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은

방성은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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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방성은 기자입니다.

bbang@donga.com

취재분야

2025-07-03~2025-08-02
사회일반43%
보건30%
미담7%
경제일반7%
사건·범죄7%
복지3%
인사일반3%
  • “방에서도 안나온다”…고립·은둔 청소년 10명중 4명은 고립 반복

    가족이나 친구와 대화를 단절하고 집에만 있는 ‘고립·은둔 청소년’의 65%는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느끼고 은둔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25일 여성가족부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과 함께 지난해 1~10월 전국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구한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립은 외출 빈도가 낮거나 없고 최소한의 사회관계는 있지만 필요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은둔은 외출하지 않고 사회관계가 결핍된 상태다. 고립 상태가 심화되면 은둔이 된다.고립·은둔 청소년을 분류하기 위해 시행된 1차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 1만 9160명 중 2412명(12.6%)은 고립, 3072명(16%)은 은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에서도 나오지 않는다고 답한 청소년은 395명(2.1%)이었다. 고립·은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과 삶의 만족도, 관계 유지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고립·은둔 청소년 중 8.3%는 지난 2주 동안 가족·친척과도 대화를 전혀 나누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청소년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76점으로 비해당 청소년 삶의 만족도 7.35점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2139명의 고립·은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조사에선 72.3%가 18세 이하에 고립·은둔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대다수(65.5%)는 친구 등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고립·은둔의 이유로 꼽았다.이들은 심리·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7일간의 심리·정서 상태에 관해 묻는 문항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68.8%에 달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63.1%로 나타났다.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7명(71.7%)은 현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실제로 55.8%는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10명 중 4명(39.7%)은 힘들고 지쳐서,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고립·은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정책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이들은 현재 필요한 도움으로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 문화, 체육활동 지원’(77.4%) 등을 꼽았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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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묘객 실화, 과자봉지 태우다 불 “아궁이 마른풀 넣고 부채질한 셈”

    “무섭도록 정말 끈질기게 불길이 되살아나 퍼져 나갔다.” 2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분명히 소방헬기와 인력이 총동원돼 불을 껐던 곳인데, 어느새 다시 불길이 치솟고 있다”면서 “도깨비불처럼 옮겨다니며 확산하는 탓에 헬기 진화가 중단되는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가 최대 고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낮 12시 12분 발생해 산림 192ha를 태우고 진화율이 70%까지 갔던 울주 산불은 이날 오후 재확산하며 신기·중광·내광·외광·귀지 등 인근 5개 마을 주민 791명에게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예초기 불씨-과자 봉지 소각이 원인21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주말 동안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전국 42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로 시작됐다. 이후 진화 작업은 봄철 기압 배치가 만든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는 “아궁이에 바짝 마른 풀을 잔뜩 넣고 태우며 엄청나게 세게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4명을 낸 산청 산불은 인근 농장에서 예초기 사용 도중 발생한 불씨가 원인이었다.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묘지 정리 도중 실수로 불을 냈다. 경찰은 대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을 실화자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울주와 함양 산불도 모두 용접 작업 도중 튄 불씨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함양 사건은 경찰이 60대 실화자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해 산불은 문중 묘지 관리를 하던 60대가 과자 봉지를 태운 것이 원인이었다. 산림청의 2015∼2024년 산불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발생 산불 546건 중 입산자 실화가 171건(37%), 쓰레기 소각이 68건(15%),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3%) 순으로 많았다.● 서풍 타고 확산… “드라이기 같은 상태”산불이 발생한 뒤에는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로 인한 강한 서풍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은 보통 태백산맥 등 가파른 지형을 만나면 비를 뿌리고, 산맥을 넘어간 뒤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으로 바뀐다. 이번 산불 발생 당시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산청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해당 지역의 실효습도는 약 25%였다. 실효습도는 나무 등 식물의 건조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효습도가 낮을수록 화재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면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본다. 산불 발생 당일 산청군의 낮 최고기온은 약 23도에 초속 2.5m의 바람까지 불었다. 의성군은 22일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17.9m(오후 3시 57분 기준)까지 빨라지면서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23일 산청군에서 열린 산불 진화 브리핑에서 “(산불 현장은) 건조하고 뜨거워 마치 드라이기 안과 같은 상황”이라며 “내일 더 강한 바람이 예보돼 있어 오늘 최대한 큰불을 잡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화 현상으로 진화 어려워… 천연기념물도 피해 도깨비불처럼 길게는 1km까지 불씨를 옮겨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진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씨가 바짝 마른 산림에 쉽게 옮겨붙으면서 산불 제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신라 승려 의상 대사가 창건한 의성군 안평면의 운람사 건물들이 잿더미가 됐고, 천연기념물 울산 목도와 경남 기념물인 900년 된 하동군 두양리 은행나무도 화재 피해를 입었다. 한국전력은 의성 산불 현장 인근에서 고압 전류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22일부터 안계변전소∼의성변전소 구간 송전철탑 55기 중 20기에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울주=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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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산사 집어삼키고, 진화에 213시간… 봄철 대형산불 반복

    봄철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산불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은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역대 6번째다. 2000년 2만3794ha를 태우며 역대 최대 피해를 남긴 강원 동해안 산불,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삼킨 강원 양양 산불, 2019년 2명이 죽고 11명이 다친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진화에만 213시간이 넘게 걸린 울진·삼척 산불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산림청은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 산불 지속 시간이 24시간 이상 이어질 경우 대형 산불로 분류한다.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546건인데, 봄철에 발생한 산불이 303건으로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실제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과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이었던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 그리고 이번 산불까지 모두 봄철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내 건조 지역이 늘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과학원이 올 2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한국의 산불 위험은 100년 전인 20세기(1971∼2000년) 후반보다 최대 15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훈 세종대 환경융합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는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한여름마저 점점 건조해지고, 그게 산불의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봄에는 지표면의 수증기가 모두 증발돼 토양이 건조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산불이 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산불 피해를 막으려면 초동 조치 시스템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산불은 확산세가 빨라 마을마다 비상소화장치를 구비하는 등 지역 초동 대응이 정말 중요하다”라면서 “산과 인접한 동네에서는 소화전을 동네 입구가 아닌 안쪽에 설치해 주민들이 상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유림에 산불이 나면 산림청이 담당하고, 지방림에서 산불이 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등 산불은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대표도 “산불 진화의 책임을 산림청에서 소방으로 이관하고, 소방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산불 전문망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과 지형이 유사한 일본도 산불 진압은 소방이 100% 전담해서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산불이 담뱃불 등 ‘인재(人災)’로 발생하는 만큼 철저한 예방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카카오톡 등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산불 예방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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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질기게 되살아났다” 예초기 불씨가 드라이기 같은 바람 타고 대형 산불로

