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6·3 지방선거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 마감 35시간 만에 투표함이 반출됐고, 비로소 이번 지방선거 개표도 마무리됐다.
그러나 선관위가 투표용지 관리 미흡은 물론이고 사태 파악 등도 제대로 못 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당초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한 투표소가 3일에는 14곳이라고 발표했다가 4일 인천 지역 2곳도 추가했다. 하지만 이날 선관위는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 투표용지 부족 14곳→16곳→50곳
선관위에 따르면 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전체 1만4228곳 중 67곳이었다. 이 중 실제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이다. 윤재수 중앙선관위 선거정책실장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되었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총 22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선관위는 각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할 때 준비해 놓은 예비용 투표용지를 어떻게 배분할지 지침조차 마련해 놓지 않고 있었다. 윤 실장은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송파구 관내에 있는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모자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표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했다.
실제로 투표 당일 송파구에서는 투표소에 배치된 공무원들이 오후 2시경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하다고 계속해서 보고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가 공개한 송파구 공무원 단체대화방에는 당일 오후 “(용지가 없어) 곧 투표 중단해야 한다” “현장에서 너무 고충이 심각하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 위원장은 이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출신인 노 위원장은 3월 대법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후임 인선 지연으로 선관위원장직은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날 선관위 2인자인 허철훈 사무총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 투표함 35시간 만에 개표소 이동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투표함 2개를 옮기고 있다. 이 투표소 주변엔 용지 부족에 항의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3일 오후부터 진을 치고 투표함 이송을 막아 개표가 지연돼 왔다. 뉴스1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부터 잠실7동 제2투표소가 마련된 우성아파트 경로당에 18개 기동대 1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해 투표함 반출을 위한 통행로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소 건물 뒷문에서 스크럼을 짠 수십 명의 시위대가 물러나지 않자 경찰은 오전 8시 15분경부터 시위대를 한 명씩 분리해 손과 발을 잡고 끌어내는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8시 54분경 경찰은 시위대를 전원 이동 조치하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투표함 2개 반출을 완료했다. 3일 오후 10시 해당 투표소의 투표가 종료된 지 약 35시간 만이다. 경찰은 곧바로 투표함을 차량에 실어 개표장이 마련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이동했고, 선관위는 이날 비로소 지방선거 개표를 마무리했다.
이날 개표소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주진우 의원, 김은혜 의원 등이 찾아 이번 사태에 항의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선관위 개혁은 스스로의 손에 맡길 수준을 넘어섰다. 국회 차원의 ‘선관위 개혁 특위’ 구성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조사를 바로 준비해 추진하겠다. 야당과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기회에 선관위가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정조사 이후 선관위 개혁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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