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값 70%이상 폭락… 종이도 못 가져갈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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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수거-선별 업체 하소연
“재활용 힘든 쓰레기까지 뒤섞여 수거해가봐야 버리는게 더 많아… 선별장 10곳중 7곳 도산 상태”
아파트 주차장까지 스티로폼 쌓여… 곳곳서 주민-경비원 실랑이

4일 서울 도봉구 창동 모 아파트 단지의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에서 가져가기 마뜩지 않아 하는 물건이 상당수 섞여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4일 서울 도봉구 창동 모 아파트 단지의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재활용 폐기물 수거업체에서 가져가기 마뜩지 않아 하는 물건이 상당수 섞여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안 가져가셨어요. 처리 좀 해주세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내걸린 팻말의 내용이다. 이 아파트 경비원이 직접 쓴 팻말이다. 나흘째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은 수거업체를 향해 호소한 것이다. 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폐비닐이 가득 찬 마대가 20개 넘게 쌓여 있었다. 분리수거장 옆 주차장에는 스티로폼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경비원 임모 씨(72)는 “다음 주도 수거를 안 해 가면 아마 쓰레기가 주차장 전체를 차지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정상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재활용쓰레기 대란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해당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과 경비원들의 불편이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집 안에 쌓인 쓰레기를 어쩔 수없이 가지고 나왔다가 말리는 경비원과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견디다 못한 경비원끼리 “이번에는 당신이 정리할 차례”라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 및 선별을 계속 중단하고 있는 업체들은 “우리를 죄인 취급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별 업체 A사 사장 최모 씨는 이날 선별장을 찾은 기자에게 직접 플라스틱 더미를 뒤진 뒤 보라색 샴푸통을 들어 보였다. 그는 “이건 색깔 있는 플라스틱이고 재료도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페트(PET)가 섞여 있다.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멀리 던졌다. 그러고는 한쪽 끝에 모아 놓은 투명비닐 더미를 가리켰다. 최 씨는 “이 정도면 그나마 깨끗한 건데도 가공업체로 가면 대부분 쓰레기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이경로 한국자원수집운반협회 부회장은 “재료가 섞인 혼합 플라스틱을 받아주던 선별장 10곳 중 7곳은 최근 몇 년 사이 도산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파트 현장에서 확인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는 불투명하거나 색깔이 있는 세제용기,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생수병 등이 많았다. 한국고물상연합회 관계자는 “단단한 국산 페트병은 말랑말랑한 외국 페트병에 비해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돈이 되지 않다 보니 수거 업체들이 가져간 비닐과 플라스틱 중에는 재활용을 위해 선별 업체로 넘기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다. 수도권의 B사 대표 홍모 씨는 “비닐은 한 달 수거량 500t 중 300t을 버린다. 플라스틱도 1200t 중에 30% 정도는 쓰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비닐의 경우 그나마 재활용 가능한 것도 선별 업체에 넘기려면 오히려 kg당 30∼100원을 내야 한다. 작업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업체들은 플라스틱에 이어 폐지 수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말 kg당 150원 안팎이던 폐지 가격은 4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거 업체들은 그동안 폐지 등 ‘돈이 되는’ 재활용품을 팔아 비닐과 플라스틱 수거에서 나오는 적자를 메웠다. 하지만 폐지 값이 떨어지면서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kg당 40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면 거의 자선사업이다.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조응형·조유라 기자
#재활용 쓰레기#폐지값#수거#스티로폼#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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