    “무섭도록 정말 끈질기게 불길이 되살아나 퍼져 나갔다.”23일 울산 울주군 온양면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관은 “분명히 소방헬기와 인력이 총동원돼 불을 껐던 곳인데, 어느새 다시 불길이 치솟고 있다”면서 “도깨비불처럼 옮겨다니며 확산하는 탓에 헬기 진화가 중단되는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가 최대 고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낮 12시 12분 발생해 산림 192ha를 태우고 진화율이 70%까지 갔던 울주 산불은 이날 오후 재확산하며 신기·중광·내광·외광·귀지 등 인근 5개 마을 주민 791명에게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다.● 예초기 불씨-과자 봉지 소각이 원인21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주말 동안 경북 의성, 울산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40건 이상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로 시작됐다. 이후 진화 작업은 봄철 기압 배치가 만든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는 “아궁이에 바짝 마른 풀을 잔뜩 넣고 태우며 엄청나게 세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소방당국에 따르면 4명의 사망자를 낸 산청 산불은 인근 농장에서 예초기 사용 도중 발생한 불씨가 원인이었다. 의성 산불은 성묘객이 묘지 정리 도중 실수로 불을 냈다. 경찰은 대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을 실화자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울주와 함양 산불도 모두 용접 작업 중에 튄 불씨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함양 사건은 경찰이 60대 실화자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해 산불은 문중 묘지관리를 하던 60대가 과자 봉지 태운 것이 원인이었다. 산림청이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을 분석한 산불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발생 546건 중 입산자 실화가 171건(37%), 쓰레기 소각이 68건(15%), 논·밭두렁 소각이 60건(13%) 순으로 많았다.● 서풍 타고 확산… “드라이기 같은 상태”산불이 발생한 뒤에는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로 인한 강한 서풍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서풍은 보통 태백산맥 등 가파른 지형을 만나면 비를 뿌리고, 산맥을 넘어간 뒤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으로 바뀐다. 이번 산불 발생 당시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경남 산청군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해당 지역의 실효습도는 약 25%였다. 실효습도는 나무 등 식물의 건조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실효습도가 낮을수록 화재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실효습도가 50% 이하면 큰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본다. 산불 당일 산청군의 낮 최고기온은 약 23도에 초속 2.5m의 바람까지 불었다. 의성군은 22일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17.9m(오후 3시 57분 기준)까지 빨라지면서 불길이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산림청 관계자는 23일 산청군에서 열린 산불 진화 브리핑에서 “(산불 현장은) 건조하고 뜨거워 마치 드라이기 안과 같은 상황”이라며 “내일 더 강한 바람이 예보돼 있어 오늘 최대한 큰 불을 잡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도깨비불처럼 길게는 1km까지 불씨를 옮겨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화재 진화를 어렵게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불씨가 바짝 마른 산림에 쉽게 옮겨붙으면서 산불 제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은 “현재 산불이 건조한 날씨 속에 광범위한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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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강원 양양-2022년 울진-삼척…‘3월 대형산불’ 반복

    봄철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산불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은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산불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것은 역대 6번째다. 2000년 2만3794ha를 태우며 역대 최대 피해를 남긴 강원 동해안 산불,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삼킨 강원 양양 산불, 2019년 2명이 죽고 11명이 다친 강원 동해안 산불, 2022년 진화에만 213시간이 넘게 걸린 울진·삼척 산불 등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산림청은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이 100ha 이상, 산불 지속시간이 24시간 이상 이어질 경우 대형산불로 분류한다.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546건인데, 봄철에 발생한 산불이 303건으로 절반 이상(56%)을 차지했다. 실제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과 역대 두 번째로 큰 산불이었던 2022년 3월 울진·삼척 산불, 그리고 이번 산불까지 모두 봄철에 발생했다.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한반도내 건조 지역이 늘면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과학원이 올 2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 한국의 산불 위험은 100년 전인 20세기(1971~2000년) 후반 보다 최대 15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훈 세종대 환경융합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면서 우리나라는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한여름마저 점점 건조해지고, 그게 산불의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봄에는 지표면의 수증기가 모두 증발돼 토양이 건조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산불이 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밝혔다.급증하는 산불 피해를 막으려면 초동조치 시스템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산불은 확산세가 빨라 마을마다 비상소화장치를 구비하는 등 지역 초동대응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산과 인접한 동네에서는 소화전을 동네 입구가 아닌 안쪽에 설치해 주민들이 상시 사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라고 말했다.명확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유림에 산불이 나면 산림청이 담당하고, 지방림에서 산불이 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등 산불은 컨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 대표도 “산불 진화의 책임을 산림청에서 소방으로 이관하고, 소방이 컨트롤타워를 맡아 산불 전문망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과 지형이 유사한 일본도 산불 진압은 소방이 100% 전담해서 한다”고 밝혔다.대부분의 산불이 담뱃불 등 ‘인재(人災)’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철저한 예방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카카오톡 등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통해 산불 예방책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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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앞둔 20대 女교사, 5명에 새삶 주고 떠나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던 20대 여성이 장기 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2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7일 영남대병원에서 이슬비 씨(29·사진)가 심장, 폐장, 간장, 양측 신장을 기증해 5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이 씨는 설 연휴에 부모님을 뵙기 위해 고향에 가던 중 차량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씨의 가족은 회복이 불가하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고통 속에서 떠나는 대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하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대구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부모 속을 한 번도 썩인 적이 없을 정도로 심성이 착한 딸이었다. 언제나 밝게 웃는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뒤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한 이 씨는 아이가 울면 본인이 더 마음 아파하던 따뜻한 마음씨의 선생님이었다. 이 씨는 내년 1월 결혼할 예정이던 예비 신부이기도 했다. 어머니 권영숙 씨는 “내 딸 슬비야, 넌 내 인생에서 기쁨이고 최고의 행복이었어. 나중에 하늘에서 엄마랑 다시 만나자. 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 딸 이슬비.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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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 기준은 몇살부터?…“현재 72세, 12년전 65세 수준”

