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향해 손가락질
25일 오전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필리핀에서 송환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넌 남자도 아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살인죄로 복역 중인 그는 마약 유통 혐의로 국내에서 조사받게 됐다. 인천=뉴스1
25일 오전 필리핀에서 국내로 송환된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박왕열은 이날 오전 7시 16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호송팀에 양팔을 붙잡힌 채 모습을 드러낸 그는 검은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다. 수갑을 찬 손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반소매 카디건 사이로 양팔의 문신이 드러났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입국장을 나섰다. 그러나 정작 ‘마약 유통 혐의를 인정하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박왕열은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에서 복역하던 중에도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국내에 마약 유통 조직을 꾸리고 대규모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2년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장기 60년 형을 받고 뉴 빌리비드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경찰은 그동안 여러 경찰관서에서 진행해 온 박왕열 관련 수사를 경기북부경찰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전담 인력은 경기북부청 마약수사관 12명, 경남청 마약수사관 2명, 서울청 가상자산분석팀 6명 등 총 20명으로 꾸려졌다. 이날 박왕열의 신병을 인계받은 경기북부청은 송환 첫날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를 받지 않을 땐 의정부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다. 경찰은 이르면 26일 박왕열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2016년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박왕열과 함께 한국인 3명을 살해한 공범 김모 씨는 2017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박왕열은 이에 대해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살인죄는 필리핀에서 유죄가 확정돼 국내에서 다시 수사받지 않고, 국내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하게 된다. 박왕열에게서 마약을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한 이른바 ‘바티칸 킹덤’ 이모 씨(31)는 2021년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임시 인도 형태로 송환된 박왕열이 더 오래 한국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이날 “원칙적으로 국내 수사와 재판이 종결되면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을 복역해야 하지만 필요하면 필리핀과 협력해 임시 인도 연장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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