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선

임우선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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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우선 기자입니다.

imsun@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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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학 전에 끝내야” 졸속 공사 수두룩

    교육당국은 2015년부터 방학 때마다 전국의 초중고교의 석면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이 과거 국내에서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던 탓에 전국 대부분의 초중고교 건물에 석면자재가 들어가 있다. 석면은 건물이 노후화될수록 입자 상태로 흩날릴 위험이 높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2012∼2015년 학교 건물에 대한 석면지도를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학교에 석면이 사용됐는지, 각 학교 건물의 어느 부분에 석면이 사용됐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2027년까지 전국 모든 학교의 석면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년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매년 겨울·여름방학마다 철거 대상 학교를 정해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겨울방학의 경우 1227곳, 여름방학에는 641곳의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 문제는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개학 전 끝내기’를 목표로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사를 할 때는 공사현장 전체와 에어컨 등 집기를 일일이 비닐로 최대한 감싸야 한다. 석면이 섞인 공기가 밖으로 새지 않게 음압기도 설치하고 공사 후에는 철저한 청소가 필수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교육당국 조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던 서울 관악구 인헌초에서 공사 완료 후 석면 잔존물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됐다. 당시 환경시민단체와 함께 조사를 주관한 인헌초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이 공사를 대충 진행하고 문제를 은폐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뒤늦게 교육부가 벌인 재조사에서 43개 학교에서 잔존물이 검출됐다. 교육부는 부실공사 업체에 대한 징계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이성진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알면서도 석면지도 자체를 엉망으로 만든 게 드러난 만큼 석면지도를 전면 재조사하고 철거 계획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 2018-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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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로스쿨 교수 대필의혹 논문 2건 더 확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A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한 부동산 관련 논문이 웅지세무대 B 교수 단독 명의로 학술지에 게재된 사례 2건이 26일 추가 확인됐다. 교육부는 이날 성균관대에 A 교수가 B 교수의 논문을 대필했다는 의혹 전반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면서 검찰 등에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성균관대는 우선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중징계할 방침이다.○ 대학원생과 회계전문가가 대필 관여 지난해 3월 30일 성균관대 법학 학술지에는 ‘부동산의 임의처분과 형사책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B 교수 명의 논문이 게재됐다. A 교수가 박사과정 대학원생에게 초고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던 논문이다. 동아일보가 논문 초고와 B 교수 논문을 입수해 비교 분석한 결과 논문 초고에 있는 특정 단락이 빠지거나 내용을 보충하는 문장이 추가되면서 모두 71군데가 달라졌다. 특히 초고의 중목차 ‘Ⅲ의 3, 4번’ 항목이 논문에서 하나로 합쳐지고 새롭게 소목차가 하나 추가됐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1쪽만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이달 말 중앙대 법학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던 B 교수의 논문 작성 과정에도 A 교수가 관여했다. B 교수 명의로 제출된 ‘부동산 신탁제도의 변천에 따른 토지의 유용한 활용 방안’ 논문의 초고는 A 교수 지인인 회계전문가와 석사과정 대학원생이 함께 집필했다. 국문과 영문 초록도 이들이 작성했다. B 교수는 본보가 관련 의혹을 취재하자 25일 해당 논문의 게재 철회를 대학 측에 요청했다. 앞서 9월 30일 법학 학술지에 게재된 B 교수의 부동산 신탁 관련 논문은 A 교수 지시로 또 다른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초고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술지 게재 불가’ 판정을 받은 B 교수의 논문이 A 교수가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의 학술지에 게재되도록 관여한 정황도 있다. B 교수의 ‘부동산의 이중매매에 관한 형사책임’ 논문은 지난해 8월과 11월경 두 대학 학술지에서 ‘게재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 교수에게 자문한 끝에 지난해 12월 30일 해당 논문은 성균관대 법학 학술지에 실렸다. ○ 계약서 있지만 “고문 위촉 사실 없다” 반박 A 교수는 B 교수가 주주이자 비등기 이사로 있는 부동산 신탁회사와 2011년 9월 법률고문 계약을 추진했다. 본보가 입수한 A4용지 3쪽 분량의 계약서에는 A 교수가 부동산 신탁회사로부터 월 300만 원에 법률고문을 맡기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본보 취재 결과 A 교수는 2012년 11월경 신탁회사 측으로부터 법률 검토 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고, 이때 신탁회사는 A 교수를 ‘고문님’이라고 불렀다. 부동산 신탁회사의 최대주주인 C 부회장은 “A 교수는 법률고문을 맡은 적이 없다. 당시 고문 위촉을 위해 여러 명에게 메일을 보내다 (계약서가)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 부회장은 ‘창립 이래 경영고문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A 교수를 선임해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대표이사 날인이 찍힌 확인서를 제시했다. C 부회장은 B 교수의 아버지다. C 부회장과 자녀 등 가족이 이 신탁회사의 최대주주다. 자신의 딸인 B교수의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 C 부회장은 “몇 번 자문하고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전적으로 대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학원생의 이름이 공저자에서 빠진 경위에 대해 C 부회장은 “작성 중인 논문의 방향을 정리하고 자료 수집 등을 도와준 것에 불과해 수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김동혁 hack@donga.com·임우선·윤다빈 기자}

    • 2018-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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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기 신도시, 학교 148개 필요한데…