    정부가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리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선 가운데 2023년 기준 72세 노인의 건강수준이 10여 년 전(2011년) 65세 노인의 건강 수준과 비슷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8일 초고령사회에 지속 가능한 노인정책을 위한 제3차 노인 연령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와 민간의 전문가 14명이 참석했다.발제자로 나선 이윤환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보건의학적 관점에서 65세인 현재의 노인 연령기준을 높일 근거가 마련됐다고 봤다. 이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74세 고령자의 중증 장애율은 4.2%로 12년 전인 2011년(2.4%)에 비해 감소했다. 2011년 기준 65세와 2023년 기준 72세의 건강노화지수 평균치가 각각 10.88과 10.81로 유사하다는 점도 제시됐다. 건강노화지수는 15점 만점으로 신체기능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지수로 점수가 높을수록 건강하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현재의 70세가 새로운 65세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며 “70세라는 연령 기준은 고령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노인 연령 기준 등과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봤다. 강은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노인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으로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향 조정된 기준 연령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령자 간 이질성에 주목했다. 권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근로 여력 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노인 연령을 조정하는 일률적인 정책은 집단 간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추가적인 논의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승호 노동연구원 박사는 “상향된 연령 기준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눠야 한다”고 봤다. 노용균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은 “연령 상향이 노인의 삼중고 해결을 늦추지 않을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복지부는 지난달 7일과 26일에 이어 세 번째 간담회를 개최했다. 복지부는 향후 계속해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노인연령 관련 사회·경제·문화적 배경, 연령대별 관점, 정책·제도별 분석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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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확정땐 月수급액 124만→133만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소득대체율(받는 돈) 43%’ 안을 수용하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야 모두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즉, 여야가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은 40%에서 43%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에 합의한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바뀌는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등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연금개혁이 이뤄진다면 가입자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바뀌나.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의 연금을 받는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올해 통과된다면 가입자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소득의 13%를 보험료로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3% 연금액을 받게 된다. 일하는 기간 동안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은퇴 이후 연금을 더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들은 소득대체율이 오르더라도 연금을 더 받지는 못한다. 내년부터 소득대체율 43%가 적용된다는 뜻은 내년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소득대체율 43%가 적용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연금 가입 상한연령인 59세가 넘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가입자들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적용받지 않는다. ―보험료율은 한 번에 인상되나.아니다.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올해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모든 세대가 0.5%포인트씩 8년간 보험료를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9.5%, 2027년 10.0%, 2028년 10.5%, 2029년 11.0%, 2030년 11.5%, 2031년 12.0%, 2032년 12.5%, 2033년 13.0%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연금개혁 정부안에서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사실상 철회했다. 당시 복지부는 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 등에서 ‘중장년 세대의 돌봄 부담 등을 감안하지 않는 방안’이라는 반발이 나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가입자는 어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하나.가입자들이 평균적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연간 135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처럼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 구조를 유지했을 때 가입 기간 40년 기준 내야 할 총보험료는 1억3349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월평균 소득인 309만 원을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309만 원인 내년도 신규 가입자가 40년 동안 가입하고, 25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를 계산한 수치다. 하지만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로 올리면 40년간 내야 할 총보험료는 1억8762만 원으로 5413만 원이 늘어나게 된다. ―받는 돈은 얼마나 늘어나게 되나. 국민연금 개혁안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이 43%로 인상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구조를 유지했을 때 월평균 소득 309만 원인 가입자 기준 수급 첫해 연금액은 123만7000원(25년간 총 수급 연금액은 2억9319만 원)이지만,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기준 시 수급 첫해 연금액은 132만9000원(25년간 총수급 연금액 3억1489만 원)으로 월평균 약 9만 원의 연금(25년간 총 217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는 돈, 받는 돈이 모두 늘어나는데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나.도움이 된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이 15년 늦춰지면서 연기금의 지속가능성이 확대되고, 향후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 부담이 적어진다. 현재처럼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2%(2028년부터 40%)를 받는 구조가 유지되면 연기금은 2056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게 되면 연기금의 고갈 시점은 2071년으로 미뤄진다.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도 현행을 유지했을 때보다 697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남은 쟁점은 무엇이 있나. 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3%를 받는 조건으로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복지부는 민주당이 제시한 조건이 지난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는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사안이라 재정당국과의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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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도 “의대정원 동결, 학생 복귀를”… 의협 “해결책 못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달 말까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현재 5058명에서 증원 이전인 2024학년도 수준(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반대하던 보건복지부도 이를 사실상 수용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기한을 정해 놓고 복귀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보다 유연한 자세를 요구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부총리께서는 2026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대해 각 대학의 총장님들과 의대 학장님들의 건의를 깊은 고민 끝에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신 바 있다”며 “부디 의대생 여러분께서는 캠퍼스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했다.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의대 증원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7일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처 간 이견을 보이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판단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 장관은 의료계 일부가 주장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철회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준비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며 “수십 년간 누적돼 온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정부 예산 8억6800만 원을 확보해 외상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 지원 대상을 기존 5곳에서 17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의대생들을 향해 복귀하라며 압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복귀 시점을 정해놓고 얘기하는 것은 당사자인 의대생에게 불편하게 들리고 협박이 될 수 있다”며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한 자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의협은 의대생이 복귀하려면 먼저 의대 2024, 2025학번이 동시에 교육을 받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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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확정땐 月수급액 124만→133만원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장해온 ‘소득대체율(받는 돈) 43%’ 안을 수용하면서 연금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야 모두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방안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즉, 여야가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을 소득의 9%에서 13%로 올리고, 받는 돈은 40%에서 43%로 늘리는 연금개혁안에 합의한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바뀌는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등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연금개혁이 이뤄진다면 가입자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바뀌나.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의 연금을 받는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올해 통과된다면 가입자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소득의 13%를 보험료로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3% 연금액을 받게 된다. 일하는 기간 동안 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은퇴 이후 연금을 더 많이 받게 되는 것이다.다만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들은 소득대체율이 오르더라도 연금을 더 받지는 못한다. 내년부터 소득대체율 43%가 적용된다는 뜻은 내년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소득대체율 43%가 적용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연금 가입 상한연령인 59세가 넘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가입자들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적용받지 않는다.―보험료율은 한 번에 인상되나.아니다.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올해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모든 세대가 0.5%포인트씩 8년간 보험료를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9.5%, 2027년 10.0%, 2028년 10.5%, 2029년 11.0%, 2030년 11.5%, 2031년 12.0%, 2032년 12.5%, 2033년 13.0%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는 연금개혁 정부안에서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사실상 철회했다. 당시 복지부는 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 등에서 ‘중장년 세대의 돌봄 부담 등을 감안하지 않는 방안’이라는 반발이 나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보험료율이 인상되면 가입자는 어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하나.가입자들이 평균적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연간 135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처럼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 구조를 유지했을 때 가입 기간 40년 기준 내야 할 총보험료는 1억3349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월평균 소득인 309만 원을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309만 원인 내년도 신규 가입자가 40년 동안 가입하고, 25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를 계산한 수치다. 하지만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로 올리면 40년간 내야 할 총보험료는 1억8762만 원으로 5413만 원이 늘어나게 된다.―받는 돈은 얼마나 늘어나게 되나.국민연금 개혁안이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내년부터 소득대체율이 43%로 일시 인상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구조를 유지했을 때 월평균 소득 309만 원인 가입자 기준 수급 첫해 연금액은 123만7000원(25년간 총 수급 연금액은 2억9319만 원)이지만, 여야가 합의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기준 시 수급 첫해 연금액은 132만9000원(25년간 총 수급 연금액 3억1489만 원)으로 월평균 약 9만 원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내는 돈, 받는 돈이 모두 늘어나는데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나.도움이 된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이 15년 늦춰지면서 연기금의 지속가능성이 확대되고, 향후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 부담이 적어진다. 현재처럼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2%(2028년부터 40%)를 받는 구조가 유지되면 연기금은 2056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리게 되면 연기금의 고갈 시점은 2071년으로 미뤄진다.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도 현행을 유지했을 때보다 697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앞으로 남은 쟁점은 무엇이 있나.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3%를 받는 조건으로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복지부는 민주당이 제시한 조건이 지난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는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사안이라 재정당국과의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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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부, ‘의대정원 조건부 동결’ 사실상 수용…의협 “정책 실패 사과해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달까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보건복지부에서도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의료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백지화를 거부했다. 의료계는 재차 정부에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요구했다.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난 금요일(7일) 이 부총리가 2026학년도 모집 인원에 대해 각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들의 건의를 깊은 고민 끝에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부디 의대생 여러분께서는 캠퍼스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반대해 오며 7일 이 부총리가 주재한 브리핑에도 참석하지 않아 부처 간 이견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이날 중대본에서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건부 동결 방침에 대해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다만 조 장관은 의료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철회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준비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발표할 것”이라며 “수십 년 간 누적돼 온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료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정원은 그대로 두고 모집 인원만 줄임으로써 정부는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무도하게 2000명을 증원하고 폭주 기관차처럼 의료 개혁 과제라는 이름을 붙이며 추진했던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의협은 의대생의 복귀를 위해 2024, 2025학번이 동시에 교육받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의협은 1월 김택우 회장 취임 후 단 한 번도 정원에 대한 숫자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24·25학번이 겹쳐서 7500명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현재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요구해 왔다”며 “이를 담보할 수 있어야 2026년 정원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전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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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환자 내년 100만명, 절반이 1인가구… “돌봄 인프라 확충시급”

