 내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온수 부족, 변기 고장 등이 다수 발견돼 심각한 위생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은 상황도 적발됐다. 특히 지난해 4월 불법 입국 혐의로 포크스턴에 수감됐던 인도 국적 이민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음에도 치료 지연으로 숨졌다. 또 구금자에게 적법하지 않게 수갑을 채운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영국 가디언 또한 최근 비자 기한이 불과 3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당 구금소에 갇혔던 아일랜드 관광객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구금 기간 중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고, 야외 활동은 1주일에 단 한 번만 허용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미국 남동부의 조지아주는 현지에서 덥고 습한 곳으로 유명하다. 실제 6일 포크스턴 일대의 최고 기온은 섭씨 33도까지 치솟았다. 구금자들이 습기 및 더위와도 싸워야 하는 셈이다.● 구금소 측은 약 반입도 거절6일 구금자 면담을 시작한 주애틀란타 한국총영사관 측은 “대부분의 구금자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4, 5명의 수감자들이 평소 지병 때문에 먹고 있는 약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금소 측이 거부했다. 자체 의료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현대차, LG 관계자 수십 명 또한 같은 날 직원 면회를 위해 구금소를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 구금소 측이 대부분 허용해 주지 않은 탓이다. 현재 구금자 가운데 조사를 마친 사람은 ‘A’로 시작되는 번호를 부여받았고, 이들에 한해서만 면회 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소를 찾은 한 기업 관계자는 “만나야 할 직원이 많은데 1인당 1명만 면담을 허용해 누구부터 만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구금소 내부에선 공용 전화기 사용에 필요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마련하기 위해 영치금을 넣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직원이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 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AAAJ)’은 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구금을 비판했다. 이어 “포크스턴 구금소는 비인도적인 환경과 위법 행위와 관련된 많은 기록이 있는 시설”이라며 “구금된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했다.포크스턴·서배너=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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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에 휩싸인 美한인사회 “단속 우려에 외출도 안해”

    “미국의 전체 한인 사회가 한국계를 겨냥한 갑작스러운 단속에 큰 충격을 받았다.”미국에서 한국인 이민자 권익 활동을 펼치는 김갑송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 국장은 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공포와 분노가 한인 사회를 휩쓸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4일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에 미 이민 당국이 들이닥쳐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구금하자 동맹국을 상대로도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서배너 현지에 직원을 긴급 파견해 통역 등 구금된 HL-GA 직원을 대상으로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사전 경고도 없이 동맹국 국민을 상대로 깜짝 이민 단속을 강행했다”며 “합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을 범죄자처럼 쇠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모습에 분노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김 국장은 특히 최근 미 이민 당국의 단속과 체포가 아시아계 등 비(非)백인 이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더 거칠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미국을 다시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고 표현할 수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단속 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韓 기업 다수 진출한 조지아주에서 발생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서배너), SK온(커머스), 한화큐셀(돌턴)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등 여러 연방 기관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합동 이민 단속을 펼치자 한인 사회가 느끼는 배신감도 상당하다.한 교민은 “주말을 앞두고 한국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던 코스트코와 시내 식당가가 텅텅 비었다”고 했다. 그는 “부당한 단속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단 외출도 하지 않는 한인들이 많다”며 “한국 기업의 투자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던 지역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조지아주는 미 50개 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주에 이어 한인 수가 6번째로 많다. 2023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 전역에는 약 262만 명의 한국계 미국인(시민권자), 영주권자, 유학생, 주재원 등이 거주한다. 이중 조지아주에는 10만2061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약 1000만 명인 조지아주 인구의 1%에 해당한다. ● 다른 지역 한인 사업체도 단소 우려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대적인 이민 단속이 다른 지역의 한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HL-GA 단속 전날인 3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에서도 이민 당국의 기습 단속이 벌어졌다.