    15년 만의 ‘3기 신도시 계획’이 19일 발표된 뒤 교육부가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끝없는 출산율 하락에 기존 학교마저 비어가는 상황에도 신도시를 위한 학교를 148개나 신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도 부담이지만 인구 이동에 따른 도심 학교 ‘공동화(空洞化)’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기존 학교의 폐교나 이동도 쉽지 않아 학생은 없는데 학교 수만 늘어날 상황이다.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에 총 12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된다. 최근 경기 화성의 동탄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 이후 정부는 3기 신도시 지역의 유치원을 모두 국공립으로 짓기로 했다. 동탄 신도시 조성 당시 유치원 공급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기업형 사립유치원이 대거 설립되며 비리를 키웠다는 지적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3기 신도시 지역에 설립될 학교수를 시뮬레이션했다. 15만 가구 입주 시를 가정해 추산한 결과 △유치원 70개 △초등학교 38개 △중학교 25개 △고등학교 15개 등 총 148개 유초중고교(3708학급)를 신설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상 초등학교는 4000가구당 1곳, 중학교는 6000가구당 1곳, 고등학교는 1만 가구당 1곳을 공급해야 한다. 3기 신도시의 학교 신설비용은 약 2조6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공립유치원 1개를 세우는 데 평균 100억 원, 초중고교 1곳 설립 시에는 평균 25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학교 설립 재원보다 교육당국의 더 큰 고민은 기존 학교의 공동화다. 학생 수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학생의 ‘이동’에 따른 설립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새 학교가 생기는 만큼, 기존 학교의 학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은 물론이고 최근엔 서울 지역도 학생 수 부족을 이유로 폐교나 학교 이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서 사상 처음으로 지방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학생수 감소를 버티지 못한 초등학교 폐교(은혜초) 사례가 나왔다. 서울 풍문여고 등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들마저 학생을 찾아 강남, 수도권 신도시 등으로 학교를 옮기는 형편이다. 당장 2020년 국내 고교생 수(145만 명)는 내년(156만 명)보다 10만 명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미 학생 수가 태부족인 종로, 중구, 용산 등 서울 중심부 학교들의 고민은 크다. 서울시 추계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20년 뒤 학생 수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얼핏 생각하면 학생이 없는 지역의 학교를 신도시로 옮기면 될 것 같지만 학교를 옮기려면 기존 학교 부지를 매각하고 기존 학생들의 수용계획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일이 아니다”며 “특히 기존 학교를 폐교할 경우 해당 지역사회의 반발이 워낙 커 학교 수를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도시의 실제 학생 수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통상 작은 평형이 많으면 초등학생 수를 높게 잡고, 대형 평형이 많으면 중고교생 수를 많이 잡지만 정확한 건 실제 입주가 돼봐야 안다”며 “이런 이유로 학생 수용계획을 미리 잡는 게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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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정권따라 좌회전-우회전 ‘직진’ 교육은 안되나요?

    학창 시절 교과서를 의심한 사람이 있을까? 많지 않을 듯하다. 대부분은 ‘헌법’이나 ‘경전’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러 학문이나 사회 현상의 해설에 있어 사실관계에 틀림이 없고, 가치에 있어 불편부당하며, 목적은 공명정대한 책이라고 전제했을 것이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꼭 알아야 할 핵심 지식과 합리적이고 다양한 가치 판단 기준을 담은 그런 책 말이다. 요즘 학생들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학교 교육의 핵심이 되는 교과서가 매년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어서다. 학교 교육의 ‘헌법’이라 불리는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성취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한 해가 멀다 하고 정치세력의 입맛대로 요리되다 보니 국민으로서는 이제 무슨 맛이 진짜 맛인지조차 모를 지경이 됐다. 그간 정치가들은 교육과정이나 성취 기준 내 미세한 표현에서부터 과목명, 교과서의 전체적인 톤과 방향성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부분에서 정권의 흔적 남기기를 시도해 왔다. 작은 예로는 이명박 정부가 고등학교 ‘환경’ 과목의 이름을 정부의 녹색성장 기조를 반영해 ‘환경과 녹색성장’으로 ‘깨알 수정’한 것을 들 수 있다. ‘환경과 녹색성장’은 현 정부에서 다시 ‘환경’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온 국민이 알 정도로 논란이 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이 있었다. 이 논쟁은 10여 개월간 교육계의 다른 이슈들을 묻히게 한 블랙홀 같은 존재였다. 교육계의 숙제가 역사 교과서 하나만은 아니건만, 이 기간 정치적 싸움을 벌이느라 우리 교육계는 다른 실질적 교육 문제를 고민하지 못했다. 이때의 혼란을 생각하면 이전 정부의 ‘과목명 바꾸기’ 정도는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현 정부는 올해 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북한의 6·25 남침’ 표현을 빼고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했다. 논란이 커지자 ‘남침’ 표현은 살렸지만 ‘자유’는 끝내 없앴다. 요즘은 전 과목에 ‘통일’과 ‘민주시민’ 교육을 반영하겠다고 해 시끄럽다. 지난달 교육부는 “평화통일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빠르면 2020학년도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서술을 바꿀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컨대 미술시간에는 통일 상상화를 그리고, 음악시간에는 통일 노래를, 가정시간에는 북한의 음식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과학시간에는 열의 이동 성질을 이용한 ‘통일 마술컵 만들기’를 해보자는 아이디어도 냈다. 북한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무리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달 들어서는 내년부터 ‘민주시민학교’를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 ‘시민’(가칭) 과목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교육계에서는 당장 “단어 자체에 이념적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며 편향성 논쟁이 불거졌다. 그러나 교육정책의 실권을 쥔 정치세력은 교육계의 개탄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육부조차 언제나처럼 정권의 깜빡이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책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추구해야 할 행정부가 정치세력에 휘둘리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한계 탓이 크다. 수시로 바뀌는 정권의 좌회전, 우회전에 교육이라는 이름의 긴 버스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갈지(之)자 행보만 거듭하고 있다. 만날 논쟁을 벌이고 돈을 쏟아부어도 돌아보면 우리 교육은 늘 그 자리다. 버스에 탄 전국 630만 학생·학부모들은 멀미가 나다 못해 구토가 날 지경이지만 핸들의 회전 폭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한국 교육은 언제쯤 직진할 수 있을까. 고꾸라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려나.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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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구글이 찾는 건 ‘스토리’ 가진 인재다”