    《치매환자 내년 100만명 넘어… “돌봄 인프라 여전히 열악”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치매 역학조사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내년 100만 명, 2044년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치매 환자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아 같이 살지 않는 가족들도 주당 평균 18시간을 돌봄에 할애했다. 경제적인 부담도 작지 않았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에 거주할 때는 1733만 원, 시설·병원에 머물 때는 3138만 원이었다.》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 씨(51)는 치매를 앓고 있는 90대 시어머니를 3년 전 요양병원에 모셨다. 증세가 악화되면서 살림, 돌봄을 병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를 돌보는 비용만 매달 119만 원 정도 쓰고 있다. 이 씨는 “약값도 비싸고 개인 병실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내년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65세 이상의 9.2%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28.4%는 인지 능력이 떨어져 치매로 악화될 위험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상태였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올해 298만 명으로 추산됐다.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치매 환자 100만 명 전망12일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 역학조사 및 치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올해 97만 명, 내년 100만 명 이상, 2044년에는 200만 명 이상으로 전망된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노년기로 접어들며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게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9.2%로 2016년 조사(9.5%)와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교육 수준 향상과 금연 및 금주 분위기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오무경 중앙치매센터 치매정책기획팀장은 “2045년까지 치매 유병률은 10% 안팎으로 유지된다”며 “치매 검사나 의료 이용 행태 등을 고려했을 때 치매 환자도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여성과 고령, 농어촌, 홀몸가구,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았다. 치매 유병률은 여성이 9.5%로 남성 8.8%보다 높았다. 75세 이상부터 급격하게 상승했고 85세 이상은 5명 중 1명꼴이었다. 치매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의 유병률은 2016년 22.2%에서 2023년 28.4%로 6.2%포인트 증가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 10∼15%가 치매에 걸린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올해 298만 명, 2033년에는 4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앞선 조사에선 2025년 236만 명, 2040년 403만 명으로 전망돼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집에서 돌볼 때도 연 1700만 원 필요 치매는 기억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판단력, 언어 능력, 행동 조절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악화되는 질환이다. 일상생활이 쉽지 않아 타인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사 결과 시설·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자택 등)에 머무는 치매 환자 중 절반 이상(52.6%)이 1인 가구였고 27.1%는 부부 가구, 19.8%는 자녀 동거 가구였다. 가족들은 치매 환자와 같이 살지 않아도 주당 평균 18시간을 돌봄에 할애했다. 지역사회 치매 환자 가족의 45.8%는 돌봄 부담을 느꼈고 40%가량은 치매 환자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인 변화를 포함한 삶의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환자가 시설이나 병원에 들어간 경우에도 입소 전 평균 27.3%를 가족이 돌봤는데, 결국 ‘24시간 돌봄의 어려움’(27.2%)이나 ‘증상 악화로 인한 가족 불편’(25.0%)으로 입소를 선택했다. 환자 가족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이었다. 지역사회 환자 가족의 38.3%, 시설·병원에 있는 환자 가족의 41.3%가 경제적 부담을 호소했다. 연간 환자 1인당 관리 비용은 지역사회에 거주할 경우 1733만9000원, 시설과 병원에서는 3138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치매 돌봄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돌봄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 경증 치매에 초점을 두고 서비스를 강화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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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환자 이송부터 고난도 수술까지… 제주한라병원, 거점병원 역할

