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배제 D-1…靑, 日 움직임 주시하며 대책 점검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7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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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별·품목별 대응 시스템 점검
日에 "보복 철회시 지소미아 재검토" 제안
당정청, 부품·소재 국산화 장기전도 준비
靑, 日 추가 보복시 상응 조치 내놓을 듯
당국, 과도한 우려 따른 금융시장 불안 경계
한일 갈등 '전략게임' 양상…당분간 수싸움 지속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배제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정부와 청와대는 일본 측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8일부터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시행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에 대비해 기업별·품목별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리라고 믿는다”며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했다.

이 총리는 또 “양국 정부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11월23일까지 3개월 넘게 남아 있다. 그 기간 안에 일본 정부가 한국에 취한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국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해 “엄숙하게 운용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출관리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국내) 운용 재검토다.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당정청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내년에는 핵심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 예산을 2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해당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특별법과 조세제한특례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상황반장인 김상조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일본 측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법안 시행은 예상됐던 일이지만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이 수출 규제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원칙을 갖고 있지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과 어떤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지 등을 지켜보고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시행 이후 시장에서 과도한 우려감이 형성돼 금융 불안이 나타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일본이 금융 보복을 통해 우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일본의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실물 분야도 일부에 그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관련 금융권 간담회’를 열고 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최 위원장은 “은행들이 상담을 받아본 결과 아직까지 일본 수출규제로 피해 본 기업은 많지 않았다”며 “일부 기업들이 필요한 소재와 부품을 미리 조달하기 위한 자금 공급을 요청했고, 일본과 직접 수출입거래를 하지 않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피해를 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업체들의 고충이 많았다”고 전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날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상황별 조치 방안을 준비하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나친 낙관도 문제지만, 지나친 두려움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별다른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며 ‘극일’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법안 시행 이후 국무회의 등을 소집해 대일 메시지를 낼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가 ‘전략게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국이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이에 맞는 대응 조치를 취하고, 이런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유화적인 몸짓을 보냈지만 일본은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며 강공으로 전환했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시행하는 28일은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또 오는 10월21일 일왕 즉위식까지 몇 차례 상황 반전의 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1일 한 토론회에서 “(일왕 즉위식이라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9월 중 예상되는 일본의 개각, 집권 여당의 직제 개편 등에서 (그 때도 한일 간) 대화 기류가 있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 과정에서 양국 정부가 얼마나 원만하게 대화 추진하느냐에 따라서 10월 일왕 즉위식 참여 여부와 참여한다면 어느 수준의 참여단이 갈 것인지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며 “그 때까지는 정말 안개 속에서 양국 간 전략적 모색이 이뤄지는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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