    이른바 ‘국어 31번 논란’이 일었던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교육계에서는 국어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앞으로의 입시 준비를, 현장 교사와 국어학계에서는 국어 교육의 방향성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국어 교육이 새삼 화제로 떠오른 최근 서울 종로구 가회동 ‘건명원’에서 배철현 건명원장(56·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을 만났다. 건명원은 문화예술 분야의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기관이다. 인문 예술 과학 분야의 저명한 교수 8명이 19세부터 29세 사이의 청년들에게 융합적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15일 건명원의 2대 원장이 된 배 원장은 “내년부터 건명원의 모든 교육을 ‘글쓰기’ 중심으로 완전히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왜 글쓰기인가. “내년이면 한국에도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애플도 드라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위협적이다. 이들의 위세에 한국의 많은 방송이 위협받을 것이다. 그런데 애플이나 구글,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들이 누굴 찾냐면 글 쓰는 사람이다. 그냥 쓰는 게 아니고 글을 깊이 있게 쓰는 사람, 높은 경지에서 쓰는 사람, 상상을 통해 쓰는 사람을 찾는다. 미래의 핵심 산업은 ‘스토리’다. ‘해리포터’라는 작품 하나의 경제적 가치가 어지간한 대기업 자동차 생산으로 얻는 이익보다 더 크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이런 엄청난 미래 산업을 대한민국이 교육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뭔가. “중고교생들은 내가 아는 작은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깊이 책을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제도로는 책 한 권도 못 읽는다.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읽는 게 아니라 ‘깊이 있게’, 단순히 많이 읽는 게 아니라 고전과 같은 좋은 책을 사고(思考)하면서 읽는다는 의미다. 세계의 저명한 대학들이 교육을 논할 때 흔히 ‘교양도서 100권을 읽는 것이 대학 교육의 전부’라고 하지 않나. 자신만의 글쓰기를 위해서도 폭넓은 양서의 독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독서도, 글쓰기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그런 교육은 어떤 결과를 낳나. “학생에게는 ‘희망’이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희망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어떤 것이어야지, 남이 희망이라고 만든 걸 찾는 건 흉내고 자살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청년들을 보면 상당수가 공무원을 하겠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만약 이들이 다양한 독서를 했다면 어땠을까. 책이란 스스로 되고 싶은 나를 찾도록 자극시켜 주는 등대와 같다. 독서를 통해 세계관이 확장되고 미래에 대한 무기를 갖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독서조차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깊이 보질 못한다.” ―입시라는 현재의 틀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몇 년 전 서울대 총장에게 서울대 입시를 고전 50권 깊게 읽기와 에세이 쓰기, 면접으로 바꾸자고 말한 적도 있다. 대입 시험 문제(수능)를 방송국(EBS)에서 한 내용으로 낸다는 게 과연 맞는 얘긴가. 학생들에겐 각자의 목소리가 있다. 답은 다 달라야 한다. 내 목소리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노래할 때 가장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게 가만 놔두질 않는다. 방탄소년단(BTS)을 보라. 스스로 생각해서 가사를 쓰는 게 중요한 것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 교육이 변화할까. “교육은 물론이고 사회도 바뀐다. 독서는 일종의 ‘침묵 수련’이다. 나의 말을 하지 않고 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생각이 생기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생긴다. 그런데 독서가 없다 보니 학생들에게 토론을 시키면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가진 알량한 지식만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사회적으로도 보라. 한국의 많은 문제는 깊이 생각하고 토론을 통해 결정할 일인데 그 시스템이 무너졌다. 흔히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한다고 논할 때 정치·경제만 말한다. 하지만 정치·경제의 변화는 국민 의식이 먼저 도약해야 가능한 것이다. 글쓰기란 생각나는 것을 글로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를 생각해 다른 사람의 입장에도 서보는 배려의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글쓰기는 우리 교육과 사회를 구원할 가장 좋은 수단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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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시간 3분 점자 수능’ 김하선 양 연세대 합격

    지난달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시청각 중복장애로 13시간 3분간 수능 응시에 도전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김하선 양(18·사진)이 14일 연세대 교육학과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다(본보 11월 19일자 A2면 참조). 서울맹학교에 재학 중인 김 양은 앞을 전혀 볼 수 없고 귀도 거의 들리지 않는 선천성 장애를 가졌지만 올해 수능에 도전해 271쪽에 달하는 점자 수능 문제지를 풀어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수능을 본 수험생으로 기록됐다. 합격 소식을 전해 들은 김 양은 “장애학생을 위한 더 나은 교육제도를 고민하고 싶었는데 교육학과에 합격해 정말 기쁘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 통합교육 시스템이 잘돼 있는 미국이나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에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 양은 “시청각장애인이 입학하는 게 학교도 처음일 것이어서 헤쳐 나가야 할 게 많고, 걱정도 많이 된다”면서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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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감, IT결합 독서 콘텐츠 개발 ‘이성과 감성 콘텐츠 연구소’ 설립

    국어평가 콘텐츠 사업을 벌여 온 ㈜이감이 장은수 전 민음사 대표를 초빙해 ‘이성과 감성 콘텐츠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12일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 이사를 지낸 장 전 대표는 이성과 감성 콘텐츠 연구소에서 교양 출판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창의성의 기반이 될 다양한 분야의 교양 지식을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현실에 맞는 고급 독서 콘텐츠 개발을 중점 추진해 내년부터 출판물을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독서 콘텐츠를 개발해 교양 지식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장 전 대표는 “㈜이감이 기존에 구축한 평가 사업 분야의 자원 및 인프라는 리딩 콘텐츠 생산 영역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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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남는 소수만을 위한 법… 강사도 대학도 학생도 힘들어져”