    “지난해 11월 80대 파킨슨병 환자가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들어왔어요. 서울의 대학병원도 수술을 권하지 않았던 환자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했고 환자는 12일 만에 무사히 퇴원했죠.” 6일 조광리 제주한라병원 심장혈관센터장은 이 병원의 수술 사례를 이같이 소개했다. 제주한라병원은 622병상 규모의 종합병원(2차 의료기관)이다. 2007년 개심술(심장을 여는 수술)을 처음 실시한 뒤 18년간 874건의 심혈관 수술을 진행했다. 급성 대동맥 증후군, 복부 대동맥류 파열 등 고난도 수술도 상당수 있었다. 정부는 현재 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을 육성해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주한라병원은 지역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는 우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빠르면 이달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에 ‘포괄 2차병원’ 도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포괄 2차병원은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기능을 모두 갖추고, 급성기부터 복합, 만성기까지 환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지역 종합병원을 뜻한다. 제주한라병원은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항공의료센터를 두고 환자 이송부터 치료까지 모두 책임진다. 이날 찾은 권역외상센터는 응급 상황에 특화돼 있었다. 감염병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응급 수술도 할 수 있다. 혈관 조영실은 검진 중 혈관 시술도 할 수 있게 하이브리드센터로 마련됐다. 손상 중증도 점수(ISS)가 15점 이상인 중증외상환자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5년째 한 자릿수를 유지 중이다.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외상 환자가 적절한 시간에 치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긍정적인 의미다. 2021년 기준 전국 평균인 13.9%, 광주·전라·제주 지역 평균인 21.3%보다 확연하게 낮다. 지난해 3∼6월 1, 2등급 중증외상환자 608명을 완치할 때까지 치료했다. 권역외상센터에는 외상외과 7명과 외상심혈관흉부외과 3명 등 전담 전문의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중 수도권 2개 센터에 이어 전문의가 많다. 지난해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외과 등 필수의료 전문의 22명을 영입했다. 권오상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중증 응급 외상 환자 1명에게 전문의만 6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 종합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24시간 진료 지원, 기능 및 성과 중심 보상체계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포괄 2차병원 기준에 해당하는 병원이 없는 지역에도 예비 지정 등을 통해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제주=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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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치매 환자 100만명 넘을 듯…1인당 돌봄비용 병원 연 3000만원

    “약값도 비싸고, 개인 병실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요.”경기 광명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51)는 치매를 앓고 있는 90대 시어머니를 3년 전부터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다. 치매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직장생활과 살림, 돌봄을 동시에 병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돌봄 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별도 돌봄 비용으로만 월 119만 원을 소모하고 있다.고령화에 따라 내년 치매 환자 수가 1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2044년에는 치매 환자 수가 2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치매 환자 가족 다수는 경제적·심리적으로 돌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치매 환자 100만 명 전망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치매 환자는 97만 명이다. 치매 환자 수는 내년에 100만 명을 넘기고 2044년에는 2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노년기로 접어들며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 치매 유병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이번 조사 결과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로 2016년 같은 조사 9.5% 대비 소폭 감소했다. 노인 세대의 교육 수준과 흡연, 음주 여부 등 건강 행태가 개선된 것이 이유로 풀이된다. 오무경 중앙치매센터 팀장은 “2045년까지 치매 유병률은 10% 내외로 유지된다고 생각한다”며 “치매 검사나 의료이용 행태 등을 고려했을 때 (치매 환자도) 비교적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반면 기억력 등 인지능력이 저하돼있으나 일상생활이 가능해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의 유병률은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유병률은 28.42%로 2016년 22.25% 대비 6.17%포인트 증가했다. 복지부는 경도인지장애의 진단 기준이 세분화됐고 치매 조기 검진이 활성화돼 유병률이 상승한 것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또 치매는 고령일수록, 농어촌에 거주할수록, 독거 가구일수록,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 유병률은 남성이 8.85%, 여성이 9.57%로 성별 간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남성의 치매 유병률은 2012년 6.42%, 2016년 8.18%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지역사회 관리비용 연 1700만 원 이상복지부에서는 이날 환자 564명과 보호자 359명을 대상으로 돌봄 현황과 비용 등을 조사한 치매 실태조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치매실태조사는 2020년 치매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매 5년 주기로 실시해야 한다. 이번 조사는 2008년, 2011년 이후 세 번째 실태조사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역사회 거주 치매 환자 가족의 절반에 가까운 45.8%가 돌봄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환자가 지역사회에 있는 경우 1733만9000원으로 조사됐으며 시설과 병원에서는 3138만2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의료비보다 돌봄 비용의 비중이 더 컸다”며 “중증일수록 비용이 증가하면서 돌봄비 비중도 큰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또 치매환자 돌봄 전후 가족의 삶의 질에 대해선 40%가 부정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정신건강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50%를 넘겼다. 돌봄 과정에서 어려움은 경제적 부담이 가장 높았으며 돌봄 중단 사유로는 24시간 돌봄 어려움(27.2%), 증상 악화로 가족들 불편(25%) 등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날 복지부는 치매 안심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장기요양 재가 서비스를 확대 추진하는 방안 등도 내놓았다. 임을기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인구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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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42개월, 의료과실 사망 1심 선고… 18개월, 他직종 업무상 과실치사상

