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결론 바꿔보기, 토론-발표력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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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탈피한 새로운 시도 눈길
“詩의 느낌 그림으로 표현하고 시각 이미지 글로 쓰는것도 효과”

교과서 진도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도 국어 수업을 다르게 하는 교사들이 있다. 이들은 강의식 수업보다 학생이 직접 생각하고 함께 토론하고 말하는 수업에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이혜연 경기 용인고 국어 교사는 올해 1학년 수업에서 성석제의 소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나무 이름) 그림’으로 토론 수업을 진행했다. 만약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보고, 가장 의미 있는 질문을 뽑아 토론하게 했다. 학생들은 해당 내용을 연극 각본으로 써서 발표했다. 이 모든 과정은 10회 차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처음으로 각본을 써보면서 희곡의 요소는 물론이고 소설 언어와의 차이도 깨달았다. 이 교사는 “성취감을 느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용인고에서 토론 수업 개발을 맡고 있는 김동현 국어 교사는 “선생님이 알려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학생들은 처음에는 토론 수업을 어려워한다”며 “하지만 힘들게 쌓은 지식이어야 자기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런 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수행평가의 양이 많아진다. 불만을 제기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당연히 있다. 김 교사는 “학부모들 민원이 없진 않은데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면 이해한다”고 했다.

교육과정에 제시된 여러 성취 기준을 하나로 재구성하는 교사들도 있다. 정미선 서울 개원중 국어 수석교사는 ‘비유’, ‘상징’, ‘효과적 표현’이라는 세 가지 성취 기준을 한 수업으로 통합해 가르쳤다. 먼저 학생들에게 윤동주의 시 ‘햇비’에 어울리는 시화를 그리게 했다. 시에 나온 무지개와 해, 신나게 춤추는 아이들을 그린 학생들이 많았다.

정 교사는 화를 내는 두 남자 사진을 보여주고 어떤 추상적 개념이 떠오르는지도 물었다. 학생들이 ‘분노’라고 답하자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시를 써보게 했다. 정 교사는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교사가 강의식으로 수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혼자서는 힘드니 여러 학교 교사들과 공동으로 수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모임도 활발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국어교육#국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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