    “3년 뒤면 알게 될 거다. 지금의 강사법이 얼마나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켰는지를…. 소수 강사의 삶은 나아지겠지만 나머지 강사들은 완전히 설 곳을 잃게 된다. 학위를 마치고 나오는 이들이 갈 곳이 없는데 대학원에 오려는 이가 있겠나. 강사들이 사실상 전임화되니 전임교수 충원도 힘들어진다.”(서울 D대) “강사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안다. 문제는 대학들이 지금의 강사법을 견딜 체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등록금은 10년째 동결이고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든다. 재정 압박이 극심하다. 결국 (강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충청 E대)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둔 대학가에는 강사 대량 해고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 및 ‘학문 생태계 붕괴’라는 후폭풍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동아일보 인터뷰에 응한 20개 대학의 강사 수는 포항공대(9명)를 제외하고 대학별로 최소 70명에서 최대 1300명 이상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대규모 강사 구조조정 및 수업 질 저하 △향후 배출될 학위 소지자 일자리 소멸 △지방대 타격 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비용 감당 안 되는 법” 줄어드는 강사 일자리 대학들은 고용하고 있는 강사의 규모에 따라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 재원 부담을 연간 최소 10억 원에서 최대 70억 원까지로 추산했다. 방학 중 임금을 제공해야 해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강사 규모를 감축한 4개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부가 일부 예산 지원을 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사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 T대는 “현재 1과목씩 수업하는 강사들에게 2과목씩 수업하게 할 것”이라며 “1인 2수업이 불가능한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강사 수를 줄여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N대는 “전임교원들이 맡는 강의 수를 늘릴 것”이라며 “전임들에게 초과강의 수당을 줘야겠지만 강사료의 절반 수준이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L대는 “분반 수업을 줄이고 폐강 인원 기준을 높여 강좌 수를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강사들의 전체적인 일자리가 감소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줄고 강의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 B대는 “대학의 꽃은 교양강좌인데 강사법이 도입되면 교양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소위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강사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래 학위 소지자는…” 대학원 경쟁력도 우려 강사법은 강사들의 임용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3년간 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들은 이를 “사실상 한번 뽑은 강사는 최소 3년 이상 전임교원처럼 둬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서울 I대는 “수요 조사를 해보니 각 학과에서 되도록 강사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하게 뽑자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대학들은 ‘강사 일자리 안정화’와 ‘신규 강사 일자리 감소’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했다. 기존 강사가 강사직을 오래 유지할수록 새롭게 쏟아지는 학위 소지자들에게 돌아갈 취업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C대는 “있는 사람 정리하기도 바쁜데 새 사람을 살필 여유가 있겠느냐”며 “학위를 취득해도 강의를 경험할 일자리조차 못 구하니 대학원에 오려는 이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결국 강사법은 앞으로의 후속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임용되는 데 성공한 소수의 강사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 강사, 대학 모두에 불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임교수도 못 뽑아” 지방대 비명 지방대들은 서울지역 대학들보다 재정 상황이 열악하고 전체 교원 대비 강사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강사법의 타격이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충청지역의 H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한다지만 288억 원을 대학 수로 나누면 평균 1억∼2억 원꼴”이라며 “교육부가 평생 예산 전액을 지원할 게 아니고서야 강사 수를 줄이는 것만이 현 상황의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세부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월 이후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구체적인 방학 중 임금 지급 기간이나 급여 산정 방식은 시행령에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과 강사 간 자율 협약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강사 축소 움직임과 관련해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오랜 시간 합의를 통해 강사법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해고하는 건 대학들의 반칙”이라며 “정년 보장 전임교원에게는 인건비의 50%를 주면서 1%를 차지하는 강사들을 자르겠다는 건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강사에게 쓰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대명제인데, 대학도 일정 부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 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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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수능 국어 31번’보다 먼저 사과해야 할 것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 브리핑이 있던 4일.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발표에 앞서 사과부터 했다. “너무 어려웠던 수능 난도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는 내용이었다. 격려도 잊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게 되더라도 절대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말라. 새로운 출발을 위한 소중한 기회로 삼자”고 당부했다. 이미 다 끝난 마당에 시험을 망친 학생들에게 얼마나 위로가 됐을지는 모르겠다. 앞뒤가 참 어색한 이 씁쓸한 사과와 위로의 현장을 보며 교육당국이 진짜 사과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의 끝엔 이렇게 냉엄한 입시의 현실이 존재하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꿈과 끼만 좇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처럼 미혹했던 것 말이다. 꼭 대입이 아니더라도 인간 사회의 속성상 취업 등의 관문마다 평가와 경쟁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사교육 경감’이라는 제1목표 달성을 위해 ‘행복교육’을 외치며 학교의 교육 의무를 흐렸던 게 사실이다. 요즘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기성세대 때와는 크게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초1부터 중1까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일제고사’(전 학년이 같이 보는 시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다만,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이해도를 파악하는 차원에서 담임의 판단에 따라 반별로 ‘단원평가’라는 것을 본다. 아이들이 따로 공부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걸 막기 위해 예고 없이 보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은 시험은 물론이고 ‘숙제 없는 학교’도 역점 사업으로 운영한다. 해외에서는 학교 수업시간을 45분에서 65분으로 늘리는 등 ‘학교 내 학습’을 강조하며 ‘숙제 없는 학교’를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초등 저학년까지 스트레스 주진 말자’는 취지다. 교육청 차원에서 사실상 지침이 내려오는 상황에서 숙제를 내 봤자 교사들은 힘만 들뿐 딱히 좋은 소리도 못 듣는다.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다. 문제는 중2부터다. 중1 때는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란 이름으로 시험 없는 삶을 살다가 중2 때 인생 첫 ‘○○고사’라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충격에 빠진다. 뒤늦게 공부를 하려 해도 기초 개념을 잡았어야 할 7년이 지난 상태라 좀처럼 쉽지 않다. 형편상 기댈 곳이 학교뿐인 아이들은 더 힘들다. 그 간격을 좁히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이름의 집단으로 남는다. ‘학교가 덜 가르치도록’ 장려하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학부모들은 ‘학교가 안 시키면 내가 시킨다’란 마음으로 사교육을 시킨다. 아이와 싸워 가면서까지 엄마가 교사처럼 딱 붙어 가르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많은 ‘내로남불 자녀교육’ 인사들도 입으로는 행복교육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 자식은 외고, 자사고, 영재고, 명문대의 길을 걷게 했다. 행복교육이 그렇게 좋은 거면 왜 먼저 시키지 않았나. 기자의 특성상 교육특구의 교육방식부터 소외계층의 현장까지 다양한 교육형태를 관찰하게 된다. 흔히 한국의 교육격차를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쓰지만 막상 보면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끊어진 운동장’이다. 가진 자들은 학교가 덜 가르쳐도 상관없다. 어차피 학교만 믿고 가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바빠 입시제도가 어떤지 몰랐던, 학교만 믿었던 서민들만 뒤통수를 맞는다. 그런 면에서 교육당국이 진짜 사과해야 할 건 현실에 눈감고 이상만으로 공교육을 놓아 버린 것이다. ‘수능 국어 31번’ 사과보다 그게 먼저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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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생각 써보세요” 연필 못떼는 아이들

    “우리글이니 쉬워야 하는데 공부할 땐 영어보다 국어가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요. 지문을 놓고 계속 어휘나 문법 위주로 파고들어야 하니까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이해가 안 가요.”(고2 전모 양) “국어에서 외울 게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암기 과목 같아요. 어떨 땐 지문이 짧은데도 잘 안 읽혀요.”(고1 신모 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31번’ 문제가 논란이 된 뒤 국어 교육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국어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며 학원가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현장 교사 및 국어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 국어 교육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편적인 지문 분석과 문제풀이에 매몰돼 전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맹(文盲)이 아닌데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말하기나 글쓰기가 어려운 ‘소통 문맹’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여 명의 현장 교사와 학생, 교수 등 전문가, 사교육계 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해 ‘모국어’가 ‘모르는 국어’가 돼 버린 근본 원인을 진단했다. 그 과정에서 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제대로 읽고 듣고 쓰고 말하기엔 부족한 수업시간 △‘질보다 양’이 중요한 독서문화 △백화점식 교육 과정 및 진도 부담 △실생활과 먼 이론 위주의 교육 구성 △입시문제 출제 방식 등 우리의 국어 교육 틀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독서, 듣기, 발표, 글쓰기’가 실종된 이른바 ‘4무(無) 교육’이 한국 국어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어 역량은 국제 평가에서도 그 추락세가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3년 주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06년 이후 읽기 점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15년 평가에서 상위 수준 학생은 14.2%에서 12.7%로 줄어든 반면에 하위 수준 학생은 7.6%에서 13.6%로 두 배 가까이로 급증해 충격을 줬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PISA 학력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동아시아 국가 중 꼴찌”라며 “10년 넘게 하향화하고 있는데도 교육 당국이 원인을 분석할 생각조차 없으니 큰일”이라고 개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조유라 기자}