    2012년 2월 대구 서구의 한 병원. 의사는 7세 화상 환자에게 합병증 등을 우려해 항생제를 투여했다. 이후 고열, 호흡곤란 등을 보였지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환자는 15시간 넘게 증상을 보이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이후 2시간 만에 패혈증으로 숨졌다. 법원은 2020년 의사에게 벌금형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의료계는 의사들이 업무상 받아야 하는 ‘형사 리스크’가 무겁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환자와 가족들은 “단순 과실로 의료사고를 낸 의사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의료 치사 1심까지 평균 42개월 걸려 본보가 법원도서관 판례 열람 등을 통해 2020∼2024년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 1심 판결문 130건을 분석한 결과 무죄 판결은 37건(28.4%)이었다. 나머지는 벌금형(45건), 금고형(40건), 징역형(3건), 금고형 및 벌금형(3건), 선고유예(1건), 공소 기각(1건) 등이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업무상의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다치게 한 범죄를 말한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숨진 53건의 경우 사건 발생부터 1심 선고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약 42개월이었다. 법무법인 오킴스 조진석 변호사는 “다른 직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경우 1심 판결까지 평균 약 1년 6개월이 소요된다”며 “의료진이 수사 과정과 형사 공판 과정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30건 중 필수의료와 관련된 판결은 44건이었으며 16건(36%)만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나머지는 금고형(14건), 벌금형(12건), 징역형(1건), 공소 기각(1건) 등이었다. 매년 5, 6건 정도 벌금형 이상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에게 내려진 셈이다. 필수의료는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필수불가결한 의료 서비스를 말하며 진료과목으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이다. 정부도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족 전원이 동의하면 ‘반의사불벌’ 특례를 적용해 의료진을 형사처벌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징역 실형까지 받은 사례는 3건에 그쳐 금고형 이상은 46건이었지만 이 중 37건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징역 실형까지 받은 사례는 3건에 그쳤다. 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일반 형사사건 무죄율이 1% 남짓이다.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무죄율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프로포폴이나 미용시술과 관련된 사건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환자가 숨진 53건 중 프로포폴 관련 사고가 8건이었다. 업무상 과실치상 77건 중 19건(25%)은 미용시술 관련이었다. 전문가들은 의료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윤 연세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교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반복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축적하고 정부가 나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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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응급 최후의 보루 ‘권역외상센터’ 절반, 전문의 10명도 안돼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이나 출혈 등으로 생명이 위독한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최종 의료기관’인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17곳 중 9곳(53%)은 전문의 수가 10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 원광대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 경남 경상국립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내 전문의 수는 5명 이하로, 지방으로 갈수록 외상센터 인프라가 더욱 열악했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인기를 끌고,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수련센터가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다가 벗어나며 중증외상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권역외상센터 운영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국권역외상센터 전문의 188명뿐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17개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수는 올해 1월 말 기준 188명이었다. 전체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수는 2017년 176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21년 199명을 기록했으나 이후 계속 감소했다. 한국 인구가 5100만여 명임을 고려하면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1명당 27만 명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전체 권역외상센터 중 전담전문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곳은 2021년 8곳에서 올해 1월 말 9곳으로 1곳 늘었다. 전문의가 5명 이하인 곳은 2021년 말 경상국립대병원 1곳에서 올해 1월 말 경상국립대병원, 원광대병원, 목포한국병원 등 3곳으로 증가했다. 권역외상센터의 전문의 이탈은 지방 권역외상센터에서 두드러졌다. 목포한국병원과 원광대병원은 2021년 말 기준 전문의가 9명씩 근무했다. 그러나 5년 만에 절반 가까운 전문의가 이탈하면서 올해 1월 말 기준 각각 5명, 4명의 전문의만 근무 중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 각 1명을 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센터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만 근무 중인 것이다. 강원 원주기독병원도 전문의 수가 2021년 16명에서 올해 1월 말 8명으로 급감했다. 중증외상 환자 발생률과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수 등을 고려하면 지방의 중증외상 인프라가 수도권이나 대도시보다 열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전남 중증외상 환자 수는 504명에 달했지만 전남 권역을 담당하는 목포한국병원의 전문의는 5명뿐이다. 반면 2023년 중증외상 환자가 365명 발생한 인천 권역을 담당하는 길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20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 “젊은 후배 없어 예순 다섯에도 은퇴 못 할까 걱정” 의료계에서는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보상체계를 꼽는다. 권역외상센터는 언제 어디서 중증외상 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업무 특성상 365일 24시간 전문의가 대기해야 한다. 게다가 ‘골든타임’이 짧은 응급환자를 주로 치료해야 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지원 사업의 올해 1인당 연간 지원 금액은 1억6000만 원으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제외한 2022년 의사 평균 연봉인 3억100만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원이나 2차 병원 이직 등을 고려하는 전문의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 등은 개원을 고민하기도 한다”며 “낮은 보상과 높은 업무 부담을 견디지 않을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 권역외상센터는 기존 전문의가 이탈하면서 남아 있는 전문의마저 체력적 한계 등으로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술 시 집도의와 보조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권역외상센터에는 최소한 8명의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보다 전문의가 부족하면 남은 의료진이 사실상 휴일 없이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방 권역외상센터 관계자는 “올해 예순이라 5년 뒤면 정년퇴임해야 하는데 후배들이 들어오지 않으니 ‘정년대로 퇴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의사들의 지원이 감소하며 외상학 전문의의 수도 줄었다. 외상학 전문의는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전문의를 취득한 뒤 학회가 지정한 수련병원에서 1, 2년 외상학 수련을 받고 취득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외상학 세부전문의는 37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외상학 세부전문의 시험 지원자는 13명으로 지난해 20명보다도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의사 개인에게 직접 돌아갈 수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전문의 인건비 지원 사업은 권역외상센터 전문의 연봉을 병원에 보전해주는 구조다. 이는 병원이 권역외상센터 전문의를 더 채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의사 개인이 권역외상센터에 남도록 하는 데에는 큰 유인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권역외상센터장은 “대부분의 권역외상센터 전문의들이 이미 당직비를 포함해 2억 원가량의 연봉을 받고 있다”며 “직접적인 인센티브 방식이 아니라면 전문의 인건비 지원 사업이 피부에 와닿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권역외상센터장은 “정부에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서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작 ‘집토끼’들은 다 놓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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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수원 운영하며 이웃 챙긴 권태숙씨, 장기기증으로 4명에 새 생명

