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 써보세요” 연필 못떼는 아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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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문제풀기 매몰된 국어교육
맥락 이해 못한채 “그냥 외워요”… ‘읽기’ 성취도 평가도 10년째 하락


“우리글이니 쉬워야 하는데 공부할 땐 영어보다 국어가 더 어렵고 낯설게 느껴져요. 지문을 놓고 계속 어휘나 문법 위주로 파고들어야 하니까 학교 수업만 들어서는 이해가 안 가요.”(고2 전모 양)

“국어에서 외울 게 왜 이렇게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암기 과목 같아요. 어떨 땐 지문이 짧은데도 잘 안 읽혀요.”(고1 신모 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31번’ 문제가 논란이 된 뒤 국어 교육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국어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며 학원가로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현장 교사 및 국어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우리 국어 교육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편적인 지문 분석과 문제풀이에 매몰돼 전체 글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문맹(文盲)이 아닌데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말하기나 글쓰기가 어려운 ‘소통 문맹’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여 명의 현장 교사와 학생, 교수 등 전문가, 사교육계 관계자를 심층 인터뷰해 ‘모국어’가 ‘모르는 국어’가 돼 버린 근본 원인을 진단했다. 그 과정에서 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제대로 읽고 듣고 쓰고 말하기엔 부족한 수업시간 △‘질보다 양’이 중요한 독서문화 △백화점식 교육 과정 및 진도 부담 △실생활과 먼 이론 위주의 교육 구성 △입시문제 출제 방식 등 우리의 국어 교육 틀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독서, 듣기, 발표, 글쓰기’가 실종된 이른바 ‘4무(無) 교육’이 한국 국어 교육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어 역량은 국제 평가에서도 그 추락세가 증명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는 3년 주기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2006년 이후 읽기 점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15년 평가에서 상위 수준 학생은 14.2%에서 12.7%로 줄어든 반면에 하위 수준 학생은 7.6%에서 13.6%로 두 배 가까이로 급증해 충격을 줬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 PISA 학력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동아시아 국가 중 꼴찌”라며 “10년 넘게 하향화하고 있는데도 교육 당국이 원인을 분석할 생각조차 없으니 큰일”이라고 개탄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조유라 기자
#국어교육#문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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