    • 20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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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이과 모두 국어가 최대 변수… 상위권 소신지원 늘어날듯

    4일 발표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예상대로 전 영역에 걸쳐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변별력이 높은 수능이었던 만큼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소신 지원이 예상된다. 특히 국어 영역의 난도가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최고 수준이어서 문·이과를 막론하고 국어 고득점자는 정시에서 상당한 우위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국어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대학들의 영역별 가중치를 면밀히 비교해 국어의 반영 비중이 작은 대학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올해 정시 당락 ‘국어’가 결정 가장 주목해야 할 영역은 이른바 ‘31번 문항 논란’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국어다. 채점 결과 국어 1등급 구분점수(등급컷)는 132점으로 150점부터 132점까지가 모두 1등급으로 묶였다. 지난해 1등급은 128점부터 134점까지로 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촘촘히 분포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는 올해 최상위권의 국어 변별력이 매우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며 “최상위권 정시 당락에 국어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어는 문과뿐만 아니라 의대, 치의대 등 최상위권 이과 입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연계 최상위권 대학들은 수학이나 과학탐구 못지않게 국어 성적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인문계열이든 자연계열이든 국어 점수 활용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례적으로 “(세간의 추측과 달리) 일반적으로 국어의 정답률은 문과보다 이과 수험생들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어 점수의 반영 방식은 대학이나 지원 학과별로 다르기 때문에 국어를 잘 본 학생들은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을, 반대의 경우에는 국어의 영향력이 가장 작은 전형을 찾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 어려워 수능 최저기준 미달 속출할 듯 올해로 절대평가 전환 2년 차를 맞은 영어는 채점 결과 지난해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다. 올해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학생 비율은 5.3%로 지난해 10.03%와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그만큼 수험생에게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뜻이다. 영어 1, 2등급이 줄어든 만큼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수험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선발 인원이 줄어들면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입시에서 정시 선발 비율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됐다. 그러나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 뒤 영어의 반영비율 자체를 줄인 대학이 많기 때문에 영어의 정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 역시 이과형인 ‘가’형과 문과형인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져 난도가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등급컷 역시 ‘가’형 126점, ‘나’형 130점으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3점과 1점이 올랐다. 다만 이 같은 난도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 및 1등급 수험생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가’형 655명(전년 165명), ‘나’형 810명(전년 362명)에 달했고, 1등급 수험생 수도 ‘가’형의 경우 1만675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8879명보다 늘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소위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들이 작년보다 쉬웠기 때문”이라며 “수학 점수가 예상보다 잘 나오지 않은 수험생의 경우 국어에서 만회하지 못하면 정시 지원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일 수험생들이 받는 성적표에는 영역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며 원점수는 없다. 단,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와 한국사는 등급만 표시된다. 임우선 imsun@donga.com / 세종=김호경 기자}

    •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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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특성화高 실습 막아 취업 꽉 막혀”

    “특성화고에는 어려운 집안 형편에 조기 취업을 꿈꾸며 온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 올 초 갑자기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저희는 취업도 못 하고, 대학도 못 간 채 졸업을 맞게 됐어요.”(서산중앙고 조민성 군) “특성화고 교사 생활 10년 동안 올해처럼 힘들었던 적이 없습니다. 작년 이맘때엔 127개 기업에 215명의 학생이 취업했는데 올해는 36개 기업에 41명이 취업도 아닌 현장실습을 나가고 있어요. 정말 심각합니다.”(장재환 삼일상업고 교사)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들이 27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특성화고 상황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금지하면서 취업길이 꽉 막혔다”며 “안전이 문제면 안전만 강화하면 되는데 모든 걸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는 교육부가 조만간 내놓을 ‘직업계교 학생 현장실습 및 취업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개최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특성화고 학생들이 산업체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선도기업’ 중심으로 ‘학습형’ 현장실습만 가능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취업 가능 대상 기업이 급감하고 학생들의 월급도 20만∼30만 원 수준으로 줄었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기존에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3월부터 취업형 현장실습 구직활동을 시작해 100만 원 상당의 월급을 받으면서 수개월의 실습을 한 뒤 8월경이면 사실상 취업이 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특성화고 권리연합 소속 창원기계공고 지민구 군은 “선생님이 어느 날 갑자기 ‘너희는 이제 10월이 지나야 취업할 수 있다’고 하셔서 복도에서 통곡한 학생도 있다”며 “취업이 안 되니 중학교에 설명회를 나가도 특성화고로 오겠단 학생이 없고 실제로 우리 학교도 한 반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지금 교육부는 선도기업 기준을 매우 높게 설정하고 선도기업이 되면 한 달에 3, 4번씩 점검을 나가는데 어느 기업이 이런 사업에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은경 경기도 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관은 “실제 노무사들과 현장 점검을 나가면 ‘이럴 줄 알았으면 선도기업 안 했다’는 사장님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작년에 국회의원일 때 이런 사고가 다시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관련 법개정을 했는데 현장 목소릴 들어보니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라며 “새로 나올 종합대책에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답했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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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8년 전통’ 덕수고 특성화계열 통폐합될 듯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재연 대법관 등의 출신 학교로 유명한 덕수고 특성화계열(옛 덕수상고)이 학생 수 감소 및 특성화고의 인기 하락에 따라 타 특성화고와 통폐합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청은 1일 ‘덕수고 이전·재배치 계획’을 행정 예고하면서 특성화 계열을 2023년까지 타 특성화고와 통폐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으로 국내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특성화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자 시교육청이 ‘구조조정’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덕수고는 1910년 개교한 108년 전통의 학교로 상업고로 운영되다 2007년 인문계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유일하게 특성화계열과 인문계열이 한 학교에 모두 있는 ‘종합고’가 됐다. 하지만 덕수고가 자리한 성동구는 서울지역 내에서도 학생 수가 유독 적고 교육 목표가 다른 두 계열이 한 학교에 있다 보니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덕수고 인문계열은 이미 2021년 3월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글로벌경영·금융회계·컴퓨터정보과 등으로 구성된 덕수고 특성화계열은 2023년까지 현 성동구 교사에서 운영된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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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오늘 하루, 우리는 몇번의 살인을 했는가

