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장률 -1.4%…2008년 금융위기 후 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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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약 12년 만에 최저인 -1.4%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고꾸라졌다.

2분기(4~6월) 들어서도 내수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데다 수출도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률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2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0조9703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속보치에는 1, 2월과 3월 중순까지의 경제 활동 결과가 반영돼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 –3.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가장 최근 한국 경제가 역성장한 건 지난해 1분기(-0.4%)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1분기 성장률을 –1.5% 안팎으로 예상해왔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집행에 힘입어 전기 대비 1.3% 성장한 만큼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자 소비 감소에 따른 내수 위축을 우려해왔다.

항목별 성장률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재화 구입은 물론 여행, 오락과 같은 서비스 분야 지출이 감소하면서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6.4% 줄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덮쳤던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도소매, 숙박음식업, 운수, 문화활동 등이 몰린 서비스업 성장률이 1998년 1분기(-6.2%) 이후 가장 낮은 –2.0%를 기록한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면 정부 소비는 각종 지출을 늘리면서 0.9% 증가했다.

이에 민간 분야의 성장 기여도는 –1.5%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9%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의 수출 기여도는 0.2%포인트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2분기 성장률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13개 기관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3%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3.1%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 기관 모두 2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덮쳤던 2003년이 1분기(-0.7%)와 2분기(-0.2%)이 마지막이다.

특히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폭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확산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세계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분기 성장률에는 아직 수출 감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수출은 전기 대비 2.0% 줄며 지난해 1분기(-3.2%) 이후 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수입 감소율은 –4.1%로 2011년 3분기(-4.4%) 이후 가장 낮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줄었다. 중국(―17.0%) 미국(―17.5%), 유럽연합(―32.6%)을 향한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도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이 줄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었다. 또한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WTI)이 석유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세계 경기가 단기간 내에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낮다.

이에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기자회견에서 “2분기 중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을 전제로 하면, 올해 1%대 성장은 어렵지만 한국 경제는 플러스 성장은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2%)보다 3.4%포인트 떨어진 –1.2%로 예측한 바 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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