이날 한인 소유 세차장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나타나 10여 분 만에 라틴계 직원 5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교포 사업체들의 많은 수가 라틴계 직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민 당국의 단속이 확대될수록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리아타운이민자근로자연합(KIWA)은 “비인간적이고 갑작스러운 단속이 지역 사회를 극심한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HL-GA에 대한 단속이 예외 없이 거칠고 갑작스럽게 진행됐다는 점도 교포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민 당국이 업무 중이던 한국인 직원들을 마약 사범 같은 중범죄자를 다루듯 케이블타이 수갑을 채우고, 가방을 자세히 수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 것 또한 이런 불안감을 더 키운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체포된 한인은) 불법 체류자로 안다”고 발언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지지층에게 널리 퍼져있는 ‘외국인은 범죄자’라는 인종 차별적 인식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포크스턴·서배나=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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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車 관세 15%로… 韓은 아직 25% ‘가격 경쟁력’ 휘청

    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미일 무역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국은 미국과 무역합의를 이루고도 여전히 25%의 자동차 관세를 물고 있어,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일 협정 이행’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행정명령은 “합의에 따라 미국은 거의 모든 일본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기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자동차, 자동차 부품, 항공우주 제품, 일반의약품, 미국에서 자연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에 대해선 별도의 품목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일본산 자동차 관세율을 현행 27.5%(기존 관세 2.5%+품목 관세 25%)에서 15%로 낮추기 위한 수정 관세율표를 행정명령의 관보 게재일로부터 7일 내 공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교도통신은 “이르면 다음 주에 자동차 관세율 15%가 발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일본은 한국보다 8일 빠른 7월 22일 미국과 무역합의를 발표했지만 인하된 자동차 관세율이 즉각 적용되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러나 약 한 달 반 만에 미국의 행정명령이 발표돼 핵심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한국은 7월 30일 상호 관세를 비롯해 자동차 관세 등을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아 여전히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관세 인하 지연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관세는 매달 약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미일 무역합의 행정명령과 관련해 “‘더 빨리 한다’는 목표가 아니라 (협상 결과가) 우리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지점을 찾게 되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한일 車관세 역전, 한미FTA 이후 처음… “인하 늦어지면 月 5000억원 추가 부담”[美, 조지아 한국 공장 급습]日, 美와 행정명령 서명… 韓은 ‘감감’日, 이르면 내주부터 27.5%→15%… 한국도 ‘15%’ 美와 합의했지만세부내용 이견에 문서화 미뤄져… 정부, ‘속도보다 국익’ 신중 기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미국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10%포인트 높은 자동차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한일 양국의 자동차 관세율 역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처음이다. 4일(현지 시간) 행정명령 서명에 이어 아카자와 료세이(赤澤亮正) 경제재생상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 워싱턴에서 대미 투자와 관련해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대미 투자처는 미 정부의 ‘투자위원회’가 추천한 것 중에서 미국 대통령이 선정키로 했다. 또 일본이 ‘자금 제공’을 거부할 수 있지만 미국과 미리 협의해야 하고, 때에 따라 미국이 대일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각서에 담겼다. 다만 미국과 이견이 있던 펀드의 조달 방식과 관련해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투자, 대출, 대출 보증을 최고 5500억 달러로 제공하는 것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관세 인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일본이 먼저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자동차 관세 0%가 적용된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한국이 일본보다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10%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지게 됐다. 그간 일본 자동차 대미 관세율이 한국보다 2.5%포인트 높았다. 한국도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행을 위한 미국의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투자 구체화 압박이 있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으로 무역합의 문서화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 일본 자동차 관세 인하 적용에 우리 정부의 부담도 커졌다. 통상당국은 장관급 회담 추진 방안까지 열어두며 미국, 일본 동향을 파악 중이다. 다만 ‘속도보다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가 크다. 자동차 업계는 수출 손실과 관세 부담 우려가 크다. 이미 올해 1∼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15.1% 급감하며 세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의 가격 경쟁 부담까지 얹게 된 셈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347억 달러,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 달러에 달한다. 관세율 10%포인트 인하가 늦어지면 매달 약 3억60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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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현대차-LG 공장 급습… 한국인 300명 체포