    “그거 봤어요? 숙명여고 기사 뜰 때마다 계속 댓글이 달리던데…. 이번에 문제가 된 그 숙명여고 교무부장 말이에요.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세 딸 담임이었대요. 그래서 그 딸들이 다 명문대 치대에 갔다던데….” 얼마 전 만난 교육계 인사가 “취재를 해보라”며 한 말이다. 기자는 “그거 낭설이다”라고 답했지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김 전 부총리가 내정됐을 때 기자는 이미 ‘인사 검증’ 취재를 했다. 후보자의 학력과 경력, 재산부터 가족 관계에 이르기까지…. 자녀 관련 확인도 그중 하나였다. 김 전 부총리에게 세 딸이 있는 것은 팩트다. 그러나 그의 장녀는 숙명여고가 아닌 Y여고 출신이다. 차녀와 삼녀는 숙명여고를 나왔지만 진학한 대학은 둘 다 ‘명문대 치대’와 거리가 멀다. 삼녀의 경우 서울 주요 대학 출신이긴 하나 법학을 전공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그런데도 거짓들 사이에 ‘세 딸’과 ‘숙명여고’ 등 일부 팩트를 교묘히 섞은 낭설이 활개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며칠 전 또 다른 이는 “숙명여고 전 교감에 대한 소문을 들었느냐”며 ‘제보(?)’를 해왔다. 내용인즉 “전 교감 딸도 숙명여고를 나왔는데 학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지방대에 갔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방대 ‘의대’여서 엄마들이 열 받았다”는 것이다. 전 교감에게 사실관계를 물었다. 그랬더니 “외동딸이 있는데 강북에 있는 여고를 나왔고 이미 대학을 졸업해 공무원이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왜 해명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학교가 이 지경이 됐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김 전 부총리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야당까지 나서서 의혹을 제기하자 결국 16일 교육부를 통해 공식 설명자료를 냈다. 퇴임한 장관이 부처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이 일이 제가 해명까지 해야 할 일인지 오랫동안 망설였습니다만…’으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낭설을 하나하나 해명했다. 인터넷 카페와 뉴스 댓글을 중심으로 퍼진 ‘카더라 통신’에 전직 부총리마저 속앓이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참담한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전직 부총리는 공인이니 유명세를 치른다 치자. 얼마 전엔 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학부모들이 누군가에게 들었다며 아무 생각없이 나눈 대화가 이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한국인의 ‘남 얘기’는 일종의 문화다. 둘만 모이면 누군가를 거론하며 친밀감을 확인한다. 여기엔 때로 ‘일그러진 욕망’이 투영된다. 돈과 권력, 학벌, 사회적 관심, 도덕적 우위 등이 뒤엉킨 욕망 속에서 남을 끌어내리고 나를 높이기 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짓을 양산하고 이를 소비한다. 더욱이 이 거짓이 ‘광속’의 인터넷을 만나면서 누구든 순식간에 매장시킬 수 있는 ‘공포사회’가 됐다. 얼마 전 들은 얘기가 가슴에 남는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에 관한 얘기다. 사람들은 대개 ‘다른 건 몰라도 이 계명만은 내가 지켰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만 살인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말로 고사(枯死)시키는 것, 누군가의 사회적 관계를 권력으로 절단 내는 것, 그걸 보고도 침묵으로 방조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살인이라는 내용이었다. 거짓 댓글과 무분별한 공감, 소셜미디어 공유 한 번이 누군가에겐 칼날이 될 수 있다. 손가락 ‘터치 한 번’의 엄중함을 깨달아야 함에도 그 모든 게 너무 쉬운 시대다. 오늘 하루, 우리는 몇 번의 살인을 저질렀는가.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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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10시 수능 끝! 271쪽 점자 문제 다 풀었다

