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택시 돈 안되고 규제 많아”… 도심항공교통서 손떼는 기업들

  • 동아일보

SKT, 美기업 지분 3분의 2 매각
현대차, 해당사업 속도조절 나서… 한화시스템은 최근 무기한 중단
기술 상용화-정책 수립 더딘데다 중동 등 글로벌 불확실성 커진 탓

SK텔레콤이 2023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운영한 도심항공교통(UAM) 체험 공간. 동아일보 DB
SK텔레콤이 2023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운영한 도심항공교통(UAM) 체험 공간. 동아일보 DB
‘잠실에서 김포공항까지 20분’을 강조하며 각 기업들이 야심 차게 뛰어들었던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이 줄줄이 엎어지는 등 국내 UAM 연구개발(R&D) 투자가 중단되는 모습이다. 기술 상용화도, 정책 수립도 더딘 상황에서 중동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관련 기업들이 ‘당장 돈이 안 되는’ UAM 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세계 1위 UAM 기체 개발 업체인 미국의 ‘조비 에이비에이션’ 보유 지분의 3분의 2를 매각했다. 2023년 약 1300억 원(약 1억 달러)을 투자하면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같은 해 프랑스 파리에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전 일환으로 ‘플라이 투 부산(Fly to Busan)’을 주제로 UAM 체험 홍보관까지 마련해 홍보했지만 약 2년 만에 관련 사업을 사실상 접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도심항공교통(UAM) 전문 기업 슈퍼널이 202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차세대 기체 ‘S-A2’. 동아일보 DB
현대자동차그룹의 도심항공교통(UAM) 전문 기업 슈퍼널이 202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차세대 기체 ‘S-A2’. 동아일보 DB
미국에 UAM 전문 기업 ‘슈퍼널’을 보유한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해당 사업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슈퍼널 최고경영자(CEO)였던 신재원 당시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며 경영 일선을 떠난 데 이어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전략책임자(CSO) 등도 잇따라 회사를 떠났다. 이달 초에는 슈퍼널 직원 총 380여 명 중 78%에 해당하는 296명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UAM 기체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한화시스템도 최근 해당 프로젝트를 무기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도 대우건설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한국형 UAM 실증 사업에 뛰어들었었지만 최근 이 사업 참여를 아예 철회했다.

기업들이 UAM 투자를 잇달아 중단한 이유는 ‘돈이 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UAM은 배터리와 모터를 써서 ‘사람이 타는 드론’과 같은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 배터리의 밀도나 무게가 항공용으로 쓰이기에는 아직 부족해 단기간에 이윤을 낼 기체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 보잉과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도 같은 이유로 최근 전기항공기 등 친환경 항공기 개발을 무기한 중단한 바 있다.

UAM 상용화를 위한 제도도 현재까지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항공기인 이상 항공 당국의 ‘감항성 인증’(비행기 제작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를 만족시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아야 상용 운항이 가능한데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 항공안전청(EASA) 모두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한 UAM 기업 관계자는 “규제가 마련되면 그에 맞춰 기체를 완전히 새로 개발해야 한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UAM 회사 대부분이 기체 개발을 감항성 인증 절차 마련 이후로 미루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기에 한국 내에서는 가장 이용객이 많을 서울 도심이 대부분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어 사실상 서울 내 상용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도 사업 철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 항공사 조종사는 “UAM이 현실화돼 공항까지 갈 수 있더라도 2, 3분에 한 대씩 착륙하는 민항기와 뒤섞여 절차를 지켜가며 착륙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잠실∼김포 20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우선 방산, 자율주행 등 수익성이 있는 사업들에 집중한 뒤 UAM 사업에 대한 가시적 제도가 마련되면 다시 투자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심항공교통#UAM#비행금지구역#상용화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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