    미국 정부가 4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 체류 혐의로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약 300명이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자국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례적인 대규모 불법 체류 단속을 진행하면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이후 가속화됐던 한미 경제 공조에 새로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알코올·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수행해 최대 475여 명의 불법 체류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번 단속에는 ATF뿐만 아니라 미 국토안보부(DHS)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수사국(FBI), 마약단속국(DEA), 국세청(IRS) 등 다수의 미국 정부기관이 동원됐다.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공장 현장 직원의 두 손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연행하거나, 한국인 직원들을 줄지어 세운 뒤 가방을 수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랐다.체포된 475여 명 가운데 한국인은 한국에서 출장 간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과 공장 설비 마무리 작업을 하던 한국 협력사 직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직원 등 300여 명으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 성명에서 “불법 고용 관행 및 기타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의 일환으로 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비즈니스 회의, 계약 목적으로 받는 ‘B1’ 비자와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미국에 체류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육체노동’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단속에 대해 “조지아주 (HL-GA) 불법 체류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라며 “한미 간 무역협정 이행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단속에 HL-GA 공장 건설은 ‘올스톱’됐다. 당장 내년 가동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5 대 5 지분으로 법인을 세우고 총 43억 달러(당시 약 5조7000억 원)를 투입해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었다.‘제조업 동맹 상징’ 조지아서… 美 헬기까지 동원 불법체류 단속[美, 조지아 한국 공장 급습] 美, 현대차-LG엔솔 공장 급습비자 빌미 한국인 직원 대거 검거… “단기 체류용 ESTA가 문제 된 듯”韓기업들 “美지원 믿었는데” 충격… ‘마스가’ 협력 확대 조선업계도 비상외교부 “유감… 국민 권익 침해 안돼”4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HL-GA) 건설 현장의 불법 체류 단속은 마치 군사 작전처럼 이뤄졌다. 소셜미디어에 뜬 영상을 보면 현장을 급습한 미국 당국 관계자가 “현장 전체에 수색영장이 발부됐다. 진행 중인 작업을 모두 끝내라”고 작업 중인 근로자들에게 외친다.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비자 문제를 빌미로 한국인 직원 체포에 나서자 우리 기업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당장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기업들은 체류 직원의 비자 상황부터 파악하고 나섰다. 서배너 건설 현장 사정에 밝은 한 교민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비자 발급이 어려워진 반면 공사 진행 압박은 커졌다”며 “불가피하게 단기 체류 목적 무비자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현장을 챙기다 사달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금소 간 한국인들… 총영사 급파미국 지역 언론인 WSAV, 서배너모닝뉴스(SMN) 등에 따르면 미 이민 당국의 공장 단속에는 수색용 헬기까지 동원됐다. 수백 대의 경찰차와 군용 차량인 험비도 나타났다.소셜미디어에선 당시 현장에서 직원들이 건물 밖에 줄을 서 신분 확인을 받는 장면 등이 담긴 영상이 돌고 있다. 한 직원은 NBC뉴스에 “연방 요원들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미국 시민인지 여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성명을 발표했지만, 구금된 이들의 구체적인 혐의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300명을 포함해 이날 체포된 475명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관할 구금소에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공관은 구금된 한국인들이 적법한 비자를 소지했는데 체포된 사례가 있는지, 구금 해제가 언제쯤 이뤄질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외교부는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서배너 현장에 급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대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 “美 지원 믿고 투자했는데…”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믿고 대미 투자를 늘렸던 한국 기업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HL-GA에 나타난 불법 체류 단속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 단속을 이유로 미국 공권력이 공장 안에 자주 들이닥친다면 북미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는 한국의 대미 투자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조지아주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한국 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해 1만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 대표적인 ‘K산업기지’다. 특히 한미 제조업 동맹의 상징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도 단속 현장 바로 옆에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1기부터 시작해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고 투자에 나섰지만 갈수록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마스가 프로젝트’와 함께 해외 조선소 인수 등 미국 주재원 파견이 늘어난 조선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상황 발생 직후 미국에 있는 전체 한국인 주재원들의 비자 적법성 파악에 나섰다”며 “특히 ESTA 등으로 미국에 단기 출장에 가는 경우의 지침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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