    15일 오후 9시 20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맹학교 앞 거리는 고요했다. 인기척도 없이, 이따금 지나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풍경의 변화를 가져올 뿐이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주택가 골목길 끝에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있는 학교. 환하게 켜진 교실 안에서 수험생 1명이 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를 풀고 있었다. 김하선 양(18)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였다. 단 하나의 문제라도 더 정확히 풀기 위해 절박한 손끝으로 점자로 된 시험지를 훑고 내려갔다. 오후 9시 43분.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일반 수험생들은 이날 오전 8시 40분에 시험을 시작해 오후 5시 40분에 끝냈다. 하지만 시청각 장애를 가진 김 양은 오전 8시 40분부터 저녁식사도 거른 채 13시간 3분 동안 시험을 치렀다. 중증 시각장애인에게는 일반 수험생보다 1.7배의 시험시간이 주어진다. 제2외국어까지 모두 응시할 경우 끝나는 시간이 9시 43분이다. 김 양은 부산에서 수능을 치른 시각장애인 1명과 함께 전국에서 제2외국어까지 응시한 ‘전맹’(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장애인 2명 중 1명이었다. 김 양은 총 271쪽에 달하는 점자 수능 문제지를 풀었다. 일반 수험생의 국어영역 문제지는 16쪽이지만 이를 점자로 바꾸면 국어영역만 100쪽에 달한다. 다른 시각장애 수험생들은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귀까지 좋지 않은 김 양은 모든 문제를 손으로 더듬어 풀었다. 손으로 쓰면서 계산할 수 없다 보니 두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릿수 정도는 무조건 암산으로 풀어낸다. 지문을 읽는 그의 손끝은 스치는 수준으로 빠르다. “국어 지문이 정말 정말 길더라고요. 끝까지 다 풀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풀긴 다 풀었어요.” 최고난도인 국어 31번 문제는 어떻게 했냐고 묻자 “그건, 찍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오후 10시. 10도의 쌀쌀한 밤공기 속에 청록색 오리털파카를 입은 중년 남자가 초조하게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김 양이 모습을 보이자 “나온다! 우리 딸!”이라고 소리쳤다.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웃으며 걸어오는 딸을 아빠가 달려가 안았다. 긴장이 풀려서일까. 김 양은 오들오들 떨었다. 아빠와 엄마는 쉴 새 없이 딸의 어깨를 비비며 “고생했어. 정말 고생했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밤이 되도록 너무 긴 시간이었지? 어이구, 밥도 못 먹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이 부부가 딸의 이상을 느낀 건 하선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소리에 반응을 하지 않아 이상했다. 큰 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눈이 이상한 것 같다”며 안과에 먼저 다녀오라고 했다. 그곳에서 부부는 무너졌다. 망막모세포종양. 이름조차 생소했다. 망막의 암 덩어리가 점점 커지면서 시신경을 따라 뇌로 전이될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고 했다. 결국 네 살 때 하선이는 안구를 적출했다. 청력검사도 절망적이었다. 하선이는 120dB(데시벨) 이상의 소리에만 반응했다. 120dB은 비행기 엔진 굉음을 바로 옆에서 들을 때의 소리 크기다. 사람들은 흔히 ‘시각+청각’ 장애를 ‘1+1’ 장애로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개가 합쳐지면 전혀 새로운 몇 곱절의 장애가 된다. 의사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으니 말을 배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말을 믿지 않은 건 두 사람뿐이었다. “하나님이 하선이의 눈을 가져갔지만 대신 말은 할 수 있게 해주시리라 믿었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와 고교 수학교사인 엄마는 2년간 휴직하고 딸의 항암치료와 재활에 매달렸다. 딸의 귀에 대고 매일 수천 번 소리를 외쳤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나무를 만지게 하고 “나! 무!”, 자신의 얼굴에 하선이의 손을 가져다 댄 뒤 “엄! 마!” “아! 빠!”…. 헬렌 켈러에게 설리번 선생님이 있었다면 하선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있었다. ○ 아이는 말을 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어느 날 딸이 입을 뗐다. “어…ㅁ, 마….” 분명치 않은 어눌한 말이었지만 두 사람에겐 천둥소리보다 더 분명하게 들렸다. 의사는 ‘기적’이라고 했지만 부부는 ‘믿음의 결과’라고 여겼다. 부부는 매일매일 딸에게 책을 읽어줬다. 가능한 한 큰 소리로 매일매일 읽어줬다. 그렇게 딸은 말을 배웠다. 하선이가 다섯 살이 됐을 때 서울맹학교 유치원에 입학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학교가 우리 부부에게 희망과 위안을 줬다”고 말했다. 하선이도 학교에 잘 적응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제일 싫은 게 방학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저는 마음대로 뛰어놀 수가 없잖아요. 대신 점자를 배운 뒤 늘 책을 읽었어요. 책을 읽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롭거든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꿈꿀 수 있잖아요.” 책벌레 하선이는 서울맹학교 김은주 교장이 인정하는 이 학교 최고 우등생이다. 이번 대입에서도 하선이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 6곳에 원서를 냈다. 수능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하선이는 ‘EBS 문제집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점에 가서 EBS 교재를 마음껏 보고 고를 수 있는 비장애인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수능이랑 EBS 교재가 70%나 연계되잖아요. 우리는 점자로 된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EBS 교재가 처음 나온 뒤 6개월 정도 지난 8월에야 점자책이 나와요. 애가 탔죠. 안 보는 것보다 낫겠지 하면서 몇 년 전 점자책으로 공부하기도 했어요.” 결국 기다리다 못한 부모들이 직접 온갖 교재를 입력해 점자화하는 게 한국 시각장애 학생 교육의 현실이다. “텍스트 파일(한글 파일)만 있으면 점자책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요. 외국에서는 점자책에 한해 저작권 문제없이 책을 만들 수 있도록 출판사가 텍스트 파일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한 곳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권고’에 머물러 점자책을 만들려면 부모가 일일이 책을 보고 입력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딸을 위해 대학원에서 장애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 양 아버지의 설명이다.○ 이제는 꿈을 꾼다, 교육 제도를 바꾸겠다는 꿈을… 부부는 결혼 전 ‘결혼하면 아이 셋을 낳아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둘째 딸 하선이의 장애를 보며 셋째 낳기가 겁이 났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설령 또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더라도 하선이처럼 키우면 된다고.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겠다고.” 하선이에겐 스물두 살 언니 외에 열한 살 남동생과 여덟 살 여동생이 있다. 다른 식구들은 장애가 없다. 하선이는 고1 때 인공 와우(달팽이관) 수술을 받아 그나마 왼쪽 귀로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김 양 아버지에게 “4남매라 돈이 많이 드시겠다”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욕심을 버리면 키울 수 있어요. 보통 학원비가 많이 들잖아요? 저흰 좋은 대학 가는 건 바라지 않아요. 대신 맛있는 걸 많이 사먹죠. 그래서 엥겔계수가 굉장히 높아요(웃음). 이게 행복이죠.” 하선이는 이번 대입에서 6개 대학 모두 교육학과에 원서를 냈다. “어떻게 하면 더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갈증이 항상 있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요.” 그는 어릴 적부터 엄마처럼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행정고시에 도전할 생각이다. “저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좋은 교육 제도를 만들고 싶어요.”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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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국어 31번 실화냐” 역대급 어려웠다

    “오늘 수능 국어 31번 실화냐.” “물리나 지구과학 시험 보는 줄 알았다.” 15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영역 홀수형 31번(3점) 문제가 수험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화제였다. 수험생뿐 아니라 입시 전문가들도 “이번 수능에서 ‘최고난도’ 문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 문제는 동서양 천문학 분야의 개혁 과정을 다룬 지문 한 페이지를 다 읽은 뒤 만유인력에 대한 그래픽과 제시문을 해석하는 것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은 “여기서 ‘멘붕’이 왔다”고 원성을 쏟아냈다. 31번 문제뿐 아니라 올해 수능 국어는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고 까다로운 지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고 김정민 군(18)은 “국어 탓에 숨이 막혔다”며 “비문학 지문이 길었는데 해석이 잘 안됐다”고 말했다. 서울예고 김정현 군(18)은 “국어가 진짜 어려웠다. 처음 시험지 받고서 해석이 안 돼서 쩔쩔매다 다음 과목까지도 머릿속에 국어가 맴돌 정도였다”고 말했다. 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국어영역 1등급 컷이 사상 최초로 80점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두 번째로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행된 영어 역시 지난해 수능보다 더 변별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학은 가형(이과)은 지난해보다 다소 쉬웠지만 나형(문과)은 좀 더 어려웠다는 평가가 많았다.세종=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 김자현 기자}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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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 천문이론 결합… 우주론적 관점서 질문

    이번 수능에서 가장 화제가 된 국어 31번 문제는 우주론적 관점에서 ‘부피 요소’와 ‘밀도’, ‘만유인력’ 등의 개념을 설명한 보기와 문항을 제시해 수험생들로부터 과학탐구 문제를 방불케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31번 문제를 기점으로 이른바 ‘멘붕’을 겪고 페이스가 흔들렸다는 수험생도 다수였다. 해당 문제는 고대로부터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천문학 분야의 개혁 과정을 다룬 시험지 한 장 분량에 해당하는 장문의 지문을 읽어야 풀 수 있었다. 31번 문제는 이 지문 가운데 뉴턴이 어떤 원리를 적용해 만유인력의 실재를 입증하였는지를 설명한 부분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다.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로 시작되는 장문의 보기를 제시한 뒤 이 보기를 참고해 관련 지문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국어 교사는 “많은 학생들이 과학 지문을 가장 어려워하는데 31번 지문은 EBS에서 다뤄진 적 있는 만유인력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중국 천문학 내용이 결합돼 있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문의 핵심 개념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여서 올해 수능 국어에서 가장 어려운 최고난도 문제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보통 번호 순서대로 문제를 푸는데 31번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해 뒤쪽 문제를 풀 시간 조절에 실패한 학생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세종=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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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제위원장 “작년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EBS와 70% 연계”

