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소설가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귀신(鬼神)’은 죽은 인간의 넋과 인간을 넘어서는 범신론적인 존재를 함께 가리키는 복합적이고도 포괄적인 개념이다. 배예람 작가의 소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에서 한국괴물관리협회가 ‘관리’하는 괴물은 주로 범신론적인 존재, 그중에서도 ‘주술에 의해 쫓아내야 할 음험하고 해로운’ 괴이한 존재를 뜻한다.
괴물관리협회 매뉴얼에 따르면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음험한 존재는 황(黃) 등급에 속한다. 인간 세계에 속하지 않지만 인간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으면 백(白) 등급, 인간 친화적인 괴물은 청(靑) 등급이다. 청 등급 괴물로는, 예를 들면 수달 형태의 ‘달구’나 눈이 하나뿐인 고양이 ‘목요’가 있다. 이들은 소설 속에서 인간에게 다가와 쓰다듬어 달라고 비벼대는 귀여운 괴물들이다.
이런 귀여운 존재들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주인공 보늬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명색이 한국괴물관리협회 설립자의 손녀이건만, 보늬는 괴물을 다스리는 능력을 갖지 못했다. 그 대신 귀신을 보는 눈만 가졌다. 이렇게 되면 이론상 경쟁사인 ‘대한귀신처리협회’로 갔어야 보늬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늬는 귀신이나 괴물을 무조건 때려잡고 싶어 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늬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 인간 세계 밖으로 밀려난 존재들에게 적대감보다는 친근감을 느낀다. 탕비실에 자리 잡은 여자 귀신과 친하게 지내고, 언제나 하와이안 셔츠 패션을 뽐내는 목이 잘린 무두괴(無頭怪)와 협업을 하기도 한다.
반면 보늬는 직장 사람들하고는 영 어울리질 못한다. 보늬의 상사 구 팀장은 짜증이 많고 피로에 지친 전형적인 한국의 직장인. 괴물을 다스리는 ‘손’, 즉 물리적인 능력을 지니지 못한 보늬를 못마땅해한다. 팀원 ‘지운’은 괴물이건 사람이건 거리를 두는 까칠한 성격이다. 효령은 괴물 잡는 능력이 월등히 탁월한 팀의 에이스다.
이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보늬는 대한민국에서 직장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을 언제나 끌어안고 있다. 나만 능력이 없는 게 아닐까. 나만 이 분야에 적성이 없는 게 아닐까. 능력도 적성도 없는데 인간관계는 또 왜 이렇게 힘이 들까. 그러다가 보늬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과 미운 정이 들기도 한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직장생활의 애환과 반전 또한 이 소설의 매력이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는 한국 고유의 민담과 설화를 재해석하여 현대 사회에 응용한 독특하고도 재미있는 괴물 액션 소설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도깨비, 우렁각시, 선녀와 나무꾼, 심청전, 토끼의 간 등의 이야기가 소설 안에서 초자연적으로 재해석돼 새로운 괴물이 탄생한다.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괴물에 대한 열띤 사랑을 고백하는데, 과연 저자가 즐기며 쓴 소설은 독자에게도 그만큼 매력적이다. 덧붙여 저자는 곽재식 작가의 ‘한국 괴물 백과’를 참고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한국 전통 괴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곽 작가의 책도 함께 읽어보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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