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 체제’ 겨눈 냉철한 시선

  • 동아일보

우크라 감독의 ‘두 검사’ 내달 1일 개봉
전체주의 억압적 공기, 스크린 재연
1.37대1 화면비… 교도소에 갇힌듯

영화 ‘두 검사’는 1937년 소련의 스탈린 대숙청 시기, 어느 교도소 수감자의 혈서를 우연히 손에 넣은 신입 검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늘한 전체주의 권력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두 검사’는 1937년 소련의 스탈린 대숙청 시기, 어느 교도소 수감자의 혈서를 우연히 손에 넣은 신입 검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늘한 전체주의 권력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다.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사회주의 혁명의 열기가 식은 뒤 들어선 건 냉혹한 관료제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 양심 있는 개인은 정의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두 검사’는 1937년 스탈린의 대숙청 시기 소련에서, 반혁명 분자로 몰려 수감된 공산당 원로의 혈서를 우연히 손에 넣은 신입 검사 코르녜프의 이야기다. 코르녜프는 검찰총장에게 진실을 고발하기 위해 권력의 심장부인 모스크바로 향한다.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16년간 수감됐던 러시아 작가 게오르기 데미도프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주인공 코르녜프를 억압적 체제와 대결하는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따르지만, 동시에 투철한 사회주의자다. 체제 신봉자인 그는 이 부당한 숙청이 내부에 암약한 반동분자나 기회주의자의 음모라 믿으며, 당 지도부에 알리면 바로잡힐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순진한 믿음이 비극의 시발점이다. 이 아이러니가 깊은 인상을 준다.

화면은 전체주의의 위압감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1.37 대 1의 좁은 화면비는 교도소에 갇힌 듯 답답한 느낌을 주고, 차갑고 탈색된 색감은 컬러 영화임에도 온기를 걷어낸다. 인물들은 물론이고 관객들에게도 숨 쉴 여유를 허락하지 않으며, 스탈린 시대 소련의 억압적인 공기를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감독 세르히 로즈니차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다큐멘터리와 극 영화를 넘나들며 소련과 전체주의의 유산을 탐구해 왔다. 장편 데뷔작 ‘나의 기쁨’으로 2010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으며, 다큐멘터리 ‘바비 야르 협곡’으로 2021년 칸 영화제 ‘황금의 눈’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6개국 합작으로 제작된 ‘두 검사’는 2025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동시대 현실을 가장 예리하게 다룬 작품에 수여하는 ‘프랑수아 샬레상’을 받았다.

영화는 결말이 시작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다. 역사를 바라보는 감독의 담담한 시선이 냉철함이 아니라 단조로움으로 읽히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할 법까지 권력에 부역할 때 국가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전체주의와 권위주의가 여전히 작동하는 오늘날. 영화는 과거의 잔향이 아니라 섬뜩한 경고로 다가온다.

#사회주의 혁명#전체주의 사회#스탈린 대숙청#소련#검찰#권력 고발#시베리아 강제수용소#칸 영화제#게오르기 데미도프#세르히 로즈니차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