    이강래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61·전남대 사학과 교수)은 15일 올해 수능 난도에 대해 “작년 수능과 크게 다르지 않도록 기조를 유지했다”며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 출제 기조가 유의미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출제 문항의 70%는 EBS 수능 교재·강의와 연계됐다. 이 위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1교시 국어영역 문제지에서 오탈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10일 새벽 수능 문제지 배송 준비를 완료한 상황에서 국어영역 문제지 두 곳의 오기를 발견했다”며 “물리적으로 재인쇄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정오표(正誤表·오기를 바로잡은 표)를 배부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이날 배부된 국어영역 문제지에는 12쪽의 지문 및 문제 보기 2곳에 걸쳐 ‘봄을 바라고’라는 표현이 ‘봄을 바라보고’라고 적히는 오기(誤記)가 발생했다. 검토위원장을 맡은 김창원 경인교대 교수는 “검토진이 3차에 걸쳐 검토 과정을 거치고 그와 별도의 오탈자 확인작업도 하지만 980문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었다”며 “차후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 출제·검토진은 사상 처음으로 지진에 대비한 예비 문항을 만들어 출제 분량이 예년의 2배였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수능 이후 출제진들은 각자 일터로 돌아가게 된다”며 “(사용되지 않은) 예비 문항에 대한 보안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원은 올해 수능 출제가 역대 최장인 총 46일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9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이뤄졌다고 밝혔다. 세종=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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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국어영역에서 오탈자 발견…시험 시작시 정정공지

    15일 치러지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시험지에서 오·탈자가 발견돼 이에 대한 정정 공지가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1교시 국어영역 문제지에서 이 같은 오류가 발견돼 시험 시작시 수험생 개개인에게 문제지와 함께 정오표(正誤表)를 배부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정오표는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게 안내한 표를 말한다. 교육부는 “시험문제 보안 상 구체적인 오탈자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정답을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칠만한 오탈자는 아니다”라며 “시험시간을 연장하거나 하지는 않고 정오표만 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일 전 해당 오류를 발견했으나 이미 시험지 인쇄가 시작된 이후라 수정 조치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2010학년도 수능 당시 사회문화 영역에서도 인쇄 시작 후 오탈자가 발견돼 정오표가 제공된 적 있다”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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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임우선]“50점 널뛰기가 웬말인가”… 수능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8일 뒤면 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매년 치러지는 시험인데도 이맘때쯤이면 늘 가슴이 서늘하다. 심장이 오그라들 듯한 극한의 긴장감을 안고 수험장으로 향했던 10대의 그날을 기억하기에, 같은 마음일 아이들을 생각하면 늘 안쓰럽고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마흔이 다 돼가지만 수능을 보던 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수능 전날 빨리 잠들어야 하는데 자정이 넘도록 잠이 안 와 초조했던 마음, 푸른 새벽 눈을 떠 창문을 열자 훅 하고 방에 들어오던 11월의 공기…. 아침 뉴스에서는 분명 예년보다 포근하다고 했는데 왜 그리도 춥던지. 수험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자꾸만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고사장에 앉았을 땐 천장이 통째로 내리누르듯 시험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오늘 하루에 지난 12년의 노력이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현기증이 났다. 그때는 지금처럼 수시 비중이 높지 않아 50명 한 반에 두세 명만 수능 전 대입이 정해지던 시절이다. 그만큼 모두에게 수능이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주위를 둘러보니 필시 20대로 보이는 덩치가 산만 한 어른들마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다 같은 마음이란 게 어쩐지 위로가 됐다. 가여운 우리 모두는 수능이라는 이 비인간적 시험을 떨지 말고 이겨내야 했다. 시험 초반엔 손이 떨려 오른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답안지를 마킹할 정도였지만 갈수록 문제 풀이에 속도가 붙었다. 시험이 뭐랄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쉬웠다. 그날 밤 채점을 해보니 믿기 힘든 점수였다. 울음이 터졌다. 기쁨보다 서러움이 컸다. 학창시절 많은 행복을 포기해야 했던 우리의 12년이 고작 이것 때문이었다니…. 허망했다. 방 안에서 나는 꺼이꺼이 울었고 침통해하던 부모님은 점수를 듣고 함성을 질렀다. 축제는 하루 만에 끝났다. 지금 생각하면 코미디다. 기자가 본 그 수능은 25년 수능 역사에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신화인 ‘역대급 물수능’인 2001학년도 수능이었다. 다음 날 일어나 뉴스를 보자 ‘만점자가 수십 명에 달하고 평균 점수는 20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충격적인 분석들이 쏟아졌다. 실제 그해 만점자는 66명에 달했고 그중 한 명은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에 떨어졌다. 그해 입시는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배불리 욕을 먹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다음 해 수능은 어렵게 내겠다’고 공언했다가 이듬해엔 너무 어렵게 내 또 욕을 먹었다. 2002학년도 수능 점수가 전년보다 50점 남짓 폭락한 것이다. 수험생들은 쉬는 시간에 울음을 터뜨렸고 중도에 시험을 포기하고 집에 가는 일도 속출했다. 평가원은 항의 전화로 마비됐다. 한 고교 교사는 “올해 수험생들은 1/2+1/3은 5/6인데 이를 태연히 1/5이라고 하는 ‘이해찬 세대’인데 시험을 이렇게 어렵게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책망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한국 교육은 늘 이렇게 하나의 거대한 블랙코미디였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아무 결론 없이 끝난 최근의 대입제도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별로인 수능과 더 별로인 학생부전형을 두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부조리가 10대 여고생이 아줌마가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공교육이 형편없고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사회라 두 가지를 넘어서는 대안적 평가는 논의조차 어렵다. 아이들이 힘든 건 전적으로 기성세대 탓이다. 이런 답답함 속에서도 수능을 앞둔 이날까지 버틴 학생들이 장하다. 부디 수능 날 모두 최고의 성과를 내 후회 없기를. 어른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수능의 기억도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덜 긴장될 것이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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