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4~27도 내에서 자동 조절
승무원이 객실 온도 컨트롤 못해
객실 양끝 시원, 중앙이 온도 높아
‘AI 온도 제어’ 시스템 시범 도입
“더워 죽겠어요. 에어컨 좀 세게 틀어 주세요.”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워요. 꺼주세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서울 낮 기온이 30도를 넘은 14일 서울교통공사 고객센터에는 전화나 문자,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 같은 ‘에어컨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대부분은 냉방을 더 강하게 해달라는 요청이었지만, 온도를 높여 달라는 민원도 적지 않았다. 공사 민원 담당자인 여승원 고객만족팀장은 “직원들이 에어컨 온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없다는 걸 설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또 에어컨 민원이 잔뜩 몰려 다른 일 처리를 못할까 봐 걱정부터 된다”고 했다.
● 지난해 냉난방 민원 79만8607건
27일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하철 이용객의 불편 민원 101만8448건 중 냉난방 민원이 79만8607건(기타 19건 포함)으로 78.4%에 이르렀다. 전체 민원 4건 중 3건이 냉난방 관련인 셈이었다. 74만9465건이 ‘덥다’는 민원이었다. 2021년(41만5805건)과 비교하면 더위를 호소하는 민원이 4년 새 80% 가까이 올랐다.
‘춥다’는 민원도 2021년 3만1034건에서 지난해 4만9123건으로 약 58% 증가했다. 같은 객실이더라도 승객마다 복장과 체감온도가 다르다 보니 상반된 민원이 동시에 발생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오전 7∼9시)와 퇴근 시간대(오후 6∼8시)에 냉난방 민원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위 관련 민원만 따져볼 때 전체 중 72.8%인 54만3073건이 출퇴근 시간대에 몰렸다.
문제는 열차 내 온도를 기관사나 관제실이 직접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객실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온도를 측정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냉난방을 가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온도 기준 역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운행차량 실내 공기질 관리 매뉴얼을 따른다. 공사는 여름철(6∼8월) 기준 온도를 권고 범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24도로 설정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여름이 갈수록 더워지면서 민원도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여름철 평균 폭염일수는 24일로, 평년(1991∼2020년 평균·10.6일)의 2.3배 수준이었다. 서울의 열대야 일수도 지난해 39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여 팀장은 “최근 이상기후로 여름철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더위를 호소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 “더우면 객실 양 끝, 추우면 약냉방칸”
서울교통공사 측은 냉난방 민원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긴급 상황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담사와 승무원들이 냉난방 민원 대응에 많은 시간을 쓰면서 긴급 민원 처리에 차질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
이에 따라 공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객실 온도 조절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25일 지하철 4호선 일부 열차에 ‘AI 객실 적정 온도 제어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AI가 시간대별 혼잡도를 학습해 승객이 몰리기 전 미리 냉방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공사는 열차 1개 편성에 적용한 뒤 향후 25개 열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사는 승객들에게 객실 위치에 따라 체감온도가 다르다는 점도 안내하고 있다. 열차 내에서는 출입문 개폐와 승객 밀집 등의 영향으로 객실 중앙부에 상대적으로 열기가 머무는 반면, 냉방장치와 가까운 객실 양쪽 끝은 비교적 온도가 낮다. 장경호 공사 영업지원처장은 “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은 객실 끝쪽을 이용하고, 반대로 추위를 느끼는 승객은 일반 객실보다 1도 높은 약냉방 객실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