    과수원을 운영하며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던 60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6일 서울대병원에서 권태숙 씨(65·사진)가 좌우 신장과 간, 폐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권 씨는 같은 달 21일 새벽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권 씨는 생전에 장기기증 희망 등록 신청을 한 자녀를 칭찬하며 자신도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가족들은 권 씨의 도움으로 다른 사람들이 생명을 이어간다면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경북 영주시에서 1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난 권 씨는 홀몸노인들을 위한 반찬 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등 이웃을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 충남 서산시에서 과수원을 30년 넘게 운영하며 주변에 과일을 나눠 주는 등 다정한 사람이었다.권 씨의 아들 이원희 씨는 “엄마, 살면서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못 한 게 후회가 돼요. 엄마와 함께 있던 시간이 그리워요. 엄마 많이 사랑합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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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장애 딸 위해 빚내서 산 집, 자가 이유로 정부지원 月17만원뿐”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 빌라에서 일어난 화재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10대 소녀가 숨지고 가족인 10대 소년과 40대 어머니가 중상을 입었다. 가장인 아버지가 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밤까지 일을 나간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이들은 중증장애아동이 있는 차상위계층 가족이었지만, 정부로부터 월 10여만 원의 수당만 지원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인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중증장애아 가족, 월 17만 원 수당 전부 “애 엄마 손과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더라고요. 애를 구하려고 한 것 같아요. 제가 있었으면 좀 나았을 건데….” 아버지 김 씨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울음을 삼켰다. 이틀 전 화재로 그는 중증장애아동인 딸을 잃었다. 아내와 아들도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밤에 일하러 나갔던 김 씨만 화를 면했다. 김 씨는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격주로 번갈아 서는데, 이번 주는 야간 근무를 서는 차례였다. 근무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총 13시간이었다. 김 씨가 이런 장시간 야간 근무를 자처한 이유는 그가 사실상 가족의 유일한 소득 원천이기 때문이다. 김 씨 가족이 정부로부터 받는 금전적 지원은 월 약 17만 원 수준의 장애아동수당뿐이다. 중위소득 32% 이하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2025년 기준 월 최대 약 195만 원의 생계급여를 받지만, 김 씨 가족은 차상위계층이라 별도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혜택은 요금 감면, 물품 보급 등 간접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자가가 없으면 서울에 사는 4인 가족 기준 최대 월 50만 원 수준의 주거급여를 받는데, 김 씨는 자가가 있어 그마저도 대상이 아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가가 있는 경우 집 수선유지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집 노후도에 따라 3년에서 7년에 한 번 주어진다. 김 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데리고 이사 다니기 힘들어 빚을 내는 등 무리해서 집을 샀다고 했다. 집을 산 탓에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졌지만, 맞벌이를 할 수도 없었다. 아내가 24시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딸 곁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부부가) 하루에 많이 자야 2∼3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라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야간 근무를 자처했는데 그러던 중 이런 일이 생기니 힘이 빠진다”라고 말했다.● “급여 기준 세분화해야” 전문가들은 복지제도 사각지대 탓에 생계가 어려운데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계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에는 실제 소득과 집 등 재산이 포함된다. 가구 구성원 중 상시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있어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되는 소득 기준이 완화되지는 않는다. 모든 구성원이 근로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면 소득인정액에서 공제되는 기본재산액이 늘어나지만, 김 씨 가족의 경우 아버지가 일할 수 있어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장애아동 가족은 이사가 어려운 탓에 무리해서 자가를 갖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역시 급여 기준에 고려되지 않았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는 일정 규모 이하의 주거용 집은 재산으로 치지 않는 국가들이 많다”며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서울 등 대도시에 집이 있는 경우라면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만큼, 장애인을 키우는 가정 등 취약계층의 주거용 재산은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거나 완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욱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소득과 재산을 합쳐 소득 인정액을 구하는데, (수급자가 될 수 있는) 소득과 재산 기준선을 각각 세워 수급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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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화재로 자폐 딸 잃은 가정, 정부 지원은 월 17만원 뿐이었다

    “애 엄마 손과 얼굴에 화상자국이 있더라고요. 애를 구하려고 한 것 같아요. 제가 있었으면 좀 나았을 건데…”18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 빌라에서 일어난 화재로 10대 딸 김모 양을 잃은 아버지 김모 씨는 2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울음을 삼켰다. 사망한 딸은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었다. 18일 화재로 김 씨 가족 4명 중 김 양이 숨지고 40대 아내 김모 씨와 10대 아들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상위계층으로 장애아를 키우던 김 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야간에 장시간 근무하다 혼자 화를 피했다. 김 씨의 아내와 아들 모두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차상위계층 김 씨 가족, 생계급여 못 받아김 씨 가족이 정부에서 받는 금전적 지원은 한 달 약 17만 원 수준의 장애아동수당 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2025년 기준 최대 월 약 195만원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중위소득 32% 이하 기초생활수급자와 달리 차상위계층은 별도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요금 감면, 물품 보급 등 간접 지원이 대부분이다. 자가가 없으면 서울에 사는 4인 가족 기준 최대 월 50만 원 수준의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김 씨는 자가가 있어 대상자가 아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가가 있는 경우 집 수선유지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집 노후도에 따라 3년에서 7년에 한 번 주어진다.김 씨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이사를 다니기 힘들어 무리해서 집을 샀지만, 자가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사고 발생 당일 그는 오후 6시경에 집을 나섰다. 근무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총 13시간이었다. 김 씨는 격주로 주간 근무와 야간 근무를 섰는데 이번 주는 하필 야간 근무를 서는 차례였다.김 씨는 네 가족의 유일한 소득 원천이었다. 맞벌이하려고 해도 딸아이가 중증 자폐인 탓에 아내 김 씨는 24시간 딸 곁을 지켜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편 김 씨는 “(부인과 자신 모두) 하루에 많이 자야 2~3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며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야간 근무를 자처했는데 그러던 중 이런 일이 생기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전문가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의 문제가 또다시 드러난 것이라며 ‘비수급 빈곤층’, 즉 소득이 적어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비극이 재발한 것이라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생계급여 등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소득인정액’에는 실제 소득과 집 등 재산이 포함된다. 장애아동 가정이 보유한 주거용 재산의 경우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는 일정 규모 이하의 주거용 집은 재산으로 치지 않는 나라가 많다”며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도 서울 등 대도시에 집이 있는 경우라면 집값만으로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만큼, 장애인을 키우는 가정 등 취약계층의 주거용 재산은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거나 완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배 서영대 교수는 “장애 아동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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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엄후 ‘무당 유튜버’ 기승… 극단 주장에 가짜 손님 동원 돈벌이

    최근 유튜브에서 계엄과 탄핵을 소재 삼아 극단적 정치 발언이나 근거 없는 예언을 퍼뜨리는 무당, 무속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계엄 비선’으로 불리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무속인이었다는 점을 고리로 정치 콘텐츠를 늘리며 후원금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무당 유튜버’들은 마치 미래를 예언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정치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사람들을 속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당이 유튜브에서 “尹 탄핵 안 될 것”1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살펴본 결과 무속과 관계없는 정치적 발언을 주요 콘텐츠로 올린 무당들의 영상이 다수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야 정치인 등을 소재로 앞날을 예견하는 식의 발언을 했다. 무당 A 씨는 구독자 4만 명의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꿈에서도 할아버지(A 씨가 모신다는 신)가 분명히 말씀하시길 윤 대통령은 탄핵 안 된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이 돈을 퍼서 국회의원, 법관, 검사, 경찰을 매수하는 거잖아” 등 근거 없는 주장도 이어 갔다. A 씨는 “꿈에 민주당 사람들이 나와서 내가 ‘이런 XX 같은 XX들. 너네들 다 죽여 버린다’ 라고 말했다”는 과격한 발언도 쏟아냈다. 구독자 7만 명인 유튜버 B 씨는 자신을 ‘대한민국 최초 1호 우파 무당’이라고 칭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을사년에 저승사자가 혼을 떠가는 수가 걸려 있다”며 “화경(무당이 보는 신의 세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쳤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내용의 예언으로 풀이된다. 진보 성향 ‘무당 유투버’도 있었다. 구독자 3만 명 규모의 유튜버 C 씨는 “꿈에서 세종대왕이 ‘이 XX 내려가’라고 하셨다. 윤석열은 탄핵될 것”, “세종대왕님이 이 씨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씨인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굿 하려 한다”며 후원금도 유도 일부 유튜버는 구독과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가짜 배우’를 섭외해 무당을 찾아온 손님인 척 등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의 한 연기자 모집 사이트에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 사이 “무속인에게 점사 보는 콘텐츠”라는 구인 공고가 10여 개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유튜브 채널 PD인 것으로 파악됐다. 섭외한 배우를 손님처럼 연기시킨 뒤 영험한 무당이 점을 보는 상황으로 연출해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의 배경에는 ‘돈벌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계엄과 탄핵을 둘러싸고 여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특정 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내 후원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현 정부 수사 과정에서 명태균 씨, 건진법사, 천공 등 무속인 연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무속인에 대한 관심도 늘자 일부 무속인들이 이를 계기로 유튜브 방송에 나선 것이다. 한 무당 유튜버가 출연한 영상은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다)을 위한 굿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불경기에 수고스러운 선생님을 위한 후원 계좌를 열어 두겠다”고 후원금을 유도했다. ● “결국은 돈벌이… 규제 필요” 대부분의 무속인들은 이에 대해 “평범한 무속인들의 평판까지 망치고 있다”며 곱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무속인 정모 씨는 “정상적인 무속인은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무당 유튜버)들을 무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5년 차 무속인은 “인지도를 높일 목적으로 정치 유튜브 채널에 200만 원가량을 주고 출연하는 무당도 있다”며 “이런 사람들이 무속인의 평판을 해친다”고 말했다. 34년 경력의 무속인 장모 씨는 “무속 경력이 1년에서 5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어린 무당들이 돈을 벌기 위해 정치적 발언으로 손님들을 모으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무속인’ 직함을 달고 내뱉는 발언들은 보는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돈벌이에 악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수익을 목적으로 특정인에 대해 추측성 발언을 일삼는 정치 무당 유튜버들은 사실상 무속인의 외피만 쓰고 있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면 유튜브 등 차원에서라도 이런 극단적인 영상들에 대한 자체적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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